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콤팩트시티 오류와 GTX 패키지 개발

최근 정부가 내놓은 8.16 주택공급대책에 보면 눈에 띄는 용어가 있어 관심있게 보았다. 바로 역세권을 중심으로 고밀 복합개발하는 ‘컴팩트시티’라는 도시개발 전문용어다. 270만호 공급 등 역대급 주택공급이라는 어마무시한 영향력에 비하면 컴팩트시티 조성은 물량으로 따지면 큰 물량일 수는 없다. 하지만 전 정부의 250만호 공급정책과의 차별성 측면에서 눈에 띄는 공급전략으로 내세우는 듯 하다. 도시개발 전문가로서 ‘컴팩트시티’라는 용어는 필자에게 매우 익숙한 용어인데, 박사논문의 근간이 컴팩트시티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컴팩트시티는 현대도시의 문제를 도시의 지속가능한 개발과 도시형태 사이의 관계를 통해 해결하고자 고안된 도시개발 모델 중 하나이다. 고밀 복합의 집중적인 개발을 통해 교통량을 줄여 환경 배출량을 줄이고, 직주근접으로 대중교통의 사용량을 늘리고 보행과 자전거의 활성화로 지속가능한 도시, 친환경적 도시 조성에 목적이 있다. 컴팩트시티의 필수조건으로 고밀도의 개발과 주거와 업무, 레저 용도의 복합용도개발을 통한 지역 타당성과 사업의 타당성 확보가 전제조건이다. 정부가 선보인 컴팩트시티는 기존의 지속가능한 도시로서의 컴팩트시티와 개념적으로 유사하지만 철도중심도시(TOD)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정부는 GTX 역사를 중심으로 고밀 복합을 개발하되 역사를 중심으로 300m 이내엔 복합환승과 쇼핑몰, 오피스를 배치하고, 600m 이내 지역에 중고밀 주택, 600m 이후에는 중밀도 대단지 아파트를 배치하는 것으로 발표했다. 기본적으로 컴팩트시티의 원형은 500m 이내에 모든 시설이 초고층 고밀 복합으로 개발되어, 주거와 업무, 쇼핑과 레저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24시간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함으로써 인간의 이동을 최소화하면서 도시의 친환경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반면에 이번에 발표된 정부의 컴팩트시티는 철도를 중심에 놓고 업무, 상업, 주거의 밀도와 위계를 설정해 놓은 철도중심도시에 더 가깝다. 철도중심도시는 기본적으로 대중교통을 중심으로 대도시와 교외도시를 철도로 연결하여 도시간 연계를 강화하여 거주자의 이동 편의를 높이는 기존 도시체계의 보완적 도시개발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기존 1기, 2기, 3기 신도시들도 기존의 철도망을 중심으로 개발이 되었다는 점에서 GTX 철도망 도입으로 차별화된 도시를 만들겠다는 구상은 본질적으로 그리 새로운 모델이라 할 수 없다. 오히려 컴팩트시티라는 어설픈 포장보다 GTX 추가역을 신규 택지 발굴과 연계하여 ‘GTX - 택지 패키지 개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동안 진보정부나 보수정부나 공히 주택공급을 중앙정책 주도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신도시 개발모델로 추진해 오면서 온갖 미사여구와 전문용어를 동원하여 포장만 바꾼 ‘00대책’을 계속 내놓았다. 부동산 정책이 국민의 삶을 좌지우지하고 정권의 사활이 걸리는 상황을 이제 바꿀 때가 된 것 같다. 부동산 정책과 주택공급의 지방화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으면 한다. 정부는 재정을 지원하고 공급은 지방정부가 지역에 맞게 창의적으로 수립하면서 상생의 정책으로 가길 바란다. 지방마다 다른 주택정책, 다양한 주거복지제도가 공존할 때, 국민은 주거 선택의 폭이 넓어지게 된다. 주택정책의 도시간 경쟁과 정부의 합리적 지원정책을 통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고자 하는 지방의 노력은 더욱 강렬해질 것이다. 이재혁 시흥도시공사 도시개발실장

[천자춘추] 병원서 행패 부린 환자 형사책임은

환자 A는 치과의사 B로부터 임플란트 시술을 마쳤으나 상태가 좋지 않았다. B는 환자의 경과를 살피며 수시로 상태를 설명해주고, 결국 A의 동의하에 임플란트 제거술을 했다. 또 진료비를 반환해주고 보험접수를 통해 충분한 배상이 가능하도록 조치해 주었다. 보험 한도가 충분하지만 혹시라도 보험사의 배상이 부족하면 보충해주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이렇듯 B는 과실을 인정하고 책임을 회피하지 않았다. 그러나 A는 거듭 무리한 요구를 하더니 B의 병원을 불쑥 찾아와 당장 충분한 배상을 달라고 요구하다가 분을 참지 못해 상담실에 놓여 있는 물건(플라스틱 의료보조기구)을 집어던졌다. B는 반사적으로 몸을 움직여 피하다가 넘어져 손목과 엉덩이를 다쳐 전치 3주 진단을 받았다. A는 다른 의료진과 직원들, 환자들이 있음에도 병원에서 연이어 폭언과 비난 발언을 쏟아냈다. 결국 경찰관이 출동하고 나서야 A를 병원 밖으로 내보내 소란을 잠재울 수 있었다. 경솔하기 짝이 없는 A의 행위는 어떤 책임을 지게 될까. 우선 사람을 향해 단단한 물건을 집어던진 행위는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고 신체에 유형력을 행사한 ‘특수폭행죄’로 평가된다. 판례상 ‘위험한 물건’은 흉기에 국한되지 않으며 여기서 ‘휴대’란 널리 이용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B가 입은 상해와 A의 폭행 간에 인과관계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 ‘특수폭행치상죄’가 성립하며, 상해죄의 예에 의해 처벌된다(대법원2018도3443 판결). B의 몸에 물건을 집어던지려는 고의가 명확하다면 특수상해죄가 성립될 여지도 있다. 영업장에서 소란을 피운 행위는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하고, 공포심을 유발하는 폭언은 협박죄, 욕설과 비하 발언은 모욕죄가 각각 성립하며, 물건의 효용을 해하였다면 손괴죄가 된다. 퇴거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면 퇴거불응죄를 구성한다. 복수의 범죄를 범했기에 가장 중한 죄의 장기 또는 다액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된다(경합범가중). 한편 병원에서 의료인을 폭행해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7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의료법 제12조제3항, 제87조의2제1항). ‘의료행위를 행하는’이라는 요건을 ‘행패를 부린 자에게 의료행위를 하고 있는 중인 자’라고 좁게 해석할 수는 없다. 환자의 부당한 행패로부터 의료인을 보호하기 위해 가중처벌 조항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결국 A의 행위는 의료법상 가중처벌 대상이 되고 경합범 가중을 하면 최대 10년 6개월 징역형 또는 1억500만원까지도 선고가 가능해진다. 물론 위자료 손해배상 등 민사책임은 별개다. 설대석 법무법인 대화(大和) 변호사

[천자춘추] 아마추어 미술가의 솜씨와 교양

우리 사회 전반에 예술과 철학이 뿌리내리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초등교육부터 철학을 필수과목에 포함한다면 어떨까? 많은 분야에 걸쳐 현재의 우리 사회와는 다른 긍정적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지 않겠느냐는 뜬금없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나라의 시각예술 분야에선 다른 나라와는 다르게 흔히 볼 수 있는 문화 구조가 있다. 특히 회화 분야에서 많이 나타나는 구조인데, 많은 작가가 문하생을 지도하면서 사회와 소통한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와 경제가 선진화되면서 나타난 이 문화는 이미 4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문화 예술의 보급과 확산이라는 차원에서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문하생들은 보통 장기간 작가의 지도를 받으면서 솜씨를 익히고, 자신의 작품 세계를 견고히 만들어 각종 공모전을 통하거나 부지런히 작품을 제작해 전시회를 치르면서 미술계에 입문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지도하는 작가의 작품 세계관이 이들에게 전해지기 마련인데, 이때 가장 중요한 예술철학이 결정돼 입문 후까지 영향을 주는 예가 많이 보인다. 입문하기 전까지의 과정을 흔히 아마추어라 부르는데 보통은 기초적인 소묘와 채색, 제작 방법 등을 배우게 된다. 기술적인 수련과 함께 지도하는 작가와의 소통을 통해 미술(예술)의 이해를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마련이다. 미술에 대한 애정이 깊어진다면 가볍게라도 미술의 사조를 공부해보길 권해본다. 예술의 개념과 흐름의 이해는 창작의 밀도와 깊이를 더해주는 매우 훌륭한 벗이기 때문이다. 초기 예술 개념을 ‘교양을 갖춘 아름다운 솜씨’라 정의한 이유를 사색해보자. 솜씨 좋은 그림만으로도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주기 모자라지 않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 많은 분이 사색을 유발할 수 있는 작품을 해보길 권하고 싶은 필자의 과한 욕심 때문임을 고백한다. 지난 글에서 순수미술의 개념과 가치를 다뤘다면 이번 지면에선 이제 입문한 창작자 혹은 직접 행위자로서 생각해보면 좋을 기본적인 솜씨와 예술철학을 조심스럽게 꺼내 보았다. 철학은 예술뿐 아니라 우리의 모든 부분과 작용해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것이라 굳게 믿기 때문이다. 김이구 문화예술법인 라포애 상임이사

