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당신은 이 절규를 듣습니까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다시 이루어진다. 10월 20일~26일 금강산에서 모두 7일간 2박3일씩 1, 2차로 나뉘어 진행된다고 한다. 이번에도 한적(韓赤)은 신청자 중 생존자를 대상으로 상봉 인원의 5배수를 뽑아 상봉 의사와 건강상태 등을 확인해 2배수 가량으로 압축한 뒤 북측과 생사확인 의뢰서를 교환했다고 한다. 몇 명이나 상봉을 할까? 제대로 상봉이 이루어지기는 할까? 무슨 핑계가 또 끼어들지는 않을까.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지금까지 19차례나 만남을 가졌지만 횟수를 거듭하면서 이런저런 사건들로 인해 끊기고, 이어지기를 반복해 오느라 상봉 인원은 채 2천명을 넘지 못한다. 상봉신청 등록 이산가족이 2006년 12만 5천여 명이었고 지난 7월 현재 6만 3천여 명으로 그동안 절반가량이 세상을 떠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상봉행사가 정례화 돼 매달 100명씩이 만난다고 해도 신청자 중 남아있는 사람들이 한 번이라도 만나려면 55년이 걸린다고 하니 이건 상봉이 아니라 그냥 ‘상봉 행사’에 그치고 있다는 느낌이다. 나는 ‘이산가족 상봉’ 소식만 듣게 되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아버지 형제가 10분이나, 어머니 형제가 4분이나 북한에 사셨는데 그러나 우리는 한 번도 상봉 신청을 한 적이 없고, 그 쪽에서 찾은 적도 없었다. 1985년인가 처음 이산가족이 남북을 오가고, 그 후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받는다고 했을 때 나 는 어머니를 모시고 고향에 가 일가친척들을 만나볼 수 있겠다 싶어 흥분했던 기억이 새롭다. 인천에 계시던 어머니에게 한달음에 달려갔었다. 몇 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의 대답은 간단했다. “그 놈들 못 믿어!” 그 이후 19차례 이산상봉, 7차례 화상 상봉이 진행돼도 일언반구 말이 없으셨다. 어머니인들 왜 가족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이 없으셨을까. 가족들 얘기를 들려줄 때면 늘 목소리가 떨렸고, 말이 끊겼고 눈물을 보이곤 했었다. 6.25가 터지고 공산당 치하에서 어머니는 남편과 큰 아들을 남한으로 몰래 빼돌렸다가 어깨가 빠지고 팔이 부러지는 모진 고문을 당했었다. 며칠 전 모 신문의 ‘한신(韓迅) 선생’에 관한 기사를 읽으면서 나는 어머니를 떠올리곤 눈물을 머금어야 했다. 그는 함흥 출신으로 9형제의 둘째, 남자로는 첫째로 3달을 기약하고 떠밀려 트럭에 올려 진채 ‘흥남 철수작전’ 피란민 대열 속에 있었다. 그리고 65년을 가족을 그리워하며, 가족을 떠나 피란 나온 것을 평생 후회하며 살다가 지난 4월 타계했단다. 가족에 관한 그리움을 ‘절규’한 시집을 9권이나 낸 시인이면서 19번 진행된 이산상봉에 한 차례도 신청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유는 “죽어도 다시는 그런 이별을 할 수는 없습니다.” 이산 상봉이라는 게 정해진 절차에 따라 몇 시간 만나보곤 평생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는 약속에 다름 아니냐는 것이다. 이건 가족과의 만남이 아니라 다시 생이별을 시키는 짓 아니냐고 양쪽 당국을 향하여 목이 터져라 절규를 한 것이다. 천안함 사태로 5.24 조치가 취해지고, 박왕자씨 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끊겼는데도 개성공단은 이어지면서 이산가족 상봉은 왜 중단돼야 하나. 이산가족 상봉을 약속해 놓고도 로켓 발사니, 대북전단 살포니 갖가지 핑계로 무산된 게 몇 번인가. 남한은 성과를 올리기 위해, 북한의 선심에 매달리는 모습 같아 가슴에 울화가 치민다. 이게 성과와 선심의 문제인가. 상봉 규모 확대, 정례화, 상시화, 편지교환과 화상 상봉에 노력했으면 지금쯤 상호 왕래와 통일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을까. ‘인륜’을 정치 무대에 올려놓고 장난질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인천시론] 우리사회의 진정한 진보

우리 사회에서 이른바 진보적인 사람이라 함은, 반드시 새누리당과 대기업을 비판하는 사람만을, 학생운동이나 시민운동 그리고 노동운동 경력자만을, 복지와 임금인상을 주장하는 사람만을, 야당 당적을 두거나 이들에게 표를 던지는 사람들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 그 자체에 대한 과학적 비판을 토대로, 자기 삶의 영역에서 자본주의를 뛰어넘는 새로운 경제사회 시스템을 생각하고 또 실천하는 사람이 진정 진보적이다. 이런 생각과 실천 없이, 백날 서민을 협동조합을 그리고 남북통일을 외쳐본들 보수적인 아니 수구적인 이에 지나지 않는다. 낡은 진보 또는 가짜 진보 청산.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가 내놓은 당 혁신안을 아무리 훑어봐도 진정 이 당에 필요한 이 문제에 관한 위기의식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진보는 늘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인데 그러한 뜻의 진보에 형용사 낡은이 웬 말이냐며 되레 반박하는 이들이 많다. 즉, 이 당에 속한 사람들이 금번 혁신위의 안에 대체로 찬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진정으로 혁신하는데 있어 가장 절실한 과제는 낡은 진보 청산, 즉 진보 또는 개혁의 탈을 쓰고 보수의 흉내를 내는 이른바 가짜 들을 제대로 걸러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486, 학생운동, 복지, 친노동, 남북관계 개선 등을 운운하며 있는 대로 진보적인 척 개혁적인 척 폼 잡다가 선거 때나 실제 행정 및 입법 과정에서는 수구 보수 진영보다 더 보수적이고 또 시장주의적인, 자기배반적인 인사들이 새정치민주연합엔 너무 많다. 새로운 진보니 합리적 진보니 떠들어대면서도 정작 지방선거나 총선에서 내놓는 이들의 공약에 녹아든 정책 또는 이념의 기조를 보면, 고속도로 증설이나 전시적 성격이 강한 인프라 건립을 위한 대규모 토건공사, 외국자본 및 외국기업 유치에서 지역경제의 동력을 찾는 이른바 외부의존형 지역개발, 영리병원 설립 및 골프장 유치 찬성 등, 사실 새누리당과 아무런 차별성이 없는 낡고 보수적인 정책을 내놓는 가짜 진보가 새정치민주연합에는 수두룩함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이율배반적 행태를 보이는 인사들이 당의 기득권과 의사결정권을 독점하고 있고 게다가 대선후보로까지 거론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을 어찌 진보적인 노선을 고수하는 야당이라 평가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가짜가 판을 치는, 좀 점잖게 말하면 낡은 진보가 판을 치는 정당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진보란 단어에 낡은이라는 뜻의 형용사를 왜 못 붙이는가? 구미에서도 유연하지 못한 또 현실적이지 못한 좌파를 낡은 좌파(올드 레프트)로 규정해오고 있지 않는가? 그래도 경직적이라 비판을 받을 정도로 맑스주의 이념 하나에만 충실했던 이들을 아예 속과 겉이 다른 새정치민주연합의 저질 인사들, 즉 낡은 진보 또는 가짜들에 빗대어 언급하는 건 자신의 이념에 충실했던 그 우직한 올드 레프트들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 행위이지만 말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을 위해서는 당의 이념적 입장을 확고히 정립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그 정립된 당의 이념 노선을 제대로 체화하여 이에 정합적인 정책을 공급할 수 있는 인사만으로 당을 구성하는 것이 절실하다. 즉 새누리당과 분명히 대립되는 정책적 입장과 노선을 밝히고 이에 정합적이지 않은 정책 행보를 보이는 가짜 인사들을 모조리 퇴출시키는 것을 금번 혁신안의 핵심으로 제시했어야 했다. 솔직히 이들을 낡은 진보로 규정하는 것 자체가 이들에 대한 과대평가이다. 왜냐하면 이들은 사실 흉내만 낼 뿐 진보는커녕 보수에 속하는 그룹 아닌가. 부패 척결도 새로운 인재 영입도 당의 혁신을 위한 중요한 과제이지만,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국민을 이념적으로 기만하는 이 낡은 진보들이 이 당에 득실거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가짜들의 당적을 새누리당으로 옮기게 하던지, 민정당을 다시 창당하게 하던지, 아니면 공천에서 탈락시키는 것, 바로 이것이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을 위한 첫걸음이지 않을까. 양준호 인천대학교 교수

