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트럼프 시대의 지식재산

지난 주말 도널드 트럼프가 45대 미국대통령에 취임했다. 트럼프의 후보시절 한국관련 발언에 대해 우리 국민의 67%가 걱정이란다. 취임식 전날엔 국내 주가도 폭락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걱정할 것이 없으며 미국이 공격하는 주 대상이 중국 및 일본이므로 오히려 우리에게는 틈새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어느 쪽의 진단이 맞을지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극복해야 할 어려운 경제적 상황이 다가오고 있으며, 이러한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한 DNA를 우리 국민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은 70년대의 기반을 거쳐서 오늘의 수준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70년대 한국경제발전의 기반이 된 것은 월등한 기술 선진국이었던 미국이나 일본의 기술을 복제하거나 또는 리버스 엔지니어링에 의해 만든 제품을 수출함으로써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기술 선진국들은 자국의 기술침해에 대해 지식재산으로 강력한 응징을 시작했다. 만약에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시작이 10년만 늦었다면 어찌 되었을까? 이제는 지식 재산이 기업의 명운을 가린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기업 내 지식재산의 보유와 관리가 기업의 미래가치에 크나큰 비중을 차지하는 시대가 됐다. S전자와 아이폰의 분쟁, K사와 듀퐁사의 지식재산 분쟁은 천문학적인 금액을 배상해야 했고, 한때 미국 소매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던 S컴퓨터가 지식재산관리의 소홀로 기업이 한순간에 사라져버린 사건은 지식재산의 관리가 기업의 성장 발전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보호무역정책의 기치를 든다면 강력한 도구의 하나는 바로 이러한 지식재산이다. 미국으로 수출한 우리 기업의 제품이 지식재산으로 발목이 잡히는 사태가 발생하면 수출기업엔 치명적인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제 미국 새 정부의 보호무역정책 틀에서 우리 기업들에 있어 수출 제품에 대한 지식재산 창출과 그 지식재산의 관리는 기업의 사활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건이 됐다. 그러나 정작에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은 이러한 지식재산 분쟁에 대비한 준비를 어찌할 바를 모른다. 수출기업 또는 창업 기업에 있어 지식재산에 대한 중요성과 필요성이 최근 수년간 다양한 형태의 강연 또는 심포지엄 등에서 거론되고 있다. 지식재산의 중요성, 개발 제품에 대한 선행기술조사의 필요성, 선행기술조사를 통해 자사제품이 경쟁사의 특허를 우회해야 필요성 등에 대해 설명하곤 한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러한 것을 알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내용은 없다. 이는 마치 장님에게 코끼리를 가르쳐 주겠다며 장님의 손을 끌어다 코끼리 몸 어느 부분에다 붙여주며 접촉하고 있는 것이 코끼리의 어느 부분이라고 가르쳐 주는 격이다. 이러한 지식재산의 중요성이 글로벌하게 증대됨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지식재산대중화라는 슬로건 하에 지식재산교육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광범위하게 운영되고 있다. 대학수준의 차원에서 지식재산교육을 잘하는 대학을 선정하여 ‘지식재산교육 선도대학’을, 대학원 수준의 교육을 위해서 ‘지식재산 전문학위과정 운영대학’이라는 지위를 부여하고 지원을 하고 있다. 수출 기업에서 이러한 프로그램을 이용해 지식재산 전문 인력을 확보 하는 것은 트럼프 정부의 미국우선주의 보호무역 정책에 대비할 수 있는 훌륭한 방안이 될 것이다. 하지만 필자의 개인적 바람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우리의 걱정이 ‘자라 보고 놀란 도둑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우리 속담과 같았으면 좋겠다. 이철태 단국대 화학공학과 교수 지식재산교육센터장

[이슈&경제] 오미상인과 기업가 정신

교토의 인근에 오미라고 불리는 지역이 있다. 일본에서 가장 큰 비와코(琵琶湖) 호수를 둘러싼 곳으로 호수의 물줄기가 오사카만으로 흘러간다. 이 물줄기를 근강(近江)이라 하는데 과거 천년 동안 일본의 수도였던 교토와 가장 가까운 강이라는 뜻이며 ‘오미’라고 읽는다. 저성장시대를 맞아 오미상인의 철학을 새겨 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근대화 이전 상인정신을 토대로 국가의 발전과 부를 축적해 왔다. 그들은 상업자본을 축적하여 일본의 근대화에 기여했고 일찍부터 기업가 정신을 실천해 왔다. 이런 전통을 가진 일본에서 오사카, 이세, 오미지역 상인을 3대 상인이라고 부른다. 오늘날에는 나고야(名古屋)와 도쿄 긴자(銀座) 상인을 더해 5대 상인이라고도 하지만 일본의 상인정신의 뿌리는 역시 3대 상인에서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3대 상인이 될 수 있었던 정신적 뿌리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오사카 상인정신은 이시다 바이칸(1685~1744)에 의해 정립됐다. 이들에게 상업은 인격 수양의 길이라는 것이었다. 오늘날에도 오사카의 유서 깊은 가게 앞에는 상호가 그려진 ‘노렌(暖簾)’이란 무명천이 걸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노렌은 신용과 자부심의 상징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이세(伊勢) 상인은 행상으로 출발했으나 고급면포를 취급하면서 상인의 명성을 얻게 된다. 대표적인 거상이었던 하세가와 지로베에(長谷川次郞兵衛)는 “무사에게 무사도가 있듯이 상인에게도 상도가 있다”라는 신념을 강조했고, 반드시 직원들과 협의한 후 결정을 내리는 민주적인 합의제도의 전통을 세웠다. 우리에게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오미상인은 교토 인근의 5개 지역 출신 상인을 일컫는데, 이들은 긴 막대저울(天秤棒)을 들고 다녔다고 한다. 그들은 베, 옷감, 약, 칠기 등을 지고 오로지 걸어서 북으로 1천㎞ 밖의 홋카이도부터 남으로 1천㎞의 큐슈지방까지 행상을 다녔다. 더구나 그들은 중국은 물론이거니와 동남아지역까지 다녔다고 하니 놀랍다. 오미 상인의 기본정신은 한 푼의 이익을 위해 천리 길이라도 간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전국을 행상으로 다녔기 때문에 지역별 정보를 잘 활용했고 나아가 해외진출까지 성공한 것이다.또한 기업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몇 대에 걸쳐 공을 들여야 한다는 도덕성도 가르쳤다. 이들은 1700년대에 이미 손익계산서와 대차대조표 등을 담은 완전한 형태의 복식부기를 사용했다고 하니 상인의 전문성도 갖추었던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오미상인을 주목해야 하는 것은 기업가 정신에 투철했다는 점이다. 그들은 이윤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를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바로 산포 요시(三方よし)라는 경영철학이다. 상업이란 생산자, 소비자는 물론 사회전체에 득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런 철학을 근간으로 오미상인의 전통은 지역출신들이 만든 회사에서 잘 나타난다. 바로 상업자본을 산업자본으로 만든 혜안을 가지고 있었다. 오늘날 도요타자동차 뿐만 아니라, 해외진출의 경험을 살린 이토추(伊藤忠), 마루베니(丸紅) 등의 종합상사를 처음으로 만들었고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유통, 금융, 방직 등에서 여러 기업들이 두드러진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기업가정신은 산업화가 시작된 18세기에 만들어진 개념이지만 시대적 배경, 기업환경 등의 다른 요인으로 인해 변해왔다. 그러나 그 어떤 시대나 상황에서도 기업가가 갖추어야 할 기본정신은 같다. 바로 기업은 기본적으로 이윤을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그러나 기업은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는 사회적 책임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오미상인의 철학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업은 사회전체의 득이 되어야 지속가능하다는 심오한 기업가 정신의 가르침을 담고 있다. 오미 상인의 철학은 저성장시대에 참고해야 할 해법이라고 생각해 본다. 이정화 대중소기업협력재단 본부장

