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너무 따지지 말고 살자

현대 페미니즘의 선구자는 최초의 ‘페미니즘 선언서’로 알려진 ‘여성의 권리 옹호(1792년)’를 작성한 영국의 메리 울스턴크래프트(1759∼1797)다. 이후 19세기에 들어서면서 점차 여성에 대한 차별에 대항하고 여성의 권리를 요구하는 조직적인 페미니즘 운동이 시작됐고, 크게 1세대(여성의 참정권), 2세대(사회 모든 분야에서의 평등과 성적 해방 추구), 3세대(계급, 인종 문제 등으로 확대)로 흐름이 전개돼 왔다. 그럼 현 시점에서 왜 남성혐오나 여성혐오 현상이 주로 젊은층에서 발생했을까? 많은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산업 전반에 걸친 정보화와 자동화 시스템으로 인해 사람이 하던 일을 기계가 대체함으로써 일자리를 빼앗겼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래서 줄어든 일자리를 두고 경쟁이 격화되다 보니 좋은 일자리 얻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다. 이렇게 돈벌이가 시원치 않다 보니 주택을 마련할 여력이 없어 결혼연령도 늦어지고 결혼과 자녀 낳기를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더욱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어려움 속에 N포세대로 지칭되는 2030세대의 남성은 학업과 취업 황금기에 군복무를 해야 하는데 그만큼 투입한 시간에 비해 인센티브가 없다 보니 남성들은 군복무를 의무가 아니라 시간적 낭비, 이로 인한 금전적 손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을 강하게 갖게 된다. 그래서 남성들이 여성에 비해 손해를 본다는 인식과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정치권과 정부에서는 젠더 갈등을 이용만 할 게 아니라 어떻게 여성들이 용인하는 선에서 인센티브를 줄 것인지를 연구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정책을 하루빨리 만들어 내야 한다. 그리고 젠더 갈등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정책만으로는 어렵다. 국민 개개인도 젠더에 대한 사고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자신의 어머니가 여성이고 자신의 아버지가 남성이다. 또 아내이기도 하고 남편이기도 하다. 통상적으로 가정은 서로 다른 성(性)이 만나 이루는 집합체다. 따라서 여성이 먼저냐 남성이 먼저냐, 아니면 가족이 먼저냐는 관점의 차이임을 인식하고 젠더 갈등의 시각에서 상호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결코 극복하지 못할 어젠다는 아니다. 너무 따지지 말고, 너무 뾰족하게 생각하지 말고 상대편 입장에서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해하고 품어주는 역지사지(易地思之), 화해와 통합의 지혜가 필요하다.

[천자춘추] 고부가가치 창출 여성기업 육성 필요

국내 굴지의 대기업의 ‘2023 임원 인사’ 소식이 지난 연말부터 전해졌다. 삼성전자에서는 오너 출신이 아닌 첫 여성 사장이 나왔고 50, 60대 남성이 대부분이던 10대 그룹 사장 명단에도 여성들이 이름을 올린 이례적인 일이 일어났다. 대기업에 굳건하던 유리천장이 본격적으로 깨지기, 아니 금이 가기 시작한다는 고무적인 소식이다. 그러나 여전히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 성별 간 임금 격차 등을 토대로 산출되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유리천장지수’에서 우리나라는 여전히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고용시장을 포함한 우리나라 경제시장에서 여성의 지위와 처우는 여전히 열악하다는 것을 여성 중소기업인으로서 이러한 현실을 매 순간 경험하고 있기에 대기업의 변화에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전국에서 가장 여성 기업이 많다는 경기도의 74만개 여성 기업도 아마 비슷한 마음이지 않을까.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발표한 중소기업 기본통계에 따르면 경기도 여성 기업인들은 남성 기업인 대비 강점으로 ‘섬세함’을, 약점으로 ‘리더십’을 1위로 꼽았다. 흥미로운 사실은 전국 여성 기업인들은 ‘리더십’을 남성 기업인 대비 여성 기업인으로의 강점과 약점으로 꼽았다는 것이다. 이는 경기도 여성 중소기업이 부동산, 교육 서비스 같은 섬세한 직무가 있어야 하는 업종이 가장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렇다면 경기도 여성 기업인들이 남성 기업인 대비 여성 기업인의 약점으로 꼽은 리더십은 어떤 의미로 해석해야 할까. 경기도 여성 기업인으로서 또 여성 경제인단체를 이끄는 수장으로서 분석해 본다면 경기도 여성 기업의 종류와 특성 때문이 아닐까 한다. 외국의 한 여성 리더십 연구에서 조직 내 업무 기능이 다양했을 때, 즉 많은 직원이 다양한 직무를 담당하고 있을 때 여성의 리더십이 빛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감, 소통, 화합 같은 여성 특유의 섬세한 특성이 직무와 직원들이 다양해질수록 발휘됐다는 것이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경기지회 회원사 중 리더십이 빛나는 여성기 업의 사례로 ㈜클린시티 임은애 대표이사를 소개하고자 한다. 2013년 4명이 자본금 120만원으로 시작한 자활기업 ㈜클린광주 임은애 대표는 전국에서 2명이 선정되는 자활명장이 됐고 자본금 1억원이 넘는 사회적기업 ㈜클린시티로 사명을 바꾸며 성장했다. 최근에는 방역과 소독분야에 편중된 매출 구조를 다각화하는 중이다. 특히 올해는 새 사업으로 출장 세차사업을 시작했다. 임 대표는 “출장 세차는 올해 7월부터 안산 소재 중소벤처기업연수원에 가서 시작한 사업”이라며 “연수원이 연수생들에게 무료 세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사업 수행기관으로 우리가 된 거다. 반응이 좋아 내부적으로 기대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다회용기 세척 사업 및 소비재 제품 개발을 시도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리더십이 빛나는 여성 기업인도 많다. 현재 경기도 여성 기업의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부동산, 교육서비스, 숙박업 등은 상대적으로 직무가 단순하고 적은 수의 직원과 함께 운영되기에 여성의 리더십이 십분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어서 많은 경기도 여성 기업인이 리더십을 약점으로 꼽은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까지 경기도의 여성 기업이 양적으로 성장했다면 이제 여성 기업의 질적 성장을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 다양한 직무를 수행하는 혁신형 기업을 발굴하고 지원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여성 기업의 육성이 필요하다. 여성 창업과 여성 기업에 특화된 투자에 대한 고민과 설계가 필요하고 여성 인적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경기도 여성 기업 관련 연구조사가 확대돼야 하고 경기도 여성 기업 간의 네트워크 구축, 성평등적인 기업 문화 및 환경 조성 등이 필요하다. 한 신문에서 올해 10대 그룹 최고경영자(CEO)·사장 인사를 대표하는 키워드 중 하나로 ‘여성사장시대’를 꼽았는데 언젠가 신문 1면에 ‘여성기업시대’가 대서 특필 되는 날이 열리길 기대하며 오늘도 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기업인 모두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천자춘추] ‘교토삼굴’ 지혜로 위기 극복