[천자춘추] 협치와 갈라치기

지난 한 주간 필자는 두 개의 흐뭇한 장면을 목격했다. 2일에는 인천 월미도 횟집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김동연 경기도지사, 유정복 인천시장이 함께 모여 수도권 매립지 문제를 놓고 만났다. 3일에는 아시아교육협회(ECA)가 주관하고 수림문화재단에서 열린 ‘HTHT 2022 교사 써밋’에 서울(조희연), 경기(임태희), 대구(강은희), 부산(하윤수), 충남(김지철), 전남(김대중)교육감이 함께 자리를 해서 미래교육에 대한 교사들의 물음에 답하는 행사가 열렸다. 주목할 부분은 이들의 정치적인 성향과 정책적 지향점이 사뭇 다르게 대중들에게 인식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수도권 매립지 문제’와 ‘미래교육’이라는 문제를 두고 함께 자리를 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알든 대중적으로 인식이 되었든 내 머릿속에 자리한 이들의 성품은 ‘온화’하다. 정치적으로 보면 투쟁성이 없어 선명함이 덜 하다는 단점도 있다. 어쩌면 대중적 인기도 측면에서 좋은 덕목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이번 만남은 오랜만에 편안함을 준다. 우리사회는 편을 두 개로 쪼개는 갈라치기 정치에 길들여져 왔다. 취임한지 갓 100일이 지난 대통령을 향해 벌써 퇴진운동을 주장하는 무리가 등장한다. 보수 유튜버들의 주장은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우리는 항상 옳다’라고 주장한다. 일상의 사소한 부분을 들춰내며 많은 이슈들을 토해낸다. 그들 주장이 사실에 가까워지면 영웅적 행동은 미화되고 팬덤을 양산한다. 반대로 거짓에 가까워지면 새로운 이슈로 거짓을 덮어버린다. 갈라치기란 바둑의 포석 단계에서 변의 상대방 세력권의 중간을 가르는 전략적 행위를 말한다. 우리 사회에 갈라치기 명수들이 있다. 진보든 보수든 그들의 정치적 지향점은 모르겠다. 아마 정치적인 것 보다는 금전적인 측면에 히든 어젠다가 더 커 보인다. 그래서 그들은 끊임없이 가르는 행위를 한다. 시끄러운 소수(vocal minority)가 여론을 주도하고 정치적 담론의 해답을 강요한다. 유튜브, 페이스북, 트윗, 인스타, 릴스, 짤 등 뉴미디어를 통해 끊임없이 그들의 주장을 확대하고 재생산한다. 대중들은 열광하며 어느덧 이 게임에 몰입해 버린다. 갈라치기는 환경오염과 같이 다수에게 불편을 양산하는 부정적인 외부효과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갈라치는 흥미를 유발하지만 협치는 시시하다. 협치의 사전적 의미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민과 관이 함께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평가하는 운영 방식과 체계를 말한다. 의미부터가 딱딱하고 진부하다. 그래서 협치는 대부분 정치적 이벤트 성격이 강하지 지속가능하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세분의 지방자치단체장과 여섯 분의 교육감들이 머리를 맞대고 우리사회의 거대 담론인 환경문제와 교육문제를 가지고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있는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준 것은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자신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표현하지 않지만 우리사회는 침묵하는 다수(silent majority)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조훈 서정대학교 호텔경영과 교수·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국제협력실장

[천자춘추] 열복과 청복

인간사 오래 살지 않고서는 세상의 즐거움을 다 누릴 수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래 살기를 원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오래 살 수 있을까. 「산림경제」를 쓴 홍만선은 인간의 수명은 180세인데, 몸과 마음을 손상시켜 수명이 단축됐다고 주장한다. 질병은 죽음으로 가는 길이며 욕심은 질병으로 가는 길이다. 욕심을 내려놓고 오래오래 행복한 삶을 사는 방법으로 일찍이 다산 정약용은 ‘청복론’을 제시했다. 정조 연간에 병조참판을 지낸 오대익의 71세 생일을 맞아 다산은 축하 편지를 보냈다. 그 시절에 칠순이 넘는 수명을 누렸으니 복 받은 인생이 아닐 수 없다. 이 편지에서 다산은 세상의 복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높은 지위에 올라 떵떵거리며 부귀 영화를 누리는 열복(熱福)과 욕심을 내려놓고 맑고 소박하게 한세상을 살다가는 청복(淸福)이 바로 그것이다. 다산이 말하는 열복이란 세속에서 말하는 이른바 성공한 삶이다. 열복은 누구나 원하는 양지바른 삶이다. 그러나 지나치면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한다. 반면에 청복은 깊은 산중에 살면서 맑은 샘물가에서 발을 씻으며 늙은 소나무에 기대어 소리를 읊조리고 마루 위에 좋은 거문고와 바둑판 하나, 한 다락의 책이 있고 기이한 꽃과 나무, 장수와 건강에 이로운 약초들을 심으며 세월이 흐르는 것을 잊고 나랏일이 잘 다스려지는지 어지러운지를 듣지도 않는 삶을 말한다. 오늘날로 치면 자연 속 웰빙의 삶이다. 두 가지 복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하든 개인의 자유지만 다산은 하늘이 잘 내려주지 않는 복이 청복이며 그래서 열복을 얻은 사람은 흔하지만 청복을 얻은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고 했다. 청복을 누리기 위해서는 우선 질병이 없어야 하고 전쟁이 없는 태평한 세상을 만나야 한다. 홍만선은「산림경제」에서 질병없이 오래 사는 비법 10가지를 제시하며 괴로움이 닥치면 죽음과 비교하며 이겨내고 늘 나보다 못한 사람을 생각하며 가정의 화목을 위해 서로 꾸짖는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1년 중 가장 넉넉한 날이라는 한가위가 머지않았다. 이웃을 돌아보는 너그러운 마음과 가족 간의 화목이야말로 청복한 삶의 지름길이 아닌가 싶다. 정성희 실학박물관장

[천자춘추] 추석 이후 부동산시장 반등할 수 있을까?

