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의 안과 밖

오래 전, 해마다 문화예술 각 분야중 하나를 지정해, 한 해 동안 관련 분야의 다양한 활동을 집중적으로 펼치는 문화예술의 해 사업이 시행된 기억이 있다. 1991년 연극영화의 해를 시작으로 10여 년을 이어 오면서, 왠만한 분야는 한 번씩 순서가 돌아가게 됐고, 딱히 더 이상의 특정 분야를 찾기 힘들게 됐을 때, 뜻하지 않은 소식이 들려왔다. 2001년 지역문화의 해가 그것이다. 이로 인해 21세기를 여는 문화예술계 화두를 지역문화가 선점하게 됐으니, 그 의미 또한 사뭇 컸다. 그러나 아쉽게도 당초 기대와 달리 지역문화의 해는 새로운 세기를 향한 문화적 상상력을 이끌어낼 만큼의 의미있는 성과를 창출해내지는 못했던 것 같다. 아마도 애초 이슈를 만들어 냈던 에너지에 비해 지역문화의 안과 밖을 이어줄 추동력과 구심점이 그에 미치지 못했던 듯 싶다.지역문화와 관련해 또 하나의 남다른 기억이 있다. 2006년 추진됐던 지역문화진흥법 제정이다. 당시 지역문화 현장의 적극적인 청원 등에 힘입어 국회의 입법 발의까지 추진됐다.지역문화진흥법 제정은 지역문화 진흥을 위한 근원적이고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려 했다는 점에서, 그 파급력이 만만치 않은 시도였다. 그러나 이 역시 정책적 우선 순위에 밀리고, 관료주의와 이해관계의 벽을 넘지 못하고 결국은 유야무야 끝나고 말았다. 위 두 사례들은 우리 문화예술계를 뜨겁게 달궜던 이런 저런 대소사에 비할 때, 소소한 얘깃거리 정도로 지나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각각의 전개 과정을 좀 더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이를 통해 우리네 지역문화의 안과 밖의 모습이 어떠하고, 어떠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상념의 단초를 끄집어 낼 수는 있을 것 같다.먼저, 오늘날 우리네 지역문화는 이슈를 생산하고, 발진시킬 수 있는 내적 역량과 자원은 갖추고 있으나, 지역문화 안팎의 공감대를 이끌어 낼 내적 구심점이 부재하다. 때문에 이를 갈무리해 엮어냄에 있어 힘을 모으고 머리를 맞대는 폭과 깊이는 충분치 못한 실정이다. 여기서 구심점이라 함은 사람일 수도, 제도일 수도, 정책이나 프로그램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내적 역량과 에너지의 총화로써 기능할 수 있다면, 안팎의 힘을 모으고, 머리를 맞대는 폭과 깊이를 한층 더하게 될 것이다. 특히 인적, 물적 자원이 제한적인 지역문화의 여건에서 이는 더욱 절실한 실정이다. 새삼 2001년 지역문화의 해를 돌아보면서, 안타깝게도 예나 지금이나 우리 지역문화 안의 풍경은 여전한 듯 보인다.한편, 지역문화 밖에서도 지역성(Locality)의 시대적 당위성과 문화적 이슈 등에 주목하고 있음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한켠에선 지역문화에 대한 오래 된 선입관과 편견을 내려놓지 못하고 계도의 대상이거나, 하위문화의 한 부류 정도로 치부하곤 한다. 2006년 지역문화진흥법 제정의 움직임을 바라보는 지역문화 밖의 시선이 일정 부분 그러했고, 지금도 별반 달라진 것 같진 않다.사실 우리네 지역문화 안팎을 보면 그 문화적 결이 그리 다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서로에게 닫히고 겉돌면서 반쪽짜리 고군분투를 힘겹게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풍경과 지형이 조만간 바뀔 것 같지는 않지만, 세상사 모든 안과 밖이 서로의 또 다른 모습일진데, 시선을 맞추려는 눈높이의 모색 없이는 서로의 온전한 모습을 그려내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지역문화 안팎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 또한 서로가 보듬고 풀어낼 과제일 것이다. 지역문화 안팎의 이런 풍경을 기다려 본다.박명학 예술과마을 네트워크 상임이사

축제가 끝나고

폭우와 폭염 속에서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낸 수원화성국제연극제가 끝나고 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맑고 쾌청한 날이 이어진다. 아침 저녁으로 팔뚝에 부딪히는 선선한 바람이 가을 문턱에 들어섰음을 확인하게 해준다.이제야 정신이 든다. 주마등처럼 축제 준비와 축제 기간 중의 일들이 스쳐 지나간다. 축제를 만든 사람들의 땀과 열정이 독일의 시인 릴케의 노래처럼 지난 여름이 위대하게 느껴진다. 궂은 날씨에도 공연장으로 발걸음을 옮겨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를 보내준 시민들의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행궁광장, 화홍문 홍예무대, 장안공원 성곽무대, KBS수원 아트홀, 수원청소년문화센터의 5개 공연장에는 시민관객이 있었기에 살아 숨 쉬는 새로운 공간으로 변했고, 수원 연극의 미래를 밝게 해주었다. 특히 야외공연장에는 거의 매일 어김없이 비가 뿌렸는데도 자리를 지키며 작품에 열중인 시민들의 모습은 그 자체가 큰 감동을 주는 한 편의 연극이었다.축제의 홍보를 위해 스스로 100인의 홍보단에 참여하여 적극적으로 축제 알리기에 힘써준 시민들과 블로거들, 연일 애정 어린 기사로 힘을 실어준 지역의 언론들은 너무나 큰 힘이 되었다.수원 연극의 단단한 토대를 쌓아가는 시민 공동체 연극의 성과도 2011년 수원의 여름을 위대하게 한 주인공이다. 내리는 빗속에서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공연을 해준 자혜학교의 연극반과 선생님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큰 감동을 선물해주었다. 조원고등학교 연극부, 버드내노인복지관 실버연극동아리와 천일초등학교 학부모들의 연기, 그리고 시민배우들로 구성된 시민연극제작소의 공연과 개막, 폐막공연에 참가해준 시민 공연단은 시민이 축제의 주인임을 분명하게 확인해주었다. 아름다운 화홍문의 무대와 객석을 만들기 위해 폭우 속에서도 수원천에 들어가 작업을 해준 스태프들, 온갖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헌신적으로 문제 해결에 앞장서준 수원시의 관계 공무원들은 무대 위에서 모든 열정을 쏟아준 배우들과 함께 큰 박수를 받아야 하는 주인공들이다. 황금의 여름휴가와 방학을 반납하고 함께 축제 만들기에 기꺼이 나선 100여명의 자원활동가들은 보석과 같이 빛나는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이들이 있어서 축제 사무국의 늦은 밤은 보람이 있었다. 이제 축제는 끝났다. 그리고 다시 준비해야 하는 때가 되었다. 지난 여름 수원화성국제연극제에 흘린 땀방울이 풍요로운 연극문화의 결실을 맺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할 몇 가지를 다시 생각해본다. 축제는 함께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첫째, 욕심 버리기다. 인간사회의 모든 문제는 욕심에서 비롯된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인간이 들이대는 아름다운 목적 뒤편에 욕심이 자리하면 늘 많은 문제들이 꼬리를 물게 마련이다. 연극이 인간의 욕심을 바라보고, 고발하고, 여러 각도에서 성찰하는 예술 행위라면, 오늘날 연극축제는 무엇을 담아내고 있는지 반성해볼 일이다. 둘째, 성과지상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21세기 인류 문명의 위기는 단기간내 성과를 위해 무한경쟁에 몰려 희생되는 인간과 자연의 질서 파괴이다. 특히, 포장된 실적과 계량화, 수치화 된 기준들이 연극축제의 정신을 갉아 먹는 주범이다. 역시, 평가도 이러한 잣대들을 버려야 할 것이다. 셋째, 우리의 현재 모습을 잘 살피기다. 월세집에 사는 사람에게 집안의 내부 인테리어나 해외 여행, 노후를 위한 주말 별장에 관한 사항들이 화제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수원의 연극 인프라는 아직 빈약하기 이를 데가 없다. 무엇부터 해결하고 미래를 설계할 것인지 자명한 일이다. 넷째, 중장기 발전 전략에 대한 의지를 모으는 일이다. 수원시와 지역사회, 연극계의 목소리가 잘 조율된 청사진을 만들어야 한다. 축제가 끝나고 다시 위대한 여름을 이어가기 위해 다짐해보는 것들이다./김동언 경희대 아트퓨전디자인대학원 교수수원화성국제연극제 기획감독

