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휴가철 만나는 파리… 그들을 통한 야생동물의 이해

하찮은 가치를 의미하는 것으로 널리 쓰이는 ‘파리목숨’이란 말이 있다. 긴 가뭄을 밀어내고 쏟아져 내린 국지성 호우는 적지 않은 피해를 냈다. 장마와 홍수는 여름이 주는, 기다리기엔 너무 잔인한 자연현상이다. 이런 장마철에 편승해 잘 번성하는 곤충의 하나가 파리다.휴가철과 종종 잘 맞아떨어지는 장마철은 파리들이 살아가기에 더없이 좋은 높은 온도와 습도가 유지된다. 게다가 인간들이 자신들만의 볼일을 보고 떠난 휴가지 곳곳에는 파리 전용 식탁이 될 것이 뻔한, 수많은 종류의 음식물과 배설물이 버려져 있기 십상이다. 어쩌면 휴가철은 인간이 만든 파리들을 위한 축제기간이나 다름없다. 수 십 마리를 모아도 1g이 될까 말까 한 작은 파리는 정말 성가신 존재다. 눈치는 어디에 묻어두었는지 아무리 쫓아내도 단 몇 초면 제자리를 찾아든다. 그리고 이 파리를 잡으려 손이라도 뻗으면 어찌나 빨리 피해버리는지, 위에서 말한 파리목숨이란 말이 무색할 만큼 잽싸다. 파리는 과연 어떻게 그렇게 빨리 도망을 칠 수 있을까. 그 비밀은 파리의 동체시력에 있다.우리 눈은 초당 60매 이상으로 움직이면 그 움직임 하나하나를 느끼지 못하는 시신경을 가진 동물이다. 그런데 파리는 초당 250번의 장면전환을 일일이 하나하나 판독해 낼 수 있을 정도이다. 이렇게 순간적으로 움직이는 물체의 운동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을 동체시력이라 하는데 파리가 바로 이런 동체시력에 관한 최고의 자리에 있다시피 한다. 그러니 제아무리 빠르게 손을 휘둘러도 파리가 보기에는 슬로우 비디오나 마찬가지다. ‘파리목숨.’ 크게 잘못된 표현이었다. 파리가 가진 이 같은 동체시력을 잘 이해하면 혹 휴가지에서 만날 수 있는 야생동물들과의 조우로부터 더욱 쉽고 안전하게 대처할 수 있는 요령이 생긴다. 여러분 앞에 너구리 오소리 등이 나타나 위협적인 상황이 생겼다고 가정해 보자. 그럼 우리는 보통 막대기 등을 상하좌우로 힘껏 휘두르며 쫓아내고자 할 것이다.그런데 탁월한 동체시력을 가진 그들로서는 이런 막대기를 피하는 것이 식은 죽 먹기다. 문제는 사람이 1차 행동을 보인 그다음이다. 휘두른 막대기를 슬쩍 피한 동물 역시 자신을 위협했던 동물인 인간에게 역습을 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보기에 인간의 막대기 휘두들기는 너무나도 어설프기 짝이 없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전혀 다른 방법을 써야만 한다. 동체시력이 아무리 좋아도 막대기를 마치 펜싱선수가 가는 검으로 상대방의 공격목표를 향해 찌르기 하듯, 막대기로 찌르는 행동을 재빠르게 할 경우, 대부분 동물들도 인간의 공격을 피하기 어렵고 물러나게 된다. 그것도 주로 코와 눈 주변을 목표로 할 경우 효과는 가장 크게 나타난다. 그 부위에는 상상도 못할 만큼 많은 신경세포가 밀집해 있어 한 번의 타격만으로도 큰 충격을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휴가를 다녀오면서 가장 행복한 것은 무엇보다 안전하게 귀가하는 일일 것이다. 차 안에 무임승차 한 파리를 바라볼 잠깐의 여유가 있다면 그들의 가진 뛰어난 동체시력을 내가 쥐고 이용할 방법도 배워보자. 세상은 약해서 지는 것이 아니라 지기 때문에 약한 것이다. 상대방을 보다 깊이 이해할 때 나와 가장 가까운 곳에 승리의 손길이 기다리고 있다. 박병권 한국도시생태연구소장

[이슈&경제] 폭염 대피소를 대폭 확충하자

지구 온난화 이상기후로 인한 여름철 폭염 대처는 우리생활의 일부가 돼 가고 있다. 연일 언론에서 폭염과 관련된 보도가 이어지고 있고 폭염 대처를 위한 행동요령도 방송에서 종종 보도되는 것을 보면 폭염의 심각성을 새삼 느끼게 된다. 최근 서울연구원에서 펴낸 보고서 ‘2016 서울시민의 폭염 경험’을 살펴보면 여름철 폭염은 온열환자를 증가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과거보다는 최근에 온열환자가 급증하고 있고, 저소득 취약계층일수록 환자수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국민안전처로부터 폭염주의보나 폭염경보 관련 안내문자를 받거나 TV 등 방송을 통해서 폭염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아 폭염에 대한 인지도는 높다. 하지만 폭염 대비 행동요령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거나 또는 문자로 외부외출을 자제하라는 권고내용을 받는 수준이 일반적이다. 현실적으로 폭염 정보를 받고 있지만, 폭염일 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처정보가 부족한 것이 문제다. 정부나 지자체는 폭염에 대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인천 중구청에서는 관내 주요 관광지인 월미도 문화의 거리에 안개분무 시스템 및 주요 교차로 횡단보도 앞에 그늘막 텐트를 설치 · 운영한다. 이들 폭염 쉼터시설들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설치하기 때문에 경제적 효용가치는 있지만 폭염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계층에게 유용한 시설이다. 그러나 폭염 취약계층을 위한 폭염관리는 부실한 것이 현실이다. 폭염취약자들을 위한 대표적인 시설 중 하나는 폭염 대피소(Cooling Center)인데, 서울연구원 보고서에 의하면 설문응답자 중 폭염 대피소를 실제 이용한 시민은 8%에 불과하며 그나마 이용한 장소는 은행과 주민센터이고, 대부분은 시설 위치를 모르거나 이용자들의 연령 차이 때문에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는 어느 지역에 어떤 종류의 시설이 있는지도 모르지만 알고 있더라도 대피시설을 이용하는데 부담을 느끼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폭염관리를 위해서는 다수의 국민들이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있는 폭염 대피소가 확충돼야 한다. 다양한 시설에 설치되고 거주지 가까이 있어야 하며 홍보를 통해 시설 위치와 규모 등을 알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어르신들의 경우 이미 폭염 취약계층으로 분류되어 경로당이나 복지관 등에 무더위 쉼터를 지정 · 운영하고 있지만, 다세대주택이나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 등에 거주하는 폭염 취약계층들을 위한 일반 폭염 대피소는 부족하며 지정된 장소 정보도 빈약하다. ‘무더위와의 전쟁’을 벌이는 ‘폭염 난민’이 이용해야 할 시설들을 확충해야 한다. 대규모 쇼핑몰이나 대형마트점, 카페, 도서관 등이 있다고 하지만 이용에 따른 경제적 부담과 시설 운영시간을 감안해야 한다. 무엇보다 공공시설을 대폭 개방해야 한다. 고양어울림체육센터는 여름철 폭염에 대비해 관내 고양어울림누리 빙상장 시설물을 활용하고자 무더위 쉼터를 개방하여 폭염에 취약한 노약자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 무료로 개방한다고 한다. 이외에도 교육시설, 종교시설, 대규모 민간시설 등의 협조를 통해 한시적이라도 많은 무더위 쉼터 시설을 확보해야 하며, 시설이용에 따른 경제적 부담은 정부나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실행해야 한다. 폭염은 재난과제이지만 저소득 취약계층, 폭염 취약계층 등을 포함한 우리 모두에게는 여름을 이기기 위한 생존 과제이다. 한층 더 강렬해진 폭염을 보면서 정부나 지자체의 손길을 기다리는 계층이 많이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문영규 경복대학교 복지행정학과 교수

