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38년 도시숲이 사라진다

벚꽃이 흐드러지고 있다. 활짝 피어난 벚꽃은 사람들을 웃음 짓게 한다. 이즈음 수원에서 볼 수 있는 벚꽃 명소들이 소개되기도 한다. 멀리 가지 않아도 동네에서 봄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그중 한 곳이 1980년대 지어진 매탄 4, 5단지의 도시숲이다. 조성 당시 식재된 느티나무, 양버즘나무, 회화나무, 독일가문비나무, 벚나무 등은 40여년 동안 도시숲을 이뤘다. 도시에서 큰 나무는 숲을 이뤄 기후 조절 기능 및 생물들의 서식처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다. 아파트 단지 사이, 산책로 주변 큰 나무는 주변 도로 및 인근 아파트를 연결하는 생태 네트워크이자 녹지 네트워크로서 지역사회의 주요 생태 자산이다. 도시에서 40년을 지켜온 도시숲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아파트 어디를 가나 수관폭이 10m가 넘는 큰 나무들이 있다. 나무들은 주민들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줬고 햇빛을 차단해 더위를 식혀줬고 희로애락, 생로병사를 함께했던 생명들이다. 사람들은 잠시 떠나 있다 다시 올 수 있지만 동식물들에게 한번 잃은 터전은 재생되기 어렵다. 있는 도시숲을 제거하고 새로 공원을 만드는 일은 쉬운 일이지만 이는 도시의 문화이자 역사였던, 시민들의 안식처였던 그리고 생명들의 서식처였던 공간은 사라지고 마는 일이다. 사는 일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러나 진행형은 과거를 바탕으로 한다. 재개발이 생태계를 끊어 내는 일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도시생활 속에서 숨을 불어넣어 줬던 숲이 회복되기에는 또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앞으로 30년 후 우리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매탄 4, 5단지의 사람들은 지금의 숲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지금의 이 숲이 생물다양성뿐만 아니라 기후위기 적응 대책으로서 도시 폭염, 열섬현상, 대기오염 저감, 쾌적한 생활공간 확보, ‘기후정의’ 관점에서 사회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얼마나 기여했는지 지금은 모르고 그때는 알지도 모르겠다. 몇 동과 몇 동 사이 단풍나무길은 정말 근사해 시집올 때 심었던 개복숭아나무 열매로 효소를 만들고, 등나무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고,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들이 큰 나무 그늘 아래서 땀을 식히는 그런 날이 다시 오기를 소원한다.

[천자춘추] 한동훈은 제2의 윤석열?

한동훈 장관은 정치권에서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는 인물이다. 그의 패션부터 언행 하나하나가 여론의 주목을 받는다. 한 장관의 총선 출마 가능성도 주목의 대상이다. 그의 정치계 입문을 예상하는 측은 “맞으면 맞을수록 성장했던” 윤석열 대통령과 비교하며 한 장관 역시 민주당으로부터 “맞을수록” 정치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주장을 편다. 그런데 이런 주장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민주당으로부터 “맞았을” 당시 상황과 지금은 다르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은 유독 피해자 이미지를 갖는 이들에게 동정적이다. 정치권도 예외는 아니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재직 당시 권력에 맞서며 권력으로부터 핍박받는다는 “피해자 이미지”를 가졌다. 그런데 한 장관은 다르다. 한 장관이 야당인 민주당으로부터 집중적인 공격을 받는 것은 맞지만 한 장관은 정부의 일원이다. 즉, 권력을 가진 측의 일원이라는 것이다. 집권한 측의 구성원이 야당으로부터 공격받는다고 이를 권력으로부터 핍박받는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비록 민주당이 압도적인 입법 권력을 가지고 있어도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으로부터 집중적인 공격을 받아도 한 장관이 피해자 이미지를 갖기란 쉽지 않은 것이다. 피해자 이미지를 가지지 못하면 두들겨 맞아도 정치적으로 성장하기는 어렵다. 주목은 받겠지만 이런 주목이 피해자에 대한 동정과 거기서 파생된 지지로 이어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 윤 대통령은 피해자 이미지뿐만 아니라 정치력도 보여줬다. 하지만 한 장관은 아직까지는 이런 정치력을 보여주지 않았다. 물론 한 장관의 정치적 감각은 무척 뛰어나다. 하지만 정치는 정치적 감각으로만 할 수는 없다. 정치력이 겸비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감각도 어느 정도 타고난 능력이지만 정치력 역시 인위적으로 단시간 내에 확보할 수 있는 능력이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에 뛰어들지 말지는 한 장관 본인의 선택이지만 여론의 주목을 받는다고 정치인으로서 성공할 것이라고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뛰어난 행정가가 훌륭한 정치인이 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천자춘추] 편견과 차별 그리고 다름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색깔이 존재한다. 사람에게도 색이 있다. 등산을 하다 보면 자연의 색보다 더 다양한 색을 표출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본다. 그러한 형형색색의 표현은 비단 등산길에서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마주하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들 내면에 존재하는 마음의 무늬는 어떠할까. 또 육신의 모양은 어떠할까. 두말 할 필요도 없다. 우리 모두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백 명이 모이든, 만 명이 모이든 마음의 무늬가 똑같은 사람은 없다는 것을. 또 육신이나, 육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 똑같지 않다는 것을 모두가 인식하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 사회는 다양한 무늬의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다양함을 인정하고 서로가 그 바탕 아래 조화를 이뤄 살아간다면 더없이 즐겁지 아니할까. 한데 주위를 둘러보면 그러한 사회와 거리가 너무나 멀게 느껴진다. 육신이 불편하다 하여, 능력이 나보다 못하다 하여 차별을 두는 경우가 많다. 언어가 어눌하다 하여, 표현이 부족하다 하여 편견을 가지고 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 예를 들어 보자. 얼마 전 푸드 마트에서 약간 몸이 불편한 사람들, 표현이 어눌한 사람들이 식당 테이블을 청소하니까, 일부 사람이 말하길 장애인은 손님 있는 좌석으로 나와 청소하지 말라고 한다. 한두 사람의 생각일까, 아니면 우리 사회의 단면일까. 오히려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보면 말을 청산유수처럼 잘하는 사람, 일부 똑똑하기 그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다름이 더욱 심하지 않던가. 불구하고 그들이 장애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육신의 다름만큼이나 커다란 사상적 혹은 편협된 사고에도 불구하고. 때론 그들이 더 커다란 사회적 갈등 요인 혹은 사회적 피해를 입히고 있건만. 왜일까? 그것은 그와 같은 다름을 우리 사회가 인정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육신의 다름도, 정신적 다름도 인정하면 된다. 편견 없이 더불어 살아가고, 차별 없이 함께 일을 할 수 있는 그런 성숙된 사회를 기대하며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경기도가 그리해야 하고, 도의회가 뒷받침하고, 도민, 시민들이 동참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부족한 것들을 질타해 왔다면 미래 사회는 함께 다름을 서로 인정하고, 보듬어 주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

