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상생결제시스템의 성공조건

어음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 된다. 서양이 아니라 동양에서 시작되었다는 점도 흥미롭다. 기록에 의하면 약속어음(promissory note)은 당나라 때 처음 사용되었다고 한다. 당시 차를 거래하는 상인들이 부피와 무게가 나가는 동전을 대신하여 결제수단으로 가벼운 약속어음을 사용했고 이것이 바로 비전(飛錢)이다. 돈이기는 한데 날아 갈 듯 가볍다고 해서 ‘날으는 동전’이라는 별칭으로 불린 것도 재미있다. 중국의 어음제도가 유럽으로 건너간 것은 마르코 폴로의 혜안 덕분이다. 무거운 동전꾸러미 대신 어음 한 장으로 거래하는 중국인의 지혜에 유럽인들은 놀랐다. 어음은 1325년 밀라노에서 시작되어 제노바, 바르셀로나 등 상업도시에서 널리 통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30년 제네바협약은 어음에 대한 규정과 교환방식 등 국제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편리성에도 불구하고 국제적으로 어음 사용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지난 24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중소기업 대표들은 불합리한 어음제도를 폐지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어음거래를 하는 중소기업 500곳을 대상으로 최근 ‘어음제도 폐지에 대한 중소기업 의견조사’를 실시한 결과, 중소기업 10곳 중 7곳은 어음제도 폐지를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음제도 폐지에 찬성하는 이유로는 ‘결제기일 장기화로 인한 자금운영 애로’(78.1%), ‘어음부도로 인한 자금 미회수’(58.1%), ‘할인수수료 비용과다’(26.0%)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최근 1년간 수취한 어음 중 가장 길었던 어음의 결제기일 평균은 107.9일로 조사됐다. 반면 금융당국은 일부 부작용은 이해하지만 완전 폐지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업 간 거래 위축과 자금 조달의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신 어음 지급 기간을 단계적으로 단축하여 오는 2021년 전자어음 최장 만기일을 1년에서 3개월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산업부와 대중소기업협력재단에서는 결제기간의 장기화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3월 이른 바 ‘거래혁신’이라 할 수 있는 상생결제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제도는 대기업이 협력사에게 납품대가로 상생결제채권을 지급하고 2차 이하 협력사는 이 채권을 결제일 이전에 거래은행을 통해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스마트 금융이라고 하겠다. 상생결제제도는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금융비용을 크게 경감시켜 준다. 까다로운 심사나 추가적인 담보가 필요 없고 대기업의 금리로 할인을 받으므로 협력사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둘째, 약정을 체결하면 바로 활용할 수 있다. 시중은행의 온라인 결제상품이기 때문에 즉시 활용이 가능하다. 셋째, 부도위험이 없어 안전하다. 상생결제채권을 사용하면 상위 협력기업이 부도가 나더라도 연대보증책임이 없으므로 연쇄부도를 방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1차 협력사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정부는 이를 촉진하기 위하여 작년 말 조세특례법을 개정하여 중소기업이 상생결제채권으로 결제한 금액에 대해 최대 0.2%를 법인세에서 공제해 주기로 했다. 7월 말 기준 상생결제시스템을 도입한 대기업과 공공기관 수는 247개이고 누적 이용금액은 61조원에 이른다. 짧은 기간에 나타난 의미있는 실적이다. 민간부문과 공공기관 그리고 정부가 함께 본 제도의 확산에 박차를 가하면 이용금액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중국인들이 애용했던 어음은 디지털시대를 맞아 사용이 감소하고 있다. 효율성과 안전성에서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위해 상생결제시스템을 공공부문까지 확산하고, 병목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중견기업과 1차 협력사의 참여확산을 위해 조세특례법상 세금공제대상에 중견기업을 포함시키도록 할 계획이다.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이 제도에 많은 기업들의 동참을 기대해 본다. 이정화 대중소기업협력재단 본부장

[이슈&경제] 정치의 계절로 접어드는 중국

5년마다 한 번씩 개최되는 중국의 당 대회는 향후 5년간 중국의 기본방침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회의고, 그 직후에 열리는 당 중앙 1차 전체회의, 즉 1중 전회에선 총서기를 비롯한 정치 상무위원 등 중국의 핵심 지도체제가 확정된다. 따라서 내년 가을 제19차 당 대회를 1년 앞둔 지금, 정치의 계절이 시작되고 있단 얘기들이 중국내외 도처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시진핑 총서기가 지금까지 68세 이상이면 정치국 상무위원을 못 하게 하는 내규를 바꿔서 측근인 왕치산 상무위원 겸 규율검사위원회 서기를 재선시키려 한다든지, 왕치산이 재선되면 시진핑 주석의 장기집권 포석이 시작될 거라는 풍문이 있고, 한편에선 그 때문에 이를 저지하기 위해 다양한 세력들이 결집해서 대항하려고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물론 진위는 명확치 않다. 다만, 사실로서 확인할 수 있는 건 후진타오 전 총서기와 리커창 총리의 출신모체라 할 수 있는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에 대한 당의 지도가 한층 강화되고 있단 점이다. 예컨대 금년 2월에는 규율검사위원회가 사찰단을 파견했는데, 그 결과 현재 공청단에는 당의 지도력이 약화됐고, ‘지나친 기관화, 관료화, 귀족화, 오락화현상’ 등의 문제점이 만연하다는 강력한 비판이 있었다. 또 8월2일에는 중국 최고권력기구인 당 중앙위원회의 비서실이라 할 수 있는 중앙 반공실에서 ‘공청단 개혁방안’을 발표, 공청단에 대한 당의 영향력을 강화함과 동시에 중앙 및 지방정부에서의 공청단 출신 간부를 줄이고 중앙에서 직접 각 직급 및 업무에 인재를 파견하겠다고 하고 있다. 현재 중국정치를 분석하고 있는 분들 중 상당수는 중국의 3대 정치세력(태자당, 상해방, 공청단) 중 장쩌민 전 주석의 상해방 측근들이 부패혐의로 거의 몰락한 데 이어 후진타오, 리커창으로 이어지는 공청단도 급속히 위축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중국의 정치지형에 큰 변화가 올 거라고 보고 있다. 물론 일정기간 세력 간 다툼과 경쟁이 있긴 하겠지만, 한마디로 결국 시진핑 주석 중심의 권력집중현상이 강화될 거라고 한다. 문제는 정치의 계절이 시작되면서 경제정책이 일관성 없이 흔들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단 점이다. 겉으론 경기진작과 구조개혁을 놓고 경제정책의 노선대립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정치세력 간에 경쟁을 하고 있단 얘기다. 예컨대 금년 1분기의 고정자산투자와 금융통계가 발표됐을 때, 시장 일부에선 적절한 금융완화정책으로 경기가 바닥권을 다지고 회복세로 돌아설 거란 기대가 나왔었다. 하지만 5월9일자 인민일보의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劉鶴)과의 ‘당면한 중국경제’란 인터뷰 기사에선 경기회복을 급히 서두르면 레버리지를 높여 오히려 중국경제의 위험만 높인다는 강한 비판이 실렸다.말하자면 연초부터 리커창 총리가 진두지휘한 금융완화 등 경기진작책보다 시진핑 주석이 양회 때 강조한 공급개혁 즉 구조개혁을 강조한 셈이다. 그 결과인지 몰라도 1~3월 중 전년 동기대비 10.7%까지 증가했던 고정자산투자는 1~7월 중 8.1%로 하락하고 있다.그만큼 경제가 정치에 휘둘리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가뜩이나 성장률과 구조개혁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지방정부에 있어선 중앙에서의 정책혼선이 주는 영향이 클 거라는 게 시장 의견이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이슈&경제] ISA 제도 개선이 필요한 이유

세제혜택의 통장으로 부상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ISA에 대해 얼마 전 3개월 수익률 발표가 있었다.이번 수익률은 신탁형을 제외한 일임형 ISA에 대한 것이었는데, 최근 자료에 의하면 증권 및 은행 등에 238만 명이 가입했고 가입 총금액은 2조5천억, 1인당 평균 가입금액은 10만6천원 정도라 한다.ISA수익률 상위 10개 상품을 살펴보면, 100만원을 투자했을 경우 연간 세제혜택(평균 4천367원)을 포함한 실 수익은 연 2만8천360원이고, 이만큼의 혜택을 받기 위해 수익률에서 차감된 일임수수료는 평균 1만3천100원 정도로 나타났다. ISA는 본래 저금리 저성장시대에 개인의 종합자산관리를 통해 재산형성을 지원하는 절세 계좌로서 기존의 세제혜택 제도와는 다른 형태로 도입되었다. 그러나 도입 취지와는 다르게, 비과세 혜택보다는 증권사 등 금융사에 3~4배까지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단기이기 때문이 아니라, 앞으로도 대다수 계좌에서 계속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면 생각해 볼 사안이라 할 수 있다. 금융소비자가 얻는 세제혜택 금액보다 증권사나 은행에 지불하는 수수료가 평균 2~4배 정도 큰 것으로 밝혀진 것은 결국 ISA 계좌가 결국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세제혜택이 없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세제혜택도, 수수료도 금융사가 가져가는 환상의 로비 상품이 되었다고 할 것이다. ISA가 ‘국민 부자 만들기 상품’이라고 했던 금융당국의 말이 무색게 하는 대목이다. 시행 초기이기 때문에 단정할 수 없는 것이라는 등의 변명과 이유를 대겠지만, 면밀한 검토를 통해 제도의 변화나 새로운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일부에서는 가입대상을 주부 등으로 확대하는 등의 대책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는 문제의 본질을 모르고 하는 주장이 아닐까 싶다. 금융관련 단체에서는 ISA 계좌는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기존 상품 대비 낮은 수수료를 적용하고 있고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도록 특별한 혜택을 주는 상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과거보다 어떤 경우를 막론하고 더 많은 수수료를 지급하는 구조이고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과거 금융소비자가 받았던 세제 혜택이 금융사의 수익으로 전환된 것이 ISA 계좌라고 할 수 있다. 세제 혜택 통장이라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세제 혜택이 없는 통장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ISA를 ‘부자 만들기’ 통장이라며 세제 혜택만 부각시키는 가운데 수수료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무차별적인 판매는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기획재정부의 ‘ISA 조세특례 예비타당성 조사’ 보고서에서 기재부는 ISA 시행 5년간 1.65조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는 연간 3천300억 원의 세수감소를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ISA 도입 당시 수수료 문제를 전혀 인지하고 있지 못하고, 과거의 재형저축처럼 세수 감소분이 전체가 가입자(국민)가 혜택을 보는 것으로 이해한 것으로 보인다. ISA의 본질적 문제는 ISA의 세제혜택 이익이 국민 즉, 금융소비자에게 준 것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혜택은 금융사가 독점하는 구조라는 것과 세제혜택 조차도 손실이 나면 못 받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금융상품의 세제혜택조차도 금융사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이다. 이제는 금융전문가들은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이러한 문제를 가진 ISA 제도를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

