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어머니, 저 이제 분가(分家)해서 살겠습니다’ 이게 무슨 청천벽력(靑天霹靂)같은 소리인가. 언제까지나 품 안에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자식이 이제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개척하겠다고 한다. 가슴 한편이 아려온들 그저 축하와 격려 외에 무엇을 더 할까. 딸을 신랑에게 넘겨주고 돌아서는 아버지들의 눈에는 눈물이 맺히지만, 시간이 지나 제법 잘 살아가는 자식들을 보면 괜한 걱정을 했구나 생각한다. 경기도 북부지역 10개 시·군이 이제 분도(分道)를 하려 한다. 고양시, 구리시, 남양주시, 동두천시, 양주시, 의정부시, 파주시, 포천시, 가평군, 연천군이다. 지난 5월에 발의된 ‘경기북도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되어 본격적인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이야기는 아니다. 이미 1987년 대선부터 공약으로 제시되면서 분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30년이라는 시간 동안 논의의 성숙도는 깊어졌고 인적, 물적, 행정적 여건도 무르익었다. 경기북부지역이 분도 하겠다는 이유는 명확하다. 경기북부와 경기남부는 전혀 다른 상황에 처해있고, 서로 격차는 시간이 지나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경기 북부지역은 군사보호구역 등 각종 규제로 지역발전에 큰 장애를 겪고 있고 남부지역과 비교할 때 경제·교육·문화·의료 등 모든 부분에서 낙후되어 있다. 경기남부와 북부를 하나의 광역자치단체로 두는 것은 관심사가 전혀 다른 두 아이의 손을 서로 묶어놓는 꼴이다. 경기 북부지역은 인구만 333만명이다. 분도가 되면 17개 광역단체 중 서울과 경기남도, 부산, 경상남도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많다. 분도 후 재정자립도는 39.9%인데 20%대인 강원, 전북, 전남, 경북과 비교할 때 매우 높다. 행정안전부가 9월에 발표한 ‘2017 행정자치통계연보’에 따르면 도 또는 특별자치도 중 경기도를 제외하고 재정자립도가 39.9% 이상 되는 곳은 없다. 경기북부지역이 당장 독립해도 상대적으로 크고 자립능력이 있는 자치단체가 되는 셈이다. 분도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지도 않는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법안에 대한 비용추계서를 통해 경기북도 설치에 따른 재정 소요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경기북부 관할의 의정부지방법원, 고용노동부 의정부지청, 의정부지방검찰청,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중부지방국세청, 경기북부병무지청, 경기북부보훈지청 등이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각종 규제뿐 아니라 남부지역에 비해 경제적 자립능력이 떨어져 자체발전이 어렵다며 분도를 반대한다. 그러나 반대의 이유가 사실은 분도의 가장 큰 이유가 된다. 규제를 포함해 경기 북부지역이 가진 고유의 특징을 반영한 자체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자립능력이 떨어진다는 것 역시 그동안 경기도라는 울타리 안에 있으면서 만들어진 결과일 뿐이다. 그래서 새로운 틀이 필요하고 경기북도 설치가 대안이 되는 것이다. 인천의 경우 1981년 직할시로 승격되면서 경기도로부터 떨어져 나왔다. 승격 직전인 1980년부터 올해까지 인천의 총예산은 무려 148배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정부예산이 33배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5배 가까이 성장한 것이다. 울산도 1997년 광역시로 승격된 이후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을 주력산업으로 키워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그 덕에 서울을 제치고 1인당 개인소득 1위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분가한 자식이 세상과 부딪히며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가듯, 경기북도도 분도 후에 더 크게 성장하고 경기북부지역만의 특징을 살려나갈 것이다. 이제 경기북도가 분도하는 데 약점 같은 건 잡지 말자. 경기북부 10개 시·군은 분도에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고 자신감에 넘쳐 있다. 정부나 경기도의 입장이야 자식을 출가시키는 부모의 마음만큼이나 아플지 모르겠다. 하지만 분도 이후에도 여전히 대한민국이라는 한 가문의 일원이며 이웃이 되어 함께 성장할 것이다. 김성원 국회의원(자유한국당·동두천시연천군)
오피니언
김성원
2017-11-09 2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