대학 랭킹과 지자체의 책무

교육과 관련된 굵직한 기사들이 연일 쏟아져 나온다. 교육현장에서 차분히 논의해야 할 급식문제가 정치문제로 비화돼 어느 유력인사의 정치 행보까지 담보하라는 등 교육외적 요인이 불거지고 있다. 최근 교과부는 대학졸업생 취업률을 허위 과장 홍보하는 대학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경고를 발표했다. 가장 윤리적이고 투명해야 할 교육기관이 신입생 모집 과정에서 혼탁해지자 더 이상 이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로 볼 수 있다. 지금은 잠잠해졌지만 대학평가제도도 수면 아래의 빙하처럼 커다란 사회적 후폭풍을 몰고 올 중요한 사안이다.대학평가제도는 고등교육의 질적 향상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데 반드시 필요한 방법이지만, 그 평가 방식에 따라 결과가 사뭇 다르게 나타나 그 효용성과 정확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등 아직까지 여러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대학평가제도가 도입됨으로써 각 대학은 보다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한 무한경쟁을 불사하고 있다. 자기 학교가 국내외 다른 대학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과정에서 편법, 변칙, 무리한 운영이 발생하고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져 가고 있다.창조적 인재는 사회발전 원동력유네스코는 최근 대학총장과 교육관계자를 소집한 포럼을 개최하면서 전 세계 고등교육기관의 평가, 랭킹의 제 문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 있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이리나 보쿠바 사무총장은 올바른 대학 평가는 연구 실적, 질 좋은 교육, 지역사회 공헌 등의 분야에서 균형 있게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웬만한 대학들은 다들 세계대학 100위, 아시아 대학 10위를 목표로 미래의 청사진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질적 평가보다는 양적 평가가 중시되는 대학평가는 자칫 대학의 내적 역동성과 균형 발전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된다. 평가에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논문 발표수를 보더라도 일반적으로 인문사회분야보다 자연공학계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시아 최고의 대학이라고 발표되는 대학을 보면 주로 이공계가 강한 대학들로 구성돼 있다.어떤 대학이 좋은 대학인가? 최근 유네스코에서 개최한 고등교육 평가 포럼의 주된 의제였다. 말레이시아 국립대의 샤리파프 샤하부린 부총장은 정확한 미래 예측 능력, 그리고 끊임 없는 자기 혁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시킴으로써 변화를 주도하는 대학이 좋은 대학이라고 정의했다.우리의 교육에 대한 관심은 지칠 줄 모르는 듯하다. 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높은 82%의 대학 진학률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40%, 일본의 50%에 비하면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어 졸업생 10명 중 8~9명이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2009년 경기도 연구소의 분석자료를 보면 도내에 모두 77개 대학이 있으며 이 중 경기남부에 66개, 경기북부에 11개 대학이 있다. 38개 대학이 2년제이고 나머지 39개 대학이 4년제로 여느 타도에 비해 많은 대학을 보유하고 있다. 약 40만명 이상의 학생들이 경기도내의 대학에서 미래를 위한 인생설계를 하고 있다. 우수대학 양성 지역행정 목표로지속가능한 발전과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창조적이고 역동적인 인재 양성이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발전의 동인은 사람의 능력에서 기인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바람직한 사회적 환경의 조성은 매우 중요하다. 국제적으로 비중이 높은 대학을 양성하는 일은 대학당국뿐 아니라 지자체에서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사안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일반행정 및 재정 지원뿐 아니라 각 지자체장들의 고등교육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지역 대학이 지역사회발전의 파트너로 활용할 대상이 아니라, 우수한 인재를 육성시켜야 할 행정의 중요 목표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적어도 세계화를 지향하는 경기도에서는.허권 한국전통문화학교 초빙교수

대학 랭킹과 지역정책의 책무

교육과 관련된 굵직한 기사들이 연일 쏟아져 나온다. 교육현장에서 차분히 논의해야 할 급식문제가 정치문제로 비화되어 어느 유력인사의 정치행보까지 담보하라는 등 교육외적 요인이 불거지고 있다. 최근 교과부는 대학졸업생 취업률을 허위 과장홍보하는 대학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경고를 발표했다. 가장 윤리적이고 투명해야 할 교육기관이 신입생 모집과정에서 혼탁해지자 더이상 이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로 볼 수 있다. 지금은 잠잠해졌지만 대학평가제도도 수면아래의 빙하처럼 커다란 사회적 후폭풍을 몰고 올 중요한 사안이다.대학평가제도는 고등교육의 질적 향상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강화시키는데 반드시 필요한 방법이지만, 그 평가방식에 따라 결과가 사뭇 다르게 나타나 그 효용성과 정확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등 아직까지 여러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대학평가제도가 도입됨으로써 각 대학은 보다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한 무한경쟁을 불사하고 있다. 자기 학교가 국내외 다른 대학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과정에서 편법, 변칙, 무리한 운영이 발생하고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져 가고 있다.유네스코는 최근 대학총장과 교육관계자를 소집한 포럼을 개최하면서 전 세계 고등교육기관의 평가, 랭킹의 제문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있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이리나 보쿠바 사무총장은 올바른 대학평가는 연구실적, 질 좋은 교육, 지역사회 공헌 등의 분야에서 균형있게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웬만한 대학들은 다들 세계대학 100위, 아시아 대학 10위를 목표로 미래의 청사진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질적 평가보다는 양적 평가가 중시되는 대학평가는 자칫 대학의 내적 역동성과 균형발전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평가에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논문발표수를 보더라도 일반적으로 인문사회분야보다 자연공학계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시아 최고의 대학이라고 발표되는 대학을 보면 주로 이공계가 강한 대학들로 구성돼 있다.어떤 대학이 좋은 대학인가? 이는 최근 유네스코에서 개최한 고등교육 평가 포럼의 주된 의제였다. 이 회의에 참가한 말레이시아 국립대의 샤리파프 샤하부린 부총장은 정확한 미래예측 능력, 그리고 끊임없는 자기 혁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시킴으로써 변화를 주도하는 대학이 좋은 대학이라고 정의했다.우리의 교육에 대한 관심은 지칠 줄 모르는 듯하다. 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높은 82%의 대학 진학률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40%, 일본의 50%에 비하면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어 졸업생 10명중 8~9명이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2009년 경기도 연구소의 분석자료를 보면 도내에 모두 77개 대학이 있으며 이중 경기남부에 66개, 경기북부에 11개 대학이 있으며 이중 38개 대학이 2년제이고 나머지 39개 대학이 4년제로 여느 타도에 비해 많은 대학을 보유하고 있다. 약 40만명 이상의 학생들이 경기도내의 대학에서 미래를 위한 인생설계를 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과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창조적이고 역동적인 인재 양성이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발전의 동인은 사람의 능력에서 기인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바람직한 사회적 환경의 조성은 매우 중요하다. 국제적으로 비중이 높은 대학을 양성하는 일은 대학당국 뿐 아니라 지자체에서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사안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일반행정 및 재정지원 뿐 아니라 각 지자체장들의 고등교육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지역의 대학이 지역사회발전의 파트너로 활용할 대상이 아니라, 우수한 인재를 육성시켜야 할 행정의 중요 목표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적어도 세계화를 지향하는 경기도에서는. /허권 한국전통문화학교 초빙교수

태국 관광청에 고함!

오늘은 얼마 전에 다녀온 이스라엘과 태국 푸켓의 공항출입국 현장에 대해 한마디 이야기할까 한다. 이스라엘은 중동 국가들과 대치하고 있고 항상 테러의 위협이 존재하는 곳이기에 이스라엘을 방문하면서부터 입국심사가 까다로울 것으로 마음의 준비를 했다. 요르단에서 육로로 국경을 넘어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인 사우스뱅크 지역으로 입국했다. 총을 든 이스라엘 병사들의 모습이 이방인의 눈에는 살벌하게 느껴졌다.짐을 체크하고, X레이기를 통과하고 입국심사를 받으려고 함께 간 일행들이 줄을 섰다. 여권에 스탬프를 찍으려고 하기에 별지에 찍어달라고 했더니 왜 별지에 찍으려고 하냐고 꼬치꼬치 물어왔다. 대한민국의 비자 면제 국가인지 확인하느라 부산을 떨더니 왜 이스라엘을 입국하느냐는 등 꼬치꼬치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이런 질문들의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크게 마음의 짐이 되진 않았다. 질문을 던지는 심사관이 얼굴에 미소를 가득히 띤 채 즐거운 마음으로 계속 던지는 것이 역력했기 때문이다.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바로 이거다. 우리 속담에 웃는 얼굴에 침뱉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이, 웃으면서 상대에게 물을 것을 다 묻는 모습에서 이를 접하는 우리 일행들은 나름대로 견딜만했다. 이스라엘의 특수사정까지 감안해서.지난 7월 17일 마지막 비행기를 타려고 태국의 푸켓을 방문하고 출국을 할 때 출국 심사대에서 느꼈던 바를 소개하고자 한다. 태국은 관광이 국가의 주 수입원 중 하나다. 이를 상징하는 캐치프레이즈가 있다. Amaging Thailand! 관광이 국가 주 수입원 중 하나인 태국은 관광에 많은 투자와 관심을 할애하고 있다. 그런 태국이 정작 관광 일정을 모두 마무리하고 출국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태국을 다시 찾으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마음을 출국 심사장에서 들게 하고 있었다. 공항 사정으로 푸켓을 출발하는 비행기들이 자정 1시경으로 앞당겨서 출발하고 공항을 폐쇄한다는 안내문이 붙고, 방송에서 여러 차례 안내를 했다.출국심사대에서 심사를 맡던 사람들을 한명이라도 더 충원을 해야하는 데 중간에 일을 마쳤다고 먼저 뜨는 모습이 보였다. 이해할 수 있었다. 줄을 선 일행 중 안절부절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항공사 직원은 앞에서 빨리 심사를 받으라고 채근하고 있고, 방송에서는 이름을 계속 호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음이 급한 사람들이 줄을 선 사람들에게 양해를 하고 심사대에 섰다. 그때 호통소리가 울렸다. 마치 질서도 모르는 미개인 취급하듯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삿대질을 하고 있었다. 그 뒷전에서는 비행기가 출발한다고 빨리 심사를 받으라고 채근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진풍경이었다. 어찌할 줄 모르는 사람들, 그들은 한국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옆 심사대에서도 똑 같은 상황이 되풀이 되고 있었다.순간 출국 심사대에 서 있던 사람들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얼굴에 미소를 띈 채 방문해주셔서 고맙다. 마지막 가는 여행 좋은 추억을 담고 가시기 바란다. 이런 것까지는 언감생심 바라지도 않았다. 그저 신속하게 출국심사를 해주기 바랬을 뿐이다. 그런데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크게 잘못한 어린 아이들 다루듯 노인네한테까지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보면서 이건 아니다 싶었다.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 모두 작은 소리로 한 마디씩 던졌다. 이렇게 하고 관광객을 오라고 하다니!하고. 누가 이런 태국을 방문하고 싶겠는가? 태국관광청에서 이런 사례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본국 정부에 강력하게 건의해주길 기대한다. 우리나라 공항 시스템은 세계적이라고 한다. 공항 매각에 관한 이야기가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기우겠지만, 자칫 민영화로 이렇게 되는 것은 아닌지? 국가 기간 시설 모두를 민영화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서도 한번 더 생각해본다.한범수 경기대 관광개발학과 교수한국관광학회 회장