[이슈&경제] 내수부진의 끝은 언제인가

커다란 공장에 한 명이 근무하고 있다. 공장의 문을 지키는 경비원이다. 동네의 수많은 상점들은 활기가 없다. 자영업자들의 얼굴에는 걱정이 그려져 있다. 점잖게 차려입은 청년들이 대기업을 향하고 있다. 1명을 채용하는 회사에 수많은 면접자들이 몰린다. 며칠 후 채용된 청년 1명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또 한번 실패를 경험한다. 희망을 가지고 공부해야 하는 학생들은 걱정을 가지고 고민한다. 졸업 후 진로가 보장될지 모르는 불확실성은 청년의 한숨을 크게 만든다. 장년층은 은퇴를 해도 여유를 갖지 못한다. 일자리도 없고, 불황을 이겨낼 자신감도 없다. 내수 부진은 근로자들에게도, 자영업자들에게도, 청년들에게도, 학생들에게도, 장년층에게도 예외 없이 찾아왔다. 내수부진은 계속되고 있다. 내수라 함은 소비와 투자를 가리킨다. 먼저 소비는 지속적으로 경제회복을 지연시키고 있는 모습이다. 2014년 민간소비 증감률은 1.7%, 2015년은 2.2%로 경제성장률을 지속적으로 하회하고 있다. 물론 민간소비는 2016년 1분기 2.2%, 2분기 3.2% 증가하였지만, 2015년 메르스 사태에 따라 나타난 기저효과로 소비가 회복되었다고 말할 수 없다. 민간소비의 성장기여도 역시 2011년 1.5%p 수준에서 2015년 1.1%p로 하락하였고,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한편, 투자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설비투자 증감률은 2016년 1분기 4.5%, 2분기 2.6%를 기록하고 있다. 공장들이 문을 닫는 상황에 투자를 늘릴 수는 없는 상황이지 않은가? 내수부진은 참을 수 있지만, 나아질 여지가 안 보인다는 점에서 걱정이 쌓인다. 소비의 경우, 고용시장이 불안하여 소득이 불안한 반면, 가계 부채는 쌓이고 있어 소비가 진작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가계부채는 2016년 3월 말 현재 1,223.7조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1.4% 늘어났다. 한편,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이 가속화됨에 따라 주거비 지출 부담이 늘어 소비로의 연결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장기적으로도 평균소비성향이 낮고, 소득수준이 불안한 노인인구가 확대되면서 소비가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투자 회복도 불투명해 보인다.과잉생산능력으로 설비투자가 침체 중인 가운데, 하반기에 예견되는 국내 산업의 구조개편과 맞물리면서 투자가 확대되기 어려워 보인다. 더욱이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어,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의지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 기업들은 내수부진을 이겨낼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먼저, 기업들은 소비 패턴 변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옴니채널 쇼핑, 간편 결제 선호, 고가 또는 저가의 양극화 소비, 공유경제형 소비 등의 주요한 소비 패턴 변화에 적합한 상품과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변화하는 소비패턴을 무시한 채 기존 방식을 고수하는 기업들은 거대한 파도 앞에서 무방비로 바라만 보는 사람과 다를 바가 없다.또한, 불확실성이 높아 아무도 뛰어들지 않는 시점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증진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향후 유망한 산업이 무엇인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M&A를 통해 새로운 산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수도 있다. 신시장을 파악하고, 규제 및 경제정책 등의 환경변화를 판단하여 신시장을 개척할 수도 있다. 정부는 기업들이 내수부진을 이겨낼 수 있도록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 얼마 전 경기부양을 위해 강도 높은 추가경정예산안을 발표했다. 추경예산의 규모도 중요하지만, 그 쓰임이 더욱 중요할 수 있다. 이미 일각에서는 추경의 성격과 맞지 않고, 경기부양의 궁극적인 목표달성에 부적합한 항목들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업들이 내수부진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일에 초점이 기울여져야 할 것이다.정부의 예산은 중소기업들이 R&D 및 상품개발을 위한 투자를 증진하는 데 마중물 역할을 해야만 한다. 우수한 아이디어와 기술력이 있어도 적절한 사무공간을 마련하지 못하는 기업들을 지원해야 한다.소비 패턴 변화를 이해하고, 유망산업 및 신시장을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교육정보 플랫폼을 확대해야 한다. 기업들이 내수부진을 이겨내고, 적극적인 투자를 할 때 경제는 선순환할 수 있다. 기업들의 투자는 일자리를 만들고, 국민의 소득수준을 개선시켜, 소비가 진작될 수 있다. 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이룩되면 희망도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찾아올 것이다. 김광석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

[이슈&경제] 수도권 주민 ‘삶의 질’ 개선 위한 GTX 조기개통

OECD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삶의 질은 34개 회원국 중 27위이다. 34개국 회원국 중에서 가장 낮은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왜 그럴까? 너무 일하는 시간이 많아서일까? 한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는 국민이다. OECD 통계를 보면 한국 직장인들의 1인당 평균 근로시간은 2천124시간으로 34개 OECD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 다음으로 길다. 한국 직장인들은 OECD 회원국 평균 1천770시간보다 연간 354시간 더 많이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하는 시간이 길다보면 삶의 질을 누릴 여유를 가지기 힘든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최근 수도권 직장인 1천22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다소 의외로 느껴지는 응답이 나왔다. ‘직장생활에서 가장 서러움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라는 설문조사에서 압도적으로 나온 대답은 ‘만원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긴 시간 출퇴근 할 때’라는 응답이었다. 응답자들의 거의 절반은 긴 통근시간으로 인한 수면부족을 호소하였으며 특히 긴 통근시간으로 인해 가족들과 같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불만을 크게 드러냈다.OECD통계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들의 통근시간은 OECD 국가 중 가장 길다. 한국 직장인들이 통근하는 데는 평균 58분이 걸려 OECD 평균(28분)의 2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근 시간이 가장 짧은 노르웨이(14분)와 스웨덴(18분)의 3~4배나 됐다. 왜 우리나라, 특히 수도권의 통근시간이 이처럼 길게 나타나는가? 크게 2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첫 번째 이유는 잘못된 도시ㆍ주택정책 때문이다. 급증하는 수도권 주택수요를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정부는 서울외곽에 일종의 침상형 신도시를 대량으로 건설했다. 일자리는 주로 도심에 몰려있고 주거지는 외곽에 분산되어 있는 이른바 ‘직주분리’ 현상으로 인해 매일 출퇴근에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대도시 교통관리정책의 실패를 들 수 있다. 1980년대 이후 일산ㆍ분당 등 수도권 외곽에 신도시가 건설돼 통근 수요는 늘어난 데 비해 교통수단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신도시 건설로 고양, 성남 등 경기도 도시들의 인구는 2~5배까지 늘었지만 광역철도 같은 대중교통수단의 공급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교통연구원 조사 결과, 수도권의 면적(1만789㎢)과 인구(2천280만명)를 고려했을 때 주요 선진국 도시보다 광역철도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수도권의 광역철도 보급 수준은 면적 기준으로 볼 때 도쿄 권역의 54%, 런던 권역의 11%, 파리 권역의 62%에 불과하며, 거주 인구 기준으로는 도쿄 권역의 55%, 런던 권역의 24%, 파리 권역의 28%에 그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하 40~50m 깊이 터널로 고속열차가 시속 200㎞까지 달릴 수 있는 GTX사업 등과 같은 획기적인 광역철도 보급 사업을 강력하고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 교통전문가들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수도권 동서남북을 커버하는 GTX 3개 노선 등 계획된 광역철도 구축 사업이 마무리되면 수도권 통근 시간이 40분 미만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난다.그만큼 수도권 주민들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삶의 질 수준이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 수도권 통근자들의 복지 향상을 통한 삶의 질 개선을 위해 GTX 조기개통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이유이다. 허재완 중앙대학교 도시계획학과 교수