[인천시론] 건강의 오해와 진실

대부분 병원을 가면, 진료에 앞서 혈압을 측정하게 된다. 연령대별로 그 정상범위의 수치에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120/80mmHG이면 정상이라고 한다. 또 당뇨를 측정할 때도 8시간 공복상태에 혈당이 100mg/dl 보다 낮으면 정상이라고 한다. 이러한 기준들은 의학적으로 신체적 정상여부를 판정하는 기준이다. 우리는 정상여부의 기준이 마치 자신이 건강하다는 안심의 수치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어찌 보면 굳이 틀린 말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의학적 건강상태를 판정하는 수치들이 대부분 정상범위에 있고 우리의 몸이 아프지 않다고 해서 과연 건강하다고 말 할 수 있겠는가? 삶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건강임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즉, 건강해야 인생을 즐길 수 있고, 인생의 즐김은 곧 행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강이란 무엇인가? 과거에는 몸이 아프지 않고, 병이 없으면 건강하다고 판단했지만, 시대적 변화에 따라 건강의 개념도 달라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건강이란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그리고 영적으로 완전히 행복한 역동적 상태이지, 단순히 질병이나 병약함이 없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건강을 정의하고 있다. 그렇기에 의학적인 소견만으로 온전한 건강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명쾌히 건강상태를 판단 할 수 있을 것인가? 그 답을 하기에는 복잡한 변수들이 너무도 많다. 그 이유인 즉, 심리적 사회적 건강이란 부분이 관여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주관적 차원에서 해석될 여지의 것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만약 건강이 행복을 위한 수단적 차원에 사용될 용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우리는 궁극적으로 행복이라는 추상적인 이유 때문에 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건강 없이 행복도 없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가 알고 있는 의학적 정상범위의 기준에 근거한 건강만으로 자신의 건강하다는 안심은 분명 위험한 오해이다. 마치 불행하지 않다고 해서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병이 없다고 해서 건강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몸과 마음이 함께 건강 할 수 있는 자신만의 건강 챙김 노하우 만들기를 해야 한다. 우리는 100세 시대라는 말이 그리 낯설지 않은 용어가 된 장수 사회에 살고 있다. 과거에 상상하지도 못한 100세 시대. 듣기만 해도 가슴 설레는 소리가 아닐 수 없다. 진시황제가 지금 시대에 살고 있다면 얼마나 기뻐할 소리인가? 그러나 우리의 건강이 행복을 위한 절대적 수단이라면, 지금의 100세 시대는 의료과학기술이 불러올 재앙이 될 수도 있다. 필자는 인천시론을 통해 건강과 행복에 대한 소소한 챙김의 기술과 일상에서의 실천법 등을 독자에게 안내할 계획이며, 이를 접하는 독자들에게 있어서 건강과 행복 챙김의 작은 기쁨이 일어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은석 가천대 운동재활복지학과 학과장

[인천시론] 교육환경 개선 위한 제언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를 넘어 미래의 창조경제 사회에서는 창의적인 우수한 인재에 의해 국가경쟁력이 판가름 난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말이다. 그러면 창의적인 인재의 양성을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필자가 그동안 일관되게 주장해 왔듯이 국가나 지역이나 교육환경의 개선이 그 첫째일 것이다. 특히 지역에서는 우수한 인재를 발굴 육성하고 우수한 인력이 모여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과제라 하겠다. 그럼 인천의 교육환경은 어떠한가? 지난해 인천시장으로 당선된 유정복 시장은 인천교육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해 들었다. 이러한 그의 관심이 앞으로 인천시의 정책에 어떻게 반영되어 나타날지 주목해 볼 일이다. 하지만 인천시의 교육정책은 인천시 교육청의 교육감이 인천의 교육에 대해 어떠한 자세를 가지고 교육관련 전문가, 그리고 시민과 호흡해 나갈지에 따라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인천시 교육청의 인천교육에 대한 정책에 대해서도 주목해 보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인천 지역의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협의체로서 가칭 인천 교육환경 발전위원회를 설치, 구성하여 인천이 국제도시에 부합하는 교육환경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단기 및 중장기 발전 방안을 마련할 것을 제언하는 바이다. 이 위원회에서는 여러 가지 교육정책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겠지만, 예를 들어 당면한 몇 개의 과제에 대해 언급하자면, 우선적으로 내년부터 개교하게 되는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한 인천시와 교육청 차원의 대응이다. 이러한 교육기관은 인천의 대표기관으로 키워줄 필요가 있다. 둘째, 지금 정부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창조경제 구축을 위한 여러 정책 중에 소프트웨어 교육(코딩교육)과 융합교육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한 소프트웨어 중심대학 사업이 진행 중에 있으며, 향후 융합인재교육연구원에 대한 사업도 진행될 것으로 예측되어,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물론 인천시의 재정문제로 매칭과 관련한 사업의 유치에 어려움이 있으나 이러한 기회를 놓친다면 인천시 당국은 인천시민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주게 될 것이다. 소프트웨어 중심대학이나 융합인재교육연구원은 인천지역이 창조경제 구축을 위한 지역의 메카로 자리매김을 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관이다. 더불어 이러한 사업을 통한 자료나 연구결과물은 인천 전 지역의 교육환경 개선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청소년을 위한 교육상담소를 운영해 줄 것을 제안한다. 인천지역 청소년의 교육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연구 및 상담하고, 또한 특히 학교 부적응 청소년을 상담하고 교육할 수 있는 전문 교육 및 연구기관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이러한 사업의 시작은 청소년의 진로 상담이나 취업을 최우선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부의 정책과도 궤를 같이 할 수 있어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았지만, 아무튼 인천지역의 교육환경 개선으로 우수인력의 집중을 통한 지역의 경쟁력 향상 및 지역 이미지 제고는 물론, 청소년들의 교육 및 상담을 통한 건전한 지역사회 문화를 확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인천의 열악한 교육환경으로 많은 우수한 인재가 빠져나갔지만 이제부터라도 교육에 관심 있는 전문가들의 중지를 모아 인천시와 교육청이 인천의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해 나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박인호 인천대학교 교수

[인천시론] 핵무기보다 더 강한 신무기

지뢰가 터지고 대북 확성기가 재가동되고, 포격을 주고받으며 시한부 군사행동이 예고됐다. 남북의 모든 전력(戰力)이 전시상황으로 치달아 온 나라가 일촉즉발의 위기에 빠져들었을 때, 온 국민은 참 당황스러웠다. 전쟁의 참혹함을 몸소 경험한 60대 후반, 소위 애국심으로 뭉쳐 있다고 자부하는 이 세대들은 특히 그랬다. 혈기도, 체력도 고갈되어 어쩌지 못한 채 당황할 수밖에. 그런데 젊은이들에게서 뜻밖의(?) 용트림이 터져 나왔다. 전방에서 전역 일자를 받아 놓은 수십 명의 장병이 전역을 연기하고 전우들과 생사를 같이하겠노라는 비장한 선언을 하고 나섰고 후방에서는 군복과 군화를 꺼내놓고 전의를 불태우며 전쟁이 터지면 곧 일선으로 달려갈 기세를 보였다. 평소에 걸핏하면 반정부 데모나 해 요새 젊은 놈들이라며 못마땅해하던 장년들에게는 충격이었고, 나라를 다스리는 위정자들에게는 큰 힘이 됐고 생각지도 못했던 기쁜 소식이었다. 온 국민이 열광했고 나라(국민)의 사기가 충천했다. 신문 방송 등 각 언론 매체에서도 대대적인 보도를 아끼지 않았다. 우리 젊은이들에게 이런 깊은 애국심이 있었다는 게 놀라웠다.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초기부터 아랍권 국가들과 국가의 존망이 걸린 4차에 걸친 중동 전쟁을 치러야 했다. 1967년 6월 5일 6일 전쟁으로 불리는 3차 중동전쟁 때 당시 이스라엘 국방장관이었던 모세 다얀 장군은 이런 성명을 발표했다. 지금 이스라엘 군대는 막강한 최신 무기로 무장을 완료했다. 이 최신 무기는 이스라엘 전국에 긴급 배치된바, 우리는 이 무기를 사용하여 아랍연합국을 몇 시간 내에 물리치게 될 것이다. 수많은 각국 정보기관이 이 신무기의 정체를 파악하려 애썼지만, 찾아낼 수 없는 가운데 이스라엘은 엿새 만에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 세 나라 군대를 차례로 격파하고 대승을 거둠으로써 6일 전쟁이란 이름의 신화를 남겼다. 다얀 국방장관이 전쟁종료 성명을 발표했다. 우리는 단 세 시간 만에 승리를 확신했다. 그것은 최신 무기인 불타는 애국심 덕분이었다. 이 애국심이라는 신무기를 활용해 우리는 단시일에 적군을 물리쳤다. 땅의 크기에서 밀린다면, 생각의 크기로 맞서야 한다. 생각의 크기 보다 더 강한 게 나라 사랑 즉 애국심이었다. 그것은 핵무기의 위력을 훨씬 뛰어넘었다. 다얀 장군이 불타는 애국심을 신무기로 들고 나온 건 정부와 국민 간의 신뢰라는 바탕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정말 나라를 사랑한다면, 전쟁이 터졌을 때 너도나도 공항으로 달려가는 게 아니라 총칼을 들고 일선으로 향해야 한다. 이런 애국심이라는 신무기의 양산을 바란다면 각계각층의 지도자들, 특히 위정자들이 평소 국민의 존경을 받는 위치에 있을 때 신뢰라는 바탕 위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이번 기회를 통하여 지난 과거를 뒤돌아보고 크게 반성하며, 지금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애국심을 갖춘 채 국민을 이끌어야 하지 않을까. 애국심 고양(高揚) 운동이 위정자들, 고위 공무원들, 경제사회 지도층을 대상으로 대대적, 지속적으로 펼쳐졌으면 한다. 송수남 前 언론인

