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홍학

타자가 친 공이 외야로 높이 뜬 순간 박명이었다. 공은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 시간 강변북로를 달리다가 창문을 열었다. 우리는 빛과 어둠을 가르는 지퍼처럼 대기를 찢고 달렸다. 당신의 바지지퍼는 아직 열려있지만 말을 하지 않았고, 난 말없이 입술로 그 지퍼를 물고 올렸다. 눈을 맞추고 부리를 비비며 구부러진 목으로 하트를 만드는 홍학처럼 난 나른하여 잠시 당신 어깨에 기댔다. 케냐의 나쿠루 국립공원 호수에는 홍학이 장관이라지. 핑크빛 노을 지는 하늘과 플라밍고, 물 위에 어리는 핑크 그림자. 그 속에선 붉은 피를 흘리고 쓰러져도 아무도 모를 거야. 발을 탕, 굴러 흙탕물이 생기면 물 위에 떠오른 먹이를 잡아먹지. 탕, 탕, 탕, 일제히 발을 구르면 가로등 불빛이 하나둘 강물 위로 떨어진다. 흘러갈 듯 흘러가지 못하고 흔들리는 저 불빛. 때론 격렬하게 때론 부드럽게 애무해도 소용없는 바람의 한숨 소리. 금세 어두워지고 난 꺼져 버려야겠어. 도움닫기를 내달리다 비상하는 홍학처럼 케냐의 나쿠루 호수로 날아가 피를 흘려야지. 자, 안전띠를 풀어버리고. 아무도 모를 거야, 정말 모를 거야. 외야로 날아간 그 공이 어느 지점에 떨어졌는지.... 박희연 2021년 상상인 신춘문예 등단. <제35회 마로니에 전국여성백일장> 시 부문 장원. <국제융합예술대상> 작가상 부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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