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아침] ‘지속가능한 발전"을 헌법에 담자

헌법은 국가의 법체계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최고법이자 근본 틀을 담았다는 의미에서는 기본법이다. 1987년 개헌 이래 30여 년 만에 국회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발족해 제10차 헌법개정안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했지만, 여야간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면서 합의된 개헌안도 마련하지 못했다. 그 결과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헌법개정안에 대한 동시 주민투표가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더 나아가 지난 3월26일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에 대해 국회 표결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여서 이에 대한 국민소환제 등의 책임을 묻는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이러한 안타까움을 뒤로 하고 각계각층의 전문가 및 시민단체 관계자들로 구성된 국회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이하 ‘국회개헌특위 자문위’)는 헌법개정안을 마련한 바 있다. 본인도 말석으로 참여한 바 있는 국회개헌특위 자문위의 헌법개정안은 정치권의 당리당략에 빠지지 않고 ‘지속가능한 발전’과 같은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공정하고도 중립적인 백년대계를 담은 제10차 헌법개정안을 마련함으로써 국회개헌특위 자문위에 주어진 역사적 책무의 일부를 담당한 바 있다. 이제 6·13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국가의 기본틀인 헌법에 담아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30여 년 만에 맞이한 헌법개정의 논의를 활성화한다는 차원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이를 헌법개정안에 반드시 담아야 할 것이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우리 지구상에서 인류와 자연환경이 계속적으로 번영할 수 있도록 전 분야에서 미래세대를 고려해 적절한 개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 2015년 제70회 UN총회에서는 경제, 사회, 환경 등 전 분야에 걸쳐 2030년까지 인류사회가 추구하여야 할 비전과 지구공동체 번영의 지향점인 지속가능발전목표[UN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SDGs)]를 채택했다. 지속가능발전목표는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인류 공동의 목표로서 빈곤퇴치, 건강 및 웰빙, 양질의 교육, 성평등, 지속가능한 도시, 기후변화대응, 정의, 평화 등을 포함한 17개 분야, 169개 세부목표, 232개 지표설정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제는 대한민국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시키고 체감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한국형 지속가능발전목표(Korean-SDGs)의 수립이 필요하다.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개정안과 국회개헌특위 자문위 헌법개정안 모두 ‘지속가능한 발전’을 규정한 바가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하겠다. ‘지속가능한 발전’의 헌법규범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고 각 분야마다 ‘지속가능한 발전’에 힘써서 미래세대에 대하여서 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에 내어놓아도 손색이 없는 한국형 지속가능발전 목표의 초석을 다지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고문현 한국헌법학회장

[인천의 아침] 갑질은 문화가 아니라 질병이다

문화란 인간이 만들어낸 사회의 주요한 행동양식으로 종교, 예술, 사상, 언어, 법과 윤리 등의 가치관을 포함한 사회 전반의 생활양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문화는 문명과 같은 뜻으로 사용되어 문화의 발전과 문명의 발달을 함께 이해하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문화시민이란 발달된 문명 속에 살아가는 성숙한 시민을 의미한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 문화라는 단어가 아주 저급하게 사용되고 있는 용어가 있다. 소위 ‘갑질문화’라는 표현인데, ‘갑질’이 사회 전반에 걸쳐 만연하고 있다는 부끄러운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갑질’이란 한국어사전에 없는 신조어다. ‘갑’은 계약서를 작성할 때 사용하는 용어로 ‘을’과 함께 계약당사자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계약을 할 때 계약당사자들이 처음에만 사람 혹은 회사 이름을 언급하고, 나머지 내용은 A와 B, 혹은 ‘갑’과 ‘을’로 지칭하여 계약서를 작성한다. ‘갑질’은 계약 당사자 중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생각하는 ‘갑’의 억압적이고 인격모독적인 행위를 빗댄 표현이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은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법 인식을 갖고 있는 시민사회다. 세계사적으로 시민사회의 출현은 절대주의 왕정으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에 근거한 해방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계급사회의 신분제를 극복하기 위해 사람들의 자유의사에 기인한 계약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계약이란 ‘갑’이든 ‘을’이든 계약 당사자들이 정해진 계약을 충실하게 이행하고 계약 안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 그런데 계약관계를 상하관계로 인식하고 횡포를 부리는 소위 ‘갑질’은 계급사회에서 볼 수 있는 신분제도의 추한 모습이다. 직급이나 연공서열, 그리고 소속 등을 서열화하여 매사에 모든 관계를 위아래로 구분지어 나보다 조금이라도 아랫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함부로 대하는 모습은 우리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심지어 서비스업에서 고객에게 꼬투리를 잡히지 않기 위해 사물존칭까지 사용하는 한국어 존대법의 뒤틀림은 씁쓸하기까지 하다. ‘갑질’이란 갑과 을의 관계를 계약 당사자와의 관계로만 이해하지 않고 종속관계로 이해하는 미성숙한 시민사회의 현상이다. 오늘날 이러한 ‘갑질’이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사회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계약에 정해진 관계를 넘어선 ‘갑질의 횡포’에 대항하여 공정한 사회를 이루고자 하는 노력이기도 하다. ‘갑질’은 문화가 아니다. ‘갑질’은 미성숙한 인간과 사회의 병리적 현상일 뿐이다. 병은 치료해야 하는 것처럼 잘못된 현상은 고쳐야 한다. 한국 사회의 의식구조상 ‘갑질’은 만성질환처럼 사회 전반에 걸쳐 만연되어 있으면서 그 뿌리도 매우 깊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고 하나씩 고쳐 나간다면 더불어 사는 보다 건강한 시민사회를 이루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임봉대 인천시 박물관협의회 회장