명절은 부동산시장의 흐름을 바꾸는 터닝포인트 역할을 하곤 한다. 계약이나 이사를 명절 이후로 미루려는 경향이 영향이 있고, 명절에 가족, 친지, 친구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부동산으로 이야기 꽃을 피우면서 여론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멈추지 않고 오르던 집값이 2021년 추석이 지나면서 꺾여버린 후 집값 흐름은 계속 내리막이다. 유동성 파티의 후유증인 인플레이션 문제가 본격화되면서 금리인상 속도가 가팔라지자 집값 상승의 기대감은 꺾였고 이제서야 과도한 상승에 대한 피로감이 몰려들면서 투자심리는 급격히 위축됐다. 강남, 용산 집값도 꺾였고, 매매수급지수, 매매거래, 미분양 등 모든 집값 통계가 하락을 가리키고 있다. 미분양과 준공 후 미분양인 악성 미분양도 슬금슬금 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생애 최초 부동산 매수자 수도 2012년보다 낮아졌다. 한마디로 실수요자들도 집을 살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추석이 중요하다. 추석 이후 부동산 시장 흐름이 반등에 성공하지 못하면 본격 침체진입 가능성이 높다. 뚜껑을 열어봐야 하겠지만 추석 이후 반등에 성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금리 인상이 집값 하락의 트리거(Trigger)역할을 하는 것은 맞지만 그것은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다. 집값 흐름과 거래를 결정하는 것은 시장 수요자들의 기대수익이다. 집값이 더 오를 것 같은 기대감이 있으면 집을 팔려는 매도인들은 가격을 올리거나 매물을 회수하는 반면, 집을 사려는 매수인들은 마음이 급해지면서 서둘러 거래를 하게 된다. 반대로 집값이 더 이상 오르기 힘들 것 같고, 오르더라도 세금과 대출이자를 내면 별로 남는 것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매수인들은 굳이 지금 사야 하나 조금 더 기다려보자 관망으로 돌아선다. 8년 동안 집값은 2배에서 최대 3배 정도 올랐다. 이렇게 과도한 상승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된 상황에서 집값 상승의 원동력이었던 유동성 축제는 인플레이션이라는 부작용으로 돌아왔고 급격한 금리 인상, 기대심리 냉각, 투자 심리 위축의 도미노가 된 것이다. 금리 인상이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다시 저금리로 갈 가능성은 당분간 없다고 봐야 한다. 혹시라도 금리 인상이 멈추면 일시적 반등은 가능하겠지만 과도한 상승에 대한 피로감을 씻어줄 큰 폭의 가격 정과 서울 규제지역 해제 등 적극적인 거래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정책이 없는 한 부동산 거래 정상화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 한마디로 거래 증가의 모멘텀이 보이지 않는다. 다시 집값이 들썩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지만 급격한 거래 동결과 집값 하락은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역 전세로 인한 깡통전세, 소비 감소, 건설 및 내수경기 위축, 세수 감소 등 엄청난 경제적 재앙을 불러오게 된다. 거래가 없다시피 하는 거래 동결 현상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비 정상 상황으로 주택 매도가 필요한 사람들은 팔고, 주택 구입이 필요한 사람들은 사는 것이 주택시장 정상화의 첫 단추이다. 금리 인상의 불확실성이 빨리 제거되도록 정부와 한국은행은 명확하면서 일관성 있는 시그널을 줄 필요가 있으며, 생애 최초나 장기 무주택자가 금리 부담을 느끼지 않고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도록 저리 대출 상품, 취득세 감면 등 제도적 지원도 해줘야 한다. 또한 다주택자가 시세보다 낮게 팔면, 싸게 파는 금액만큼 양도세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해준다면 매도자는 가격을 내려서 쉽게 팔 수 있고, 매수자는 시세보다 저렴하게 집을 사면서 거래는 늘어나고 주택시장 정상화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천자춘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개선해야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의 사유로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에게 신체활동 지원이나 가사 활동 등을 제공하여 노후의 건강증진을 도모하고 그 부양가족의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하여 2008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사회보험제도다. 본 제도는 65세 이상의 노인 또는 65세 미만의 자로서 치매·뇌혈관성 질환 등 노인성 질병을 가진자 중 6개월 이상 혼자서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자를 수급 대상자로 하고 있다. 장기요양보험료는 건강보험료액에 장기요양보험료율(2022년 현재: 12.27%)을 곱해 산정하며 본인부담금은 재가급여의 경우 장기요양비용의 15%이고 시설급여의 경우 20%다. 본 제도의 장기요양인정 및 이용절차는 다음과 같다. 장기요양 인정의 신청은 신청 거주지역의 건강보험공단의 지사에 장기요양신청서와 의사 소견서를 제출하면 된다. 장기요양 신청 후에 공단으로부터 장기요양등급을 1등급에서 5등급 그리고 인지 지원등급을 부여받는데, 1등급과 2등급은 시설급여인 요양시설의 입주 자격이 되고 3등급과 4등급도 주 수발자의 유무, 주거환경 및 치매 상태 등을 고려해 요양시설의 입주 자격이 주어진다. 5등급과 인지 지원등급은 재가급여의 자격을 부여받는다. 재가급여에는 방문요양, 방문목욕, 방문간호, 주야간보호센터, 단기보호(월 9일 이내), 복지용구 등이 있다. 시설급여에는 노인요양시설과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이 있는데, 노인요양시설은 장기간 입소한 10명 이상의 수급자에게 신체활동 지원 및 심신 기능의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 10명 미만의 장기입소 수급자에게도 노인요양시설과 유사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시행된 지 14년이 지났고 양적인 측면에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첫째, 본 제도의 본인부담금(재가급여 15%, 시설급여 20%)을 경감시켜서 수급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야 한다. 둘째, 장기요양인정절차를 보다 투명하게 체계화시키고 장기요양등급을 보다 세분화해야 한다. 장기요양등급 판정의 지역적 편차를 줄이고 현재 1등급부터 인지 지원등급의 6개 분류를 보다 세분화하여 노인성 질환의 특성에 부합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 본 제도의 재가급여의 종류가 선진복지국가의 재가급여에 비해 매우 미흡하므로 보다 확대해 나가야 하고, 특히 요양시설을 보다 전문화하여 등급별 입주가 가능한 요양시설로 변화시켜야 한다(예 1등급과 2등급을 위한 상급 요양시설, 3등급과 4등급을 위한 중급 요양시설). 넷째, 주간보호센터도 특정 질환(치매 혹은 뇌졸중 등)이나 소수 대상자를 한정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개선해야 한다. 다섯째, 장기요양제도의 핵심인 단기보호시설의 확대와 보호기간의 확충(최소 30일 이상)이 필요하다. 끝으로 본 제도가 초고령사회에서의 핵심적인 돌봄제도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현재의 요양보호사 중심의 단순한 요양보호를 넘어서 다양한 노인성질환을 가진 수급자들의 의료, 신체적, 정신적 및 사회적 욕구 등에 부합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분야의 제공인력의 창출과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전문 케어매니저제도(Care Manager System)의 도입이 필요하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천자춘추] 故 이병철 회장의 24가지 문답-4

하느님이 존재한다면 이 세상에 왜 악과 슬픔과 고통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대답은 ‘이 고통이 과연 언제끝날 것인가’와 맞물려 있다고 지난 번 글을 마쳤다. 그렇다. 마치 경찰이 강력한 범죄 조직을 알지만 충분한 증거를 모을 때까지, 최후의 그 시간이 될 때까지 작전 개시를 기다린다는 것이다. 종교가 없는 사람들도 말세라고 느끼게 하는 이 세상의 모든 악과 불공정이 사라지는 여호와 하느님의 작전명은 바로 아마겟돈이다. 아마겟돈은 여호와 하느님의 큰 날의 전쟁이라고 성서에 기록돼 있으며 이 전쟁을 통해서 거짓 종교와 하느님을 인정하지 않는 세상 통치권 그리고 하느님을 부정하는 모든 사람들이 없어질 것이다. 삼성그룹 故 이병철 회장의 마지막 질문은 ‘지구의 종말이 올 것인가’였다. 성서를 살펴보자. “의로운 자들은 땅을 차지하고 거기서 영원히 살 것이다”(시 37:29). 이 성경 구절에서는 의로운 자가 영원히 살 곳은 천당이 아니라 이 땅이라는 점을 알려준다. 일관성이 있지 않은가? 처음 인간이 살도록 창조된 곳은 에덴 동산이라는 이 땅이었다. 그러므로 사단 마귀에게 주어진 시간이 끝나고 이 땅의 모든 악이 끝날 때 깨끗해진 땅에서는 오직 의로운 사람들만 거하게 될 것이다. 범죄의 위협이 없고 전쟁의 비극도 없을 것이며 질병이나 심지어 죽음도 없는 원 상태의 에덴 동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땅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며 오직 악한 이 세상의 제도가 종말을 고할 뿐이다. 하늘은 높고 푸르고 바람 선선한 이 가을에 성경을 꺼내 읽어보자. 진리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모든 성경은 가르치고 책망하고 바로잡고 의로 징계하기에 유익”(디후 3:16)하다고 알려준다.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이 있다면 성경의 저자이신 여호와 하느님께 도와달라고 기도해보라. 모든 사람이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도록 가장 사랑하는 맏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기꺼이 대속물로 주신 하느님께서 기껏 성경을 이해하도록 도와달라는 요청을 안 들어주실 리가 없지 않은가! 영화의 예고편을 보면 본편 영화가 기다려지듯 성경을 읽어보면 하느님께서 가져오실 아름다운 신세계가 기대될 것이다. 최진열 ㈔대한노인회 중앙회 정책위원