[이슈&경제] 새로운 금융서비스, P2P 시장의 기대와 우려

최근 P2P 대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P2P란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과 이들에게 돈을 빌려줄 사람을 직접 연결해 주는 새로운 온라인 금융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P2P라는 용어가 일반에게 크게 부각되고 언급된 시기가 1년 정도라 할 수 있지만,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실행된 대출 규모는 1천500억 규모로 급성장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출금의 50%는 법인, 즉 회사가 대출받고 있으며 대출자의 85%가 개인이라고 한다. 이는 현재 서민과 중소, 영세기업들의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저금리의 영향으로 비교적 높은 수익을 노리고 P2P 금융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현재 P2P 투자는 전적으로 업체에만 의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보니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정보를 얻기가 어렵고 판단하기 쉽지 않다. 어떤 점에서는 전적으로 P2P업체만 믿고 투자하는 구조가 되고 있기 때문에 결코 위험이 작다고 보기 어렵다. P2P라는 새로운 유형의 금융상품은 불법 금융사기에 아주 적절한 새로운 도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시장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여러 문제들을 얼마나 제도적으로 줄일 수 있느냐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얼마의 수익을 주겠다는 식으로 투자자를 모집하거나 현혹하여 자금을 모으는 행위, 엉터리 업체에 대출을 해주어 부실하게 운영되는 등의 다양한 피해유형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다. P2P는 최근에 나온 금융서비스로서 아직 관련된 제도가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이고, 이로 인해 불완전한 업체의 영업행위나 이에 관련한 투자자 보호 측면 등을 고려하면 많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투자자들의 P2P투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P2P 투자시 대출처의 정보와 업체의 신용평가능력을 확인하고 부실위험 등을 투자자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하며, 소액투자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앞으로 P2P는 새로운 온라인 금융시스템이자 핀테크라는 새로운 벤처기업의 출현이라 할 수 있고 새로운 금융사업이라는 측면에서 경쟁력 있는 금융의 한 업권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당사자들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이러한 방향에서 신금융 부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업권의 자율적 규제 정착 및 시장의 모니터링 강화를 통한 신뢰 제고, 개인정보 보호와 투자금 회수를 위한 투자자 보호방안, P2P 업체의 책임범위 및 공시시스템 도입과 같은 관련 제도의 정교한 도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

[이슈&경제] 부채증가로 유동성 위기가 커지는 중국

브렉시트 이후 중국은 주가상승 등 혜택을 받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내부적으론 부채증가에 따른 위기감이 여전하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지난 6월16일 쓰촨성의 한 석탄기업이 회사채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등 금년 들어 벌써 18개사가 부도가 났다. 시장일각에선 이건 시작해 불과하다고 한다.금년 하반기 중 만기가 돌아오는 중국기업들의 회사채규모가 전대미문(前代未聞)인 무려 1.94조 위안(350조원)에 달하기 때문. 구조조정에 시달리는 석탄, 철강, 조선, 시멘트 등 구경제기업들이 많아서 부도위험도 그만큼 크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의 부채 총규모는 168조 5천억 위안으로 GDP의 250%. 국가와 가계 빚은 많지 않지만, 기업부채는 약 116조 6천억 위안(2경 988조원)으로 총부채의 70%, GDP의 173%로 엄청나다. 일본 버블 극성기(1989년)의 132%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이다. 특히 금년 3분기에 신용등급이 낮은 소위 ‘정크채’ 만기가 집중돼서 대규모 디폴트가 발생할 거로 예상하는 의견도 있다. 아직은 부실채권이 아니지만 기업구조조정과정에서 부실화될 수 있는 요주의채권도 빠르게 늘고 있어서 경우에 따라선 은행의 부실채권에서 발생할 손실이 1조 달러 이상일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은행의 자본건전성측면에서 부실채권비중 3~4%는 충분히 흡수할 거라고 봐왔지만, 현 부실채권의 증가속도로 볼 때 그 비중이 5%를 뛰어넘어 은행에 상당한 부담을 줄 거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해 초 홍역을 치렀던 자본유출과 외환보유고 급감상황도 만만치 않다. 5~6월초만 해도 헤지펀드들의 공격으로 ‘중국의 6월 위기설’이 외환시장에선 꽤 회자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달러강세기대로 달러매수, 위안화매도가 늘어나 금년 초처럼 자본유출에 외환보유고가 또 다시 털릴지 모른다는 우려다.물론 미국이 금리인상을 연기함으로써 일단 숨통은 트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왜냐하면 미국금리 인상이 없더라도 중국 내부적으로 수출회복과 경기부양, 부실기업구제를 위한 유동성확대가 필요해서 위안화가 계속 절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알다시피 위안화 절하기대가 커지면 자본유출위험도 그만큼 높아진다. 현재 달러당 위안화환율은 6.6805. 과거 달러화부채의 조달환율이 주로 달러당 6.7위안 전후에 집중돼 있는 점을 고려하면 위안화가 더 절하될 경우 외화부채상환압력이 커질 수 있다. 현재 중국의 단기(만기 1년 이하) 외화부채규모(주식 포함)는 1조 달러에 달한다. 이쯤 되니 중국정부의 위기의식도 커져서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우선 부실채권을 은행 외에 재정에서 흡수하려는 노력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부실자산처리공사를 설립해 은행 부실채권 또는 이를 담보로 한 ABS(자산담보부증권)를 인수할 거라는 얘기가 나온다. 연초에 화들짝 놀란 외환보유고 급감에 대해선 더욱 신경 쓰는 분위기다. 6월 17일 중국 상무부 기자회견에서 ‘대외 직접투자증가에 따른 외환보유고 위험’을 조사하고 있다고 하여 시장에선 한 때 중국의 실질적인 외환보유고가 바닥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기도 했다. 중국정부는 1인당 외화 환전한도를 5만 달러로 제한, 기업들에 대한 외화부채비율 자율관리, 토빈세 도입검토 등 다각적인 외환보유고 방어수단을 마련하고 있다. 아무튼 브렉시트 이후 중국이 좋아지고 있단 얘기가 나오지만, 이는 다분히 정치적인 해석이다. 기업부채이슈가 어느 정도 가닥을 잡기 전까진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이슈&경제] 브렉시트와 브렉쇼크

온 국민이 역사적 사건을 경험했다.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는 ‘브렉시트(Brexit)’가 국민투표로 결정되었다. 브렉시트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2년여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시장에는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향후 영국이 유럽과 어떠한 관계를 형성하면서 유럽연합에서 탈퇴할 것인지 등에 따라 브렉시트로 인한 충격, 즉 ‘브렉쇼크(Brexshock)’가 어떤 양상을 보일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제주체들은 특히,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주목하여 사업 및 투자에 주의를 할 필요가 있다. 첫째, 브렉시트는 한국의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브렉시트로 인해 국내 금융시장에서 영국계 자금의 직접 유출뿐만 아니라 세계 금융시장 리스크 확대에 따른 해외 자금의 유출이 우려된다.브렉시트 직후 한국의 증시 하락률은 일본의 경우보다는 약하지만, 홍콩 및 대만에 비하면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브렉시트의 경과 과정에서 중요한 이슈가 더해질 때마다 더 고조되고, 외국인 자금 유출로 인한 한국의 금융불안으로 연결될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브렉시트는 중장기적으로 수출에 악영향을 줌으로써, 실물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의 경기침체로 한국의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총 수출액 중 EU와 영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9.8%, 1.5%로,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선박, 자동차, 반도체 등 13대 영국 주력 수출품목들을 중심으로 적지 않은 타격이 가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셋째, 브렉시트가 가져온 금융 및 실물경제의 불안한 요소들은 한국의 경제정책 방향에도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브렉시트 직후 긴급 경제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하고, 브렉시트 관련 ‘관계기관 합동 점검반’ 회의를 진행하였다. 6월28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도 수출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피해기업을 신속히 지원할 계획을 발표했다.무엇보다도 경제정책 ‘리스크 관리 강화’에 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브렉시트 관련된 각종 이슈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국제 자본흐름 및 환율 변동성 등 대외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강화할 계획이다. 브렉시트는 세계경제에 불확실성이라는 물음표를 선사했다. 더욱이, 영국 및 유럽의 규제가 변화하고, FTA 협상안을 마련하며, 각국의 경제정책을 변화시키도록 움직였다. 특히 영국이 EU와 재협상에 성공하는 지 여부에 따라, 영국과 EU의 협상 조건에 따라 그로 인한 파급영향은 달라질 수 있다.변화하는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기업은 생존하고, 그렇지 않은 기업은 생존할 수 없다. 따라서 기업들은 브렉시트 이후 다양한 환경변화를 진단하기 위한 대응 팀을 구축해야 한다. 예상 시나리오를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환경분석 틀을 마련해야 한다. 영국의 세제변화 및 환율변화에도 대응해야 한다. 첫째, 관세율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영국이 EU에서 탈퇴함에 따라 영국과 EU간의 교역구조가 비관세에서 관세적용으로 무역환경이 급변하게 된다. 한국은 한-EU FTA의 교역조건 조정 및 한-영 FTA 추진 등의 중대한 대외정책 이슈에 당면하게 되고, 그 협상 결과에 따라 관세율에 상당한 변화가 야기될 것이다. 둘째, 부가가치세율의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브렉시트 이전, 영국은 회원국으로서EU의 부가세 규제를 받아 왔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은 부가가치세 율을 하향 조정하여 민간소비 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셋째, 환율 변화에도 대응해야 한다. 기업들은 환율변화에 대한 모니터링 기능을 강화하여 환 위험을 제거해야 한다. 수출기업들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의 헷징 능력을 강화하여 환율이 급변동하는 불확실성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예상치 못한 유가 흐름에 대비하기 위해 상품 선물 시장 등을 활용하여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헷징 전략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김광석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