[이슈&경제] 누구에게나 성공의 길은 반드시 있다

몇 년 전 일본에서는 흥미로운 조사를 한 적이 있다. 지난 1천 년 동안 일본에서 가장 존경하는 경제인 10명을 선정하도록 했다. 대부분 대기업을 일으킨 창업주가 지명되었지만 18세기에 활약했던 우에스기 요잔 같은 전설적인 상인도 들어 있어 일본의 상인정신이 높게 평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는 파나소닉의 창업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1894-1989)가 꼽히고 있다. 그는 초등학교 4학년 중퇴와 가난, 허약한 체질이라는 타고난 흙수저 출신이었지만 이를 장애로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덕분에’라는 긍정적 철학으로 승화시켰다고 한다. 그가 남긴 저술에 따르면 학교에 다니지 못한 덕분에 누구에게나 배우는 자세로 임할 수 있었고 가난 덕분에 근검절약을 실천할 수 있었으며, 허약한 체력 덕분에 건강에 유의하여 90세가 넘도록 장수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100여 권의 저술을 남겼는데 그중에서도 ‘위기를 기회로’라는 책에는 그의 철학이 오롯이 담겨져 있다. 최근 우리 경제의 저성장, 저고용이 장기화되면서 소득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통계청의 소득분배지표를 보면 지난해 중위소득의 50~150%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58.4%에 머물러 2015년에 비해 2.2%포인트가 감소했다. 이는 관련통계가 작성된 2006년 이후 최저치로 나타나고 있다. 기업의 양극화도 심각하다. 지난 4월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CEO들은 ‘전반적인 사회갈등 수준이 심각하다’(83.7%)고 응답했고, 그중에서도 10명 중 9명(89.3%)은 사회갈등 중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답했다. 기업의 양극화가 사회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사회갈등이 지속될 경우 성장동력의 상실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와 같은 우리 경제 상황 속에서 경영자는 위기일수록 자기 성찰이 중요하다는 마쓰시타의 철학을 다시 새길 필요가 있다. 1918년 작은 소켓회사로 출발한 파나소닉은 1920년대 말 세계적인 대공황으로 인력감축이 불가피했음에도 생산량만 반으로 줄였을 뿐 직원은 한 명도 해고하지 않고 월급도 전액 지급기로 했다. 다만 모든 임직원이 휴일을 반납하고 재고품 판매에 힘쓰기로 하여 두 달 만에 재고를 처리하고 공장을 정상가동할 수 있었다. 고객의 질책을 개선의 기회로 살리기도 했다. 고객으로부터 질책을 교훈 삼아 결코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상대를 위해, 거래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경영 신념을 가지고 살아갈 때 비로소 기회가 온다고 역설하였다. 칭찬으로만 일관해 스스로 자만하게 만드는 고객보다 연구를 독려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성가실 정도로 짚어주는 사람이 감사한 고객이라는 것이다. 기업 내부에서 부서 간의 역지사지 정신을 강조하기도 했다. “판매 담당은 상품에 관한 기술과, 제조하는 사람이 들인 노력을 생각해야 하고, 기술 및 제조 담당은 판매하는 사람의 노력에 감사하며 마음을 담아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경리 담당은 1엔이라도 그것이 이익이 되기까지 모든 부문의 사람들이 흘린 땀의 결정이라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이처럼 서로의 노력 하나하나를 눈시울 뜨겁게 생각하고 그렇게 거둔 성과를 함께 기뻐해야 비로소 전체가 발전할 수 있다.” 모두가 안 된다고 고개를 저을 때 그는 ‘반드시 방법은 있다. 없다면 내가 만든다’는 정신으로 경영에 임했고 어떠한 고난도 이겨낼 수 있다는 강인한 자세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어려울수록 ‘책임은 나에게 있다’는 구도자의 자세로 위기를 헤쳐나간 마쓰시타의 가르침이 현재 우리가 처한 정치경제적 상황과 대비해 볼 때 더욱 준엄하게 들려오는 아침이다. 김형호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사무총장

[이슈&경제] 사회서비스공단 설립과 사회서비스 질 확보

새 정부가 ‘사회서비스공단’을 설립하려는 계획이 있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공단 설립은 복지종사자들의 이슈로 자리 잡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을 위한 검토를 시작했다고 한다. 사회서비스공단 설립 목적이 새 정부가 추진하는 좋은 일자리 창출과 맞물려 진행돼서인지 사회복지분야에 근무하는 종사자들의 관심도가 높다.특히 사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정부가 직접 복지종사자들을 고용해 국민들에게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공단을 설립한다고 하니 질 좋은 서비스를 기대하는 해당서비스 대상집단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이 사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목적으로 추진되는 것이라면 사회서비스 질 확보를 위해 검토할 사항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무엇보다 지금까지 서비스 전달 및 공급을 담당한 주체들이 민간기관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복지서비스 전달체계의 중심축이 민간기관에서 공공기관으로 변경될 경우 다양한 복지수요와 기대수준에 대응할 수 있는 공공복지시설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확충할 수 있는가를 판단해야 한다. 아울러 복지기관을 직영으로 운영할 경우 복지수요에 실시간 대응할 수 있는 기관운영역량을 확보할 수 있는가의 여부도 동시에 검토해야 사회서비스 질 확보가 가능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에 포함되는 직종 종사자의 대우문제이다. 보육교사,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장애인 활동보조사 등 주로 돌봄 영역에서 근무하는 종사자들이 이에 해당되는데 얼마만큼 처우가 개선되는가의 여부가 서비스 질 확보의 핵심이다. 이들 종사자들의 경우 현재 임금과 근무조건 등이 타 직종에 비해 열악하다. 직업에 대한 자긍심 역시 과거에 비해 낮아졌다는 것이 중론이다.따라서 사회서비스 질 확보를 위해서는 이들의 처우 및 직무환경 개선이 전제되지 않는 한 기존의 서비스 질을 뛰어넘는 사회서비스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일반적으로 정책의 성공여부는 정책을 집행하는 주체들의 열정과 의지에 큰 영향을 받는데 민간에서 공공으로 신분이나 관리주체가 변경될 경우 복지종사자들이 기대하는 만큼의 처우가 개선되는가의 여부는 사회서비스 질 확보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사회서비스 질의 확보는 서비스 전달 및 공급체계에 의해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사회문제를 올바로 인식하고 정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도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서비스를 집행할 주체들이 얼마만큼 소명의식을 가지고 임하는가에 따라 서비스 공급의 질은 결정될 것이다. 사회서비스공단이 설립을 통해 사회복지서비스의 공공성을 높이려 한다면 무엇보다도 사회복지서비스를 집행하는 종사자에 대한 처우개선과 직무환경 개선을 통해 사회에서 인정받는 질 좋은 일자리로 자리매김하도록 지원해 주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다. 최근 들어 ‘사회적 돌봄’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치매나 우울증 등의 노인질환문제는 가족 돌봄을 넘어서 사회적 돌봄의 문제로 이전되는 상황이다. 저출산과 여성의 사회적 진출을 고려한 보육 및 육아문제는 국가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아울러 정신보건법 개정에 따른 정신질환자 문제 역시 사회적 돌봄 영역으로 흡수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돌봄’을 포함한 사회적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는데 이들 수요에 대응하는 공급 속도는 느리고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현실을 보면서 복지에 대한 국가의 역할과 국민에 대한 공적책임을 다하기 위한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은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공단 설립의 타당성만큼 복지종사자들에 대한 배려도 진정성 있게 실행되어야 사회서비스 질을 확보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문영규 경복대학교 복지행정학과 교수

[이슈&경제] 좋은 일자리는 사내벤처창업을 통해

신기룡 세계적으로 저성장이 지속되면서 모든 국가에서 일자리 만들기가 핵심 아젠더 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과제로 삼고 있다. 지금 우리 경제상황에서 일자리 창출은 저성장을 타개하는 방안임에 틀림없다. 저소득층의 소득을 높여서 소비를 확대하고 나아가 경기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적절한 처방이다. 저소득층의 소득을 높이려면 양질의 일자리가 우선 만들어져야 한다는 점에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문제는 이런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해법을 내놓기는 쉽지 않다는데 있다. 여기서 우리는 실효성있는 방안으로 기술형 창업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창업이 활발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주요국가와 비교해 볼 때 독특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도 생계형이 63%에 이르는데 이 수치는 미국 26%, 핀란드 20%, 스웨덴, 이스라엘 13%와 비교할 때 엄청나게 높다. 반면 기술형 창업은 21%에 불과하여 미국 54%, 핀란드 66% 등과 비교할 때 절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저성장이 지속되면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기술형 창업정책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1년 1월 ‘미국 창업계획(Startup America Initiative)’을 발표하고 창업자금 지원, 창업 프로그램 확대, 대기업과 창업기업 간 협력강화 등을 진행하고 있다. 독일은 2014년 ‘창업하기 가장 좋은 나라’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청년창업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두 정책 모두 생계형 창업이 아니라 기술형 창업 지원에 초점이 모아져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발맞추어 우리 역시 기술 창업에 집중해야 한다. 기술형 창업은 생계형 창업과는 달리 저성장 국면을 타개하고 지속성장을 위한 적절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한 방안으로 사내벤처(corporate spin-offs) 창업을 꼽을 수 있다. 그동안 정부에서는 다각적인 기술창업 활성화 대책으로 창업과 벤처 붐 조성의 기틀을 마련했으나 민간 주도적 기술창업은 활성화되지 못한 측면도 있어 왔다. 이에 따라 최근 협력재단에서는 신기술 중심의 산업환경 구축을 위해 사내벤처 창업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고급 기술인재들의 도전적 창업이 여전히 부족하고 창업 이후의 생존능력도 취약하다. 따라서 기술개발 경험을 보유한 대기업 및 중견기업내 기술 전문인력이 사내 벤처창업에 도전하고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이 가지고 있는 시장경험과 네트워크를 활용한다면 창업 성공률을 제고하고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핀란드 노키아는 ‘2007년 애플의 아이폰 등장 이후 추락을 거듭하다가 13년 매각됐다. 그러나 노키아는 정부와 함께 퇴직자들을 위한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앵그리 버드 등 수천개의 기술창업 기업을 만들어 일자리를 창출하여 새로운 경제모델을 제시한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사내벤처창업 활성화를 통해 민간중심의 창업-성장-회수-재투자의 선순환 창업생태계를 만들어 정부의 지원프로그램과 연계한다면 선순환적 창업생태계 조성이 가능할 것이다. 이를 통해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기술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고, 기술형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주요선진국에서는 최근 사내벤처 창업이 활발한 점을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사내벤처창업은 중견벤처 기업들에게 총체적(disruptive) 혁신을 통한 재도약의 기회를 제공하고, 고급 전문인력들이 기업내에서 얻은 지식과 네트워크를 활용한 기술창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여 경제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시간이 좀 걸릴지라도 이제 기술형 창업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 신기룡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본부장

