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국민을 바보로 만드는 말장난을 조심하자

올해 유난히 작가들의 부음이 잇따랐다. 이어령 장관에 이어 김지하 시인의 부음도 있었고, 이문열 작가의 연구소는 화재로 소실되었다. 한글이 아픈 듯 몇 년간 유독 언어 농단이 많다. 하도 말로 많이 속아서 이젠 말장난의 몇 가지 패턴이 훤히 보인다. 덜 속으려면 너도나도 말장난 수법을 잘 살펴서 스스로 보호해야겠다. 첫째 경계할 것은 흔히 보아왔던 달콤한 말이다. 듣기 좋은 말을 제 것처럼 쓰는 데는 특히 정치인이 탁월해서,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팔 듯 멀리 있는 말도 스스럼없이 제 호주머니에 넣고 판다. 검찰개혁, 사법개혁, 언론 개혁이니 내용은 상관없이 ‘개혁’이란 겉 포장만 잘하면 그만이다. 점점 말장난 수법이 교묘해지고 일그러져서 차라리 달콤한 말은 이제 아득한 고전이 되었다. 둘째, 민주, 공정이나 정의, 자유와 평등, 평화 등의 좋은 추상어를 제멋대로 쓰고 제 맘대로 해석한다. 상징, 은유, 비유는 궤변으로 오용된다. 사법 농단, 국정 농단, 권언유착 등 고유명사보다 보통명사를 쓰고, 누군지 모르게 신윤핵관, 이핵관, 개딸 등 집합명사를 쓴다. 글자를 농단하여 내용을 왜곡한다. 경계가 불명확하게 일부러 모호한 말을 쓴다. 셋째, 억지로 말을 만들어 아무 말이나 한다.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선거부정을 선거부실로. 성추행을 성비리로, 수행 차량의 기사를 선행 차량의 기사로 바꾼다. 월북호소인, 윤핵관호소인이란 조어까지 나왔다. 언론이 그냥 받아 쓰면 저질 코미디 프로를 대량 유포하는 꼴이 된다. 넷째, 논리와 수치를 써야 할 때도 감정에 호소한다. 임대료 증액을 연 5% 이하로 제한한다고 숫자로 표시하기보다 착한 임대료, 착한 가게란 감성적인 구호를 선호한다. 다섯째, 구체적 사건의 범주를 넓게 일반화시켜 물타기를 한다. 어떤 대표는 자신이 젊어서 20~30대가 자신의 소속 정당을 지지하는 것이라며 모든 젊은이를 멋대로 일반화한다. 20~30대에 민주화 대열에서 최루탄 가스를 마셨다고 60대가 되어서도 평생 유공자행세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화자의 범위를 특정 개인에서 젊은이로, 20~30대를 평생으로 확대해 일반화시키는 셈이다. 여섯째, 여기에 본질을 왜곡하는 갖가지 기법까지 총동원한다. 난처한 질문에는 동문서답하고, 입맛에 맞는 자료만 뽑아 짜깁기로 편집·조작하고, 온갖 핑곗거리로 변명하다가 그래도 통하지 않으면 끝까지 거짓말을 하며 우긴다. 어찌 이뿐이겠는가. 국민이 모두 알아서 조심해야 하니, 오호통재라! 이흥우 해반문화사랑회 명예이사장

[경제프리즘] 사회서비스를 혁신하려면

요즘 정부 정책의 화두는 단연 ‘혁신’이다.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는 ‘혁신’이라는 단어가 200회 가까이 나온다. 금융 혁신, 자본시장 혁신 등 경제 분야는 물론 교육·국방·공공기관 등 사회 전 분야에 걸친 혁신이 등장했다. 사회서비스도 예외는 아니다. 국정과제 44번인 ‘사회서비스 혁신을 통한 복지·돌봄서비스 고도화’를 뒷받침하기 위해, 2023년 복지부 예산안에서는 사회서비스 혁신펀드 조성, 신규 생활서비스 개발·보급 등 사회서비스 분야에 대한 민간의 참여 확대와 새로운 사회서비스 수요 창출을 위한 예산이 246억원에서 614억으로 대폭 늘어났다. 혁신을 통해 사회서비스의 지속가능성을 높이자는 데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다만 지금까지 왜 이러한 혁신이 이루어지지 못했는지 먼저 되짚어 보았으면 한다. ‘고령 여성이 돌보는 대한민국(매일경제, 2020.10.6.)’이라는 기사가 나올 정도로 우리나라 돌봄노동의 여성화·고령화 현상은 심각하다. OECD가 2019년 발간한 ‘누가 돌보나? 노인돌봄 노동자 모집과 유지’를 보면, OECD의 장기요양 돌봄노동자 평균 연령은 45세가 안 되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58.9세로 조사 대상 25개국 중 가장 높았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개선은커녕 날로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결코 중고령 여성이 돌봄노동에 더 적합해서가 아니라, 중고령 여성말고는 이 일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사회서비스원(이하 사서원)은 공공기관 직고용을 통해 돌봄노동의 상황을 개선한다면 돌봄노동자의 삶은 물론 서비스의 질도 개선할 수 있으리라는 가정을 토대로 출범했다. 사서원법이 올해 비로소 시행되었고, 대다수의 사서원이 기껏해야 1년 남짓 운영된 상황에서 이러한 가정을 검증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설립 당시부터 전일제·월급제를 시행한 서울사서원의 사례를 보면, 요양보호사가 긴급돌봄 등 국가정책에 의한 돌봄서비스의 최전선을 담당하면서 돌봄서비스의 기획과 모니터링에 참여하는 돌봄전문가로 성장해 가고 있다고 한다. 올 9월부터 전일제로 전환한 인천사서원에서도 그러한 효과가 나타나리라 기대한다. 혁신이 가능하려면 직접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이 혁신의 방향을 이해하고 그대로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생계를 걱정하며 열악한 근로환경에서 고통받는 종사자들에게 혁신을 기대할 수는 없다. 돌봄노동자들이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안정되고 안전한 노동환경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사회서비스 혁신의 전제조건이다. 김지영 인천광역시사회서비스원 정책연구실장