[이슈&경제] 부동산정책, 보다 선진화된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 허재완 중앙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부동산정책, 보다 선진화된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최근 강남재건축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시장의 과열이 심상치 않다. 급기야 정부는 9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중도금 대출 보증 대상에서 제외하는 정책을 긴급히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유사한 내용을 검토했다가 주택업계의 내부 반발을 의식하여 애매한 입장을 취하더니 부동산 과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서둘러 발표한 것이다. 눈치보기식 냉·온탕 대책의 전형적인 패턴이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부동산가격의 불안정과 이에 대응하는 긴급조치 형태의 부동산정책으로는 부동산시장의 선진화를 결코 기대할 수 없다. 우리사회의 모든 분야가 보다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추세에 부응하여 부동산정책도 보다 일관성 있고 선진화된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부동산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종합시스템의 구축이 시급히 필요하다. 역대 정부는 대부분 부동산시장 및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킨다는 명분하에 다양한 부동산정책을 쏟아냈다. 그럼에도 부동산 시장은 온탕과 냉탕을 오갔고 국민의 불신은 높아만 갔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추진 과정을 돌이켜 보면, 정책이 실패하는 가장 주요한 이유는 정책입안자 들이 부동산 시장에 대한 보다 체계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갖지 못함으로서 문제 진단 및 처방에 오류가 생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개의 경우 부동산정책의 핵심은 강남을 중심으로 한 투기수요를 차단함으로서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전제는 사실 전문가그룹에 의하여 엄격히 검증된바 없다. 일반 언론매체나 시민단체 혹은 정치적 포퓰리즘에 의해 감성적으로 제기된 주장들인 경우가 많다. 제대로 된 처방을 위해서는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가장 중요하다. 부동산문제의 정확한 진단에는 경제, 법, 금융, 행정, 도시계획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이 종합적으로 동원돼야 한다. 부동산문제의 근인과 원인을 심층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종합시스템의 구축을 통해 이러한 악순환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동시에 부동산 관련 당사자들의 역할분담에 대한 명확한 원칙의 설정이 필요하다. 부동산문제는 복잡다기하며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따라서 부동산문제의 효과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관련 당사자 특히 정부와 시장, 중앙정부와 자치단체 간의 역할 분담이 분명하여야 한다. 부동산 문제에 대해 어디까지 정부가 개입하고 어디까지 시장에 맡겨야 할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그 동안 부동산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워낙 높다 보니 부동산문제가 곧장 정치적 쟁점으로 돌변하여 ‘정책’과 ‘정치’가 혼동되어 부동산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 왔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주택 및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의 범위를 크게 좁히고, 대상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과연 정부가 부동산시장의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는지를 우선 고민해야 하며, 설사 능력이 있다하더라도 시장개입의 당위성이 있는지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보다 현실성 있는 부동산정책의 수립을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명확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부동산정책의 어떠한 부분을 자치단체가 전담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자치단체가 부동산 관리의 주체로서 계획수립 및 집행을 주도할 수 있도록 좀 더 많은 재량권이 주어져야 한다. 지역성이 강한 부동산의 특성상 중앙정부 보다는 자치단체가 부동산 시장의 현황을 더욱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보다 신속하게 정책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이란 국민들이 높은 삶의 질을 향유하는 나라이다. 삶의 질은 소득, 일자리 등과 같은 경제적 요인에 의하여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주거환경이나 도시경쟁력, 인프라 수준 등도 그 못지않게 주요한 요소이다. 쾌적한 주거환경, 소득계층을 고려한 다양한 유형의 주거형태, 세련된 도시 스카이라인 등은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현상들이다. 우리가 보다 선진화된 부동산 정책을 필요로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허재완 중앙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이슈&경제] 길 잃은 금융정책의 방향

금융은 첨단산업의 하나로 언급되곤 한다. 아마도 첨단산업이라는 의미는 금융이 가지고 있는 고도의 산업 성격을 갖고 있다는 의미가 아닌가 싶다. 금융은 전 산업의 혈액이라 할 수 있는 자금을 공급해주고, 금융공학을 통해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중요한 분야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국내 대학들도 금융 관련 학과나 대학원이 많이 생겼다. 아마도 단군 이래 금융분야의 인적 자원이 지금처럼 육성되고 있었던 때가 없을 것이다. 다만 이런 인력이 제대로 활용되고 있고, 향후에도 이와 관련된 대학원 등의 과정이 더욱 고도화되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기대하기에는 아직 확신하기 어렵다. 왜 이런 생각이 들까? 이번 ISA제도나 산업은행 사태를 보면 다소 이해가 될 듯하다. ISA 제도의 시행을 보면서 국내 금융산업이 아직도 한참 멀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국가의 세금을 연 3천300억원 가량 소비하는 금융 제도인데도 금융의 전문성이 가미되기보다는 일부의 주장이나 주도로 졸속 시행된 상품이기 때문이다.국민을 부자 만드는 통장이라면서 도입된 ISA가 발행된 통장 중 120만개 이상, 10개중 6개이상이 만원 이하의 깡통 통장이라는 현실이나, 제도의 시행과 이를 성공이라고 강변만 하는 금융당국을 보면, 과연 우간다보다 무엇이 낫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자괴감마저 들게 한다. 지금 산업은행의 문제나 조선·해운업계의 구조조정이라는 문제의 본질도 금융문제다. 금융을 시장의 기대나 수준과도 별개로 관치로, 끼리끼리의 이익이나 자리 나누기에만 열중한 결과가 결국 수십조원의 국민 부담으로 해결해야 할 상황이다. 우리는 이런 문제에 대해 그동안 경험도 많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논의나 해결 방향은 과거의 경험에서 배운 대안 제시는 없어 보인다. 다만 급하다, 시급하다며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처리만 하려는 진행뿐이다. 과거는 오늘과 관계없다는 것인지, 아니면 과거는 알고 싶지 않은지 몰라도 시장의 중립적이고 합리적인 목소리보다 책임 있는 금융당국, 관변기관, 단체 중심으로만 논의되고 있다고 보인다. 책임도 책임이지만, 향후에 발생할 다른 문제에 대해서 준비하고 대응한다는 자세에서 대책의 논의를 보다 진지하고 광범위하게 해야 할 것이다. 지금 금융산업의 본질적인 문제는 시장의 지배가 아닌 관치의 지배, 상품 중심이 아닌 마케팅 중심의 판매환경, 소비자 관점보다 금융사 관점으로 제도와 법이 지나치게 편향적인 것이 문제다. 이러한 개혁을 위해 합리적이고 중립적인 금융전문가들에 의한 올바른 개혁이 시급한 시점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장

[이슈&경제] 일하고 싶은 청년, 일해야만 하는 노년

총체적인 난국인가? 저성장이란 말이 언제부터 나왔는지 일상이 되었다. 수출은 17개월째 마이너스다. 사상 최저의 금리에도 기업이 투자를 꺼린다. 가계부채는 1천조를 넘어 지칠 줄 모르고 증가하고 있다. 저물가에도 소비가 진작되지 않는다.전세가격은 오르는데, 소득은 불안하다. 주력산업들은 기력이 없고, 유망산업들엔 희망이 없다. 현재 경제가 어려운 것은 참을 수 있으나, 미래 경제가 불투명하다는 사실에 웃을 수 없다. 대규모 구조조정을 앞둔 한국경제는 앞으로의 모습이 어떻게 드러날지 걱정이 앞을 가린다. 총체적인 난국 속에서도 청년과 노년만은 구출하고 싶다. 청년은 ‘2030년 대한민국의 모습’이 될 것이고, 노년은 ‘2030년 우리의 모습’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청년이 겪고 있는 고충은 본 저자를 비롯한 선배들의 잘못을 대신 벌을 서고 있는 것이다.65세 이상의 노년인구는 과거 난국에서 한국을 구출한 주인공 들이다. 전쟁, 가난, 부패, 불의로부터 한국을 구출해 경제 강국을 양성한 희생자들이다. 희생의 과정에서 당신들의 노후준비는 신경을 쓰지 못했고, 희생의 보상은 ‘OECD 국가 중 노인빈곤률 1위’였다. 청년은 일하고 싶다. 청년 실업률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2016년 2월 청년실업률은 12.5%를 기록했다. 한국의 통계역사 이래 최고 수준이다. 이 숫자에는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수많은 한국의 청년인구가 배제되어 있다.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은 실업자가 아니라 비경제활동인구 이기 때문이다. 청년은 인턴이나 파트타임 근로를 통해 취업자가 되지만, 계약기간이 종료되는 등의 다양한 여건으로 실업자가 된다. 청년들은 결국 장기실업자가 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6개월 이상 구직활동 중인 장기실업자는 2016년 4월까지 평균 10만 8천명에 이른다. 카드 대란으로 경기가 급랭했었던 2004년 이래로 장기실업자가 가장 많은 상황이다. 노년은 일해야만 한다. 노후 준비가 부족한 노인은 스스로를 부양해야 하기 때문이다. 65세 이상의 노년 고용률은 31.3%로, OECD 국가중 2위에 달한다. 75세 이상 노년 고용률은 19.2%로 OECD 국가중 1위에 달한다. 연금제도가 성숙하지 못해 있고 노후대비도 없었기 때문에, 노년은 일해야만 한다.반면, 일하는 노년층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일자리의 질이 좋지 않아 빈곤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 한국의 최저생계비 미만 노인가구는 2013년 기준 132만 가구에 달한다. 전체 노인가구의 약 50.7%에 달한다. 2018년 고령사회로 진입할 한국은 쉬이 넘어갈 일이 아니어 보인다. 청년고용의 근본적 문제해결이 필요하다.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전시간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유망산업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과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기업들의 유망산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때 자연스럽게 양질의 일자리가 마련될 수 있다. 또한, 취업분담금 등을 확대하여 중소기업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중소·중견기업의 이미지를 재고함으로써 미스매치를 축소할 필요가 있다.특히, 고졸이하의 청년들에게 세부적인 대책들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실업계 고등학교의 경우 산업과의 연계성을 높여 졸업과 동시에 취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고, 인문계 고등학교 졸업자의 경우 산업기술을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노년 빈곤의 해소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먼저, 세대별로 노후준비의 필요성을 인식시키고, 적절한 노후준비 방법 등에 관한 가이드라인 및 컨설팅을 제시해야 한다. 최근 노후준비를 공적연금에 대한 의존도가 확대되고 있어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야기되는 바, 사적연금, 부동산 운영 등 공적연금 이외의 방법으로 노후를 준비할 수 있도록 적절한 금융상품 개발 및 보급이 필요하다.향후 국민연금 부족에 따른 재정건전성 악화가 우려되기 때문에 노령연금을 수급할 대상을 소득수준, 자산소유 정도, 부양가족 유무 등에 따른 적절한 분배방법을 논의 하고 적용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공공근로사업도 양질의 근로기회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여, 일하는 노년이 빈곤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청년과 노년의 문제는 사회적 책임이 되어야 한다. 김광석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