[이슈&경제] 공직자·벼슬 그리고 닭… 닭띠 해 그들만큼만 살아보자

새해 첫 달이다. 해가 바뀌는 하루를 사이에 두고 지나가고 다가올 일 년이 갖는 의미를 주고받는 덕담들로 SNS가 폭주해 통신장애가 발생할 정도라고 한다. 음력으로 계산해야 맞겠지만, 원숭이의 해가 지나가고 닭의 해가 1년을 기다리고 있다. 12간지의 주인공들은 상상의 동물인 용을 포함해 흔히 짐승이라 불리는 동물들이다. 사람이 제 구실을 잘 못할 경우 “짐승만도 못하다”는 모욕적인 말을 듣게 된다. 작년을 시작으로 우리는 한 나라의 대표자로서 인간이 갖추어야 할 자질문제가 불거지면서, 2017년을 이끌어갈 한 해의 상징으로서 짐승에 해당하는 동물인 닭을 들추고 거기에서 배움을 찾아야 하는 가슴 아픈 현실 앞에 서 있다. 과거에는 정치에 입문한 자들을 벼슬아치라 했다. 지금 청와대에 근무하다 청문회와 심판에 불려 나오는 자들. 대부분 이 벼슬아치에 해당한다. 벼슬아치는 무슨 의미일까. 재미있게도 올해를 상징하는 닭의 머리에 붉게 돌출돼 있는 볏을 빗댄 말인데, 벼슬아치들에게 닭이 가진 의미를 부여해 준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닭의 생태를 살펴보면 공직자, 벼슬아치로서 지켜야 할 품위와 책무, 배울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먼저 닭은 혼자이고 배가 고플지라도 먹이를 발견하면 ‘꼭꼭꼭’ 소리를 내며 이웃, 가족을 또는 어린 개체들을 불러 모으는 본능을 발휘한다. 공직자요 벼슬아치라면 끼니조차도 내가 우선이 아닌 주변과 백성이 우선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둘째는 어린 병아리를 가진 엄마 닭은 어떠한 위협이 닥쳐도 어린 것을 포기하거나 위협상황으로부터 물러서는 법이 없다는 것. 자신의 몸으로 부화시킨 병아리를 이끌고 다니는 어미 닭은 위협이 될 만한 동물을 만나게 되면 온몸의 털을 부풀리고 날개를 펼쳐 자식인 병아리를 감추고 부리와 발톱으로 위협하는 공격적인 행동을 보인다. 공직자, 벼슬에 오른 자라면 백성이 어려움에 처해 있을 경우 자신의 몸을 바쳐 그들을 지켜내라는 뜻이다. 셋째는 수많은 짐승 중에 닭은 학문을 연마한 자들의 상징인 돋보이는 관을 머리에 달고 있다는 점이다. 세상으로 나아가 일을 해야 할 뜻이 있는 자라면 모름지기 학문을 연마해 세상을 통치할 철학과 양식과 자질을 갖추어야 한다는 뜻이다. 넷째는 닭이 가진 믿음이다. 닭은 날이 밝아오는 새벽이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구름이 끼고 안개가 자욱해 사방 분간이 어려운 상황에도 어김없이 목청을 돋워 날이 밝았음을 알려주는 믿음의 상징이었고 사람들은 이러한 점을 배우고자 했다. 다섯째, 닭은 늘 가족과 자신을 방어할 비장의 무기를 갖추고 있다. 닭다리를 살펴보면 종아리에 관절이 없어 못이나 다름없는 강하고 단단한 며느리발톱이 있는데 이것은 천적이나 공격자로부터 자신과 가족을 지켜내는 강력한 무기에 해당한다. 평소에는 이 무기를 쓸 일이 없지만, 적의 공격으로부터 자신과 가족이 위험할 경우 이 날카롭고 강력한 무기를 활용, 적을 제압할 줄 안다. 이런 점들을 배우고 익히라고 벼슬이란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한 나라의 국격이 닭만도 못한 벼슬아치들로 인해 난관에 봉착해 있다. 하늘도 맞장구를 쳐 주고 있는 것일까 마는, 작년을 시작으로 인구와 맞먹는 닭이 조류인플루엔자 여파로 살처분되고 있으며, 올 한 해는 닭 세상, 닭띠 해이다. 제발 식탁에서만 닭을 찾을 것이 아니라 한 나라를 이끌어갈 천 년짜리 밥그릇, 정치철학, 사상, 윤리, 신뢰 그리고 학문의 상징으로 닭을 닮아보려는 노력을 해주면 안 될까. 치킨으로 닭을 만날 것이 아니라 치켜세울 존재로 닭을 닮자. 닭만도 못해 보이는 벼슬아치, 공직자들에게 닭띠 해를 핑계삼아 일 년 내내 며느리발톱을 세게 들이밀어보자. 그들을 바꾸지 않는 한 모든 국민은 그들이 만든 닭 뀀에 꿰일 날만 기다리게 될 것이다. 박병권 한국도시생태연구소장

[이슈&경제] 2017년을 과학기술원년으로

2017년을 과학기술원년으로 삼았으면 한다. 과학기술 발전을 통해 산업과 경제를 일으킬 기반을 구성했으면 한다. 4차 산업사회를 선도하기 위해서 더욱 과학기술에 기반을 둔 정책과 사회구조 개선사업을 추진해야 할 때다. 우리 사회는 수많은 1차 및 2차 그리고 3차 산업사회를 거치지 못한 일반 시민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의 교육 역시 남다르게 필요한 현실이다.젊은 세대들은 감수성이 빠르고 날마다 생활 속에서 여러 친구와 지내면서 3차 산업시대에 빨리 적응하였으나 중장년 세대들은 그러한 기회를 얻지 못해 모바일 시대에 무능한 인적자원으로 분류돼 국가발전과 국가 설계에서 제외돼 있다.국가는 이들을 위해 좀 더 적극적인 정책을 써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중장년층을 위한 모바일 교육을 대대로 시킨다든가 그 외의 현대과학기술에 대해 대중교육을 하는 등 과학기술교육에 국가와 지자체가 발 벗고 나서는 일이 생기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다. 과학기술원년에 또 하나의 과제는 우리의 고등교육, 즉 대학교육의 선진화다. 대학은 한 국가의 ‘브레인 단체’다. 이들의 진화 없이는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중국에서는 100개 대학(우리로 치면 5개)을 선별해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전시키는 데 국가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도 대학들의 선진화에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할 것이다. 또 대학들은 연구중심과 교육중심대학으로 분류해 지원과 육성을 같이 함으로써 조화롭게 발전해야 할 것이다. 특히 연구중심 대학들은 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 현 국가정책의 대변환이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는 대학을 마치 한 개의 장식품인양 생각한다. 대학은 우리의 희망이며 꽃인데도 말이다. 우리 대학들은 세계에서 앞서가는 연구를 선도해야 한다. 인재의 양성을 통해 산업체에 공급해 연구결과를 산업화해야 한다.연구결과의 산업화는 연구가 세계 최고여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갖게 된다. 이를 얻기 위해서는 대학은 물론 국가정책의 올바른 지원이 필수적이다. 좋은 연구인재를 모으고 세계정상의 과학자를 영입하고 또 이들이 세계 정상의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대학들의 뼈를 깎는 개혁과 변화가 필요하며 이는 정직한 국제경쟁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과학기술은 국민의 자긍심을 심어준다. 중국을 예로 들어보자. 많은 국민이 국가과학정책의 결과에 같이 호응하고 있다. 몇 년 사이 우주 대탐험의 성공, 스텔스기의 개발, 항공모함의 건조 등 국가의 자긍심을 높여주는 일들이 국민의 환희와 호응을 받고 있다. 다시 말하면 중국도 이제는 선진국과 동등한 또는 앞서가는 과학기술 보유국이라는 자긍심을 심어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뭘 하고 있는가. 헬리콥터 하나 만들지 못하고 있다.이런 현실 속에서 어떻게 국민의 자긍심과 사기를 높일 수 있겠는가. 수십만 명의 젊은 이공계 대학졸업생들이 놀고 있는데 수십조 원의 F-35를 수입한다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꼭 돈만이 문제가 아니다. 우리 정치계와 정부 후진성을 말하고 싶다.우리나라 경제의 100분의 1도 안 되는 북한이 로켓 연구개발을 성공적으로 해낸 것이 좋은 예다. 우리 정부도 이제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과학기술정책을 펼칠 때가 됐다. 2017년은 중요한 때다. 정치적인 혼란과 이에 따른 경제의 파탄을 가져온 현대 한국사회가 처음 맞는 위태롭고 우울한 해다. 어떻게 이를 극복하느냐가 중요하다. 이런 가운데 과학기술을 통한 새로운 국가의 발전을 기대하는 것은 우리의 사치스러운 선택이 아니며 꼭 해야 할 과제이다.또 우리의 소원이기도 하다. 우리도 2017년에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과학기술 발전에 총력을 쏟아부었으면 한다. 또 미래의 노벨상을 타기 위한 연구의 기틀을 만드는데 다시 한 번 국가의 힘을 모으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조장희 차세대융기원 특임연구위원·캘리포니아대학 명예교수

[이슈&경제] 역사는 반복되는가?

붉은 원숭이의 해, 올해보다 ‘다사다난’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해는 또 다시 없기를 바란다. 나라가 온통 시끄럽다. 나라의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국민 모두가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지도자 한 사람이 얼마나 중요하다는 사실은 진행되는 역사가 보여준다. 정확히 111년 전 을사보호조약이 이루어진 우리 조상의 나라 ‘조선’의 상황이 떠오른다. 111년 전의 러시아는 로마노프 왕조의 ‘니콜라이’가 이끌고 있었고, 청나라는 선통제인 ‘푸이’, 미국은 ‘루스벨트’가, 일본은 ‘이토 히로부미’ 가 있었다. 그때의 대한제국은 주변 열강이 군침을 흘리는 조그마한 나라였다. 이러한 조선을 염두에 두며 혹자는 지금의 대한민국이 그때와는 다르다는 말들을 하곤 한다. 역사로부터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한 나라는 그 역사를 다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무엇이 다른가. ‘루스벨트’대신 ‘오바마’가, ‘이토 히로부미’대신 ‘아베’가, ‘니콜라이’대신 ‘푸틴’이, ‘푸이’ 대신 ‘시진핑’이 우리 주변 국가들을 이끌고 있다. 111년 전 대한제국 주변국가의 리더들에 비해서 대한민국 주변 국가들의 리더들이 훨씬 지도력이 뛰어나고 또한 그 나라들의 여러 가지 상황도 상대적으로 훨씬 안정돼 있다. 그러니 오늘날 대한민국이 대한제국의 그때와 다르다고는 하지만 낫다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상대적인 불안정은 더 크다. 대한제국의 시절에 생각지 않았던 김정은이 핵무기를 들고 위협적으로 존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참으로 문제가 많다. 그 문제의 대책으로 제안된 사드 설치는 딜레마에 빠지는 단초가 되고 있다. 중국은 설치 불가로 우리 경제의 목을 조이고 있고 또 미국은 설치하라며 우리 안보의 목을 당기고 있다. 그 와중에 12월에 들면서 IMF가 우리나라에 5가지의 경고를 하였다. 가계부채 폭발직전, 경제구조 전환지연, 노동생산성 OECD꼴찌, 여성 청년 고용 저조, 저출산과 가파른 고령화, 그 어는 것도 만만한 것이 없다. 한국 경제의 앞날이 결코 밝지 않다. 111년 전과 조금도 나은 것이 보이지 않는데 이렇게 한해를 보내고 있다. “이게 나라냐”라고 하는 피켓을 들고 있는 여중생의 모습이 매일 보인다. 어린 소녀의 판단에도 나라가 어렵다는 걱정을 하고 있으니 참으로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늘날 국제정세는 여전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최강대국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어 전쟁의 위험도 있을 수 있다. 강대국들은 자국의 이해에 따라 움직인다. 한반도의 운명을 우리의 뜻과는 관계없이 결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런데 오늘의 우리에게는 참으로 불가사의 한 것이 있다. 세상이 온통 시끄러운데 주식이 폭락하지 않고 금융시장이 조용하다. 200만이 넘은 사람들이 촛불 집회를 하는 데 한명의 연행자도 없었고, 서로의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한 지역에서 집회를 하는 데도 한건의 폭력도 발생하지 않았다. 상점에서 매점매석을 하는 사람도 없다. 이것이 우리국민의 저력이고 힘이다. 1997년 IMF금융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가장 빠른 시간 내 IMF의 위기를 벗어난 나라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거대한 평화적 집회로 다시 위대한 잠재력을 전 세계에 입증했다. 그런데 촛불이 분노의 한 풀이로만 끝나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 촛불의 엄청난 에너지를 위대한 대한민국 건설로 승화시키는 데 국민적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우리국민은 전 세계 최고의 일등 국민이다. 오늘의 시련은 우리 대한민국이 세계 최강의 국가로 가는 강력한 촉매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위대한 우리 대한민국 국민 만세! 이철태 단국대 화학공학과 교수 지식재산교육센터장