[천자춘추] 위험물 운전자 ‘도로위 신사’로 거듭날 때

지난 12일 부산에서 도로 위를 달리던 위험물 운송차량(이동탱크저장소)이 도로 옆으로 추락하며 60대 운전자가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해당 차량 내 담겨있던 제4류 위험물 자일렌 26,000리터 중 단 100리터만 누출돼 흡착포 등을 이용한 신속한 안전조치가 취해져 화재 등 더 큰 피해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위험물 운송차량은 ‘위험을 안고 질주하는 도로 위 무법자’란 오명을 가질 만큼 여전히 도로에선 공포의 대상이다. 실제로 해마다 크고 작은 사고가 줄을 잇다 보니 소방당국은 매년 가두검사(교통단속처럼 운행 중인 차량을 정지시켜 준법 여부를 검사하는 행위)를 실시하는 등 위험물 운송·운반 안전관리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하지만 이를 비웃듯 지난 2020년 가두검사 시 위반율은 5.6%로 2019년 2.9%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위반차량에 형사입건, 과태료 부과, 행정명령 등 강력한 처벌이 취해짐에도 불구하고 사고는 연례행사처럼 일어나고 있다. 왜 이처럼 사고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걸까. 대표적인 원인으로 휴먼 에러(Human Error, 인간이 일으키는 실수)를 꼽을 수 있다. 특히 운전자(운송·운반자)의 안전의식과 매우 밀접한데, 위험물 운송·운반에 있어서는 기계장치의 Fool Proof처럼 휴먼 에러를 통제할 수 있는 기능이 전무하다보니 사고의 유무는 운전자의 안전의식에 전적으로 달려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모든 휴먼 에러가 사고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고를 일으키는 잠재적 요인은 항시 존재하므로 이들 요인을 사전에 파악하여 제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잠재적 요인으로서 운행 전 안전점검 실시 누락, 졸음운전과 같은 의도하지 않은 행동과 취급 위험물의 성상 및 화재 시 대처방법 미숙지, 장거리 운행 시 운전자 2인 규정 위반, 과속·과적과 같은 의도된 행동을 들 수 있는데, 이를 해결한 방안으로 무엇이 있을까. 첫 번째, 운전자의 적극적인 교육·훈련 참여다. 교육·훈련을 통한 체득은 오래도록 지속된다. 다만 아무리 좋은 교육·훈련일지라도 기억에 반감기가 있듯 시간변화의 망각에 따라 그 효과가 영구적이진 않다. 따라서 반복되는 교육·훈련은 필요 불가결하며, 바쁜 일정이 다반사인 위험물 운전자에게는 반복적인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위험물 취급방법, 안전장치 조작법 등 위험물 운전자가 알아야할 내용을 모른다면 되레 사고는 발생할 수 있다. 지난 2017년엔 무자격자가 윤활유 등 기름통 196개를 운반하다 8명의 사상자를 낸 창원터널 폭발사고와 소방청 가두검사로 지난 2019년 1명, 2020년 3명의 위험물 운송 무자격자가 적발돼 형사입건된 사례가 있다. 결국 사고 예방은 운전자의 적극적인 교육·훈련 참여를 담보로 한다. 두 번째, 운송사업주의 각별한 관심이다. 정해진 시간 내 운송을 마치기 위해 과속·과적은 운전자에게 비일비재한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운전자의 피로도는 높아지고 안전의식은 낮아져 사고는 증가할 수밖에 없는 참담한 상황이다. 사업주는 장거리 운행 시 운전자 2인 의무 탑승 및 최소한의 휴식권 보장과 과속·과적 방지조치 등 사고 예방에 각별히 관심 가져야 하며, 안전문제에 대한 소통과 참여의 분위기가 자율적으로 형성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세 번째, 위험물 공급사의 강력한 규제 조치다. 위험물 제조 또는 공급업체가 위험물 운송·운반차량 출입 시 운전자의 자격 여부 등을 잘 확인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안전은 신의관계로 묵시할 대상이 아니기에 더욱 더 철저히 확인하고 살펴봐야 한다. 위험물 공급사는 위험물 운전자가 위험물 취급 시에 위험물안전관리자의 입회, 철저한 감독만 할 것이 아니라 차량 출입 시에도 운전자의 자격 취득 및 교육 이수 여부 등을 확인하여 법적 기준 미충족 시엔 출입을 허가하지 않는 등 운전자에 대한 강력한 규제 조치 또한 필요하다. 얼마 전 소방청은 3분기 위험물 운송·운반차량 가두검사를 대대적으로 실시한다고 밝혔다. 주요 확인사항으로는 ▲ 위험물운송자 및 위험물운반자 자격 여부 ▲ 위험물 운반용기가 전락·낙하 또는 파손되지 않도록 조치 여부 ▲ 대형운반용기 적재 시 용기의 시험 실시 여부 ▲ 기타 운반에 관한 기준 준수 여부 등이다. 가두검사를 통한 강력한 처벌 역시 실효적인 것은 분명하나 일시적 개도에 그치기 마련이므로 앞서 언급했던 해결 방안 등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위험물 운전자의 안전의식이 개선될 때 위험물 운송·운반차량은 더 이상 도로에선 공포의 대상이 아닐 것이다. 연례행사처럼 발생하는 위험물 운송·운반 사고, 이제는 멈추자. 지금은 위험물 운전자가 도로 위 ‘무법자’가 아닌 ‘신사’로 거듭나야 할 때다. 김선민 한국소방안전원 경기지부장

[천자춘추] 수준 높은 ESG 보고를 위한 방법

자본시장에서 투자의사결정에 비재무적인 요소인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 이슈를 반영하자는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ESG 경영에 대한 관심과 주목이 급증했다. 이러한 관심은 ESG 평가와 ESG 성과를 보고(Reporting) 하는 비재무보고서에 대한 관심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는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지속 가능성 보고 지침인 GRI 표준(GRI Standards)을 제공하고 있는 국제기구이다. 2000년 이래로 전 세계 수천 개의 기업과 기관들은 GRI 표준을 활용하여 지속 가능성 보고서(ESG 보고서, CSR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보고의 목적은 경제, 환경, 사람에 대한 중대한 영향(Significant impacts on the economy, environment, and people)과 영향을 관리하는 방법을 이해 관계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보고서, 수준 높은 보고서를 작성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GRI 표준은 조직이 중대한 영향을 식별하고, 이것을 우선적으로 보고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GRI 표준에서 제시하는 중대한 영향 결정 4단계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단계는 조직의 활동 및 비즈니스 관계, 지속 가능성 맥락, 이해관계자 등에 대한 개요를 작성하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실제적 혹은 잠재적 영향이 무엇인지 식별하는 것이다. 영향은 부정적인 영향과 긍정적인 영향으로 구분할 수 있다. 영향 식별을 위해 조직은 경영 시스템 운영 결과, 뉴스 등 외부 정보, 전문가의 의견 등 다양한 출처의 정보를 사용할 수 있다. 세 번째 단계는 식별된 영향의 중대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영향의 중대성 평가에는 정량적·정성적 분석이 포함된다. 중대성은 조직의 다른 영향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예를 들면 온실가스 배출 영향을 조직 내 다른 영향과 비교해야 하는데,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과 비교하게 되면 중요하지 않다는 잘못된 결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네 번째 단계는 순위를 매기는 것이다. 보고할 중요 주제(Material Topics)를 결정하기 위해 조직은 중대성에 따라 영향의 순위를 지정해야 한다. 결정된 중요 주제는 보고서의 독자나 전문가와 검토하고, 최종적으로 조직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의 승인 절차를 통해 확정한다. 조직이 이런 프로세스에 따라 중요 주제를 우선적으로 보고하는 것은 결국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에 긍정적으로 기여(Contributions) 할 수 있는 방법과 전략을 조직이 효과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한다. 우리 사회가 바라는 수준 높은 ESG 보고서가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이현 신한대 글로벌통상경영학과 교수·신한대 ESG혁신단장