노르웨이 테러와 다문화 한국의 미래

지난 달 22일 노르웨이에서 발생한 끔찍한 테러로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범인인 브레이빅은 지독한 외국인 혐오증, 우익 포퓰리즘, 극단적 민족주의에 빠진 극우파 청년이었다. 그는 유럽을 순수한 기독교의 땅으로 지키기 위해 방해가 되는 이슬람의 타파를 외치고 이의 토양이 되는 다문화주의를 성토했다. 그리고 이 같은 다문화주의의 정책을 펴는 현 집권 노동당을 테러의 대상으로 삼고 정부청사와 노동당 청소년 캠프를 공격했다. 사실 브레이빅과 같은 사고를 가진 극우파 세력은 노르웨이뿐 아니라 유럽을 비롯한 여러 대륙의 많은 나라에서 증가세에 있어 이 같은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그렇다면 이 같은 극우파 이데올로기가 만들어진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이민이다. 물론 유럽에서 이민의 역사는 매우 오래된 것이긴 하지만, 20세기 후반 들어 늘기 시작한 이민은 많은 사회적 문제를 노정하고 있다. 이민의 증가는 우선 경제적 비용의 증가를 초래한다. 자국민의 일자리를 박탈하고, 많은 교육비용과 사회보장제도의 비용을 증가시킨다. 둘째는 이질적인 문화, 언어, 종교로 인한 충돌이고, 셋째는 이슬람 이민자들의 고출산율에 대한 공포감과 이로 인한 자국의 이슬람화이다. 즉 이슬람 이민이 결국 트로이의 목마가 될 것이라는 우려이다. 마지막으로 이로 인해 유럽 각국은 결국 민족 정체성을 잃어버릴 것이라는 두려움이다.이 같은 문제들은 이민자가 125만 명에 이르는 우리나라에도 조만간 닥쳐올, 아니 일부는 이미 겪고 있는 것들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숙고할 필요가 있다.우선 첫째 문제로 지적한 바는 사실 극우파들의 허구이다. 이슬람 이민자들은 백인들이 하려 하지 않는 3D업종의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자국민의 일자리를 박탈한다는 것은 지나친 엄살이고 이들이 떠나면 산업계의 기반이 무너지므로 반드시 필요한 존재들이다. 다만 사회보장제도의 비용은 이들의 높은 출산율로 인해 문제가 되겠지만 출산율은 2세, 3세로 가면 거의 현지인과 동일한 수준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리나라도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이민자들이 3D업종에서 일하고 있는데, 다만 아직은 결혼 이주자가 주류를 이루고 있어 상황이 다소 다르다. 그러나 앞으로는 노르웨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둘째 문제인 문화, 언어, 종교로 인한 충돌은 사실 마음만 먹으면 극복하지 못할 것도 아닐 것 같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여기에 피부색과 경제력의 차이라는 변수가 더해져 이민자들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된다. 그래서 이슬람 이민자들이 동네에 들어오면 백인들이 떠난다. 결국 그들은 게토 안에 버려지고 주류 사회로부터 고립되고 만다. 다만 우리 사회가 다종교 사회라는 점이 노르웨이와 다르지만 우리가 이슬람교를 흔쾌히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을까? 셋째로 지적한 이민자들의 고출산율에 대한 공포감은 앞서 지적한대로 현지화 될 경우 우려할 수준은 아닐 것이나 문제는 우리의 출산율이 너무 낮다는 점이다. 언젠가 한반도의 주인은 이민자들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마지막으로 민족 정체성의 상실에 대한 두려움인데, 이는 특히 단일민족국가 이념을 갖고 있는 우리에게는 큰 문제가 될 것이다.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극우화를 통해 이민자들을 죄악시하는 것은 해답이 아니다. 많은 언니오빠들이 숨진 게 저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제가 다른 나라로 가면 이런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을까요?라고 이슬람 이민자 2세 소녀 소피아가 절규했다. 해답은 역시 다문화주의에 있다. 그러나 다문화주의 개념을 어떻게 규정해야 할 것인가? 언젠가 지면이 허락하면 다루어보고자 한다.박만규 아주대 불문학과 교수

옛그림 ‘낙성연도’에서 배우는 연극축제

의궤(儀軌)는 조선시대 국가 주요 행사의 준비과정과 의례절차 등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해 놓은 의식 또는 의례의 궤범이 되는 책이다. 왕실의 혼인, 왕세자와 왕비의 책봉, 왕실 장례, 궁궐 건축, 무기 제조, 실록 편찬 등 다양한 내용이 담겨 있다. 옛것을 기본으로 새롭게 창조하라는 온고지신, 법고창생의 정신이 담겨있는 것이다. 화성성역의궤는 그 가운데서도 백미라고 할 수 있다. 화성 건설공사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완공까지의 전말을 빠짐없이 기록해 놓았다. 뿐만 아니라 준공된 각 건물들과 공사에 사용한 각종 도구들, 그리고 주요 행사의 장면들을 세밀하게 목판으로 제작했다. 목판으로 첨부된 낙성연도 그림은 당시의 축제와 공연예술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매우 귀중한 자료이며 새로운 아이디어의 원천이 된다. 이 그림을 남겨둔 선조들의 목적일 것이다. 그런데, 이 그림이 그려진 때가 200년 전 봉건 군주사회였다는 점에서 보면 정조가 지녔던 군주로서의 철학이나 백성에 대한 배려가 탁월했음을 발견하게 된다. 정조는 화성 축성에 참여했던 수원지역 백성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고위 관료뿐만 아니라 일반 백성도 연희행사에 참석하게 했다. 축제의 프로그램도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의 모든 신분을 세심하게 고려한 내용으로 꾸며져 있다. 엄격하게 격식을 갖춘 궁중무용이나 음악뿐만 아니라 서민들이 즐겼던 광대재인의 놀이까지 어우러져 상하동락의 한바탕 축제마당이 펼쳐진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임시로 설치한 무대 위에서는 북춤, 포구락 등 궁중무용이, 무대 아래에서는 사자춤과 산대희가 공연되는 장면이 그것이다. 클래식과 대중음악이 함께 어우러진 소위 열린 음악회의 원조 격인 셈이다.선조들 모습통해 많은 교훈 얻어사자춤은 아시아 전역에서 발견되는 보편적인 놀이이자 연극이다. 우리나라 문헌의 첫 기록은 삼국사기에서 발견된다. 신라 말 최치원이 지은 향악잡영오수라는 한시에서 신라의 다섯 가지 놀이를 다루고 있는데 그 중 산예가 바로 사자춤이다. 오늘날 하회별신굿놀이, 북청사자놀이, 봉산탈춤 등에서 사자춤을 볼 수 있다. 탈춤 또는 가면극은 원래 야외극으로 상연되어 왔고, 파계승에 대한 풍자, 상전인 양반에 대한 모욕, 남녀 간의 갈등, 서민생활의 곤궁함을 보여준다. 특권계급의 허위와 위선에 찬 도덕주의에 대한 일종의 반항과 비판을 담고 있다. 민중극의 가장 일반적인 내용들이다. 산대희(山臺戱)란 산 모양의 구조물에서 벌이는 연희라는 뜻으로, 전설 속에 등장하는 삼신산을 형상화한 산대에서 펼쳐지는 각종 연희를 가리킨다. 그 기원은 신라 진흥왕 시대로 올라가니 우리 민족과는 긴 역사를 함께했다. 조선시대의 산대는 높이가 20미터 이상이었는데 좌산대, 우산대의 두 개 산대와 신선, 동식물, 궁전, 사찰, 탑 등을 갖추어 놓고 연극과 줄타기를 비롯한 각종 놀이가 행해졌다고 한다. 낙성연도에도 역시 두 개의 산대가 설치되어 있다. 이 산대놀이는 오늘날의 대규모 야외축제의 모든 프로그램과 첨단 대규모 야외무대의 원형이다. 화성연극제 온시민 즐기는 축제로이 옛 그림을 통해 정조가 오늘의 수원화성국제연극제에게 말하고 있는 듯 느껴진다. 공적 자금으로 이루어지는 연극축제는 특정 소수 계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일반 시민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그러니 그 내용도 격식을 갖춘 정통 연극예술뿐만 아니라 대중적인 공연까지 다양하게 담아내야 하고, 관객들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또, 야외 연극과 축제 무대 또한 현대적 감성에 어울리게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이것이 옛 그림 낙성연도에서 배우는 대동의 상하동락 축제, 연극축제가 시민들을 즐겁게 만들어야 한다는 교훈이다.김동언 경희대 아트퓨전디자인대학원 교수

아리랑은 누구의 것인가?