[천자춘추] 각자의 속도, 각자의 시간

‘대지’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펄 벅 여사는 ‘봄이란, 모든 사물과 생명이 살아 숨 쉬는 때’라는 말을 남겼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알게 모르게 한 해의 시작점을 봄으로 친다. 한 해의 시작은 1월이지만 여전히 땅은 속까지 차갑게 굳어 있고 움트는 싹은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봄이 오면 여기저기 형형색색의 꽃들이 피어나고 펄 벅 여사의 말처럼 만물이 소생하는 기운을 누구나 느낀다. 아마 그래서 새로운 시작을 기념하는 모든 행사는 봄이 오는 3월 즈음에 시작하는 것인가 싶기도 하다. 봄이 가기 전에 서둘러 피어나는 꽃들처럼 3, 4월은 자녀를 가진 어머니들이 가장 분주해지는 시즌이다. 자연스레 아기를 가진 어머니들과의 대화 주제도 그쪽으로 이어지곤 한다. 최근 만난 한 어머니는 자기 자녀가 이번에 초등학교 입학했는데 다른 아이들보다 아무래도 좀 ‘늦는 것 같다’고 걱정스러운 마음을 털어놓았다. 아직 첫 수업도 받지 않은 자녀를 놓고 너무나 걱정 근심이 크길래 내가 우리 딸을 키우던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우리 딸 역시 걸음이 매우 늦었다. 15개월이 지나도 걷지 못하고 바닥을 기어다녔기 때문이다. ‘빠른 아이들은 돌 전에도 걸어 다니는데… 너무 늦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든 나는 참지 못하고 병원을 찾아갔다. 그런데 아이를 한참을 살펴보던 의사 선생님은 다음과 같은 말을 하셨다. “첫 애라 걱정하시는 마음은 알겠지만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배우는 속도가 다릅니다. 다른 아이가 걷기를 배우는 동안 이 아이가 먼저 배운 것이 있을 거예요. 걱정하지 마시고 그게 뭔지를 잘 찾아보세요.” 선생님의 이 말은 이후 내가 자녀를 키우는 데 중요한 이정표 역할을 했다. 그날부터 집에서 자녀를 유심히 관찰했다. 우리 아이는 걸음마는 확실히 늦었지만 대신 말귀가 밝았다. 말도 잘 못하는 아이가 어떻게 아는지 내가 하는 말의 뉘앙스까지 제대로 파악하고 하지 말라는 일은 하지 않았다. 우리 아이가 걸음마보다 먼저 배운 이 능력은 성인이 된 지금도 인생에 매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내 말을 들은 아이 엄마도 다행히 조금은 안심이 되는 눈치였다. 미국의 가장 큰 사이트 중 하나인 레딧(Reddit)에 다음과 같은 글이 올라온 적이 있다. ‘뉴욕은 캘리포니아보다 3시간이 빠릅니다. 그렇다고 캘리포니아가 3시간 뒤처진 것은 아닙니다. 어떤 사람은 25세에 사장이 됐고, 50세에 죽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60세에 사장이 됐고 90세에 죽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경주를, 자신의 시간대에 맞춰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긴장을 이제 좀 푸세요. 당신은 당신의 시간에 맞춰, 당신의 경주를 아주 잘 해내고 있습니다.’ 나는 이 말이 정말로 맞다고 생각한다. 모든 과정에는 의미가 있다. 남들보다 늦은 사람은 없다. 다만 지금 다른 것을 배우고 있을 뿐이다. 남들과 비교하느라 소중한 삶의 여정을 한시도 허비하지 말자. 우리는 지금 잘하고 잘살고 있다. 우리의 시간에서. 우리의 경주를 하며.

[천자춘추] 이제 ‘제2의 르네상스’ 시작하자

지난 주말 미세먼지는 심했지만 날씨는 무척 따뜻했다. 그러고 보니 21일이 춘분이었다. 벌써 4월이구나! 이걸 인식하고 나서야 봄도 온 것 같고 산책하는 길가의 꽃도 보인다. 지난 칼럼에서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생각하는 세상을 만들어보자고 한 글이 부끄럽다. 춘분 아니면 4월 등의 단어를 가지고 ‘머리로 생각하는 봄’이 아니라 눈으로 보고 귀로 들어 ‘가슴이 먼저 느끼는 그런 봄’을 발견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가? 어디 계절뿐인가? 시간도 마찬가지다. 엘리아스의 지적처럼 삶의 편의를 위해 우리가 만든 시간(die Zeit)에 우리 스스로 억압(Selbst Zwang)되는 모순 속에 살아가는 것이 현대인의 모습이다.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잠들 때까지 시간이 우리를 컨트롤한다. 또 그 사이에 일어나는 일들의 대부분은 (나와는 상관없이) 이미 정해진 룰에 의해 결정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현대를 사는 우리는 우리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기보다는 외부에서 정해진 어떤 기준에 의해 살아가는 것 같다. 여기서 우리를 지배하는 기준(rule)이라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그 룰의 실체가 있긴 한가? 아니면 우리가 만들어 놓은 피조물(허상)에 우리 스스로 순종하는 것은 아닌가? 이런 질문들은 필자에게 15세기 전후 유럽에서 일어났던 르네상스운동을 떠오르게 한다. 복고 또는 부활의 의미를 지닌 르네상스(Renaissance)는 중세 기독교의 신 중심의 사상에서 벗어나 인간이 모든 것의 척도였던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로 회귀하고자 한 운동이다. 르네상스를 문화적 사조로 보든 아니면 역사 속의 한 시대(예를 들면 중세의 종말)로 인식하든 당시 이 운동의 핵심은 신본주의적(神本主義的) 세계관으로 인한 인간성 상실의 시대를 벗어나 인본주의를 복원함으로써 야만의 시대를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이었다. 그러나 신으로부터 해방된 우리는 인간성을 회복했는가? 소위 ‘주술로부터 탈출’(Entzauberung)한 현대인은 또 다른 마법에 걸린 것 아닌가? 우리 현대인이 그토록 믿는 합리적 이성은 단지 도구로 전락한 것은 아닌가? 이제 우리는 ‘제2의 르네상스’를 시작해야 한다. 15세기 르네상스가 신과 주술로부터의 해방을 추구했다면 지금의 르네상스는 제도(System)로부터 벗어나 인간 삶(Lebenswelt)이 중심이 되는 세상을 만드는 운동이다. 또 과거의 르네상스가 합리성이라는 이름의 도구적 이성을 필요로 했다면 제2의 르네상스는 타인과 공감할 수 있는 감성을 중요시하고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성찰적 이성의 실천을 요구하는 운동이다. 바람을 타고 봄의 상큼함이 밀려온다. 봄꽃 내음처럼 제2의 르네상스 물결이 우리 사회에 번져나가길 기대해 본다.