[인천의 아침] 살불살조 <殺佛殺祖>

▲ 선일스님 며칠 전 ‘부처님 오신 날’을 봉축하는 행사가 전국 방방곡곡에서 성대하게 치러졌다. 부처님이 세상에 오신 뜻은 중생의 고통을 건지기 위해 오신 것이다. 태어나자마자 하신 말씀이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 삼계개고 아당안지(三界皆苦 我當安之)”라는 것이었다. 이 말씀을 해석하면 “하늘 위 하늘 아래에 오직 그 스스로 존귀하다. 이 세상이 고통스러우니 내가 기필코 고통을 편안하게 하리라”라는 말씀이다. 더 이상 이 세상에 전쟁과 병고와 죽음이라는 고통,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고통, 원수와 만나는 고통, 구하려고 해도 구할 수 없는 고통, 육신과 정신이 만들어 내는 수많은 고통들을 없애주기 위해 우리 곁에 오신 것이다. 여기서 삼계는 우주법계를 말한다. 우주의 나이는 137억년이라고 한다. 그리고 우주에서 새로 탄생한 지구의 나이가 45억년이라고 한다. 인간의 나이를 길게 잡아 100년이라고 한다면 4천오백만 번의 전생이라고 볼 수 있다. 인도에서 말하는 1겁의 시간은 우주의 탄생과 소멸과 공(空)의 반복된 시간을 이야기한다. 거기서 나란 존재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삶이라는 고통에서 발버둥치며 살아가는 나약한 존재라는 것이다. 인간만이 아니라 모든 생명은 끝없이 죽고 태어나는 고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좋은 인연으로 진리의 가르침을 만나면 육신의 죽음에서 벗어나 깨달음의 세계에 건너갈 수 있다는 것이다. 몸은 자연으로 돌아가지만, 자신이 살아가면서 행한 육신의 행동과 입으로 한 말과 생각으로 지은 선행은 모두 다음 생에 자신에게로 돌아온다. 그 좋은 인연이 예수님이든 알라든 부처든 하느님이든 우리의 의식 세계를 뛰어넘는 영적 차원의 세계에서 나를 구원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다행히 모두가 좋은 인연의 종교 지도자를 만나 세계 모든 종교가 들어와도 서로 크게 싸우지 않고 국민에게 바른 진리를 전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과 중동, 미국 등은 종교적 갈등과 이민족간의 불화로 무서운 살육이 자행되고 있다. 종교가 고통의 원인이 되어버린 것이다. 아무리 좋은 말씀도 내 것이 제일이라는 아집에 빠지면 그 순간 진리는 악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상대를 이해하고 용서하고 남의 처지도 인정할 때 불화는 사라질 수 있다. 뗏목을 타고 강을 건너간 후에는 고마운 뗏목을 짊어지고 갈 것인가, 버리고 갈 것인가? 당연히 버리고 가야하는 것이 지혜인 것이다. 그래서 옛 도인들은 살불살조(殺佛殺祖)하라고 가르쳤다. 즉 “부처도 초월하고 조사도 초월해서, 불타와 조사 보기를 원수같이 보아야만 참으로 공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것이 근본목표가 돼야 한다. 자기 자신에게 의지하고, 진리에 의지하라. 자기 자신을 등불로 삼고, 진리를 등불로 삼으라는 이 말씀을 강하게 다른 용어를 써서 우리들의 어리석음을 일깨우는 방법이 살불살조(殺佛殺祖)라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수많은 조사(祖師)들이 “중 믿지 말라”고 했던 이야기도 같은 맥락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어지러운 세상 참 나를 찾는 지혜가 필요한 때라고 본다. 선일스님 법명사 주지

[인천의 아침] 고혈압 예방 위한 건강한 습관

지난 17일은 세계고혈압연맹(WHL)이 고혈압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고혈압으로 인한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정한 ‘고혈압의 날’이다. 고혈압에 대해 알아보고 예방을 위한 건강한 습관들을 살펴보자. 고혈압이란 혈관의 압력이 높아지는 것이다. 혈관이 지속적으로 높은 압력에 노출될 경우 혈관 내막에 손상이 생긴다. 이 손상된 부분에 콜레스테롤이 침착되면서 단단하고 두꺼워지는 변화를 동맥경화증이라고 하는데, 혈관에 동맥경화증이 발생하면 혈관이 좁아져 혈액이 잘 흐를 수 없게 된다. 고혈압은 동맥경화증이라는 혈관의 협착을 일으켜 신체의 각 장기에 혈액공급의 장애를 가져올 수 있는 혈관질환의 주요 위험인자다. 심장이나 뇌와 같은 중요한 장기들은 다른 장기들에 비해 혈액공급의 부족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혈액공급이 조금만 차단되어도 심각한 장애가 생긴다. 그래서 고혈압은 심장질환이나 뇌혈관질환의 발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고혈압 환자들은 동맥경화에 의한 혈관 협착증이라는 합병증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아무 증상이나 이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특히 주의해야 한다. 두통을 흔히 혈압상승 탓인 증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제 관련성이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혈압 상승과 관련이 있을 수 있는 증상으로는 어지러움두근거림두통피로감코피성기능 장애 등이 있으며, 고혈압으로 인해 심장뇌혈관신장망막혈관 질환이 발생하면 흉통가슴 답답함호흡곤란어지러움시야 흐림시력저하혈뇨손발의 감각이상 및 마비 등이 나타날 수 있다. 2017년 미국심장학회에서 고혈압의 변경된 진료지침을 발표했는데 이 지침에는 고혈압 진단기준을 기존 14090mmHg 이상에서 13080mmHg 이상으로 낮추어 잡았다. 이는 그동안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고혈압 전단계인 130~13980~89mmHg에 해당하는 환자들이 정상 혈압군인 12080mmHg 미만인 사람들에 비해 심혈관질환의 발생 위험도가 1.5~2배 높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이번달 ‘한국 고혈압 진료지침 2018’ 개정안을 발표한다고 밝혀 미국심장학회에서 발표한 목표 고혈압 기준을 반영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심장학회 권고안의 의미는 혈압을 더 엄격하고 더 철저하게 조절하는 것이 심장과 혈관질환의 예방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가능하면 고위험군 환자에서는 치료 목표 혈압을 13080mmHg으로 정하는 것이 고혈압에 의한 혈관합병증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바람직하다. 기억해야 할 것은 혈압이 기존의 고혈압 전단계 범위에 있다 하더라도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큰 사람들은 조기에 생활습관 개선을 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약물치료까지 고려해야 할 정도로 혈압조절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는 것이다. 비약물요법으로 조절되지 않거나 혈관질환의 고위험군일 경우에는 철저한 약물 복용이 필요하다. 혈압이 정상 범위라고 약을 중단하거나, 우연히 3~4일간 약을 복용하지 않았는데 혈압이 괜찮다고 약을 중단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운동, 저염식, 절주 및 체중조절을 습관화하여 고혈압 발생, 고혈압의 악화 및 합병증 발생을 예방해야 한다. 홍은희 한국건강관리협회 인천지부 원장

[인천의 아침] 6월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 무산책임과 개헌에 임하는 자세