최근 중국이 우리의 아리랑을 유네스코의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올린다는 외신이 들어오자 국내 학계, 문화계, 정치계가 발끈하여 우리 문화를 빼앗는 중국을 성토하면서 동북공정에 이은 아리랑공정이 시작되었다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았다. 필자는 지금도 2004년 6월 중국 소주에서 개최된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북한의 고구려 벽화고분군과 중국의 고구려 역사수도 및 고분군이 다 같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극적인 장면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 당시 우리는 고대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고구려 역사를 중국이 자신의 변방사로 편입하면서 중국사의 하나로 취급하는 동북공정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한 적이 있다.역사에 대한 해석과 의미부여에 대한 논란은 비단 우리만의 문제는 아닐 성 싶다. 태국과 캄보디아는 최근 캄보디아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프리히 비하르 회교사원을 놓고 포격까지 하면서 충돌하였고 급기야 태국은 유네스코 세계유산협약 탈퇴를 선언하고 자신이 갖고 있는 세계유산위원회 이사국 지위까지 내놓는 초강수를 둔 바 있다.중요무형문화유산 보호해야중국은 수년 전, 강릉의 단오제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올라가는 것에 대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인 적이 있다. 단오는 중국의 고유명절인데 어찌 한국이 이를 대표목록에 올릴 수가 있는 것인가? 이는 중국문화를 도둑질하는 행위라는 극단적 표현도 불사했다. 이에 대해 우리는 중국단오를 상정하는 것이 아니라 강릉단오를 올리는 것이고 강릉단오는 중국의 것에 유래하였지만 단오의 구성과 특징이 전혀 다른 이질적 유산으로 인식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의 언론과 지식인 특히 민족주의 성향의 지도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입장이 바뀌어 우리의 전래 민속과 문화아이콘이 중국의 대표목록에 올라가는 상황으로 역전됐다.사실 현재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올라가 있는 여러 유산들을 살펴보면 그 뿌리는 같지만 지역적 특이성을 갖고 있는 유사유산들이 반영되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카니발이다. 유럽의 대표적 민속축제인 카니발은 서양종교에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지역적으로 다르게 진화발전하였다. 벨기에 카니발과 함께 리오 카니발 등이 대표목록에 올라가 있는 것이다.우리가 단오가 아닌 강릉단오를 올렸듯이 중국도 아리랑이 아닌 연변아리랑 혹은 조선족 아리랑이라는 명칭으로 대표목록에 신청을 한다면 이의를 제기하기 보다는 오히려 적극 협조해야할 사안이다. 우리의 아리랑이 한국의 아리랑을 넘어 지역적 보편성을 갖는 대표유산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냥 아리랑이라는 명칭으로 등재요청을 한다면 문제는 크게 확산될 수 있다.한류 대표적 콘텐츠로 개발육성이번 기회에 우리가 반성해야 할 일은 우리는 진정 우리의 유산을 사랑하고 보호할 마음이 있는 것인가라는 점이다. 현재 우리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중요무형문화유산 보호제도는 우리의 대표적인 무형유산을 수렴하고 있기 보다는 민속학, 종교학 등의 관점에서 사멸위기에 처해 있는 일부유산만을 지정하고 그 보유자를 국고로 지원하는 이른바 위험유산목록이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우리는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할 것 없이 우리의 대표적인 문화원형과 김치, 한복 등 상징적 아이콘들을 문화재로 지정하고 있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들 유산의 보호뿐 아니라 현대적 적용, 변형, 창조적 발전에 그리 큰 신경을 쓰고 있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중국에서 날아 온 아리랑 사태를 아리랑 공정이라는 식으로 감정적 대응을 하지 말고 우리 보호제도의 허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검토하여 진정으로 살아있는 유산, 혼이 담겨있는 유산으로 재인식하고 이를 한류의 대표적 콘텐츠로 개발육성하는 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허권 한국전통문화학교 초빙교수

요코하마시청의 박수부대

연일 비가 내린다. 비가 오랫동안 내린다고 해서 장마인데 이제는 우기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지 않은가 싶다. 지난주에 경기대학교에서 20여 개국에서 300여명의 외국학자와 1천여 명의 국내 학자, 대학원, 대학생이 참가하는 국제학술대회가 성공리에 개최되었다. 가든파티를 준비하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일기예보를 들여다봤다. 다행히 행사 당일 새벽에 비가 멈췄다. 하늘이 도와 가든파티를 멋지게 치러서 해외 학자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그날 비 때문에 이렇게 가슴 졸인 적은 없었다며 하늘이 도왔다고 인사말을 했더니, 해외 학자들은 지금이 몬순이냐고 되물었다. 우리나라 기후가 아열대로 바뀌고 있다는 말이 많은데 진짜 그런 것은 아닌가 싶다.기왕에 시작한 말이니까 관광과 관련된 이야기로 이어볼까 한다. 학술대회 개최되기 한주 전쯤 민간관광교류사절단의 일원으로 일본을 방문했다. 뜬금없이 민간관광교류사절단이라니까 무슨 소리인가 할 수도 있다. 일본이 후쿠시마 대재난 이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관광부문의 경우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수가 급감해서 관광을 통해 지역경제를 유지하고 있는 많은 지자체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1/4분기 일본인 관광객이 전년대비 9.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 일본 양국 간 민간 교류량이 일본의 지진 참사 이후 방사능 유출까지 겹쳐 전례 없이 감소했다.민간관광사절단 도열로 환영 감동일본을 찾는 관광객 수가 줄어드는 것이 우리하고 무슨 상관이겠냐고 할 수 있겠지만 한일 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일본경제의 침체는 우리나라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 일본의 관광이 침체하면 우리나라를 찾는 일본인 관광객의 수도 더불어 감소하게 마련이다. 일본이 어려운 시기에 우리가 모금을 해서 돕자고 했듯이, 매정하게 발걸음을 잡아떼지 않고 일본을 방문하면 그 자체가 한일 간 우의 증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민간관광교류사절단의 일원으로 일본 운수성의 부 대신을 만나러 가는 자리에 관광청장이 배석했다. 관광청장은 마침 일본을 방문중인 레이디 가가가 자신의 뺨에 빨간 립스틱 자국을 남겼다며 환한 웃음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쇼맨십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한 명의 한국인 관광객이라도 더 맞이하고 싶어하는 진심을 엿볼 수 있었다. 당일 오후, 요코하마 시청을 방문했다. 요코하마 시장은 여성으로 세계적인 기업가로 널리 알려져 있어서 만나기 전부터 어떤 사람인가하고 호기심이 발동했다. 시청사에 약속된 시간에 도착했는데 담당직원이 미안하다며 10분만 차 안에서 더 기다려 달라고 청해왔다. 속으로 뭐 이런 결례가 있나?하며 손님을 맞이하는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잠시 후 요코하마 시청사를 들어서는 순간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현관부터 2층의 시장 집무실까지 올라가는 길목에 족히 5~6백 명 정도의 시청 직원들이 도열해서 우리 일행을 박수로 맞이했다. 미안한 마음, 고마운 마음에 직원들의 눈을 쳐다보지 못하고 연신 고개를 숙이며 고맙다고 답례했다.한국찾는 관광객 위해 진심 다해야만약 우리나라 지자체에서 이런 식으로 손님을 맞이했더라면 언론은 어떻게 보도했을까? 아마도 적지 않은 언론매체가 자존심도 없냐 군사정권시대도 아닌데 무엇을 얻자고 근무 중인 직원들을 동원해서 박수를 치냐는 등의 비판으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도 찾지 않는 나라, 그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그 나라는 건강한 나라가 될 수 없다. 한국인 관광객을 한 사람이라도 더 맞이하고 싶은 마음에 요코하마시청직원들이 도열해 있던 그 순간을 아마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그 옛날 닉슨, 카터 대통령 온다고 양국의 국기를 들고 흔들던 그 시절이 뇌리 속에 박혀 있듯이. 한범수 경기대 관광개발학과 교수 한국관광학회장

우리시대의 마당연극

연극이 사람들의 일상 공간, 야외로 나왔다. 현대 연극축제에서 말이다. 도시문명의 발달과 함께 연극이 기존의 공연 장소인 극장으로 찾아오는 관객을 대상으로 발전해 온 사실을 상기할 때, 매우 이례적인 변화이다. 그렇지만, 연극의 본류와 관련해서 생각을 해 보면 이상한 일도 아니다. 본래 연극은 놀이에서 시작되었다는 유희(遊戱)기원설과 자연과 신에게 드리는 제사의식에서 기원을 찾은 제의(祭儀)기원설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두 가지 모두 삶의 현장에서 연극이 시작되었음을 확인해 주는 대목이다.연극이 야외로, 거리로 나왔다는 사실은 공간적으로 폐쇄적인 극장 건물로부터 개방적인 야외 공간으로 이동한다는 점 외에도, 극장에 잘 가지 않거나 가기가 쉽지 않은 관객들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섰다는 의미, 사회적 또는 정치적 이슈들을 결합시키려는 움직임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고 보인다. 1950년대 중반 이후부터 이러한 움직임은 서양에서 거리극이라는 형태로 발전하면서 현대 야외연극의 큰 줄기를 이루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과천의 한마당축제와 안산의 국제거리극축제가 성과를 거두고 있다.일상으로 나온 연극무대한편, 1970년대에는 자생적인 한국의 야외연극인 마당극이 탄생했다. 마당과 극의 합성어로 마당은 극장이자 놀이가 벌어지는 판의 개념을 담고 있다. 마당극은 419혁명과 516 군사정변 그리고 한일수교 등을 거치면서 형성된 민주주의 의식과 민족의식을 담아 대학연극반에서 시작되었다. 연극적 양식은 탈춤을 근간으로 하면서 판소리, 풍물 등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전통연희를 활용하였고, 서양의 사실주의서사극표현주의 등 여러 극 양식을 결합했다. 무대가 가운데 위치하고 관객은 무대를 싸고 둘러앉는 원형극장의 구조적인 특징을 가지는데, 이는 원시 놀이판의 전통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다. 구조에서 느낄 수 있듯이 무대의 개방성과 관객과의 소통을 중요시하는 소위 열린 형식의 마당극에서는 관객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탈춤판소리인형극풍물 등 대부분의 전통연희에서처럼 관객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개입을 전제로 배우와 관객이 함께 연극을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판소리의 추임새나 배우와의 대화, 극중 인물로 참여하기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러한 관객의 참여와 개입은 마당극의 가장 큰 특징으로, 연극이 진행되면서 관객들은 멀리서 바라보는 사람이 아니라 배우와 함께 호흡하고 참여하는 주인공이 된다. 마당극의 주요 소재는 반외세 문제, 농촌문제, 노동문제, 도시빈민문제, 여성문제, 환경문제 등 주로 현실적인 사회 부조리와 구조적인 병폐들이 주를 이루었다. 이와 같은 내용은 시대의 정치적 쟁점들과 사회분위기가 점차 바뀌면서 마당극도 1990년대 이후 크게 위축이 되었다. 그 원인으로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못한 형식주의 경향, 운동성의 강조로 인한 예술적 완성도 부족 등을 꼽을 수 있다. 관객중심 수원화성국제연극제올 여름 수원에서 펼쳐지는 수원화성국제연극제는 야외 연극의 모습을 다시 고민하면서 보다 확대된 우리 시대의 마당을 마련하려고 한다. 국내외 거리극을 비롯하여, 국내의 마당극 전통을 이어가며 오늘의 문제를 연극적으로 재창조하는 열다섯 개의 마당극 공연과 화성을 배경으로 현대적인 형태의 무대를 만들게 될 행궁광장, 화홍문 무대 등이 그것이다. 야외로 나온 연극이 시민공동체 연극과 결합하여 시민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며 만들어 갈 한바탕 축제가 기대된다. 예나 지금이나 관객이 연극의 중심에서 벗어나면 연극이 설 자리는 없기 때문이다.김동언 경희대 아트퓨전디자인 대학원 교수 수원화성국제연극제 기획감독