[천자춘추] 도전과 응전

1620년 9월6일, 가로 80피트, 세로 20피트, 높이 43.5피트 정도로 비좁은 160t의 배가 30명의 선원과 102명의 승객을 싣고 4천425㎞의 바닷길을 66일간에 걸쳐 항해했다. 사나운 폭풍으로 인해 돛을 사용할 수 없을 정도였고 배는 며칠 동안 표류했다. 강력한 파도로 승객들은 갑판 아래 웅크렸고 파도가 칠 때마다 남자들은 아내를 붙잡았고, 아내는 아이를 안고 있었다. 찬 바닷물이 모든 사람과 갑판 위아래 모든 것을 적시고 있었다. 또 폭풍우로 배의 주 들보가 심하게 손상돼 선원들조차 절망했을 때 승객 중 한 명이 가지고 있던 나사못으로 보를 고정해 항해를 가능하게 했다. 모두가 힘을 합쳐 혹독한 추위와 배고픔, 혼잡하고 비위생적인 환경과 뱃멀미를 이겨냈다. 항해 중 사망자는 단 한 명뿐이었고 1620년 11월11일 마침내 신대륙에 다다랐다. 이들은 종교박해를 피해 메이플라워호를 탄 청교도들이었다. 이처럼 거센 풍랑을 헤치고 싸움에서 승리한 배와 사람은 생존하지만 도전에 무릎을 꿇은 배는 침몰하고 사람은 빠져 죽고 만다. 그렇다면 승리한 자는 거대하고도 막강한 자연의 힘을 어떻게 이겨냈을까? 선장이라는 리더의 지휘 아래 항해사, 조타수, 갑판원, 승객이 혼연일체가 돼 거센 도전과 공포를 극복했기 때문이다. 도망친 것이 아니라 풍랑의 도전에 힘을 모아 응전함으로써 이겨냈기 때문에 살아남은 것이다. 우리의 인생도 이와 같다. 우리 인생에 감당하기 어려운 격랑, 즉 입시나 취업시험에서의 낙방,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가족의 사망, 사업의 실패 등에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실망스럽다고, 슬프다고, 힘들다고 도망칠 것인가, 이겨내겠다고 다시 한번 힘을 모아 도전할 것인가는 온전히 자신의 선택에 달렸다. 그냥 도망친다면 그 사람은 그 사건에서 빠져나올 수 없고 영원히 이겨 낼 수 없을 것이다. 포기하는 순간 기회를 잃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맞닥뜨린 그 사건에 올라타 헤쳐나가야만이 이겨낼 수 있다. 선장, 항해사, 조타수, 갑판원이 혼연일체가 돼 거친 파도를 헤쳐나가듯이 그 중심에 올라타 주도적으로 이겨내야 한다. 잘되리라는 긍정의 효과를 믿고 꺾이지 않는 정신으로 이겨내야 한다. 이 세상에 고민 없거나 아무 일도 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게 보일 뿐이며 감추고 살거나 남모르게 이겨나가는 것이다.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힘을 내 한 걸음이라도 내딛자. 자신을 믿어라.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

[천자춘추] 수출 꽃샘추위, 완연한 봄을 기다리며

올해 반도체 수출이 반 토막 수준으로 줄었다. 1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44.5% 감소한 60억달러, 2월은 42.5% 감소한 59억6천만달러로 7개월 연속 감소세다. 반도체 재고율은 265.7%로 1997년 3월(288.7%) 이후 2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요 위축으로 세계 반도체 매출이 전반적으로 줄었다고는 하지만 우리 경제에 부는 반도체 한파가 한없이 매섭기만 하다. 반도체는 수출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그야말로 우리 경제의 대들보이자 전략산업이다. 반도체 부진으로 지난해 무역적자가 역대 최대인 475억달러를 기록했고 총수출도 발목이 잡혀 5개월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미 예상했던 반도체 한파이지만 생각보다 크게 몰아치는 칼바람으로 우리 수출 곳곳에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얼어붙은 반도체 수요로 2분기에는 기업 실적이 바닥을 칠 것이란 우려도 크다. 하반기에 업황이 살아난다고 하지만 최악의 국면에서 겨우 고개를 들고 회복하는 수준이라 당분간 우리 수출은 반도체 보릿고개를 버텨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암울한 상황 속에서 최근 정부가 경제 버팀목을 다시 세우기 위해 나선 것이 굉장히 반갑다. 2042년까지 300조원의 민간 투자를 유치해 경기 용인에 세계 최대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경기 변동에 민감한 메모리반도체 의존도를 낮추면서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차세대 반도체 핵심기술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미래차, 우주산업, 2차전지, 로봇 등 반도체를 대신할 새로운 성장엔진 발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일본 등 경제외교 성과가 수출 활력의 모멘텀이 될 수 있도록 지원책도 잇따라 나오고 있어 무역 훈풍의 기대감 역시 높여주고 있다. 꽃샘추위는 초봄에 날씨가 풀린 뒤 다시 찾아오는 일시적인 추위를 가리키는 순우리말이다. 지금 우리 수출은 경기가 제대로 달궈지기도 전에 꽃샘추위를 맞았다. 코로나19 여파에도 최고 실적을 경신하며 꿋꿋하게 버텨온 수출이 다시 기지개를 켤 수 있도록 숨 고르기를 하며 이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 정부의 아낌없는 투자와 우리 기업의 혁신 노력이 지속돼 한국 수출의 완연한 봄이 곧 오기를 기대해본다.

[천자춘추] 이사철 계약갱신요구권 ‘불협화음’

뭇 생명이 탄생하는 봄이다. 꽃이 피면 나들이를 가고 싶은 것처럼 봄은 이사 가기도 좋은 계절이다. 그런데 꽃놀이를 즐겨야 할 계절에 이사 문제로 집주인과 임차인 간 분쟁과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 이유는 임대차 3법의 계약갱신요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때문이다. 두 제도는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개정돼 벌써 3년째 접어들고 있다. 먼저 계약갱신요구권은 임차인이 임대차 종료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2년 더 연장할 것을 요구하면 집주인은 본인 또는 직계 존비속이 해당 주택에 직접 거주할 목적이 아니면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그 청구를 거절하지 못한다. 따라서 임차인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해당 주택에 4년을 거주할 수 있다. 만약 집주인이 해당 주택에 본인 등의 거주를 이유로 임차인 요구를 거절하고는 실제 거주하지 않으면 임차인이 집주인을 상대로 손해배상까지 청구할 수 있는 제도다. 전월세상한제는 집주인과 임차인이 약정한 월세나 전세보증금이 해당 주택에 조세, 공과금, 그 밖에 부담의 증감이나 경제 사정의 변동으로 인해 적정하지 않게 된 때에는 집주인이나 임차인이 상대방에게 그 증액 또는 감액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런데 집주인이 전세보증금 등을 증액하는 경우는 약정한 월세 또는 보증금의 5% 이내의 한도를 정해 놓았고, 증액 후 1년 이내에는 증액하지 못하게 돼 있다. 그러나 임차인의 감액 요구에는 특별한 한도나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이러한 두 제도는 임차인에게는 매우 유리한 제도다. 그렇지만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종료 후 새로운 임대차계약을 하는 경우 이제 집주인은 상한제의 적용을 받지 않으므로 4년 동안 올리지 못한 전세보증금 등을 한꺼번에 올릴 수밖에 없다. 그러면 전세가격의 상승을 가져와 오히려 임차인에게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두 제도가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집주인에게는 고의나 과실 등 잘못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어 법의 형평성에서도 문제가 있다. 이렇게 주택시장의 순기능을 침해하기도 하는 두 제도는 하루빨리 개선돼야 할 것이다.