국가의 기본법이자 최고법인 대한민국헌법은 1987년에 개정된 후 30년이 지나도록 개정되지 않았다. 어린이가 성년이 되면 새 옷을 준비해야 하듯 우리 대한민국도 산업혁명 4.0에 따른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새로운 시대상황을 헌법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여야 대통령 후보 모두 약속이나 한 듯이 자기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올해 6월13일 지방선거와 동시에 헌법개정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그리하여 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헌법개정안을 준비해 왔다. 이러한 와중에 2018년 2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국민헌법특별자문위원회를 구성해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마련한 헌법개정안을 문재인 대통령이 3월26일 발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헌법 개정안을 보면 현행 전문, 본문(10장 130조), 부칙(6개)으로 구성된 내용을 전문, 본문(11장 137조), 부칙(9개)로 바꾸는 내용이 담겼다. 국어기본법에 따라 잘 사용하지 않는 한자어나 문투는 지양하고 한글화 작업도 이뤄졌다. 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은 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의 헌법개정작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개헌의 압박수단으로 볼 수 있다. 현재까지 개헌이라는 공약을 지키려는 측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뿐이다. 야당은 지방선거에서 개헌투표를 병행하면 불리하다고 판단해 개헌에 관한 국민투표를 지방선거와 연계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다. 여당은 개헌 카드가 공약을 이행한다는 점에서 자기들에게 유리하다는 계산을 하고 개헌을 추진해 왔다. 문 대통령발의 개헌안은 천부인권적 성격을 가진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하고, 생명권을 신설했다. 산업혁명 4.0에 대처하기 위해 자기정보통제권을 신설하고 선거권 연령을 18세로 인하하는 등 기본권을 대폭으로 신장하고, 지방분권국가 지향성을 명시하여 지방분권에 대한 의지를 천명한 것,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제 도입, 감사원의 독립기관화 등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런데 헌법개정의 근본적 원인인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 축소가 필수적인데 이에 대해 감사원의 독립기관화나 대통령의 국가원수 지위라는 표현의 삭제 정도로는 여전히 미흡해 야당의 강력한 반대에 봉착, 그 결과 여야 합의의 개헌안 도출이 거의 물 건너가게 됐다. 이렇게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이 무산된 이유는 여야가 당리당략에 기초해 개헌을 추진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야는 이제라도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개헌하려는 초심으로 돌아가 역사와 미래세대에 대한 무한책임을 지고 개헌에 임해야 할 것이다. 칼 뢰벤슈타인(K. Loewenstein)이 “미국 외의 국가에서 대통령제를 도입하면 ‘죽음의 키스’로 변한다”고 역설했듯이 대한민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거의 예외없이 불행한 최후를 맞이했고 지금도 전직 대통령 두 명이 같은 날 동시에 재판을 받는 불행의 연속에 있다. 여야는 앞으로 몇 명의 전직 대통령들의 ‘죽음의 키스’를 보아야 정신을 차리겠는가! 고문현 한국헌법학회장

[인천의 아침] 유네스코와 한국의 세계유산

2018년은 한국이 유네스코 세계유산협약에 가입한 지 30년이 되는 해다. 현재 유네스코에 등록된 한국의 세계유산은 1995년에 등재된 종묘, 석굴암과 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을 포함한 12곳이며, 경기도에는 수원화성(1997년), 강화·고창·화순 고인돌 유적(2000년), 남한산성(2014년) 등 세 곳이 있다. 그리고 훈민정음과 조선왕조실록을 포함한 16개가 대한민국의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1972년에 제정된 세계유산협약에는 자연을 환경인 동시에 유산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였는데, 한국에서는 2007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및 한라산이 자연유산으로 유일하게 유네스코에 등재되어 있다. 유산의 개념이 훌륭한 건축 유산부터 자연경관을 포함하고 최근에는 산업시대의 유산과 현대 건축물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으로 넓혀지고 있다. 세계유산협약은 뛰어난 보편적 가치를 지닌 문화유산 및 자연유산을 보호하여 후대에 물려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네스코에 지정된 세계유산이 전쟁이나 분쟁으로 인해 고의적으로 파괴되기도 하였는데, 아프가니스탄의 거대 불상, 알레포의 구시가지와 성채, 시리아의 팔미라 등 다수의 세계유산이 파괴되거나 훼손되는 일이 발생하였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아랍지역센터 무뇌르 부슈나키(Mounir Bouchenaki) 소장은 “유네스코 세계유산협약은 훼손된 유산의 복구를 지원하고 분쟁지역에 있는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여 왔다”며 “현재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도전과제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유산과 관련된 기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권침해와 같은 연관가치를 반영하려고 노력한다. 독일의 경우 에센시 졸라페인 탄광에 강제노역한 사실이나 홀로코스트로 인한 나치 시대의 희생자들을 기억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마련해 오고 있다. 반면에 일본은 2015년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 등재와 관련한 군함도의 조선인 강제노역을 사실상 인정하지 않고 있다. 유엔인권위원회는 2009년 ‘진실을 알 권리를 존중하고 보장하는 것의 중요성’에 관한 결의안(A/HRC/RES/12/12)을 채택하였는데, 오사카 대학 국제 공공정책 대학원 아키이사 마츠노(Akihisa Matsuno) 교수는 “과거의 잔학행위를 부정하거나 부인하려는 의도로 기억의 유산을 파괴하거나 변화시키려는 시도가 발생할 때 기억의 유산에 대한 보존 노력은 절대적인 중요성을 갖는다. 국가는 기억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보존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한다. 한국의 세계유산은 우리 고유의 자연과 역사, 사회와 문화를 가장 잘 반영한 것이며, 가장 한국적인 것이 인류가 공동으로 보존해야 할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닌 세계유산이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유산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의 자연유산 보존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고유한 문화를 잘 보존해야 한다. 그리고 일제강점기의 탄압받은 역사를 바로 세우고, 인권침해와 관련한 기록물도 잘 보존하여 공동 기억의 소멸이나 왜곡을 방지하도록 해야 한다. 임봉대 인천시 박물관협의회 회장