[이슈&경제] 인구감소시대에 직면할 주택문제 ‘빈집’

주택문제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득수준에 비해 턱없이 높은 주택가격, 아무리 발품을 팔아도 쉽지 않은 전세구하기, 과열된 분양열기 등을 연상한다. 지난 30~40년 동안 지속적으로 언론지면을 요란하게 장식했던 이슈들이라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향후 우리사회를 무척이나 힘들게 할 새로운 주택문제가 수면아래에서 점점 커지고 있다.그것은 바로 빈집문제이다. 인구증가 및 고성장 시대에는 ‘주택부족’이 가장 심각한 주택문제이다. 그러나 저성장 인구감소시대에는 정반대로 ‘주택과잉’이 주택문제의 가장 주요한 화두가 된다. 선진국 특히 일본의 사례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일본은 지금 ‘빈집’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 즉 공가(空家)가 매년 증가하면서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부상되고 있다. 2013년 통계에 의하면 일본 전체 주택 중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공가의 비율은 13.5%, 약 820만호에 이른다. 7채 가운데 1채가 빈집이고, 연간 약 20만 채씩 늘어나고 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빈집은 일본 어느 곳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지방뿐 아니라 대도시에서도 빈집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도쿄를 포함한 수도권의 경우 총 주택 1천838만 가구 중 210만 가구가 빈집으로, 공가 비율은 약 11% 수준이다. 제2의 대도시권인 오사카의 경우 더욱 심각하여 공가 비율은 약 14% 수준이다. 지방 중소도시들은 평균 17%의 공가 비율을 보이고 있으며, 심지어 전체주택의 30%이상이 빈집인 중소도시도 여러 곳 있다. 왜 일본에서는 이처럼 빈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가. 가장 큰 이유는 입지가 좋지 않은 곳에 마구 지어놓은 임대주택 때문이다. 주택 유형으로 빈집 비중을 보면 임대용 주택이 전체의 52%를 차지하고 있다. 인구감소로 임대주택에 대한 수요는 감소하고 있는데 여러 이유로 대량 공급해 놓은 임대주택이 남아돌기 때문이다.입지가 좋지 않은 임대주택은 임차인을 구하기 어렵고 공실 상태에서 적정한 관리가 안 되다 보니 노후가 빠르게 진행되는 악순환 구조가 주요 원인이다. 빈집 급증의 또 다른 이유는 부모에게 상속받은 주택에 대한 처분이 쉽지 않아 방치되고 있기 때문이다.인구감소시대라 노후주택은 팔리지 않고, 재건축을 하자니 비용을 감당하기 부담스럽다. 일본은 65세 이상 고령자 세대의 비율이 전체 40%를 넘어섰다. 부모세대로의 상속 주택은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고, 이 중 빈집으로 남겨지는 사례는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다.일본의 대표적인 민간싱크탱크인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일본의 빈집이 2033년에는 전체의 30.5%(2천147만채), 2040년에는 43%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전역의 주택 절반이 빈집이 된다는 뜻이다. 인구감소 추세가 지속되는 한 일본 전역이 ‘고스트타운’으로 변모하는 끔찍한 사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저출산 및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한국도 일본과 유사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나라는 현재 전체 주택의 약 5.4%가 빈집으로 추정된다. 빈집에 관한 가장 최근 자료인 2010년 인구주택 총조사 통계에 의하면 전국적으로 79만4천가구가 공가인 것으로 파악되었다.1995년 처음 집계 당시 36만5천가구(3.8%)와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 수치다. 그러나 2010년 이후 현재 전국적으로 얼마나 많은 공가가 있는지, 증가하였는지 감소 중인지 알 길이 없다. 우리나라가 일본과 같은 ‘빈집대국’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시의적절한 주택정책이 필요하다. 획일적인 정책수단으로 빈집 상태를 일거에 해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역실정에 맞는 적절한 정책수단의 조합이 필요하다. 이런 차원에서 최근 서울시의 ‘빈집 살리기 프로젝트’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서울시내 빈집은 약 1만5천 가구로 추정된다. 서울시가 작년에 발표한 ‘빈집 살리기 프로젝트’는 빈집을 활용한 주거지 재생으로서 방치된 아파트나 단독주택 등을 입지여건과 주택품질을 기준으로 임대주택으로 개·보수해 저소득층에게 제공하는 정책이다. 개·보수 비용 중 최대 2천만 원은 서울시가 지원하고 나머지 비용은 저렴한 이자로 빌려주는 정책이다. 임대주택 공급과 전세난 극복을 위한 방안으로 고안된 서울시의 빈집 프로젝트는 도시재생과 방치된 재고주택에 새로운 활력과 방향을 모색한다는 의미에서 바람직해 보인다. 지자체 차원에서 빈집문제와 관련해 처음으로 내놓은 대책이란 면에서도 의의가 있다. 중앙정부 및 여타 지자체에서도 빈집문제에 대한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시점이다. 허재완 중앙대학교 도시계획학과 교수

[이슈&경제] 대형마트 PB상품, 전수조사가 필요하다

최근 불거진 가습기 사태는 우리에게 일상의 생활 관련 상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고 있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일상의 제품이나 상품에 대해 일반적으로 회사, 브랜드 등을 믿고 쉽게 판단해 왔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 제조회사를 믿거나 혹은 신뢰할만한 근거를 갖고 구매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믿고 구입한 제품이 수백명의 사망자와 수천명 이상의 피해자들을 발생시켰다는 것은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무책임한 회사나 제품이 오랫동안 존재할 수 있었는지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인가. 아마도 본질을 외면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제품의 본질은 안전임에도 불구하고 마케팅, 즉 판매 행위가 본질이 되었기 때문에 이런 상상할 수 없는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본질을 무시한 결과가 어떠한지를 다시 한번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가격 경쟁을 이유로 보다 저렴한 상품을 만들고 최대 이윤을 추구하다보니, 보이지 않는 안전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큰 관심이 없었다. 윤리라는 단어를 거꾸로 하면 이윤이다. 이 말은 이윤은 윤리에서 나온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윤리라는 기반 없이 거둔 이윤은 언젠가는 비난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 상품 판매망을 장악하디시피 한 대형마트들이 앞다퉈 PB상품이라는 이름으로 상품제조에 뛰어들면서 소비자의 안전망은 더욱 무디어 진 것은 아닌가 싶다. 대형마트의 생활용품 뿐만 아니라 식품 등의 PB상품들이 과연 안전하게 제조되어 유통되고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문제는 비단 일반 생활상품 뿐만 아니라, 서비스 상품인 금융상품에서도 다르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금융상품의 본질은 소비자에게 적합한 상품인가를 판단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마케팅에만 열중한 나머지 동양사태, 저축은행 사태 등과 같은 대규모 소비자 피해사태가 발생한 것도 금융분야의 가습기 사태라고 볼 수 있다. 사회 전반적으로 본질이 전도된 이런 모습은 쉽게 찾을 수 있고 현재 우리가 안고있는 여러 문제의 본질이라고 보여진다. 제품, 상품의 본질을 외면하고 마케팅만 집중하는 이런 현실을 바로 잡아야 할 때라는 점에서, 대형 마트의 PB상품이나 생활화학 제품들이 과연 소비자 관점에서 안전한 것인가를 전수 조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장