[천자춘추] 첫 부동산대책, 아쉬움이 남는 이유

윤석열 정부 첫 부동산 대책인 ‘8.16 공급대책’을 두고 ‘속 빈 강정이다’ 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있다. 또 반면, 시장에 자극을 줄 수 있기에 공급방안에 대한 포괄적인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고 앞으로 하나씩 알맹이가 나올 것이라는 옹호의 목소리도 있다.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에는 향후 5년간 270만호 주택공급을 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5개의 실현전략을 제시한다. 하나, 5년간 전국 22만호, 서울 10만호 등 신규 정비구역 지정을 확대하고, 재건축 부담금, 안전진단을 조정해주며, 민간 도심복합사업을 통해 도심공급을 확대하겠다. 둘, 16만호의 신규택지를 발굴하고, GTX를 조기 개통 및 착공하며, 1기 신도시 마스터플랜 수립 및 재해 대응을 해서 주거환경 혁신 및 안전 강화를 하겠다. 셋, 통합심의, 신규택지를 통해 공급 시차를 단축하겠다. 넷, 청년원가, 역세권첫집을 50만호 공급하고 내 집 마련 리츠를 통해 주거사다리를 복원하겠다. 다섯, 층간소음 개선 및 공공임대 평형확대를 통해 주택품질 제고를 하겠다는 게 골자다. 대책을 만드는 정부 입장과 대책을 받아들이는 국민들의 입장은 다르다. 정부 입장에서는 향후 주택공급 청사진을 상세히 설명하고 안전강화, 시차단축, 주거사다리 복원, 주택품질까지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다 쏟아 부은 노력의 산물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시장의 수요자 입장에서는 ‘그래서 이게 다야?’ 이런 생각이 먼저 든다. 대부분 국민들은 언제, 어디에, 어떻게, 얼마에 공급이 되어서 내가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느냐 못 하느냐가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민들이 볼 때에는 270만호 공급계획이 허황한 숫자의 나열로 보인다. ‘5년 동안 270만호, 서울 50만호 포함 수도권지역 158만호, 비 수도권지역 112만호를 공급한다. 사업유형별로는 지자체, 일반주택사업으로 13만호, 공공택지 88만호, 정비사업 52만호를 하겠다’라는데 느낌이 오지 않는다. “분당신도시 27개에 해당하는 엄청난 물량이 5년 안에 과연 가능하겠어?” 이런 생각부터 들 것이다. 정부가 말하는 270만호와 국민들이 생각하는 270만호는 다르다. 대책에서 말하는 270만호는 아파트뿐만 아니라 도시형생활주택, 다세대주택 등 빌라까지 포함한 모든 주택을 입주나 착공이 아닌 인허가 목표로 말한 반면 국민들은 아파트 270만호가 향후 5년간 입주 또는 착공할 것이라 생각한다. 인허가 후 입주까지는 5년 이상 시간이 소요되며, 그 마저도 30% 이상 물량은 무산될 수도 있다. 또한 부동산시장에서 민감한 이슈인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안전진단, 1기신도시 마스터플랜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고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겠다, 그런데 다음 기회에” 이런 식으로 다 미뤄버렸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는 9월 내, 안전진단은 12월 내, 1기신도시 마스터플랜은 2024년까지, 주택공급의 구체적인 내용도 다음 기회에. 정부입장에는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겨우 안정되고 있는 강남이나 1기 신도시 집값을 자극할 재건축 이슈가 들어가다 보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출범한 지 100일 만에 구체적인 내용을 다 담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을 수도 있다. 차라리 이정도 대책이었다면 물난리를 이유로 연기할 필요가 없었다. 기대감이 커지는 만큼 실망도 큰 법, 커진 기대감에 비해 대책은 너무 추상적이다. 그리고 270만호에 묻혀버린 반 지하 등 재해취약주택 대책이나 층간소음 등 주택품질 대책을 굳이 이번 공급대책에 포함할 필요가 있었을까? 기대가 커서인지 이번 공급대책은 여러가지로 아쉬움이 남는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천자춘추] 농업 현안문제 해법은 디지털농업

국내 농가인구와 경지면적은 지속적인 감소 추세에 있다. 지구 온난화 등 기후변화가 지속됨에 따라 농업의 재배여건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반면, 소득수준의 향상으로 고품질 안전 농산물에 대한 요구는 증가하고 있다. 2020년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국내 농가인구 중 65세 이상의 비율은 42.3%에 달하며 25세부터 40세 미만의 청년 농업경영인은 0.8%에 불과해 농촌의 고령화가 심각하다. 농촌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농업노동력과 생산성의 감소로 이어지는데 이러한 농업·농촌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해법 중 하나로 최근 ICT, 인공지능, 로봇,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 기술과 농업이 융합된 디지털농업이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농업은 ‘정밀농업(Precision Agriculture)’, ‘스마트팜(Smart Farm)’을 포함하는 광의의 개념적 용어로 사용되고 있는데, 이를 구체화하면 정밀농업기술에 지능형 네트워크와 데이터 관리도구를 결합한 스마트농업 기자재를 투입하여 농업의 지능화, 자동화를 통해 생산뿐만 아니라 유통과 소비 등 농업활동의 전 과정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농업 데이터 활성화를 통한 농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농림축산식품부는 2020년 6월 농식품 데이터 업무 전담조직을 신설했으며, 농촌진흥청은 같은 해 11월 디지털농업추진단을 출범하고 다음 해 3월 디지털농업 촉진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농업의 디지털 전환을 앞당기기 위한 핵심과제를 선정하기도 했다. 경기도농업기술원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2021년 5월 경기디지털농업추진단을 출범하고 올 해 연구데이터의 체계적인 관리와 활용을 위한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여 벼, 콩, 장미 등의 주요 육종 작목을 대상으로 시범운영 중이다. 데이터 기반의 신품종 육성을 위한 디지털 육종 오픈랩도 조성하는 등 경기 디지털농업 기반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경기도농업기술원은 2017년부터 스마트팜 현장지원센터를 개설하여 도내 스마트팜 농가의 현장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분석하고 있는데,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농가 맞춤형 컨설팅을 추진하는 한편 농작업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생육 및 수확량 예측 모델 개발과 지역 여건에 맞는 스마트농업 기술 보급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녹색혁명으로 쌀 자급자족을 이루는 농업의 획기적인 발전을 이룩하였으며, 2000년대에는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를 구축하여 현재의 IT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이제는 경제의 주춧돌인 농업의 혁신성장을 위하여 디지털농업의 기반을 구축해 나아갈 시기이다. 농업 R&D 기관, 관련 스타트업 기업 및 농업 현장 등의 데이터를 연결하여 새로운 가치와 빅데이터 생태계를 창출하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고, 그동안의 시설원예와 축산 중심 디지털농업 기술개발·보급을 노지 분야로 확대해서 청년농업인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수익성과 효율성을 강화하는 등 디지털농업을 통해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만들어 가는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김석철 경기도농업기술원장

[천자춘추] 부동산과 휴리스틱

행동경제학의 한 분야 중 휴리스틱(heuristic)이라는 용어가 있다. ‘찾아내다’ ‘발견하다’는 뜻의 그리스 말에 뿌리를 두고 있다. 주먹구구식 셈법이나 직관적 판단, 경험과 상식에 바탕을 둔 단순하고 즉흥적인 추론을 뜻한다. 주관적 상식과 오해, 편견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부동산 시장에도 휴리스틱이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먼저 '대표성 오류'가 있다. 어떤 집단이나 지역을 개별적인 성향 등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모호한 기준으로 판단하려는 오류이다. "특정지역에 편향 되어 투자 등의 의사결정을 한다. 개별 필지의 좋고 나쁨은 고려대상이 아니며 단순히 어느 지역에 투자했다"이다. “난 서울에 투자했다”식이다. 서울에도 선호지역과 비선호지역이 있을 수 있다. 지역에 묻어가는 식의 투자패턴은 세월을 낚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앵커링(배의 닻)는 배의 닻처럼 사람의 마음속에 닻을 중심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과거의 답습이 이에 해당된다. 과거에 성공한 투자패턴의 유지, 익숙한 지역의 선호 등이 그 예이다.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면 그에 대한 대처나 행동이 필요한데 예전의 성공한 방식 그대로 고집하는 경우이다. '소수의 법칙'은 특별한 경험이나 현상만으로 전체를 판단하는 오류이다. 부동산시장의 경우 특정한 지역의 기사를 통해 관련 정보를 얻을 시에 긍정적인 기사, 부정적인 기사 자체를 아무런 의문이나 비판 없이 전체의 사실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어느 지역의 몇 안되는 부동산 거래만으로 지역 전체의 거래 활성화로 생각할 수 도 있다. 실제로는 가족간의 증여, 채무의 변제 등의 특수한 거래일 수도 있는데, 그러한 검증없이 소수의 현상만으로 전체를 판단 할 수 있다. '확신의 덫'은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찾고 그 사실을 확인해줄 수 있는 현상만을 수집하는 경향이 있다. 반대되는 정보나 의견에 대해서는 오히려 확률적으로 낮은, 무시해도 되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개별 부동산에 대해 긍적적인 면만 확신하여 매수하고, 보유하는 경향이 강하며 그러한 확신은 본인을 제외한 모든 주변사람과 환경으로부터 공격받을 때까지 유지된다. '현상유지 편향'은 일반적으로 사람은 자신의 소유물에 애정과 애착을 가지며 편안해 한다. 내가 사는 지역, 내 소유의 부동산은 이런 저런 합리화를 하여 다소의 불편함 이나 의구심에도 유지하는 경향을 가진다. 현상유지 편향과 별도로 손실회피 경향은 매도 매수시의 거래 절벽을 야기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부동산시장의 휴리스틱을 극복하지 않고는 편향되거나 비 객관화된 투자를 가져오기 쉽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문가로 지칭되는 이들의 휴리스틱화된 의견이나 주변사람의 감상을 제거하여야 한다. 검증된 데이터의 활용과 꾸준한 관련 지식 무장이 좋은 부동산 시장분석 도구가 됨을 인식하여야 한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