[인천의 아침] 동백꽃의 꽃말

추운 봄바람에 빨간 꽃이 피어나는 동백꽃을 보면 과거 나의 가슴을 저리게 하는 한 도반이 생각난다. 짝사랑하는 여인이 있었다. 연상의 여인이었다. 그 여인은 스님을 멀리했고, 어느 추운 봄날 먼저 가신 어머님 무덤을 파고 그 옆에 누워 약을 먹고 저 세상으로 갔다. 삶의 외로움과 고독을 품에 안고 어머님 품으로 갔다. 자신의 고통을 잊고 나는 누구인가를 찾아서 절에 왔고, 사랑으로 세상을 구원하자고 수행하던 도반은 왜 돌아가신 어머니 곁으로 갔을까? 착하디 착한 그의 마음을 찢어 놓은 건 누구인가? 연상의 그 여인을 알고 보니 그것도 아니었다. 그의 마음은 동백꽃이 잘 말해주고 있다. 동백꽃 꽃말은 청렴, 절조, 희망, 그리고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이다. 자신의 청렴과 절제를 지키던 한 수행자의 희망이 모든 이웃에 대한 사랑이었다. 그러나 세상은 자신의 사랑을 보지 않았고, 그 사랑의 원천이 어머니이기에 어머니만이 그를 이해할 것이라 믿고 어머니 곁으로 갔다고 본다. 그래서인지 추운 봄바람이 불면 선운사 동백꽃이라는 김용택의 시가 내 가슴을 아리게 한다. 선운사 동백꽃/ 김용택 여자에게 버림받고 살얼음 낀 선운사 도랑물을 맨 발로 건너며 발이 아리는 시린 물에 이 악물고 그까짓 사랑 때문에 그까짓 여자 때문에 다시는 울지 말자 다시는 울지 말자 눈물을 감추다가 동백꽃 붉게 터지는 선운사 뒤 안에 가서 엉엉 울었다. 세상은 모두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부모는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학교는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이웃은 각자 자신들의 행복과 각자의 아만으로 가득 차서 산다. 사회는 약육강식의 살벌한 전쟁터이다. 국가들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전쟁도 불사한다. 이런 아집의 세상에 동백꽃의 꽃말 중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라는 말은 너무나 위로가 되는 말이다. 또한, 울릉도의 동백꽃에 얽힌 시랑 이야기는 너무나 슬프다. 배를 타고 떠난 남편을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쳐 죽었다. 그녀는 남편이 돌아오는 산언덕에 묻어 달라고 했고, 어렵게 돌아온 남편은 무덤가에서 자기를 기다리고 기다리다 죽은 사랑하는 부인을 애타게 부르며 울면서 당신만을 사랑한다고 흘린 눈물이 동백꽃이 되었다고 한다. 당신만을 사랑한다는 이 아름다운 말을 간직한 동백꽃이 우리의 삭막한 마음을 달래준다. 지금 한국은 지방자치단체 선거와 여야 정치 싸움으로 국민의 행복과 평안은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 싸우며 매우 혼란스럽다. 남북의 긴장으로, 북미의 갈등, 중미의 갈등과 트럼프의 막말 속에 한 치 앞을 보기 어려운 시기다. 서로를 미워하고 싸우는 세상에서 아름다운 마음을 간직하는 길은 어디에 있을까? 그러나 그 답은 영원히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 한 사람이라도 동체대비(同體大悲)의 마음으로 세상을 향해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외칠 때 그 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것이다. 선일스님 법명사 주지

[인천의 아침] 100세 수명 위협하는 파킨슨병

파킨슨병은 치매 다음으로 많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노인성 질환이지만 수명 연장으로 노년층이 늘어남에 따라 점차 그 발병 빈도 또한 증가하는 추세다. 대개 60세 이상에서 발생하지만 드물게 10대나 젊은 층의 환자도 있다.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기를 보내기 위해 반드시 대비해야 하는 파킨슨병의 발병원인과 증상, 그리고 치료법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파킨슨병의 원인과 진단 방법 파킨슨병은 신경 세포들이 어떠한 원인에 의해 소멸하게 되고 이로 인해 뇌 기능이 이상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신경퇴행성 질환 중 하나다. 도파민 신경세포가 70% 이상 손상돼야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초기 증상으로는 진단이 쉽지 않고, 뇌경색 등 다른 질환과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파킨슨병의 진단은 아직은 뇌 조직 검사만이 확진을 내릴 수 있는 방편이므로 현실적으로는 신경학적 검사를 통해 임상적 추정진단만을 내리게 된다. 이 외에도 뇌 자기공명영상촬영(MRI)과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CT), 뇌관류 단일광전자 단층촬영(SPECT)등도 진행하며 최근에는 도파민의 전달체를 볼 수 있는 특수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등을 통해서 파킨슨병의 진단율을 높이고, 비전형적 파킨슨증후군을 구분하는 방법도 나오고 있다. 이럴 때 파킨슨병 의심하라. 눈으로 흔히 볼 수 있는 증상은 떨림이다. 움직일 때가 아닌 가만히 안정된 상태에 있을 때 나타나며 환자의 약 70%가 손과 다리 어느 한 쪽에서 먼저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고, 수면중에는 없어진다. 다음으로는 경직이다. 일반적으로 한쪽 팔다리에서 먼저 나타나 전신으로 진행되며 이로 인해 서 있을 때 등이 구부정하게 굽고 팔꿈치도 약간 굽어있는 형태의 자세를 보이는 것이 파킨슨 환자의 특징 중 하나다. 또한 행동역시 느려진다. 말 그대로 움직임이 있으나 느리게 움직이고, 어떤 동작을 하려고 해도 시작이 잘 되지 않거나 매우 느리다. 혹은 어떤 동작을 멈추기도 쉽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파킨슨병은 후각 장애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만약 60대 이상의 노인이 손발이 떨리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평소와 다르게 냄새를 잘 맡지 못한다면 파킨슨병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의 차이는? 가장 흔한 치매인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은 초기에는 기억 저하만을 호소하는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두 질환이 비슷해 보일 수 있다. 때문에 파킨슨병과 치매, 알츠하이머를 조기에 구분해 치료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데, 최근에 단일광전자 단층촬영(SPECT)으로 뇌의 혈류량을 분석해 파킨슨병과 치매, 알츠하이머병을 구분하는 논문이 발표돼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파킨슨병, 치료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파킨슨병을 완벽하게 치료할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다. 그러나 조기에 진단한다면 증상을 조절할 수 있고, 조기 치료도 가능하다. 일단 파킨슨병이 발병하면 약물치료 등을 통해 환자 뇌의 퇴행을 늦추거나 증상을 완화하는 조치를 취하게 된다. 또한 환자 자신도 규칙적인 운동으로 근력을 유지해 병의 증상을 완화하는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 홍은희 한국건강관리협회 인천지부 원장