[경제프리즘] 대기업의 탄소중립선언과 인천경제

삼성전자가 지난 15일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新환경경영전략’을 발표하면서 탄소중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탄소중립 정책이 가시화되고 있으나, 우리나라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탄소중립 대응을 위한 역량이 부족하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인천지역의 경우 중소기업의 비중이 매우 높아 지역경제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직접배출을 줄이기 위해 혁신기술을 적용한 온실가스 저감시설에 집중 투자하고, 전력사용으로 발생하는 간접배출을 줄이기 위해 RE100(Renewable Energy :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풍력, 태양광, 지열 등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사용하겠다는 국제 캠페인)에 가입하고 2050년까지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흡수해서 실질배출량을 ‘0’으로 하는 ‘탄소중립’이 전 세계적으로 강조되는 가운데 석탄·석유·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의 의존도가 높은 광업·제조업에 미치는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 탄소중립을 이루려면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한 에너지원 전환, 산업구조의 변화 등의 흐름에 민감하게 대응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인천지역은 중소기업의 비중이 90% 이상이기에 탄소중립으로의 변화·이행 과정에 중소기업의 취약성을 보완할 수 있는 중소기업 보호 정책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여러 설문조사에서 중소기업들이 ‘탄소중립’을 준비하지 않고 있다는 결과가 나온 바도 있다. 탄소세 도입이나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인상 등 에너지원 전환과 산업구조 변화가 일어나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량과 비중 목표를 발표했는데, 2030년 신재생 발전량은 기존 185.2TWh에서 132.3TWh로 낮추면서 신재생 발전량 비중도 30.2%에서 21.5%로 낮아지게 됐다. 탄소중립을 위한 대응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하겠다. 탄소중립이라는 국제통상질서의 재편 과정에서 기업은 ESG 경영의 일환으로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정책에 대응하는 제품생산과 시장개발에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정책 당국은 사회적 대화 창구를 개설하고 정책방향과 목표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위해 정책 컨트롤타워로 가칭 ‘2050 탄소중립 위원회’ 설치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김재식 인천상공회의소 사무국장

[경제프리즘] 명절과 이혼율에 관한 단상

추석이었다. 추석(秋夕)의 역사적 근원과 의미는 해석의 다름이 존재할 것이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보통의 평범한 우리가 굳이 추석의 의미를 좋게 떠올린다면 ‘조상을 기리며 함께 모여 추수를 감사하며 행복을 누린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필자와 같이 변호사의 일을 하는 사람은 전문 분야와 상관없이 명절이 지나면 주변 지인들로부터 ‘이혼상담’을 받는 일이 생긴다. 그 빈도도 점점 더 늘고 있는 추세인데 이는 우리나라의 이혼 증가율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명절 이후에 이혼신청 건수가 많이 늘어난다는 기사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추석의 좋은 의미가 그러함에도 왜 좋은 날을 보낸 후 나쁜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이하에서는 필자의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를 밝히는 것이므로 필자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하고 그분들의 생각도 일리가 있다는 점에 대해 찬성한다는 것을 미리 밝혀둔다. 첫째, 추석의 좋은 의미 중에서 우리가 너무 ‘조상’에 충성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최근 성균관에서도 ‘과한 차례상을 없애자’는 목소리를 내면서 차례상에 ‘전’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공식 발표를 하였다. 좀 더 빨리 했더라면 이혼율이 낮았을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이러한 성균관의 발표는 ‘조상’에 대한 지나친 충성을 자제하자는 의미일 것이다. 둘째, 조상과 가장 촌수가 가까운 사람들에 대한 충성 또는 그러한 충성에 반대하는 사람들 사이의 문제이다. 아무래도 조상과 가장 촌수가 가까운 사람들은 어린 시절부터 당연하게 여겼던 것이 제사이니 아랫 사람들이 그에 대항하는 것이 매우 불경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아랫사람들은 이제는 좀 그만했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오죽하면 조상덕 보는 후손들은 명절 때 해외여행 다니는데, 조상덕도 없는 후손은 제사 때문에 명절마다 싸움이 끊이지 않는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겠는가. 셋째, ‘감사와 행복’을 무시하다 못해 떠올리지도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추수에 대한 감사와 행복, 그리고 이러한 터전을 물려 주신 조상에 대한 감사로 차례를 지냄이 원래 추석의 의미일 텐데 선후가 완전 뒤바뀐 것 같다. 올 한 해 지금까지 우여곡절과 슬픔, 어려움이 많았지만 밥 굶지 않고 잘 살아낸 것에 대한 감사가 우선이라면, 더군다나 그러한 감사를 가장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한다면 서로 격려와 사랑이 넘쳐날 것인데, 제사상에 어떤 음식이 올라가는지를 중요시 여기면서 옥신각신하고, 남의 자식 결혼 여부에 잔소리를 하며, 자신도 그럭저럭 받았던 성적을 왜 그리 아이들에게 묻는지 자신에게 다시 물어본다면 그래서 말을 줄인다면 장담컨대 이혼율은 낮아진다. 이혼율이 낮아지면 분위기상 결혼하려는 세대도 많아질 것이고 저출산으로 인한 경제 걱정할 일도 줄어들지 않을까? 전세준 법무법인 제하 대표변호사

[경제프리즘] 인천 행정체제 개편과 정치경제

인천시가 27년 만에 행정체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달 31일 유정복 인천시장은 시청 공감회의실에서 2026년까지 현행 10개 군·구를 11개 행정구역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개편 안에 따르면 중구 원도심 지역과 동구를 통합해 제물포구(10만명)를 신설하고 영종국제도시가 있는 영종 지역은 영종구(10만명)로 재편한다. 또 청라국제도시, 검단신도시 등 신도시 개발로 인구가 70만 명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서구는 검단구(19만명)를 신설, 분구가 이뤄진다. 시는 인천의 군·구당 평균 인구수는 29만6천명으로 전국 광역시 중 가장 많다며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고 생활권과 인구 규모에 적합한 미래지향적 행정구역을 마련하기 위해 행정구역 개편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론적·학술적으로 행정체제 개편은 통합론과 분리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통합론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행정구역을 확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 입장으로 행정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분리론은 행정구역의 축소 또는 세분화가 공공재 수요 측면에서 더욱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 민주주의에 더욱 부합한다는 입장이다. 즉 통합론은 경제적 가치와 효율성을 강조하고 분리론은 공공성과 민주성이라는 가치, 맥락과 연결되어 있다. 이번 행정체제 개편 안은 중구와 동구를 통합하고 영종과 검단은 분리를 골자로 한다는 점에서 두 가지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다. 중구 내륙지역과 동구의 통합은 서로 경계가 모호하고 생활권이 비슷할 뿐만 아니라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에서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다. 생활권이 동떨어져 있는 중구의 내륙지역과 영종을 분리하고 인구와 면적이 지나치게 비대해진 서구를 분구하는 것도 나름 합리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통합과 분리에 따른 단점, 부작용도 수반된다는 점이다. 특히 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군·구당 평균 인구수가 광역시 중 가장 많다며 부산을 예로 들었다. 실제 부산의 경우 16개 군·구의 평균 인구수는 20만8천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대구는 29만6천명, 광주 28만8천명, 대전 29만명, 울산은 28만명으로 인천시와 대동소이하다. 서울을 보더라도 25개 구당 평균 인구수가 37만명에 이르고, 뉴욕(86만2천명), 파리(60만명), 도쿄(28만6천명) 역시 인천보다 훨씬 많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또한 도시 경쟁력을 높이고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지자체 통합, 거대도시 확장은 세계적인 추세, 흐름이기도 하다. 일상생활의 불편과 원도심 주민들의 반발 등 주민들 의견을 수렴해야 하고 이해관계가 첨예한 정치권 합의 등 해결해야 할 숙제도 산더미인 상황이다. 인천 행정체제 개편, 기대와 달리 쉽지만은 않은 이유다.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청운대 교수