일상생활의 잘못된 존대법

요즘 할인점이나 백화점에 가면 황당한 어투를 많이 접하게 된다. 전부 5만원이세요, 이 제품 디자인이 너무 예쁘시죠?, 이 상품 피부에 정말 좋으세요, 주문하신 햄버거 나오셨습니다, 화장실은 이쪽이십니다, 이 구두는 볼이 넓으셔서 발이 편하세요 이들은 모두 잘못된 경어법을 사용한 예로서 -시-를 빼고 전부 5만원이에요/입니다, 이 제품 디자인이 너무 예쁘죠?, 이 상품 피부에 정말 좋습니다 등과 같이 써야 한다.이 같은 경어법 오용의 원인은 무엇일까? 문장의 주체(주어)를 높이는 주체경어법과 대화 상대방을 높이는 상대경어법을 혼동하기 때문이다. 주체경어법은 동사나 형용사의 어간에 -시-를 붙여 엄마는 밖에 나가셨어와 같이 표현함으로써, 문장의 주체인 엄마를 존대하는 것이다. 반면에 상대경어법은 -ㅂ니다나 -어요를 붙여 아이가 밖에 나갔습니다/나갔어요와 같이 표현함으로써, 주어인 아이(존대할 대상이 아님)가 아니라 대화상대를 높이는 것이다. 만일 대화상대도 나보다 위이고 주어도 나보다 위인 상황이라면 엄마는 밖에 나가셨습니다와 같이 주체경어법의 -시-와 상대경어법의 -ㅂ니다를 함께 사용해야 한다.주체상대경어법 혼동 사례 많아이처럼 -ㅂ니다나 -어요를 쓰면 이미 상대를 존대하는 것인데도, 고객인 상대방에게 최대한 존대를 하기 위해 엉뚱하게도 주어를 존대하는 -시-를 덧붙여 쓰는 잘못을 흔히 범한다. 이 같은 종업원의 경어 강박관념은, 상대를 최대한 존대하려는 심리에서 기인하는 것인데, 너무 예쁘다, 너무 감사 합니다에서처럼 매우로는 부족해 보여 그보다 더 강한 표현을 쓰려다 보니 오용을 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반면에 우리말의 또 다른 경어법인 객체경어법은 위의 두 경어법과 달리 오히려 퇴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예컨대 할머니를 모시고 가야 하는데 데리고 간다고 한다. 객체경어법은 문장에서 주체가 하는 행위가 미치는 대상을 대접하는 경어법으로, 보다, 주다, 말하다를 뵙다, 드리다, 여쭙다를 써서 표현하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엔 선생님께 여쭈어라 대신 선생님께 물어라라고 함으로써 이를 잘 지키지 않는다.세계화시대 우리말 바로 잡아야뿐만 아니라 호칭에도 오용이 많다. 점원이 중년의 고객에게 아버님, 어머님이라고 부른 것이 그것이다. 물론 이는 우리말의 전형적 환유 메커니즘에 따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즉 본래 친족을 가리키는 말인 할아버지, 할머니, 아저씨, 아주머니가 비슷한 연령대의 타인을 가리키는 말로도 확장되어 쓰이는 것이다. 그러나 아저씨와 아주머니라는 말이 이미 있는데, 비슷한 연령대의 남자와 여자를 굳이 아버님, 어머님이라고 부를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호칭을 쓰는 것은 소비자를 보다 높이고 또 친근감 있게 대하려는 소위 감성마케팅의 일환이라고 추정된다. 사실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존칭어로는 좀 약하게 느껴진다. 따라서 이를 대체할 호칭을 찾으려는 욕구가 생긴 것이다. 그러나 2인칭 호칭으로 선생님과 사모님이 자연스럽게 쓰이고 있는 마당에 아버님, 어머님 같은 듣기 민망스러운 어휘를 사용하는 것은 지나치다. 이런 식으로 인플레가 계속되다 보면 이거 필요 있으세요?를 이거 필요 계세요?라고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요즘 우리나라에 외국인이 백만 명이 넘게 살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한류로 인해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습자가 급증하고 있는데, 정작 본토에서는 이상한 한국어가 쓰이고 있으니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박만규 아주대학교 불문학과 교수

생각을 중시하는 사회 만들어야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끈 서애 류성룡은 명재상이기 이전에 훌륭한 학자였다. 서애가 명재상, 명정치가로서의 재목을 갖춘 것은 사실이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나름대로 자신만의 뚜렷한 학문관을 완성하고자 남다른 노력을 하였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그는 대학을 즐겨 읽으면서 유학뿐 아니라 도가, 의학, 풍수지리 등 학문을 넓히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여러 분야의 서적을 두루 탐독하였다고 한다. 한 마디로 전문가이기 이전에 상식이 풍부한 선비가 되고 싶어 했던 것. 그의 풍부한 지식과 식견은 이분삼열의 혼돈에 빠진 조정과 고난에 처한 백성을 이끄는데 십분 활용됐다. 그러나 서애는 책을 읽되 그 내용을 깊이 음미하는 것을 철칙으로 여겼다. 만약 서애가 과거 선현의 명귀를 암기하고 지식을 습득하는 학자였다면 그는 많은 유생중의 하나로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하나하나의 이치를 깨닫는 과정 즉, 생각과 사색의 과정을 매우 중시하였다. 선현의 책을 읽되 가능하면 주석을 읽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던 것이었다. 학문의 깊은 사색 오늘날 쇠퇴의 길학문을 연구함에 있어서 깊은 생각과 사색은 기본이 됨에도 불구하고 이를 소홀히 여기는 풍토가 우리 사회에 만연되고 있다. 서애의 학문태도는 오늘날 진정성이 훼손된 사이비 지식인들에게 따끔한 경종을 울릴 뿐 아니라, 효율성과 순간적 감성주의한탕주의가 판을 치고 있는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에 대한 좋지 않은 얘기가 들려온다. 국경을 접하고 있는 베트남사람을 제외하고 캄보디아를 찾는 최다 관광객이 한국사람이다. 지난해 약 28만 명이 관광, 사업, 교육, 봉사 등 갖가지 명목으로 캄보디아를 찾았고 이 숫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그런데 프놈펜에 한국기업이 짓다만 고층아파트가 흉물스럽게 놓여있는데 인기가 없어 건설이 일시 중단되었다는 것이다. 분양가격이 높다는 이유보다 이 아파트가 더운 열대지방의 생활에 맞게 지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인기가 떨어진 주요 이유이다. 열대지방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통풍, 냉방, 그리고 경제성을 깊이 고려하지 않은 채, 우리 방식을 그대로 밀어 붙였던 것이다. 원래 우리는 배산임수와 주변의 지형을 충분히 고려한 건축전통을 가지고 있건만 도대체 무슨 이유로 가장 상식이 되는 이러한 원칙조차 고려하지 않은 아파트 건설이 이뤄졌는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최근 우리의 아이돌 그룹들이 파리에서 인기리에 공연을 마쳤다. 우리 노래, 우리 문화에 관심을 가진 외국아이들을 보면서 스스로 한국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한 두가지 사실로 한국문화의 세계화가 이뤄졌다고 자만에 빠져서는 안 된다. 오늘날의 대중문화는 많은 투자와 자본이 결합된 상품일 뿐이다. 그것이 우리의 문화수준을 보여주고 한류가 유럽을 상륙해서 전 세계인이 한국을 주시하기 시작했다고 교만을 떠는 것은 서애선생이 강조했던 생각하는 학문을 무시하는 어리석음과 다를 바 없다. 지식보다 생각이 힘되는 사회 조성을우리들은 각종 정책과 사업들이 치밀한 준비와 깊은 생각, 폭넓은 성찰을 하면서 시행되고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 벌써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런 저런 사업들이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왜 필요한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결과가 있는지 진지한 생각과 까다로운 생각, 복잡한 생각들을 생활화해야 한다. 크고 작은 모든 사업과 정책, 행사에 좀 더 깊은 생각이 반영될 수 있는 우리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21세기 문화의 시대, 국민소득 3만불, 글로벌 국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식보다는 생각 그 자체가 힘이 되는 사회가 바람직하다.허권 유네스코평화센터 원장