[인천의 아침] 다원화 사회에 맞는 국회의원 선거제도개혁 필요성

국가의 기본법인 헌법 개정이 우리 시대의 뜨거운 화두다. 1987년에 개정된 현행 헌법이 31년이나 지나 시대정신과 헌법가치를 반영하기 위한 헌법개정이 반드시 필요해졌다. 지난 3월26일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으로 인해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가 현재 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논의를 거치고 있다. 헌법 개정 못지않게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도 매우 중요하고 절실하다. 선거제도 개혁 논의의 핵심은 다수당에 유리한 현행 소선거구제 다수대표제의 개혁과 원내교섭단체의 정족수 요건의 완화, 고정명부식 정당명부제 선거의 개선방안 등이다. 먼저, 현행 소선거구제 다수대표제를 개혁해 중·대선거구제 소수대표제로 바뀌어야 한다. 현재 영호남을 각각 기반으로 하는 양대 다수당에 유리한 현행 소선거구제 다수대표제를 개혁하여 사표(死票)를 줄이고 소수자도 대표로 선출될 수 있는 중·대선거구제 소수대표제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통해 다원적 사회에 부응하기 위한 가칭 녹색당, 농민당 등과 같은 정당이 소수자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위 소수정당이 제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현재 동일정당 소속 국회의원 20인을 요건으로 하는 원내교섭단체 정족수 요건을 대폭 완화해 10인 또는 5인 정도로 해야 한다. 현행 국회의원 20인 요건이 완화되지 않는다면 제3의 소수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정당의 출현이 쉽지 않게 되고, 민의를 충분히 반영하는 정치체제가 되기 어렵다. 셋째, 현행 비례대표 국회의원선거는 고정명부식 정당명부제를 채택하고 있다. 고정명부식 정당명부제란 각 정당에서 비례대표명부를 작성할 때 각 정당의 수뇌부에서 정한 정당명부에 유권자가 단지 찬성표만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각 정당에서 작성한 비례대표명부의 순서에는 전혀 영향을 미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맹점을 악용해 각 정당 수뇌부에서 비례대표 후보 순위를 정할 때 후보의 능력이나 자질보다는 당에 공천헌금을 많이 납부한 후보를 정당명부의 상위순위에 배치해 왔다. 이 때문에 정당이 전국적으로 얻은 득표수를 기준으로 배분하는 비례대표의원에 대해 전국구(全國區)의원이라는 용어 대신 전국구(錢國區)의원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칭이 따라다니곤 했다. 이제는 이러한 폐단을 과감히 시정해 독일처럼 유권자가 정당에서 제시한 비례대표명부의 순위를 통째로 바꿀 수 있는 가변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채택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각 정당에서 설령 1순위에 배치한 후보라 하더라도 유권자들이 보기에는 공천헌금을 많이 납부해 상위순위에 배치된 후보라면 비례대표명부의 최하위로 밀어낼 수가 있다. 결국 처음 정당 명부상에서 상위순위에 배치된 후보더라도 최종 선거결과 동일한 순위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가 없게 돼 공천헌금의 액수를 적게 납부하거나 공천헌금을 납부하기를 거부하려 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제왕적 당대표의 이른바 공천헌금의 폐해는 깨끗이 청산하여 가히 선거혁명을 이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민주주의는 선거를 먹고산다는 말이 있듯이 여야는 역지사지의 자세로 기득권을 과감히 버리고 국민의 다원화된 이익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선거제도의 개혁에 임해 주기 바란다. 고문현 한국헌법학회장

[인천의 아침] 봄(春)과 미투(Me Too)

봄이다. 입춘이 지나고 춘분이 되었다. 지난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봄비가 내리고 개구리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경칩도 지나고 이제 춘분과 함께 낮이 길어지기 시작하였다. 봄은 해가 길어지면서 날씨가 따뜻해지고 나무에 움이 트기 시작하는 새로움의 계절이다. 우리말 봄의 어원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하나는 굳었던 땅에 움이 돋고 앙상한 가지에 새싹이 나오는 것을 ‘새로 본다’는 뜻에서 ‘보다’의 명사형 ‘봄’에 온 것이라고 한다. 한자로 봄을 뜻하는 春은 ‘뽕나무에 새순이 돋는 날’을 뜻하고, 영어로 봄인 ‘spring’은 ‘바위틈 사이에서 물이 솟아 나오는 것’을 말한다. 새싹은 지극히 작고 연약하지만 굳게 얼었던 땅을 뚫고 올라오는 모습을 보면 생명의 힘이 놀랍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종교적으로도 봄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게르만계의 일족인 튜튼족은 춘분에 그들이 섬기는 봄의 여신 이스터의 축제를 열었다. 이스터 축제는 나중에 기독교에서 십자가 죽었다가 삼일 만에 부활한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절을 기념하는 날이 되었다. 그래서 부활절을 영어로 ‘이스터’(Easter)라고 한다. 예수의 부활을 제일 먼저 목격한 사람들은 일요일 새벽에 예수의 무덤을 찾아갔던 여인들이었다. 지중해변의 우가릿(Ugarit)에서 발굴된 고대 가나안 신화에 보면, 겨울은 ‘모트’(Mot)라는 ‘죽음’의 신이 지배를 하였는데, ‘아낫’(Anat)이라는 전쟁의 여신이 ‘모트’를 죽였다. ‘모트’의 죽음으로 봄이 시작되면서 천둥과 풍요의 신인 ‘바알’(Baal)이 부활하였다. 유대인들은 봄에 이집트에서 400년 동안 종살이를 하다가 해방된 출애굽을 기념하는 유월절을 지킨다. 이스라엘 백성을 출애굽 시킨 모세는 어릴 때 이스라엘 남자 아이는 다 죽이라는 이집트 왕의 명령 때문에 어머니가 그를 갈대 상자에 몰래 숨겨 나일 강에 띄웠는데 이집트 공주가 발견하여 목숨을 구했다. 이처럼 신화적으로나 종교적으로 봄은 여성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약자인 여성들이 죽음의 권세를 가진 권력자들의 손으로부터 봄의 기운을 살려내고 새로운 시작을 하도록 하였다. 겨울이 죽음이라면 봄은 생명이다. 겨울이 남성이라면 봄은 여성이다. 겨울이 억압이라면 봄은 해방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 사회에 일고 있는 미투 운동(Me Too Movement)은 봄을 여는 사회운동이다. 미투 운동은 성차별이나 계층 간의 갈등을 유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강자의 억압에서 약자들이 해방되어 공정한 사회를 이루어가고자 하는 노력이다. 봄이 되었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 이제 시작이다. 겨울이 유난히 추웠던 만큼 여름은 더욱 무더워지고, 반면에 봄과 가을은 그만큼 짧아질 것이다. 농부들이 묵은 땅을 갈고 씨를 뿌리듯, 무더운 여름을 이기고 결실의 가을을 맞이할 수 있도록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우리의 몸과 마음에도 봄 새싹이 나듯 모든 사람들이 다 새로운 기운과 희망으로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기를 소원해 본다. 임봉대 인천시 박물관협의회 회장