[이슈&경제] CCTV의 원조, 낮과 밤의 새와 쥐

지난해 민주주의의 맏형이라 자처하는 미국에서 대선 전부터 달아오른 대통령 당선자의 인성에 대한 논란이 채 가라앉기도 전, 우리나라에서는 탄핵이라는 극단적 처방론까지 입에 오르내렸다. 그 많은 기자가 대통령을 향해 손가락질을 해대며 거침없고 자유롭게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문화가 부럽기만 했다. 기자들과 대통령의 만남. 누가 거짓이고 누가 진실인지를 알아보게 만든 유리창 같았다. 여기에 세상에 비밀이 없다는 것을 빗댄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우리 선조들이 만들어낸, 생물을 주인공으로 한 살아 있는 CCTV의 원조격인 이 속담은 소름끼치도록 명쾌하고 적확한 표현이다. 그 먼 옛날, 아무런 측정 장비나 과학적 수단이 없었음에도 주·야간에 발생하는 대기의 밀도 차이에 따른 소리 흐름의 변화를 어떻게 알아채고 그 특성을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동물들까지 이리도 잘 빗대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우리가 듣는 소리는 낮에는 하늘을 향해 위로 퍼지는 경향을 보이고 밤에는 지면을 따라 흐르는 특성이 강하다. 이것은 정밀한 측정 기기나 분석 장비가 없다면 말로는 표현조차 어려웠을 자연이 만든 물리학적 현상임에도, 그것을 정확하게 알아낸 것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게다가 그렇게 이동하는 특성을 가진 소리를 제일 잘 듣는 것으로 새와 쥐를 내세운 것은 지금의 과학적 잣대를 들이대도 가장 합리적이며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도 이 같은 표현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일이라는 점이다. 새들은 천적을 피해 나뭇가지 등 높은 곳에 앉아 생활하는 특성이 강하다. 그 높이까지 마치 소리를 들어 올리듯 올려 보내는 것은 자연이 만든 현상이다. 더욱이 새들은 두개골이 작고 귀가 거의 외부에 노출돼 있다시피 해 소리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이 그 어떤 동물보다 빠르고 정확하다. 쥐도 비슷해, 땅속에 숨어 살기를 좋아하는 특성상 작은 몸으로 세상에 맞서 살아가기 위해 미세한 소리 정보라도 목숨처럼 소중히 다루지 않으면 안 된다. 그만큼 소리에 민감한 동물이란 뜻이다. 모든 소리는 모든 생물과 인간들에게 공평하게 다가온다. 자연 속에서의 소리는 가둘 수도 없고 흘러가는 길을 막아설 수도 없다. 어디론가 몰래 숨어들거나 원래보다 더 커지거나 없던 것이 더해져 왜곡되는 일도 없다. 그러나 우리 인간들 속으로 들어온 소리는 마음대로 숨기거나 왜곡시키기며 흘러갈 방향도 정하고 거기에 양념처럼 자신의 감정까지 덧씌워져 가공식품 뺨치게 변모하기 일쑤다. 그래서일까. 귀로 들은 소리가 입으로 나갈 때, 우리는 사람 됨됨이를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다. 귀로 들은 소리를 교묘하게 왜곡시킬 줄 아는 것, 인간만이 가진 얄미운 재능인 듯하다. 미국을 들먹이지 않아도 우리는 요즘 쥐와 새는 똑바로 들었지만, 자신들조차 스스로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을 얼마나 심하게 가공했는지 모르는 현장을 매일같이 신문, TV 등 ‘낮말 밤말 전달기’를 통해 낱낱이 들여다보고 있다. 그들은 왜 자신을 만난 사람들이 쥐나 새보다 더 무서운 ‘살아있는 신형CCTV’임을 모르고 있는 걸까. 진정 그 이유를 모른다면 새와 쥐를 모아 놓고 지내라. 그들은 CCTV내용을 조작하지 않기에 안심할 수 있으니 말이다. 박병권 한국도시생태연구소장

[이슈&경제] 베이비부머 세대의 문화와 경제

베이비부머라고 불리는 5060세대는 1970년대 말에서 1980년대 초에 사회에 진출한 세대이다. 이 시기에는 대한민국의 경제규모나 성장 속도가 빠르게 증가했다.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높았던 때이다. 그래서인지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능동적이며 성취지향적인 성향이 강한 문화적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지난 세대의 장년층 문화와는 다르다. 무엇보다 70~80년대 청년기를 보내면서 나름대로 낭만이 있는 젊은 문화를 체험하였고 학력수준도 상대적으로 높다. 또 개방화 · 민주화 · 자유화로 이전되는 사회적 격변기를 살아온 세대이기에 나름 삶에 대한 가치관과 자기주장 및 개성이 뚜렷하다. 최근 베이비부머들의 문화나 흐름을 반영하듯 몇 년 사이 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예능이나 다큐, 드라마 등이 꾸준히 제작되고 있다. 최근 방영된 윤식당이나 꽃보다 할배, 콘서트 7080 등이 대표적 프로그램이다. 특히 꽃보다 할배가 방영된 이후 5060세대는 패키지여행보다는 자유여행에 도전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베이비부머들이 운영하는 블로그나 카페들 중에는 여행이나 건강, 자기계발에 대한 활동을 소개하는 사이트도 이제는 일반화됐다. 이들 세대는 외모나 자기건강에 신경 쓰며 휴식과 여유를 즐기고 자신의 삶과 행복을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또 진취적이며 자기만족과 감성을 중요시하는 자신들만의 차별화된 소비패턴도 가지고 있다. 이는 경제성장시기에 열심히 노력한 결과 축적한 재산이 반영된 결과이다. 2015년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전체인구 중 베이비부머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14.3%, 711만 명이다. 이들 세대가 지닌 인구규모나 문화적 특성에 비추어볼 때 향후 사회적 영향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들의 선택이 미치는 정치적 영향력은 입증됐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이들 세대의 소비구매력은 마케팅의 주요 전략 변수가 되고 있다. 베이비부머들에게 붙은 대표적인 신조어들 중에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활동적이며, 다음세대를 위해 헌신하는 피딩(feeding)족이나 또는 자신만의 인생을 노부부끼리 오붓하게 보내려는 성향을 지닌 통크(TONK)족 등이 있다. 이들 신조어들의 공통점은 베이비부머들을 주요 소비주체 세력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베이비부머세대들이 은퇴를 시작하고 있다. 은퇴는 경제적 활동의 종료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이들 세대에게는 새롭게 인생이모작을 위한 시작으로 이해되고 있다. 각 지자체에서 베이비부머들을 위한 취·창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5060세대에 맞는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이에 부응하듯 베이비부머들의 도전과 성공사례도 종종 언론에 보도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성공적인 인생이모작을 위한 배려와 관심이 정책적으로 필요한 때이다. 베이비부머들은 하면 된다는 의식과 경험을 통해 성공을 맛본 세대이기 때문에 주어진 여건을 변화시킬 수 있는 역량이 있다. 베이비부머들은 새로운 삶에 도전하면서 자신의 아이디어와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에 참여하거나 재능을 기부하는 적극적인 삶을 보여줄 수 있는 주도적이며 능동적인 문화를 지닌 세대이다. 이들 세대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회와 여건을 조성하여 지속적으로 경제에 기여하는 주체로 거듭나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 5060세대들이 움직여야 대한민국이 움직인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으며 이번 19대 대선에서는 5060세대를 위한 정책공약도 제시된 바 있다. 베이비부머들이 대한민국 경제에 크게 기여할 수 있도록 5060세대에 부합하는 맞춤형 정책발굴과 추진 및 정치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기이다. 문영규 경복대학교 복지행정학과 교수

[이슈&경제] 한류 활용한 해외동반진출을 다시 본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12세기말 프랑스의 속담집에 실린 문구를 영국의 작가 존 헤이우드(1497~1580)가 재편찬해 유명하게 된 격언이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1563년 케임브리지대학에서 대기만성을 강조하기 위해 이 문구를 인용하면서 세계적으로 더욱 널리 알려지게 됐다. 이처럼 유명한 격언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1900년 6월 파리 에펠탑 광장에서는 엑스포가 열렸다. 이 행사를 기념해 알렉산더 3세 다리, 그랑 팔레, 쁘티 팔레, 오르세역(현재 오르세 미술관), 리옹역 등과 같은 명품건축물이 만들어졌다. 놀랍게 대한제국은 이 엑스포에 참여해 ‘조선관(Pavillon Coren)’을 짓고 갓, 모시, 돗자리, 부채, 도자기, 가마 등을 전시한 기록이 프랑스 신문에 남아 있다. 이렇게 일찍부터 한류를 전파하기 위해 세계적인 행사에 참여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의 국력과 인식이 부족하여 단발성 행사로 끝남에 따라 우리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상실하고 말았다. 오히려 우리는 ‘조용한 아침의 나라’라거나 ‘은둔의 나라’로만 알려지게 돼 문화수출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대단히 아쉬운 장면이다. 지난 19~22일 일본 지바현의 마쿠하리 메세에서는 케이콘(KCON)행사가 열렸다. 중소기업청이 주최하고 협력재단과 CJ E&M이 주관하는 행사로 금년 들어 4년째로 접어드는 행사이다. ‘콘텐츠(Contents)’를 기반으로 ‘콘서트(Concert)’와 ‘컨벤션(Convention)’을 융·복합해 한국 문화에 대한 종합적인 체험을 제공한다는 뜻을 담고 있는 KCON은 최근 한류확산의 구심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번 행사의 일환으로 준비된 한류 아이돌 공연은 최저 입장료가 13만원을 넘는데도 불구하고 나흘 동안 10만개 좌석매진이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특히 주말에는 3시간이라는 긴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한국어로 노래를 부르고 아이돌의 춤을 똑같이 흉내내는 등 엄청난 열기를 보여줬다. 최근 한일관계가 미묘한 긴장이 흐른다고 하지만 한류공연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번 KCON행사에는 약 5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간 것으로 최종 집계돼 일본에서 한류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KCON은 대·중소기업 해외동반진출을 위한 대표적인 행사로서 일본, 미국뿐만 아니라 새로운 지역으로 진출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이번 지바현 행사에는 중소기업 52개 사가 참여해 수출상담회, 전시장 현장 판매 등이 이뤄졌다. 수출상담회에서는 일본 유통 바이어 120개 사가 참여해 294건의 상담이 진행됐고 콘서트 관람객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시판매에서도 성과를 거둬 완판업체는 7개 사에 이른다. 또한, 금년부터는 중소기업 제품 홍보 스튜디오(K-STUDIO)를 설치하여 현지 온라인 크리에이터와 한류스타가 중기제품 소개영상을 현장에서 제작하는 이벤트를 새로이 선보여 참여기업뿐만 아니라 관람객의 많은 관심을 이끌어냈다. 짧은 전시기간에도 불구하고 이런 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문화와 산업의 접점을 활용하여 행사국가의 지역수요특성을 잘 감안해 준비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번 행사는 일본에서 개최한 KCON행사로서는 최대의 성과를 이루었다. 이와 같은 결과가 있기까지 문제점을 하나씩 개선해간 정부와 CJ E&M 측의 노력이 있었다. 이제 한류를 한때의 유행이 아니라 지속적인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지혜를 더욱 모아야 한다. 한류를 활용한 수출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각오가 필요한 시점이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명심하면서 말이다. 이정화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본부장