[천자춘추] ‘통합적 정치’ 정치인을 기대함

보통 인간은 자신이 놓인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기 마련인가 보다. “만약 의사 말을 믿는다면 이 세상에 건강한 사람은 없고, 신부 말을 믿는다면 죄 없는 자는 한 명도 없다. 만약 군인 말을 믿는다면 이 세상에 안전한 곳이라곤 어디에도 없다.” 후에 영국 총리를 지내기도 한 솔즈베리가 인도부 장관이었던 시절 제2차 아프간전쟁(1878~1880년)을 앞두고 러시아 위협이 커졌을 때 인도총독이 러시아 위협에 지나치게 민감하다며 경고한 말이다. 물론 그러한 솔즈베리조차도 러시아 위협에 대한 영국의 철저한 대비도 잊지 않고 강조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의사, 신부, 군인은 각각 자신이 놓인 입장에서 세상을 보고 있는 것이지만 솔즈베리 발언의 의미는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것만이 다는 아니라는 점일 터이다.  한편 2023년 한국 정치인은 어떤 말을 하는가. 만약 우리 정치인의 말을 믿는다면 우리 사회는 어떠한 모습일까. 정치인은 직업적으로 공정, 정의, 평화, 민생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다. 언제 어디서든 정치인은 공정, 정의, 평화, 민생을 말해 왔다. 그러면서도 같은 말을 반복하는 까닭은 아직도 우리 사회가 그러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공정해도 상대는 정의롭지 않다며 공정, 정의, 평화, 민생을 자신만이 독점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만약 우리 정치인의 말을 믿는다면 세상은 여전히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평화롭지도 않으며 민생은 언제나 뒷전으로 밀려나 앉아 있기 마련이다. 솔즈베리가 언급한 의사, 신부, 군인의 말은 그들이 본 것과 말한 것이 일치하는 세계지만 오늘날 우리 정치인의 말은 그들이 본 것과 말한 것 사이에 괴리가 있는 세계라는 점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정치학 교과서는 정치가 타협과 조화의 예술이라고 가르치고 있건만 우리 사회가 극심한 대립을 반복하는 것을 보면 우리 정치는 타협과는 거리가 멀고 분열과 적대감 속에 비로소 존재 이유를 찾는 것만 같다. 타협은 기회주의로 폄훼되고 대립적 언사는 선명성으로 미화된다. 공정, 정의, 평화, 민생이 분열된 지지 기반의 그것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공정과 민생을 내세우면서도 자신의 주장만이 정당하고 상대방의 같은 주장은 기득권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타파의 대상이라고 말한다. 당연히 언제나 타협은 없고 극심한 분열과 대립만이 계속될 뿐이다.  타협의 부재는 곧 정치의 부재를 의미한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가 더욱더 성숙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하는 이유이다. 솔즈베리와 동시대 인물인 디즈레일리가 원고가 날아갈 정도로 연단을 내리치며 열변을 토해낸 글래드스턴의 연설 이후 연단에 올라 글래드스턴의 열정과 그로 인해 흩어진 원고를 가리켜 비판하며 “그러나 그로 인해 손상된 것은 모두 복구할 수 있다”고 말하며 흩어진 원고를 집어 연단에 올려놓고 나서 연설을 이어간 데서 통합적 정치인의 풍모를 발견할 수 있다. 자신의 주장만이 아니라 국민 목소리를 경청하며 분열이라는 손상을 통합으로 복구하는 디즈레일리와 같은 통합적 리더를 기대하는 것은 사치일까.

[천자춘추] 제대로 된 이유 찾기

공직 재직 때의 일이다. 공직 퇴직 후 산하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던 선배가 농담 삼아 주무관이 제일 무섭다고 했던 말을 최근에 실감하고 있다. 주무관이 안 된다고 하면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변호사가 가능하다는 자문결과나 합목적성을 가지고 설득해도 막무가내다. 이미 스스로 기준을 세워 놓고 선입견에 사로잡혀 그 사안을 대하기 때문이다. 공무원은 감사를 가장 무서워한다. 위법부당하게 처리한 업무가 적발되면 가볍게는 ‘주의’부터 무겁게는 ‘파면’까지 문책 내지 징계를 받는다. 징계를 받으면 인사기록카드에 기록돼 그 꼬리표가 평생을 따라 다닌다. 승진에서의 불이익은 물론 급여도 삭감되고 퇴직할 때 표창도 받을 수 없다. 이러다 보니 공무원은 징계를 받지 않기 위해 몸을 사리게 되는 것이다. 공무원 사회에서의 감사는 필요악이다. 감사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목적이지 처벌에 있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감사의 기준이 그때그때 다르기에 어떤 때는 인허가를 왜 해 줬느냐를 따지고 어떤 때는 왜 하지 않았느냐고 따진다. 이에 더해 자치단체에 대해 감사원감사, 정부합동감사, 특정감사, 복무감사 등 중첩 감사를 받는다. 우스갯소리로 1년 내내 감사만 받다가 세월 다 간다는 말까지 있다. 공직자가 위축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어정쩡하니 복지부동이라는 말을 듣게 된다. 그래서 이러한 감사의 부작용을 해소하고 적극적 행정을 지원하기 위해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등 감사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공무원 등이 사무 처리 근거법령의 불명확한 유권해석, 법령과 현실의 괴리 등으로 인해 능동적인 업무 추진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 적극 행정을 할 수 있도록 사전에 그 업무의 적법성과 타당성을 검토해 주는 사전 컨설팅감사 제도를 도입했다. 대한민국 헌법 제7조에서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은 주권을 가진 국민의 수임자로서 언제든지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지며, 공익을 추구하고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할 의무를 진다. 공무원이 감사가 무서워 제 할 일을 하지 않거나 위법부당하게 업무를 처리해서는 안 된다. 특히 민원과 관련된 업무는 이해당사자가 있어 업무를 태만하거나 위법부당하게 처리하면 바로 문제가 된다. 그래서 법규에 위반되는 것처럼 딱 떨어지는 업무는 고민할 필요가 없지만 해줘도 되고 안 해줘도 되는 재량행위는 생각이 복잡하다. 이럴 때는 한 가지만 생각하면 된다. 공익을 침해하는 행위인지, 특정인에게 과도한 이익이 돌아가는 행위인지, 과도하게 사익을 침해하지 않는지 등을 비교 형량하고 합목적성에 부합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판단이 어려울 경우 사전 컨설팅감사를 신청하거나 중앙부처의 유권해석, 변호사 자문 등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업무를 처리하는 데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은 뭔가를 해 주기 위해 그에 적합한 이유 백 가지를 찾고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사람은 그것을 해 주지 않는 데 필요한 이유 백 가지를 찾는다고 한다. 기왕에 해 주기로 판단이 섰다면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이유를 찾을 바에는 긍정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자신에게도 좋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제대로 된 이유를 찾았으면 한다.