아쉬움이 많았던 지난해 말 지금까지의 의정활동 전체를 되돌아봤다. 좋았던 것들이 더 많음에도 그렇지 못한 것들에 많은 공간을 내주고 있다. 지난 30여년의 현장 경험과 이론을 바탕으로 두 번의 구의원과 시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주민의 대표로서 소임을 다했는가’ 반성해 본다. 의원이 되기 전 노동자 서민을 위한 활동과 의원으로서의 의정활동은 분야가 다르기에 매일 의회에 출근해 자료 수집과 검토, 이론 공부, 현장경험 습득 등 최선의 의정활동을 펼쳤으며 아침마다 지역구를 돌아다니며 주민과 소통하면서 ‘발로 뛰는 소통의 달인’이란 민생탐방으로 민원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사회·경제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지원을 아끼지 말자’를 모토로 예산 배분과 지원에 심혈을 기울였다. 열심히 의정활동을 전개한 것에 비해 아쉬운 점도 남지만 아쉬움과 후회의 감정은 지금 흘러가는 시간과 함께 흘려보내 버리자. 2023년 계묘년 새해가 밝았다. 새로움이란 언제나 우리에게 신선함과 기대를 안겨 준다. 계묘년은 ‘검은 토끼의 해’로 토끼는 호랑이만큼이나 우리 민족에게 친숙한 동물이다. 정월대보름달의 주인공이기도 하고 토끼 같은 자식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며 귀하게 여긴, 우리 민족의 심성 속에 살아있는 정의롭고 꾀 많은 영물로 각인된 지혜와 희망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토끼의 지혜를 잘 나타내 주는 표현으로 ‘교토삼굴(狡兎三窟)’이 있다. ‘교활한 토끼는 3개의 숨을 굴을 파 놓는다’는 뜻인데 위기가 닥쳤을 때 피할 수 있는 플랜B, 플랜C를 함께 마련해둔다는 의미로 요즘 식으로 표현한다면 ‘계란을 한 바구니에 몰아 담지 않고 리스크 헤징(Risk Hedging)을 잘한다’라고도 하겠다. 2023년 예상되는 정치, 경제, 사회적 문제에 대비해 ‘교토삼굴’의 지혜를 발휘하면 좋겠다. 정당 및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권위의식에 몰입하지 않으며 오로지 의원으로서의 역할에만 충실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념적 갈등을 벗어나 하나가 되는 한 해가 되고, 주민의 대표로서 소임을 다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한민국 국민, 300만 인천시민이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배전의 노력을 경주하기로 다짐해 본다.

[천자춘추] 베이비붐 세대 노인들이 온다

우리나라에는 약 700만명의 베이비붐 세대 인구가 있다. 6·25전쟁 후 1955~1963년 9년 동안의 출산 붐 속에 태어난 베이비부머는 인구의 14%에 이른다. 대규모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 인구로의 이동이 시작됐다. 영국의 인구학자 폴 월리스는 고령화의 충격을 인구지진(age-quake)이라 명하고 그 충격은 지진보다 크며 강도가 9.0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2020년 만 65세가 된 1955년생 71만명이 노인복지법의 수혜 인구로 편입됐으며 2021년에는 56년생 68만명, 2022년에는 57년생 등 베이비붐 세대의 노인 인구가 큰 파도처럼 이동하고 있다. 노인복지법상의 노인 인구가 되면 노령연금, 지하철 요금 면제, 무료 건강검진, 독감 예방주사 무료 등 각종 복지비의 수령자가 된다. 세계 200개국 중 최저의 합계출산율 (2022년 3분기 0.79)과 맞물려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급격하게 고령화가 진행되는 한국 사회는 젊은 세대의 노인 인구 부양 부담 증가, 생산인력의 부족, 국민연금, 건강보험을 비롯해 각종 연기금의 고갈 등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한국 베이비붐 세대는 우리나라의 산업화 및 민주화의 주역이었으며 IMF 외환위기, 금융위기 등 격동의 시대를 살아온 세대다. 부모님 봉양과 자식 양육에 혼신을 힘을 다했지만 정작 자신의 노후는 미처 준비가 안 된 경우가 많기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이 가장 높은 국가이기도 하다. 사회에 기여하고 은퇴한 이들이 이제 노인복지의 수혜자가 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우리 사회가 감내할 수 있도록 대비하고 적절히 진행돼야 하는 것 또한 분명하다. 베이비붐 세대 노인들은 체계적으로 교육 받은 세대이며 과거의 노인들과 비교하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활동적이어서 액티브(active)시니어로 부르기도 한다. 의학의 발전으로 평균수명은 점점 높아져 100세 시대에서 120세 시대가 온다고 학자들이 전망하고 있다. 과거 우리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었던 새로운 노인 세대인 활동적 시니어들이 축적한 사회 경험과 기술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잘 활용하는가에 따라 베이비붐 세대의 노인 인구가 우리 사회의 짐이 될 수도, 힘이 될 수도 있다. 노인 인구의 증가에 따른 실버산업의 경제 활성화 기여, 은퇴자들의 인생 2막을 지원해줄 평생학습체계 구축, 젊은 세대의 일자리와 충돌하지 않는 균형 있는 정년 연장과 연계한 연금 수령 시기 연장, 중소기업 등 부족한 일자리에 노인 인력의 적절한 활용과 국가적 지원, 노인복지 수급 나이, 종류별, 상황별 검토를 비롯해 100세 시대 노인들의 삶이 건강하고 생산적 문화가 되도록 다양한 공간과 제도가 필요하다.