[이슈&경제] 새 정부에 바라는 손가락 속 생태학… 엄지 척!

세상은 늘 새로운 것을 기다리고 또 바라는 것 같다. 진통 끝에 헌 정부를 대신할 새 정부가 탄생했다. 누구나 새 정부는 모든 면에서 새롭기를 바란다. 새롭게 되는 것이 얼마나 힘들기에, 지금까지 출마한 모든 대선주자들은 단 한 사람도 없다시피 할 정도로 새로움을 전면에 내세웠다. 현 정부 역시 새로움을 공약으로 첨가해 나가고 있기에 과연 마지막에는 얼마나 새로움을 유지하고 있었을지 지켜볼 일만 남았다. 지금까지는 출발이 참 좋아 보인다. 그래서 사심 없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말없이 엄지를 치켜세워주고 싶다. 어떤 일을 잘해낸 누군가에게 말로 하는 것보다 더 훌륭한 방법의 하나로 가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칭찬을 대신해 주는 일은, 손가락을 치켜세운 상황을 바라보기만 해도 아름답게 다가오는 장면이란 생각이다. 여러분 손을 펴놓고 다섯 손가락을 잘 살펴보자. 왜 다섯 개 손가락 중에 제일 작고 낮은 자리에 있으며 마디조차 하나 부족한 이 엄지를 흐뭇한 칭찬에 마치 대변인처럼 내세우게 되는 걸까? 손가락을 가지런히 하고 손끝을 하늘 향해 세워보자. 가장 낮은 곳에 자리 잡은 엄지는 2마디, 엄지머리 꼭대기에 자리 잡은 나머지 손가락 넷은 3마디다. 사회적으로 잘 배우고, 잘 살며, 권력까지 움켜쥔 사람들이 3마디를 가진 네 개의 손가락과 비슷한 모양새가 특징이다. 3마디를 가진 손가락들은 서로 얼굴도 쳐다보지 않는다. 기껏해야 남의 뒤통수나 옆 통수를 건드리는 일이 전부다. 그러나 엄지는 어떤 손가락을 만나든 항상 얼굴을 맞대고 정정당당하다. 세 마디를 가진 손가락의 행태들을 좀 더 잘 살펴보자. 먼저 검지는 다섯 손가락 중에 제일 잽싸다. 그런데 가장 잘하는 것이 지적질(?)이다. 한번 손가락으로 누군가를 지적하는 자세를 취해보자. 남을 지적하고 있는 그 순간, 엄지는 다른 세 손가락을 가려주며 부끄러운 상황을 덮어준다. 세 손가락은 관심조차 없는지 꽁무니를 감추고 있다. 키가 제일 큰 가운뎃손가락은 무슨 일인지 채신머리 없는 욕설의 대명사다. 반지를 낄 수 있어 제일 부자인 넷째 손가락은 얼마나 거만한지 누군가 세워주지 않으면 혼자 똑바로 서지도 못한다. 깨끗한 척하느라 정신없는 다섯째인 새끼손가락은 콧구멍 귓구멍 등 인체의 어두운 곳은 죄다 파고 다닌다. 간혹 오물이라도 긁어모으면 영문도 모르는 엄지에 달려가 튕겨 버려달라고 조른다. 누군가가 선물이라도 전하려 하면 어떤가.그것을 받으려고 잘 배우고, 잘 살며 권력까지 쥔 네 손가락은 재빠르게 앞으로 튀어나오고, 엄지는 ‘뭘 이런 걸다’ 모드로 뒤통수를 젖힌 모양으로 있다. 손가락으로 약속한다고? 굳게 지키고자 한다며 세끼 손가락으로 약속사항을 걸고는 아무것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엄지손가락에 책임지라며 도장까지 받아간다.… 날씨가 추워 손이시라면 3마디 네 손가락은 자기네들을 따스하게 할 목적으로 엄지를 불러 내 사정없이 비벼대 열을 내 한기를 해결하지만 엄지를 감싸 따스하게 해 주고 떠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참 쌀쌀맞다. 압정을 박는 힘겨운 일은 오로지 엄지 몫이다.그 어려운 순간, 3마디 네 손가락은 뒤로 숨고 아는 체도 하지 않는다. 참 한심하다. 자신을 공문서로 입증해 내는 중요한 신분증 뒤에 “내가 나요”라고 주장하는 것이 바로 엄지손가락이다. 그럼 나머지 네 손가락은 언제 쓰이나. 범법자 식별을 위한 지문 채취에 쓰인다. 증거자료로나 요긴할 뿐이다. 박병권 한국도시생태연구소장

[이슈&경제] 기부와 나눔문화 확산이 필요하다

‘2016 세계기부지수(WGI)보고서’에 따르면 세계기부지수 국가순위는 미얀마(1위), 스리랑카(5위), 캐나다(6위), 영국(8위), 아일랜드(9위) 순이며 우리나라는 140개국 가운데 하위권인 75위를 기록했다. 각 나라 국민이 1년간 자선단체에 기부한 금액, 자원봉사 시간, 낯선 사람을 도운 횟수 등 세 항목을 조사해 기부지수를 산출하고 국가순위를 정한다. 기부나 나눔문화는 국가의 문화적 요소와 연계돼 있다. 미얀마나 스리랑카가 세계기부지수가 높은 이유는 나눔정신을 강조하는 불교문화의 영향이 있다. 미국이 개인기부 문화가 발달한 것은 건국 초기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공공 부문의 역할이 미약했기 때문이다. 한국이 기부지수 순위가 낮은 이유는 전통적으로 두레와 향약, 상부상조 등의 전통이 있고 아직까지도 이러한 전통은 지역사회의 공동체 기제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별 기부지수 순위에 일희일비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사회가 1인가구 시대, 인구절벽시대, 고령화시대를 앞둔 사회적 현실을 고려한다면 기부나 나눔문화 조성과 확산이 필요한 시기이다. 기부나 나눔을 주도해야 할 계층의 인구규모가 줄어드는 상황이고 빈곤층이 많은 노인세대는 증가하고 있으며 한국의 전통적인 기부방식은 점차 와해되어가기 때문에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최근 기부문화 방식이 변하고 있다. 소셜펀딩(social funding)이 대표적이다. 소셜펀딩은 인터넷이나 SNS를 활용해 사람들이 소액을 기부·후원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서 주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활용되고 있는데, 개인기부·소액기부를 통해 기부문화가 활성화하는데 크게 기여했으며 국내 유명인터넷포털의 사회공헌 플랫폼 활동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갈수록 경제상황이 나빠지는 현실 속에서 개인들의 기부활동이 위축되고 기부금액의 증가속도도 떨어지는 등 나눔정신이 사라지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기부나 나눔에 관심을 지닌 개인이나 세대, 계층을 중심으로 기부활동이나 자원봉사, 재능기부, 교육기부 등의 관련 프로그램 체험이나 나눔 활동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나 사회가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현재 기부나 나눔 활동에 참여한 경험이 없다면 미래에 기부나 나눔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편으로는 개인 기부문화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법이나 제도적 부분의 개정 및 지원이 그 어느 때 보다 필요하다. 최근 대법원이 180억 원대 자신의 주식을 장학재단에 기부하고 세무서로부터 140억 원대 증여세 폭탄을 맞은 사건에 대해 원고 승소 취지로 파기 환송 시킨 재판 결과를 보면서 선의의 기부를 지원하는 법률 개정이나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시기임을 느끼게 한다. 기부한 금액이 어디에 사용되는지 알지 못하거나 또는 사용처를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모금단체가 보내준 소식지를 통해서 아는 경우가 일반적인 현재의 기부활동 공지 관행을 보면서 기부단체의 모금 실적과 활동 및 예산 집행에 관한 공개 등을 제도적으로 의무화하여 기부문화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해야 개인들의 기부나 나눔 활동을 지금보다 더 기대할 수 있다. 기부나 나눔 봉사활동을 체험한 사람들이 체험 경험이 없는 사람에 비해 삶에 대한 만족비율이 더 높다. 기부나 나눔 활동은 다른 사람을 돕는 봉사행위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삶을 만족하게 해주는 치유활동이며 자신의 행복과 성공을 결정하는 기준이기도 하다. 기부와 나눔이 아름다운 가치를 지닌 활동임을 느낄 수 있도록 사회적 여건이 조성되고 문화는 확산돼야 한다. 미래에 우리나라에서도 빌 게이츠나 워렌 버핏, 마크 저커버그와 같은 기부왕들이 나올 수 있는 기부와 나눔문화를 기대해 본다. 문영규 경복대학교 복지행정학과 교수