[이슈&경제] 공유가치 창출, 어떻게 할 것인가

한때 북유럽의 맹주였던 덴마크는 1864년 겨울 프로이센과 벌인 전쟁에서 패배하면서 위상이 크게 흔들렸다. 독일 비스마르크의 뛰어난 군사력에 국경지역 유틀란트 반도의 3분의 1을 빼앗긴 덴마크는 전쟁 후 북유럽의 소국으로 전락했다. 이때 국가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이끈 위대한 지도자들이 있었다. 그룬트비(1783~1872) 목사도 그중의 한 명이었다. 그룬트비 목사는 “잃어버린 땅을 안에서 찾자”고 역설했다. 그는 황무지를 농지로 개발하고 기후와 풍토에 맞는 새로운 낙농업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창했다. 이를 위해서는 농업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국민고등학교(Folkehojs kole)를 만들었다. 당시 덴마크의 사회적 문제였던 ‘먹고사는 문제의 해결’에 노력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빌룬트라는 작은 마을에서 장난감 공장을 연 크리스티얀센이라는 목수가 있었다. 낙농보다는 목수 일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목수로 일한 지 15년이 지난 1932년 작은 장난감 회사를 만든다. 레고(LEGO)의 출발이었다. 레고는 덴마크 언어로 ‘즐겁게 놀자(Leg godt)’를 줄인 말로 놀거리가 없는 어린이들에게 창의성을 길러주기 위한 뜻을 담았다. 2011년 1월 하버드대학 마이클 포터 교수는 의미있는 논문을 발표했다. ‘공유가치를 창출하라: 자본주의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라는 제목이었다. 당시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에 대한 주류경제학의 고민이 깊어질 시점이었다. 논문의 요지는 기업활동 자체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동시에 경제적 수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저성장이 지속되면서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지속가능 성장을 위해 공유가치 창출(Creating Shared Value, CSV)이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으로 등장한 바 있다. CSV이론이 나오기 전 유엔은 회원국의 사회발전을 위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강조했다. 기업은 그동안 사회의 도움으로 성장하였으므로 이제는 사회에 이익의 일부를 되돌려 주어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우리의 기업 환경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넘어서는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경제 양극화 문제를 극복하고 기업의 지속 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SNS의 발달로 사회 문제에 대한 투명성도 높아지는 등 기업은 이윤 추구만을 위해 비도덕적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감시받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아직도 CSR활동을 기업의 비용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CSV는 CSR에서 진일보한 개념(혹자는 전략적 CSR이라는 용어를 쓰기도 함)으로 기업의 핵심 역량으로 사회 문제도 해결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기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레고의 경우 초기 나무 장난감을 만들던 공장이 3번이나 불이 나면서 전환기를 맞이했다. 바로 플라스틱 브릭을 만든 것이다. 그 바탕에는 “오직 최고만이 최고”라는 경영이념이 녹아있다. 그러면서도 △창의성을 높일 수 있는 놀이 △적당한 놀이 시간 △완전한 품질 등을 추구하는 정신은 공유가치 창출을 실천하고 있다.어린이의 창의성을 높이면서도 사업의 수익성까지 추구한 점이 선구적이다. 레고 제품은 작년 6월 기준으로 브릭을 6천억 개를 판매했고, 장난감뿐만 아니라 테마파크, 비디오 게임, 영화 제작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사회적 문제는 무엇인가. 가장 시급한 문제로 경제 양극화 해소와 일자리 창출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 경제에서 일자리의 88%는 중소기업이 제공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서 양극화를 해소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당면과제다. 지금 우리 기업이 공유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레고의 정신을 실천하려면 지혜를 모을 시점이다. 이정화 대중소기업협력재단 본부장

[이슈&경제] 식물을 욕되게 하지 마라, 그들만큼만 살아라

이 나라 국민소득이 선진국대열에 합류한 지 한참 됐다. 전 국민의 교육열은 전 세계를 지배한 지 더 한참 된 듯하다. 이렇게 우수한 능력을 자랑하는 국민 앞에 참담하기 짝이 없는, 세상의 아름다움과는 한참 멀어진 정치적 상황이 발생했다. 이를 언론의 제호로 뽑아낸 표현 중 일부는 적지 않은 사람들을 참으로 어처구니없게 만드는 내용으로 반복됐다. 이제 그런 표현은 절대 사용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식물대통령’, ‘식물국회’, ‘식물정치’, ‘식물경제’ 등이다. 식물이 뭘 어쨌다는 것인가. 정치ㆍ사회적으로 역사에 큰 물의를 일으킨 그들과 식물이 무엇이, 또 어떤 점이 연관됐거나, 닮았거나, 비슷하거나 또는 같다는 것인가. 물론 위에 언급한 식물이 들어간 직위나 상황이나 형국이 갖는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세상 모든 것을 그렇게 다 철저하게 들춰보고 파헤치고 털고 완벽에 가깝게 분해해가며 그 과정을 소상히 소개하는 언론에서 어찌 식물에 대해 마치 대충 대강 얼렁뚱땅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듯한 표현과 결론으로 상황을 그려내고 마치 비장의 무기를 꺼내 쓰듯 잊을 만하면 자랑스럽게 재활용하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식물이 뭐가 부족하기에 저들이 잘못하는 일이라도 드러나면 식물대통령이 나오고 식물장관이며 식물국회가 나오는 것인가. 글자 그대로라면 식물이 그들만큼 그렇게 지탄받아야 하고 잘못한 것이 많으며 비상식적이고 무능하다는 것인가. 우리는 식물이 인간보다 얼마나 위대하고 얼마나 소중하며 얼마나 완벽한지를 도대체 알고 있기나 한 것일까. 아마 식물을 청문회 하듯 조금이라도 들춰보고 털어보며 지켜보았던 적이 있었다면 결코 이런 저렴한 표현의 주인공으로 삼지는 못했을 것이다. 여러분이 몸져누워 힘들어 할 때 그들은 용광로를 방불케 하는 열과, 온몸을 불태우듯 녹이는 화학물질의 접촉과, 세상을 다 부숴버릴 것 같은 압력이나 비틀림을 통해 자신의 모든 능력을 항생제, 항균제, 소염제, 진통제, 항암제 등으로 짜내어 당신의 몸을 일으켜 세우는 일에 주저 없이 내밀었다. 당신의 회복은 곧 식물의 헌신이 만든 경이로움 덕분이다. 매 끼니 식탁에 올라오는 음식물의 대부분 식물의 몸이다. 지치고 힘든 일상을 벗어나 쉬고 싶고 치유 받고 싶을 때 여러분이 가장 많이 찾는다고 조사된 숲, 식물이 만든 도시이다. 단 5분도 쉴 수 없는 호흡에 절대 필요한 산소. 그건 식물이 쓰고 버린 노폐물이다. 그 노폐물에 우리의 생명이 달렸다. 전 세계 모든 인류가 먹고 마시며 즐기는 순간 지구 상의 모든 식물들은 그 다음을 위해 또다시 달려들 인간들을 위해 단 1초도 쉴 틈 없이 햇볕을 만나 보충하고 재생하며 재공급하느라 정신이 없다. 인간이 살아있는 거의 대부분의 이유는 식물이 단 한 번의 불평불만도 없이 태양을 만나 중노동에 가까운 노력을 해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일평생 단 한 번도 노사분규나 임금투쟁, 집단적 이기주의를 주장하는 정치적 혼란(?)이 없었다. 이 나라를, 이 세상을 올바른 길로 이끌고자 꿈꾼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기 삶에 주어진 시간 중 단 0.1%만이라도 식물처럼 생각하며 그들처럼 살아보자. 그들은 모든 것을 내어줄 줄 알며, 모든 것을 받아들일 줄 알고,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해결하며, 결코 서두르거나 무리하는 법이 없다. 평생을 살다가 죽어도 그들에게 제사 한번 지내주는 법 없지만, 그들은 세상 모두에게 피와 살이 되는 거름이 될 뿐, 온 국민을 촛불 세상으로 내몰지 않는다. 권력에 조금 다가섰다는, 재산깨나 모아 두었다는, 이름값 좀 얻었다는 너희. 얘들아! 제발 평생 단 하루만이라도 식물처럼만 살아주면 안 될까? 박병권한국도시생태연구소장