대학생들이 바라보는 수원화성문화제

금년이면 수원화성문화제는 48회째를 맞이한다. 문화관광부 선정 축제를 살펴보면, 축제를 개최한 연한이 수원화성문화제보다 일천한 곳이 적지 않다. 수원화성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이런 화성을 소재로 개최해 온 수원화성문화제가 그동안 문화체육관광부 선정축제에 왜 포함되지 않았는지 그 이유를 새겨볼 필요가 있다. 지난달 수원시는 수원화성문화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목적으로 자문위원과 공무원들이 참가하는 워크숍을 개최했다. 워크숍에서 6명의 자문위원은 수원화성문화제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관련 공무원들과 심도 있게 논의하고 바람직한 발전방향을 도출하고자 했다. 워크숍을 개최했다는 것이 뭐 그리 중요하냐고 할 수 있겠지만, 더 나은 축제로 환골탈태하기 위해서 첫 걸음을 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워크숍에 참가한 사람들은 세계적 문화관광 축제를 지향하려면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함께 했다.세계적 축제 위한 과감한 변화를2010년 문화관광부 선정 축제는 전년도 57개에서 44개로 축소됐다. 2010년 문화관광부 대표축제는 2개(보령머드축제, 안동국제탈춤축제), 최우수축제 8개(강진청자문화제, 김제지평선축제, 진주남강유등축제, 금산인삼축제, 화천산천어축제, 하동야생차문화축제, 춘천국제마임축제, 함평나비축제), 우수축제 10개(강경젓갈축제, 남원춘향제, 무주반딧불축제, 천안흥타령축제, 문경찻사발축제, 양양송이축제, 영동난계국악축제, 이천쌀문화축제, 진도신비의바닷길축제, 연천구석기축제)다. 유망축제는 모두 23개로 수원화성문화제, 태백산눈축제, 과천한마당축제, 순창장류축제가 신규축제로 선정됐다.수업 시간 중에 경기대학교 관광개발학과 2학년 학생 40명을 대상으로 수원화성문화제에 참가한 경험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5명(8%)만이 축제에 참가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원화성문화제에 참가하라고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다. 놀랍게도 답은 아니오였다. 나머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앞으로 수원화성문화제에 참가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답은 이번에도 아니오였다. 체험할만한 콘텐츠가 없어서 별다른 감흥을 받지 못했다며 추천할 의사가 없다고 했다. 이 학생들이 축제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가 하고, 혹시 가고 싶은 축제가 있는지 다시 물었다. 학생들의 입에서는 친숙한 축제명이 쏟아져 나왔다. 학생들이 이미 참가했거나 가고 싶어 하는 축제들은 대체로 대표축제와 최우수축제의 범위 안에 포함돼 있었다.변화 한다는 것은 용기 필요해수원화성문화제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답은 있다. 지금까지 유지해온 전통을 허무는 것이 마음에 걸리겠지만, 정조 대왕 능행차 연시 및 시민퍼레이드 같은 행사를 과감하게 야간행사로 바꿔야 한다. 밤은 사람들에게 또 다른 생기를 부여하고,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퍼레이드 참가자들의 지루해하는 모습을 노출시키지 않는다. 정조 시대 야간군사훈련을 하는 연무대는 차량을 통제해 이용공간을 넓게 확보하고 관광 상품으로 판매할 정도로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꺼져 있는 봉수대를 지피는 행사도 해야 한다. 빛과 음향이 조화를 이룰 경우 수원화성문화제는 색다른 전환기를 맞이할 수 있다. 주간에는 화성에 관한 퀴즈를 참가자들이 풀 수 있도록 흥미진진한 오리엔티어링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변화한다는 것은 언제나 용기가 필요하다.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수원화성문화제를 찾는다면, 수원화성문화제는 대한민국 최우수축제를 넘어 대표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수원화성문화제가 바뀌었어요. 수원화성문화제에 참가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어요.이런 뉴스가 보도될 날을 기대한다.한범수 한국관광학회 회장 경기대 관광개발학과 교수

나이도 ‘먹고’ 마음도 ‘먹고’

먹는 행위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 중 하나이다. 그래서 복잡하고 추상적인 다른 영역의 행위나 경험을 가장 원초적인 행위인 먹는 행위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뇌물이나 돈을 먹는다처럼 받는 행위를 먹는다고 한다. 욕을 먹는다고 하듯이, 듣는 것도 먹는다고 할 때가 있다. 그냥 가진다고 하면 될 것을 굳이 수수료를 먹는다, 이자를 먹고 산다, 남의 물건을 거저 먹으면 되느냐하고 말한다. 일등을 차지한 운동선수는 나 일등 먹었어!라고 하기도 한다.이처럼 우리는 많은 행위나 경험에 대해 먹는다고 하는데, 심지어 우리말에서는 나이도 먹고, 더위도 먹고, 겁도 먹고, 마음도 (굳게) 먹는다. 말 한 번 잘못 꺼냈다가 상대방에게 한 방 먹는 경우도 많다.수많은 행위경험 먹는다고 표현원래는 음식이 아닌데 먹을거리로 만들어서 먹는다고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외국의 풍물을 접했을 때 외국물을 먹었다고 하고, 눈치를 본다고 하면 될 것을 굳이 눈칫밥을 먹는다고 한다. 이처럼 수많은 행위나 경험을 먹는 행위로 빗대어 표현하는 것이 한국어의 특성이고 한국인의 사유방식이다. 예들을 좀 살펴보자.우선 엿을 먹는다는 표현이 있다. 이런 일을 당하면 곤란해진다. 물론 남에게도 엿 먹이는 일을 하면 안 되겠지만. 그리고 남에게 피해가 안 갈지 모르지만 그래도 본인에게는 매우 해로운 약도 먹으면 안 된다. (너 약 먹었냐?) 또한 아무리 영양이 풍부하다고 콩밥을 먹어서는 안 된다. 이거 먹게 되면 반드시 나중에 두부도 먹어야 하니까 꽤 번거롭다. 또 무슨 일을 할 때에 절대 김칫국부터 먹으면 안 된다. 골탕을 먹는 일도 피해야 할 것이다. 골탕이라는 음식을 파는 곳은 없지만. 일을 하다가 물 먹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나 완전히 물 먹었어) 한편 아무리 고기를 좋아해도 까마귀 고기를 먹으면 회사에서 환영 못 받는다. 입사시험이나 승진시험에서는 결코 미역국을 먹으면 안 된다. 물론 생일날에는 예외다. 기차화통을 삶아먹는 것은 때와 장소를 가린다면 크게 나쁘지 않을 것이다.한편 자기한테는 이롭지만 남에게는 엄청난 해를 주는 그런 음식들도 있다. 남의 등을 쳐 먹는다든지, 남의 등골을 빼 먹는다거나 빨아먹는 행위, 그것도 부족해서 간을 빼 먹는 행위, 모두 나쁘다. 엽기적이지만(?), 누구의 껍데기를 벗겨 먹는 행위도 삼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몸담고 있는 회사를 말아 먹는 것도 무척 곤란하다. 하지만 반대로 상대가 너무 많은 희생을 강요하거나, 이거나 먹고 떨어져 할 때는 이렇게 얘기할 수 있다. 누군 땅 파먹고 사는 줄 알아?한국인 만의 은유 표현 유독 많아이상에서 나온 음식들과 달리 나쁘지 않은 것도 있기는 한데, 예를 들어 떡국을 먹는 것이다. 하지만 혼기가 찬 사람들한테는 별로 먹고 싶은 음식이 아닐 것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우리는 빨리 국수 좀 먹게 해 줘라고 한다. 이 국수처럼 기분 좋게 먹을 수 있는 것은 없을까? 물론 있다. 고생 고생하다가 밥술깨나 먹는 것은 좋은 일이다. 또 공무원이 되어서 나라의 녹을 먹는 것도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는 쓰임이 종종 부정적이다. 밥술깨나 먹는다고, 나라의 녹을 먹는 놈이처럼 말이다. 또 항상 반어적으로만 쓰이는 표현도 있다. 잘 먹고 잘 살아라!하지만 매우 좋은 음식도 있다. 우리 다 같이 한솥밥을 먹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렇다면 왜 한국어에는 이렇게 먹는 행위에 의한 은유 표현이 많은가? 분필가루 먹고 사는 필자에게는 하나의 숙제다.박만규 아주대학교 불문학과 교수

화홍문과 연극무대

이제 곧 여름이다. 여름 휴가철에 맞추어 열리는 축제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잡기 위해 볼거리, 즐길 거리를 프로그램에 반영한다. 조상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고성(古城)이나 궁은 여름철 축제를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잡기에 안성마춤이다. 프랑스의 유서 깊은 역사 도시 아비뇽에서는 매해 7월, 연극 축제가 개최된다. 규모와 인지도 면에서 연극 축제로는 가장 유명하다. 아비뇽 축제를 더욱 빛나게 하는 요소는 바로 옛 교황청 건물을 비롯하여 성곽과 수도원 등 문화유산들이 연극의 무대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 외에도 영국 에딘버러 성, 체코 프라하 성, 오스트리아의 쉔부른 궁전 등이 연극과 문화예술 공간으로 적극 활용되어 축제 자체의 성공은 물론,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도 부상할 수 있었다. 성(城)이 일상과 예술 공간으로 활용되는 예는 무수하다. 수원은 훌륭한 조상이 물려준 유형, 무형 유산의 덕을 가장 많이 받는 도시 중 하나다. 유형의 유산은 누가 뭐래도 화성이고, 무형의 정신적 유산은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정조의 개혁정신과 봉건 신분제를 철폐하여 평등한 사회를 구현하려 했던 애민정신, 자연인 정조의 부모에 대한 지극한 효라고 할 수 있다. 문화예술 공간 활용해야화성 축성 과정이 이러한 정조의 정신을 구체적으로 담아내었기에 단순한 성곽 이상의 의미로 다가온다. 축성 뒤, 1801년에 발간된 화성성역의궤에는 축성계획, 제도, 법식뿐 아니라 동원된 인력의 인적사항, 재료의 출처 및 용도, 예산 및 임금 계산, 시공기계, 재료가공법, 공사일지 등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이는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기록물로 역사적 가치 및 건축사에 큰 자산을 남긴 사례로 평가 받고 있다. 수원 화성은 축성 당시 성곽이 거의 원형대로 보존되어 있고 성의 골격도 그대로 남아 있다. 현대인의 눈에도 화성은 여전히 아름답다. 그래서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인류에게 길이 물려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이 되어 있다.수원 화성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조물은 무엇일까? 필자는 주저 없이 화홍문과 방화수류정을 꼽는다. 주변 자연 경관과 더불어 구조물 자체의 수려함이 한 폭의 아름다운 옛 그림을 대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뛰어난 모습을 자랑한다. 수원시청 홈페이지에도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화홍문이다. 각종 홍보 자료에도 수원과 화성을 상징하는 대표 선수격으로 가장 많이 얼굴을 내밀고 있어 수원=화성=화홍문, 방화수류정의 연상이 자연스럽다. 화홍문(華虹門)은 본래 북쪽에 있는 수문으로 7개의 수구(水口) 모양이 아름다운 무지개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물이 넘쳐흐를 때 생겨나는 물보라의 장관을 화홍관창(華虹觀漲)이라 하여, 수원 팔경 중에 하나로 꼽는다. 방화수류정은 화홍문의 동쪽 벼랑 위에 서 있고 그 아래 연못과 어우러져 화성 최고의 승경(勝景)을 이룬다.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같아매년 8월 개최되는 수원화성 국제연극제도 화성의 공간과 구조물들을 현대적 공연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해마다 새로운 무대를 고심해서 만들어내고 있다. 올해는 수원의 대표 상징물인 화홍문과 방화수류정이 주요한 연극 무대로 변신하게 된다. 세계문화유산 수원 화성에서 가장 단아하고 수려하면서도 위풍당당한 모습이 연극무대로 태어날 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화홍문과 방화수류정을 배경으로 조명을 받는 여름밤의 연극 무대, 객석은 수원천 위에 설치되어 시민들은 이 장면을 지켜보게 될 것이다. 한여름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땀방울이 또 하나의 무지개로 화홍문에 걸리는 모습이 수원 8경과 더불어 새롭고 또 가장 아름다운 수원의 문화예술 상품이 되기를 꿈꾸어 본다.김동언 경희대 아트기획학과 교수 수원화성국제연극제 기획감독