[천자춘추] 칭찬은 고래처럼 수명도 길다

당신 또한 칭찬이나 지지의 마술을 경험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희미한 연필 글씨처럼 별것도 아닌 그 반응이 왜 이렇게 오래 가는지, 모를 일이다. 그 일은 한 마음 공부터에서 일어났다. 열흘 동안 하루 열시간 정도 가부좌를 하고 앉아서 자신의 내면만을 바라보기로 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었다. 개중에는 소위, 고참 서너 명이 주방 일을 도맡아서 ‘봉사’를 한다. 봉사자들은 남들보다 두 시간 먼저 일어나고 한 시간 늦게 자면서 40여 명의 식사를 열 하루 동안 챙겨야 한다. 나는 그 봉사자의 일원이었다. 그런데 수행 기간 열흘 중 닷새째 되던 날, 주방 한편에서 네 사람이 삭막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십대 중반 여자가 상대를 쏘아보면서 말했다. “남기우씨, 죽을 휘젓다 말고 번번이 사라져버리면 어떡해요. 죽이 눌어붙는다고 몇번이나 말했잖아요. 오늘 아침도 새까맣게 눌어붙은 거 보셨죠!” 눈총을 받고 있는 상대는 이십 대 중반쯤 돼 보이고 낯빛이 희멀건 청년이었다. 그가 말했다. “저한테는 죽이 중요한 게 아니라 외국인들 안내가 더 중요합니다. 죽이야 좀 타면 어떻고 부족하면 어떻습니까!” 누군가 받아쳤다. “좋아요, 앞으로 기우씨는 외국인 안내만 해주세요. 다른 일 안 맡길 게요”. 그가 말했다. “아닙니다. 처음부터 난 주방 일도 돕기로 한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죽도 해야겠습니다”. 육십대 여자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말했다. “정말, 젊은 사람이 말귀도 꽉 막혔네”. 나는 조용히 의자를 당겨서 그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사실, 나 또한 남기우의 무책임한 태도를 보면서 압정에 찔린 듯 화가 난 적이 있었다. 남기우는 탁자 바닥에 시선을 내리깔고 무슨 말이 오든 받아칠 기세로 보였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내가 말했다. “기우 씨가 외국인들 도와주는 건 우리로서는 대체 불가의 큰일이에요”. 그런 후, 계속 말을 이어갈 판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남기우가 고개를 쳐들었다. 그의 가지런한 윗니가 반짝였다. 그는 나를 향해 오른손 엄지를 튕겨 올렸다. 엄지 척! 나는 말을 잇지 못하고 어리바리한 웃음을 지었다. 남기우가 말했다. “여기 와서 제가 처음 듣는 칭찬입니다”. 아, 칭찬! 내가 저 친구를 칭찬했던가? 어쨌든 그의 엄지 척! 한판에 나 또한 긴장이 확 풀렸다. 헤실헤실 웃음이 났다. 이 웃음이 남은 세 사람에게 퍼져가고 있음을 나는 눈으로 보고 있는 듯했다. 시도 때도 없이 업데이트되는 스마트 폰처럼 남기우가 날린 엄지 척!은 그 상황을 돌변시킨 신호탄이었다. 뿐만 아니라 3년여가 흐른 지금까지도 그를 떠올리게 하는 상징이기도 하다. 김성수 한국글쓰기명상협회 회장

[천자춘추] 다양함이 일상이 되도록

학교 수업을 마치고 온 딸이 게이가 어떤 사람인지 물었다. 같은 반 친구와 우연히 비슷한 스타일의 옷을 입고 온 아이를 본 남자아이가 ‘게이’라고 놀렸단다. 함께 놀림 받은 친구는 몹시 기분 나빠 하며 선생님에게 일렀다. 후에 딸이 그 친구에게 게이의 의미를 물으니 남자가 남자를 좋아하는 거라고 했다. 두 아이의 지정성별은 여성이다. 정확한 단어의 의미를 모른 채 일단 뱉고 본 친구의 놀림은 아이의 궁금증에 꼬리를 물며 다음과 같은 물음을 일으켰다. ‘남자가 남자를 사랑하는 게 왜 나쁘지?’ 학생들에게 인권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깨너머로 성소수자나 취약계층을 빗댄 혐오나 비하의 말을 듣는다. ‘틀딱충’이나 ‘맘충’ 같은 혐오 표현 사례를 들면 어디선가 쿡쿡거리는 웃음이 들리기도 한다. 그럴 때 새어나간 기분은 바람 빠진 과자봉지처럼 눅눅하다. 혐오는 이 사회를 지배하는 언어 중 하나다. 보편성과 정상성이 만연한 사회 구조 속에 힘없는 사람들은 여러 모양으로 난도 당한다. ‘혐오와 수치심’의 저자 마사 누스바움은 혐오는 비합리적 집단 편견의 원천이 돼 특정집단 배척을 위한 사회적 무기가 된다고 했다. 어떤 사람들은 인간의 몸 안에 있는 악취, 불결함 등의 이미지를 취약계층에 부과함으로 그들보다 나은 인간임을 과시한다. 사회적 편견은 강자와 집단의 언어로 구성돼 작동한다. 혐오는 사회적 편견과 문화적 구성, 분위기로 공기 중에 떠돈다. 아이들은 기가 막히게 공기의 흐름을 파악하고 본능적으로 어느 편에 서야 하는지 안다. 눈치는 약자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1994년부터 2004년까지 미국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시트콤 ‘프렌즈’는 레즈비언 커플이 서사의 한 축을 차지했다. 가까운 예로 2009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 ABC 채널에서 방영된 시트콤 ‘모던 패밀리’는 다양한 인종과 동성애, 입양으로 구성된 가족 형태가 당연하게 등장한다. 우리나라도 성소수자가 등장하는 드라마가 이전보다 다양한 형태로 등장하고 있지만 인물 대부분이 맞닥뜨린 현실은 여전히 극복해야 할 벽이다. 2000년도에 시작된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올해도 7월15일에서 31일까지 많은 사람들의 참여로 무사히 진행됐다. 행사 기간에 쏟아지는 비도 ‘흠뻑쇼’라 부르며 자축하는 사람들의 얼굴은 코로나로 인해 못 보거나 숨겨졌던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반가움으로 뒤섞여 있었다. 한정된 해방감은 여전히 갇혀 있다는 걸 의미한다. 어린 시절에 각인된 사회적 편견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편견과 혐오의 시선 안에 고립된 존재들이 여전히 숨은 그림처럼 살고 있다. 성소수자들이 일상을 축제처럼 살아갈 날을 앞당기는 것은 그들과 더불어 목소리를 내고 연대하고 참여하는 우리의 몫이다. 정서희 인권교육온다 활동가