[이슈&경제] 청년실업 해결과 대학

최근 화두인 청년 실업문제에 국가가 내놓은 해결책을 보면 청년들의 미래와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미래가 의심스럽다. 필자는 중국 상해의 교통대학 (Jiao Tung Universityㆍ중국 상위 연구중심대학) 에 고문교수로 있으면서 자주 들여다볼 기회가 있어서 중국의 명문 연구중심대학들의 많은 것을 볼 기회가 있었다. 이 교통대학은 중국 100개 연구중심 대학 중 하나이며 중국 3대 대학에 속하는 최고의 인재들이 다니는 연구중심대학으로 4만 명의 대학생들이 연구와 학업을 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2만 5천 명이 대학원 학생으로 가히 세계 최대의 대학원중심 연구중심대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공계 연구를 목표로 한 대학이다.다시 말하면, 2만 5천 명의 막강한 연구능력을 갖춘 대학으로 중국의 첨단 연구를 이끌고 있었다. 한국의 명문연구중심대학을 전부 합쳐도 이 대학 하나를 못 당할 정도로 우리의 연구 인력은 보잘 것이 없다는 의미다. 우리의 최고 연구중심 명문대 대학원 학생들은 미국과 선진국으로 다 빠져나가 대학원생이 부족한 실정이다. 서울의 큰 연구중심대학마저도 대학원생이 없어서 연구를 못 할 지경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어쩌다 이렇게 됐으며 과연 이런 조건에서 우리나라가 중국이나 일본과 같은 나라와 경쟁할 수 있겠는가.더욱 한심한 것은 이 어려운 때에 정치계에서는 포퓰리즘의 대표적인 청년실업구제를 명목으로 몇 천억을 실업대상의 대학생과 대학졸업생에게 월 몇십만 원씩 줘 청년실업을 구제하겠다고 나서고 있으니, 대한민국의 미래가 심히 걱정된다. 미래를 보자. 미래가 있어야 청년실업구제도 있고 나라도 있지 않겠는가. 그 많은 청년실업자를 몇십만 원으로 임시 구제하면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아마도 더 어두운 청년들의 미래를 만드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당분간은 어렵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해야 하겠다.대한민국의 연구중심대학들을 살려 한국발전에 밑거름이 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중국과 같이 선정된 몇 개의 연구중심대학들, 특히 이공계 대학에 큰 연구 프로젝트를 지원해 장기적으로 세계 경쟁을 할 수 있는 소위 말해 ‘Big Science’를 지원하면서 이에 필요한 대학원 학생들의 지원을 통해 미래 기술의 밑걸음을 만들어야 한다.소위 일류 대학의 우수한 대학생들은 모두 외국으로 보낸 우리 대학 연구실과 대학원을 가지고 어떻게 국제경쟁을 할 것인가. 또한, 대학의 등록금 동결과 같은 현상은 더욱더 대학의 부실을 부채질하고 있으며 대학은 더 이상 연구중심대학의 역할을 할 수 없는 단계로 몰아가고 있는 현상이다. 젊은 대학원생은 한 나라의 국력이다. 대학원에서 하는 연구는 젊은 대학원생에 의해 이뤄진다는 사실을 정부와 정치계는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젊은 대학원생들이 세계가 부러워하는 연구실과 교수 밑에서 세계에 앞선 연구를 할 때 우리의 젊은 대학원생들이 우리나라 대학에 남아 연구하고 그 결과가 대한민국의 과학기술을 통한 경제발전에 연계될 수 있을 것이다.정부와 정치계는 이를 직시하고 빠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연구중심대학의 선정과 국가적인 지원은 또 다른 중요한 문제로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국가적인 차원에서 선별과 지원책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더 이상 대학의 등록금 동결이나 제재로 대학을 조정하고 연구분위기를 저해하는 정책은 버리고 선별된 지원과 자율화를 통한 국제 경쟁력 있는 대학을 선별하여 지원하는 정책으로 전환하기를 바란다. 조장희 차세대융기원 특임연구위원·캘리포니아대학 명예교수

[이슈&경제] 노인빈곤과 일자리 창출

행복의 기준이 경제적 풍요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경제적 풍요는 행복의 조건 중 하나다. 최근 세간에는 ‘실버파산’이란 용어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중산층이 노년기에 접어들어 절대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실버(silver) 파산(破産)’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신문기사나 관련된 신간서적들이 확산요인이기는 하지만, 고령화시대 진입을 앞둔 상황에서 노인빈곤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라는 인식이 공유됐고,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이미 빈곤 경험을 시작하고 있기 때문에 이슈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빈곤층의 취업률은 지난 2013년 34.5%로 나타나 2006년 31.8%에서 2.7%p 상승했으며, 노인 1인가구 빈곤층의 취업률은 동기간 12.5%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도에 65세 이상 고령층 고용률은 OECD 회원국 중 2위에 해당하는 30.6%이며, 75세 이상 고령층은 17.9%로 1위이다. 특히 2013년 기준 65세 이상의 노인 빈곤율은 49.6%로서 OECD 평균 4배이며 1위이다. GDP대비 공적연금 지출비중은 2.3%이며 OECD 국가들 중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노인들이 빈곤 탈피를 위해서는 정부의 공적연금에 의지하기 보다는 스스로 경제활동을 통해 경제적 빈곤을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아직까지 공적연금이 성숙화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일자리는 부족하고 주어진 일자리조차 대부분 안정적이지 못해 빈곤을 벗어나는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고령자 중에는 사회 경험을 살려 사무 보조, 상담·영업 등의 분야에서 일하기도 하고, 실버바리스타·어르신 택배·할머니 김밥집 등은 고령자들의 성공직업으로 많이 보도되기도 하지만, 경기침제로 인하여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으며 일부 업종에서는 청년층과 경쟁하는 상황이다. 정부나 사회가 노인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지만, 일자리는 늘지 않고 있으며, 질 좋은 일자리는 드물다. 최근 인천시는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민간기업과 협력해 실버택배 거점을 활용해 오는 2018년까지 신규 일자리를 240개 이상 창출하기로 했다. 서울시의 경우에도 지하철 안내도우미를 비릇하여 식품제조 및 판매, 공동작업장 운영 사업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노인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지만, 제공하는 일자리 급여수준은 노인빈곤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노인들에게는 공익활동이나 재능기부 등의 자원봉사형 일자리보다는 근로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취업·창업 중심의 시장지향형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는데 그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특히 선진국처럼 고령자 친화기업이 일반화하지 못한 우리나라의 경우는 더욱 힘들다. 어려운 경제여건이지만 노인을 위한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오늘의 노인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을 감안한다면 노인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노인이 행복해야 젊은 세대들이 안심하고 미래의 자신을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인빈곤을 평생복지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누구나 늙어가며 경제적 빈곤과 파산은 어느 순간에 맞이할 수도 있다. 국가가 사회적 안전망을 정교하게 설계해 노인들이 빈곤으로부터 탈피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노인복지정책을 운영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사회구성원이 빈곤 탈피를 위한 취업지원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배려와 관심도 필요하다. 문영규 경복대 복지행정학과 교수

[이슈&경제] 한국판 ‘라스푸틴’

지난달 19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다녀왔다. 29번째 방문이었다. 22년 전 첫 방문 당시 자연사 박물관에서 ‘라스푸틴’의 성기를 본 기억이 이렇게 새삼스러울 수가 없다. 라스푸틴의 여성편력과 그로 인한 러시아 로마노프왕조의 몰락을 알고 있다. 라스푸틴의 커다란 흉물을 보면서 ‘이 왕조도 참 변변찮았구나. 그랬으니 나라가 망하지 않을 수 가 있었겠는가’ 하는 경멸스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우리나라를 보면 그때의 라스푸틴이 “너나 잘 하세요”라고 할 것 같다. 라스푸틴의 본명은 ‘그리고리 예피모비치 노비흐’다. 러시아어로 방탕하다는 의미의 ‘라스푸트’라는 말이 그에게 붙어 그리고리 예피모비치 라스푸틴이 됐다. 1869년에 태어나 1916년 살해당한 그는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의 몰락을 가져온 주범이자 러시아 모든 악의 근원으로 역사에 기록돼 있다. 라스푸틴이 러시아 황제와 가까워진 건 황제인 니콜라이 2세의 아들 알렉세이가 앓던 혈우병을 고쳐주면서다. 이 계기로 라스푸틴은 황후의 마음을 사로잡고, 황제의 신임도 얻었다. 현대의학으로도 불치의 병인 혈우병을 그가 어떻게 치료하였겠는가. 인간의 나약한 구석을 파고 드는 사악한 말로 정신적 안정을 얻게 해 황후를 아바타로 만들고 나아가 황제를 또 하나의 아바타로 만든 것이다. 그러고는 국정을 마음대로 요절을 내 러시아를 망가뜨렸다. 최태민, 그리고 그의 딸 최순실은 대통령을 아바타로 만들어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 라스푸틴의 방법을 벤치마킹한 것 같다. 그러나 라스푸틴과 최태민 부녀는 차이점이 있다. 라스푸틴의 관심은 오로지 여자에만 있었다. 그러나 최태민 부녀의 욕심은 그 끝을 알 수 없다. 최태민은 욕심이 부엉이 같아서 여자와 돈, 심지어 권력까지 모두 탐했다. 최순실은 또 어떠한가. 재화에 대한 욕심이 사납고, 권력으로 재벌의 주머니를 털어 국가의 재정을 사유화했다. 모든 형이하학적인 것은 ‘in put = out put’이다. 국가의 재정은 물론 재벌을 털어 만든 그 재화도 결국은 어떠한 형태로든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다. 재화도 하나의 에너지다. 어떤 에너지든 간에 창조될 수도, 소멸될 수도 없다는 것이 열역학 제1법칙이다. 최순실이 탈취한 재화는 질서있는 재화에서 무법의 재화로 바뀌어진 것이다. 이는 체계화된 에너지에서 무질서한 에너지로 변화돼 버린 것으로 스스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다.이는 폭포에서 떨어진 물이 다시 스스로 폭포 위로 올라가는 것과 같다. 폭포수를 원래의 상태로 돌리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지만, 어느 정도는 인위적으로 그 물을 퍼서 올리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물을 퍼 올리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 추가적인 에너지는 폭포수가 떨어지면서 만들어 낸 에너지보다 더 큰 에너지가 소비될 수도 있다. 경제적으로 별 수확이 없다는 의미다. 최태민 부녀가 자신들의 용도도 써 버렸거나, 또는 어딘가 자기의 것으로 위장 합법화시킨 우리 국민의 재화는 자발적으로 원래의 주인에게 돌아가는 건 절대로 불가능하다. 뿐만 아니다. 모든 것을 돌려놓을 수도 없다. 그나마 일부의 것을 돌리고자 했을 때는 추가적으로 재정이 발생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별 소득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현재의 경제적 균형으로만 계산할 문제가 아니다. 제2, 제3의 최태민 부녀가 생기지 않는 미래, 즉 대한민국의 흑자 균형을 생각한다면 아무리 큰 추가적인 에너지가 요구되는 한이 있더라도 최순실 부녀의 재화는 반드시 국민의 것으로 돌려야 한다. 이것이 현재의 우리가 미래를 위해 할 일이다. 이철태 단국대 화학공학과 교수·지식재산교육센터장