기능성 게임을 통한 DMZ 이해하기

독일 베를린 장벽과 우리의 DMZ는 동서 냉전시대의 대표적인 아이콘이다. 전쟁과 평화의 극명한 상징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베를린 장벽은 우리의 DMZ와는 성격상 많은 차이가 있다. 우선 베를린 장벽은 1989년 독일통일과 함께 역사속의 과거 산물로 흘러갔지만 우리의 DMZ는 남북이 갈라진 이후 아직까지 전쟁의 팽팽한 긴장감이 유지되고 있는 현재진행 중인 유산이다. 그리고 베를린 장벽은 전쟁의 주도국이었던 독일이 패망하면서 외부의 힘에 의해 설치된 차단벽이지만 DMZ 는 강대국이 개입한 우리끼리 피 흘린 이데올로기 대리전쟁의 산물이라는 차이가 있다.하지만 오늘날의 베를린 장벽은 전쟁과 대립을 극복하고 평화를 염원하는 전 세계 미술인들이 모이는 세계적인 명소로 변모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장벽미술이라고 할 만큼 긴 장벽에는 전쟁의 고통을 고발하고 평화와 희망을 전달하는 메시지가 여러 이미지를 통해 소통되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새로운 문화소통 공간 DMZ우리도 DMZ의 의미를 새롭게 인식하자는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90년대 일부 예술인들이 모여 DMZ예술제를 개최하면서 분단의 아픔을 극복하는 각종 문화행사를 개최하였고 그 이후, 평화공원과 DMZ박물관이 설립되는 등 DMZ를 민족상쟁의 비극적 현장일 뿐 아니라 상생과 통일, 그리고 창조의 원천으로 인식하자는 시도들이 이어졌다. 아울러 DMZ를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우수한 DMZ 의 생태계를 보전할 뿐 아니라 녹색관광을 통해 지역경제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서이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은 북한의 적극적인 협조가 없을 경우, 실현이 불가능하다. 아직까지 우리와 북한은 전쟁과 무력충돌시 문화재를 보호하자는 유네스코의 전시문화재보호협약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북측이 남측의 방어시설을 먼저 해체하라는 요구가 있는 한, DMZ를 세계문화유산 혹은 세계자연유산으로 공동등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오는 2013년이 되면 DMZ가 그어진 지 60주년이 된다. 강산이 6번 변하는 긴 기간이다. 그러다보니 어느 새, 우리들은 안보 불감증에 걸려 우리 남북이 어떤 위치에 있고 어떤 방향으로 통일을 달성할 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특히 대다수 젊은 세대들은 현재 진행 중인 DMZ를 마치 과거의 유산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최근 경기도는 DMZ를 젊은이에게 제대로 이해시키고 국내 게임산업도 발전시키기 위해 DMZ 교육용게임을 제작 중에 있다. 초중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3개 게임이 개발 중이라고 한다. 게임이 가지고 있는 몰입성, 재미에 공공적 기능을 접목시킨 것이 기능성 게임(serious game)이다. 이미 미국, 영국 등에서는 많은 기능성 게임이 개발되어 교육, 국방, 행정, 환경, 의료보건 등 넓은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온라인 게임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 기능성게임 분야에서는 개발도상국 수준이라 이번 경기도에서 추진하고 있는 DMZ 게임개발이 향후 국내 기능성 게임산업 발전에 큰 기폭제가 되리라 믿는다. 게임으로 DMZ 널리 알린다지금까지 개발된 기능성 게임 중 유엔 세계식량기구에서 개발한 푸드 포스는 전 세계 젊은이에게 널리 애용되는 게임으로 정평이 나있다. 현재 이 게임은 미국, 일본, 중국, 한국 등 10개국에서 자국 언어로 제작되어 게임의 즐거움과 함께 식량문제의 심각성을 교육시키고 있다. 앞으로 DMZ 게임이 보급되면 게임에 익숙한 청소년들이 놀이를 통해 DMZ의 역사, 상식, 생태, 유산을 잘 알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의 DMZ 관련 게임도 우리 청소년뿐 아니라 전 세계 젊은이들이 사랑하는 게임으로 발전되어 DMZ에 대한 국제적 인식을 새롭게 하고 나아가 통일을 앞둔 관광 잠재고객을 늘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허권 유네스코평화센터 원장

음악 선율에 취하는 사회

모 방송국에서 일요일에 방영하는 프로그램 중 나는 가수다가 있다. 이 프로그램을 처음 기획한 PD는 심사기준 문제로 안타깝게 중도 탈락했지만, 이 프로그램의 인기는 고공행진하고 있다. 왜 그럴까? 각종 블로그에서 그 이유를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하고 있다. 그중 비교적 많은 이가 공감하는 내용은 아이돌 스타들의 노래에 식상한 사람들이 진짜 노래를 듣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진짜 노래라고 하면 조금 어폐가 있을 수 있지만 만들어진 노래, 보여지는 노래가 아니라 가슴으로 감동받을 수 있는 노래를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데, 나 가수다에 출연한 가수들이 이러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있다고 한다.사람들은 경연에서 어느 가수가 탈락할 것인지 가슴 졸이며 지켜보고 있다. 가수들은 청중 평가단의 수준에 감동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무섭다고 한다. 가수들이 노래할 때 그 노래에 전율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하지만, 메모까지 하면서 장단점을 분석할 정도로 청중 평가단의 수준이 높아졌다고 한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에서는 한류 아이돌 스타들의 공연 횟수를 늘려달라는 행복한 청원이 뉴스를 달구고 있는데,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돌 스타들의 노래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욕구가 발현되고 있으니 아이러니한 현상이다.사람들, 감동받는 노래 듣고 싶어해이 글을 쓰기 직전 휴대폰에 문자가 들어왔다. 오늘 번개 및 앙상블 단체 연습 있습니다. 이번 주말 레스피아 야외공연 건에 대해 의논하고자 합니다. 수년 전부터 색소폰에 푹 빠져 있다. 색소폰을 배우는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필자가 살고 있는 수지만해도 색소폰을 배우거나 연주할 수 있는 곳이 수년 전만해도 한 두 곳에 불과했는데 서너 배 증가했다. 일을 마친 후 하나 둘 동호회 음악실에 몰려들어 저마다 악기를 들고 연습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보는 그 자체가 행복하다. 잘하고 못하고는 중요하지 않다. 색소폰의 선율에 취하는 사람, 드럼의 리듬감에 취하는 사람, 세시붕 친구 방송 이후 기타를 배우는 사람들의 수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색소폰을 배운지 1년 정도 지났을 무렵 미국 출장을 간 적이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비행기를 타고 귀국하던 비행기 안에서 무료함을 해소할 마음으로 종이에 오선지를 긋고 생전 처음 어설프지만 2개의 곡을 썼다. 그 곡을 선생님께 보여드렸더니 가능성이 있다고 칭찬해주셨다. 매일 새벽마다 머릿속을 스치는 느낌을 곡으로 표현하기 시작했고 그해 연말 즈음 자작곡의 수가 85곡에 이르렀다. 금년 초, 우연히 지방 시향에서 오케스트라 편곡을 하던 선생님께 자작곡을 보내게 됐다. 그분의 첫 소감인즉, 작곡을 배운 사람은 이렇게 곡을 만들지 않지요. 그렇지만 풍부한 상상력과 표현은 칭찬할 만합니다. 제가 곡을 다듬어보고 싶은데 어떠세요? 이런 뜻밖의 답을 받았다.아마추어 뮤지션 많아져야이렇게 숨을 쉬게 된 곡들을 지방 시향 출신 뮤지션들이 정식으로 연주하기 위해 매주 목요일마다 모여서 연습하고 있으니, 어려서부터 음표만 보면 자지러지던 필자로서는 실로 꿈같은 일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노래에 취해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사람, 노래에 취해 함박웃음을 머금을 수 있는 사람이 가득한 사회는 행복한 사회다. 리스만이 고독한 군중을 설파한 1950년대보다 반세기가 지났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고독해 한다. 음악의 선율에 취해 행복해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 고독의 양이 조금은 반감되지 않을까 싶다. 악기를 배우고 싶은데 주저하는 분이 있다면, 오늘 용기를 내어 음악실의 문을 두드리는 것은 어떨지? 연주하다 틀려도 용서받을 수 있는 행복한 아마추어 뮤지션이 많아지는 세상, 그런 세상을 꿈꿔 본다. 한범수 한국관광학회 회장 경기대 관광개발학과 교수