[천자춘추] 정치생태계의 큰자산 ‘지방의원’

미국은 연방제 중심의 국가인 만큼 전 세계에서 지방자치가 가장 잘 발달된 곳 중의 하나다. 그러다 보니 지방의회에서 시작해 연방정부의 거물급 정치인으로 성장한 정치인이 적지 않다. 이를 잘 보여주는 곳이 미국 중서부에 위치한 일리노이주의 주도인 스프링필드다. 스프링필드는 작고 조용한 도시지만 주민들에게는 정치적인 자부심이 가득한 곳이다. 미국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과 버락 오바마의 정치적 고향이기 때문이다. 스프링필드에서 링컨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광역의회격인 일리노이주의회에서 4선이나 했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 대통령도 1996년 스프링필드에서 주의회 상원의원에 당선된 이후 3선 주의회 상원의원을 지냈다. 오바마는 주의원 시절 복지, 교육, 세금에 집중해 활동했고 2003년에는 ‘범죄자 취조 과정에서 비디오 녹화 필수 법안’을 통과시켜 전국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링컨과 오바마 모두 지역주민 삶을 기반으로 한 주의원 활동이 발판이 돼 연방의회 의원으로 진출했고 대통령까지 당선됐다. 미국에서 중앙정치 무대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지역에서 정치능력을 검증받는 것이 필수 코스 중의 하나다. 미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중앙정치 무대에서 지방의회 의원들은 찬밥 신세다. 지방의원들에 대한 언론과 사회의 인식도 크지 못하다 보니 능력에 비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정당의 공천 과정이나 비례대표 선출에서 법조인과 기업인 출신들을 앞다퉈 영입하다 보니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정치는 고도로 발달 된 전문적인 영역 중 하나가 됐다. 각계각층의 다양하게 분출되는 요구를 대화와 소통을 통해 조정하고 통합하기 위해서는 정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법조인과 기업인들은 훌륭한 전문성을 갖춘 분들이긴 하지만 다양한 요구를 하나로 묶어 소통하고 조정하는 역할에는 초보자일 수밖에 없다. 반면 지방의회 의원들은 잘 훈련된 정치인들이다. 지방의회 의원들은 다양한 지역주민을 만나고, 각기 다른 이해관계들을 조정해 입법하고, 예산을 심의하는 등의 과정을 통해 정치적 능력을 키워 왔다. 적은 숫자이긴 하지만 국회에 진출한 지방의원 출신 국회의원들은 이미 의정활동에 큰 성과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정당에서도 법조인과 기업인들뿐 아니라 지역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지방의원들에게 눈길을 돌려야 한다. 지방의회 의원들은 정치생태계에 큰 정치적인 자산이기 때문이다.

[천자춘추] 소중한 내 아이 어떻게 키울까?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표어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급격한 산업화와 만혼, 비혼 등의 사회 변화로 인해 초저출산 시대로 그 어느 때보다 아이들이 적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부모는 물론 할아버지, 할머니, 고모, 이모 등 온 가족이 아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높은 관심은 소중한 내 아이에 대한 기대와 특별한 대우를 요구하게 됐다. 이러한 기대와 특별한 요구로 인해 아이들은 과잉보호 속에서 자라나게 됐으며, 이러한 과잉보호를 받고 자란 아이들은 점점 자기중심적인 성향과 개인주의적인 태도를 갖는다. 이러한 현상 속에서 요즈음 부모들은 육아가 어렵다고 호소한다. 그냥 알아서 크는 시대가 아니라 넘쳐 나는 정보 속에서 소중한 내 아이를 바르게 잘 키우고 싶은 것은 모든 부모의 바람이자 과제일 것이다. 부모는 인간이 태어남과 동시에 처음으로 만나는 사람이며 아이와 가장 먼저 인간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아이들은 부모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신체, 언어, 정서, 사회성 발달 등 전인 발달을 이루게 되며 인간관계의 기초와 기본적인 행동 양식을 형성해 나간다. 따라서 내 아이의 사회성 및 성격 발달과 정서적 특성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 바로 부모의 양육 태도이며 이는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언젠가 ‘버릇 없는 아이’에 대한 비난이 있었다. 음식점과 카페의 노키즈존에 대한 공방도 있었고 지금도 음식점, 공연장, 전시장에 아이들 출입에 제약이 있는 곳이 있다. 과거에도 아이들이 무례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요즘처럼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되지는 않았다. ‘어린아이니까 그럴 수도 있지’라며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자신의 아이는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잘 자라 누구에게나 인정받고 싶은 것이 모든 부모의 마음이다. 품 안의 자식은 사랑스럽지만 부모의 양육 태도에 따라 아이의 행동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아이의 미래와 장래를 위해 지나치게 강압적이거나 허용적이면 버릇없는 아이처럼 문제 행동으로 나타난다. 최선의 방향을 생각해야 한다. 부모도 행복하고 건강해야 소중한 우리 아이도 행복하고 건강하다. 친구 같은 부모도 좋지만 때에 따라 단호하고 일관성 있는 훈육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요구되는 요즘 시대다.

[천자춘추] 월경 사적영역 아닌 인권문제

과거에는 ‘월경’이라는 말을 입에 담는 것을 불편해하면서 ‘그날’ ‘마법’ 등 우회적인 단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6년 ‘깔창생리대’ 사건을 계기로 월경을 ‘인권’ 문제로 인식하는 월경담론이 공론화되면서 시민들의 인식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경기도여성가족재단과 경기도교육연구원은 지난 21일 ‘경기도 여성청소년 월경권’을 주제로 온라인 정책포럼을 공동 개최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는 월경권에 대한 학부모와 학생 당사자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었다. 월경을 사적 문제로 보지는 않지만 아직 월경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남아있고, 월경 평등은 더욱더 갈 길이 멀게 느껴진다는 학부모 대표의 토론, 그리고 학교에서 ‘월경’이 여성 비하 표현으로 사용되기도 한다는 학생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으며 아직까지는 월경이 인권 의제로 인식되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여성들은 자궁내막이 성숙해지고, 배란이 발생하며 자궁내막이 배출되는 월경을 평균 12세부터 52세까지 약 28일 주기로 40년간 반복하며 전 생애 동안 2천만원 정도의 비용을 생리대 구매에 소비한다. 2013년 유엔은 ‘월경의 위생 문제는 공공보건 사안이자 인권의 문제’라고 명시하고 세대, 계급, 장애, 지역, 종교 등에 관계없이 모든 여성이 안전하고 자유롭게 월경할 권리가 보장돼야 하며 월경으로 차별 받지 않아야 한다고 전 세계에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어떠한가. 월경을 여성 비하의 표현으로 사용하고, 장애 여성들은 자신의 몸에 맞지 않는 생리대를 사용하고, 여성 노숙인은 박스를 깔고 앉아 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 방식으로 월경을 견뎌내고 있다. 또 한편의 여성들은 월경용품 비용 부담을 줄이려다가, 혹은 객관적인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지 못한 채 비위생적인 상황에서 생식기 감염 등의 위험에 처한다. 유엔인구기금에서는 월경 중 여성과 소녀의 보편적 인권 목록으로 ‘인간 존엄성의 권리’, ‘건강과 복지 표준의 권리’, ‘교육의 권리’, ‘일할 수 있는 권리’, ‘차별금지 및 남녀 평등의 권리’ 등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러한 인권목록은 한국 사회에서 지켜지고 있는가? 아울러 국가는 월경을 보편적 권리로서 인정하고 정책을 수립하고 책임지고 있는가?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에서 스크루지는 참담한 자기 미래를 꿈에서 만난 후 뜨겁게 반성하며 변신한다. 스크루지가 잠에서 깨어 세상을 고쳐 살았던 것처럼 참된 빛의 탄생을 경축하는 크리스마스를 보내며 여성 노숙인,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여성의 월경을 존엄하게 관리하는 세상을 기대해 본다.