[이슈&경제] 사내벤처 창업을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가 도래하면서 사내벤처(corporate spin-offs) 창업이 주목받고 있다. 기술의 융복합이 급속하게 이루어지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기술 기반형 중소기업이 자원 배분에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과 연계성이 높은 사내벤처는 경제성장과 패러다임 전환에 기여하는 것도 중요한 항목이 된다.오늘날 ICT기술의 융복합은 생산방식의 변화를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품질을 극대화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것은 종전 거대기업 중심의 ‘규모의 경제’ 생산체제에서 다품종 적량생산의 ‘효율의 경제’로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런 관점에서 사내벤처 창업은 경제 환경변화를 잘 반영하는 트렌드라고 하겠다. 최근 신기술 중심의 산업환경 변화에 따라 사내분사를 통해 제품주기 단축에 대응하고, 외부기업과 지식 격차(knowledge gaps)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나타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내 벤처는 기존기업에 소속된 소집단이 기업 내에 새로운 조직이나 사업을 만들거나 조직 전체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키는 일련의 과정을 뜻한다. 국내에서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 분야의 사내벤처 창업이 활발히 운영되었으나, 성과가 미흡하다는 비판으로 정체되고 있다고 한다. 해외에서는 1980년대 말부터 대기업들이 중소·벤처기업과의 경쟁우위 확보를 위한 사내벤처 창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고 있다. IBM의 경우 직원 4명이 텍사스주 오스틴지역에서 Tivoli라는 회사를 창업했다. 이 회사는 오스틴시에서 최초로 실리콘밸리로부터 7.5억 달러의 벤처자본을 투자받았다. 이후 Tivoli의 사내창업 경험을 체득한 인재들은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하여 26개사가 사내창업에 성공했다.그 중 77%가 투자유치, 39%가 M&A, 10명 이상이 연속창업(Serial Entrepreneurship)에 성공하여 오스틴지역은 연속창업 생태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사내창업→분사벤처→M&A·VC변신→사내창업이라는 혁신적 창업의 선순환이 이루어지면서 연속창업이 활성화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때 대기업을 중심으로 사내벤처 창업이 활발한 적이 있다. 현대기아차, SK플래닛, 삼성전자, 삼성SDS, 카카오, 네이버 등에서 이 제도를 도입하여 일정부분 성공을 거둔 바 있다. 하지만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기업과 벤처기업의 신성장 동력 확보와 고급 기술창업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사내창업의 중요성이 재부상하고 있다. 중견·벤처기업들도 대기업처럼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통해 사내창업을 활성화하면 사업 재도약의 기회를 만들고, 기업내부에서 얻은 지식과 경험, 네트워크 등을 활용해서 새로운 창업·벤처 활성화의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협력재단에서는 작년에 도입한 상생서포터즈 프로그램을 통해 기술기반형 창업과 사내벤처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성공요인으로 꼽히는 자금조달, 전략 개발, 운영 등에 있어서 모기업과 중소기업청 등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4차 산업혁명시대는 기술의 융복합에 따른 창업의 시대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생계형 창업이 70%에 이르러 30% 미만인 기술 기반형 창업보다 훨씬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 비율은 선진국과는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어 기술 기반형 창업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또한 기술 기반형 창업 중에서도 우리나라의 5년 생존율은 29.0%에 불과하여, 미국 45.8%, EU 44.4%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비록 우리에게 주어진 창업환경은 녹록지 않지만 우리는 기술기반형 사내벤처 창업과 신생창업기업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국가적 아젠다를 만들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신기룡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본부장

[이슈&경제] 봄나물에서 배우자! 구워삶아야 하는 이유

두어 달 가까이 영하 10도를 넘기는 날이 이어지던 산골마을에도 그런 추위쯤은 까맣게 잊은 것인지 연둣빛 잎을 내민 산벚나무가 화려한 꽃잎으로 숲을 채워준다. 이 따사로운 봄에 누구보다 바빠진 분들은 산자락과 논밭을 찾아 봄나물을 뜯는 분들이다. 밥상 색깔이 불그레한 김치가 주인공인 겨울모드에서 연녹색의 풀과 나뭇잎이 주인공인 봄나물로 치장되는 즐거움. 아마 우리 민족이 누리는 값진 음식문화가 주는 특혜가 아닐까. 봄나물, 생각만으로도 입안에 행복한 향이 넘친다. 그런데 밥상에 오른 봄나물은 정말 안전하고 건강에도 도움이 될까. 한 가지 상상을 해보자. 여러분은 지금 산속에 들어가 계시고 발밑에는 천연 토양이 깔린 흙을 밟고 있다. 놀랍게도 그 토양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면 사방 1cm, 높이 1cm, 즉 1㎤ 안에는 적어도 백억 마리의 미생물이 들어 있다고 알려졌다. 분명한 것은 이 흙덩어리 속에 들어 있는 수많은 미생물들은 식물들로서는 마주치고 싶지 않은 강한 독성물질로 무장한 채 늘 식물을 먹어치울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그런데도 여리디여린 몸을 가진 싹들은 아무 탈 없이 잘 살고 있다. 유약하기 그지없는 새싹이 미생물들 틈을 뚫고 나오면서도 끄떡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어린 싹은 미생물의 공격을 이겨낼 수 있는 훨씬 더 강력하고 복잡한 무기, 곧 천연 독성물질을 장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막강한 천연 독성물질을 구비한 어린 싹을 가진 식물들을 우리는 어떻게 식탁에서 마음 편히 즐길 수 있었을까. 흔히 사람과 사람 사이의 어려운 문제를 잘 해결해 보고자 하는 노력으로, “내가 그 사람 구워삶았어”라고 한다. 이 구워삶는다는 것만큼 봄나물을 안전하게 식탁으로 초대하는 방법은 달리 없었고 그것이 봄나물을 즐기는 방법이었다. 그래서 모든 봄나물을 대부분 끓는 물에 데쳐서, 한마디로 ‘삶아서’ 식용으로 썼다. 만일 여러분들께서 봄나물을 모두 날것으로 드셔야 할 기회가 생긴다면 식후 찾아가야 할 곳은 편안한 잠자리가 아닌 응급실의 병상일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 그저 부드럽고 약하며 먹음직스럽게 생긴 봄나물들이 강력한 보호물질인 천연 독성물질로 채워진 무기나 다름없는 존재들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는 봄나물을 얻으면 마치 습관처럼 끓는 물에 데쳐서 드시는 것을 생활화한 것이다. 원추리나 박새, 동의나물, 앉은부채 등은 생명을 위협할 만큼 강력한 독성물질을 가진 식물이다. 그런데도 이들의 어린잎을 삶거나 데치면 식용할 수가 있다. 구워삶았다! 언제 누가 만들었는지는 모르는 옛말이긴 하다. 그러나 이질적인 성격의 가치를 보다 친화적이고 안전하며 쓸모 있는 것으로 바꾸려는 노력은 먼 대상이 아닌 식탁에서부터 출발한 것 같다. 가족이든 사회의 구성원이든, 국가든 경제든 구워삶지 않으면 안 되는 일들이 많다. 그것도 모자라 아예 더 높은 온도로 지지고 볶는 일까지도 해야만 한다. 자연은 우리에게 그저 ‘수확 후 즉시 식용’이라는 간단함만 남겨두지 않았다. 지금 우리는 이와 참 많이 닮은 시국, 선거를 앞두고 있다. 제발 이 나라를 제대로 이끌어갈 사람을 뽑고자 한다면 그들의 모든 것을 구워삶고 지지고 볶아서라도 온 국민의 입맛에 잘 맞는 리더를 찾아내야 한다. 그들이 밥상 위의 봄나물보다 단 한 가지 만이라도 영양가 있는 리더이기를 바란다면 말이다. 박병권 한국도시생태연구소장

