지난 17일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대책 발표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 2017년(8ㆍ2대책)과 2018년(9ㆍ13대책)에는 대책을 하반기에 한 번 발표했다. 집값 상승세가 둔화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그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비규제지역의 집값이 불안정해졌다. 비규제지역의 집값 안정을 위해 정부는 2019년 하반기에 집중해서 두 달에 한 번꼴로 8ㆍ12대책, 10ㆍ1대책, 12ㆍ16대책을 발표했다. 연이은 대책으로 규제지역이 늘어났고, 대출과 조세규제는 더욱더 강화됐다. 올해는 벌써 대책을 두 번 발표했다. 조정대상지역 범위가 수도권을 넘어 충북 청주까지 확대됐다. 조정대상지역 지정제도는 주택 분양 등이 과열되어 있거나 과열될 우려가 있는 지역(과열지역)과 주택의 분양매매 등 거래가 위축되어 있거나 위축될 우려가 있는 지역(위축지역)으로 지정하는 제도이다. 2016년 11ㆍ3대책에서 처음 도입했다. 당시 서울과 과천, 성남, 하남, 고양, 남양주, 동탄2, 세종, 부산의 동래구ㆍ해운대구ㆍ수영구ㆍ연제구ㆍ남구가 대상이었다. 부산, 고양, 남양주 조정대상지역은 특정지역을 제외하고 모두 해제됐다. 그러나 6ㆍ17대책 발표로 조정대상지역은 경기도 전역과 인천, 대전은 물론 청주까지 확대되면서 44개에서 69개 지역으로 대폭 늘어났다. 투기과열지구도 31개에서 48개 지역으로 늘어났다.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가계대출은 물론 사업자대출, 양도세 및 보유세, 정비사업, 전매제한 등 다양한 규제가 강화된다. 그뿐만 아니라 3억 원 이상 주택 취득 시에는 자금조달계획서 신고가 의무화된다. 이러한 조치로 확산하고 있는 집값 상승위험이 안정화될 수 있을까. 숨 막힐 정도로 촘촘한 규제 그물망이 과연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까. 규제 그물망에 갇힌 사람들은 투자투기 행동을 그만둘까. 핀셋규제로 시작했던 규제지역은 서울 전역을 넘어 경기지역까지 확대됐고, 강남 집값을 타겟으로 시작된 규제정책은 점차 그 규제범위를 확장시켜 가고 있다. 개인 간 거래규제에서 법인갭투자에 이르기까지 규제대상과 범위, 규제지역, 규제수준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치밀해지고 촘촘해지고 있다. 규제 효과를 유지하고자 또 다른 규제를 계속 만들어내는 양상이다. 규제 정책이 가진 딜레마다. 과거 규제가 많았던 시기에 집값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면서 변동성이 커졌다. 규제 정책은 주택시장 변동성을 키운다. 주택시장 수요가 규제정책을 피해서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곳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0%대 저금리에 시중 유동자금이 넘쳐나고 경제 위기극복을 위해 수많은 재정자금이 풀리는 상황에서는 더 그렇다. 이렇게 되면 주택시장에 대한 단기 전망조차 어려워진다. 정부는 수요를 줄여 가격안정을 꾀하려고 하지만, 시장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으로 움직이고 변형된다. 수요 규제가 가진 딜레마다. 수요의 본질적 속성을 들여다보자. 사람들은 왜 자꾸 집을 사려고 할까. 서울 집값은 가구 수 대비 부족한 주택 수, 시중의 풍부한 유동자금과 부족한 대체투자처, 좋은 주거지에 대한 투자 및 거주 선호 유지, 재건축 규제에 따른 서울 내 공급 감소 불안감, 안전자산으로서 가격상승 기대감, 유동자금의 서울 집중 등 원인이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규제정책만으로 안 되는 이유다. 수요를 분산하고 공급을 늘려야 한다. 유동자산을 분산하고, 투자기회를 줄 수 있는 획기적인 좋은 투자처를 만들어내야 한다. 집에 집중하고 있는 사람들이 기업에 투자해 수익을 내서 자산을 모을 수 있도록 기업하기 좋은 사회환경을 만들어 주자.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오피니언
김덕례
2020-06-21 1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