[경제프리즘] 인천 청라 돔구장에 거는 기대

신세계그룹이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스타필드 청라 건립사업과 연계해 야구경기와 공연 등 문화 행사를 할 수 있는 돔구장을 건설한다고 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 24일 시청에서 만나 돔구장 건설과 함께 청라에 추진 중인 각종 사업에 대해 신속하게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양측은 서울지하철 7호선 청라 연장선에 역사를 추가로 신설하는 등 관련 사업들이 빠르고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포괄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코로나19 등으로 침체된 지역경제에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다. 청라 돔구장은 전체 2만석 규모로 야구경기와 K팝 공연 등 각종 문화 공간 역할을 하는 최첨단 멀티 스타디움이다. 국내에선 최초 돔구장인 고척 스카이돔에 이어 두 번째다. 일본에 비하면 돔구장의 수나 규모, 시설 면에 있어서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2016년 고척돔 개장 이후 한국 야구엔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돔구장의 가장 큰 매력은 날씨 걱정 없이 야구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고척 스카이돔의 홈팀인 키움 히어로즈 선수단은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홈 우천취소가 없는 팀이다. 또 국제대회 유치도 수월하다. 고척돔은 그동안 각종 국제경기를 개최했을 뿐만 아니라 오는 11월엔 10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메이저리그 정상급 선수들이 리그를 대표해 한국을 방문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 한국 대표팀과 친선경기를 치른다. 게다가 전 세계적으로 한국 문화 붐(boom)이 일고 있는 가운데 K팝 공연, 해외 아티스트 공연, e-스포츠 국제대회 및 각종 전시장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은 돔구장의 사업성을 높이고 인천 지역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당초 공연장이 아니라 실내체육관 용도로 지어진 탓에 음향 설비가 열악한 고척돔에서도 수차례 콘서트가 개최됐고, 성장세가 가파른 K팝 시장을 겨냥해 서울 창동과 고양특례시는 K팝 전용 대규모 공연장을 추진하는 등 여러 지자체가 한류를 통한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인천 청라에 들어설 돔구장은 국내 최대 규모의 아레나 공연장인 고척돔보다 좌석수가 3천개 이상 많을 뿐만 아니라 K팝 공연이 가능한 최첨단 멀티 스타디움이다. 넓은 부지로 인해 고척돔의 가장 큰 골칫거리이자 문제로 지적된 교통과 주차난도 자연스레 해결이 가능하다. 더불어 쇼핑·문화·레저·엔터테인먼트 시설을 갖춘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청라와 함께 건립되기 때문에 상권 형성과 활성화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이번 인천 돔구장 건립으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청라가 수도권 서부 지역의 랜드마크, 명실상부한 국제도시로서의 위상을 갖추게 되길 기대해 본다.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청운대 교수

[경제프리즘] ‘코로나 재유행’ 조기 극복 위한 노력

최근 코로나 재유행에 대한 신규 환자 수에 대한 예측이 부정확하다는 비난에 대해 확진자 수를 정확하게 맞히는 것은 어렵다는 질병청의 설명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복잡한 시스템의 미래 상황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다양하게 많은 입력 변수가 사용되어야 하며, 특히 중장기 예측에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입력 변수들의 변화 가능성까지 반영해서 예측해야 하므로 정확하게 목표 수치를 맞히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다양한 수리 예측 모델을 이용하고 각 모델에서 다양한 입력 요인들을 적용하여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를 더욱 정확하게 예측하려는 여러 연구가 학자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또한, 각 기관에서는 다른 예측 모델의 추정값을 인용하기 때문에 이번 재유행의 정점에서의 확진자 수에 대한 예측이 최소 약 13만 명에서 최대 약 33만 명으로 차이가 크게 나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언론 등의 기관에서는 각 수리 예측 모델마다 측정된 오류값을 기준으로 예측 정확도가 높은 예측 모델의 예측값을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국가수리과학연구소 등에서는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예측 오류를 최소화하는 예측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또한 예측값을 제시할 때는 하나의 값을 제시하기보다는 최소값과 최대값, 그리고 각 값의 발생 가능성(예측 신뢰도)도 함께 제시해 목적에 맞게 선택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 코로나 재유행 상황에 맞는 대처가 가능할 것이다. 정부 당국에서는 휴가, 광복절 연휴, 그리고 학교 개학 등이 있는 8월의 말에 재유행의 정점이 올 수 있음을 예측하고 이에 대한 대처를 통해 피해 없이 지나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되어 코로나의 전파력이 높고, 미국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오미크론 감염자의 56%가 감염을 자각하지 못하고 일상생활을 하면서 코로나를 전파한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에서도 같은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볼 때 요즘 확진자 수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나오는 코로나 위중증 환자 수 및 사망자 수가 전혀 이해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코로나 재유행의 국면을 조기에 극복하기 위해 모든 국민들은 개인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고 오미크론이 노약자 및 질병 취약 계층에게 전달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본인의 컨디션이 조금이라도 이상하거나 주변의 확진자를 접촉한 경우에는 신속하게 자가 진단을 실시해야 한다. 또한 자가 진단으로 양성이 나온 경우에는 바로 지정 의료기관에서 신속 검사 및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렇게 자기 주도적이고 체계적인 검사를 실시해야만 자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바이러스를 주변에 퍼트리는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이러한 자기 주도적인 검사와 주변 보호적인 대처 방안이 지속되어야만 바이러스 생산지수를 낮춰 코로나의 발생을 줄이고 궁극적으로 코로나 팬데믹에서 벗어나 일상을 만끽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런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김유성 인하대 소프트웨어융합대학장

