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흐드러지고 있다. 활짝 피어난 벚꽃은 사람들을 웃음 짓게 한다. 이즈음 수원에서 볼 수 있는 벚꽃 명소들이 소개되기도 한다. 멀리 가지 않아도 동네에서 봄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그중 한 곳이 1980년대 지어진 매탄 4, 5단지의 도시숲이다. 조성 당시 식재된 느티나무, 양버즘나무, 회화나무, 독일가문비나무, 벚나무 등은 40여년 동안 도시숲을 이뤘다. 도시에서 큰 나무는 숲을 이뤄 기후 조절 기능 및 생물들의 서식처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다. 아파트 단지 사이, 산책로 주변 큰 나무는 주변 도로 및 인근 아파트를 연결하는 생태 네트워크이자 녹지 네트워크로서 지역사회의 주요 생태 자산이다. 도시에서 40년을 지켜온 도시숲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아파트 어디를 가나 수관폭이 10m가 넘는 큰 나무들이 있다. 나무들은 주민들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줬고 햇빛을 차단해 더위를 식혀줬고 희로애락, 생로병사를 함께했던 생명들이다. 사람들은 잠시 떠나 있다 다시 올 수 있지만 동식물들에게 한번 잃은 터전은 재생되기 어렵다. 있는 도시숲을 제거하고 새로 공원을 만드는 일은 쉬운 일이지만 이는 도시의 문화이자 역사였던, 시민들의 안식처였던 그리고 생명들의 서식처였던 공간은 사라지고 마는 일이다. 사는 일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러나 진행형은 과거를 바탕으로 한다. 재개발이 생태계를 끊어 내는 일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도시생활 속에서 숨을 불어넣어 줬던 숲이 회복되기에는 또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앞으로 30년 후 우리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매탄 4, 5단지의 사람들은 지금의 숲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지금의 이 숲이 생물다양성뿐만 아니라 기후위기 적응 대책으로서 도시 폭염, 열섬현상, 대기오염 저감, 쾌적한 생활공간 확보, ‘기후정의’ 관점에서 사회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얼마나 기여했는지 지금은 모르고 그때는 알지도 모르겠다. 몇 동과 몇 동 사이 단풍나무길은 정말 근사해 시집올 때 심었던 개복숭아나무 열매로 효소를 만들고, 등나무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고,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들이 큰 나무 그늘 아래서 땀을 식히는 그런 날이 다시 오기를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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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일보
2023-04-04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