[인천시론] 인천에는 ‘인천의 은행’이 필요하다

인천엔 인천의 은행이 없다. 인천 기업들에 대해 좀 더 멀리 내다보고 대출해주고 또 좀 더 끈기 있게 신뢰해주는 은행이 없다. 인천 기업들은, 그들의 가장 심각한 경영상의 애로점을 자신을 믿고 대출해주는 금융 파트너가 없다는 것을 손꼽고 있고, 또 인천에는 다른 도시에 비해 수익성을 추구하는 제1금융권 상업 은행들의 경기탄력적인 대출을 상쇄해줄 수 있는 공공적인 지역 금융이 턱없이 부족하다. 큰일이다. 왜냐하면 지역 기업들은 비올 때 우산을 계속 써서 어떻게든 비를 피해야 하는데, 인천의 은행이 없으니 빗줄기가 세다는 이유로 쓰고 있는 우산을 회수당하기 일쑤이다. 인천 기업들은 기업 활동의 가장 기본인 금융으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한마디로 이들은 이들이 활동하고 있는 지역의 기본 인프라의 혜택조차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인천 기업들의 자금수요와 이들에 대한 자금공급 간의 격차를 나타내고 있는 BSI지수는 날로 커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지역금융의 공백 문제에 인천 시정부는 물론이거와 지역 정치권, 그리고 지역 시민사회 역시 아무런 대안을 내놓지 못 하고 있다. 인천의 라이벌인 부산을 보라. 그곳엔 부산의 은행이 있다. 즉 부산 기업들이 마음 놓고 투자하고 고용할 수 있게 하는 지역 차원의 공공적 금융지원 인프라가 작동하고 있다. 부산의 은행은 부산 기업들에 경기에 탄력적인 대출을 하지 않는다. 바꿔 말해, 기업들에 빌려준 우산을 쉽게 회수하지 않는다. 이러니 부산 기업들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투자도 하고 고용도 하고 있다. 이에 반해, 인천에는 인천의 은행 없어 불황기에는 우산 돌려주기에 바쁘니 장기적 차원에서 투자와 고용을 유지할리 만무하리라. 실제로 부산의 설비투자는 경기와 무관하게 유지되고 있는 반면에 인천의 경우 기업들이 공공적인 은행대출의 은총을 받지 못하는 탓에 설비투자와 고용은 경기에 매우 탄력적으로 움직이고 있어, 지역 거시경제의 불안정성이 증대하지 않을 수 없다. 부산에는 지역을 거점으로 하면서 지역의 은행들에 인내심 있는 대출을 제공하고 있는 은행이 있어 기업의 자금조달 사정을 개선시켜줄 뿐만 아니라 지역의 거시 경제적 안정성마저 높이고 있다. 지금 인천은 기업들의 설비투자와 고용을 유도해낼 수 있는 정책도 빈곤한 데다 인천의 은행도 없다. 최악의 상황이다. 인천의 누군가는 인천에는 새마을금고, 신협과 같은 이른바 지역밀착형 금융기관들이 아직은 많으니 지방 은행을 꼭 다시 설립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이건 무슨 궤변인가? 인천의 지역밀착형 금융기관 수가 타 도시에 비해 아직은 많으니 걱정 안 해도 된다 말인가? 라이벌 부산 통계를 자꾸 들어 미안하지만, 부산의 지역밀착형 금융기관의 대출은 경기변동에 전혀 탄력적이지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지역의 기업과 금융소외자들이 그래도 외롭지 않은 불황 견디기를 할 수 있는데 반해, 인천의 그것은 경기변동에 매우 탄력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인천에는 지역밀착형 금융기관들조차 인천의 은행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인천의 경제 정책가들이여, 인천 기업들의 자금조달 위기를 직시하라. 인천에는 인천 기업들과 인천 사람들의 필요를 채워줄 수 있는 인천의 은행이 필요하다. 이는 수익만을 중시하는 은행이 아니라 지역을 고려한 공공성을 발휘할 수 있는 은행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그 잘난 1도 1행의 원칙을 전면에 내세워서라도 인천을 위한 인천의 은행을 다시 설립해야 한다. 양준호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인천시론] 변화는 가장 작은 일을 바로 세우는 것부터

몇해 前 주윤발 주연의 공자-춘추전국시대란 영화가 상영됐다. 영화는 춘추전국시대에 공자가 노나라에서 순장으로 인해 죽어야하는 어린 노비를 구출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공자는 당시 최고 권력층에 도전하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한 명의 어린 노비를 구명하게 된다.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당시 최고 고위직이 임종과 함께 자신이 가장 아낀 이를 함께 묻어 달라는 유언으로 죽을 수 밖에 없게 된 어린 소년이 장례가 진행되던 중 도망쳐 공자의 장막까지 이르게 된다. 장소는 국사를 논하는 어전 회의. 한 마리 꿩을 살려주는 것에 대해 자화자찬하는 대신들 앞에 공자는 어린 소년을 등장시킨다. 대신들은 한 마리 꿩을 돌보는 것에는 애정을 쏟으나 한 사람을 살리는 데는 인색한 권력층의 양면성을 보여주게 된다. 어린 노비가 죽어야 하는 이유는 선친의 유언을 받아 그것을 지키기 위한 효심이고 이것을 지키는 것이 예(禮)라 미화한다. 공자의 기지는 이 때 빛을 발한다. 죽은 자와 친분이 두터웠던 대신을 향해 생전에 친분이 두터워 항상 함께 붙어 다니셨다고 했으니, 돌아가신 후에도 함께 묘아래로 가셔야지요? 당신이 그리 하실 수 있다면, 이 어린 노비를 내어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대신들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다. 공자는 자신이 하지 않으려는 것을 남에게 시키지 않는다.는 말로 상황을 정리하고, 순장제도를 폐지한다. 한 생명을 구하는 일로 시작해서 당대의 악습의 고리를 끊게 하는 결단을 가져온다. 오랜 세월 걸쳐온 제도와 관습은 쉽게 변화되지 않는다. 공자가 활동하던 춘추전국시대는 이상적인 현실국가를 만들기 위해 고민했던 제자백가가 활동하던 시기이다. 공자의 위대한 점은 국민 모두가 예로 서로 존중하며 잘사는 국가를 만들기 위한 기틀이 사람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것에 있다고 본 것이라 생각한다. 그 마음으로 제도와 관습을 바꾸어 국민이 행복한 국가를 만드는 것이다. 공자의 행동을 현재 우리사회에 적용해 보면 어떻게 될까? 우리 사회나 조직의 곳곳에 상식적이지 못한 행정들이 개개의 특성마다 존재하고 있다. 마치 순장제도처럼. 그러한 관행과 제도를 없애는 방법은 가장 작지만 한 구성원을 돌보는 마음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행정이란 틀 속에 맞추는 것에만 몰입할 뿐, 정작 누구를 위해 그것이 존재하는 지를 잊는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한 명의 고객이 정당한 요구를 했으나 기존의 시스템으로 지원이 불가하다고 시스템에 맞추어 요구를 변경하라고 한다면 올바른 것인가? 한 조직 구성원이 새로운 일을 시도하면서 필요한 행정지원을 요청했을 때, 어떻게 지원해야 할지를 모르니 그러한 일을 하지 말라고 한다면 올바른 것인가?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일들이 우리 조직 내에 있다면 바로 그것에서부터 조용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 IMF를 지나면서 우리 사회에 구조조정 또는 구조개혁이란 단어가 심심치 않게 등장했고, 경기의 변동 속에 실적이 약화된 기업에는 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게 되었다. 조직의 생명과 활성화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결정의 기준이 되어야 하는 것은 구성원인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과 환부를 냉정히 도려낼 줄 아는 침착함이다. 그 마음으로 조직의 변화를 저해하는 가장 작은 일을 바로세우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재성 인하공업전문대학 화공환경과 교수