[김태열 칼럼] 고양특례시 초일류 선진 보훈정책 방향 수립

지난 6월께 언론에서 고양특례시의회 시의원들이 주축이 돼 전국 최초로 국가유공자를 위한 명예 선양과 선진 보훈정책 수립을 위해 보훈정책연구회를 발족해 보훈전문가 초청 특강, 간담회, 보훈 선진도시 벤치마킹 등 활발히 활동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보훈을 수십년간 연구한 학자로서 매우 고무적이고 반가운 소식이다. 보훈학적 관점에서 국가보훈의 개념은 은혜에 보답한다는 의미로 국가를 수호한 분들에 대한 중앙정부 차원에서 보답하는 국가의 기본 의무이자 책무다. 현재 거주하는 초고령화된 지역 국가유공자들의 명예를 선양하고 편안한 노후를 맞이할 수 있도록 의료 및 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역시 지방정부의 책무다. 국가보훈기본법 제5조를 살펴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희생·공헌자의 공훈과 나라사랑정신을 선양하고, 국가보훈대상자를 예우하는 기반 조성과 필요한 재원(財源) 확보에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동법 제26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희생·공헌자의 공훈을 기리기 위한 기념관·전시관·조형물의 건립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 지방자치단체 중 보훈대상자가 많이 거주하는 고양특례시의 경우 국가보훈기본법에 의거, 초일류 선진 보훈정책 추진을 위해 종합적인 발전 방안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고양특례시 보훈대상자의 복지 증진을 위해 중장기 보훈발전기본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세부적인 실천 방안으로는 고양특례시는 3년마다 중장기별 보훈대상자를 위한 보훈발전계획 수립이 필요한데 1차적으로 보훈발전기본계획(2023~2025년)에 맞춰 보훈대상자 명예선양 정책, 참전 명예수당, 취업 증진 방안 등 지역 실정에 맞게 맞춤형 선진 보훈정책 수립을 위한 예산 확보가 절실히 필요하다. 둘째, 보훈대상자의 초고령화에 대비해 경기 서북부권 국가유공자를 위한 국립보훈요양원 설립이 시급하다. 6·25전쟁 참전 유공자의 경우 평균 연령이 90세 중반이고 월남전의 경우 70세 중후반의 초고령화 수준으로 전쟁의 상처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질병에 걸려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분들이 국립보훈요양원을 이용하려면 남양주나 수원까지 이동해야 하는 접근성의 어려움과 경제적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특히 고양특례시의 경우 보훈대상자가 매우 많고 인근 김포, 파주, 양주, 서울 서북부지역 등과 연계한 국립보훈요양원 설립을 위한 학술적, 객관적인 부분에서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 외 종합적인 보훈정책 방향을 제시하면 관공서 민원실에 국가유공자 우선창구 설치 조례안 제정, 저소득 보훈대상자 여행보내드리기 사업, 저소득 국가유공자 취업 및 공공근로 사업 시 우선 지원 등이 있으며 고양특례시의회 보훈정책연구회가 주축이 돼 2023년에는 보훈대상자를 위한 맞춤형 보훈발전기본계획 수립과 국가유공자 명예선양 사업 및 복지 증진을 위해 필요한 관련 예산을 확보해 전국 초일류 선진 보훈정책 수립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천자춘추] 과이불개

2022년 ‘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과이불개’다. 추천위원단이 추천한 5개의 사자성어를 추려 전국 교수들에게 일주일 동안 이메일 조사 방식으로 진행한 결과 935표 중 476표(50.9%)를 얻었다. 2001년부터 ‘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를 선정해 발표해오고 있는데, 우리 사회의 현실을 예리하게 반영해 많은 국민으로부터 공감대를 얻고 있다. 올해 선정된 ‘과이불개’란 말은 논어의 ‘위령공편’에 나오는 것으로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을 뜻한다. 교수들이 이 사자성어를 선택한 이유는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지만,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고치지 않는 것에 실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 단적인 예로 지난 10월29일 일어난 이태원 참사는 인재로 일어난 것이 분명한데도 정부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을 들 수 있다.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곧 패배자가 되는 길이라고 여기고 회피하거나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은 윤리가 붕괴한 이 비정상적인 상황이 지속되기에 혼란과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폭력적인 극우주의와 소수자를 혐오하는 정치 문화로 인해 민주주의의 위기를 실감하고 있는 것이다. ‘과이불개’를 추천한 박현모 여주대 교수(세종리더십연구소 소장)의 ‘후회한다면 잘못을 고쳐보라’는 글에 따르면 세종이 잘못을 인정한 기록이 ‘세종실록’에 10여차례 나온다. 잘못 임명해 외교 망신을 당했을 때, 나랏일에 몰두하느라 신하들의 건강을 돌보지 않았을 때, 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아 역질로 백성들이 많이 죽었을 때 등이었다. 세종은 군자감(軍資監: 군수품 관장 관청)을 수리하던 중 건물이 무너져 여러 명이 압사하고 부상당하자 공사를 즉시 멈추고 의사를 보내 치료하고 사고당한 사람들의 고향집에 관리를 보내 위로했다. 아울러 현장 감독관은 물론 공사의 최고책임자인 공조판서(국토부 장관)까지 구금하고 수사했다. 이와 같은 조치 이후 안전사고에 의해 대규모의 인명피해는 세종 재위 기간에 발생하지 않았다. 세종처럼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고치는 자세가, 집단지성이 필요한 시대다.