[천자춘추] 세상은 향유하는 자가 주인이다

나와 같은 시간대를 살고 있는 지구별의 이웃은 79억명쯤 된다. 이 79억명이 마치 같은 여객선에 실려가듯이 같은 시간대를 흘러가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 79억명은 100년쯤 시간이 흐르면 모두 이 지구별을 떠날 것이고 우리가 살았던 같은 공간에서 우리의 후세들이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 지구별은 우리 인간들이 순연하면서 살아가는 시간여행지다. 이 지구별이란 여객선에는 누구나 무료로 승선한다. 그리고 여객선에 비치된 모든 것들은 무료로 주어진 것이고 다만 하선할 때 원래 주어진 모습 그대로 놓고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 지구별을 구성하고 있는 하늘, 별, 바람, 숲, 바다와 꽃들.... 그리고 함께 살아갈 이웃들까지도 다 무료로 주어진 것이다. 즉, 이 지구별은 우리들이 무료로 맘껏 사용하다가 궁극에는 다음 여행자에게 물려줘야 하는 빌려쓰는 ‘전세별’이다. 빌려쓰는 물건에는 나의 소유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 극히 미미한 시간 동안 빌려서 사용하는 이 지구별에서의 소유가 마치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진정 안타까운 착각이다. 현대의 과학은 우주의 나이가 138억살이고 지구의 나이는 약 46억살이라 한다. 지구별의 시간과 비교하면 찰나인 약 100년이란 시간을 나는 이 지구별에 살다가 돌아가는 것이다. ‘죽음’을 명쾌하게 정리하면 삶이 명쾌해지듯이 이러한 찰나의 삶, 빌려쓰는 지구별의 숙명을 명쾌하게 이해하면 삶의 태도 또한 명쾌해진다. 이처럼 찰나의 기적같은 나의 시간을 살아가는 것이기에 순간순간이 소중한 것이고 지구별을 함께 빌려쓰는 나와 같은 시간대의 여행객들 역시 귀한 이웃인 것이다. 우리가 사용하다가 돌려줘야 하는 이 별은 대대손손 빌려쓰는 전세별이기에 이 지구별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은 어느 개인의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이웃들이 함께 향유할 대상인 것이고 그러기에 향유하는 자가 곧 주인이다. 그러므로 세상은 소유가 아닌 향유의 대상임을 분명히 정리하고 부질없는 작은 소유에 집착하지 말고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인연들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야 할 것이다. 남상민 아티스트·㈔한국문화재디지털보전협회장

[천자춘추] 뷰카시대 살아갈 준비

변동성(Volatility)과 불확실성(Uncertainty), 그리고 복잡성(Complexity)과 모호성(Ambiguity). 최근 종종 보이는 뷰카(VUCA)라는 말은 사실상 냉전 이후, 예측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유동적인 대응 태세와 경각심이 요구되는 상황을 나타내는 군사용어로서 대두 되었던 개념이다. 그러나 이제는 불확실하고 복잡하고 모호한 상황 아래, 새로운 위험과 도전이 도래하는 글로벌 정치 및 경제, 사회 문화에 두루두루 방대하게 적용되어, 작금을 가리켜 뷰카(VUCA)시대로 명명하기까지 한다. 특히 기후위기, 코로나 등의 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극심한 불평등과 양극화, 식량 안보 위기와 지방 소멸 위기 등,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을 겪어가면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예측불가능한 상황을 온몸으로 절감하고 있는 중이다.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 4차산업혁명을 통한 기술 발전은 더더욱 고도로 진화함에도 불구하고,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불확실성과 복잡성과 모호성과 변동성은 더더욱 확대되어만 가고 있다. 이러한 뷰카(VUCA)시대를 살아가는 힘은 어디서 오는가. 우선 변동성과 불확실성 그리고 복잡성과 모호성 그 자체를 즐기기까지는 못하더라도 너무나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는 존재라는 것도, 한 사람에게 하나의 정체성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다수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일상적으로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경계의 모호함과 수시로 변화할 수 있는 현상들에 당황하지 않고, 그 흐름에 자연스레 올라탈 수 있다. 한편,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과제를 발견하고 해답을 찾는 역량이 요구될 것이다. 혼자서 성실하고 열심히 고군분투하기보다는, 이리저리 충돌도 겪어가며,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 협력하고 지혜와 힘을 모으는 것이 필수적인 핵심역량이 될 것이다. 이는 정치적 리더십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 한 사람의 백마 탄 영웅이 초연히 홀로 나타나서 ‘나를 따르라’식의 일방적 리더십이 아니라, 인간 이해에 탁월하고, 동료들의 역량을 신뢰하고 존중하며, 각각의 역량이 최적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하는 ‘함께 갑시다’의 수평적 리더십이 필요해지는 시대이다. 불편한 갈등을 애써 숨기거나 제거하려 무리수를 두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직면하고 조정하는 능력이 핵심역량으로 대두되고 있다. 또한 불확실한 상황들과 복잡한 요소들을 전체적이고 넓은 시야에서 바라보되, 섬세하고 디테일한 접근 방법을 사용할 줄 아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예측불가능한 상황에 유연하고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더욱더 중요하다. 기존의 관습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담대한 비전과 대안을 제시하면서,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연대하고 설득하고 협력할 수 있는 행동하는 정치 지도자가 지금 우리에게는 절실히 필요하다. 김보람 한국지방자치학회 연구이사

[천자춘추] 디지털트윈, 지속가능 ESG 기술

미국 글로벌 자산투자기관들이 ESG가 미흡한 기관에는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실제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화석연료 매출이 25%가 넘는 기업의 채권과 주식을 처분했다. 무디스 등 글로벌 신용평가기관도 기업의 ESG 역량을 중요한 평가지표로 활용하는 추세다. 우리나라도 ESG는 기업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은 상태다. ESG 전문가 양성 교육과정이 늘어나고, ESG 전략 컨설팅을 하거나 ESG 보고서 발간을 위해 전문가 도움을 받는 기업과 기관도 늘고 있다. 이처럼 ESG는 기업경영의 화두이자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그렇다면 ESG경영을 해야 하는 진짜 이유는 뭘까. 이제는 ESG에 대해 풍월을 읊을 정도로 친숙해졌지만, 정작 ESG경영이 왜 필요한지 명확한 답변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을 찾기는 어렵다. 하지만 답은 2004년 이니셔티브 보고서에서 찾을 수 있었다. 유엔이 투자자와 함께 ESG를 강조한 명확한 이유가 적시되어 있다. 세계화되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사회에서 환경적, 사회적, 거버넌스 이슈를 어떻게 관리하는지가 기업이 성공적으로 경쟁하는 데 필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즉 주주가치, 바로 ‘투자자의 가치’를 높일 수 있고 유엔이 1972년 주제로 삼았던 ‘지속가능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올바른 ESG경영을 위해서는 올바른 ESG 지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ESG 지표가 경영, 투자, 정보공개 등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외에 수백 개의 ESG 지표가 난립하고 있어 기관별로 적지 않은 혼란이 있었다. 이에 정부는 ‘K-ESG 가이드 라인’을 발표했다. 이를 토대로 환경 경영, 사회가치 창출, 지배구조 건전성 확보 등을 평가해 지속가능한 경영 문화 확산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기관별로 ESG경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이를 구현하는 전사적 시스템 정비는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LX한국국토정보공사는 지적사업과 공간정보사업을 수행하는 국토교통부 산하 준정부기관이다. 지난해 ESG경영을 선포한 LX공사는 디지털트윈 기반의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도시·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디지털트윈은 현실과 똑같은 디지털 쌍둥이를 가상세계에 연동되게 만들어 시뮬레이션을 통해 정책결정의 시행착오를 줄이는 기술이다. 앞서 LX공사는 18년부터 전주시와 함께 ‘디지털트윈 표준모델’을 구축, 환경·사회문제 해결에 나섰다. 먼저 폭염과 미세먼지가 심한 전주시에 도심숲 조성을 위해 디지털트윈 기반의 행정 서비스 모델을 제안했다. 또한 하천에 센서를 설치해 수질 관리와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서비스도 구축했다. 특히 LX디지털트윈 표준모델이 미래지향적 ESG 모델인 것은 ‘협력형 모델’을 토대로 구축됐기 때문이다. 생활실험실인 ‘리빙랩’을 마련해 산·학·연·관이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정책 아이디어에 반영함으로써 도시문제 해결을 제안했다. 이처럼 환경적 가치를 중시하는 국민들의 참여를 유도해 ESG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고 공사의 지속가능한 경영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LX공사는 ㈜한글과컴퓨터와 함께 전주시 디지털트윈 표준모델을 구축하고 서비스 완성도를 높이는 데 노력했다. 이처럼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협력해 제품과 서비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개방형 혁신을 이끌었다. 이제 LX공사는 국토교통부로부터 지정된‘디지털 트윈국토 시범사업 관리기관’으로서 전국에 디지털트윈을 확대하는 중추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LX경기북부지역본부에서도 양평군과 함께 스마트시티IN 양평 플랫폼 구축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트윈 모델을 구축해 지역 현안을 해결하는 플랫폼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디지털트윈국토’는 재난안전, 교통, 사회복지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플랫폼으로서 부각될 것이다. BTS는 유엔총회 연설에서 코로나 팬데믹으로 좌절을 겪고 있는 청년들에게 ‘로스트 제너레이션’이 아닌 ‘웰컴 제너레이션’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팬데믹 이후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아직 ESG경영이 걸음마 단계에 있지만 LX 디지털트윈이라는 디지털 기술이 ESG경영의 선한 영향력의 구심점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기업, 지속가능한 사회, 지속가능한 인류, 지속가능한 지구로 나아갈 수 있도록 공공기관으로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선한 영향력 확산에 앞장서겠다. 권경현 한국국토정보공사 경기북부지역본부장