[인천시론] 강대국 사이에서 ‘강한나라’ 되기

춘추 오패(五覇)는 춘추전국시대 국제 관계를 주도했던 5대 강대국으로, 제(齊)진(晉)초(楚)오(吳)월(越)을 말한다. 이 다섯 강대국은 동주(東周) 이후 500여 년간 번갈아 가면서 이름뿐인 주(周)나라 중심의 국제정치 질서를 주도했다. 이들은 당대의 수많은 국가 사이의 갈등과 긴장 및 지역 분쟁을 해결하면서 천하 질서를 이끌어 나간 중심 국가이다. 약육강식의 시대에 이 다섯 강국만 있었던 게 아니다. 춘추전국시대의 많은 나라 가운데 비록 나라는 작지만, 대국들 사이에서 자신의 국가적 입장과 이해관계를 강대국 상대로 당당하게 주장하면서 이들 강대국이 쉽게 넘보지 못하게 하였으며, 더 나아가 열강들 사이에서 자신의 정치적 지위를 공고하게 했던 나라가 정(鄭)나라이다. 진(晉)나라와 초(楚)나라가 중원의 패권을 놓고 다툴 때, 이 두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던 정나라는 이들로부터 많은 침략을 받아 고초를 겪었으며, 내부적으로는 정쟁의 소용돌이가 끊이지 않았던 멸망 직전의 그저 그런 나라였다. 이런 정나라에 공자가 활동하던 시기 정자산(鄭子産)이 재상으로 부임했다. 그는 먼저 혼란한 국내 정치를 개혁하고, 두 강대국과의 자주적이고 합리적인 자세로 의연한 외교 교섭을 전개하는 등 국제 정치 무대에서 강대국에 당당하게 맞서 나갔다. 춘추시대 개혁 정치의 물길을 열었고, 정치 관료의 모범을 보인 정자산은 일생 자신의 생활에는 겸손함과 장중함으로, 윗사람을 섬길 때에는 존경과 엄숙함으로, 백성에 대해서는 사랑과 은혜를 중심으로 하는 자세를 끝까지 견지했다. 정자산의 지도력은 지도자로서의 솔선수범과 엄격함, 합리적이고 냉정한 정세 분석에서 나왔으며, 국가의 경쟁력을 좀먹는 부조리한 제도의 개혁을 통해 그 결실을 보게 됐다. 우리는 정자산의 지도력을 통해 한 사람의 훌륭한 지도력이 국제 사회에서 그 나라의 브랜드 가치를 오랫동안 높일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는 우리가 일본 제국주의 식민지배에서 해방된 지 70주년이 되는 시점이다. 정부와 시민단체들은 해방 70년을 기념해 광복과 분단, 한국전쟁 이후 한국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주제로 해방 이후 70년 동안의 한국사회 발전과 미래사회를 위한 비전 및 개혁의 방향을 다양한 기획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식민지배와 전쟁의 폐허에서도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으로 성장했고, 정치적 민주화 및 민주적 삶의 원칙들이 다양한 역사적 갈등과 긴장을 해결해 나가면서 지속적으로 성숙하고 있으며, 교육과 문화적 힘에서 아시아나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로부터 선망의 대상이 됐다. 해방 70년의 성과를 종합한다면, 한국은 19~20세기 제국주의의 악랄한 식민 지배를 겪었던 나라로서 20세기 후반 국제사회에서 후발 선진국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주변을 둘러싼 정치적 환경은 지금으로부터 105년 전인 1910년(경술년) 8월 대한제국이 일본 제국주의자에 의해 국권을 상실하게 될 당시의 국제적 정치 환경과 너무나 흡사하다. 오늘날 세계에서 우리나라만큼 국제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하는 초강대국을 이웃으로 둔 나라는 없다. 일본과 중국, 미국과 러시아와 당당하게 교류하고, 우리의 정치적 위상을 공고히 하며, 이들과 함께 국제 질서를 주도할 수 있는 비전과 지도력이 우리의 정치 지도자들에게 더욱더 절실하게 요구된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춘추시대의 정자산 같은 지도자는 과연 있는 것일까? 고대혁 경인교대 윤리교육과 교수

[인천시론] 위안화 절하와 대외 불확실성, 새로운 활로로 극복

최근 한국경제는 상반기부터 이어오던 침체 분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사태가 사실상 종식되었지만 여전히 외국인관광이 회복되지 못하면서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메르스 여파로 인한 내수 위축이 이어지는 가운데 기업 체감경기 역시 엔화 약세와 글로벌 경제둔화가 계속되면서 하반기에도 수출부진이 이어질 것이 우려되고 있다. 거기에 중국이 전격적인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함으로서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그리스 사태와 EU의 금융불안에서 촉발된 우리나라 해외자본의 이탈은, 미국의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과 중국 당국의 위안화 절하 조치로 인해 더욱 가속화되고 있어, 우리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이번 중국 위안하 평가 절하는 중국 경기를 부양하는데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나라 수출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중국 제품과 한국 제품이 보완 관계였다면 요즘은 중국 제품의 경쟁력이 상당히 올라 우리 제품과 경합 관계에 있기 때문이고, 모바일 중저가폰,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향후 상품 경쟁이 치열해 질 것이 예상된다. 실제로 중국 내수시장에서 샤오미, 화웨이의 급성장은 우리나라 전자, IT업계에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처음엔 짝퉁과 모방 전략으로 출발한 샤오미는 창조적 혁신을 통해 저가 스마트폰이란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 그리하여 샤오미는 지난 5년간 기업가치가 180배 치솟았고, 창업 4년만에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에 등극했다. 중국에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 입장에선 후발주자가 아닌 강력한 경쟁자로서 당당하게 중국 기업들이 발돋움한 것이다. 중국기업들이 경쟁력을 빠르게 키워가는 동안 우리는 기업의 체질개선과 경제의 구조개혁을 온전히 잘 진행하고 있는지 자문하게 된다. 지난해초 정부가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제대로 수행되었는지도 확인해야 할 것이고, 대내외 악재에 주춤하는 사이에 우리가 선진국과 신흥국 사이에서 경쟁력 상실로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당면한 문제를 꼼꼼히 되짚어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우리가 당면한 현실은 녹록치 않으며, 경제 회복을 하더라도 폭발적인 성장세가 있지는 않을 것이다. 국책 연구기관들의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 경제성장 속도는 저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이런 여건 속에서 우리나라는 지난 반세기동안 성취한 고성장의 기억을 접어두고 저성장에 적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기업뿐 아니라 제도나 관행, 의식과 문화, 정치와 정책 어느 분야에서나 새로운 기준에 적응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우리 경제의 새로운 활로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업가정신을 최대한 가동하여 이 경제난국을 극복하여야 한다. 그동안 대외 불확실성으로 위축된 기업들의 투자를 독려하기 위해서라도 불필요한 규제완화에 더욱 박차를 가해 경제심리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제조업 중심의 수출구조로 대외 악재에 취약한 우리나라로선 기업들의 위축된 기업가정신을 회복시키기 위해서 규제개혁은 필수조건이다. 또한 그동안 정부가 통상정책의 주요 목표로 정주한 FTA 제도의 적극 활용이 필요하다. 지난 봄 긴 가뭄과 여름의 무력한 더위가 지나 이제 새로운 계절의 초입에 들어서고 있다. 하지만 우리 경제는 지난 겨울 이후로 지난한 한파를 여전히 견디고 있다. 2015년 하반기 각각의 경제주체들의 과감한 혁신과 도전, 창의적인 정신을 발휘하여 내년초에는 우리 경제에 땅에 따스한 봄기운이 가득하길 기대해 본다. 정병일 인천상공회의소 상근부회

[인천시론] 발길 머무는 인천, 철저한 관광전략 세워야

관광산업은 석유, 자동차와 함께 세계 3대 산업의 하나로 높은 경제적 파급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불황 속에서도 중국을 중심으로 한 관광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세에 있다. 정부도 한국경제를 견인할 주력 산업으로 관광산업에 주목했다. 방한 관광시장은 2013년 이미 1천2백만 외래 관광객 시대에 돌입한 상황이다. 우리 인천은 세계 최고 수준의 공항과 항만이 있다. 동북아 허브 지역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만큼 지정학적 접근성이 뛰어나다. 관광 자원도 무궁무진하다. 원시부터 근래까지 역사적 숨결이 녹아 있는 지붕 없는 박물관인 강화군을 시작으로 168개 섬들이 뿜어내는 에메랄드빛 이야기는 관광객의 발길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관광객의 눈길이 가는 곳마다 문화이자 관광 자산인 중구는 또 어떤가. 마천루가 뻗어 뉴욕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송도 경제자유구역의 이국적 풍경과 영종청라 경제자유구역도 각자의 매력을 뽐내고 있다. 하지만 인천은 이러한 지정학적 이점과 국내외적인 관광시장 성장에도 불구하고, 외래관광객의 저조한 유입을 보이고 있다. 특히, 2013년 국민여행실태 만족도 조사결과 인천을 방문한 관광객의 관광만족도는 전국 16위, 최하위 수준에 그쳐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또한 한국관광공사가 조사한 크루즈 관광객의 재이용 관련 설문에서조차 인천은 하위권에 맴돌고 있다. 굴뚝 없는 황금산업이라 불리는 관광산업은 저고용, 저성장 시대의 대안으로 지방자치단체 간 관광객 유치경쟁이 해마다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그동안 인천은 관광에 대한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이를 발전시킬 방안이 모자랐다. 관광자원 개발과 관광 인프라 구축에 대한 투자가 적었고, 지속적인 관광 수용태세 정비 및 관광 시책사업 발굴을 못했다. 재정난 때문에 2012년 인천관광공사를 없앴던 뼈아픈 경험도 있었다. 민선 6기 인천시는 관광을 주요 시책 중 하나로 세웠다. 인천 관광 활성화를 위해 제5차 인천권 관광개발계획에 따라 예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제225회 제1차 정례회 때 인천관광공사 설립을 위한 조례안과 출자동의안이 우여곡절 끝에 통과됐다.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전문기구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관광공사 설립에는 모두가 한 목소리를 냈지만, 열악한 재정 상황에서 새로운 공사 설립에 대한 찬반 의견이 나뉘었다. 우리 인천시의원 모두는 미래를 택했다. 인천이 관광을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현재의 재정난을 미래의 가치투자로 넘어섰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문화복지위원회는 인천관광공사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 수익모델을 다시 분석해 출범 전까지 완료하기를 부대의견으로 남겼다. 오는 9월 인천관광공사가 부활한다. 출범까지 1개월 남았다. 인천시는 인천관광공사가 성공할 수 있는 콘텐츠 개발, 지역특화 아이템 발굴을 비롯해 국제교류재단 및 의료관광재단의 통합을 통한 융합 시너지 효과에 대한 부분을 면밀히 따져야 한다. 또 면세점 수익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관광객이 인천에 머물며 돈을 쓰도록 하는 체류형 관광상품 등 새로운 수익모델 개발이 필요하다. 이를 통한 철저한 수익모델 분석으로 중장기적으로 관광 수익사업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관광시장 변화에 전략적으로 대응하여 부활하는 인천관광공사가 명실상부한 인천 관광의 컨트롤 타워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 부단한 노력들이 필요하다. 우리 시의원들도 의회차원에서 많은 노력과 관심을 가질 것을 약속한다. 노경수 인천광역시의회 의장