[천자춘추] 여성 기업가 정신 함양 지금이 적기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동시에 음양의 기운이 균형을 이루게 된다는 춘분은 본격적인 봄의 소식이라 할 수 있다. 자연이 균형을 이룰 때 아름다움의 절정인 꽃이 피듯 기업이 균형을 찾을 때 국가 경제도 꽃을 피운다. 기업의 균형은 기업인의 외부 운영과 정신의 균형에서 오는 것이다. 사상 초유의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지금이 새로운 시대정신을 모색할 적기이며 미래의 시대정신은 ‘기업가 정신’이라 믿는다. 개인의 문제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이 곧 기업가 정신이라 일컫는다. 이런 적극적인 문제 해결 자세를 기업 운영에 반영해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가치와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기업인의 자세이자 정신이다. 2020 암웨이 기업가 정신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기업가정신지수가 높은 인도, 중국, 베트남 같은 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이 높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한국 여성의 기업가정신지수는 세계 여성과 아시아 여성 평균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2018 세계기업가정신발전기구 발표에서도 총 77개국 중 대한민국의 평균 기업가정신지수는 24위, 여성 기업가정신지수는 43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국내 여성기업가정신 연구에서도 한국 여성의 기업가적 역량이 남성과 비교하면 전반적으로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많은 전문가는 기업가 정신의 함양은 경제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2017 여성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기업인의 장점으로 섬세함, 책임감 및 성실성, 조직 친화력, 청렴함, 업무관리능력 등이 꼽혔다. 더불어 여성기업의 장점으로는 사후관리를 통한 고객만족도 제고 노력, 여성기업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 등과 함께 원활한 소통과 화합의 기업 분위기, 계획적이고 투명한 회사 경영 등 기업문화 차원의 요소가 장점으로 꼽혔다. 실제로 성공한 여성기업들을 분석해 보면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꼼꼼함으로 어려운 순간들을 헤쳐 나갔음을 알 수 있다. 효과적인 기업가 정신을 함양하기 위해선 대외적인 정책 지원도 시급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초·중·고교 과정에서부터 기업가 정신 함양에 필요한 문제 인식, 공감 및 이해, 문제 해결 능력 강화를 위한 교육과 더불어 창의성과 독창성을 위한 교육 서비스도 제공돼야 할 것이다. 더불어 여성기업가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인식 수준을 높이려는 노력도 이뤄져야 할 것이다. 대표적인 여성기업 성공 사례들을 적극 발굴하고 역할 모형으로 제공함으로써 여성들의 기업가 정신을 고취하고 강화해야 할 것이다. 기업가 정신의 함양은 국가 경제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인 것은 분명하다. 위기의 시대에 개인의 노력에 더해 국가가 힘을 보태준다면 위기 뒤에 찾아올 한국은 곧 춘분을 맞이할 것이라 믿는다.

[천자춘추] 소방본부가 나아갈 길

우리나라 소방서비스의 발전은 불을 끄는 기본적인 서비스에서 고도로 조직화되고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발전해 화재를 예방·경계·진압하는 일과 구조·구급 업무로 확대되는 등 수년에 걸쳐 중대한 변화를 겪어 왔다. 초기의 소방서비스는 1970년 정부조직법에 따라 지역 사회 기반으로 이양돼 운영되다 1977년 소방공무원법을 제정해 소방공무원으로 신분이 일원화되고 2003년 대구지하철 방화사건을 계기로 2004년 소방방재청이 설립됐다. 현대적인 소방 기술과 장비의 도입으로 정부는 더욱 중앙집중화된 시스템의 필요성을 인식해 2020년 4월1일 소방공무원 전부가 국가직으로 신분이 전환됐다. 그러나 국가직으로 옷을 갈아입은 지 3년이 지난 현재도 여전히 ‘무늬만 국가직’이라는 오명을 남기고 있다. 신분만 국가직으로 바뀌었을 뿐 예산과 조직운영은 지자체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소방공무원들조차 조직, 인사, 예산 등이 여전히 지자체에 권한이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국가직 전환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조직체계는 소방본부장과 학교장을 제외한 전체 인원이 시·도지사 직속으로 운영되고 임용권도 시·도지사에게 있다. 일반직공무원(1~9급)보다 1계급이 더 많아 승진에서 상대적 손해를 보고, 인사 적체도 심하다. 재난상황 발생 시 현장의 지휘·통솔 권한을 가진 소방본부장도 군, 경찰보다 직급이 낮아 일사불란한 현장지휘를 하기 힘들다. 부본부장 직제를 신설해 소방본부장 직급을 격상시키고 신속한 대응 및 현장지휘체계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인천검단소방서 개서 시 인력 충원이 제때 되지 않아 각 소방서에서 차출해 운영하고 있는 등 소방인력과 근무환경은 국가직공무원의 위상에 미치지 못한 실정이다. 소방 예산 또한 시·도에서 소방특별회계 예산을 편성하고 인건비 일부만 국가로부터 지원(교부금) 받는 등 80% 이상을 지자체가 부담하고 있으며 시·도의회의 예산심의와 행정사무감사를 받는다. 경찰처럼 소방청 예산을 국가예산으로 통합 편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소방조직은 희생의 아이콘이자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발전해 온 조직이다. 안전은 시민 모두가 보장받아야 할 기본적인 권리다. 교육, 장비 및 자원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계속 진화하고 변화해 지역사회의 안전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조직이 돼야 한다는 바람이다.