[경제프리즘] 제3차 장기요양 기본계획 수립에 부쳐

올해는 제3차 장기요양 기본계획(2013~2027)을 세우는 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 15일 착수회의를 개최하고 수립 작업을 진행 중이다.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도입된 이래 장기요양서비스는 노인돌봄의 근간을 이루는 제도로 자리 잡았다. 2012년 제1차 장기요양 기본계획 수립 당시 5.7%였던 공적장기요양 보호율은 2019년에는 8.6%까지 올라갔다. 장기요양서비스가 노인인구 증가 속도를 넘어서서 빠르게 확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여전히 아쉬운 점도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 아직도 낮은 수준인 공적장기요양 보호율을 높이는 것과 함께, 양적 확대에 발맞춘 서비스의 질적 향상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아울러 필수서비스의 위상에 걸맞은 공공성 확보도 큰 과제다. 장기요양서비스를 비롯한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은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되지만, 그 핵심은 공적 가치의 실현이다. 이는 돌봄서비스가 이윤 같은 사적 이익이 아닌 돌봄이 필요한 시민이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지키며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일차적인 목적으로 해야 함을 의미한다. 지자체나 공공기관 같은 공적 기관이 서비스 제공 주체가 되는 것은 공공성을 강화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다. 민간기관도 공공성을 구현할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 공공재의 성격을 띠고 있는 사회서비스를 전달하기에는 정부의 정책 방향을 즉각적이고 철저하게 구현할 수 있는 공적 기관이 유리한 점이 많다. 복지환경의 변화에 따라 서비스 전달체계나 내용을 개선해 나가야 할 때, 국공립시설을 넉넉하게 확보하고 있다면 정책이 일선까지 더 빠르게 전달될 수 있기도 하다. 노인돌봄과 아동돌봄을 동일선상에서 놓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2021년 기준으로 23%까지 올라온 국공립어린이집 이용아동비율은 장기요양서비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6년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수립 당시 11%였던 국공립보육시설 이용아동비율이 두 배 넘게 늘어난 것은 국공립보육시설을 이용아동 대비 30% 수준으로 확충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다각적으로 노력해왔기 때문이다. 가장 적극적으로 국공립어린이집을 확충해온 서울시의 경우 올해 3월에 국공립어린이집 이용률이 전국 광역시도 중 최초로 50%를 넘어서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공적 시설이 주요 주체로서 역할을 하기 위한 국공립시설의 비율은 30% 정도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노인요양시설 정원 중 국공립시설이 차지하는 비율은 3%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제3차 장기요양 기본계획에는 장기요양보험에 대한 국고지원의 확대, 돌봄종사자 처우개선 등은 물론 국공립시설의 확충을 위한 중장기적 로드맵도 포함될 수 있기를 바란다. 김지영 인천광역시사회서비스원 정책연구실장

[경제프리즘] 중소기업의 인력난 풀기

글로벌 공급망 확보 경쟁과 미·중 갈등 속에서 중소 제조기업들의 인력난이 심각하다. 기업현장에선 인력을 구하지 못해 공장가동을 줄이거나 멈추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이런 구인난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와 청년층의 중소기업 기피현상, 비수도권 지역의 일자리 외면 그리고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외국인 근로자의 유입 감소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우리나라의 제조업 경쟁력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대한 문제이다. 인천상공회의소가 지난 6월말 실시한 인천 제조업 경기전망 조사결과에서도 기업들은 원자재가격 상승 지속(46.2%)과 기업현장 구인난 지속(20.1%)을 지역경제 활성화의 걸림돌로 보고 있다. 중소기업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정부, 기업 등 경제주체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층위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아직도 만족할 만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기업수의 99%, 종사자수는 88%를 차지하는 나라경제의 핵심인자이나 자본부족과 기술경쟁력 약화, 인력난 등의 삼중고를 겪고 있다. 중소기업의 인력부족 상황은 우수인력에 대해서 기업간 인력 빼가기가 발생하고 있는데, 특히 중견·중소 기업으로 갈수록 인력 공동화 현상은 심해지고 있다.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한마디로 임금인상과 근로조건의 개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생산성을 상회하는 무리한 임금인상 및 근로여건의 개선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여기에 문제해결의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인력난 문제는 한꺼번에 해결은 불가능하니 작은 문제부터 하나씩 해결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다. 중소기업의 인력난 완화를 위해서는 급한대로 외국인 근로자의 유입을 늘려야 한다.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근로자(E-9 비전문취업 비자 소지자)가 2019년말 27.7만명에서 2022년 5월말에는 22.3만명으로 감소했다. 외국인 근로자를 제조현장 인력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또한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등 직업계 고교를 통해 중소기업 제조 인력을 양성하는 특단의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외에도 현행 산업기능요원제도 개선, 중소기업 조세지원, 청년재직자 내일채움공제, 장기근속자 주택우선공급, 근로자 및 자녀학자금 전폭적 지원과 고용유지지원금 등을 확대하는 것도 인력난을 완화하는 방법의 하나다. 김재식 인천상공회의소 사무국장

[경제프리즘] 올 하반기 인천 부동산 시장 전망

지난해 인천의 아파트 가격은 약 22.6% 상승하며 전국 17개 시·도 중에서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미국발 금리인상, 집값이 최고점이라는 인식, 국내외 여러 요인으로 올해 인천 부동산 시장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세제개편안, 8월 발표 예정인 주택공급대책, 하반기 추가적인 금리인상까지 예상되면서 인천의 부동산 시장은 전례 없는 수준으로 얼어붙고 있다. 인천 지역 아파트 시장에서 집을 사겠단 사람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부동산 시장에 빨간 불이 켜졌다. 기준선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을수록 시장에서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 매매수급지수를 보면 이는 명확하게 드러난다. 지난 22일 한국부동산원 발표에 따르면 인천의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전주보다 3.1%p 떨어진 88.5를 기록했다. 이는 전국 평균인 91.5를 하회할 뿐만 아니라 경기 지역 90.0보다도 낮은 수치다. 설상가상으로 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아파트 매물은 더욱 감소하고 있다. 부동산 빅테이터 전문업체 아실에 따르면 최근 인천의 매물은 4.6% 감소한 2만6천511건을 기록했다. 매물의 감소 폭이 광주에 이어 전국에서 두번째로 높다. 지난 21일 기획재정부는 법인세, 소득세 감면을 뼈대로 한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세제개편으로 중산층과 서민의 세부담을 줄이고 징벌적 과세를 정상화하겠다”며 주택거래 활성화 및 1세대 1주택자의 세부담 완화를 목적으로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을 조정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종부세 과세 체계가 주택 수 기준에서 가액 기준으로 전환하게 된다. 현행 1.2%에서 최대 6%에 이르는 다주택 중과가 폐지되고 다주택자도 1주택자와 동일한 기본세율을 적용받는다. 하지만 정부의 예상과 달리 시장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종부세, 보유세가 완화될 것이란 기대감으로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관망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매물 잠김, 거래절벽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실제로 인천뿐만 아니라 서울도 아파트 매물이 1% 이상 감소했다. 반면 올해 인천의 아파트 입주물량은 지난해 보다 배 이상 늘어난 4만2천호로 최근 5년 대비 최대 수준이다. 매물은 점점 줄고 있는데 오히려 아파트 공급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대세 하락기에 접어든 부동산 시장에서 인천의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지금 집을 사고자 하는 사람과 레버리지를 이용해 부동산을 매수한 사람은 금리 인상기에 정부 정책과 맞물려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특히 인천의 경우 공급과잉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 영향보단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올해 하반기 인천 부동산 시장에서 보수적 접근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청운대 교수