[이슈&경제] 소비 침체의 배경

사상 유래 없는 저물가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진작되지 않고 있다. 물건의 가격이 싸면 소비가 늘어나는 게 상식인데,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상 유래 없는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투자가 진작되지 않고 있다.대출 금리가 싸면 가계와 기업의 투자가 늘어나는 것이 경제학원론에 있는 내용이지만, 한국경제의 현상을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소매판매액 증감률이 2011년 9.4%수준에서 2015년 2.2%로 크게 하락했다. 소비 침체의 배경을 이해하는 일은 한국의 경제정책을 세우는데 매우 중대한 일이다. 소득이 늘어도 소비가 늘지 않는다. 2003년 평균소비성향(Average Propensity to Consumption, 가처분소득 중 소비지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대 말까지 비교적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2010년대로 들어서면서 지속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2015년 3분기에는 71.9%로 최저수준을 기록했다.이는 소비자들이 갈수록 지갑을 닫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고령화 진행으로 더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60대 이상 가구의 평균소비성향은 더 빠르게 하락해, 앞으로 평균소비성향의 하락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평균 소비성향의 하락은 정책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 중앙은행 측에서 통화정책을 사용한다고 해도 평균 소비성향이 낮으면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이 공급한 새로운 신용이 다시 소비로 활발히 연결되지 않으면 소비 측면에서의 총수요를 기대한 만큼 진작시킬 수 없다. 소비되지 않고 은행에 남은 신용 역시 활발히 대출 및 투자에 활용되지 않는다면 투자 측면에 있어서 총수요 역시 증가하지 않게 된다. 결과적으로 통화량 증대를 통해 국민 소득을 증가시키고자 하는 정부의 정책은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고용정책과 소득정책 등의 실물경제정책들도 소비 진작으로 연결되기 어려워 진다. ‘고용⇒소득⇒소비⇒생산⇒투자’의 경제순환고리가 악화되고 있다. 고용여건이 악화됨에 따라 소득수준이 불안정하고,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 이는 기업의 생산을 위축시키고, 투자를 축소시켜 또다시 고용이 악화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2015년 에 이어 2016년 1분기까지 실업자는 최대 수준을 기록했고, 청년 실업자는 더욱 심각한 수준으로 증가했다. 실업률은 2010년 3.7%에서 2016년 상반기 4.3%로 상승했고, 청년실업률은 같은 기간 8.0%에서 11.0%로 급등했다. 가계부채와 주거비 부담은 소비 침체가 있게된 또 다른 배경이다. 채무상환비율(Debt Service Ratio, 가처분소득 중 대출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23.9% 2012년 22.3%로 하락하였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2015년 30.1%를 기록했다. 가계의 부채의존도가 상승하다 보니, 원금 및 이자상환부담이 가중되고, 소비심리를 위축하게 된 것이다.한편, 전세가격이 빠르게 상승하고,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이 가중되게 됨에 따라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주거비 부담을 의미하는 슈바베계수(Schwabe Index, 소비지출액 중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는 2010년 10.1%에서 2015년 10.3%로 상승하며, 최고 수준을 경신하였다. 집세를 마련하는데도 부담이 되는 가계에서 소비가 왠 말인가. 소비침체를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고용률 목표만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안정적인 일자리 제공을 최우선 과제로 두어야 한다. 안정적 일자리에 기반하여 안정적인 소득을 마련하고, 건강한 소비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생활비 마련을 위한 부채에 의존하는 현상에서 탈피해야 한다. 소비정책은 소비에 있지 않다. 소비 진작은 고용 정책에 기초해야만 한다. 소비침체를 극복할 정책적 방향성이 그려진다. 첫째, 고용의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 불안정한 일자리는 소비여력과 소비심리를 크게 떨어뜨린다. 고용의 양적 확대도 중요하지만, 고용의 질적 개선이 시급하다. 둘째, 가계부채 상환능력을 제고해야 한다. 특히, 생활비 마련을 위해 부채에 의존하고, 부채 상환을 위해 다시 부채에 의존하는 저소득층의 상환능력 제고가 시급히 필요하다. 셋째, 주거비 부담을 해소해야 한다.부동산 정책이 주거불안 해소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 전세공급량이 현저히 감소하면서,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이 가속화 되고 있다. 주거비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면 소비심리가 개선되기 어렵다. 김광석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

[이슈&경제] 디트로이트 vs 도요타시, 한국 산업도시 선택은?

2013년 통계에 의하면 거제시는 한국에서 가장 잘사는 도시였다. 거제시 도시근로자의 평균 연소득이 5천500만원으로 전국 도시근로자 평균 연소득 3천600만원보다 1천900만원이나 높았고, 심지어 서울의 5천32만원보다도 더욱 높았다.그러나 최근 거제시는 엄청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지역경제의 대들보 역할을 하던 조선업이 쇠퇴하면서 실업자가 급증하고 지역경제 전반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폐업하는 식당과 학원 등이 속출하고 보험을 해약하는 주민들이 급증하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조만간 밀어닥칠 더 큰 시련의 서막일수 있다는 점이다.중국을 비롯한 개도국의 맹렬한 추격에 조선업을 비롯한 한국의 중화학산업들이 하루가 다르게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으며, 이들 산업이 자리 잡고 있는 도시들의 미래도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과연 10년 뒤에도 거제를 비롯한 포항, 울산, 광양, 창원, 여수 등 한국의 대표적인 산업도시들이 오늘과 같은 경제적 풍요를 유지할 수 있을까? 세계적인 자동차 메카인 디트로이트는 1950년대 인구 180만 명에 달하는 미국의 가장 부유한 대도시였다. 미국 중산층의 유행을 선도하고 많은 젊은이들이 살고 싶어 하는 선망의 도시였다. 그러나 미국의 자동차산업이 경쟁력을 잃고 강성노조와 비우호적인 지역분위기에 지친 기업들이 도산 혹은 타도시로 빠져나가면서 지금은 68만 명의 인구를 가진 중소도시로 전락했다. 거의 1/3 수준으로 도시규모가 축소된 것이다. 지역경제가 몰락하고 버려진 사업체가 8만5천개에 달했다. 사람들이 도시에서 빠져나가 버려진 집이 9만5천채에 달했고 1~2달러에 살 수 있는 집도 생겼다. 평균 집값은 800달러까지 추락했다. 게다가 사회양극화가 극심하여 범죄율이 높은 것으로 악명이 높다. 50만 명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 미국 도시 중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로 꼽힌다. 디트로이트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중 70%가 미해결사건일 정도다. 총부채가 180억달러에 달하던 디트로이트시는 2013년 결국 파산했다. 이는 미국 지자체 재정파탄 중 사상 최대규모다. 반면 또 다른 세계적 자동차 메카인 일본 중부의 도요타시는 디트로이트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원래 도요타시의 명칭은 ‘고로모(母)시’였다. 끈질긴 노력과 설득으로 도요타라는 자동차회사의 유치에 성공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도시 이름을 기업이름과 일치하도록 변경하였다. 도요타시의 중심부에는 도요타 본사가 자리 잡고 있다. 본사를 중심으로 거대한 6개의 최첨단 공장들이 사방으로 분산배치 되어있다. 그리고 2천여 개의 부품업체가 주변에 산재해 있다. 도로는 도요타 본사를 중심으로 환상형으로 연결되어 있다.수많은 트럭들이 연신 이 도로를 오가며 도요타와 협력업체 사이에서 부품과 자동차를 실어 나른다. 적시에 꼭 필요한 양을 생산함으로써 원가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도요타 자동사회사의 그 유명한 ‘저스트인타임’ 시스템은 이런 도요타 시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도요타 시는 전 세계 선진국 도시 가운데 실업률이 가장 낮다. 경기가 나빠도 좀체 0.5%를 넘지 않는다. 도요타 시의 재정자립도는 일본 전국 677개 기초지자체 중 단연 1위이다. 주민복지도 단연 최고 수준이다.시는 기업에게 최적의 기업환경을 제공하고 기업은 시와 주민에게 이익을 돌려준다. 도요타 자동차의 신화, 그 한 중앙에 도요타시가 자리하고 있으며, 도요타시의 높은 도시경쟁력을 도요타 자동차회사가 견인하고 있는 것이다. 2010년도의 대규모 리콜사태 같은 위기나 한국을 비롯한 후발국의 강력한 도전에도 불구하고 도요타 자동차회사는 여전히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일본경제의 잃어버린 20년에도 불구하고 도요타시 주민들은 높은 삶의 질을 지속하고 있다. 디트로이트 및 도요타의 사례는 기업친화적인 지역분위기와 기업-지자체의 상생문화가 산업도시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우리나라는 어떠한가? 한국의 산업도시들은 기업친화적인 지역문화를 유지하고 있는가? 한국의 기업들은 자신들이 소재한 지역사회의 발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는가? 한국의 기업과 지자체 그리고 지역주민이 서로 상생관계를 맺고 동반성장을 지속하고자 하는 비젼이 있는가? 안타깝게도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우리는 자신 있게 긍정적인 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 허재완 중앙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이슈&경제] 뻔뻔해 지는 사회,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