[이슈&경제] 기술환경 변화와 클라우드 임치제도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전통적인 산업 간 경계가 모호해지고 산업 간의 융복합이 일어나는 오늘날 4차 산업혁명은 생산과 소비의 ‘지능화’에서 시작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스마트 파워와 인공지능(AI)이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따라 인간의 경제활동은 네트워크화되고, 산업 간의 융복합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4차 산업의 확산으로 기업생태계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종전 단순하고 반복적인 지식활동과 제조업은 쇠퇴하고 ICT와 인공지능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산업이 성장할 것이다. 그 바탕에는 ICT를 중심으로 하는 기술이 자리 잡고 있으며, 이제 한 나라의 국가 경쟁력은 ICT기술이 얼마나 활용되고 있는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ICT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을 전제로 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기술발전이 경제성장의 열쇠라는 것이다. 그러나 어렵게 개발한 기술이 유출된다면 기술발전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특히 우월적 지위에 있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한다면 중소기업의 기술개발은 더욱 어려운 일이 된다. 중소기업의 기술인력 보호와 기술보호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현재 대·중소기업협력재단에서는 기술자료 임치제도를 도입해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술자료임치제도는 기술인력 유출 방지, 기술분쟁 조정제도 등과 함께 중소기업 기술보호정책의 중요한 중심축을 이루는 제도로써 기업의 기술 자료를 제3의 신뢰성 있는 기관에 보관해 두고, 기술유출 등 분쟁이 발생하였을 경우 기술개발 사실을 입증하는 제도이다. 여기서 기술자료란 물품 등의 제조 방법, 생산 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써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료를 말한다(상생협력법 제2조 제9호). 즉, 기술자료는 ①특허권, 실용신안권, 디자인권, 저작권 등의 지식재산권과 관련된 정보 ②제조ㆍ생산방법과 판매방법 등 그 밖의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한다. 기술자료 임치제도는 70년대부터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도입돼 이용문화가 일반화됐지만, 국내에서는 불과 2007년부터 협력재단에서 이 제도를 도입했다.세계적 임치회사인 미국의 ‘아이언 마운틴(Iron mountain)’사는 70년대부터 기술임치제도를 소개했지만 홍보와 인식 부족 때문에 정착되기까지 20년이라는 시간을 필요로 했다. 그러나 우리 협력재단은 단기간에 누적 3만 건 이상의 기술 자료를 임치함으로써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 안전장치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기술자료 임치제도를 활용하면 특허에 비해 계약까지의 소요기간이 짧고 저비용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우리의 기술임치제도는 앞으로도 발전을 위해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먼저 임치된 기술이 시간에 지남에 따라 그 가치가 떨어지지 않도록 임치 기술의 활용과 기술거래가 이루어지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현재는 임치 기술의 활용 차원에서 기술의 가치를 평가하고, 그 가치를 담보로 시중은행으로부터 운전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지만, 향후 기술거래 및 사업화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유관기관들과 협력하는 등의 다양한 서비스가 필요하다. 또 기술보호를 위한 임치제도가 안정적인 제도로 정착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일부 기업들은 절차나 제도의 장점 등을 잘 이해하지 못해 기술임치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또한 최근 글로벌 IT기업(Google, Microsoft, Amazon 등)을 중심으로 IT환경은 클라우드컴퓨팅 서비스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이제 변화된 디지털 환경을 맞이하여 기술임치뿐만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정부, 공공기관, 기업, 개인의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클라우드 임치제도’에 대해서도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신기룡 대중소기업협력재단 본부장

[이슈&경제] 미워할 수 없는 생태적 일꾼 ‘모기’

올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가뭄까지 겹쳐서 특정한 곤충들이 창궐하고 이런 현상에 대해 전국적인 문의가 끊이지 않았다. 그들을 다룬 전문가가 아니기에 속 시원한 답은 주지 못했지만, 오늘만은 다르다. 목과 눈에 힘주어 오늘의 주인공을 칭찬하고 싶다. 그러고 나면 많은 국민에게 공공의 적이 되어 있지 않을까 싶지만, 그래도 생태계의 균형의 가치는 꼭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다. 겨울이 내일모레인데 여름이야기를 꺼내게 된 데는 이 생물이 너무나도 기특하기 때문이다. 잘 들리지도 않는 작은 소리를 내며 은밀하게 피를 빨아대는 생물, 모기가 그 주인공이다. 이제 잠시 여러분이 거주하고 계신 곳을 중심으로 단순한 계산 놀이를 해 보자. 우선 내 주변에 모기는 대략 ‘몇 마리나 살고 있을까’에 대한 답을 적어보자. 세상 누구도 자기 주변의 모기 숫자를 모두 헤아릴 수는 없기 때문에 상상하는 숫자만으로도 이해를 돕기에 충분하다. 다만 생각보다 엄청난 수의 모기가 매년 여름 여러분 곁에 살고 있었다는 점이다. 오산천을 기준으로 가정한 계산을 해 보자. 총 연장 14.67㎞, 유역면적 약 57.30㎢인 오산천에는 모기 몇 마리가 서식하고 있을까. 지상에서 2미터 이내에 1㎥당 1마리가 서식하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1억1천400만 마리 이상의 모기가 서식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모기 성충은 애벌레인 장구벌레에서 우화한 개체들일 것이다. 그렇다면 장구벌레 생존율은 얼마나 될까. 몇 마리의 장구벌레가 며칠을 살다가 성체인 모기가 된 것일까. 유생시기를 거치는 곤충인 모기 애벌레의 생존율을 10%쯤으로 가정해 보면, 10배인 11억4천만마리 이상의 장구벌레가 살았다는 계산이 된다. 흥미롭게도 이들 장구벌레는 깨끗한 물보다는 더럽고 지저분한 물을 더 선호한다. 그 속에서 하루에 장구벌레 한 마리가 평균 0.1㎖의 물을 걸러서 유기물을 섭취한다고 가정해 보자. 11억 마리가 넘는 장구벌레는 하루 동안 1억1천400만㎖의 물을 먹고 정화해 주는 셈이 된다. 물론 그 양을 대폭 줄여 0.01㎖로 계산해도 1천140만㎖의 물을 정화한 셈이다. 이를 1천㎖짜리 물병으로 환산하면 1만1천400병. 1톤 트럭 11대에 실어야 할 양이다. 그런데 모기 애벌레인 장구벌레는 짧게는 약 4일에서 길게는 약 10일 정도 물속에서 서식한다. 그렇다면 약 10조㎡ 면적을 가진 우리나라 전체에서 발생하는 전체 모기 숫자와 이들이 만들어 내는 수질정화의 환경적 가치는 얼마나 되는 셈인가. 실로 천문학적 숫자가 아닐 수 없다. 물론 모기는 열대와 아열대 지역에서 심각한 전염병을 매개하는 해충이라는 점도 분명한 사실이다. 수질정화 기회만으로 전체 모기를 미화하거나 그들의 죄를 면해주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모기가 만들어내는 생태적 지위에 따른 또 다른 가치를 미처 파악도 하지 못한 채 그들을 공공의 적으로만 내모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인간에게서 모기는 결코 편한 존재가 못된다. 역으로 모기에게 인간 역시 친하고 정다운 생물은 더더욱 아니며, 이웃으로 삼기에는 너무나도 살 떨리는 존재들이다. 거대하고 복잡한 생태계는 생물과 생물, 생물과 환경 사이에 균형이라는 평화협정을 지킬 것을 전제로 유지 및 보존되고 있다. 수많은 모기학자가 등장했으나 오늘날에도 모기와의 전쟁이 아직도 진행 중인 것은 모기와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 보지 못한 후유증은 아닐지 마음에 걸린다. 모기가 자연에서 해내는 일, 그것은 인류의 상상을 초월하는 노동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그들은 평생 단 한 번의 노사분규나 임금투쟁, 환경교란 물질 배출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바 없다. 그저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살아왔을 뿐이다. 왜소한 장구벌레가 해치우는 일만으로도 이미 우리는 엄청난 환경적 가치를 받았다. 우리는 그들을 위해 무엇을 제공할 수 있을까. 그들에게 나누어 줄 것이 있다면 두 손에 올려 떳떳이 내밀어 보자. 지금 당장! 박병권한국도시생태연구소장

[이슈&경제] 세계 대학은 현재 어떻게 하고 있나

한 나라의 국력은 바로 그 나라의 대학의 우수성과도 비례한다. 특히 미국의 MIT를 비롯하여 스탠퍼드 등 명문 우수 이공계 대학들은 세계 과학기술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하버드의 연구기금의 액수는 40조 원을 넘는다.매년 몇 천억에서 몇 조에 달하는 새로운 기금을 거두어 세계적인 우수한 교수 영입과 새로운 연구 투자에 쓰고 있다. 국가 역시 기초과학연구에 막대한 연구비를 대학에 지원하고 있으며 하버드 같은 대학은 매년 몇 조에 달하는 국가연구비를 지원받고 있다. 미국의 IVY 대학이나 스탠퍼드 같은 대학은 첨단산업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20~30년 연구를 해온 연구실에서 석 박사 학위를 받은 학생들 중 많은 졸업생들이 기업화할 수 있는 아이템이 있으면 졸업 후 우리가 말하는 ‘벤처’ 사업을 하고 있다. 이들 벤처 기업가들은 먼저 공부하고 연구하던 연구실에다 기반을 두고 연구하고 개발한 20~30년의 뿌리 있는 연구 및 결과를 상업화해 남이 베낄 수 없는 고도의 기술을 갖게 됐다. 이런 벤처의 성공신화를 만들기 위한 첫째 조건은 대학의 교수와 연구실들이 세계적으로 앞서 있는 연구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한 것이다. 오늘날의 첨단연구는 예전과는 많이 다른 양상으로 연구의 규모와 크기가 엄청나게 커서 일개 젊은 연구원이나 조교수급의 연구자들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대형과제로 변모하고 있다. 좋은 예가 큰 가속기와 새로운 고성능 전자측정장치 같은 수십 수백억을 넘는 고가의 시설로 개인이 하기엔 너무나 고가의 설비들이 필요한 시기가 되어가고 있다. 이런 고가 대형장비의 구축은 각 분야에서 세계적인 리더급 연구자와 교수가 필히 있어서 이를 설계하고 또 운영할 때만 성공할 수 있다. 대학은 세계적인 연구를 위한 교수영입 등을 추진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지원을 해야 한다. 정부는 이런 연구환경을 조성한 대학을 선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현대 대학들의 연구들은 세계적으로 유일한 소위 말하는 ‘Big Science’를 조성하는 것이다.이를 뒷받침할 연구인력과 대학원생들은 대학이 책임지고 시설 등 장비의 연구개발은 국가가 책임지는 식으로 대학과 정부가 협력해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다. 이들 대형 연구과제의 특징은 세계적인 교수, 우수한 연구인력과 대학원생, 우리 고유의 시설 및 기계의 설계 설치인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연구중심대학을 선별 지원해야 할까. 연구중심대학은 대학의 확실한 의지가 필요하다. 자체의 투자가 연구에 집중되어야 하며 세계적인 리더급 연구 교수들을 영입해야 되고 이들로 하여금 우리만의 첨단 연구시설을 설계하며 운영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이런 지원을 받는 교수는 대학의 기본투자와 함께 국가의 지원을 요청 그 타당성 심사를 거쳐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하에 그 연구를 대학에서 수행해야 할 것이다. 이런 대학의 대형 연구의 결과는 우리 젊은 연구자들을 모을 수 있고 현재 잘못된 대학원생들의 ‘Exdos’를 막을 수 있다. 대학의 연구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몇십년에 걸친 꾸준한 연구로 한두개의 노벨상 급 연구를 할 수 있는 것이며 대학의 연구만이 이를 지원할 수 있다. 여기에 이러한 것을 알아주고 지원할 수 있는 곳이 대학이며 또 그래서 대학이 필요한 것이다.전자(Electron)의 발견은 오늘날의 전자현미경의 발달을 가져왔고 양전자(Positron)의 발견은 양전단층촬영기의 발달을 가져와 인류의 건강과 질병의 연구에 공헌하고 있듯이, 대학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많은 연구들은 그 나라와 더 크게 인류의 역사를 바꿔 놓고 있다. 우리도 우리의 우수한 대학에서 인류를 위한 새로운 연구를 통해 문화민족임을 알릴 수 있도록 대학의 연구를 지원해야 한다. 조장희 차세대융기원 특임연구위원·캘리포니아대학교 명예교수

