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 국민소득이 선진국대열에 합류한 지 한참 됐다. 전 국민의 교육열은 전 세계를 지배한 지 더 한참 된 듯하다. 이렇게 우수한 능력을 자랑하는 국민 앞에 참담하기 짝이 없는, 세상의 아름다움과는 한참 멀어진 정치적 상황이 발생했다. 이를 언론의 제호로 뽑아낸 표현 중 일부는 적지 않은 사람들을 참으로 어처구니없게 만드는 내용으로 반복됐다. 이제 그런 표현은 절대 사용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식물대통령’, ‘식물국회’, ‘식물정치’, ‘식물경제’ 등이다. 식물이 뭘 어쨌다는 것인가. 정치ㆍ사회적으로 역사에 큰 물의를 일으킨 그들과 식물이 무엇이, 또 어떤 점이 연관됐거나, 닮았거나, 비슷하거나 또는 같다는 것인가. 물론 위에 언급한 식물이 들어간 직위나 상황이나 형국이 갖는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세상 모든 것을 그렇게 다 철저하게 들춰보고 파헤치고 털고 완벽에 가깝게 분해해가며 그 과정을 소상히 소개하는 언론에서 어찌 식물에 대해 마치 대충 대강 얼렁뚱땅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듯한 표현과 결론으로 상황을 그려내고 마치 비장의 무기를 꺼내 쓰듯 잊을 만하면 자랑스럽게 재활용하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식물이 뭐가 부족하기에 저들이 잘못하는 일이라도 드러나면 식물대통령이 나오고 식물장관이며 식물국회가 나오는 것인가. 글자 그대로라면 식물이 그들만큼 그렇게 지탄받아야 하고 잘못한 것이 많으며 비상식적이고 무능하다는 것인가. 우리는 식물이 인간보다 얼마나 위대하고 얼마나 소중하며 얼마나 완벽한지를 도대체 알고 있기나 한 것일까. 아마 식물을 청문회 하듯 조금이라도 들춰보고 털어보며 지켜보았던 적이 있었다면 결코 이런 저렴한 표현의 주인공으로 삼지는 못했을 것이다. 여러분이 몸져누워 힘들어 할 때 그들은 용광로를 방불케 하는 열과, 온몸을 불태우듯 녹이는 화학물질의 접촉과, 세상을 다 부숴버릴 것 같은 압력이나 비틀림을 통해 자신의 모든 능력을 항생제, 항균제, 소염제, 진통제, 항암제 등으로 짜내어 당신의 몸을 일으켜 세우는 일에 주저 없이 내밀었다. 당신의 회복은 곧 식물의 헌신이 만든 경이로움 덕분이다. 매 끼니 식탁에 올라오는 음식물의 대부분 식물의 몸이다. 지치고 힘든 일상을 벗어나 쉬고 싶고 치유 받고 싶을 때 여러분이 가장 많이 찾는다고 조사된 숲, 식물이 만든 도시이다. 단 5분도 쉴 수 없는 호흡에 절대 필요한 산소. 그건 식물이 쓰고 버린 노폐물이다. 그 노폐물에 우리의 생명이 달렸다. 전 세계 모든 인류가 먹고 마시며 즐기는 순간 지구 상의 모든 식물들은 그 다음을 위해 또다시 달려들 인간들을 위해 단 1초도 쉴 틈 없이 햇볕을 만나 보충하고 재생하며 재공급하느라 정신이 없다. 인간이 살아있는 거의 대부분의 이유는 식물이 단 한 번의 불평불만도 없이 태양을 만나 중노동에 가까운 노력을 해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일평생 단 한 번도 노사분규나 임금투쟁, 집단적 이기주의를 주장하는 정치적 혼란(?)이 없었다. 이 나라를, 이 세상을 올바른 길로 이끌고자 꿈꾼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기 삶에 주어진 시간 중 단 0.1%만이라도 식물처럼 생각하며 그들처럼 살아보자. 그들은 모든 것을 내어줄 줄 알며, 모든 것을 받아들일 줄 알고,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해결하며, 결코 서두르거나 무리하는 법이 없다. 평생을 살다가 죽어도 그들에게 제사 한번 지내주는 법 없지만, 그들은 세상 모두에게 피와 살이 되는 거름이 될 뿐, 온 국민을 촛불 세상으로 내몰지 않는다. 권력에 조금 다가섰다는, 재산깨나 모아 두었다는, 이름값 좀 얻었다는 너희. 얘들아! 제발 평생 단 하루만이라도 식물처럼만 살아주면 안 될까? 박병권한국도시생태연구소장
오피니언
박병권
2016-12-11 2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