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로 시작된 경제 한파는 문화예술계라고 예외일 수 없었다. 대체적으로 항상 경제가 어렵다고들 해 왔지만 요즘은 IMF 때보다 더하다고 하니 그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 지 짐작하게 한다. 불황이 극심하다지만 연초가 되니 신년음악회를 비롯해 공연들마다 다양한 클래식 연주회를 관객에게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공연을 통해 연주곡들을 감상하게 되지만, 사실 편성이나 곡에 대해 많은 지식을 갖고 있는 관객은 그리 많지 않다. 이를 테면 교향악단은 보통 2관 또는 3관, 4관 편성으로 나누어지는데, 여기서 편성의 기준은 목관, 금관악기 연주자 수에 따라 구분된다. 예를 들어 오보에, 플루트, 클라리넷, 바순, 호른, 트럼펫, 트럼본 등의 주자가 2명씩일 때는 2관 편성, 3명씩이면 3관 편성, 4명씩이면 4관 편성이라고 한다. 2관 편성의 경우 단원수는 60명 내외이며 3관은 80명, 4관은 100여명 규모다. 따라서 교향악단은 목관, 금관악기 숫자에 따라 전체 단원수가 결정되는 셈이다. 주로 모차르트나 베토벤 등 고전파의 곡은 2관 편성으로 소화할 수 있지만 브람스 등 낭만파 이후의 교향곡들은 3관 이상으로 편성하는 경우가 많다. 교향악을 감상하기 위해 객석에 앉아있다면, ‘과연, 이렇게 많은 연주자들은 연주 후 받는 공연수당이 얼마나 될까’라는 궁금증을 가질 만하다. 국내 오케스트라 단원의 출연료는 연주형태나 성격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1회 공연에 한 사람이 20만~30만원 정도를 받는다. 연주시간은 휴식시간을 포함해 대게 2시간가량이지만 연주자들의 악기 종류나 연주법이 각기 다르니, 그에 따른 시간별 수입을 따져보는 것도 흥미롭다. 오케스트라 중에서 가장 바쁘게 움직이는 주자들은 바이올린 파트다. 바이올린 연주법 가운데 ‘트레몰로’는 활을 불과 1~2초 사이에 수차례 움직이는 연주기법이다. 평균 1초에 한 번씩 활을 올렸다 내렸다 한다고 했을 때 연주시간 120분 동안 7천2백번의 활이 오르내리는 셈이다. 따라서 7천200번을 30만원으로 나누면 1초에 약 40원 꼴이지만 보통 연습시간 4회까지 포함하면 활을 한번 움직일 때마다 약 10원을 버는 것이다. 첼로나 비올라 등은 바이올린보다 덜 바쁘게 활을 움직이는데 대략 계산해 보면 1회 움직임에 약 20원 정도를 벌고, 그보다도 조금 덜 바쁜 콘트라베이스는 약 40원 정도를 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관악기 파트의 플루트나 오보에, 클라리넷은 한번 불 때마다 약 100원 정도, 관악기 중에서 별로 바쁘지 않은 호른이나 튜바 등은 한 번 불 때마다 몇 백원에서 몇 천원 정도의 몫이 돌아가는 셈이다. 이처럼 시간당 푼돈(?)으로 계산되는 현악, 관악 파트 연주자들과 달리 타악기 주자들은 움직임에 비해 꽤 목돈을 번다. 팀파니는 스틱을 한번 두드릴 때마다, ‘2천원, 3천원…’하고 계산이 되지만 트라이앵글이나 드럼은 ‘2만원, 3만원…’ 한다. 그러나 심벌즈와 큰북은 이보다 훨씬 많은 ‘5만원, 10만원…’ 할 테니 힘 덜 들이고 돈 버는 것 같다. 하지만 타악기 파트에서 잠깐 실수라도 하면 그날 연주회는 완전히 망쳐 버리게 될 정도로 중요해 순간순간 확실한 역할을 해야 한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로, 필자가 오래 전 공군 군악대에서 군복무 했을 때 한 행사에서 애국가를 연주하는데 딱 한 차례 등장하는 심벌즈가 주자의 실수로 엉뚱한 때 심벌즈가 울리고 말았다. 결국 이날 연주는 우스운 모양이 됐고, 심벌즈 주자는 연주가 끝난 뒤 어떻게 됐는지는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중요한 타악기이니 만큼 다른 악기에 비해 손쉽게 일당(?)을 챙긴다고만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박인건 경기도문화의전당 사장
오피니언
박인건 경기도문화의전당 사장
2009-01-23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