[경제프리즘] 고독사 예방을 위한 지자체의 역할

고독사예방법이 제정된 지도 2년을 훌쩍 넘었다. 이에 따라 복지부 장관은 5년마다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을 세워야 하며, 복지부 장관,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시·도지사는 매년 고독사 예방 시행계획을 수립해 시행해야 한다. 고독사예방법에서는 고독사를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혼자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 시간이 흐른 후 발견되는 죽음’이라고 정의했다. 혼자서 겪는 죽음 자체보다도 그러한 죽음을 유발한 관계의 단절에 먼저 주목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했다고 볼 수 있다. 외로운 죽음은 이제 개인적인 불행을 넘어 국가적인 중대사가 되었다. 외로움에 대한 국가적 대응을 가장 먼저 시작한 영국에서는 외로움을 정서적인 문제가 아니라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전염병으로 규정하고, 2018년에는 외로움 담당부서를 신설하기까지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자체가 정부의 정책을 견인하고 있는 형국이다. 2014년 연천군 홀로 사는 노인 고독사 예방을 위한 조례를 시작으로 노인 중심의 고독사 예방 조례들이 제정되다가, 몇 년 전부터는 생애주기를 아우르는 고독사 예방 조례들도 속속 만들어지고 있다. 광역지자체들도 나서고 있다. 서울시는 2018년에 고독사 예방 종합대책을 수립했고, 최근에는 사회적 고립가구 지원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대구, 울산, 부산, 경기 등 10개 광역지자체에서 고독사 예방 및 사회적 고립가구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인천시도 2022년에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과 고독사 위험자 발굴 계획을 수립했으며 연내에 조례를 제정할 계획이다. 아직은 고독사 위험자의 발굴과 이들을 위한 응급 지원이 주를 이루지만, 앞으로는 조례의 이름에 걸맞게 사회적 고립을 해소함으로써 고독사의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는 데까지 이르기를 바란다. 고독사를 예방하는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끊겨버린 사회적 연결을 다시 잇는 것이기에, 정신건강이나 사회복지 분야는 물론 일상 곳곳에서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기 위한 사회 전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공동체 기반 시설 확충도 사회적 연결 회복을 위해 중요한 방책이다. 「고립의 시대」의 저자 노리나 허츠는 ‘공동체를 이루려면 벽돌과 사람이 둘 다 있어야 한다’며 마을상점을 지키고 지역의 중심가를 살림으로써 사람들이 지역사회 안에서 자연스럽게 마주치고 어울릴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동체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지역주민들과 미세한 상호작용이야말로 외로움을 극복하는 데 큰 힘이 된다는 것이다. 민선8기가 시작되면서 도시환경정비 계획들도 본격화되고 있다. 편리성과 친환경성은 물론 공동체에 대한 기여도까지 고려한 도시계획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김지영 인천광역시사회서비스원 정책연구실장

[경제프리즘] 新경제통상 플랫폼, IPEF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2월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전략적 방향성을 제시한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을 ‘세계 힘의 중심(Center of Gravity)’으로 규정하였다. 이는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후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및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을 통해 새로운 국제통상 질서에 대응하는 성격이 짙다. 국제통상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IPEF(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 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는 미국의 가치동맹(Value Alliance)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무역질서를 재편하기 위해 출범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통상환경의 핵심요소가 ‘효율성’에서 ‘회복력’으로 변화함에 따라 공급력·회복력 강화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IPEF는 패러다임 전환기에 대응할 수 있는 경제통상 플랫폼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5월 23일 출범한 IPEF는 우리나라와 미국을 비롯해 인도·태평양 지역 14개 국가가 참여하고 있다. 전통적 무역협정이 상품과 서비스 시장개방을 목표로 한다면 IPEF는 공급망의 안정화, 첨단기술·산업과 디지털 무역, 청정에너지 등 신통상 이슈 중심의 새로운 경제통상협력체라 할 수 있다. IPEF는 RCEP, CPTPP보다 국내총생산과 인구 기준으로 볼 때 큰 규모의 경제협력체이며, 우리와의 교역규모는 3,890억 달러(총규모의 39.7%)에 달한다. IPEF는 일본과의 두 번째 FTA라는 점 그리고 한·미·일 3국이 경제통합과 협력을 논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는 IPEF에 참여함으로써 반도체·청정에너지·핵심광물·원자재·곡물 등 역내 공급망 협력을 통해 공급망 안정화·다변화를 꾀해 위기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 등 디지털 신기술과 산업의 탈탄소 전환, 청정에너지 분야의 민관협력의 확대가 예상된다. 그리고 인프라투자, 공동 프로젝트 참여 등을 통한 인도·태평양 시장진출 확대와 안정적인 성장기반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IPEF의 참여와 공급망 복원력 강화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한 주도적 대응은 지금의 경제 복합 위기를 극복하고 우리나라를 ‘글로벌 중추국가’로서의 위상을 제고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김재식 인천상공회의소 사무국장