[인천의 아침] 동토의 땅이 녹는 봄소식

시베리아 한파가 전국을 꽁꽁 얼어붙게 했다. 부산과 여수가 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내려가니 남쪽 따뜻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웬 날벼락인가 싶다. 북한의 추운 곳은 영하 30도가 넘었을 것이다. 그러나 겨울이 오나 싶더니 몇 개월간 추위가 기승을 부리다가 살며시 다가온 봄바람에 추위가 날아가고 대지가 녹으며 개울가도 물소리와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 참 자연의 순환은 아름답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다. 아무리 자연을 정복하려고 해도 결국은 자연의 거대한 품 안에서 그곳이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자신이 태어난 어머니의 품 안이라는 것을 알아가는 것이 삶의 깨달음일 것이다. 역사의 순환도 예외는 아니다. 과거 전제주의에서 왕권은 사라지고 사회주의로 공산주의로 자본주의로 민주주의로 이어지는 역사의 순환은 공산주의를 탄생시킨 서방에서조차 공산주의가 사라졌다. 유독 한반도에서만 역사의 순환이 막혀 냉전의 산물인 조국의 겨울은 반세기를 거치며 민족 간의 갈등과 아픈 전쟁들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민족은 반만년의 긴 세월을 같은 민족이면서도 여러 나라로 쪼개져서 수많은 전쟁을 하면서 때론 어렵게 통일을 이뤄오다가 이제는 다시 두 개의 국가로 갈라졌다. 남한과 북한이 삼팔선이라는 긴 장벽을 쌓고 과거 소련이 서방국가와 비공산국가의 접촉을 막기 위해 쌓은 철의 장막을 이 땅에도 설치하고 지금까지 대치 중인 것이다. 그러나 통일은 한민족의 소원이고 오랜 소망이라 다급한 마음으로 갈망한다. 이제는 긴 갈등의 역사를 간직한 대한민국에서 벗어나 하나라는 공동체의 민족 국가가 들어설 때가 올 것이라는 큰 기대감을 가지고 남북화해의 소식을 기다렸다. 그 간절한 소망이 3월5일 북한을 방문한 대북특사단의 소식이었다. 더욱이 9일 한국 대북특사단이 김정은 친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하고 곧바로 김정은을 미국 대통령이 만나기로 하는 역사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평창올림픽을 기점으로 얼었던 동토의 땅이 녹는 봄소식이 들리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핵전쟁 위험 국가였다. 북한의 미사일이 미국을 향해서 시험발사를 하면서 세계는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됨을 연일 보도하며, 미국 대통령과 북한 지도자는 서로 막말을 하며 일촉즉발의 단계까지 가는 아주 위험한 단계였다. 금방 핵전쟁이 나서 금수강산 한반도가 역사 속에서 가장 추한 땅이 되나 하는 긴박감 속에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마치 얼었던 수도가 터지듯 남북관계의 물결이 우수수 터져 나오는 기쁜 소식들이 쏟아져 나왔다. 김정은이 남북대화를 요구했고 또한 미국과의 대화를 비핵화로까지 가는 발언과 한미군사훈련 자체도 수긍하는 큰 틀에서 북미협상을 요구했다. 특히 두 정상이 판문점에서 남북협상을 하기로 한 것 등 모두가 파격적인 모습이다. 과거 독일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도 어느 날 봄눈 녹듯이 찾아왔고, 대한민국도 어느 날 소리 없이 찾아오는 봄소식 같이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는 대화가 찾아온 것이다. 아무쪼록 민족의 염원인 통일이 빨리 오도록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선일스님 법명사 주지

[인천의 아침] 개헌을 좌초시킬 수 있는 요인과 필요 최소한의 개헌

헌법은 국가의 기본법이자 최고법이다. 대한민국헌법은 헌법 전문(前文; Preamble), 총강, 국민의 권리와 의무, 국회, 정부, 법원, 헌법재판소, 선거관리, 지방자치, 경제, 헌법개정 등의 순으로 구성돼 있다. 위와 같이 구성된 헌법이 헌법규정대로 집행되지 아니하면 뢰벤슈타인(K. Loewenstein)이 말한 명목적 헌법이 된다. 헌법현실이 헌법규정과 괴리가 심하게 되면 헌법변천을 통해 일시적으로 해결할 수는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헌법개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컨대 헌법 제3조의 영토조항은 북한 지역을 포함하고 있어서 헌법변천으로 해석하고 있지만 이렇게 해석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정을 수행하지 않고 비선 측근을 통해 국정을 수행한 것에 대해 국회 탄핵소추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으로 파면되자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는 개헌논의가 봇물처럼 일어났다. 급기야 지난 제19대 대선에서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비롯한 모든 후보들이 금년 6월 지방선거에서 개헌을 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지금 국회에서 1987년 제9차개헌 이래 30여 년 만에 국회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발족해 제10차 헌법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을 마련하는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3월13일 문 대통령에게 개헌안을 보고할 예정이고 이를 토대로 3월20일 안으로 대통령이 개헌을 발의할 예정이어서 헌법 개정의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높다. 그러나 제10차 개헌을 무리하게 추진하려다가 개헌을 좌초시킬 수 있는 요소들이 잠복해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우선, 30여 년 만의 개헌이어서 전면개헌을 하려고 하는데 이 경우에 쟁점들이 너무 많아 여야 간에 합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정부형태를 둘러싸고 대통령제를 선호하는 여당과 이른바 이원정부제를 선호하는 야당 간에 합의가 쉽지 않다. 둘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등 이념대립이 심한 쟁점은 개헌의 가능성을 저하시키므로 이러한 쟁점은 이번 개헌에서 제외해야 한다. 셋째, 역사적 사건의 평가가 상이한 쟁점을 헌법개정에 포함하는 것도 될 수 있는 대로 지양해야 한다. 예컨대 ‘518 민주화운동’을 헌법 전문(前文)에 추가하는 데 대하여 정당 간 및 국민 간에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 않으므로 무리하게 추진하려다가 오히려 개헌을 좌초시킬 수 있다. 이번 제10차 개헌에서 ‘518 민주화운동’이 포함되지 않더라도 419혁명은 이승만의 장기집권과 부정선거에 대한 반독재 학생시민혁명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범국민적 저항권 행사이므로, 현행 헌법 전문의 ‘419민주이념’에 포함된다고 새길 수 있다. 현 세대는 역사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여 헌법개정 시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라는 가중된 의결 정족수를 거친 후 국민투표까지의 험난한 통과과정임을 감안하여 국회 의결정족수에서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과 같이 ‘필요 최소한’의 개헌을 추진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고문현 한국헌법학회장