[천자춘추] 신기술 우대정책 적극적 이행 필요

국가에서는 신기술의 개발과 발전을 장려하고자 연구개발(R&D) 정책 지원은 물론 개발된 기술의 상용화와 구매 거래 촉진을 위한 관련 법과 제도의 정비 등 효율적이고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신기술(NET), 신제품(NEP), 우수조달물품, 혁신제품 등 국가가 지정하는 각종 신기술의 종류는 그 지정 목적에 따라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새로운 우수기술’이라는 신기술의 기본 개념은 동일하다. 이러한 신기술의 상용화와 구매 촉진을 위해 약칭 국가계약법, 지방계약법, 조달사업법, 판로지원법 등을 통해 수의계약을 할 수 있도록 하거나 수요 기관의 연간 신기술 우선구매 또는 의무구매 비율을 정하는 등 국가에서는 관련 법률로써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특히 혁신제품의 경우 이러한 지원책에 더해 구매담당자의 고의나 과실이 없는 손실에 대한 면책이나 사업자의 계약 지체에 대한 책임 면제, 낙찰자 선정 시 실적 제한을 면제하는 요건 등의 파격적인 추가 혜택을 법적으로 제도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탄탄한 정부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신기술의 현장 적용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신기술 적용에 가장 큰 장애 요소는 바로 감사를 우려한 구매담당자의 복지부동이 첫째 이유라고 필자는 판단한다. 공공기관의 사업 수행에는 내·외부 감사가 반드시 수반되며 이때 수의계약건은 대부분 집중감사 대상이다. 구매담당자는 아무리 법적 타당성 자료와 면책요건이 있더라도 지속적으로 자료를 준비하며 감사에 대응하는 데에서 오는 업무적 손실과 스트레스는 반드시 피하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신기술의 적극적인 활용에 따른 감사 결과는 ‘잘하면 귀찮거나 본전, 못하면 징계’가 되기 일쑤다. 결국 향후 귀찮아질 수도 있는 신기술의 적극적인 활용보다는 통상의 규격을 가진 종래 기술 중에서 선택 적용하는 것을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아주 드문 경우일지는 몰라도 어느 공공기관 담당자가 조달청에 등록된 동종 우수조달인증제품이 하나밖에 없어 특혜 시비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미인증 일반 제품으로 바꿔 설계에 적용한 사례가 있다. 이는 신기술 우대정책의 또 다른 뒷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극단적이지만 세계 최고의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상용화해도 특혜 시비가 없도록 경쟁 제품이 출현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신기술의 개발과 상용화에 대한 과감한 지원 없이는 국가 과학기술의 발전은 요원할 것이다. 국가의 최우선 과제는 탄탄하고 효율적으로 이미 구축된 각종 신기술 우대 정책을 적극적으로 이행·감독하고 특히 이행실적을 더욱 면밀히 평가함은 물론 감사를 통한 징계보다는 적극 활용하는 공무원에 대해서는 오히려 포상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다만 신기술 인증에 대한 법적, 제도적 지원은 아끼지 말아야 하지만 인증은 매우 엄격하고 공평하게 진행돼 일명 하늘의 별 따기 정도로 검증 절차가 까다로워 그야말로 진정한 신기술이 선정돼야 할 것이다. 이렇게 선정된 신기술은 최대한의 특혜로 현장에 곧장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행여 잘못 선정된 신기술이 있다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퇴출될 것이므로 걱정할 필요 없다. 그래야 기업의 기술 개발 의지를 한층 북돋울 수 있고 나아가 그것이 국가 과학기술 발전의 튼튼한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천자춘추] 한 아이 키우기 위해 온마을이 필요

2022년 한 해 한국의 출생아 수는 24만9천명, 합계출생률은 전 세계 국가 중 최저인 0.78이다. 10년 전인 2012년의 출생아 수 48만5천명과 비교하면 한 해 출생아 수가 절반으로 줄었고 불과 40년 전인 1982년 한 해 84만8천명 출생인구와 비교하면 1년간의 출생인구가 약 60만명 (70%) 감소했다. 출생아 수의 끝 모를 추락으로 사회 각 분야의 삶도 가파르게 변화하고 있다. 교육, 주택,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우리 사회의 근본을 이루는 복지제도들도 위기에 처하고 있다. 삶에서 아이를 우선으로 선택하지 않겠다는 젊은이들의 의식을 바꾸려면 무엇보다도 아기 낳고 키우는 일이 행복하고 삶의 보람이 되도록 아이 낳기 좋은 환경,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 그리고 태어난 아이가 행복하게 잘 자랄 수 있는 사회환경이 돼야 한다. 지난 2월 법원은 엄마가 돈을 벌러 나가면서 8개월 아기의 젖병을 고정하기 위해 가슴 위에 쿠션을 올려놓았다가 숨진 사건에 대해 우리 사회가 돌봄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며 이례적으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가족과도 단절되고 기초생활수급자인 아기 엄마는 어린이집, 아이돌보미 등 공공에서 아이를 맡길 곳을 왜 찾지 못했을까.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21년 보육시설 이용 아동은 118만4천명, 국·공립어린이집 이용 아동은 26만8천명으로 국·공립 어린이집의 이용률은 22.7%다. 어린이집 정원 대비 이용률은 76.1%로 37만2천명에 달하는 어린이집 자리가 비어 있다.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률은 82.5%,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 63.6%, 민간 어린이집의 이용률은 74.8%다. 일하는 엄마들에게 필요한 야간 연장 어린이집은 1만9천949명이 이용 중으로 정원의 4.9%만 이용하고 있으며 휴일 어린이집 이용 아동은 112명으로 정원의 0.5%, 24시간 어린이집은 정원의 5.3%(401명)만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어 있는 시설은 많은데 한편에서는 돌봄을 받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보육시설이 필요한 사람이 필요한 시기와 시간대에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왜 이용률이 0.5~ 5%에 머무는지에 대한 심층 분석과 대책이 필요하다. 비어 가는 보육시설에 대한 정책 전환과 함께 시설 중심의 돌봄에서 가정 파견 육아 교사, 언제나 일시적 보호를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등 무엇보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필요로 하는 수요자 중심의 아기를 안전하게 믿고 맡길 수 있는 다양한 보육 서비스가 확대돼야 한다.