[경제프리즘] 친원전 vs 탈원전, 문제는 에너지전환

최근 정부가 원자력 발전 기술 수출을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말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체코, 폴란드를 찾아 한국의 원전 기술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미국의 원전 기업들과 전략적 협력을 구축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끝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공군 1호기에서 간담회를 갖고 나토 정상회의 경제 성과를 묻는 말에 원전과 방위산업 세일즈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친원전과 탈원전에 대한 논의는 유럽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올해 초 유럽연합(EU)은 원전과 천연가스에 대한 투자를 친환경 녹색분류체계(Taxonomy·택소노미)로 분류하는 안을 발의했다. 특히 각국이 갑론을박 끝에 원전을 재생에너지로 포함시키면서 원전이 친환경에너지라는 인식과 함께 원전 산업 발전에 대한 기대감도 한껏 높아졌다. 하지만 지난달 14일 EU의회 환경·경제위원회는 그린 택소노미 안을 표결에 부쳐 76대 62로 원전과 LNG 발전을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원전은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이 아니며 향후 기후 위기 대응 전략으로 맞지 않다는 이유다. 다가오는 6일 본회의를 남겨 두고 있지만 사실상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우리나라 원전 수출 전략에도 많은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원전이 재생에너지가 아닌데다 세계적으로 원전을 짓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원전 시장, 수요 자체가 점점 줄어들게 되고 한국의 원전 시공 능력은 별 의미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재생에너지 공급 부족으로 수출 경쟁력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애플, 구글 등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을 요구하고 있고 이를 기업 간 거래에서 중요한 요소로 인식하는 가운데 재생에너지 부족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 경쟁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비율은 5.8%로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독일(43.6%)과 영국(43.1%) 등 주요 유럽 선진국은 40%를 넘어섰고, 미국(19.7%)과 일본(19%)도 20%에 근접하고 있다. 심각한 수준으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윤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과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비판이 아니다.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친원전도 아니다. 원전 확대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일 수 있는 에너지전환 정책이 우선이다.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청운대 교수

[경제프리즘] 대한민국의 누리호

지난 21일 오후 4시 국민의 염원을 실은 대한민국의 누리호가 빨간 불기둥의 추진력으로 하늘 높이 날아가는 모습을 중계로 보면서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 누리호가 발사대를 떠나 계획했던 단계를 하나씩 성공적으로 진행할 때마다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이 점차 커가는 것을 느꼈다. 목표한 700㎞ 궤도에 진입해서 남극의 세종기지와 1차 교신이 이뤄졌고, 이후 22일 새벽에는 대전의 항공우주연구원 지상국과 양방향 교신을 통해 누리호의 위성 상태가 양호하며 모든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관계 당국에서 누리호 발사의 성공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드디어 우리의 자체 기술로 제작하고 우리 땅에서 발사한 누리호가 우리 대한민국을 세계 7번째의 우주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미국 여행 중에 멀리서 NASA 우주센터를 바라보며 우리도 얼른 이런 복합 첨단 기술을 가진 나라가 됐으면 하고 바랐었는데 많은 관계자의 열정적인 노력 덕분에 그 바램을 실현할 수 있게 됐다. 물론, 2013년에 한국 최초로 발사 성공한 나로호도 있었지만, 나로호는 러시아의 기술로 만든 엔진을 주력 발사 엔진으로 사용하여 국내에서 발사한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였다. 그러나 이번에 발사된 누리호는 엔진 개발, 발사체의 설계·제작, 그리고 발사대 설치 및 발사 운용까지 모두 우리나라의 독자 기술로 개발한 것이기에 그 의의가 더욱 크다. 이렇게 국내 기술로 자체 설계, 제작한 누리호이기에 발사 준비 단계에서 발견한 센서 이상의 문제에 대해서도 아주 짧은 시간에 원인 분석 및 조치를 할 수 있었으며 이는 우리의 관련 기술의 완성도가 높은 수준임을 반증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이번 누리호 개발 및 발사를 위해서 2010년부터 약 2조원에 가까운 예산을 투입했고, 300여개의 국내 기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성공적인 누리호 발사를 통해서 앞으로 우주 기술을 민간 기업에 이전하고, 2027년까지 반복적인 발사를 통해서 민간 기업이 우주발사체 제작 및 발사 운용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육성한다고 한다. 물론 누리호와 같은 우주발사체를 개발해 발사하기까지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기에 비용에 관한 관심과 우려를 하는 사람도 있지만, 앞으로 전개될 우주 산업에서 뒤처지지 않고 우주 강국으로 나아가려면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벌써 해외에서는 스페이스X 등의 민간 기업이 우주 산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니 국내에서도 조속한 기술이전 및 발전을 통해서 우주 산업에 경쟁력을 갖춘 대표기업이 나오도록 해야 할 것이다. 김유성 인하대 소프트웨어융합대학 학장 교수

[경제프리즘] 공동체 돌봄을 위한 든든한 기반 ‘사회적 경제’

오는 7월1일은 사회적 경제의 날이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민간의 경제활동인 사회적 경제는, 자율성과 민주성, 사회통합, 연대와 협력의 정신을 기반으로 시장과 정부를 보완하는 제3의 영역으로 기능한다. 고령화로 인해 돌봄 수요가 급증하면서 사회적기업들도 돌봄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40여 개 돌봄 분야 사회적경제조직이 활동 중인 인천에서는 작년부터 인천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노인돌봄분야 사회적경제 활성화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올해는 ‘인천SE로돌봄’ 사업으로 확대해 사회적경제조직의 노인돌봄 분야 진입과 전문성 향상을 돕고 있다. 사회적경제 기반 돌봄에서 특히 주목할만한 영역은 공동체 돌봄이다. 국가가 주도하는 공적 돌봄과(公) 개인이 주도하는 사적 돌봄(私) 사이에는 이 둘의 특성을 아우르면서도 독자적인 영역을 점유하고 있는 공동체 돌봄(共)이 있다. 공동체 돌봄에서 주민은 돌봄의 소비자인 동시에 생산자이고, 돌봄의 이용자이자 제공자다. 대구 안심마을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2003년 몇몇 주민을 중심으로 개최한 어린이날 행사를 계기로 시작한 마을공동체 활동이 협동조합, 복지법인, 복지관, 가족센터, 작은도서관, 문화단체, 대동계 등등을 아우르는 풍성한 네트워크로 성장했다. ‘스스로의 수요를 공동체의 수요로’라는 슬로건에 잘 나타나 있듯이, 내가 필요한 돌봄을 공동체와 함께 생산하려는 노력이 결실을 본 것이다. 지역자산화 운동과 결합해 공동체 돌봄 거점을 마련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세종시 번암리의 번암빛돌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은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통해 확보한 마을자산을 활용한 노인돌봄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공동 이용시설 내 주간보호센터와 케어안심주택을 운영하고, 요양보호사 등 관련 자격과 경험이 있는 주민들을 발굴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삶을 위해 정말로 필수적인 서비스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는 계기로 작용했다. 복지시설들이 휴관을 거듭하는 중에도 재가·방문형 서비스의 이용률은 평시 수준을 유지했다. 2020년 인천시 신규구인 현황을 보면, 간병·육아 등 돌봄서비스직이 20.4%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김용구, 2021). 인구구조의 변화로 인해 예정된 돌봄위기 대응을 위한 제3의 길인 공동체 돌봄을 위해 사회적경제가 든든한 기반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바란다. 김지영 인천시사회서비스원 정책연구실장