[인천의 아침] 인천 관광의 현 주소

누군가 “인천에 놀러가고 싶은데 어디를 가면 좋겠어?”라고 묻는다면 뭐라고 할까? 어려운 질문이다. 이 질문에 답을 하려면 우리는 인천의 관광 현주소를 살펴보고 관광지로서 인천을 추천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우리 인천은 TV에 자주 등장하는 계획도시 송도를 비롯 외국인의 내왕과 무역을 허용한 개항장, 최근 ‘무한도전’ 촬영지로 활용된 월미도와 강화도 석모도, 천혜의 자연경관을 지닌 168개의 섬 등 많은 자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2016년을 기준으로 방한 외래 관광객의 78.0%(2016년 외래 관광객 실태조사)가 서울을 방문지로 택하여 인천을 출입국을 위한 장소로 활용하고 있으며, 국민의 국내여행 장소로 인천은 17개 지자체 중 11위(2016년 국민여행 실태조사)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내·외국인 관광객이 관광지로서 인천을 선택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필자는 첫째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프로그램 개발, 둘째 인천의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온라인 마케팅 강화, 셋째 관광객 만족도 향상을 위한 수용태세 개선을 제안한다. 관광객들은 주요 관광자원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지역만의 고유문화도 체험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지속 가능하고 지역의 삶에 밀착된 콘텐츠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는 앞으로 인천 관광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며 더 나아가 인천 시민의 관광 향유권을 강화하는 방안이기에 인천을 가볼만 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하는 것이다. 2016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개별여행 관광객 증가추세가 뚜렷하다. 해외 관광객 67.4%가 개별여행 관광객이고 74.1%가 인터넷에서 여행 정보를 입수한다. 이러한 개별여행 관광객 증가추세와 기술변화의 흐름에 맞추어 인천은 현재까지 주류를 이루었던 오프라인 마케팅에서 탈피해 인천의 관광 콘텐츠를 시장에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온라인 마케팅을 강화하여 인천 방문율을 높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인천을 방문한 관광객에게 인천 관광이 즐겁고 다시 방문하고 싶은 도시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관광객의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 2016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내·외국인이 여행지를 선택할 때 여행지에 대한 주요 정보원으로 가족과 친구 등을 활용한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관광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관광지 매력도, 대중교통, 숙박시설, 쇼핑 등의 하드웨어적 요소와 언어소통, 관광정보 등의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관광 수용태세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 인천국제공항과 송도, 원도심 등을 연결하는 시티투어 버스 노선 운영, 올해의 관광도시 강화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관광 프로그램 개발, 5대 거점(개항장, 송도, 강화, 영종, 섬·해양) 사업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대규모 자본투입이 필요한 하드웨어적 요소 개선보다는 관광객 환대 서비스 개선을 통해 인천을 찾는 관광객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어 관광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인 것이고 이는 지속적으로 추진해야만 한다. 이에 인천관광공사는 생활밀착형, 주민 만족형 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채홍기 인천관광공사 사장

[인천의 아침] 우수(雨水)와 평창 동계올림픽

시골집은 아니지만 도심사거리 옆 산등성이에 살다 보니 허름한 한옥이 겨울을 못 이기고 수도꼭지가 꽁꽁 얼어 아침저녁으로 통에 물을 떠다 나르며 겨울을 나고 있다. 그러나 입춘이 지나 우수가 오면 얼었던 대동강물도 녹는다고 하지 않는가. 우수는 입춘과 경칩 사이에 들며, 입춘 15일 후인 양력으로 2월19일 또는 20일이다. 흔히 양력 3월에 꽃샘추위라 하여 매서운 추위가 잠시 기승을 부리지만, 이미 우수 무렵이면 날씨가 많이 풀리고 봄기운이 돋고 초목이 싹튼다. 우수는 눈이 녹아서 비나 물이 된다는 날이니, 곧 날씨가 풀린다는 뜻이다. 한겨울 내내 꽁꽁 얼어붙어 있던 수돗물도 2월 초순에 들어서면 더 이상 잘 얼지 않는다고 한다. 시골의 어른들은 우수날 밤만 되면 수도꼭지에서 물이 우수수 터져 나온다고 하니 나도 얼은 수도를 원망하며 추위에 떨었던 날들의 어려움을 벗어나겠지 하는 희망이 든다. 이 얼어붙은 동토(凍土)가 녹아야 꽃이든 싹이든 돋아날 수 있다. 그러니 봄의 첫 징조는 얼음이 녹는 것에서 실감할 수 있으며, 그것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때가 바로 우수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이 2월9일 시작해 25일에 끝난다고 한다. 날짜가 우수를 전후해 진행되는 것이 마치 언 땅이 녹는 시기에 남북이 평화올림픽을 진행하는 느낌이 들어 얼어붙은 동토가 녹는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남과 북의 위기상황이 꽁꽁 얼어버린 시기에 서로 닫았던 마음의 문을 열고 평창 동계올림픽을 열었다. 그것도 남과 북이 한반도 태극기를 들고 서로 손잡고 경기를 한다는 것은 매우 역사적인 순간이다. 그동안 전 세계를 핵전쟁의 불안에 떨게 하고 남북관계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냉각된 상황에서 남과 북이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대치상태였다. 특히 거기에 더해 미국의 매파들은 6·25때 북한에게 절대적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치른 수많은 희생을 수치로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자괴감은 이후 플레브로호 사건과 판문점 도끼만행사건에서 다시 반복됐다. 매파는 이러한 일련의 경험에 대해 보복심리나 피해의식을 가지고, 트럼프 정부 들어서는 강경 일변도로 돌아서며 ‘코피전략’을 쓰고 있다. 일본도 한미 연합훈련을 부추기며 전쟁 나기를 바라는 나라다. 그것이 일본 국익에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얻는다고 그들은 확신하고 있다. 이런 어려운 한반도 정세에 한줄기 빛이 평화올림픽인 평창 동계올림픽이다. 입동을 지나 얼어버렸던 한반도가 다행히 입춘과 우수를 기점으로 녹아가는 것은 기쁨이다. 이번 영광스러운 평화의 평창 동계올림픽이 우수를 전후해 열려, 언 땅에서 식물들이 싹이 트고 자라듯이 한반도에 평화의 길이 열리지 않나 하는 희망을 보게 된다. 주역에서 살펴보면 입춘과 우수는 한 쌍을 이루며 인월(寅月)에 속한다. 십이지(十二支) 중 인(寅)은 ‘물이 나무에 스며드는 인(演)’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른 봄 대지로부터 물을 빨아들이는 고로쇠나무를 연상하면 된다. 겨우내 잠들었던 양기가 비로소 세를 얻으니, 그 신호탄으로 초목이 불쑥 솟아오르는 것이다. 우수를 기점으로 초목이 불쑥 솟아오르는 것 같이 한반도에 평화가 일어나길 염원하며,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이 성공적인 올림픽이 되길 바란다. 선일스님 법명사 주지