[천자춘추] 한국외교, 합종연횡의 함정에 갇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제 정치는 홉스의 리바이어던과 같이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를 겪어왔다. 기존의 강대국은 자신을 중심으로 국제 사회의 현상을 유지하려 하고 신흥 강대국은 이를 타파하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려는 투쟁이 역사적으로 반복되어왔다. 그 사이에 있는 약소국들은 생존과 발전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하는데 중국의 춘추전국 말기에 등장했던 ‘합종연횡’을 그 대표적인 사례로 얘기할 수 있다. 합종은 서쪽의 강대국인 진나라와 동쪽의 강대국인 제나라 사이에서 약소국들이 서로 연합하여 생존을 모색한 전략적 제휴이다. 한편 연횡은 훗날 강대국인 진나라가 다른 국가들의 연합을 깨뜨리는 전략을 가리킨다. 올해는 한중 양국의 국교수립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러나 지금의 양국 관계는 심상치 않게 흘러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 대만 문제, 북한의 핵개발, 양국 국민의 불신과 적대감의 상승 등 어느 하나 편하게 보이는 것이 없다. 미국은 오바마 정부에서 트럼프와 바이든 정부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부상을 위협으로 인식하고 중국을 포위하는 그랜드 전략을 수립하였다. 오바마 정부는 ‘아시아로의 회귀 전략(pivot to Asia)’으로 중국을 압박하기 시작했고 트럼프는 중국에 대한 무역 제재를 통해 미중무역전쟁을 촉발시켰다. 바이든 정부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인도 태평양 경제 프레임 워크(IPEF)’의 출범을 발표하였고, 하원의장인 낸시 펠로시가 대만을 방문하여 중국을 자극하였다. 중국은 바로 반발하면서 대만을 포위하고 항공모함과 전투기를 동원하여 대만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도 항공모함을 곧 대만쪽으로 파견할 것을 선언하면서 양안관계의 긴장을 높이고 있다. 또 미국은 반도체 동맹으로 불리는 ‘칩4 동맹’을 발표하였고 한국에게는 8월까지 답변을 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칩4동맹은 미국이 설계하고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며, 일본이 소재와 부품을 공급하고 대만이 비메모리 반도체 생산을 담당하여 국제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이후 한국에 대한 다양한 제재와 압력을 가하고 있고 ‘3불 1한’을 강요하고 있다. 3불은 한국 정부가 사드를 더 이상 추가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와 한미일 군사동맹에 불참하는 것이며, 1한은 기존 사드의 운용을 제한하라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과 갈등의 지속은 합종연횡과 같이 한국에게 양자택일을 강요하고 있다. 우리의 외교정책은 어떤 방향에서 접근해야 할 것인가? 지금 한국 정부가 선택해야 하는 올바른 외교정책은 ‘국익 우선주의’를 택해야 한다. 그렇다면 국익에 따른 올바른 외교정책은 무엇인가? 정부와 정권의 이익이 아닌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유지와 국민의 안전, 국가의 발전이 외교의 원칙이 되어 노(No)와 예스(Yes)가 분명한 외교정책을 수립해야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박기철 평택대 국제물류대학 중국학과 교수

[천자춘추] 관중(管仲)에게 배우는 민생정치

“나를 낳아 준 분은 부모님이지만 나를 알아준 사람은 포숙아다”라고 할 정도로 ‘포숙아(鮑叔牙)’와의 우정으로 유명한 ‘관포지교(管鮑之交)’에 등장하는 ‘관중(管仲)’(BC725 ~ BC645), 그는 어지럽고 혼란한 춘추전국시대에 제(齊)나라 환공(桓公)을 도와 그를 춘추 5패 가운데 최초의 패자(覇者), 즉 강대국으로 만든 정치가로 제갈량과 함께 중국의 2대 재상으로 손꼽힌다. 관중은 정치, 경제, 의례 등 국정 운영 원칙과 사상, 천문, 지리, 경제, 농업 등의 지식을 담은 《관자》를 저술했는데 여기에 유가와 도가, 법가, 병가 등 당시의 모든 사상이 녹아들어 있고 치국의 도를 국정에 직접 적용해서 빈부의 차이를 줄이고 민생을 안정시킴으로써 자신의 사상을 적용할 국가를 찾지 못하고 떠돌다가 돌아와 교육자의 삶으로 마친 공자와 비교되곤 한다. 관중이 제나라에서 행한 9대 시책은 《관자》 입국(立國)편에 소개되는데 대략 다음과 같다. 첫째는 노인을 어른으로 모시는 일, 둘째는 어린이를 사랑하는 일, 셋째는 고아들을 구휼하는 일, 넷째는 장애가 있는 사람을 돌보는 일, 다섯째는 홀로 된 사람을 결혼시키는 일, 여섯째는 병든 사람을 위문하는 일, 일곱째는 곤궁한 사람을 살피는 일, 여덟째 흉년 때 고용인들 보살피는 일, 아홉째는 유공자들에 대한 보훈 등이다. 관중은 세상이 약육강식의 원리로 움직인다면 강자만 존재하게 될 것이며 그러기에 이상적인 사회는 강자만이 존재하는 세상이 아니라 약자가 편히 살며 상생하는 공정사회의 건설에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관중은 “치국의 방법으로 백성들에게 이익을 주는 것보다 나은 게 없다”고 말하면서 “무릇 치국의 도는 반드시 먼저 백성을 부유하게 만드는 이른바 필선부민(必先富民)에서 출발해야 한다. 백성이 부유하면 나라와 백성을 다스리기 쉽고, 가난하면 어렵게 된다”고 하였다. 공자 보다 조금 앞선 노자(老子),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인쇄된 것으로 알려진 노자의 《도덕경》 77장에 보면 “하늘의 도는 활을 당기는 것과 같다(天之道其猶張弓者也). 높은 것은 내리 누르고 낮은 것은 들어 올린다. 남은 것은 덜어 내고 부족한 것은 보탠다”라고 하였는데 이를 보면 관중과 노자 모두 치우치지 않고 더불어 살아가는 ‘공정사회’를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4차 산업혁명의 특징 중 하나가 부의 집중이라고 한다. 인공지능과 로봇 등의 출현으로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수밖에 없고, 부의 집중화도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앞으로의 사회는 ‘남는 것은 덜어내고 부족한 것은 보태는’ 이른 바 공정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변화의 물결을 거스를 수 없다면 변화를 수용하고 대처할 수 있는 지혜와 새로운 관점을 찾아야 한다. 지금 코로나 팬데믹과 원자재·금리와 물가인상 등도 모자라 사상 유례없는 수해(水害)까지 겹쳐 민생이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 지금은 지도자의 위기관리 능력과 리더쉽, 공정에 관한 철학이 중요한 때이다. 매체를 통한 보여주기식 민생이 아니라 2,800년전 민생을 직접 돌보며 공정한 세상과 부국강병의 꿈을 실현했던 관중(管仲)의 정치가 보고 싶다. 오형민 부천대학교 비서사무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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