[천자춘추] 두 청년의 특별한 연말인사

한 해의 끝자락인 연말이다. 오고 가는 많은 연말 인사 속 최근 나에게 특별했던 두 청년의 인사가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스포츠 분야 진로를 희망하는 도움이 필요한 장학생 추천 건으로 맺은 인연으로 3년 전 처음 만났다. 한 명은 어려운 형편 속에서 축구선수의 길을 걷고 있던 중학생, 또 다른 소년은 보육원에서 스포츠 트레이너를 꿈꾸던 고등학생이었다. 시간이 흘러 중학생은 대학 축구부 진학을 앞두고 있고 고등학생은 3년 차 트레이너 사회인으로 성장했다. 거창한 인사말이나 잘 꾸며진 포장지 하나 없는 그들의 근황과 담백한 인사말이, 이 추운 겨울 나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해줬다. 두 청년의 성장은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을 느끼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두 소년이 꿈을 포기하지 않고 청년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장학금이나 후원 프로그램 등 제도적 뒷받침, 좋은 감독과 멘토가 옆에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 누구나 자라면서 겪는 미숙한 성장통의 시기에 많은 사람의 관심과 지지가 십시일반 보태졌기에 단단하게 이겨낼 수 있었다. 복지시설이나 아동양육시설에 거주 중인 청소년 중 두 사람처럼 운동선수나 체육 분야 진로를 희망하는 청소년들을 종종 만난다. 4년째 초등학생들의 장래 희망 1순위가 운동선수라고 하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만약 이들 중 진지하게 운동선수의 길을 걷겠다고 한다면 과연 몇 명이나 그 여정을 걸을 수 있을까. 사실 현실은 정보가 없어 운동선수가 될 수 있는 진학 시기를 놓치거나 체육대학에 진학하고 싶어도 입시 준비에 비용이 많이 들 것 같아서 등의 이유로 꿈을 포기하는 경우를 더 많이 봤다. 그래서 꿋꿋이 자신의 꿈을 이어가는 두 사람의 소식은 언제나 나에게 희망을 준다. 소년이 프로축구선수가 되지 못해도, TV에 나올 정도로 유명한 트레이너가 되지 못해도 괜찮다. 많은 어른의 관심과 애정이 모여 우리는 또 한 명의 우리 이웃을 성장시켰다는 점이 나는 더 자랑스럽다. 사회는 이렇게 서로서로 성장시키며 발전해 나가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를 위해 누구나 환경에 상관없이 다양한 꿈을 꿀 수 있고, 꿈을 이루는 길을 알려주는 어른이 있는 사회. 새해에는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더 많은 어른이, 그리고 나 스스로 노력하고 애쓰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한다.

[천자춘추] 빈 교실 예술로 채우기

몇 해 전 전시회에 갔다가 맘에 드는 그림을 봤다. 잘 그렸다기보다는 기교가 느껴지지 않는 날것 그대로의 순수함이 담겨 있었다. 피카소는 어린아이의 그림처럼 그리기 위해 70년을 달려왔다고 했는데, A의 그림에서 그런 생경한 순수함이 느껴졌다. 그 후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미술협회 회원이 A를 만나러 갈 일이 있다며 동행하자고 했다. 가기 전 A의 어려운 사정을 듣긴 했지만 막상 생활공간과 작업실을 겸하고 있는 A의 환경은 생각보다 더 열악했다. 10평 남짓한 사글셋방엔 냉장고와 싱크대, 바닥엔 네모난 작은 상이 놓여있었고, 여러 점의 캔버스는 벽을 이용해 여기저기 세워 있었다. 짐짓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나누긴 했지만 이런 작업환경에서 어떻게 그림을 그릴 수 있었는지 놀라웠다. 이 작은 공간에서라도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고 했다. 그러나 조금 큰 그림을 그리려면 생활기구들의 자리를 옮겨가며 그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고 했다. A의 목소리엔 아쉬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문득 몇 해 전 일이 떠올랐다. 지역 중학교에 학교운영위원회 지역위원으로 활동한 적이 있다. 관리자의 간곡한 부탁에 이름만 가지고 있었는데, 지역의 인구 이동으로 학교 3분의 1이 빈 교실이라고 했다. 공간에 대한 욕심에 일정한 공간과 시간을 제공해 지역 예술가들에겐 작업공간으로, 학생들에게는 예술문화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학생들의 예술체험 및 학교축제 등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과 나아가 학부모들도 자연스럽게 예술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마련하자는 제안이었다. 관리자도 흔쾌히 동의했다. 그러나 며칠 뒤 완곡한 거절 의사를 보내 왔다. 학교 자체에서 논의한 결과 예측 불가능한 화재 및 안전사고에 대응할 수 있는 관리 부재가 문제라고 했다. 구조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야겠지만 책임 소재에만 매달리는 행정이, 공공성의 확장보다는 자기 보호에만 연연하는 옹색한 이유처럼 느껴졌다. 아이들 감소에 따른 빈 교실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학교는 지역 예술가들과 협업하는 과정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져 가는 사회, 예술로 행복해지는 사회를 꿈꿨으면 좋겠다. 높으신 분들의 소신 있는 고집과 단호한 의지로 빈 교실을 예술로 채우는 반전이 있기를 기대해본다.

[천자춘추] 미래세대 위한 의료 체계 도입하자

# 장면 1(2022년 9월16일): 대한민국 소아청소년과 세계에서 ‘2위 우뚝’ 2022년 현재 우리나라의 소아청소년과 의료 수준은 세계에서 2위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2023년 진료과목별 세계 최고 병원’을 통해 내과 등 11개 진료과목 중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분야는 소아청소년과라고 발표했다(28개국 300개 대학병원 등 대형병원을 대상으로 조사·평가). 세계에서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가장 잘한다는 200개 병원 중 미국이 61개로 1위, 우리나라가 29개로 2위를 기록했다. # 장면 2(2022년 12월8일): 대한민국 소아청소년과 의료체계 ‘붕괴’ 8일 ‘2023년도 전반기 전공의(레지던트 1년차) 모집’에서 소아청소년과의 지원율은 정원의 16.4%로 나타남에 따라 언론은 일제히 ‘소아청소년과 의료체계 붕괴’를 대서특필했다. 12일 이러한 ‘붕괴’를 대변하듯 상급종합병원인 가천대길병원이 의료진 부족으로 소아청소년과 입원을 잠정 중단한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의료계는 대책 마련을 강력하게 촉구하는 한편(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대한아동병원협회 성명서 발표·2022년 12월16일) 정부(보건복지부)도 발 빠르게 ‘필수의료’ 활성화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 장면 3(미래): 저출산 꼴찌 대한민국 ‘미래세대 의료 체계’ 구축해야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8명(2021년)으로 세계에서 꼴찌다. 이러한 저출산 시대에 소아청소년과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것은 유럽,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경향이다. 출생한 어린이(아동)의 숫자가 과거보다 적지만 더 잘 키워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만혼(晩婚)에 따른 저체중아 등 심신발달장애를 가진 신생아에 대한 대처 포함). 그래서 일본은 2019년에 ‘어린이의 건강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철학을 담은 ‘성육(成育)기본법’을 제정해 미래세대인 어린이(아동)를 위한 의료 체계(이하 ‘미래세대의료’)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일본의 ‘성육의료(成育醫療)’ 개념은 태어날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필요한 의료를 국가가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것. 유럽과 미국에서는 1850년대부터 어린이에게 필요한 다학제적 의료를 제공해 왔음). 2021년 말 현재 국민 1인당 소득은 3만5천달러이고, 곧 4만달러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명실상부 선진국 대열에 당당하게 포함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다른 선진국과 같이 ‘미래세대의료’ 도입을 위한 입법화와 그 입법화에 따른 (건강보험 수가 현실화 등) 제도적 장치를 통해 ‘붕괴’돼 가고 있는 ‘세계 2위인 소아청소년과’를 되살려 저출산 시대에서 그 역할을 다할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 김정덕 대한아동병원협회 정책연구실장·보건학박사