경쟁 문화의 본질

지난 달 카이스트 사태가 한동안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다. 올해 들어 네 명의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에 그 누구도 이를 우연으로 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등록금 차등제, 100% 영어 강의 제도 등 이 학교의 총장이 도입한 경쟁 시스템을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그래서 서남표 총장도 등록금 차등제를 폐지하고 영어 강의 제도를 일부 개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경쟁 시스템은 필요하다고 말한다. 카이스트를 세계 상위권 대학의 반열에 올려놓은 것은 경쟁 시스템으로의 개혁이었다는 것이 그 논거다.그렇다면 무엇이 잘못이란 말인가? 우리는 여기서 논리적 모순에 빠져든다. 내가 보기에 이러한 모순은 우리가 경쟁 시스템과 경쟁 이데올로기를 혼동하는 데서 연유한다. 요컨대, 경쟁 시스템이 문제가 아니라 경쟁 이데올로기가 문제인 것이다. 경쟁 시스템은 경쟁을 기반으로 하는, 전적으로 나쁠 것도 없고 또 전적으로 좋을 것도 없는,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조직 운영 시스템이다.경쟁만이 최선은 아냐그러나 경쟁 이데올로기는 다르다. 이것은 경쟁만을 최선의 것으로 믿는 집단적 사유이다. 경쟁에서 이기는 것은 그저 잘한 것이 아니라 최고의 선과 동일시된다. 그래서 학점이 좋은 사람은 단지 학업성과가 좋은 학생이 아니라, 유능한 사람이고 학교에 도움이 되는 사람, 학교를 빛내는 사람으로 간주된다. 반면에 학점이 낮은 학생은 단지 이번 학기에 학업성과가 좋지 않았던 학생이 아니라, 무능력한 사람, 낙오자, 학교에 도움이 안 되는 사람과 동일시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경쟁 이데올로기는 낙인 찍어버리는 힘을 갖고 있어 무섭다. 이러한 힘은 올리비에 르불(Olivier Reboul)의 지적대로 익명적 사고라는 점, 즉 생각해낸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도 모든 사람들이 믿는 바이기 때문에 그만큼 강력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유교적 출세주의와 결합하여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욕망을 넘어서 집착의 형태를 띠고 있다.경쟁 이데올로기는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집단획일주의와 결합하여 더욱 큰 힘을 행사한다. 경쟁 이데올로기는, 학생 개개인의 고유한 특성과 각자가 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경쟁이라는 하나의 기준으로만 줄을 세울 뿐이어서, 학생이 변명을 하기가 어렵고, 이런 분위기로 인해 남에게 문제 해결의 도움을 얻을 수도 없다. 이럴 경우 자살은 피할 수 없게 된다. 사실 카이스트에는 지도교수 상담과 맨토링 등 많은 좋은 시스템을 갖추어져 있다. 그러나 문제는 시스템이 아니라 그것이 필요할 때 제대로 작동하지 하는 것을 경쟁 이데올로기가 질식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요컨대 경쟁 이데올로기는 언로를 막는다. 왜? 그것은 총장과 학교 당국에 의한 권력의 담론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소통 이론가 도미니끄 볼통(D. Wolton)은 소통은 협상이라고 했다. 서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끼리 소통하기 위해서는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즉 협상하는 자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합리성 뒤에 숨겨진 위험경쟁 이데올로기는 경쟁을 통해 발전을 꾀한다는 합리성을 표방하지만 그로 인한 위험은 은폐한다. 이러한 경쟁 담론을 정치권과 언론은 물론 심지어 학교에서조차 대량생산하고 있다. 암암리에 경쟁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단언하고 다른 패러다임은 아예 생각조차 못하게 하는 권력의 담론이 우리의 사고를 어지럽히고 있다.카이스트에 이 학교에서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라는 대자보가 붙었다. 하지만 나는 이것이 결코 이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 대학들, 나아가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이 글을 쓰게 된 동기이다. 박만규 아주대학교 불어불문과 교수

김연아와 아리랑

지난달 30일 김연아 선수는 러시아 모스크바의 메가스포르트 아레나에서 열린 2011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에는 김연아의 우승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프리 스케이팅의 배경음악에도 뜨거운 관심이 집중됐다. 오마주 투 코리아(Hom-mage to Korea, 대한민국에 대한 존경) 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프리 스케이팅 프로그램을 연기하는 동안 김연아는 세계선수권대회를 통해 전 세계에 한국의 아리랑이 울려 퍼지게 했다. 이 음악은 서희태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 음악단장과 드라마 짝패의 음악을 만든 지평권 음악감독, 미국 영화음악의 거장 로버트 버넷이 함께 편곡했다고 한다. 오마주 투 코리아라는 또 하나의 아리랑은 세계인이 공감하기 쉬운 서양의 음악 언어인 오케스트라로 연주됐다. 의상 역시 한국의 산과 그 사이로 흐르는 강의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종이와 먹 대신 천과 보석이 사용된 한 폭의 산수화가 연상되는 작품이었다. 이상봉 디자이너의 작품이다.전세계에 울려퍼진 아리랑아리랑은 한민족의 대표 음악이자 상징이다. 의미 있는 순간마다 전 세계를 향해 울려 퍼지던 선율이 바로 아리랑이다. 1991년 4월29일 일본 지바현 닛폰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단체결승전에서 최초의 남북 단일팀인 코리아가 대회 9연패를 노리는 중국을 누르고 감격의 우승을 차지했다. 시상식에서는 한반도를 그려 넣은 단일기가 오르고, 남북이 한 목소리를 부르는 단일팀의 단가 아리랑이 울려 퍼졌다. 역사적인 이 순간을 전 세계인들이 방송으로 지켜봤다. 2008년 2월26일, 로린 마젤이 지휘하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북한의 동평양대극장 무대에 섰다.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공연이었다.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이틀 뒤인 2월28일 예술의 전당 무대에 서는 것으로 평양과 서울을 잇는 한반도 평화의 순례를 마감했다. 이 두 무대에서 최고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앙코르 곡으로 연주된 아리랑환상곡이었다. 아리랑환상곡은 민족의 역사와 정서를 통합할 수 있는 단순성과 생명력을 담고 있으면서 동서양의 보편적 음악 표현 수단인 관현악으로 편곡해서 누구에게든 거부감을 주지 않으며, 서양악기와 개량 국악기가 조화를 이루어 배합관현악곡의 풍부한 음색을 자랑한다. 민족 정서의 원형질을 세계인들과 음악적으로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역사적 사건이었다.아시아권의 피겨 선수들은 지금 뛰어난 실력으로 세계 최정상의 자리에 올라 있다. 그렇지만 아직은 배경음악을 선택할 때 인지도가 높은 서양의 명곡을 주로 사용한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피아졸라의 탱고나 비제의 칼멘, 그리그의 페르퀸트 모음곡,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 등 민족적 색채가 짙은 작품들이 피겨 선수들의 음악으로 자주 사용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민족과 대한민국을 알리다그런 점에서 우리 민요 아리랑을 위주로 편곡된 음악을 프리 스케이팅 배경음악으로 선택한 것은 김연아 선수에게는 모험이자 자신감의 표현이었다고 이해할 수 있다. 한민족과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아리랑을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사용함으로써 세계적 문화 브랜드로 만들려는 의지는 진정 환영할 일이다. 자신을 낳고 키운 조국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오마주 투 코리아로 보여준 김연아 선수의 연기는 그런 면에서 금메달 이상의 값진 성공이었다고 판단된다. 앞으로 창작을 하는 예술가와 기획자들 역시 아리랑을 세계화하는 데에 힘을 보태 오마주 투 코리아로 연결되기를 바란다.김동언 경희대 아트기획학과 교수 수원화성국제연극제 기획감독

매력적인 도시의 문화경관

최근 경북도청은 걷고 싶은 흙길 12곳을 연내에 마련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12개 시군마다 1개씩 고유의 역사, 문화장소를 지정하고 이를 관광자원으로 연계된 녹색길로 재창조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안동하회마을과 이웃 병산서원을 잇는 5.5㎞의 흙길, 영주 풍기인삼 흙길, 낙동강의 하천길 등이 포함되어 있고 가능한 인공 가공물은 최대한 제거할 예정이라고 한다. 자연의 풍광, 옛 역사로의 여행이 체험적으로 반응함으로써 감동과 경외감, 자연과 역사가 빚어내는 신비로운 즐거움이 배가될 것 같다.시멘트 속에 파묻혀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자연이 제공하는 경이로운 아름다움과 인간이 만들어 놓은 공간적 아름다움에 감탄하곤 한다. 흔히들 풍광이 빼어나다, 풍치가 있다는 말은 산수의 지세와 조화가 남다른 곳을 말한다. 조선시대 문인들의 화첩과 문집을 보면 각 지역마다 팔경에 대한 그림과 시를 적어 놓으면서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가감없이 표현하곤 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들이 살고 있는 도시와 지역은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삶의 감흥이 사라진 삭막한 공간으로 변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우리 도시들 너무 무미건조해효율성과 경제성이 강조된 도시공간은 획일화된 건축물, 간판으로 포장되기 마련이다. 재미있고 아기자기한 도심을 만들 수는 없는 것인가? 세계적으로 문화도시, 역사도시, 전통도시 등의 칭호를 가지고 있는 도시들이 적지 않다. 이러한 도시에 가보면 자연적 요소와 건축 등 기타 구조물의 앙상블이 자아내는 도시미가 있음을 알게 된다. 즉 경관이 빼어나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도시들은 너무 획일화되어 있고 무미건조하다.세계유산 화성을 화성성역의궤에 따라 많은 돈을 들여 복원하고 있지만 서장대에서 바라 본 수원시내의 경관은 역사도시, 문화도시, 전통도시라 하기에는 부족하다. 그저 어떤 삭막한 도시를 내려보고 있는 듯하다. 만약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의 정상에서 시내를 내려 본다면 무엇이 차이가 있는지 확연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역사도시 전체의 건물색, 건물의 크기, 녹색공간과의 자연스러운 조화는 이 도시야말로 헬레니즘의 고향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찐힌 감동이 오래 간다. 단지, 오래된 사찰과 사적지가 있다고 해서 역사도시라고 한다면 지구상의 모든 도시들이 다 역사도시일 것이다. 문제는 미시적인 접근이 아닌 거시적 접근에서 역사도시 경관을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미국 UC 버클리 대학의 유명한 지리학자였던 칼 사우어(Carl O. Sauer)교수는 경관의 중요성을 강조한 교수로 유명하다. 그는 자연이라는 물감으로 문화라는 화가가 그린 결과가 문화경관이라고 말했다. 우리의 도시경관을 모두 문화경관, 전통경관으로 바꾸자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도시의 문화적 경관이 빼어나지 않으면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을 것이고 온다 하더라도 감흥 없이 되돌아 갈 것이다. 주민지방정부 함께 힘써야남한산성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한다는 세계적 브랜드 획득 전략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하고 더 많이 공들여야 할 것은 도심의 전체적인 분위기, 저마다의 특성을 가진 고유한 문화경관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 문화적 브랜드는 누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주민과 지방정부가 혼연일치가 되어 만드는 것이다. 사우어 교수가 강조했듯이 도시의 좋은 역사적, 자연적 요소들을 현미경 보듯 부분적으로 보지 말고 각 요소들을 연결시키는 문화라는 화가가 되도록 애를 써야 우리의 도시공간이 훌륭한 문화경관으로 거듭나지 않을까 한다. 허권 유네스코평화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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