[인천시론] 메르스 이후, 사회적 재난에서 얻은 교훈

문명이 시작된 이래 자연현상으로 인한 재앙이나 사회 구성원들이 예상하지 못하는 사건과 사고는 항상 있어 왔다. 어쩌면 인류 역사는 항상 우리 주변에서 발생하는 자연재해나 사회적 재난에 대한 인간들의 끊임없는 도전과 응전 방식에 대한 기록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자연재해나 사회적 재난은 어떤 시대를 혼란과 갈등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기도 하고, 한편으로 이들은 사람들에게 타성에 젖어있는 삶의 방식을 뒤돌아보게 하고, 그것과 관련이 있는 사회의 공공 시스템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이 지구상에서 문명의 발자취는 이러한 문제적 상황에 대한 인간들의 대응 방식이다. 지난 5월 중동지역을 다녀온 60대 후반 남성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확산된 메르스(중동 호흡기 증후군; MERS corona virus)는 현재(20일 기준)까지 186명의 확진자와 36명의 사망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세월호 침몰사고에 이어 갑작스레 퍼지게 된 이 바이러스 감염병은 약 2개월 동안 우리사회 많은 구성원들에게 많은 혼란과 공포심을 야기했고, 적잖은 심리적, 사회경제적 피해를 입혔다. 지역적 경계가 분명하고 인적 교류가 제한적이었던 과거라면 이 메르스는 중동지역의 풍토병 정도로 우리에게 알려졌을 것이지만 과거 어떤 시대보다도 지구 공동체제가 긴밀하게 교류하고 상호 간에 영향을 주고받는 글로벌 시대에 이 바이러스 감염병은 많은 이들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어 짧은 시간에 우리 사회의 정치 경제, 교육 및 사회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끼친 사회적 재난이 됐다. 세월호 사건이나 메르스 사태 이후 갑작스럽게 닥친 사회적 재난을 통하여 우리는 몇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먼저, 재앙과 고난을 통하여 인간은 무엇이 삶의 목표이고, 인생의 목적인지를 보다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재난은 우리 사회 구성원들에게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관성적으로 해오던 일상생활 방식과 당연하다고 여기는 생각들을 뒤돌아볼 수 있게 하였다. 특히 일상에서 우리들의 위생과 건강관념,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와 공공예절, 재난으로 인한 구성원들의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방식을 통해 앞으로 우리는 우리사회의 가치지향과 목표를 적극적으로 재구성하는 노력이나 실험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는 무엇보다 급작스러운 사건이나 사고에 따르는 과장된 공포와 불안을 경험했다. 이들 공포와 불안은 대개 사실 이상으로 과장되고 선정적으로 보도됨으로써 일반 시민들의 생활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 따라서 학교교육과 시민교육을 통하여 우리 구성원들이 예기치 못하는 재해와 재난을 냉정하게 인식할 수 있는 치밀함과 이를 차분하게 극복할 수 있는 용기와 위기 대처 능력을 갖추도록 해주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메르스 사태는 다시 한 번 재난과 재해에 대처하는 지도자들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해줬다. 사실 위기에 대처하는 지도자들의 능력에 대해서 우리 국민은 자신의 직분과 역할에 철저하고 맡은 일에 헌신하는 솔직하고 충직한 지도자의 모습을 바라는 것이지, 위기와 재난에 대해서 그들이 매번 초능력이나 기적을 행할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메르스 발생 초기 사태수습에 우왕좌왕하는 모습, 서로 책임을 떠넘기려는 태도 등은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고, 정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게 하였음을 정치 지도자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고대혁 경인교대 윤리교육과 교수

[인천시론] 프로의식보다 소중한 주인의식

아침에 일어나 직장을 가는 직장인은 매일 같은 곳을 출근 할 수 있을 것 같고,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가 없어진다는 생각을 가지기는 힘들다. 기업이 위태해지는 순간이 갑자기 다가온다 할지라도 그것을 느낄 수 있는 전조는 분명히 있다. 그런 때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직장인들은 프로가 되기 위해 애쓴다.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 숙련된 일처리 능력을 쌓아야 할 자산이라 생각한다. 필자가 기업에서 사업기획을 하며 사장님을 모시던 때의 일이다. 나름 잘 나가던 회사가 경쟁 제품의 선전 속에 점차 어려움에 빠졌고 무엇보다 수년간 준비하며 사업화 막바지의 제품을 산업트렌드의 변화로 포기해야하는 이중고의 순간까지 몰리게 되었다. 위기의 순간에 난관을 타개할 신사업을 준비 중에 있었고, 상황이 극박하였기에 외국의 유명한 컨설팅회사까지 고용하여 총력을 기울였다. 사장님께 기회 있을 때마다 준비하고 있는 사업의 시장성과 사업계획에 대해 보고하면, 사장님은 매번 어려운 질문을 하셨고, 그에 대한 답변을 만들어내느라 많은 시간을 가장 최선의 답을 위해 매달렸었다. 어느 정도 사업계획이 마무리되어졌고 핵심사항이 일본회사와의 합작이었다. 이 일본회사는 다행이도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회사였다. 이 회사의 책임자를 만나기 위해 사장님과 함께 일본으로 가게 되었다. 장소는 동경의 조용한 일식집이었다. 이 시간을 통해 필자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사장님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수많은 보고를 통해 필자를 괴롭혔던 그 질문을 일본담당자의 입을 통해 사장님이 받고 계셨고, 많은 고민 끝에 내놓은 답변이 사장님의 입을 통해 전달되어지고 있었다. 이 순간을 위해 사장님은 필자보다 더 많은 고민의 밤을 보내셨던 것을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사장님은 일본기업의 책임자에게 기회가 될 때마다 거듭해서 매달리셨다. 일본기업과의 합작은 무산되었으나, 마지막까지 끈을 놓지 않고 매달리셨던 사장님의 모습은 필자의 뇌리가운데 지금도 남아있다. 그 이후 회사는 같은 계열사의 회사에 흡수합병이 되었지만, 직장생활에 대한 나의 생각은 큰 변화가 찾아왔다. 직장은 자신의 능력을 뽐내는 장소가 아니라 본인과 동료의 가족을 함께 책임지는 운명공동체다. 그렇기에, 회사를 지켜가는 사람들은 일을 잘 하는 사람이 아니라 공동체를 위해 필요한 일에 끝까지 매달리는 사람들이다. 공동체의 이익에 무의미한 개인의 의견에 집중하다가 정작 중요한 조직의 생명을 잃을 수 있다. 어려운 순간 조직을 살리기 위해서는 많은 논리보다 간절하며 애통하는 마음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이 마음을 가진 사람이 주인이다. 열두 척의 배를 이끌고 일본의 대군 앞에 나서야 했던 이순신장군의 간절한 마음이 명량을 발견하게 되고 수많은 생명을 구하게 되지 않았는가. 백성들과 장병들은 그 때 누구를 주군이라 생각했겠는가. 사람은 프로보다 주인을 기억하게 된다는 것을 가슴에 담아 두었으면 한다. 이재성 인하공업전문대학 화공환경과 교수

