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 땅에는 마음에 들지도 않고, 초청한 적조차 없는데 늘 같은 얼굴 모습을 한 불청객이 멀리서 찾아든다. 어찌 된 영문인지 절대 자기 고향으로 되돌아가는 법도 없는 묘한 손님이다. 게다가 때만 되면 이곳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주저함도, 허락도 없이 잘도 찾아온다. 그리고 우리는 이 불청객이 지나가는 길을 거의 완벽하게 들여다보며 쑤군대기 일쑤다. 출발점에서의 이 불청객은 저승사자에 가까운 횡포를 부리기도 해 인명사고를 낸 적도 적지 않다.이 땅을 훑고 지나갈 때 온 국민이 쏟아내는 불편함과 툴툴거림을 활자로 적어낸다면 그 양도 어마어마할 것이다. 극히 일부 사람들을 제외하고 이 손님을 반기는 경우는 없다. 어떤 손님이기에, 수만 년 아니 그 이상에 걸쳐 이 땅을 어루만지다시피 지나가는 손님인데 아무도 반기지 않는 것일까. 매년 봄철이면 찾아오다시피 하는 손님, 황사에 관한 이야기이다. 아름답고 설레는 드라마 제목처럼 우리는 황사를 매년 ‘재회’한다. 이 재회를 잘못 알아듣게 되면 발음이 비슷한 ‘재해’가 된다. 묘하게도 황사는 그것을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실제 재회가 되기도 재해가 되기도 한다. 타클라마칸과 고비사막 등지에서 발원하는 황사는 하늘로 솟구쳐 오르면서 정전기를 띄게 되는데, 이 상태를 유지하며 대륙과 바다를 건너 우리 땅으로 오게 된다. 황사가 다가서면 정부에서는 주의보나 경보 등을 내리기에 바쁠 뿐 황사가 자연환경에 발휘하는 긍정적인 가치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이야기한 바 없는 것 같다. 오늘 황사를 다시 볼 기회를 찾아보자. 우선 황사가 지나간 다음 날 하늘이 어떤가. 얼마나 맑고 깨끗해졌는가. 공기청정기를 가동해 이처럼 만들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청정기와 전력이 필요하며 누가 다 설치하고 관리할 수 있을까. 그 비용은 또 얼마나 될까. 아무리 적게 잡아도 수십 조는 족히 넘을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땅의 면적을 약 10조㎡, 먼지가 가득한 대기 높이를 1천m까지만 계산에 넣어보자. 어마어마한 규모의 공기청정기 설치작업이 진행돼야 한다. 그것도 단 하루 만에다. 인간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인 텐데, 그것을 하루 정도의 시간에 마무리해 주는 자연, 황사의 힘이다. 이뿐인가. 황사는 산성화돼 가는 토양을 중성으로 개선해 줄 수 있는 알칼리성 토양성분을 가지고 있다.10조㎡의 산성토양을 알칼리성 토양과 섞어 중성으로 만드는 비용을 우리가 해 낸다면 어떻게 될까. ㎡당 1원만 잡아도 10조 원, 1/10만 잡아도 1조, 1/100이라 해도 1천억 원의 생산적 가치를 가진다. 그런데 어느 학자의 견해를 빌자면, 황사 한번으로 인해 우리가 직접 부담해야 할 환경, 보건, 위생, 청정유지 비용 등은 대략 350억~500억 원 사이라고 한다. 물론 최근에는 여기에 구제역이나 중국발 미세먼지 등이 가세하면서 그 추정 비용이 급증하기도 했다. 자연현상만 놓고 본다면 구제역이나 미세먼지는 사실 인간이 자초한 일이라는 점이기에 황사가 제공하는 순기능에서 조금 멀어져 있다. 게다가 황사는 남동해안에서 종종 발생하는 적조현상을 예방해 주는 아주 고마운 존재라고 알려져 있다. 실제 양식장이 즐비한 연안에 적조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찾아가는 의사는 거대한 배에 가득 실린 또 다른 황사 가족, 황토 흙이 아니었던가. 올해도 찾아들지 모를 황사. 쌍수로 환영할 재회일까, 피하고 싶은 재해일까. 하늘을 뒤덮은 먼지를 누가 걷어줄지 생각해 보자. 달리 본 황사, 너무 고맙지 않은가! 박병권 한국도시생태연구소장
오피니언
박병권
2017-04-05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