선거의 큰 바람이 지나갔다. 지역적, 국가적 혹은 사회적 문제에 대한 해법들이 제시되었다. 이제 이것을 잘 담아내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적으로 크든 작든 제기된 주장이나 문제를 보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사건이나 행위들이 너무 많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햇다.어떻게 저런 일이? 어떻게 저런 행태를 보이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눈살 찌프린 행위에 분노가 솟구치기도 했다. 왜 이런 현상이 자주 보일까? 살기가 어려워서, 경쟁이 치열해서, 양심이 없어서 등 여러 이유들이 나올 수 있다. 최근 크게 부각된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너무도 큰 사건이지만, 그 동안 너무나 작게, 소홀이 다룬 우리 사회의 병폐를 다시 한번 보여준 것은 아닌가 한다. 세월호 사고 이전에 더 큰 세월호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하지만 이러한 어마어마한 문제를 단순한 개인적 소비자 피해로 방치하고 거대한 기업의 비윤리적인 뻔뻔한 조치에 사회, 국가가 끌려 다닌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소비자의 피해를 우롱하는 기업, 연구소, 정부 등의 잘못된 행태는 가감 없이 깊게 파헤쳐서 다시는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 전반이 너무 뻔뻔해지는 사회, 몰지성, 몰상식화 되지는 않았는지 우려가 들기도 한다. 정치인은 물론, 정부의 관료들, 경제인, 법조인, 심지어 사회 공익을 추구한다는 각종 단체들의 비정상적 일탈 행태는 더더욱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가사회를 위한다며 편향적인 가치로 판단하고, 자신이나 집단의 기득권 보호를 위해 파벌과 지역을 앞세우면서 합리적 결정보다 자신들의 이익이나 자리를 챙기려는 등의 행태나 패거리 의식은 미래 세대에 너무나 부끄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문제가 되고 있는 사회시민 단체들의 경우에도 협의회니, 네트워크, 연대니 하면서 지나치게 자신들의 기득권 보호에 치중하려는 일부의 모습들로 이제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고 본다.사회의 공익적 가치를 우선해야 할 단체가 관치에, 권력에 붙어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옹호하려 한다면, 사회에 무슨 희망을 줄 수 있겠는가? 특히 사회단체들은 투명하고 합리적이며, 균형적이고 단체가 지향하는 올바른 가치와 철학을 사회에 제시하고 인정받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의 변화나 흐름과는 관계없이 또한 정년도 없이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본다. 이런 부분들에 대한 근본적인 의식의 변화가 있을 때, 우리의 사회 국가가 보다 더 역동성이 생기고 모두가 우려하는 청년일자리도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장

[이슈&경제] 경기둔화에도 중국인의 해외관광 급성장세

경기둔화에도 불구, 중국인들의 해외관광은 급성장세다. 작년 요커들의 발길이 크게 늘어난 일본의 경우 바쿠카이(싹쓸이구매)란 말이 검색 1, 2위를 차지할 정도였다. 어느 정도나 되나. 우리나라에 중국인여행이 허용된 2004년을 기준으로 보면 중국인들이 해외관광하면서 소비한 금액은 매년 두 자리대 증가세. 특히 작년은 폭발적으로 늘어나서 해외로 나간 중국인이 1억 2천만, 쓴 돈은 2천150억 달러(약 250조원), 1인당 208만원 소비로 2014년의 1천400억 달러보다 53%나 급증했다고 한다. 7%에 미달한 GDP성장률 대비 7배 이상이다. 중국의 해외관광소비는 이미 2012년부터 1위였고, 지금은 2위인 미국의 2배 이상, 중동의 부국 카타르 국민소득보다 많고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의 국민소득과 맞먹는다. 이렇게 급성장하는 배경내지 이유는 뭔가. 전문가들은 아무래도 중국의 소득증가를 첫째 요인으로 꼽는다. 아시아지역의 과거경험에 비춰보면 1인당 평균소득이 8천 달러 이후부터 해외여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중국의 현재 1인당 소득은 7천 달러. 추가로 음성소득이 20~30% 있다고 보면 9천 달러 내지 만 달러의 소득이니 관광수요가 급증하는 게 당연하다.둘째, 위안화절상도 중요요인이다. 최근 다소 절하되긴 했지만 관리변동환율제를 채택한 후약 30% 절상됐으니까 해외에서의 위안화 가치가 그만큼 세진 셈이다. 과거 80년대 중반 엔 강세 때 많은 일본인들이 해외관광에 열을 올린 것과 같다. 셋째, 쇼핑이점도 빼놓을 수 없다. 중국의 고관세율정책 때문에 중국 안에서보다 나가서 살 때 제품이 훨씬 싸기 때문이다. 또 이외에 각국의 경쟁적인 비자발급요건 완화 등 규제완화, 편리하고 싸진 항공편 등도 중국인들을 해외로 유인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그럼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나가는 지역은 어딘가. 2013년만 해도 홍콩, 마카오가 1, 2위였는데, 작년은 도박으로 유명한 마카오는 시진핑주석의 부패척결, 고급소비억제 때문인지 6위, 홍콩도 시위 때문인지 2위로 밀렸다. 대신 태국이 중국인들의 동남아여행열풍과 불교유적지, 바트화 절하 이점으로 1위로 올라섰고, 일본이 3위, 우리나라가 4위, 대만 5위의 순이다. 미국은 2013년 6위였다가, 달러 강세로 밀렸고 유럽은 비행기 값이 아시아존의 거의 10배로 비싸지만, 문화예술유서가 깊은 프랑스, 이탈리아가 8, 9위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중국과 사이가 썩 좋지 않은 일본이지만, 1년 여 동안 20% 가까운 엔 절하에 소비세 면세, 지방정부 중소도시들의 적극적인 택스리펀딩과 최근 젊은 요커들의 트렌드 변화를 겨냥한 맞춤형 정책을 펴서 2014~2015년 요커들이 연 90% 이상 늘어났다고 한다. 작년 요커들의 인구분포를 보면 80년대생이 44.9%로 가장 많고 다음이 70년대생 25.7%, 90년대생이 11.4%. 따라서 빠링허우, 쥬링 합치면 56.3%로 절반 이상이다. 게다가 빠링허우, 쥬링허우는 스마트폰을 통한 집단 커뮤니케이션으로 소비문화를 주도하는 계층인 만큼, 이들의 해외관광패턴은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첫째, 이들은 개성적이면서도 실용적이라고 한다. 최근 해외직구가 늘고 있기 때문에 직구를 통해 살 수 있는 것 예컨대 재작년만 해도 인기가 높았던 일본의 비데, 밥솥 등의 소비가 줄고 가격대비 품질이 좋은 중저가 생활용품 이를테면 애 감기약, 전동칫솔, 우리나라의 경우 샴푸와 라면, 일본의 매니큐어와 화장지, 미국의 단백질 파우더 등이 인기라고 한다.둘째, 이전엔 노인과 같이 여행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엔 빠링허우 중심으로 어린 자녀와 함께 하는 여행(親子旅)가 빠른 증가세다. 셋째, 젊은 쥬링허우는 높은 삶의 질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빠링허우와 또 다르다. 이들은 테마관광 예컨대 겨울이면 스키, 다른 계절엔 도보여행을 하고 명품백보다 명품문화체험을 선호한다고 한다. 예컨대 이탈리아에서 오페라, 스칸디나비아에선 오로라 감상, 파리에선 미슈랭 스타 같은 유명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 식이다.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이 3%를 넘기기 힘들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온다. 철강, 조선, 화학 등 구경제산업의 경우 당분간 구조조정 여파로 성장이 쉽지 않은 만큼, 바로 옆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해외관광, 또 이와 연관된 의료헬스산업에 보다 많은 역량을 집중했으면 한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이슈&경제] 정치와 경제