[천자춘추] 우리 딸의 12월

요즘 우리 딸의 얼굴이 심각해 보인다. 평상시보다 부쩍 말이 없고 자기 방에서 무얼 하는지 잘 나오지도 않는다. 나는 짐짓 모르는 척하고는 있지만 그 이유는 알고 있다. 아마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 재계약 통보를 아직 못 받은 모양이다. 딸아이는 현재 직장을 비정규직으로 1년을 다녔고 추가로 1년 정도는 연장될 걸로 기대했는데 다시 취업문을 두드려야 하는 현실에 힘들어하는 것 같다. 고개를 들어 주변을 돌아보니 연말을 맞아 계약 종료로 인해 정든 직장에서 짐을 싸야 하는 계약직 근로자들을 볼 수 있다. 우리 학교 내 조교들도 여럿이 그러하며, 위탁이 종료된 지자체 산하 여러 센터의 직원 등도 그러하다. 필자도 평상시에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피상적으로만 생각하다가 내 딸이 그러한 문제로 고민하는 것을 보니 실감이 난다. 같이 힘들다. 지난 10월 발표된 고용 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의 34%가 비정규직이라고 한다. 또 국내 500대 기업 중 352개 기업의 고용 변화를 분석한 리더스인덱스 결과를 보면 정규직은 1.1% 증가한 반면 기간제 직원은 17.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도 정규직 일자리는 늘지 않고 기간제 고용 인원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혹자는 이제는 패러다임이 바뀌어 평생직장보다는 평생직업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전 경제에 걸쳐 4차 산업과 글로벌의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조직의 경쟁력을 위해서는 유연한 인력관리가 필수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근로자들도 이러한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추구하는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성장과 안정이 모두 중요한 가치라는 것을 공유해야 한다. 큰 나무는 가지가 크고, 푸르른 잎사귀를 자랑하지만 이는 뿌리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땅에 뿌리를 깊게 내려야 비바람에도, 추위에도 안정적으로 자리를 지키며 매년 푸르름과 과실을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것이다. 청년들이 사회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침 최근 호봉제에서 성과급제로의 논의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논의 과정에서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도 같이 고민되기를 바란다. 김재호 청운대 글로벌무역학과 교수

[천자춘추] 수원에서의 삶 지속가능한가요

‘지속가능발전’이라는 말은 1987년 세계환경개발위원회에서 언급한 것으로 우리 공동의 미래에서 ‘미래 세대가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능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이라는 뜻이다. 2015년 9월, 유엔 지속가능개발 정상회의에서 17개의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las)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169개의 세부 목표를 세웠다. 이 목표를 2030년까지 이루지 않으면 세계는 지금보다 더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이를 근거로 우리나라도 K-SDGs라는 17개의 목표를 세운다. 수원은 17개 목표를 토대로 수원에 맞는 10개의 목표를 세웠다. 예를 들어 보자. 사는 데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것 중 하나는 ‘물’이다. 그렇다면 수원시민이 물 걱정 없이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물 공급과 물 이용 면에는 아무 문제가 없을까. 수도꼭지만 틀어 물이 나오면 문제가 없을까. 우리 동네 하천에 잉어만 산다면 문제가 없을까. 개인, 기업, 상가 등에서 물을 마음껏 써도 문제가 없을까. ‘물’ 하나만 보더라도 위생, 생태계, 생명, 먹거리 등 다양한 문제가 연결돼 있다. 6년 전 수원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환경, 경제, 사회를 아우르는 10개의 지속가능발전목표(57개 세부 목표, 133개 평가지표 포함)를 만들었다. 물론 과정 속에서 전문가, 기업, 학교, 행정이 함께했다. 그리고 2030년까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 현재 상황을 판단하고 매년 평가를 위해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왜냐하면 수원이 2030년까지 제시한 10개의 목표를 이루지 못한다면 수원의 미래는 지금보다 더 암울할 수 있다고 수원에 사는 시민들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수원의 정책을 만들고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시민들이 만든 10개의 목표를 귀담아 듣고 이것의 필요성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동참해야 한다. 지난 6년간 목표를 세우고 평가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130만에 가까운 수원시민들의 삶이, 수원이라는 이곳이 살 만한 이유가 있음을 목표로써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홍은화 수원환경운동센터 사무국장

[천자춘추]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기억하며

10월29일 토요일 오후 10시15분경, 일어나서는 안 될 사고가 일어났다. 이태원 해밀톤호텔 앞 골목에서 사망 158명, 부상 19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서울 한복판 도심에서 일어날 수 있을까? 그 젊음이 안타깝고, 참사를 막지 못한 어른으로서 미안한 마음에 지금도 힘든 시간이다. 이 사고는 304명이 사망한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최대 인명 사고로, 특히 서울 도심에서 벌어진 대형 참사로는 502명이 사망한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이후 처음이다. 보도를 통해 사고 상황을 살펴보면 압사 사고 발생전 경찰은 부족한 현장 인력과 밀집된 인파로 인해 군중 통솔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6시17분과 26분 ‘압사’를 언급한 신고 두 건과 압사 가능성을 제기한 신고 등 79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에도 인파가 몰려 있어 100m 가는 데 평소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고, 워낙 많은 사람이 쌓여 있어 구조도 쉽지 않았다. 경찰, 소방, 시민들이 나서 심폐소생술 등을 진행했지만 이미 골든타임을 놓친 상황으로 보인다. ‘1:29:300’ 한 번의 큰 사고는 그 이전의 29번의 작은 사고, 또 그 이전의 사소한 300건의 사고 징후를 이야기하는 ‘하인리히 법칙’으로 미국의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가 수많은 사고를 분석한 결과 큰 사고는 갑자기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그 앞에 경미한 사고 등의 전조가 있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밝혀낸 이론이다. 사고에 가정이란 있을 수 없지만 이태원 사고가 발생하기 전 사소한 여러 번의 사고 징후가 있었을 때 더 빠른 대처를 했더라면 참사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이번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들이 우리 사회에 어떠한 메시지를 주고 있는지 우리는 잘 들어야 한다. 이들을 지켜주지 못한 어른으로서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 차원으로 인천시의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지난 제283회 제2차정례회에서 시의원 전원 발의로 ‘옥외행사 안전관리에 관한 조례안’을 통과시켰고, 재난이나 각종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소방본부, 경찰, 인천시의 협업체계를 구축해 300만 인천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도록 주문했다. 인천은 1999년 인현동 화재의 아픔을 기억하고 있다. 고인들의 넋을 기리며, 다시는 이 나라에 아픔이 없기를 희망한다. 신동섭 인천시의회 행정안전위원장