[경제프리즘] 인천경제 이렇게 가꿔야

새정부 출범 한달이 지났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에 “임기중 풀 수 있는 규제를 다 푸는 것이 첫 번째 정책방향”이라고 말했다. 규제개혁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등장하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전봇대’, 박근혜 대통령은 ‘손톱밑 가시’, 문재인 대통령은 ‘붉은 깃발’을 각각 언급하며 규제개혁을 외쳤다. 하지만 규제개혁은 고사하고 규제의 수가 늘어났다. 기업이 활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산업기반과 산업친화적인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기업은 코로나19로 인한 침체된 경기속에서 4차 산업혁명과 탄소중립 등 다가오는 미래에도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에 기업인들은 새정부의 출범과 지방선거를 통해 기업발전과 인천경제 발전을 위한 다양한 정책의 시행을 희망하고 있다. 최근 인천상공회의소는 인천의 130개 기업을 대상으로 ‘제8회 지방선거 관련 기업인 의견 조사’를 했다. 조사결과 기업인들은 인천지역에 △튼튼한 산업기반 육성 △기업하기 좋은 정책 환경 △산업친화적 인프라 확충 △도시경쟁력 강화 방안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첫째, 튼튼한 산업기반 육성을 위해 노후 산업단지의 재생과 뿌리산업(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표면처리, 열처리 등)·소재부품장비산업 육성(23.9%), 스마트 제조혁신과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23.5%), 그리고 바이오·항공 등 미래산업과 전통산업의 조화로운 발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둘째, 기업하기 좋은 정책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정책자금의 지원규모 확대(32.6%), 청년일자리 지원 등 인력지원사업 확대(20.5%)와 기후변화 대응·ESG 경영 지원 등이 필요하다. 셋째, 산업친화적 인프라 확충을 위해 수도권 제2순환 고속도로 인천-안산 구간 착공(24.8%), 준공업지역·노후산업단지 정비 등 원도심 재생 및 도시 균형발전(24.0%)을 이뤄내 물류인프라와 산업용지 부족을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외에도 인천대로·경인전철·경인고속도로 지하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넷째, 인천의 도시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수도권정비계획법’ 폐지(21.6%)와 인천경제자유구역의 국내기업 지원 역차별 해소(20.6%), 그리고 중앙에 집중된 권한 및 재원의 과감한 인천시로의 이양과 인천소재 공공기관 관리권·경영권의 인천시의 참여 보장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지방선거의 결과에 따라 새로운 지방정부가 들어서고, 인천시의 정책방향이 결정되기 때문에 기업은 중앙정부보다 지방정부의 정책 변화에 더 민감해 질 수 밖에 없다. 민선 8기 지방정부는 기업인들의 생생한 목소리에 귀를 크게 열어 정책에 반영하고 인천지역 기업의 경영 의욕 회복과 인천경제 발전·혁신의 디딤돌이 되기를 소망한다. 김재식 인천상공회의소 사무국장

[경제프리즘] 위기의 한국 경제, 비상 대책은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악화일로다. 지난해 12월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이후 올해 2월 흑자로 전환했지만 지난 4월 다시 적자로 돌아서더니 매달 적자 행진이다. 이런 추세라면 1~2개월 이내로 무역적자가 100억 달러를 넘어서고 지난해까지 13년 연속 이어진 무역수지 흑자 기록도 깨질 가능성이 크다. 무역적자 장기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체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대중(對中) 무역의 악재로 작용하는 중국의 대규모 봉쇄조치가 장기화하고 있는 데다 식량보호주의 기조가 확산하며 국제 곡물 가격도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도 비상이다. 지난 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7.56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했다.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6.7% 올라 2008년 7월(7.1%)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가격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해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 근원물가 역시 4.1%로 2009년 4월(4.2%) 이후 최고치다. 이처럼 대규모 무역적자와 물가상승률이 5%를 넘어선 데에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기점으로 고유가 등 원자재 가격상승과 극심해진 공급망 불안에 있다. 실제 원유와 가스를 비롯한 에너지 부문은 우리나라 수입의 4분의 1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원유와 가스의 수입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75.1%, 101.9% 늘었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은 전 세계 농산물 공급부족 현상인 애그플레이션(농산물발 물가상승)을 야기했고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 열린 지난달 ‘거시금융상황 점점회의’에서 무역수지 적자에 대한 대책 마련을 주문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소비자물가도 올 7월까지 5%대의 높은 상승률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금 한국 경제는 복합적인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특히 재정적자에 이어 무역적자까지 ‘쌍둥이 적자’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우크라이나 사태 등 외적 요인이 해소되길 기다릴 수만은 없다. 장기적으로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무역 상대국을 다변화하거나, 원자재 사용량이 많은 중화학공업 중심의 산업 구조에서 정보통신기술(ICT) 부문으로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 물가 안정 대책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정부의 비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청운대 교수

[경제프리즘] 지방정부가 견인하는 정부의 복지정책

급여와 서비스가 수요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을 일컫는 복지전달체계는 대개 정부의 관련 부처에서 내려오는 자원이 시도-시군구-읍면동을 거쳐 맨 아래에 있는 국민에게 전달하는 형태로 그려진다. 이러한 도식화는 지방정부가 정부의 정책을 그대로 받아 수행하는 손발의 역할만 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지방정부가 시작한 정책을 정부가 받아 전국화한 사례도 많은데, 특히 주민의 삶과 밀접한 복지 분야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이는 지방정부가 주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주민의 일상을 돌보기 때문이다. 흔히 기존의 방식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한 재난은 창의성을 극대화한다고 한다. 코로나19 시기, 많은 창의적 정책이 지방정부로부터 시작했다. 가장 잘 알려진 사례는 드라이브 스루 선별검사 시스템이다. 2020년 2월 칠곡경북대 병원에서 처음 도입한 드라이브 스루 선별검사소를 경기도 고양시가 같은 해 2월26일에 최초로 운영했고, 이를 정부에서 받아들이면서 전국적으로 확산했다. 또 다른 대표 사례로는 서울시 성동구의 필수노동자 지원 정책이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원칙이 된 감염병 시기에도 필수노동자는 대면서비스를 중단할 수 없다. 주민의 안전과 최저생활보장 등 사회기능을 유지하는 그야말로 필수적인 일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필수노동자의 피로가 극에 달하던 2020년 9월, 성동구는 당시로서는 개념조차 불명확했던 필수노동자를 위해 ‘필수노동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필수노동자 지원에 나섰다. 조례 제정 1개월여 만에 정부에서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고 8개월 후인 2021년 5월 마침내 ‘필수업무 지정 및 종사자 보호·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한다. 전북 전주시에서 시작한 착한임대운동 또한 좋은 사례다. 2020년 2월 전주한옥마을 건물주들이 시작한 임대료 인하 선언이 전주시 전역으로 확산하자, 정부에서도 법 개정을 통해 임대료 인하분의 50%를 소득세·법인세에서 감면하는 착한임대인 지원정책을 입안한다. 코로나19 때 뿐만이 아니다. 청년수당 같은 청년지원정책이나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 등 복지전달체계 개편도 지방정부에서 먼저 시작한 정책에 힘입은 바 크다. 제8회 지방선거가 다음 주로 다가왔다. 오는 주말에 있을 사전투표에 참여할 예정이라면 며칠 안에 누구를 뽑을지 결정해야 한다. 이제라도 후보들의 공약을 찬찬히 살펴보자. 6월1일, 나의 선택은 우리 지역을 넘어서 온 나라 국민의 삶을 바꾸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정책을 견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지영 인천시사회서비스원 정책연구실장

