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즈음 문화유산으로 밥벌이를 하고 있다. 주로 경기도 각 지역의 택지 개발이나 도로 건설 예정부지의 문화재 조사보고서를 쓰기도 하고, 또 그 중 의미 있는 문화유산을 복원·정비·활용하기 위해 연구하고 실행하는 일을 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융건릉, 용주사와 연계되어 효 문화타운 소재의 하나로 되어 있는 만년제, 고대 동아시아의 강자 고구려의 경기도 내 군사유적인 보루, 북한산성 내의 조선시대 행궁 등이 그 대상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이 고마운 밥벌이 문화유산에 대해 진정으로 고마워하고 있는가. 나는 내심 이런 문제의식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가져왔다고 생각하고 있다. 대학에서의 내 전공이 경제학이었지만, 그냥 밥벌이에만 연연해서는 안 되겠다고 느꼈기에 우리 역사도 공부했었다. 또한 기껏 유행가나 투쟁가 주변이나 맴돌며, ‘아름다운 우리나라’라고 쓴 붓글씨가 초등학교 뒷벽에 붙던 정도 실력으로 예술행정에 종사하였고, 또 그런 정도의 안목으로 우리 문화유산 조사·연구에 끼어들면서 꽤나 고민도 많이 했던 것으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문제의식에 대한 해답은 그리 신통치 않다. 근자의 숭례문 방화사건으로 문화유산이 또 다시 세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온갖 반응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 것으로 밥벌이를 하는 자들도 더 바빠지고 있다. 그럴수록 문화유산과 밥의 관계에 대한 나의 고민은 더욱 깊어만 간다. 그 가치, 그 미학의 문제이다. 무자년 새해 들자마자 내 전공인 고려사의 중심무대였던 개성의 문화유산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그 길에는 우리나라 최고의 문화 답사 전문가도 동행하였다. 나는 평소에 그의 글을 접하면서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관점을 관광안내원 수준으로부터 문화중개인을 거쳐 종군기자로까지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느껴오고 있었다. 이날 나는 운 좋게도 그의 이런 고민의 일단을 확인하는 계기를 가지게 되었다. 그는 다소 소홀하고 어지러운 문화유산 관리를 지적하면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모았다. 현재의 어려운 경제상황을 감안하여 그 전시 공간, 부대시설, 조명 등은 잠시 접어두자고 했다. 문제의 핵심은 관점인데, 이것이 전시 유물을 어지럽게 보이게 하는 주요한 이유라고 지적하였다. ‘그들은 입만 열면 봉건통치배’라 부르는데, 바로 그 이데올로기 때문에 그 문화유산이 가진 최고의 미학을 제대로 구현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과연 최고의 권력이 최고의 미학일까.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도킨스는 아름다움은 효율성의 문제라고 명쾌하게 해석하였다. 벌레잡이통풀을 예로 들면서, 생명체는 최소한의 에너지로 자기를 유지하려고 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고 설명한다. 이것이 바로 그 개체의 특성을 규정하는 효율성이며, 이것만으로 그 생명체는 충분히 아릅답다고 한다. 그의 존립을 위해 벌레들을 유인해야 하니까. 이와 더불어 생명체는 자기의 합목적성을 갖는데, 이것이 자기의 정체성, 개성을 규정하며, 바로 이 개성 때문에 다른 무수한 종류들과 함께 어울려 보편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문화유산도 그의 일생을 가지는 하나의 생명체로 보면 어떨까. 효율성과 합목적성, 특성과 개성을 가지고 삼라만상이 서로 보편적으로 어울려서,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으며, 그러면서 그 종족을 재생산하는 그런. 윤한택 기전문화재연구원 전통문화실장
오피니언
윤한택 기전문화재연구원 전통문화실장
2008-02-22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