[인천시론] 시민을 위한 생활정치 약속

2014년 7월1일, 제7대 인천광역시의회가 개원했다. 지난 1년 35명의 인천시의원들은 300만 시민의 눈과 귀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칭찬을 들으며 봉사자라는 자부심을 느꼈고, 채찍과 같은 충고에 머리 숙여 반성하며 365일을 민의의 대변자가 되기 위해 의정활동에 전념했다. 7대 인천시의회의 목표는 오직 300만 시민의 행복이다. 이를 위해 희망찬 의회를 만들자며 개원 첫날 신성한 의사당에 모여 오른손을 들어 선서했다. 안전, 봉사, 신의를 실현시키겠다는 각오가 7대 시의회의 본 모습이다. 인천시의회를 통해 300만 인천 시민의 대변자로 활동한 지난 1년간의 의정 활동에 인천 시민에게 무한한 감사를 보내고 싶다. 초기 의정 활동 때 곳곳에서 일은 여러 불협화음에 7대 시의회 출항을 불안하게 보던 시민들이었지만 동분서주하며 정신없이 보낸 7대 시의회 활동을 보며 아낌없는 성원과 격려를 보내줬다. 모두가 인천 시민의 덕이다. 7대 의회는 어려운 인천의 재정난 극복에 동참하며 의정의 첫 발을 내딛었다. 전국에서 제일 먼저 의정비 동결을 발표했고, 안전관리 특위와 SK인천석유화학 주민 피해 대책 특위를 구성해 회기, 비회기 구분 없이 민생현장을 발로 뛰어다녔다. 동북아로 뻗어가는 인천의 역량에 발맞춰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도 앞장섰다. 지난 8일 중국을 방문해 중서부지역 경제발전의 새로운 성장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인구 1억600만 명의 허난(河南)성 인민대표대회와 입법, 경제, 문화, 관광,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우호교류의향서를 체결하며 의회의 역량을 넓혔다. 의정역량 강화와 전문성 향상을 위해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사후 활용방안 마련과 인천의 미래 먹거리인 관광 활성화 관련 의원연구단체를 자발적으로 꾸려 활동 중이고, 정책개발 연구용역을 벌여 시민이 필요한 정책을 생산하고 있다. 시민이 궁금해 하는 사안에 대해 시장과 교육감을 대상으로 시정질문을 했고, 이런 활동들이 시시교육청 정책을 통해 성과로 이어졌다. 또한 지난해 행정사무감사에 대한 시민들의 격려와 관심은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의회와 집행부가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닌 인천과 시민을 위한 협력자, 동반자 관계임을 명심하고, 과거 호통만 치던 감사에서 벗어나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감사를 지향했기 때문이다. 시민 누구나 인천시의회를 찾을 수 있고, 의정활동을 볼 수 있도록 의회 문턱을 낮췄고 의회의 문을 활짝 열었다. 개원 때부터 지난 5월까지 1년간 무려 36회에 걸쳐 1천360여명이 인천시의회를 찾았다. 특히 인천 역사상 가장 큰 행사였던 인천아시안게임의 성공 개최를 위해 다양한 방법의 홍보마케팅 활동을 벌여 한국을 넘어 아시아 곳곳에 인천시의회의 위상을 높였다. 또 지난 6월에는 일본의 역사왜곡 교과서 채택을 반대하며 7대 시의회가 벌인 결의안 채택 등의 활동에 온 국민이 응원했다. 여기에 지난 4월7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관한 전국 시도의회 의장단 협의회와의 오찬간담회 때 공항고속도로 통행료 현실화 개선을 요구한 것도 큰 성과이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며 충분한 반성과 고민을 통해 시민의 행복만을 위해 봉사하는 의정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을 다시 시민 앞에 다짐한다. 개원 때 약속한 생활정치를 인천시의원 모두는 노력할 것이다. 시 집행부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지역 현안에 시민의 생생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현장 중심의 의정활동도 약속한다. 이를 통해 시민 여러분에게 행복과 희망을 주는 진정한 민의의 전당 의회로 거듭나겠다. 노경수 인천광역시의회 의장

[인천시론] 소탐대실(小貪大失)

전국시대 진(秦)나라 혜왕(惠王)이 촉(蜀)나라를 공격하기 위해 소를 조각하게 해 그 속에 황금과 비단을 채워 넣고 쇠똥의 금이라 칭한 후 촉후에 대한 우호의 예물을 보낸다고 소문을 퍼뜨렸다. 욕심이 많은 촉후(蜀侯)는 신하들의 간언을 듣지 않고 진의 사신이 올린 헌상품의 목록에 눈이 어두워져 백성들을 징발하여 보석으로 만든 소를 맞을 길을 만들었다. 혜왕은 보석 소와 함께 장병 수만 명을 촉나라로 보냈는데 촉후는 문무백관을 거느리고 도성의 교외까지 몸소 나와서 이를 맞이했으나 진나라 병사들은 숨겨 두었던 무기를 꺼내 촉을 공격하는 바람에 그만 사로잡히고 말았다. 이로써 촉나라는 망하고 보석의 소는 촉의 치욕의 상징으로 남았다. 촉후의 소탐대실이 결국 나라를 잃게 만든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작은 이익에 집착하다 더 크고 중요한 것을 놓치는 일을 종종 겪게 된다. 하물며 개인의 경우도 이런 일을 겪게 되면 후회하고 부끄러워하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사회적, 국가적인 일에 있어서는 얼마나 큰 혼란과 어려움을 초래할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 뻔한 일이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말았다. 지난 연말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연말정산의 후유증이 결국은 잘 자라나던 기부문화의 싹을 말라버리게 한 것이다. 최근 언론에서는 지난해 직장인 기부금이 전년대비 5천억 원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2013년 세법개정으로 지난해부터 기부금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전환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직장인의 기부는 지난 2009년 4조6400억원에서 2013년 5조5800억원으로 가파르게 늘어났으나 개정된 세법이 처음 적용된 지난해 잠정치는 5조800억원으로 약5천억원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관계자는 기부금 감소를 세액공제의 여파로만 단정 지을 수 없으며 경기침체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전문가는 세액공제의 영향이 매우 결정적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십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당시 공동모금회를 비롯한 법정 기부단체의 기부금 소득공제는 소득금액의 100%였다. 이는 모든 소득을 다 기부하더라고 전액 다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현실적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지만 당시 기부문화의 싹을 키우고 뿌리를 내리는데 상징적인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이에 대해 국세청 등 관련 기관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사상 유례가 없는 기부금 공제제도라고 하며 이를 절반으로 줄이도록 관련 법을 개정했다. 당시 공동모금회 등에서는 기부금 전액 소득공제는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한 심리적 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에 이를 굳이 절반으로 축소할 필요가 없다고 관련 법 개정에 반대했으나 정부는 그대로 밀어붙였던 것이다. 사실상 내용적으로는 아무런 변화가 없음에도 법 개정 이후 많은 사람들이 기부금 소득공제가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냐?하는 문의가 빗발쳤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지난해 개인 기부금 감소와 관련해 학자들은 우리의 경우 세금공제율 변화에 따른 기부행위 변화를 나타내는 기부가격 탄력성이 7~8%나 되는 것으로 나타나 미국 등 선진국의 1%에 비해 매우 높다고 지적하고 있어 이번 연말정산 파동은 풀뿌리 기부의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중위소득의 직장인과 중산층의 기부 철회로 나타나 앞으로도 그 후유증이 더 커질 전망이다. 이번 기부금 세액공제 파동으로 정부가 더 거둬들인 세수는 3천억 원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이로 인한 기부금은 2조 원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 재정학회 등의 보고서 내용이다. 줄어든 사회적 총자산도 문제지만 이로 인해 위축된 기부문화, 나눔의 문화를 어떻게 되살릴 것인지를 생각해 보면 이야말로 소탐대실의 전형적인 모습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정치권에서도 이번 사태가 심상치 않다고 파악하고 관련법 개정에 나설 전망이다. 부디 눈앞의 작은 이익에 취해 더 큰 미래를 망치는 잘못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전흥윤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

[인천시론] 대학의 미래와 평생학습 사회

저출산으로 인한 우리 사회의 인구 감소는 사회 시스템 전반에 충격을 주고, 무엇보다 청소년을 가르치는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위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한다.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교육부는 대학구조개혁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오는 2023년까지 대학의 정원을 대폭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계획은 대학의 구조개혁 평가 결과에 따라 정원을 차등 감축하고, 일부 부실 대학은 폐교까지 불사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교육부의 강력한 의지가 계속되는 한 우리나라 대다수 대학은 건학이념이나 교육목적을 추구하는 본연의 활동보다 평가를 대비한 교육활동, 평가를 위한 연구와 봉사 활동에 초점을 맞춰 좋은 결과와 점수를 얻기 위해 구성원을 독려하게 될 것이다. 대학의 구조개혁을 위한 교육부의 계획은 학령인구 대비 대학의 숫자가 상대적으로 많아 보이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미리 예방한다는 점에서는 일견 호소력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획일적이고 단기적인 평가 결과를 중심으로 대학의 정원 조정이나 존폐를 결정하고자 하는 교육부의 방침은 우리사회의 미래를 위해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 1909~2005)는 현대사회는 지식의 세기가 될 것이며, 사람들은 끊임없이 배워야 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전문가들 역시 앞으로 사람들이 배우지 않고 사회에 적응하면서 살아가기 힘든 시대가 될 것이라는 의미에서 다가올 사회를 평생학습사회로 규정하기도 한다. 이에 더하여 사람들의 기대수명 연장에 따라 미래사회는 교육과 직업 선택에서 본격적인 +2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미래학자들은 예측하고 있다. 교육과 직업 선택에서 +2란 미래사회에서 사람들은 대학을 한 번만 다니는 것이 아니라 두 번 이상 다니게 될 것이며, 직장도 한 곳을 일정하게 다니면서 정년하고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정년 이후에도 계속 일자리를 찾으며 평생 둘 이상의 직업을 선택하게 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우리가 살면서 직업을 두 번 이상 바꿔야 한다면 처음 대학 4년 동안 그것을 예상하고 미리 다 배울 수는 없다. 대학은 최초의 대학생이나 성인학습자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두 번, 세 번 공부하고 학습하는 지속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제공해주어야 할 것이다. 드러커를 위시해 많은 사람들의 지적처럼 미래 사회가 평생학습사회이고, 사람들이 장수하는 시대가 된다면 우리 사회에서 대학은 사회의 다른 어떤 기관보다 이러한 과업을 수행하기에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장소가 될 것이다. 따라서 대학의 학령인구 감소를 단지 당해 연도 고교 졸업생 숫자와 대학의 입학 정원을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감소하는 고교 졸업생 숫자에 따라 대학의 위기를 논하는 성급함을 버려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가 평생 학습 사회로 전환하기 위해서 대학은 그 해 고교 졸업생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인구 가운데 10대에서 80대 이상 모두가 잠재적 대학 입학과 교육 대상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고, 청소년과 성인 학습자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효과적인 사람, 계속 성장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 대학의 체제 개편 및 교육 프로그램의 개발과 시행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고대혁 경인교대 윤리교육과 교수