[이슈&경제] 대학의 본업-연구의 세계화

우리는 대학 역사가 짧고 연구 기반이 부족해 대학을 ‘가르치는 곳’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연구하는 교수와 학자들이 모이는 곳이고 학생들의 교육은 이 연구활동의 한 선상에서 진행되며 미래의 연구인력을 키우는 곳으로 생각하는 게 선진국의 대학에 대한 개념이다. 물론 현대에 와서 학생 수도 많아지고 교육 평준화가 이뤄지면서 교육 부문이 커지기는 했지만 ‘연구’가 대학의 본업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인다. 미국의 최고 명문대학들은 모두 ‘연구중심’ 대학으로 대학의 모든 역량을 ‘연구’에 퍼붓고 있다.유럽의 명문 역시 ‘연구’를 대학의 최상위 목표로 해 대학의 운명을 걸고 있다. 오늘날 많은 대학은 연구역량을 키우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형 연구 과제를 유치하고 이에 따른 연구시설 및 연구비를 마련해 운영할 수 있는 우수한 교수 영입, 대학원 교육의 강화 등을 목표로 엄청난 재원을 쏟아부으며 노력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캠퍼스는 3천여 명이 일하는 거대한 핵물리를 중심으로 한 가속기 등을 가진 거대한 연구소를 50여 년째 운영해 오고 있다. 동부의 명문 아이비리그(Ivy League)대학들은 핵물리 및 기초과학연구에 많은 재원과 인원을 투입하고 있다. 우리도 노벨상 수상을 열망하고 있지만, 과학기술의 후발주자국가에는 힘들고 벅찬 게 사실이다. 노벨상은 많은 연구 중에서 역사상 없는 새로운 연구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선진국에서는 세계에서 처음 하는 거대한 실험기기와 인원을 투입해 장기간 연구하며 많은 젊은 과학자들이 연구비와 시설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게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이러한 것은 정부의 관료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 분야의 세계적 리더 과학자들과 교수들이 주도해야 하며 많은 경우에는 외부 석학을 영입해 연구를 설계하고, 계획해야 세계적인 경쟁에 앞서는 연구과제가 될 수 있다. 이런 학계와의 관계를 잘 알지 못하면서 값비싼 기기들만 수입해 설치하는 우리나라 과학 정책은 재원과 인적 자원의 낭비만 가져온다. 오히려 우리나라의 기초과학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연구 시설도 중요하지만, 과학자와 학자가 먼저 필요하다.다시 말하면 사람이 먼저다. 사람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국내에서는 외국의 우수한 과학자를 영입하는 수밖에 없으며 이를 우리가 적절하게 조화하는 게 한국 과학계가 해야 할 일이다.대학원 학생은 모든 연구에 핵심(Cream)이다. 젊은 학생들이 경험과 경륜을 쌓은 교수와 새로운 연구에 도전할 때 우리는 그 결과로 연구 경험과 전문가를 키울 수 있다. 따라서 이들 젊은 과학자들은 20~30년 후에 노벨상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졸업생의 일부는 벤처회사를 만들어 세계 그 누구도 하지 못한 앞선 제품을 생산해내고 또 국제 경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대학의 국가와 대기업의 지원이다. 선별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중국은 100개의 연구중심대학을 선별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5개의(120) 연구중심대학을 선별해 중점 지원하는 것이다. 대학의 선별적인 지원과 이를 바탕으로 한 ‘연구의 세계화’는 더는 늦출 수 없는 시급한 과제로서 범국가적인 정책이 나와야 한다. 신흥국으로 모범을 보이는 싱가포르 대학이나 홍콩 대학이 어떤 정책을 힘입어 어떤 교육과 연구를 펼쳐나가는지도 잘 봐야 할 것이다. 이러한 사례 등을 잘 살펴보고 우리가 기회로 삼아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 주위에 신흥국들의 성장과 발전은 너무 눈부시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의 발전은 우리가 본받아야 할 것이다. 조장희 차세대융기원 특임연구위원·캘리포니아대학 명예교수

[이슈&경제] 신 동도서기론(新 東道西器論)

동도서기론(東道西器論)은 19세기 초에 신기술로 무장한 서구 열강이 동양에 진출하기 시작하자, 전통적 동양의 정신은 지키면서 서양의 첨단 기술만을 받아들여 부국 강병하자는 개념으로 우리 조상의 나라 조선에서 나온 사상이다. 중국의 중체서용론(中體西用論), 일본의 화혼양재론(和魂洋才論)과 유사한 개념이다. 하지만, 조선의 동도서기론은 실패로 끝났고 111년 전 조선은 그 어떤 것도 자국의 뜻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 없이 화혼양재를 내세워 서양의 문물을 재빨리 자기의 것으로 습득한 일본의 식민지가 되고 말았다. ‘역사는 순환하는 것’이라는 이탈리아의 철학자 ‘잠바티스타 비코(Giambattista Vico)’의 말처럼, 역사는 과거완료된 것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다. 21세기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일제 식민 치하를 벗어나 한 갑자(甲子) 동안 기적적인 성공을 이뤘다. 그러나 더 이상의 발전은 더디고, 예후가 좋지 않다. 노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제일 빠른데, 출산율은 세계에서 가장 낮다. 이론적으로는 머지않아 우리나라가 지구 상에서 사라진다는 뜻이다. 지난 10년 동안 GDP가 2만 달러대의 트랩에 발목이 잡혀 있다. 이 모든 문제 해결의 열쇠는 하루빨리 2만 달러 트랩을 벗어나는 것이다. 해법은 빠른 추종자(fast follower)경제가 아니라 선도자(first mover)의 경제체제로 가야 한다는 것이며 그 방법이 ‘창조경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first mover 역할을 할 수 있는 신기술이 어디 말처럼 쉬운 것인가? 이는 기초연구를 기반으로 장기간 동안 온 힘을 다해 지속적인 연구 노력과 막대한 연구비의 투자에 의해서 얻어질 수 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 과학 분야에 20개의 노벨상이 나왔다. 단 한 개의 과학기술 노벨상도 받지 못한 우리나라에서 언제쯤 미래 먹을거리용 신기술을 만들 수 있겠는가?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기초연구와 원천기술 확보에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first mover가 이루어지는 시점까지는 타국의 신기술을 받아들여 우리의 것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 점에서 우리는 다시 동도서기론이 요구된다. 그러나 예전도 그러하였지만 전 세계 어디에도 우리에게 신기술을 줄 수 있는 나라는 없다. 방법은 줄 수밖에 없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져와서 우리의 것으로 다듬어야 한다. 그런 가능성이 있는 나라는 러시아다. 신기술은 특허 등 지식재산으로 무장 되어 있지만, 그 특허를 우회할 수 있다. 우주발사체 기술은 50년도 더 늦었다.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우리에게 발사체 기술을 주려는 나라는 없었다. 그러나 ‘나로호’는 성공적으로 발사되었다. 러시아로부터의 기술 이전 덕분이다. 우리는 제조를 하는 데 타고난 손재주가 있다. 머지않아 우주발사체 기술을 우리가 팔 수 있을 때가 곧바로 올 것이다. 어쩌면 ‘엘런 머스크(Elon Musk)’가 우리에게 발사체 제조를 부탁할지도 모른다. 19세기 조상의 나라 조선에서 동도서기론은 실패하였다. 전통문화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느끼는 것은 나쁘지 않으나 서구 열강의 신기술의 근원이 자유주의와 합리주의에 바탕을 둔 과학 정신이 함께하였음을 몰랐기 때문이다. 기술이전을 그저 국가주의적 정치 체제 유지를 위한 것으로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현재의 매출만을 위해서 노력하는 과학정책이 아니라 미래 먹을거리를 위한 기초기술의 이전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 지금의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조상의 나라 조선과는 다르다. 21세기 대한민국은 이제야말로 first mover를 창출하는 진정한 동도서기를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정부의 창조경제가 21세기 새로운 개념의 신 동도서기론(新 東道西器論)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의 이 뜻이 단장취의(斷章取義)가 아니길 바란다. 이철태 단국대 화학공학과 교수