[천자춘추] 교섭단체

지방의회는 의원 전체의 합의로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제 기관의 성격을 띠고 있다. 정치적 이념과 목표를 가진 의원들의 의사를 사전에 통합·조정해 창구 역할을 하는 교섭단체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교섭단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개별 의원들의 의견을 조정할 수 있는 창구가 없어 의회 운영의 비효율성이 극대화되고 그에 따른 도민의 피해도 커질 수밖에 없다. 국회는 제헌국회 때부터 교섭단체의 필요성이 제기돼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1949년 7월29일 국회법을 개정하면서 교섭단체에 대한 규정을 넣은 것이다. 그러나 국회에 비해 지방의회는 지방자치제도의 부활 이후 30년 넘게 교섭단체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지 못했다. 헌법상의 기관이면서 주민대표 기관인 지방의회를 지방자치단체의 하위기관으로 보는 잘못된 인식도 한몫했다. 법적 근거가 없다 보니 지방의회는 교섭단체를 지원할 수 없어 운영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교섭단체가 실질적인 의회 운영의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정책 인력이나 예산 등을 지원받을 수 없었고 설령 조례에 명시해도 법령에 위배돼 법률불합치 판정을 받기도 했다. 마냥 어린이처럼만 보이던 아우나 자식들이 어느새 훌쩍 커 버린 것을 느낄 때가 있다. 지방의회도 30년이 넘는 기간 어느새 몰라보게 많은 성장을 했다. 제도적 미비에도 불구하고 입법, 집행기관 견제, 주민대표 등의 의정활동을 통해 역할과 권한을 확대해 왔다. 아이가 성인이 되면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줘야 하는 것처럼 지방의회의 역할 증대에 따라 환경과 제도적인 정비 역시 이뤄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2월27일 지방의회 교섭단체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지방자치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는 지방의회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이다. 인사권 독립과 정책지원인력 도입 등이 포함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이후 지방의회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 이제 지방의회는 교섭단체를 둘러싼 법적 굴레를 벗어던질 수 있게 됐다. 앞으로 개정된 법률이 시행되기까지 6개월의 시간이 남았다. 법률 개정에 맞춰 교섭단체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조례 등을 손질해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 또 교섭단체의 권한과 역할이 커지는 만큼 그에 걸맞은 책임감과 사명감도 잊지 않도록 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천자춘추] 공정을 포용하라

3월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았다. 1908년 3월8일, 1만5천여명의 미국 여성 노동자들이 생존권과 참정권을 요구하며 벌인 역사적 시위가 그 기원이다. 1975년 유엔은 ‘여성의 날’을 국제기념일로 공식 지정했으며 한국에서도 민간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여성의 날 기념일이 2018년 법정기념일로 공식 지정돼 매년 기념하고 있다. 2023년 세계 여성의 날 캠페인 주제는‘#EmbraceEquity #공정을 포용하라’다. 세계여성의 날 조직위원회에서는 이번 주제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 평등(Equality)이라는 단어에 숨겨져 있던 공정(Equity)의 가치를 발견하고, ‘평등한 기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세계적으로 알리기 위함’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세계여성의 날 조직위원회에서는 평등과 공정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며, 공정은 그냥 좋은 것이 아니라 꼭 있어야 하는 필수적인 것이라고 설명한다. 모두에게 동일한 기회를 준다고 해도 모든 사람이 가진 조건이 같지 않기 때문에 공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성별, 인종, 세대 등 다양한 개인의 상황을 인지하고 그에 맞는 지원과 기회를 배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기회의 평등이라는 개념은 매력적이지만 기회의 평등이 결과의 평등과 공정함까지 보장된다는 믿음은 깨진 지 오래됐다. 경기도 여성들의 현실은 어떠한가. 2021년 기준 경기도 여성 경제활동 참여율은 50.2%로 남성의 경제활동 참여율 74.7%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것이 현실이며 2021년 기준 경기도 여성의 월평균 임금은 217만5천원으로 남성(341만8천원)에 비해 124만3천원이나 적다. 또 지방의회의 여성 대표성의 현실을 보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결과(2022년 6월1일) 경기도 광역의회 당선자 156명 가운데 여성 당선자 수는 35명으로 22.4%에 불과하다. 이러한 경기도 여성의 현실은 우리에게 공정의 개념을 질문하게 한다. 우리가 사는 경기도에는 성 고정관념이 없고, 차별을 지적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 있는가? 오늘 사후적으로 나타난 결과는 내일 삶의 사전적인 조건이 된다. 즉, 오늘 결과의 평등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내일 자녀들에게 공평한 이익을 물려줄 수 없다.

[천자춘추] 노동 69시간

지난 6일 정부는 일주일의 노동시간을 69시간까지 늘리는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 제도가 장기휴가를 활성화하는 등 노동자에게 이전보다 유리하다고 홍보하고 있다. 한마디로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종속적인 관계에 있는 노동자가 장기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사업체가 얼마나 될까? 앞으로 주 52시간 체제에서 가졌던 노동자들의 휴식과 자기계발 기회는 사라지고 일에만 매달려야 할 것이다. 지금도 업무 공백 때문에 눈치를 보면서 휴가를 쓰고 있는 형편이므로 장기휴가는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대기업은 노동시간이 늘어나도 대체인력이 있는 데다가 노동의 대가를 지불할 것이므로 부작용이 적고,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체도 단체협약을 가질 것이므로 노동자에게 불리한 면이 줄어들 수 있다. 그렇지만 규모가 영세하거나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체는 장시간 노동하던 시대로 돌아갈 것이다. 노동시간만 늘어날 뿐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개편안이 발표되자마자 노동시간을 유연하게 활용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고, 구인난 해결과 납기 준수 등 경영 애로를 해소할 수 있다고 중소기업 등에서 환영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정부는 노동 개혁을 국정 과제로 내걸고 노동조합을 부패집단 내지 폭력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 노조 회계의 투명성을 문제 삼아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있는 것이 그 단적인 예다. 노동조합은 조합원들에게 회계에 대한 보고와 감사 의무가 있을 뿐 정부에 제출해야 할 법적인 의무가 없다. 오히려 세금을 사용하는 정부가 회계를 투명하게 국민에게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도 수천억원대의 특수활동비를 사용하면서 왜 공개하지 않고 있는가? 노동조합의 활동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권리다. 정부는 노동자의 노동시간, 임금, 고용, 처우 등의 권리를 추구하는 노동조합을 무력화해서는 안 된다. 정부 정책에 반대한다고 해서 노동조합 사무실을 국가보안법 혐의로 덮어씌워 압수수색하면서 탄압하는 것은 독재국가의 전형이다. 노동시간을 69시간으로 일방적으로 늘릴 게 아니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를 열고 협의해야 할 것이다.