[인천시론] 행복을 위해 버려야 할 체면

공부란 인류에 있어 문명을 발전시키는 힘이었고, 이러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귀한 대접을 받아왔다. 우리나라에서 성공의 방정식은 적어도 교육에 있다고 많이 인식되고 있다. 2013년에 KBS 스페셜로 방영된 공부하는 인간 호모아카데미쿠스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해 동서양의 공부방법이 소개된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아이들이 공부를 하는 주된 이유는 본인 또는 부모의 체면이다. 또한, 남보다 잘하기 위한 것보다 남보다 못하지 않기 위해 공부한다. 즉, 타인과의 비교가 공부의 중요한 동기이다. 스스로의 기준이 더 중요한 서양권보다 동양권에서는 관계 속에서 자신을 인식하며 남과의 비교를 통해 사회적 기준을 만들어 내고, 이 기대치에 부응해 체면을 지키고 싶어 하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하도록 독려한다. 사회적 기준에 뒤처진다는 것은 두려움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맹목적으로 앞으로 향해 달려가게 된다. 아이의 성적에 온 가족이 신경을 쓰게 되는 이유는 본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남들과 비교해서 잘난 건 상관이 없는데 못한다고 생각이 들면 자존감이 낮아지며 심리적으로 심한 압박을 받는다. 남들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문화가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사회적 수준을 높여 발전을 이루는 데 기여를 하지만, 뒤처진 사람은 낙오자라고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에게 공부의 다른 이름은 호기심이 아닌 경쟁이다. 남과의 경쟁에서 치열하게 싸워 승리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회분위기가 만들어 낸 결과이다. 체면이란 다른 사람들의 기대와 기준에 맞추어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체면에 익숙한 학생이 대학에 들어왔다. 대학생활은 대학입시가 아닌 취업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시험을 위한 준비시간이 되고 있다. 또한, 학생들도 세계경제의 여파로 인한 사회의 혼란함을 졸업도 전에 이미 느끼고 있다. 삼포세대, 평균 51 : 1의 공무원 시험 경쟁률, 35.7 : 1의 대졸자 대기업 취업 경쟁률, 직장인 절반 월 급여 200만 원 이하라는 통계청조사 등 우울한 기사가 올 상반기에 실렸다. 너무 큰 사회 이슈에 어느 한 기관이 명료한 답변을 내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질문을 던지고 함께 계속 고민하는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적어도 대학은 이 학생들에게 무엇을 해 주어야 하는가? 다음 세대를 위한 대학의 책임은 무엇인가? 대학이 대학의 체면을 위해 정작 제일 소중한 학생을 보지 못하는 것은 없는지 끊임없는 자문과 반문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미래세대가 대학을 통해 남을 의식하는 체면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된 인간으로서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승자와 패자를 구분 짓는 경쟁을 위한 공부가 아닌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함께 살아가는데 올바른 것이 무엇인지 토론하는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 이 공부 위에 개인의 재능이 발견되어지고 발전되어서 사용되는 삶을 산다면 행복하지 않을까! 이재성 인하공업전문대학 화공환경과 교수

[인천시론] 메르스 지역사회 확산 방지에 총력을

지난달 20일 국내에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감염자가 30명으로 늘고, 3차 감염자와 사망자까지 발생하면서 국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메르스 최대 잠복기가 2주라는 점을 고려할 때 최초 감염자가 격리된 이후 2주가 되는 이번 주가 최대 고비다. 메르스의 발원지인 중동을 제외하고 두 자릿수 환자가 발생한 것은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커진 것은 방역당국의 책임이 크다. 전파력이 높지 않다고 오판했고,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는 등 허술한 방역체계가 그대로 노출됐다. 정부는 뒤늦게나마 격리대상자를 확대하고 정밀 역학조사를 벌이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으나 우려했던 사망자까지 발생하면서 메르스 공포는 걷잡을 수 없이 퍼지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된 중대 사안인 만큼 더는 허점을 드러내며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초기 방역에 실패한 보건 당국의 책임 문제는 차후에 묻더라도 지금은 모두가 힘을 합쳐 메르스 확산을 막는 것이 급선무다. 특히 우리 인천은 공항과 항만 등 외부인들의 출입이 잦은 지역적 특성상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현재 경기도 평택에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 1명이 인천의 한 대학병원으로 이송돼 격리됐다. 또 메르스 음성 판정을 받은 2명도 인천의 모 의료기관에 격리돼 경과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중 1명은 인천시민이 아닌 타 지역 주민이고, 다른 1명은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외국인으로 아직까지 인천에서 감염된 메르스 환자는 없는 것으로 집계된다. 하지만 3차 감염자까지 발생되고, 사태의 장기화가 우려되면서 인천이 언제까지나 안전지대가 될 수는 없다. 인천시도 메르스 감염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주부터 24시간 비상대책본부를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10개 군구 보건소도 24시간 운영 중이다. 인천시는 환자 발생에 대비해 인천시립병원 격리병상 25개와 4개 민간 의료기관에 48병상을 마련했다. 메르스 환자가 추가로 다수 발생하면 지정병원 격리병상 운영을 확대할 방침이다. 또 인천국제공항 등 관련 항공사의 협조를 얻어 중동을 방문한 내국인 가운데 인천지역에 머물고 있는 시민 10명에 대해 직접 방문과 전화로 메르스 감염에 따른 증상 등 상담을 진행하는 등 만전을 기하고 있다. 앞으로도 인천시는 확진 환자 접촉자와 중동지역 입국자를 지속적으로 상시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감염병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초기 진압이다. 인천시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질병관리 방역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신속한 대응체계와 질병에 적합한 방역 관리, 정확한 역학조사로 시민들의 건강을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한편, 메르스 확산은 국가 이미지 손상은 물론 경제에도 치명적이다. 항공과 여행업계는 물론 건설업계와 식음료 업계 등 내수 경기가 큰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미 중국인 관광객 300명이 여행을 취소하는 등 중국 관광객 유치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인천시에도 적잖은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주는 메르스 사태의 최대 분수령이다. 인천시의회도 사태가 확산되지 않도록 질병관리, 방역체계 감독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시민 여러분도 근거 없는 괴담에 흔들리지 말고 예방수칙을 숙지하는 등 침착하게 메르스 위기 극복에 동참해주길 당부 드린다. 노경수 인천광역시의회 의장

[인천시론] 토영삼굴(兎營三窟) 교훈처럼 위기를 대비하자

중국 사기(史記)에 맹상군열전(孟嘗君列傳)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제(齊)나라의 재상인 맹상군이 본인의 집을 찾은 식객(食客) 중 하나인 풍환의 조언대로, 위기가 왔을 때의 대비책을 마련하여, 재상에 재임한 수십 년 동안 별다른 화를 입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서 토영삼굴(兎營三窟)이란 고사성어가 유래했는데, 토끼가 위난을 피하고자 세 개의 굴을 파 놓는다는 이야기로, 안전을 위해 여러 가지 방책을 짜놓으면 예측하지 못한 위기나 불행이 닥쳤을 때 피할 수 있다는 교훈이다. 당장은 교묘한 지혜로 위기를 면하려는 것으로만 보일 수 있으나, 재난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토영삼굴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연초 암울했던 경제 상황을 반추해보면, 지금 세계 경기는 상대적으로 순탄하게 느껴진다. 중국이 두 달 만에 다시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하며, 경기부양책을 이어가고 있다. 6개월째 3번째 금리 인하로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유동성 완화가 시진핑 주석의 의지가 투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8월 이후 한국은행이 세 차례 금리를 인하하며 1%대 기준금리를 이어가고 있다. 원래 연초에 실시될 예정이었던 미국의 금리 인상도 하반기로 연기되며 국내외적으로 모두 유동성을 확대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는 금융 분야를 중심으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기업인을 비롯하여 경제계와 대화를 나눌 때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물론, 수익률이 좋은 투자처를 공유하자는 이야기가 예전에 비해 많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저금리 정책으로 인해 유동성이 시장에 풀리기 시작했으니, 개별 투자자나 기업인들도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입장이다. 코스피 지수가 3년 8개월 만에 2천100을 넘으며 증권사 객장에는 주식시장 근처에도 가지 않던 일반인들이 계좌를 개설하고자 몰려들었고, 오랜 기간 침체하였던 부동산 시장에도 아파트 거래를 중심으로 모처럼 매매가 활성화되고 있다. 하지만, 냉정히 보면 지금 증시 상승세나 부동산 거래 활성화는 사상 최초인 1%대 기준금리의 힘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은행 금리 이상의 수익이 보장되는 투자처에 속속들이 돈이 찾아 들어가는 현상이다. 이른바 펀더멘털(fundamental)로 표현되는 경제 기초체력은 변하지 않았고 유동성에 의존한 경기 부양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인천지역 제조업체의 재고지수를 살펴보면 지난 5년간 55% 가까이 상승하지만, 같은 기간 생산지수는 고작 6.6%가 증가하여 실질적인 경제성장과 수요확대가 미진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재고가 쌓여만 가는데 금융시장만 활황을 이어간다면, 그렇게 이어지는 투자 분위기는 거품으로 분석해도 무방하다. 게다가 향후 지금과 같은 금융계의 훈풍은 미국의 금리 인상을 신호탄으로 급격하게 변할 가능성이 있다. 올 하반기 7년 만에 단행될 가능성이 큰 미국의 금리 인상은 결코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과거 경험상 미국이 기축통화로 달러의 위상 재정립을 위해 12년 내 연쇄적 금리 인상을 실시하면서 미국의 기준 금리는 단숨에 23%대로 올라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있다. 이렇게 될 때 우리나라 금융시장으로 들어온 외국자본이 꽤 많이 빠져나갈 확률이 높고, 실제로 1천5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가계부채를 고려하면 지금의 금융 훈풍은 심각한 착시현상이 될 우려가 있다. 더욱이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수출에 큰 호재가 없이 민간 소비가 지금처럼 둔화한 상태가 이어진다면,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큰 위험이 닥칠 수도 있다. 지금도 지역에서 기업인들을 현장에서 만나면 기회를 선점할 수 있는 적극적인 투자 전략과 동시에, 예측할 수 없는 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준비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명한 토끼가 굴을 세 개나 뚫어놓고 피난처를 준비하는 마당에, 불확실한 대외환경에 영향을 크게 받는 우리나라, 특히 인천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위기 때 쉽게 무너지지 않을 수 있는 전략은 필수다. 물론 뚜렷하게 예정되지 않은 위기를 언급하며 불안감을 조장할 필요는 없다. 다만, 경제분야와 관련해서는 부정적인 예측에 대해 늘 예민하게 준비하고 대비해야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 일본이 오랜 기간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리하게 엔저 정책을 펼쳐나가는 것에는 한두 가지 정책만으로 회복하고 통제할 수 없는 커다란 경제 규모에 기인한다. 우리나라 개별경제 주체들이 토영삼굴(兎營三窟)의 지혜를 교훈 삼아, 미리미리 위기 대응책을 고민하길 기대해 본다. 정병일 인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인천시론] 300만 인천시민의 행복 찾기