[이슈&경제] 반구대 암각화가 주는 메시지

바위에 새긴 그림을 ‘암각화(petroglyph)’라고 한다. 선사시대부터 인류와 함께한 암각화에는 고대 생활상이 빼곡하게 담겨 있다. 주술적인 의미가 담겨 있고 사냥과 고기 잡는 모습으로 고대인 삶의 자락을 엿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20여 점이 알려져 있으나 그중 울산 반구대의 바위그림은 으뜸이라 할만하다. 국보 제285호로 지정된 그림에는 호랑이, 멧돼지 등의 짐승과 고래, 거북, 물고기 등 수천 개의 그림이 가득하다. 반구대 그림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점은 고래와 짐승들의 모습이 엑스레이(X-ray) 사진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마치 뼈를 나타낸 것처럼 몸통에 금을 그어 나누어 놓은 것을 보고 다양한 해석이 있었다. 일부 학자들은 사냥이나 고기잡이에 기여한 몫에 따라 나누는 행위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몸통의 빗금크기가 다양하게 표현된 것으로 보아 이런 유추는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성과공유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성과공유제란 대기업과 협력업체가 공동의 협력활동을 통하여 원가절감, 품질개선,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그 결과로 나타난 협력의 성과를 현금 보상, 장기 계약 등 사전에 합의한 계약에 따라 나누는 제도이다. 반구대 그림에서 본 것처럼 기여한 몫에 따라 나누자는 취지로 도입되었다. 시장과 기술이 급변하고 이들을 구성하는 요소가 복잡해지면서 그 어떤 대기업도 시장과 기술의 변화를 모두 따라잡을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기 힘든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기업은 글로벌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척박한 기업환경에서 자원을 어떻게 확보하고 이를 조정하고 통합하면서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중에서도 성과공유제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개방형 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일찍이 일본 도요타 자동차가 이런 성과공유제를 활용한 개방형 혁신활동을 통해 세계적 기업이 되었고, 미주나 유럽의 존 디어, 롤스로이스, 크라이슬러 등의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2004년 포스코가 생산성혁신을 위해 자발적으로 도입한 것이 시초이다. 최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상한 ‘공유가치창출(Creating Shared Value)’의 실천모델로서 성과공유제가 갖는 의미와 당위성은 더욱 자명해진다. 글로벌 경쟁에 직면한 대기업들은 다른 기업들의 다양하면서도 독특한 노하우를 활용하지 않고는 세계 최고의 위치에 설 수 없게 되었고 이런 점에서 개방형 혁신은 필수요소가 되었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은 중소기업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자신의 그것과 결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혁신은 혼자서 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 제도가 2차, 3차 협력기업 등 많은 기업으로 확산되지 않는다는 우려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초과이익공유제’, 혹은 ‘협력이익배분제’ 등이 바로 그것이다. 최근 기업 간 양극화가 심화되는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되어야 할 문제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의 현실성과 구체성은 다소 빈약해 보인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성과공유제는 더욱 다양한 모델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익배분에만 초점을 둔 다른 제도와는 달리 협력기업의 납품에 대한 품질개선 및 원가절감 등을 할 수 있고 공정관리 혁신, 신제품 또는 신공법을 개발하고, 이에 따라 창출된 성과를 나눌 수도 있을 것이다. 고대 암각화는 인류의 지혜가 녹아 있는 교과서다. 반구대 암각화는 생산과정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 성과를 배분하는 지혜를 가르쳐주고 있다. 물론 오늘날 생산과 분배, 소비과정은 고대와는 차이가 있겠지만 성과를 공유한다는 큰 틀에서 보면 비슷하다. 시대에 알맞은 성과공유제의 도입과 발전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정화 대중소기업협력재단 본부장

[이슈&경제] 멧돼지를 위한 항변

얼마 전 우리나라의 도시화율이 91%를 넘었다. 전 국민 10명 중 최소 9명 이상이 자연환경을 떠나 도시에 정착해 살고 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자연환경과 인간의 거주터가 맞닿아있는 농산어촌 지역에서 도시로 이주하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텅 비다시피 한 자연과 인간의 접경지역이 시간이 지날수록 급격히 늘고 있다. 이런 도시화와 맞물린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으나, 최근 거대한 몸집을 한 채 야생의 서식처를 벗어나 인간의 삶의 터전으로 진입해 인명과 재산피해를 일으키며 자신들의 목숨까지 잃는 동물로 뒤숭숭한 뉴스를 만나는 일이 적지 않다. 우리는 이 동물에게 난폭하고 사나우며 예측하기 힘든 행동을 보인다는 꼬리표를 달아주었다. 멧돼지가 그 주인공이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멧돼지와 달리 이 동물을 이해하려면 적어도 몇 가지는 되돌아볼 것들이 있다. 우선 멧돼지는 야생동물 중에서도 유달리 길게 발달한 코를 가진 동물인데, 이 코가 거의 완벽에 가까운 후각 능력을 갖추고 있어 개보다 더 뛰어난 탐지능력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아울러 이 코의 기능을 보완하고 생존능력을 증진시킬 수 있도록 발달된 것이 크고 넓게 발달한 귀다. 사실 멧돼지는 야생에서 이 두 가지 감각수단으로 지금까지 잘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런데 조물주가 너무 공평했을까? 불행히도 멧돼지의 시력은 있으나 마나 할 정도로 약한 편이라 수 미터 앞에 있는 사물을 명확하게 알아보지 못할 지경이다.이런 태생적 한계 때문에 언론과 뉴스에 등장한 멧돼지는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사람과 담벼락을 향해 돌진하거나 건물 출입문을 부수거나 자동차와의 정면충돌을 일으키기 등 험악하기 짝이 없는 행동을 보인다. 만일 멧돼지의 가시거리가 지금보다 2배쯤 증가한다면 아마 사람이나 사물을 그리 험악하게 들이받는 일은 현저히 줄어들지도 모른다고 판단된다. 실제 야생의 멧돼지는 아주 섬세한 동물이다. 소리에 민감하고 쉽게 놀라며 어디론가 도망가는 일에 엄청난 체력을 소모한다. 거대한 몸집에 비해 좁고 단단하기만 한 사지말단의 발가락들은 섬세한 방향전환에도 큰 도움이 못되며 이로 인해 오로지 앞으로만 달리는 것처럼 보이게 한 원인이 된다.약한 시력 때문에 좁고 복잡한 틈새를 새처럼 자유롭게 통과해 가지도 못하다 보니 큰 소리가 나거나 비명이 들리거나 움직임이 감지되면 그쪽을 향해 죽기 살기로 덤벼들 듯 질주하게 되는 것이다. 멧돼지와의 조우한 상황에서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딱 몇 초 동안만 침묵을 지키고 조용히 서 있거나 살짝 자리를 옮기기만 해도 충분하다. 오늘날 대한민국 땅에서 인간이 멧돼지와 충돌하게 되는 이유는 단순 명쾌하다. 그들의 삶의 터전으로 인간들이 ‘무단침입’했기 때문이다. 지구 상에서 다른 생물과의 지혜로운 공존을 잘 실천하지 못하는 유일한 동물…. 나 자신, 인간이 아니라고 부정할 자신이 있을까! 뻐드렁니처럼 기이하게 솟아오른 송곳니를 가진 야생의 멧돼지는 늘 고달프고 거칠며 아픔도 많다. 그에 못지않게 사람이 가진 멧돼지에 대한 인식 또한 아름답지 않은 쪽으로 튀어나와 있다. 그 튀어나온 인식의 방향과 길이만큼 멧돼지들의 삶은 정말 가슴 시리고 고달프며 온몸이 아프고 힘들다. 그들과 공존할 방법을 찾아야 할 때가 지금인 듯하다. 루소가 우리에게 남긴 말이 있다. “자연으로 돌아가라.” 그런데, 아쉽게도 여기에 세 글자 ‘맨발로’가 빠진 듯하다. 질주해오는 멧돼지에게 총을 들이대기 전, 맨발로 그들을 만나보자. 맨발은 멧돼지들이 살아가는 땅이 얼마나 험하고 거칠며 그들이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지를 절감하게 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박병권 한국도시생태연구소장

[이슈&경제] 원자력 이대로 사용해야 하나

에너지 없이 한순간도 존재할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에너지 빈곤국가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97%에 이르며 총 수입액의 37%가 에너지 비용이다. 그런데 원전이 도입된 1982년부터 2007년까지 물가는 220% 상승하였으나 전기 요금은 11.4% 상승하였다. 원전의 덕분이다. 이러한 경제적인 연유로 큰 저항 없이 24기의 원전을 설치하였다. 우리나라는 경수로 건설 및 운전기술에 관한 한 세계 최고의 수준이다. 그럼에도 방사능이라는 보이지 않는 공포로 원전 사고에 대한 염려가 늘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다. 역사상 대표적인 원전사고는 1979년 미국의 트리마일 원전사고, 역사상 최악으로 분류되는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2011년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다. 이들 원전사고 모두 인재로 인한 사고로 평가되고 있으나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지진발생으로 인한 쓰나미가 단초가 되었다. 2016년 9월12일 천년 고도 경주에 진도 5.8의 지진이 발생하였다. 1978년 지진관측이래 최강이라고 한다. 경주 지진은 양산 활성단층에 기인하며, 고리원전 인근 일광단층과 월성원전 인근에 울산단층이 모두 활성단층으로 조사되었다고 한다. 알고 보니 원전 설치에 부적합하다는 활성단층지역에 원전 14기가 모여 있는 셈이다. 온 나라가 화들짝 놀랐다, 식자우환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제는 이미 설치된 원전과 다시 올지 모를 미래의 지진에 대한 두려움에 빠졌다. 할 수만 있다면 원전을 회피하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그러나 사용하던 원전의 포기는 쉽지 않다. 원전의 포기는 에너지의 독립을 어렵게 하며 경제 생명체의 심장을 멈추는 상황과 다를 바 없다. 이러한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묘책을 생각지 않을 수 없다. 해답은 ‘소형모듈원전(SMR, Small and Medium-sized Reactor)’ 즉, 소형 원전이다. 이는 꿈의 원자로라 불리는 제4세대 원전으로서 3세대 경수로 원전보다 지속가능성과 안전성, 경제성, 핵확산 저항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것이다. 소형모듈원전은 기존 원전 발전용량의 5분의 1에서 10분의 1 수준이며, 원자로 냉각을 위해 바닷가에 설치가 불가피한 기존 원전과 달리 금속을 이용해 원자로를 식히기 때문에 육지나 땅속에도 설치가 가능하다. 특히, SMR의 하나인 SFR(Sodium Cooled Fast Reactor)은 사용 후 핵연료를 다시 연료로 쓸 수 있다는 점에서 핵 원료를 모두 수입하는 우리에게는 더욱 매력적이다. 설치 부품 수는 100분의 1에 불과하나 안전성은 1천 배 이상이다. 원전의 핵심 요구사항은 절대적 안전이다. 소형모듈원전의 안정성은 이미 입증되어 있다. 원자력 잠수함은 소형모듈원전의 안전성을 입증하는 실체이다. 미국과 러시아는 핵잠수함을 보유한 지 60년이 넘었다. 이러한 엄청난 장점과 경쟁력은 이미 수많은 나라의 관심을 고도화시키고 있다. 핵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이 발 빠르게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SMR이 이처럼 많은 장점을 가진 원자로이지만 정치, 경제적 이유로 침체 조정기에 놓여 있다. 더구나 SFR의 특성상 핵연료 주기기술 개발이 동반되어야 하며 이는 군사적 목적으로의 기술적 전용 가능성 때문에 핵 투명성 및 신뢰도 확보가 우리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멈출 수 없다. 우리나라도 한국형 SFR로서 ‘KALIMER -600’이라 명명된 중형원자로를 설계한 바 있다. 그런 측면에서 소형원전개발에 대한 기본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제는 우리나라가 소형원전개발에 주도적 역할을 하여야 한다.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다. 우리의 재주라면 금방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소형 원전이 우리의 미래 먹을거리가 될 수도 있다. ‘에른스트 슈마허(E.F. Schmacher)’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이를 두고 이름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철태 단국대 화학공학과 교수지식재산교육센터장