[경제프리즘] 윤석열 대통령 취임에 즈음하여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기업 322개사를 대상으로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일까지 ‘새 정부 경제정책과 최근 경제상황’을 조사한 결과, ‘새 정부의 경제정책을 기대한다’고 답한 기업들이 72.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주요 기대 이유로 ‘시장·민간중시의 정책기조’(47.9%)와 ‘규제개혁 의지’(35.3%)를 꼽았는데 최근 물가·환율·공급망과 관련 ‘삼중고’를 겪고 있는 기업들은 10일 출범하는 새 정부에 투자 인프라 지원, 규제 혁파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달라고 요구했다. 이처럼 새 정부에 대한 기업들의 기대가 큰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원가 상승으로 채산성이 악화(58.6%)되고 제품 수요도 감소(45.4%)했다고 답했다. 원자재·부품 도입이 어려워지면서 생산에 차질(69.2%)을 빚는 등 피해와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들도 점점 늘고 있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는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까? 마찬가지로 어려운 환경이지만 한때 ‘아시아의 추락한 용’에서 최근 부활에 성공한 대만의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안겨준다. 지난달 25일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대만의 올해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한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MF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1인당 GDP는 3만4천994달러로 지난해와 별 차이가 없는 반면 대만은 1년 전보다 6%(2천200달러)가량 늘어난 3만6천51달러에 올라설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이 대만을 처음 앞선 2003년 이후 19년 만의 역전이다. 과거 대만은 우리나라와 달리 급격하게 쇠락했다. 하지만 2016년 차이잉원 총통이 취임한 이후 달라지기 시작했다. 차이 총통은 취임하자마자 국정 최우선 과제를 산업과 경제 발전에 뒀다. 기업 친화적 환경을 조성하고 민관 협력을 통해 기술 강국으로 전환을 이끌어 내는 한편 규제 개선을 통해 첨단 산업 분야의 인재를 육성·확보하고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지원 등 인프라 및 소프트 파워 강화에 주력했다. 전략은 주효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제는 우리 차례다. 우선 물가·환율 등 현재 직면한 위기를 단기적으로 돌파하기 위한 맞춤형 지원체계를 수립하고 불확실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동시에 미래를 위한 투자·인프라 지원과 규제 혁파를 통한 기업혁신 유도, 민관협업시스템 마련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새로운 대통령 취임에 즈음해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대한민국을 기대한다.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청운대 교수

[경제프리즘] 젊은 돌봄자를 위한 새 이름 ‘가족돌봄청년’

얼마 전 친정아버지께서 쓰러지셨다. 응급실로 달려간 후 몇 주간을 중환자의 보호자로 지냈다. 계획에 없던 휴가를 내느라 차석에게 갑작스럽게 대직을 요청했고, 업무상 중요한 모임들을 연기하거나 취소했으며, 동료들에게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부탁을 하며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를 반복해야 했다. 다행히 생명은 건지셨지만 예후를 짐작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어쩌면 아이들을 다 키운 후로는 거의 손을 놓고 있던 돌봄을 다시 시작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막막했다. 이미 수십 년의 경력을 쌓았으며 안정적인 직장이 있는 50대에게도 가족돌봄은 힘든 일이다. 하물며 학업이나 취업준비 중이거나 이제부터 경력을 쌓아가야 하는 청년에게는 삶을 뿌리째 흔들만한 과업일 것이다. 실제로 가족을 돌보는 많은 청년이 경제적 어려움은 물론 고립감과 우울증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청년기의 돌봄 부담은 생애 전반에 걸친 빈곤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지난해 4월, 22세 청년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버지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4년형을 선고받았다. 한창 미래를 꿈꿔야 하는 20대 청년은 치료비로 인한 생활고와 끝을 알 수 없는 간병의 고통 속에서 비극적인 선택으로 내몰렸다. 존속살해라는 주홍글씨를 달고 평생을 살아가는 청년을 생각하면 만시지탄이기는 하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올 2월에 정부가 가족돌봄청년 지원대책 수립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의 첫 단계는 이달에 시행된 가족돌봄청년 실태조사이다.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가족돌봄청년 지원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법적 기반을 마련한다고 한다. 올 3월에는 보건복지부와 서울시 서대문구가 함께 가족돌봄청년 지원 시범사업도 시작했다. 이번 발표의 무엇보다도 중요한 의의는 가족을 돌보는 청(소)년들이 ‘가족돌봄청년’이라는 공식적인 이름을 얻었다는 것이다. ‘가족돌봄청년’이라 불림으로써 지금까지 가정 속에만 머물러 있던 돌보는 청년들의 존재가 공론의 장으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가족돌봄청년 지원정책을 앞서 시행한 다른 나라들의 사례에 비추어 보면 우리나라에도 많게는 30만 명에 가까운 가족돌봄청년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한다. 사람을 돌봄대상자와 돌봄자로 나누어 생각하는 이분법적 사고 속에서는 돌봄을 받아야 하는 동시에 누군가를 돌봐야 하는 청년은 설 자리가 없다. 돌봄은 모두의 권리이자 모두의 책임이다. 가족의 달 5월을 앞두고 청년이 돌봄의 주체로 인정받고 돌봄자로서 합당한 권리를 누리고 지원을 받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 김지영 인천시사회서비스원 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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