[천자춘추] 노인 사회적 배려·지원 필요한 때

정년 연장은 노인 취업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의 정년 연한이 연장되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연공서열형 임금 구조 때문이다. 이런 저해 요인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임금 구조의 재개편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그러나 정년 연장은 청년세대의 취업을 차단하는 불합리성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제도적 정비 없는 정년 연장은 세대 간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 2020년 조사에서도 30대 이하 젊은층의 세대 갈등이 40대 이상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청년세대와의 대화는 물론 사회적인 합의가 뒤따라야 할 사안이다. 현재 노인에게 맞는 일자리 사업이 노인의 전문성을 살리지 못하고 단기적인 일자리이거나, 아니면 단순 육체노동에 불과한 이유는 노인 일자리 사업이 노인에 대한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고 단편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법제도의 정비와 아울러 사회적인 배려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노인 인구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노인 빈곤과 연결된다. 우리나라 노인의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노인의 소득 증대는 국가정책상 중요한 부분으로, 이에 따른 노인 일자리 창출은 시대적 요구 사항이 됐다. 그러므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사회적 합의가 없는 노인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으므로 사회적인 지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다양한 지원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현대사회에서 노인은 단순히 생물학적 의미만을 지니고 있지 않으며 그들이 지닌 능력과 자질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 있을 수 있다. 또 연령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지적 능력이 쇠퇴하지 않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즉, 노화에 있어서 인지능력은 정신연령이나 달력연령에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노인은 자신이 자녀를 비롯해 주위와 사회적 지원만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노인 스스로 경제 주체가 될 수 있는 길을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인 빈곤 의식에 대한 기본적 인식이 필요하고 노인 빈곤을 탈출하고자 하는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 노년기를 충실하고 아름답게 보내기 위해 청년시절부터 이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건실한 노년기를 보내기 위해 젊었을 때부터 대비해야 하는 것은 건강은 물론 경제적 안정, 일이나 여가 등을 적극적으로 준비해 가는 자세다. 노년기에 일을 즐겁고 충실하게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세 가지 요소가 불가결하다. 즉, 건강 없이 일할 수 없으며 보람이 있는 일을 하기 위해 항상 새로운 지식을 익히고 자신의 능력을 더욱 연마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그러므로 노인 스스로 능력에 따른 일자리 선택에 나서야 하며, 이에 정부는 다양한 노인정책 및 노인 일자리 확대를 위해 법제도의 개선과 노인에 대한 사회적 배려 및 지원이 있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노인 일자리 사업은 고령사회에서 노인 빈곤을 해결하는 소득 증대의 일환이며 노인들의 적극적인 경제활동 참여가 요구된다. 김영철 디딤병원 총괄본부장

[천자춘추] 송년음악회로 나누는 희망

2022년을 마감하는 12월이 되면 바쁜 마음과 새해를 준비하는 설렘으로 지내게 된다. 음반시장에서 음원시장으로 변화된 스마트한 세상 속 12월의 풍경은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거리에서 들리던 크리스마스캐럴은 사라지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선택돼 소비되고 있다. 그래도 변하지 않는 풍경은 어느 공연장에서나 볼 수 있는 송년음악회 포스터다. 해가 거듭할수록 많은 공연단체와 공연장의 빼놓을 수 없는 사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 시작은 유럽을 대표하는 베를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빈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송년음악회와 신년음악회가 세계의 이목을 끄는 공연으로 하나의 상품이 됐고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어느덧 도시마다 공연장에서 꼭 해야만 하는 아이템이 됐다. 특히 한 해의 마지막 날인 12월31일에는 새해맞이를 앞둔 시점에 야외 행사와 더불어 제야음악회로도 개최되곤 하는데 올해는 이태원 참사로 인해 야외행사를 자제하다 보니 여러 공연장에서는 차분한 가운데 송년음악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제 연례 행사가 된 송년음악회는 12월의 다양한 감정을 차분히 정리하고 음악을 통해 위로받고 희망을 갖는 시간이 돼 이제 누구나 쉽게 누릴 수 있는 선물이 아닐 수 없다. 교향악단, 합창단과 같은 단체의 기획자들은 다양한 계층의 관객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가장 고심하는 공연이며 국내 정상급 연주자들을 서로 초청하려고 경쟁하는 공연이 됐다. 클래식이 어렵게 느껴지고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이라도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송년음악회를 찾아보기를 권한다. 최근엔 회사 동료와 함께 송념모임을 공연장에서 마무리하는 단체 관람객도 눈에 띄게 늘고 있으며 가족들과 함께하는 관객의 비율이 가장 높은 공연이기도 하다. 다행히 평소 접하기 어려운 유명 연주자들의 공연을 의외로 저렴한 티켓 가격으로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올해는 유난히 많으니 더욱 반가운 일이다. 올해의 12월은 가족들과 함께 가까운 공연장에서 음악으로 감동을 나누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한다. 류성근 성남아트센터 예술사업본부장