[천자춘추] 스포츠클럽 활성화 위한 ‘적극행정’ 절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사람들과 교류하며 꾸준히 운동하는 스포츠클럽 활동은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필수다. 또 생활체육을 즐기며 전문 체육까지 꿈을 키워가는 선순환 생태계 구축은 스포츠 정책의 오랜 숙제다. 이러한 스포츠계의 과제 해결을 위해 스포츠클럽법이 제정됐다. 스포츠클럽법의 핵심은 등록제와 지정제다. 생활체육 동호회 등 지역사회의 체육활동 진흥을 위해 운영되는 법인 또는 단체가 법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고 지자체에 스포츠클럽으로 등록하면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등록된 스포츠클럽 중 공모를 통해 지역 차원에서 공공사업을 할 클럽을 지정한다. 경기도에는 필자가 소속된 사회적협동조합 플랜비스포츠를 포함해 총 10개의 클럽이 지정스포츠클럽으로 선정됐다. 지정스포츠클럽은 지역을 위한 스포츠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정부로부터 사업 운영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지역 입장에서는 국비를 확보할 수 있으므로 당연히 지정스포츠클럽이 늘어나면 좋다. 전국 107개의 지정스포츠클럽 중 경기도의 인구와 행정적 규모를 생각하면 10개 클럽은 부족한 숫자다. 스포츠클럽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거버넌스 구축, 체육시설 사용에 대한 접근성 확보가 필수적이나 지역에서의 행정적 지원은 걸음마 수준이다. 실제로 지역에서 공공체육시설을 사용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렵다. 그리고 최근 교육부는 지정스포츠클럽과 연계해 학교체육을 활성화하는 지원사업을 펼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현장에서 진행은 어려웠다. 본 조합이 국비 지원사업을 진행해 보고자 여러 기초지자체 단체에 협조를 구했을 때 시·군·구 단위의 지원책까지는 수립하지 못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물론 법의 제도가 현장에 정착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스포츠클럽법 제정 전 ‘공공스포츠클럽 육성사업’의 진행 과정을 지켜봤기에 지금의 행정적 지체가 더 우려스럽다. 지역의 터줏대감인 오래된 체육 동호회와 체육 단체는 시설 공유를 거부한다. 공공스포츠클럽은 행정적 지원 없이 지역에서 갈등을 피하고자 어린이 프로그램에만 집중했고 결국 다연령, 다종목, 다계층을 추구하는 정책 방향성을 실현하기 어려웠다. 공공스포츠클럽 때 겪은 문제점은 이제는 극복하고 보완해야 한다. 스포츠클럽법도 제정된 만큼 스포츠클럽이 우리 생활에 뿌리를 내리고 숨을 쉬어야 할 때다. 더 많은 등록스포츠클럽과 지정스포츠클럽이 우리 지역을 위해 생겨나야 한다. 이런 스포츠클럽이 확대되고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그저 그런 협치의 시늉이 아닌, 공공과 민간이 공생할 수 있도록 모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천자춘추] 약국 영수증의 ‘비밀’

‘돈(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정보’가 누락된 채 약국의 영수증이 발급되고 있는 이상한 일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한다.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다가 감기 등 가벼운 질병에 걸려 의료기관에서 ‘외래진료’를 받게 되면 반드시 그 의료기관 인근에 있는 약국에서 약을 받아간다. 이 같은 ‘진료(처방)는 의사에게 약(조제)은 약사에게’라는 의약분업제도는 2000년 7월부터 시행됐다. 의약분업제도의 첫 번째 목적은 의약품의 오남용을 방지해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 다음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의약품에 대한 정보와 함께 ‘돈(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하는 것도 의약분업제도의 목적 중 하나다. 2021년 건강보험 진료비는 약 93조원(건보재정부담금 70조원+본인부담금 23조원)이다. 93조원 중 의료기관(의과-치과-한방)에 70조원이 지급되고 약국(전국 2만3천773개)에 19조원이 지급된다. 약국의 19조원은 의약품비 15조원, ‘약사의 수고비 및 약국의 관리비 4조원’으로 나뉜다. 우리가 의료기관과 약국을 이용할 때 받는 영수증에 표기되는 돈의 액수를 합하면 93조원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약국의 영수증은 ‘돈(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정보 중 ‘의약품비에 대한 정보’는 포함돼 있지만 ‘약사의 수고비 및 약국의 관리비(조제기본료, 복약지도료, 조제료, 관리료)에 대한 정보’는 누락된 채 발급되고 있다(그동안 필자의 경험상 이용한 모든 약국이 간이영수증을 발급한 것을 놓고 볼 때 전국적인 상황일 것으로 추정됨). 서식도 법령(‘건강보험요양급여규칙’ 제7조 제1항 제3호에 따른 별지 제10호 및 제11호 서식)에 따라 A4 용지 크기의 정식 영수증이 발급되지 않고 손바닥만 한 크기의 간이영수증이 발급되고 있다. 즉, A4 용지 크기의 정식 영수증에는 약사의 수고비 등에 대한 정보가 ‘포함’돼 있지만 간이영수증에는 그러한 정보가 ‘누락’돼 있다. 벌칙 조항은 없지만 약국이 법령을 위반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건강보험제도에 대해 10여년 동안 연구해 온 전문가 입장에서 볼 때 영수증 크기에 대해서는 다소 이해가 되지만 ‘돈에 대한 정보’가 누락된 것에 대해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관계당국(보건복지부)은 실태를 파악해 잘못된 것을 시정하는 한편 혹시 약국의 행태에 대해 나름대로 이해할 만한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면 관련 단체(대한약사회)는 타당한 논리를 제시해 제도를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 관계당국이나 관련 단체가 제도에 문제점이 있음에도 제도를 시정하거나 개선하지 않은 채 지금과 같이 약국의 법령 위반을 방치하는 것은 제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받을 만하다.

[천자춘추] 당신은 창업가입니까?

필자는 창업을 가르치는 수업 첫 시간에는 학생들에게 내기 제안을 한다. 지금 학생이 가지고 있는 것 중 제일 좋은 것과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중에서 내기를 하자는 거다. 조건은 공평하게 가위바위보로 결정하자고 한다. 학생들은 대부분 안 하겠다고 대답한다. “질 것 같다” 또는 “내기를 해야 할 이유를 못 느낀다” 등의 대답이 나온다. 그럼 또다시 질문을 한다. “만일 승률을 조작할 수 있다고 하고, 당신이 이길 확률이 70%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이 질문에도 대부분은 같은 대답을 한다. 승률을 더 올려 당신이 이길 확률을 90%로 설정한다 해도 대답은 비슷하다. 사람들은 ‘이길 수 있다는 생각’보다는 ‘질 것 같은 느낌’을 더 크게 받는다. 그렇다면 창업이라는 게임에서 승리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소상공인진흥원이 2019년 조사한 우리나라 소상공인의 5년 생존율은 27.5%다. 벤처기업의 성공 확률은 더 낮을 테다. 50%의 확률에도 질 것 같은 느낌을 강하게 받게 되는데 27.5%의 확률에서 창업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창업가는 기본적으로 높은 성취욕과 긍정적 사고를 하는 강한 정신력의 소유자다.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업에 실패한 후 맞이하는 현실의 어려움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실패에서 재기하기가 더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창업가를 히어로라고 칭하기도 한다. 창업에서 실패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위험을 무릅쓰고 돌진하는 돈키호테형 창업보다는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지만 ‘계산된 위험’을 하는 창업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 즉, 준비된 창업을 해야 한다. 성공한 창업가를 살펴보면 선천적으로 타고난 사람들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교육되고 훈련된 사람들이 더 많다. 최근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취업의 대안으로 생계형 창업이 늘어나고 있다. 그들 중 약 75%는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생계형 창업일수록 준비된 창업을 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준비된 창업가를 육성하기 위한 노력을 더욱 기울여야 한다. 또 벤처, 생활형, 생계형, 사회형 창업 등 창업 유형에 맞춰 지원해야 한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어려운 경제를 극복할 2023년 경제 키워드로 수출과 창업을 강조했다.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급할수록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다시 묻는다. 당신은 준비된 창업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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