얼마 전 동료 의원들과 주안역에서 어르신들을 위한 무료 급식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시민의 봉사자로서 무언가 도움을 주었다는 뿌듯함에 앞서 한강의 기적을 이루며 대한민국 경제를 부흥시켰던 어르신들이 오늘날 이렇게 노상에서 식사를 할 수 밖에 없게 된 현실에 매우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문학경기장에서 펼쳐진 제93회 어린이날 기념식에 참석했다. 인천의 미래인 어린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이 꿈을 펼치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무한한 책임감을 느꼈다. 5월은 어린이날을 비롯해 어버이날, 가정의 날, 부부의 날까지 가족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하는 달이다. 시민표로 선출된 우리 정치인에게 인천 시민은 모두가 가족이다. 35명 인천시의원은 어떻게 하면 300만 인천 시민이 행복해질까 고민한다. 고민의 시작과 끝이 300만 인천 시민의 행복 생활권인 것이다. 지난 4월7일 박근혜 대통령과 오찬의 기회를 가졌다. 전국 시도 의장단 17명과 함께 대통령과 지역 발전과 현안을 건의하고 환담을 나눴다. 이날 인천시의회 의장으로서 인천 시민이 겪고 있는 차별을 전했다. 모든 국민은 거주이전의 자유를 가진다라는 내용의 헌법 제14조는 국민 이동권 및 생활권 보장을 말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린 전국 모든 곳을 무리 없이 다닐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국민이 불편하지 않고 거주이동이 가능하도록 도로와 철길, 뱃길 등의 모든 기반 시설을 확충하여야 한다. 그런데 유독 인천에서, 그중에서도 영종도 주변만 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혜택이 아닌 당연한 권리임에도 정부 관심은 여전히 소홀하다. 지난 2006년 11월 1일, 제5대 인천시의원으로 봉직할 때 인천시 공항고속도로 통행료 지원 조례를 발의했다. 6만542명의 영종용유북도 지역 주민이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를 이용할 때 통행료를 지원해야 한다는 조례다. 이 조례는 지난 2007년 4월30일 공포됐다. 인천시는 매년 100억 원 규모의 통행료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통행료는 타 민자 도로에 비해 너무 비싸다. 최근 개통한 평택시흥간(53㎞) 도로 통행요금 3천500원에 비해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는 1㎞당 무려 2.4 ~ 3.4배가량 높은 통행료를 받고 있다. 민자 사업의 가장 큰 문제인 최소운영수익보장(MRG) 때문으로, 인천시는 이를 계약한 국토교통부에 항의하고, 통행료 인하를 건의했지만 묵묵부답이다. 이날 이러한 인천의 고통을 대통령께 전했다. 이에 공항 지역 주민에게 하루 왕복 3회 이상의 통행료를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형평성 있게 요금체계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 건의가 전달된 만큼 향후 정부 방침이 어떻게 바뀔지 기대가 된다. 인천은 대한민국을 이끌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을 통해 세계로 뻗어가고, 세계가 인천을 통해 대한민국에 들어오고 있다. 특히,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인천을 동북아 경제중심 도시로 이끌고 있다. 그러나 이를 통해 인천 시민이 겪고 있는 유무형적 피해는 크다. 인천의 꿈, 대한민국의 미래란 우리의 바람이 이뤄지기 위해선 인천 시민의 권리 찾기가 실현돼야 한다. 300만 인천 시민 모두가 행복하도록 35명의 인천시의원이 앞장설 것이다 노경수 인천광역시의회 의장

[인천시론] 어떤 교육을 대학에 원해야 하는가

대한민국의 교육열은 세계에서 유명하다. 단기간에 이루어낸 괄목할만한 성장의 배경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그러나, 의문이 있다. 이러한 교육열 속에서 우리의 자녀가 대학에서 받기를 원하는 공부는 어떤 것인가? 대한민국에서 대학은 인생의 많은 부분을 결정한다. 이것에서 실패하면 인생이 불행해진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막기 위해 어린 학생들이 공부한다는 것은 우리가 받아들이고 있는 슬픈 현실이기도 하다. 그래서, 초등학교 때부터 입시준비를 위해 그에 맞는 맞춤형 학원들과 과정들이 즐비하다. 자녀가 없을 때는 엄두도 내지 못할 부담을 막상 자녀가 그런 시기에 닥치면 대한민국의 부모들은 자녀를 위해 희생하는 마음의 각오를 다지게 되며 숙명처럼 받아들인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생겼다. 예전에는 대학을 보내기만 하면 되었다면, 이제는 대학을 마치는 것도 어려워졌다. 또한, 그 이후의 삶 역시 보장하기 어렵다. 힘들게 대학을 마쳐서 직장을 가졌으면 행복할 거라 생각했으나, 이 또한 그리 긴 시간을 보장받지 못한 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다. 또한, 자녀를 보내고 싶은 직장도 그리 많지가 않다는 것이다. 필자의 부친께서 어린 시절 자주 해주신 말씀이 남과 같이 해서는 남 이상 될 수 없다였다. 주로 공부를 하는 것에 이용되었다. 최고의 직업을 찾기 위한 꿈을 위해 젊은 날의 고단함은 견뎌야 하는 것이었다. 필자는 공부가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는 몰라도 할 줄 아는 것이 그것 밖에 없었다. 현재 또한 자녀들에게 미친 듯이 달음박질하기를 종용한다. 그러나, 결승점이 어디인지를 알려줄 수 없다면, 자녀들에게 얼마나 달려야 하는지, 맞게 가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시원한 답을 해줄 수 있을지에 의문이 든다. 공부를 한다는 것과 학습능력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사실적인 정보를 접할 때, 얼마나 빨리 이해하고 암기하는 것은 학습능력이다. 공부는 접한 정보를 통해 왜 그럴까, 이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것이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것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를 사고하는 것이다. 그래서 질문과 토론이 중요한 것이다. 이 질문을 통해 새로운 원리를 발견하게 되고, 더 나아가 혁신과 진보를 이루어내게 된다. 대학은 이 질문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키우며, 토론을 통해 자신과 다른 사람의 생각이 다름을 인정하는 것을 배우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학에서 공부를 할 수 있는 것은 무엇과 비교할 수 없는 큰 특권이다. MIT 미디어 랩이 공유하는 철학이 있다고 한다. 질문의 답을 찾지 말고 질문을 찾아라. 혼자만의 생각에서 벗어나 함께 협력하는 공부를 하라. 그리고, 상상하라.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다고 믿고 있는 모든 것에 도전하라. 이것이 MIT가 갖고 있는 창의력의 원동력이다. 학생들마다 질문을 만들어내는 능력과 소통할 수 있는 토론을 통해 사고의 폭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을 대학에 기대하고 싶다. 이것이 전란 후 세대들이 이루어낸 고도성장을 현재와 후대들이 더욱 빛낼 대한민국의 밑거름이라 생각된다. 세계의 국경이 없는 네트워크시대에 대한민국이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이런 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재성 인하공업전문대학 화공환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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