[이슈&경제] 고령화 시대와 맞춤형 마케팅

고령화 시대와 노인들의 문화생활을 떠올리면 자주 언급되는 명소는 일본 도쿄 도시마구 스가모 거리이다. 스가모 거리는 도로 턱과 영어, 작은 글자가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오늘날의 명성을 얻기까지 도시마구청은 노인들을 위해 기존 거리와 시설을 노인친화형으로 개조공사를 했고, 상점은 노인들이 필요로 하는 물품을 파는 전문점으로 구성했으며, 상인들은 노인들을 배려하는 맞춤형 마케팅을 실시하는 등의 노력이 있었다. 덕분에 스가모 거리는 노인들의 쇼핑 천국으로 불리며 매년 900만 명이 찾는 일본 노인 거리의 대표적 장소로 인정받고 있다. 우리의 경우 노인 거리로 칭할 수 있는 지역은 탑골공원과 종묘공원 부근일 것이다. 일본의 스가모 거리와 비교할 필요는 없지만 이들 지역을 찾는 노인들을 위해 준비된 편의시설이나 공간 규모는 노인 거리로 칭할 만큼의 수준은 아니다. 아직까지는 노인들이 편안하게 이용하기에는 불편한 부분이 많으며, 노인을 위한 맞춤형 편의시설도 부족하고, 지난날의 추억이나 경험을 기억하고 회상하며 스쳐가는 수준으로 문화적 요소가 구성돼 있다. 최근 모 일간지에서 ‘대형마트에 무빙워크가 없는 까닭’이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해당 마트점에서는 대형마트의 상징인 대형 카트나 무빙워크를 줄이거나 없애는 대신에 장바구니 겸용 실버보행기를 준비해서 이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편안한 쇼핑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한다. 신제품이나 수입품을 매장에 진열하기보다는 ‘옛날 매장’ 분위기를 연출하고 오랜 지명도를 지닌 익숙한 상표의 제품을 진열하며, 대용량보다는 소용량 제품을, 건강식품이나 건강기구는 매출액이 높은 진열대 전면에 배치하여 편안하고 즐거운 쇼핑이 되도록 노인 맞춤형 방식으로 운영했고, 그 결과 전체 내방고객 수 중 노인들의 비중은 늘어났으며 건강기구의 경우 매출액이 증가했다고 한다. 전체고객 중 22%가 65세 이상인 노인들이 고객층이라고 하니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지만, 맞춤형 마케팅을 통해 매출을 올리는 현장의 모습을 보면 고령화 시대에 부합하는 성공사례라고 할 수 있다. 고령화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의 현실을 감안해보면 장·노년층이 차지하는 경제적 비중은 점차 높아지고 잠재구매력도 증가할 것이다. 이제는 장·노년층을 고려한 맞춤형 마케팅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장·노년층이 즐겁고 편안하게 쇼핑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고, 지난 추억과 회상을 느껴 볼 수 있는 문화거리를 조성해 쇼핑과 실버문화가 결합된 공간 규모를 창출하거나 확대함으로써 장·노년층의 구매력을 확보한다면 침체된 우리 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수요가 있어야 공급도 있다. 그러나 수요촉진을 위해서는 차별화된 선제적 공급도 필요하다. 고령화 시대를 맞이하면서 비즈니스 주요 대상이 점차 청·중년층에서 장·노년층으로 이전되고 이전속도는 매우 빠를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장·노년층이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주도적 주체가 되도록 지방자치단체나 지역사회, 지역 상인들의 관심과 배려, 투자가 필요하다. 2030년이면 인구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화 시대로 진입하는 사회가 될 것이며 기대수명도 늘어나 백세시대를 맞게 될 것이다. 오래 사는 것만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것이 행복의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은 시대이다. 초고령화 시대에 진입할 시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장·노년층의 경제력 규모, 추억과 문화, 삶의 질 등을 경제적 측면에서 세밀하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문영규 경복대학교 복지행정학과 교수

[이슈&경제] 4차 산업혁명의 아이콘, 지능형 공장

최근 지능형 공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주목받고 있는 지능형 공장(스마트 팩토리)은 설비와 기계에 센서(IoT)를 설치해 공정과정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구조를 가진다. 이를 통해 생산성, 품질, 고객만족도를 향상시키고자 하는 목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지능형 공장은 2011년 시작된 독일 인더스트리 4.0의 실천전략에서 시작됐다. 인더스트리 4.0은 사실상 세계 최초로 4차 산업혁명 성공 모델이라 할 수 있는데 그 중심에는 지능형 공장이 자리 잡고 있다. 이 모형은 독일과 일본에 이어 제조업의 부활을 꿈꾸는 미국에서도 정부가 나서 적극 육성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4년부터 정부가 ‘제조업 혁신 3.0’을 내세우고 보급을 위해 노력해왔다. 초기에는 표준화 지연과 초기 투자비용, 보안 및 산업 기밀 유출의 우려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이 같은 문제가 해소되고, 대기업들이 지능형 공장의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정부도 지능형 공장 확산사업에 적극 나서 2020년까지 국내 1만 곳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지능형 공장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먼저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최근 제조업의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던 조선과 철강 등 중후장대 산업의 경쟁력이 하락하는 가운데 대표산업이 사라지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해 딜로이트와 미국경쟁력위원회가 발표한 ‘글로벌 제조업 경쟁력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글로벌 제조업 경쟁력 순위에서 중국과 미국, 독일, 일본에 이어 5위를 차지했지만 2020년에는 인도가 5위로, 한국은 6위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와 기업들이 지능형 공장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게 되면 IoT(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첨단 ICT(정보통신기술) 발전은 물론이거니와 인프라 확산 등으로 국내 연관산업이 전환점을 맞게 되고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다. 다음, 중소기업에 집중해야 한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생산성은 대기업의 1/3에 불과해 생산성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특히 낙후된 공장시설에 의존하고 있는 중소기업 현장을 지능형 공장으로 바꾸게 되면 중소기업의 생산성은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정부가 삼성전자와 함께 2015년부터 지능형 공장 지원 사업을 벌인 120개 중소기업이 지난해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들 중소기업은 지능형 공장으로 바꾼 뒤 매출이 65% 증가했으며, 불량률은 74%가 감소했다고 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말까지 지원 사업장을 전국에 1천 곳으로 늘리고,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스마트 팩토리 교육아카데미’도 운영해 나간다고 한다. 이를 통한 협력기업의 경쟁력 강화는 대기업의 생산성도 높이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네트워크화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지능형 공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솔루션이 필요하다. 때문에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는 솔루션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으며 기술 경쟁도 치열해 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적인 경쟁도 치열하지만 협력 네트워크 구축도 필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과거 2년간 독일은 중국, 미국, 프랑스, 일본 등과 양국 간 IoT 연대를 위한 협약을 맺은 바 있다. 또한 금년 5월 이탈리아 시칠리 섬에서 열리는 G7회의에서도 IoT를 중심으로 하는 지능형 공장에 대한 국제적 논의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지능형 공장은 단순한 제조 공정의 자동화 설비가 아니라 시장의 니즈를 반영한 물건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맞춤형 공장 시스템이다. 지능형 공장의 도입 확산을 통해 우리 제조업의 경쟁력이 다시 글로벌 제조업 경쟁력 선두권을 넘보는 날을 기대해 본다. 이정화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본부장

[이슈&경제] 황사는 어떤 존재인가?

매년 이 땅에는 마음에 들지도 않고, 초청한 적조차 없는데 늘 같은 얼굴 모습을 한 불청객이 멀리서 찾아든다. 어찌 된 영문인지 절대 자기 고향으로 되돌아가는 법도 없는 묘한 손님이다. 게다가 때만 되면 이곳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주저함도, 허락도 없이 잘도 찾아온다. 그리고 우리는 이 불청객이 지나가는 길을 거의 완벽하게 들여다보며 쑤군대기 일쑤다. 출발점에서의 이 불청객은 저승사자에 가까운 횡포를 부리기도 해 인명사고를 낸 적도 적지 않다.이 땅을 훑고 지나갈 때 온 국민이 쏟아내는 불편함과 툴툴거림을 활자로 적어낸다면 그 양도 어마어마할 것이다. 극히 일부 사람들을 제외하고 이 손님을 반기는 경우는 없다. 어떤 손님이기에, 수만 년 아니 그 이상에 걸쳐 이 땅을 어루만지다시피 지나가는 손님인데 아무도 반기지 않는 것일까. 매년 봄철이면 찾아오다시피 하는 손님, 황사에 관한 이야기이다. 아름답고 설레는 드라마 제목처럼 우리는 황사를 매년 ‘재회’한다. 이 재회를 잘못 알아듣게 되면 발음이 비슷한 ‘재해’가 된다. 묘하게도 황사는 그것을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실제 재회가 되기도 재해가 되기도 한다. 타클라마칸과 고비사막 등지에서 발원하는 황사는 하늘로 솟구쳐 오르면서 정전기를 띄게 되는데, 이 상태를 유지하며 대륙과 바다를 건너 우리 땅으로 오게 된다. 황사가 다가서면 정부에서는 주의보나 경보 등을 내리기에 바쁠 뿐 황사가 자연환경에 발휘하는 긍정적인 가치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이야기한 바 없는 것 같다. 오늘 황사를 다시 볼 기회를 찾아보자. 우선 황사가 지나간 다음 날 하늘이 어떤가. 얼마나 맑고 깨끗해졌는가. 공기청정기를 가동해 이처럼 만들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청정기와 전력이 필요하며 누가 다 설치하고 관리할 수 있을까. 그 비용은 또 얼마나 될까. 아무리 적게 잡아도 수십 조는 족히 넘을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땅의 면적을 약 10조㎡, 먼지가 가득한 대기 높이를 1천m까지만 계산에 넣어보자. 어마어마한 규모의 공기청정기 설치작업이 진행돼야 한다. 그것도 단 하루 만에다. 인간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인 텐데, 그것을 하루 정도의 시간에 마무리해 주는 자연, 황사의 힘이다. 이뿐인가. 황사는 산성화돼 가는 토양을 중성으로 개선해 줄 수 있는 알칼리성 토양성분을 가지고 있다.10조㎡의 산성토양을 알칼리성 토양과 섞어 중성으로 만드는 비용을 우리가 해 낸다면 어떻게 될까. ㎡당 1원만 잡아도 10조 원, 1/10만 잡아도 1조, 1/100이라 해도 1천억 원의 생산적 가치를 가진다. 그런데 어느 학자의 견해를 빌자면, 황사 한번으로 인해 우리가 직접 부담해야 할 환경, 보건, 위생, 청정유지 비용 등은 대략 350억~500억 원 사이라고 한다. 물론 최근에는 여기에 구제역이나 중국발 미세먼지 등이 가세하면서 그 추정 비용이 급증하기도 했다. 자연현상만 놓고 본다면 구제역이나 미세먼지는 사실 인간이 자초한 일이라는 점이기에 황사가 제공하는 순기능에서 조금 멀어져 있다. 게다가 황사는 남동해안에서 종종 발생하는 적조현상을 예방해 주는 아주 고마운 존재라고 알려져 있다. 실제 양식장이 즐비한 연안에 적조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찾아가는 의사는 거대한 배에 가득 실린 또 다른 황사 가족, 황토 흙이 아니었던가. 올해도 찾아들지 모를 황사. 쌍수로 환영할 재회일까, 피하고 싶은 재해일까. 하늘을 뒤덮은 먼지를 누가 걷어줄지 생각해 보자. 달리 본 황사, 너무 고맙지 않은가! 박병권 한국도시생태연구소장