[천자춘추] 민주와 자치

권력의 힘은 무한하다. 권력을 쥔 자는 법 위에 존재하지만 권력에서 벗어난 자는 매서운 칼바람을 맞는다. 법을 어긴 자에게 죄를 묻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허나 우리 주위에는 눈을 감으면 죄가 사해지고, 부릅뜨고 두들기면 없는 죄도 만들어 낸다. 법 집행은 정말 동등하게 이뤄지고 있는 걸까. 어찌 보면 권력이란 놈은 견제가 없으면 그럴 수밖에 없는 속성이 있다. 독재로, 민주의 반대 방향으로 흐르는 것이다. 권력을 분권하고자 하는 이유다. 민주를 이야기하면서 권력을 집중시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민주를 외치며 독재를 하는 휴전선 위의 독재자들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분권은 소위 삼권분립이 있다. 하지만 강력한 대통령제를 선호하는 대한민국에선 무기력하기 그지없다. 제4의 권력이라 치부되는 언론도 본연의 모습을 찾기가 쉽지 않다. 집행부의 권력이 너무 막강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에겐 대안이 있다. 또 다른 분권의 형태가 있는 것이다. 중앙과 지방과의 분권이다. 확실한 권력구조 개편이다. 중앙정부의 장과 마찬가지로 자치단체의 장 또한 민(民)에 의해 선출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시·군·구를 통칭해 지방자치단체라고 부르며, 그것을 통해 지방분권을 이뤄 간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중앙이 권력을 독점한 채 나누기를 꺼리고 있다. 시·군·구를 단체라 부르는 것 자체가 하위 개념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중앙을 중앙정부라 칭한다면 당연히 지방은 지방정부라 불러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분권의 시작이다.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서도,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도 중앙과 지방의 분권은 필수다. 지방분권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중앙으로부터 지방으로의 권력 이양이다. 30%도 안 되는 예산을 주고 자치를 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개칭하고 지방정부에 예산을 대폭 이양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밑으로부터 이루어지는 자발적인 주민자치의 확대다. 풀뿌리 민주주의라고도 일컫는다. 민의 역할이다. 시민이, 주민이 참여해야 한다. 중앙도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다. 자치위원회를 시범사업으로 시작, 확대해 가는 추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이 힘들다며 스스로 포기하자는 이야기도 들린다. 안타까운 일이다. 민은 더욱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야 한다. 지방정부가 공고하게 자리 잡을 때 국가의 혼란도 줄일 수 있다. 중앙정부와 일사불란함도 필요하지만 때론 지방정부 스스로 다양성을 추구하는 힘을 키울 필요가 있다. 다양성은 한쪽의 축이 무너져도 서로 보완하며 지켜주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권력의 분산으로 다양성을 확대해 나간다면 민주주의는 더욱 확고하게 발전해 나갈 것이다. 박문신 여주지역자활센터장

[천자춘추] 해임 건의 다음은 탄핵 소추?

민주당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적지 않은 수의 언론은 대통령이 해임 건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는데, 이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해임 건의안은 법안이 아니고 단지 건의안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기 싫으면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되는 것이다. 아마 윤석열 대통령은 해임 건의안을 수용하지 않을 것 같다. 민주당은 해임 건의안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이 장관에 대한 탄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런데 해임 건의안과 탄핵은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른 사안이다. 해임 건의안은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묻는 ‘정치적 행위’인 데 반해 탄핵 소추의 경우는 중차대한 법적 하자가 드러나, 이를 이유로 추진할 수 있는 ‘헌법적 행위’다. 그런데 민주당이 국정조사를 주장해 이를 관철시켰으면 도의적 정치적 책임을 묻자고 주장할 수는 있지만 법적 하자를 근거로 추진해야 하는 탄핵 소추를 주장할 수는 없다. 국정조사의 목적은 이태원 참사를 철저히 조사해 위법은 없었는지 등을 파헤치는 것이다. 그런데 국정조사 진행 과정에서 탄핵을 하자고 주장하면 이미 법적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주장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스스로 주장한 국정조사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셈이 된다. 한마디로 자기 모순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 지도부는 이재명 대표 취임 100일이 민주와 민생을 위한 여정이었다고 자평하고 있는데 장관에 대한 탄핵 소추를 하게 되면 헌법재판소가 탄핵 인용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이상민 장관은 직무정지 상태가 될 수밖에 없어 자신들이 주장하는 민생에 심각한 하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 또 탄핵 소추를 했지만 헌법재판소가 이를 인용하지 않게 되면 참사를 정치에 이용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상태에 처해질 수도 있다. 더구나 헌법재판소의 인용 여부가 내년 중반 정도에 나오게 된다면 헌재의 결정이 내후년 총선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이래저래 민주당으로서는 모험이라는 것인데 그래서 민주당은 신중해야 한다. 이상민 장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기 때문에 민주당은 여론이 자신들의 행위를 뒷받침해준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렇다고 ‘선’을 넘어 버리면 역풍을 맞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 교수

[천자춘추] 지금까지 흘려보낸 감사들

같은 노력을 해도 어떤 사람은 실패하고 어떤 사람은 성공한다. 자식 농사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좋은 학군에서 공을 들여도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자녀가 있고, 그냥 방임하듯이 놔둬도 알아서 잘 성장하는 자녀가 있다. 성경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일의 계획은 사람에게 달렸지만, 일의 성취는 하나님에게 달렸다.” 세상을 어느 정도 살다 보면 신을 믿지 않는 사람들도 성경의 이 말만큼은 분명한 진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나 역시 딸을 한 명 키우면서 이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어렸을 때는 자녀의 모든 것이 맘에 안 들었다. ‘공부는 왜 이리 안 하는지’, ‘커 가면서 왜 이리 툴툴대는지’, ‘책 좀 읽었으면 좋겠는데’....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그 딸이 그저 건강히 자라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슴 아픈 사건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 요즘, 많은 부모가 나와 같은 심정일 것이다. 아이가 곁에서 건강히 자라던 그 수많은 날, 이 당연한 감사를 나는 왜 놓치고 있었을까? ‘아카데미의 여왕’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그래서 이런 말을 했나 보다. “세월이 인내심을 길러준다는 사실은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문득 든 이 생각을 통해 나는 우리의 일상이 온통 감사할 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출근길에 옆 사람에게 발을 밟힌 사람은 십중팔구 이런 말을 한다. “에이, 오늘 재수 더럽게 없네.” 그렇다면 발을 밟히지 않은 364일은 재수가 있는 날이란 말이 아닌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한 평범한 오늘이, 사실은 온종일 감사해도 모자랄 축복받은 날일 수도 있다.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은 무수히 많은 감사의 축복을 놓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국 켄터키대병원 데이비드 스노든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감사를 더 많이 한 사람들은 평균 수명이 7년 더 길었고, 노화로 파괴되는 뇌세포도 더 적었다고 한다. 수십년이 걸린 이 연구의 유일한 변수는 오직 ‘감사’였다. 월스트리트의 전설적인 투자자 존 템플턴의 말처럼, 우리가 감사할 때 행복으로 향하는 문이 열리고, 모든 근심이 풀릴 것이다. 감사를 일상에 적용하며 살아가고 있는 지금 나의 삶 역시 조금씩 행복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한 해의 마무리를 목전에 둔 지금, 이제 지금껏 놓친 감사를 돌아보면서 다짐해본다. 다가올 감사들을 놓치지 말자. 좋은 일이 생겼다면 감사하자. 더 좋은 일이 생길 것이다. 힘든 일이 생겼다면 그래도 감사하자. 어려운 일이 더 빨리 끝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자. 일상의 모든 순간이 행복으로 변할 것이다. 조승원 한국장애인연기자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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