[이슈&경제] 과학기술발전의 중요성

현대 사회에서 경제, 산업, 그리고 과학기술은 떼어 놓을 수 없는 하나의 사슬로서 과학기술의 기반 없이는 경제와 산업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선진국들의 모든 공산품들은 임금이 싼 저개발국가에서 생산하고 개발국가들은 판매와 기본기술을 전수하는 식으로 바뀌고 있다.생산의 기본이 무너지고 궁극에 가서는 다시 과학기술의 후진국으로 전락하는 절차를 밟는 것을 말한다. 미국의 NASA나 첨단연구소에서 많은 초정밀과학 기재들이 일본이나 독일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은 좋은 예이다. 하지만, 미국이나 선진국들은 그들의 기본 과학기술과 산업구조를 계속 유지하면서 기술 이전 등을 잘 조절하고 있다. 계속해서 우주과학이나 기초 핵물리연구 등 첨단과학기술 발전에서 얻는 부산물을 가지고 개발을 추진하고 있어 개발도상국이 따라올 수 없는 고급기술에 의한 산업을 계속 발전시키고 있다. NASA와 같은 ‘묻지마’ 식의 첨단연구는 이 연구를 통한 부산물들이 미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고 있다. 또한, 산업경제를 뒷받침하는 대학들의 첨단과학기술연구이다. 소위 우리가 말하는 기초연구다. 미국이나 유럽의 대학에서 기초연구는 20~30년 계속해온 연구실에서 깊이와 폭이 넓은 연구를 꾸준히 한 연구들로서 이 연구결과는 물론 연구과정에서 얻어지는 많은 과학기술은 산업계에 새로운 고부가가치 제품들을 개발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특히 군수 산업과 같은 산업은 최첨단 과학기술의 기반이 없이는 할 수 없는 특수 ‘과학기술’의 산물이다. 선진국들의 대학과 첨단연구기관(NASA, 유럽의 핵물리연구소 등)은 ‘반짝’ 아이디어나 값싼 기술로는 할 수 없는 뿌리깊은 과학기술에 기반을 둔 제품들을 선보인다. 오랜 시간의 전문성과 많은 투자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것들이다. 오늘날 후진국들은 수백억씩 하는 F-35 전투기를 미국에서 사들일 수밖에 없는 궁지로 점점 더 몰리는 형편이다.그러면 왜 우리는 F-35 전투기를 만들고 스텔스기를 만드는 것을 하지 않고 있는가? 틀림없이 5년, 10년 후에는 더 복잡하고 더 하기 어려운 어려운 기술이 필요할 텐데, 우리는 영원히 선진국의 ‘과학기술 노예국가’가 되어야 하는가? 대답은 명확하다. 우리가 서툴고 미숙하더라도 이러한 첨단기술을 우리가 하겠다는 의지와 결심이 필요하다. 과학기술 발전에는 ‘왕도’가 따로 없다. 연구와 개발에 돈과 인력을 투자해야 한다. 이 투자는 우리한테 언젠가는 돌아오게 된다. 우리는 몇 십조의 돈을 미국이나 이스라엘에 주면서 우리의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서 헤매고 있다. F-35나 스텔스기는 ‘우리가 만들 수 없다’라고 미리 단정하는 것은 정부의 정책 부재이다.이들 첨단과학의 원천기술은 외국에서 수행하게 하면서 우리나라 대학들은 연구비가 없어서 젊은 대학원생을 전부 외국으로 유학시키는 실정이다. 최근 서울 공대에 대학원생이 정원 미달이라는 보도가 난 적이 있다. 이공계 대학의 상징이라고 하는 서울공대가 이 지경이면 다른 곳은 말할 것이 없을 것이다. 학생당 월 100만 원의 학비가 필요하다고 하면, 5만 명의 대학원생을 지원하는 데 연 5천억 원이면 충분하다.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의 1/10도 안 되는 액수다. 정부와 기업이 미래를 위한 투자에 이렇게 인색할 수가 있는가. 청년실업도 문제지만 우리의 미래는 무엇이 있는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남의 연구개발 성과만 베껴 올 것인가, 아니면 우리 원천기술개발로 당당히 우리 고유의 첨단산업을 키울 것인가. 미래를 보고 오늘을 참아야 한다. 그리고 과학기술에 투자해야 우리 청년들의 미래가 보인다. 오늘도 중요하지만, 내일도 중요하며 내일이 없는 나라는 희망이 없는 나라다. 조장희 차세대융기원 특임연구위원·캘리포니아대학 명예교수

[이슈&경제] 황금을 만들 것인가, 챙길 것인가

삼성과 애플 사이에 특허권 분쟁이 발생한 지 5년째다. 그 분쟁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잘 기억하진 못하지만, 소송의 결과로 나오게 된 천문학적 배상금의 규모는 많은 사람을 놀라게 하였다. 삼성과 애플의 이 분쟁은 많은 사람들이 지식재산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였으며, 특허 등 지식재산이 큰돈을 벌게 하는 막연한 재산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였다. 좋은 특허는 황금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좋은 특허를 만든다는 것은 황금을 만드는 것으로 비유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황금을 만드는 사람이 반드시 그 황금을 챙기는 사람일까? 60대 이상 나이의 사람들 중엔 ‘삼손과 데릴라’라는 할리우드 영화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 영화는 1949년 세실 B. 드밀 감독이 구약성경 사사기에 나오는 이야기를 영화화한 것이다. 빅터 매추어(Victor Mature)가 삼손역을 맡았고, 데릴라 역은 헤디 라마(Hedy Lamarr)가 맡았다. 1914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출생한 헤디 라마는 1940년대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꼽힐 정도로 눈부신 미모를 지닌 배우였다. 그녀는 클라크 게이블, 스펜서 트레이시, 라나 터너와 함께 할리우드 영화판을 주름잡은 당대 최고의 여배우였다. 너무나도 관능적이고 유혹적인 데릴라의 아우라(aura)를 남긴 걸작 ‘삼손과 데릴라’를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걷던 헤디 라마는 마흔네 살의 나이에 은퇴했다. 그녀는 여섯 번의 결혼과 이혼을 했으며, 2000년 마이애미에서 생을 마감하였다. 그녀는 영화배우로서가 아니라 발명가로서 지금의 경제규모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크기의 황금을 만들었지만, 말년의 생활은 경제적으로 그리 여유롭지 못했다. 그녀가 만든 엄청난 크기의 황금이란 무엇인가? 그녀가 오늘날 이동통신의 핵심기술인 ‘와이파이(Wi-Fi)’ 발명에 핵심적인 원천 특허의 발명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1942년 미국특허 229만2천387번으로 등록된 ‘비밀통신시스템(Secret Communication System)’이 바로 그것이다. 이 특허의 출원 당시는 세계대전 중으로, 어뢰 원격제어 등에 필요한 통신 방식이 고정 주파수를 이용한 것이라 적군에 송수신 정보를 탈취당하기 쉬웠던 점이 문제였다. 헤디 라마가 고안한 아이디어는 통신 주파수의 스펙트럼을 흩트려 탈취를 방지하는 것이었다. 그녀의 특허 아이디어는 무작위로 피아노 건반을 쳐서 소리를 보내듯 어뢰에 88가지 주파수를 이용하여 제어 신호를 보내는 것이었다. 헤디 라마의 이 특허 기술은 훗날 케네디의 쿠바 봉쇄 시기에 군사무기로 개발되었으며, 오늘날 IT기술의 상징인 CDMA를 토대로 셀네트워크, 블루투스, 와이파이(Wi-Fi)에 녹아들었다. 하지만 이 기술은 2차 세계 대전이 끝날 때까지도 군에서 채택되지 않았다. 헤디 라마의 위대한 공적은 1997년 들어서야 세상에 알려졌고, 그 해 미국 전자프론티어재단(EFF) 등으로부터 많은 과학 관련 상을 받았다. 하지만 그녀의 특허권은 1959년 만료돼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했던 그녀의 말년에 자신의 발명으로부터 어떤 이득도 얻지 못했다. 그녀는 상상도 못할 거대한 황금을 만들었지만 그 황금을 조금도 챙기지를 못한 것이다. 황금을 만든 사람이 될 것인가, 아니면 챙기는 사람이 될 것인가는 자신의 선택이다. 우리 사회는 이미 지식기반 경제체제에 접어든지 오래다. 지식재산에 대한 관심과 상식이 더욱 필요한 시기에 우리가 살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철태 단국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지식재산교육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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