[이슈&경제] 대선과 복지공약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기이다. 대선 후보들 진영에서는 유권자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각종 대선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갈수록 삶이 피폐하고 행복감이나 만족도가 떨어지는 현실 속에서 그래도 미래는 지금보다 삶의 질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며 국민은 대선공약을 지켜보고 있다. 대선후보들은 대선공약이 국민의 요구나 희망을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국민의 기대만큼은 아닐 것이다. 현실적으로 다양한 국민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며 한정된 예산을 배분하는 정책 방향과 가치는 다분히 정치적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대선공약은 미래를 향한 우리 사회의 희망사항을 표현한 상징적 성격이 크다. 그러나 대선후보자들이 제시하는 복지공약만큼은 국민의 기대와 요구가 충분히 반영되기를 기대하고 싶다. 특히 사회적 지원을 필요로 하는 집단들의 희망이 반영된 복지공약이 제시되었으면 한다. 복지공약은 개인의 삶과 사회적 안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지원을 필요로 하는 집단들은 많다. 직장맘, 실업자, 경제적 빈곤자를 포함하여 노인 및 아동, 장애우, 다문화 가정 등이 대표적이다. 고령화 시대, 4차 산업혁명, 일자리 창출, 저출산 해결 등 사회적으로 이슈화된 아젠다에 영향을 받아 대선 복지공약에 포함된 사회적 집단도 있지만 아직까지 사회적 이슈화가 형성되지 못하거나 복지사각지대에 위치해 사회적 관심이나 지원 대상이 되지 못한 사회적 집단들도 다수 있으며, 복지공약 논의대상에 포함되지도 못한 경우도 많다. 사회복지가 추구하는 가치 중 하나는 평등이다. 사회를 구성하는 집단에게 최소한의 자원을 동일하게 분배할 때 수량적 평등은 구현된다. 그러나 해당 집단이 가진 정치적 영향력이 미약하기 때문에 선거공약에서 배제되거나 고려대상이 되지 못한다면 평등한 가치실현은 이상적인 구호나 형식적인 활동에 그칠 확률이 높다. 따라서 대선후보들이 이들 집단의 존재와 희망, 어려움을 헤아리는 복지공약을 발표한다면 최소한의 평등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이나 분위기는 조성될 수 있다. 선거철만 되면 선거공약을 제시하고 공약실현을 약속하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국민 행복지수나 삶의 질이 저하되는 현실을 보면서 과연 진정성을 가지고 선거공약을 만들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공약실천에 대한 평가는 추후에 유권자나 국민의 매니페스토 검증을 통해서도 가능하지만 선거공약 아젠다는 공약을 만들 당시 관계자들의 해당 문제에 대한 현실적 인식과 분석, 판단, 관심의 지속성 등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선거를 통해 장밋빛의 복지공약은 많이 제시되었고, 늘 사회적 약자들의 요구나 기대를 수용하고 실현하겠다는 약속도 무수히 듣고 보았다. 그러나 현실은 공약에 대한 실망과 낙담, 허탈감이 반복되었으며, 결과적으로 공약은 구호에 불과한 선거 상징물로 인식되곤 했다. 그래서 이번 대선만큼은 누락되거나 제외된 사회적 약자의 희망과 요구가 공약내용에 포함되고 그 공약만큼은 꼭 실현되어 그들의 행복지수가 높아지고 사회적으로도 평등이 구현되기를 희망한다. 2017년 국가예산 중 복지예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보건·복지·노동 분야를 포함할 경우 32%인 130조 원에 해당한다. 이들 예산은 국민의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재원으로 사용될 것이며 이변이 없는 한 2018년 이후에도 복지관련 예산은 증가할 것이다. 그리고 정책을 구성하는 내용에는 이번 대선에서 공약한 선거공약들이 반영될 것이다. 19대 대선을 바라보면서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복지공약과 실천, 사회복지 가치 구현을 기대한다. 문영규 경복대 복지행정과 교수

[이슈&경제] 4차 산업혁명과 중소기업의 대응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만물은 늘 변한다(panta rhei)”고 가르쳤다. 그는 세상 만물은 생성, 진화되기 때문에 영원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만물의 생성과 변화는 세상의 진리이며,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은 단지 일시적인 모습에 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는 불가에서도 온갖 방편을 들어 가르치고 있다. 산업도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인류는 증기기관의 발명(1차), 전기와 석유생산(2차), 컴퓨터와 자동화(3차)에 이르면서 에너지원과 생산방식을 변화시켜 왔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상징되던 3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지만, 인류사회는 생산기술의 중심에 인공지능을 염두에 두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작년 1월 다보스포럼에서 처음 언급된 4차 산업혁명이 불과 1년 남짓한 시간에 세계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정의가 있지만 요약하면 ICT 기술을 통해 생산기기와 생산품 간 소통체계를 구축하고 전체 생산과정을 최적화하기 위한 프로세스라고 할 수 있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미래 산업을 주도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신기술 개발 및 신산업 발굴에 앞장서고 있다. 이를 위해 제조업에 ICT 기술을 결합해 지능형 공장(smart factory)으로 진화시키고자 노력 중이다. 이것은 기계와 설비, 부품들이 서로 정보와 데이터를 자동으로 주고받고 기계에 인공지능을 설치해 모든 작업과정을 통제하는 것을 뜻한다. 사람이 기계를 작동시키던 세상에서 기계가 기계를 제어하는 세상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결과는 흥미롭다. 중소기업 52.3%가 4차 산업혁명에 대하여 “전혀 모른다”라고 했고, 93.7%가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 조사를 보면 우리 중소기업이 4차 산업혁명에 대하여 아직은 대응이 미흡한 실정을 보여준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각과 방향이 존재한다. 그것은 나라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중소기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이 성장하면 낙수 효과로 인해 중소기업도 발전하게 된다는 논리가 더 이상 작동하기 어려운 세상이기 때문에 중소기업에 직접 지원하는 형태로 변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기계의 지능화를 통해 생산성을 고도로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이다. 이러한 시대에 중소기업은 생산성 향상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이지만 생산성을 높이지 않으면 대기업과 격차가 더욱 커지는 것은 물론, 국민경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따라서 중소기업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생산성 향상과 품질의 고급화에 집중해야 한다. 즉, 4차 산업혁명의 시작은 생산비용의 최소화와 품질의 극대화에 초점이 모아져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제조업에 ICT 기술을 결합해 생산기기와 전체 생산과정의 효율을 높여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는 올해에 400억 원의 예산을 편성하여 중소기업의 스마트 공장 추진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많은 중소기업이 스마트공장을 갖추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도래는 중소기업에는 위기이면서도 매우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제조업 강국이자 ICT 강국이다. 이제부터라도 4차 산업혁명에 착실히 대비해 간다면 뉴노멀로 정의되는 저성장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발전을 이루어 낼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의 적극적인 인식변화와 지원을 기대해 본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이정화 대중소기업협력재단 본부장

[이슈&경제] 계란 한 알의 경제학

정유년(丁酉年), 붉은 닭의 해에 하필이면 닭들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소위 조류독감으로 무더기로 생명을 버려야 하는 수난을 당했다. 계란을 낳을 닭이 없으니 달걀 품귀 현상은 불 보듯 뻔하다.계란 값이 2배 이상 오르는 등 가격 폭등 현상이 빚어지자 정부는 관세면제와 운송비 지원하며 부랴부랴 해외에서 계란을 수입했다. 이제는 수입한 계란이 팔리지 않고 이의 재고로 인한 처리로 고민한다고 한다. 정부가 이러한 물가 행정에 빠져 있는 동안 업체들의 줄도산은 계속됐다. 정부의 조류독감 관리 미숙으로 결국 국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한번 올랐던 계란 값은 미국산 계란공수로 한풀 꺾이면서 안정될 듯하더니 미국 내 조류독감 발생으로 미국산 계란 수입이 중단되자 다시 치솟기 시작했다. 그러나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산 계란 수입 방침에 다시금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인터넷의 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계란 중품의 평균가격은 7천272원으로, 가격 폭등 시점에 비해 많이 내렸지만, 계란 가격은 여전히 가격 폭등 전 평균에 비하면 35% 이상 높은 상태이다. 그런 탓인지 계란 인심도 아직은 여전히 예전과 같지 않은 것 같다. 며칠 전 한식집에 갔더니 뚝배기 계란탕을 주었는데 전보다 더 반가웠고 맛도 더 있는 것 같았다. 필자는 계란탕을 좋아한다. 그래서 거의 언제나 한 그릇 더 얻어먹곤 했다. 여느 때처럼 체면 무시하고 계란탕을 하나 더 달라고 하였더니 추가로 금액을 받는다고 했다. 결국 조류독감이 계란탕 인심조차 사납게 만든 것 같다. 그런데 이번 계란 파동을 겪으면서 필자는 새삼스레 중학교 시절에 있었던 그리 즐겁지 않은 추억이 떠올랐다. 중학교 2학년 때이니 지금부터 50년도 더 된 이야기이다. 2학년 1학기 기말고사를 치르기 전이었는데 한 반 친구 녀석이 자기네 집에 가서 공부를 같이하자고 여러 번 나를 졸랐다. 친구 녀석은 시골 학교에 다니다 전학을 온 친구다.중간고사를 치르고 난 후 학업성적이 최상위급 학생은 자연히 알려지게 됐지만, 친구는 전학 온 탓으로 그리 성적이 좋은 편이 아니었다. 그런 탓으로 거의 매시간 수업이 끝나면 나보다 덩치도 훨씬 큰 녀석이 아쉬운 자세로 수업 중에 궁금했던 것을 나에게 질문하곤 했다. 지금 기억하건대 친구 녀석이 나이도 필자보다 두 살 정도 많았던 것 같다. 아무튼 떨어진 성적을 올려 보려고 나름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어린 시절 필자의 눈에도 보였다. 그러니 하룻밤 자기네 집에 가서 필자로 하여금 자기 독 과외 선생님을 해달라는 것이었다.자신의 어머니에게 허락을 맡았다고도 했다. 여하튼 필자는 어머니 허락을 받아 그날 친구네 집에 가서 하룻밤같이 공부도 하며 나름 의미 있는 우정을 쌓았고, 다음날 아침 친구 어머니가 사주신 도시락을 받아들고 학교로 왔고 점심시간이 됐다. 문제는 도시락 뚜껑을 열면서 발단이 됐다. 친구의 도시락 흰밥 위에는 계란 후라이가 놓여 있었지만 내 도시락에는 계란이 없었다. 친구의 당황한 모습이 지금도 생각난다. 그때는 계란이 지금처럼 싸지 않았다.그러나 계란 한 개의 값 때문에 아들의 체면을 모두 구겨버린 친구 어머니의 짧은 생각이 지금 돌이켜 보면 측은한 생각이 든다. 그때는 사는 것이 그리 힘들었나 싶다. 그러나 귀한 아들을 챙겨야 하는 어머니의 계산이야말로 소탐대실이 아니었나 싶다. 이철태 단국대 화학공학과 교수·지식재산교육센터장

