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중국간의 FTA(자유무역협정) 제1단계 협상이 16개월만인 지난 9월 초 타결됐다. 일반적으로 FTA협상은 보통 단계별 협상을 거치지 않고 전면적인 협상을 하는데, 이번 한중 FTA는 농수산물 및 일부 제조업에 대한 국내의 우려를 감안해 1단계에서 민감품목 보호범위를 정한 후 2단계에서 전면적인 품목 협상을 진행하는 방식을 택했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1992년 수교이래 20여년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인적교류 등 모든 분야에서 상호보완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세계에 유례없는 발전성과를 달성하였다. 1992년 수교 당시와 비교해 볼 때 양국간 교역액은 64억 달러에서 2천151억 달러(2012년, 품목수 1만2천개)로 33배 증가하였으며 2004년 이후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중국은 우리의 최대 무역수지 흑자국인데, 2012년 현재 수출 1천343억달러, 수입 808억달러로 대(對)중국 무역수지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인천의 경우 대(對)중국 수출은 미국과 일본을 제치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수입도 인천의 최대 수입국이다. 한중 FTA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우선 중소중견기업의 중간재최종소비재의 수출확대, 중국진출기업의 U턴글로벌기업 국내투자 확대(미국, 일본, EU는 중국과 FTA 미체결), 한반도 역외가공 인정(원재료 및 부품을 수출해서 역외에서 가공한 후 재수입한 최종 물품에 대해 원산지 지위를 인정)을 통한 북한의 개방유도와 이에 따른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체제 구축 등이다. 하지만 한중 FTA가 중소기업에 미칠 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되는 것에 비해 중소기업의 준비상태는 미비한 상황이다. IBK경제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절반 이상이 한중 FTA체결에 대해 긍정적 영향을 기대하면서도, 준비하고 있는 기업은 9.5%에 불과하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중저가 제품을 생산하고 기술수준이 낮은 중소기업에게 한중 FTA는 업종별로는 약간의 차이는 있겠으나 대체로 중국의 중저가 제품이 유입되면서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인천의 경우 자동차의 핵심부품 생산기업은 판로가 넓어질 것으로 기대되는데 비해 단순부품 생산업체의 경우는 입지가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영세한 부품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생산시스템의 혁신과 기술개발 노력이 요구된다. 철강업종의 경우는 지속적인 설비개선과 신제품 및 기술개발을 통한 제품의 고급화로 중국제품과 차별화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
일반기계 업종은 설비확충 등 기술경쟁력을 기반으로 중국에 대한 비교우위를 유지하면서 상황변화에 부합하는 맞춤형 제품을 공급하는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가구생활용품 등 소비재는 고율 관세 폐지로 인한 수출증가가 예상됨에 따라 생산량 확대를 위한 설비투자 확대하는 한편 중국산 저가 제품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중 FTA는 준비된 기업에게는 경쟁력 제고와 새로운 사업 기회로 한단계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이다. 한중 FTA 1단계 협상이 준비회담이라면, 2단계 협상은 분야별 협상의 실제내용을 채워가는 사실상의 진짜 협상이다.
우리가 한중 FTA를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이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다시한번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이와 함께 기업들은 한중 FTA 뿐만 아니라 글로벌 재정위기, 유럽 재정위기 등 불경기 극복을 위한 R&D와 디자인개발, 마케팅, 고부가가치 제품생산 등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재식 인천상공회의소 서북부사무소장
오피니언
김재식
2013-10-09 1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