세계경제가 불안하다. IMF는 ‘World Economic Outlook’을 통해서 세계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처해 있다고 판단했다. 2016년 경제성장률을 3.4%에서 3.2%로 0.2%p 하향조정했다.지난해와 재작년에는 2016년 들어 세계경제가 4%대로 회복될 것이라고 판단했었지만,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전망치를 지속적으로 수정해 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저유가ㆍ저원자재가의 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자원수출 기반의 경제구조를 가진 신흥국들이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러시아와 브라질이 대표적이다.러시아와 브라질의 2016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1.8%, -3.8%로 심각한 상황이다. 신흥국들의 위기는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경제 고리’를 통해 다른 나라들로 전이된다. ‘나홀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미국도 예외는 아닌 상황이다. 한국경제도 불안하다. IMF는 한국의 2016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2.7%로 하향조정했다. 2017년도 3.2%에서 2.9%로 하향조정했다. 조선, 철강, 해운 등 한국의 주요산업들이 글로벌 공급과잉 및 신흥국 기술추격으로 경쟁력을 잃고 있다. 수출침체와 소비부진이 동시에 이어지면서, 기업들의 투자는 더욱더 위축되고 있다. 이는 곧바로 일자리 창출을 더디게 만들어 실업과 소득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경제의 악순환이 이어져, ‘회복으로 가는 출구’를 찾기가 어렵기만 하다. 유래 없는 저금리 시대임에도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되고, 가계의 소비가 둔화되고 있다. 문제를 찾았지만,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다. 한편, 지난 4·13 총선을 기점으로 정치에 변화가 있다. 16년 만에 여소야대 국회가 재현되었다. 새누리당의 의석수는 122석으로 과반 의석을 달성하지 못했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각각 123석, 38석으로 과반 의석수를 채웠다.이제 집권여당의 경제정책에도 변화가 있을까 우려가 된다. 여당의 정책기조는 성장과 효율에 있다. 야당의 정책기조는 분배와 형평에 있다. 특히 현 정부가 추진해온 규제완화, 부동산 시장 정상화 등의 경기부양책들은 야당의 기조와는 상반되어 경제정책이 일관성을 갖고 추진되어 갈지 우려가 앞선다.규제완화는 친기업적 정책기조이지만, 중소기업 보호 등 야당의 경제민주화 공약들과는 상충되는 바가 많다. 유망 신산업에 대한 판단도 정당 간에 차이가 있어, 지금까지 신산업을 선정하고 R&D를 지원하는 등의 정책적 노력이 무산될까 걱정이 된다. 정치가 변화해도 경제정책은 일관성이 유지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 정치변화에 따라 경제정책이 자주 바뀌면 경제주체들의 판단을 혼동시키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정한 유망산업에 인재를 육성하고자 하는 대학들과 학위과정 수료를 위해 시간과 노력을 쏟아온 청년들은 순식간에 방향성을 잃기도 한다. 정부 지원금에 의존해 R&D를 수행해 왔던 중소기업들은 순식간에 유망산업에서 제외되면서 상용화를 못 이루기도 한다.규제가 완화될 것으로 생각하고 사업진출을 오랜 시간 준비했던 기업들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기도 한다. 의정활동의 목표가 경제주체들의 여건을 무시한 채 정치기조를 유지하는 데만 매몰된다면 경제회복은 더욱 멀어질 수 있다. 정치기조보다 경제주체들의 여건을 고려한 정책입안과 입법과정이 필요하다. 경제정책의 방향성도 시점에 맞게 정해져야 한다. 즉, 경제정책의 방향성이 정치기조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 아닌 경제여건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성장도 중요하고, 분배도 중요하다. 효율성도 중요하고, 형평성도 중요하다. 여당이 집권할 때 성장과 효율을 우선순위에 두고, 야당이 집권할 때 분배와 형평을 우선하는 것은 논리가 부족하다. 경제여건에 따라 성장과 효율을 우선할지, 분배와 형평을 우선할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고장 난 기계는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고쳐야 하고, 잘 작동하는 기계는 사회가 잘 이용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고장 난 경제는 회복시켜야 하고, 잘 작동하는 경제는 분배와 복지에 신경을 써야 한다. 세계경제가 불안하고, 한국의 경제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현 시점에는 성장과 효율을 우선할 필요가 있다. 정치가 변화해도 일관된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경제여건에 맞는 경제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김광석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

[이슈&경제] 다가오는 인구대란시대, 우리 도시의 생존전략은

한국의 총인구는 오는 2030년 5천216만 명에서 정점을 찍은 이후 감소세로 이어져 2060년에는 4천396만명 수준으로 낮아질 전망이다.현재 0.4% 수준인 인구성장률이 2020년에는 0.28%로 낮아지고 2031년부터 마이너스 성장을 시작하여 2060년에는 -1.0%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인구감소와 동시에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를 겪게 된다. 노령인구의 급증이 그것이다. 2015년 65세 이상 인구비율은 12.7%이다. 25년 전인 1990년에는 5.1%에 불과했었다. 25년 사이에 노인인구가 2.5배 증가한 것이다. 그리고 25년 후에는 또 다시 2.5배 증가하여 2040년 32.3%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불과 50년 만에 인구 100명중 5명이던 노인인구가 30명 이상으로 급증하는 것이다.고령화 속도가 현재처럼 계속 진행될 경우 우리는 세계에서 최단기간에 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그리하여 2050년에 이르면 한국은 80세 이상의 노령인구가 14.5%까지, 65세 인구비율은 38.2%까지 상승하는 세계 최고령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증감의 속도와 패턴은 지역별로 다소 차이를 보인다. 5년간의 연평균 인구성장률 전망을 보면 2015-2020년에는 경북과 전북에서, 2020-2025년에는 광주 및 울산에서 마이너스 성장이 각각 시작된다. 급기야 2030-2035년에 가서는 마이너스 인구성장이 대전, 경남, 제주까지 확대되고, 2035-2040년에는 충남을 제외한 모든 시·도에서 인구가 감소하며 부산, 울산, 대구는 -0.6%대의 큰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구감소 및 고령화는 다양한 형태로 도시개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선 대도시 중심부로의 인구집중 및 외곽 신도시의 인구감소라는 인구이동패턴을 야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도시 도심에 비해 서비스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외곽지역의 인구가 대도시 중심부로 이전하는 경향이 가속화된다. 이러한 현상은 필연적으로 분당, 일산 등과 같은 외곽 원거리 신도시들의 공동화 및 쇠퇴화를 가속시키게 된다. 인구감소 및 고령화는 생산가능인구를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주택수요에 부정적 영향을 주어 지방도시 구도심의 공동화 및 유휴시설의 급증을 야기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저출산에 따른 인구감소는 가구수 감소를 가져와 개발수요가 감소하고 이러한 개발수요 감소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다수의 개발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과잉개발로 인한 후유증이 국토 곳곳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까운 장래에 현재 진행 중인 혁신도시, 기업도시, 새만금 사업, 경제자유구역 개발 사업 등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해질 수 있다. 또한 고령화 및 내국인의 감소는 외국인 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가능 인력부족에 직면한 영국, 독일 등 선진국의 경우 해외 이민자에 대한 의존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외국인 인력의 등장은 단일민족사회에서 다문화사회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한국도시가 더 이상 한민족만이 거주하는 정주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인종이 섞여서 살아가는 작은 지구촌이 된다는 것이다. 외국 인력들을 어떻게 활용하고, 어떠한 방식으로 한국사회에 정착시키느냐에 따라 도시발전의 속도와 형태가 크게 달라진다. 반면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은퇴자와 여성들의 노동시장 진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산업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화 사회의 도래로 새로운 수요패턴이 대두되고 이로 인해 고령친화산업이 급속히 발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시니어타운, 전원주택 등 관련 주거시설 및 평생교육시설 등 관련 도시서비스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감소시대에 예상되는 이러한 도시의 변화를 감안할 때, 보다 효과적인 도시정책의 구축을 위해 기존의 도시개발 패러다임에서 과감하게 탈피하여야 한다. 인구성장시대에 만들어졌던 현행 제도와 정책수단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그리하여 인구감소시대라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에 맞추어 새로운 도시개발 패러다임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한국 도시가 인구대란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허재완 중앙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이슈&경제] 아직도 먼 금융당국의 소비자 인식

현재 금융분야는 어느 분야보다 소비자문제가 크게 대두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시장 크기나 관련 소비자의 숫적 측면에서 보면, 금융 이외에 의료 부문의 비급여 문제, 자동차 부문의 급발진 피해, 통신 부문의 비용문제가 현재 가장 큰 소비자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금융 분야의 경우를 보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금융상품의 홍수 속에서 금융상품을 더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상품을 금융지식이 부족한 소비자가 매일 선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현장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누구나 알 정도이다. 최근 ISA상품을 보더라도 과거에는 세제혜택을 개별 상품에 주었기 때문에 하나의 상품을 이해하면 되었다. 하지만 이번 ISA통장은 통장이라는 바구니 안에 여러 상품을 넣고 그 통장의 수익에 세제혜택을 부여해 준 것이기 때문에 과거에 1개 상품만 알고 가입하던 것을 ISA 경우 4~5개의 금융상품을 이해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1개 상품도 이해하기 어려운 금융소비자가 4~5개의 금융상품을 복합적으로 이해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ISA 관련 소비자의 피해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보여진다. 이러한 피해가 있을 경우, 금융사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면 소비자는 금융지식도 부족한 상황에서 자신이 기재한 금융상품 가입 서류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민원이나 소송 등의 상황에서 반드시 가입자 자신이 제출하고 서명하고 녹취된 금융사 보관의 서류를 제대로 발급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찌 보면 소비자가 작성하거나 관련된 자료를 금융사가 안 준다는 것 자체가 쉽게 이해가지 않는다. 최근 크게 문제가 되었던 동양사태 발생시에도 피해자들에게 관련된 서류나 녹취를 제공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하였다. 소비자보호를 한다면서 금융사도 금융당국도 소비자가 계약시 작성된 관련 서류조차도 주지 않은 상황을 지금까지도 이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 없고, 제도도 보완하지 않아 오늘도 소비자만 골탕을 먹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금융위는 이러한 문제점을 이제야 인식했는지 개선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개선을 금융소비자보호 모범규준을 개정한다고 하니 너무도 안이한 인식이 아닐 수 없다.법적으로 제공할 의무가 없다고 법을 내세우는 금융사들에 대해서 법적 제도로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모범 규준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자체가 얼마나 소비자 보호 인식이 부족한 가를 보여준 것이다. 이런 문제가 동양사태를 계기로 크게 부각된 문제였지만 이제 와서 자본시장법의 개정이 아닌 아주 손쉬운 모범규준 개정으로 손보겠다는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금융당국은 아직도 증권사들이 멋대로 자행하는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닌데 본질의 이해 없이 개선했다고 실적만 내세우려는 것은 아닌가 싶다. 소비자보호는 상식선에서 이제 충분하게 사회적 기준이 형성되었다고 본다. 소비자보호를 하지 않으려는 금융사들이 법을 방패삼아 안 된다고 한 것을 금융당국은 법이 아닌 모범규준으로 처리하려 한다면 신뢰받아야 할 금융당국의 모습을 기대하기는 더 멀어질 듯 하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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