[이슈&경제] 안개… 한 순간도 미워하지 말자!

지금 우리는 복잡한 내부의 정치적 상황에다 밖에서 밀려드는 말레이시아 암살사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로 얽힌 중국과의 관계, 독도와 위안부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한일갈등, 취임 후 어떤 불똥을 만들지 모르는 미국 대통령의 기행에 가까운 정치상황 등이 얽히고 설켜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만큼 혼란스럽다. 오리무중. 오리(2㎞)나 되는 안개 속에 갇혀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우리의 처지나 정세와 절묘하게 어울리는 말이다. 생활 속의 안개는 여러 가지 의미와 가치를 가진다. 고속으로 주행할 수 있는 도로에 짙은 안개가 끼는 것은 자칫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으며, 얼마 전 서해대교에서 발생한 대형 참사는 이런 안개를 사고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사고의 원인으로 안개를 핑계대기 전에 자신들의 운전습관을 돌아보고 그런 지역에서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운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안개는 땅에서뿐만 아니라 공중을 날아다니는 비행기에게도 위협적인 자연현상이다. 첨단 장비를 갖추고 전천후 운항이 가능한 비행기라 해도 기내에서 안개 자욱한 바깥세상의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부정적인 의미도 있지만, 안개는 우리가 한번쯤 되돌아 봐야 할 칭찬거리도 있다. 안개가 끼었다가 갠 날은 대부분 후련하다 할 만큼 하늘이 청명하다. 이것은 안개를 구성하는 수많은 물방울들이 가진 정전기적 인력에 의해 대기 중에 떠 있던 크고 작은 먼지입자가 물방울과 결합해 땅으로 내려오면서 자연스러운 공기정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렇게 먼지가 제거된 환경에서 생겨나는 강한 햇살은 식물의 생육에 큰 도움을 주게 된다. 안개나 습기를 머금은 거대한 공기 덩어리가 움직이며 만들어 내는 대기 정화력은 에너지나 시설, 관리비용, 공간 등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인간의 힘으로는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엄청난 일을 순식간에 해 내는 기계와 같다. 도시에 질서 있게 배치된 가로수와 인공적인 호수, 크고 작은 소수로(小水路)들은 이러한 습기 공급원이 되어주므로 대기오염의 속도나 정도가 훨씬 강한 도심 대기 중의 먼지들을 자연적이고 효과적으로 제거해줄 수 있는 대단히 좋은 자연적인 기계장치가 될 수 있다. 강과 하천 그리고 나무와 숲에 자리 잡은 야생의 동물들에게 있어서 짙게 발생한 안개는 프라이버시를 유지해 주는 좋은 시설물의 하나다. 실제로 대부분의 동물들은 안개가 짙은 상황에서는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은신해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안개나 습기와 만나 건강과 물리적 환경에 위협이 되는 산성 물질로 변하게 되는 것들도 있지만 이들은 대부분 우리가 무책임하게 만들어 낸 것들이다. 한때 산업화의 폐해(弊害)로 안개와 연기가 만나 최악의 환경재앙인 스모그로 인해 많은 분들이 희생된 적이 있다. 인간의 활동으로 야기된 이런 현상은 자연이 만들어 준 축복을 얼마나 극단적으로 뒤바꿔 놓을 수 있는지를 스스로 입증해 낸 쓰라린 교훈이다. 정치와 경제가 풀려나가지 않으면 안개정국이니 안개경제니 하며 멀쩡하게 제 임무를 다 하고 있는, 지구와 함께 태어나 이 땅을 가꿔온 안개에 빗댄다. 안개는 내게 “기분 나쁘다”고 한다. 자연은 안개를 만들었지만 그 속에 편견을 넣어 두지는 않았다. 이제 안개 속에 더 깊이 들어서고 더 오래 머물러 보자. 거기에는 아직 찾아내지 못한, 어지러운 난국과 세상을 헤쳐나갈 지혜로움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박병권 한국도시생태연구소장

[이슈&경제] ‘65세 이상 지하철 무료 승차’와 복지 가치

전국 도시철도 운영기관들이 지하철 무료 승차에 따른 경영적 손실에 대하여 정부의 재정지원을 요청하는 헌법소원을 올 상반기 중 내겠다고 발표했다. 발표 핵심요지는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지하철 무임승차가 지하철 운영기관 손실에 심각하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지방공기업 운영 특성상 더 이상 손실보전을 자체적으로 해결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도시철도 무임승차는 국민 전체에 대한 보편적 복지정책인 만큼 중앙정부가 손실을 보전할 책임이 있다는 게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주장이다. 실제로 2015년도 기준 순손실액이 4천939억 원에 이르며 무임 승객 점유율이 전국적으로 17%, 인천도시철도의 경우에도 무임 승객 점유율이 14.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정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지방공기업 입장에서 무임 승객 문제는 경영제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65세 이상 지하철 무료 승차’와 관련한 언론보도나 신문기사를 살펴보면 지방공기업이나 중앙정부 모두 문제해결을 경영적 관점이나 법률적 관점에서 접근하려고 한다. 그러나 ‘65세 이상 지하철 무료 승차’ 문제는 복지의 가치적 요소를 고려하여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복지의 대표적 가치는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이다. 인생에서 복지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하는 경우는 누군가의 지원이나 배려와 관심을 필요로 하는 시기이며 이때는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을 보호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발생하는 시기이기도 하다.점차 세상에서 자신의 존재감이 미약해지고 자신에게 처한 환경여건이 부담스럽게 느껴질수록 복지에 대한 절실함은 강할 것이다.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에서 타인이나 지역사회, 정부의 지원과 혜택을 통해 심리적 안정과 자신감이 확보하고 자신에 대한 존엄성이 강해진다면 개인적 행복은 이루어질 것이다. 결과적으로 개인의 행복은 국가나 사회에 긍정적 부가가치를 제공할 것이다. 2013년 발표 자료에 의하면 65세 노인 빈곤율은 OECD 국가 중 1위이며, 빈곤율이 개선될 여지는 보이지 않고 있고, 오히려 노인 일자리는 점차 축소되어가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65세 이상 노인에 대한 무료승차’ 정책이 유지되고 있기에 어르신 택배 일자리도 창출되고 종종 지하철에서 어르신들의 활동적 모습을 보기도 한다. ‘65세 이상 지하철 무료 승차’ 문제해결을 위해 경영적 또는 법률적 측면의 이성적 접근도 중요하지만 무료승차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하여 감성적 접근도 고려해야 한다. ‘65세 이상 지하철 무료 승차’는 노인들의 자존감이나 존엄성과도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책 방향이 보편적 복지이든 선별적 복지이든 큰 의미는 없다. 다만 지하철 무료승차 시행에 따른 65세 이상 대상자의 존엄성과 혜택 대상자를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을 고려할 것을 이해당사자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시간이 갈수록 안정적이며 예측 가능한 미래를 꿈꾸는 사회를 우리 모두는 원한다. 우리가 원하는 미래의 사회가 안정적이며 예측 가능하다면 지금 당장의 고통과 어려움은 극복될 수 있다. 시간이 갈수록 고령인구 증가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노인에 대한 정책적 배려에 얼마나 많은 예산을 필요한지는 국민 대부분이 알고 있으며 앞으로 예산규모가 증가할 것이라는 것도 예상하고 있다. 미래에 다가올 고통과 인내를 요구받는 상황에서도 감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노인에 대한 예우와 혜택이 연계된 정책은 우리 모두에게도 해당되거나 다가올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해관계자 모두 복지가치가 지닌 긍정적 측면을 고려해서 ‘65세 이상 지하철 무료 승차’ 문제를 해결하기를 기대한다. 문영규 경복대 복지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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