[인천의 아침] 우주의 불균형과 인간의 경계선

올겨울은 유난히 춥다. 우리나라 날씨가 점점 봄과 가을은 짧고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이 길어지는 것 같다. 여름에는 태풍과 홍수, 쓰나미(tsunami)로, 겨울에는 폭설과 한파로 지구촌 구석구석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이상기온에 따른 자연재해라고들 한다. 인간의 기억 속에 있는 태곳적 자연재해의 대표적인 것은 대홍수다. 대홍수 이야기는 성경뿐만 아니라 바빌론이나 그리스의 신화에도 등장한다. 이들 신화에서 보여주는 대홍수의 동기는 우주에서의 불균형이다. 땅에 인구가 넘쳐난 것이다. 땅에 넘쳐나는 인간의 소음이 신들의 잠을 방해하였고, 화가 난 신들은 인간을 파멸시키기로 작정하고 처음에는 여러 가지 재앙과 기근으로 하다가 마지막에는 대홍수로 하였다. 바빌론 신화에서 보면 땅에서 넘쳐나는 인구를 막기 위하여 신들은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하였다. 신들은 여인들이 아이를 갖지 못하도록 하고, 아기들을 빼앗아가는 악마들을 만들었다. 그리고 인간의 수명을 제한하였다. 그리스의 호머(Homeric)와 헤시오딕(Hesiodic) 전통에 나오는 트로이 전쟁의 신화적인 동기는 반신반인의 등장이다. 여기서의 불균형은 인간존재의 혼합, 즉 반신반인으로 인한 것이다. 제우스는 반신반인의 영웅들을 죽이기 위해 트로이 전쟁을 일으켰고, 그렇게 함으로써 신과 인간 사이에 구별된 영역이 적절하게 보장받을 수 있기를 바랐다. 이러한 고대 신화의 이야기들은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와 너무나 유사하다. 그 신화적 내용을 현대적인 용어로 표현하면, 인간의 번성은 인구과잉이라는 사회적경제적 문제고, 반신반인의 등장은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생명을 연장하려는 과학적윤리적 문제다. 인간은 유한성을 극복하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하고 있는데, 최근에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인공지능의 개발과 줄기세포 연구 등이 대표적이다. 고대의 신화가 현대의 과학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오늘날 우리들의 세계를 과학이 대변하듯 신화는 고대의 사회가 공유하고 있던 세계관을 반영하고 있다. 신화는 결코 원시적인 것이 아니다. 고대인들이 자연재해나 전쟁의 비극을 경험하면서 신화적으로 인간은 무엇인가를 고민하였던 것처럼 오늘날 가상현실, 인공지능, 줄기세포 등을 통해 끊임없이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시도도 결국에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오늘 우리는 어디까지가 가상이고 실제인지, 어디까지가 인간이고 기계인지 분별하기 어려운 소위 반신반인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인간은 빅 데이터(Big Data)를 통해 물리적, 생물학적, 디지털적 세계를 통합시켜 개개인의 성향까지 파악해 냄으로써 이제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 같다. 그러나 할 수 있다고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신과 인간의 경계를 둔 종교처럼, 선과 악의 분별을 둔 윤리처럼 인간은 분명 지켜야 할 경계선이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임봉대 인천시 박물관협의회 회장

[인천의 아침] 공정한 사회를 위하여

▲ 고문현 대한민국은 국가의 모든 통치작용이 헌법 규정대로 이뤄지는 입헌주의국가다. 영국의 케네드 위어(K. C. Wheare) 교수는 그의 ‘현대헌법론’에서 입헌주의의 최소한은 법치주의라고 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금수저 흙수저 논란에 휩싸여 ‘공정한 사회’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공정한 사회의 기본 틀은 대한민국의 최고법이자 기본법인 헌법에서 찾을 수 있으며 법규범체계상 마땅히 그러해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前文)은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11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받지 아니한다”라고 천명함으로써 공정한 사회의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이렇듯 대한민국 헌법의 궁극적 목적은 헌법 제10조 제1문 전단(前段)에 규정된 모든 국민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보장이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향유하기 위해서는 헌법에 규정된 여러 기본권이 보장돼야 한다. 기본권 보장을 위한 수단으로 통치권인 입법권·집행권·사법권이 분립돼 상호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하고 있다. 결국, 통치권은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발동돼야 ‘공정한 사회’의 기반을 형성할 수 있다. 그러나 공정한 사회를 이루기 위한 우리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먼저,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입법권을 행사해 좋은 법을 제정하거나 잘못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국회의원들이 이른바 청부입법 등의 형태로 입법하고 있다. 이것은 자칫 잘못하면 ‘철의 삼각형’(Iron Triangle) 이론처럼 이익단체의 이익을 반영하는 입법을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법조인 출신의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은 자기들의 기득권을 내어주지 않으려고 잘못된 법률을 고수하고 있다. 집행부는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법을 엄정하게 집행해야 한다. 그러나 세월호 사건에서처럼 국민의 안전보다는 회사의 이익을 위해 행정입법권을 행사하고 법규정을 제대로 집행하지 않는다면 공정사회의 기본 틀을 무너뜨릴 수 있다. 대통령은 경제총수 및 불법정치인들에 대한 특별사면을 지나치게 남용하여 사면공화국화 되고 있다. 이렇게 사면권을 남발하면 법을 지킨 국민에게 손해라는 인식을 심어주게 되어 법치주의 근간을 저해하게 된다. 사법부는 국민 기본권 보장의 최후의 보루로 역할이 매우 막중하다. 그런데 여전히 ‘유전무죄’ ‘유권무죄 무권유죄’라는 용어가 인구에 회자(膾炙)된다면 사법부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공정한 사회’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위와 같은 법치주의의 저해요소를 불식시켜 법을 지키면 손해가 아니라 지킨 이상의 이득이 된다는 인식의 전환을 위해 매우 중요한 화두다. 대통령부터 사회지도층 모두가 ‘노블레스 오블리주’ 의식을 가지고 솔선수범해 법을 집행하고 준수함으로써 헌법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적인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이 땅에 입헌주의가 제대로 구현돼야 할 것이다. 고문현 숭실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인천의 아침] 개와 윤회

올해는 개의 해다. 인간과 제일 가까운 동물은 개라고 본다. 3만년 전 구석기시대부터 개는 인간과 같이 생활을 했다고 추측한다. 개는 네발을 지닌 인간의 친구이며 오로지 인간의 즐거움과 번영을 위해 탄생한 자연의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인에 대한 지극한 충성심, 그리고 상당히 따듯한 데가 있고 인간적인 면이 엿보이며, 인간과 가까이 지내기를 좋아한다. 개는 인간의 기쁨과 슬픔을 먼저 감지한다. 즐거운 일을 앞두고 있을 때면 개가 먼저 꼬리를 흔들고, 슬픈 일을 앞두고 있을 때는 구슬피 운다. 잠시 생명의 윤회를 살펴보자. 많은 종교는 이생과 내생의 문제를 나름대로 정리하고 있다. 그 생명의 살아가는 흐름 과정을 통해서 죄와 벌이라는 혹은 업이라는 개념으로 다음 생의 삶을 풀어가고 종교적 해설과 해석이 교리가 돼 가르침을 정리한다고 본다. 윤회라는 개념도 대다수 사람이 싫든 좋든 간에 어느 정도 인정하는 추세이고 과학적으로 증명하고자 노력을 한다. 기독교는 윤회를 인정하지 않지만 큰 틀에서 보면 신을 잘 믿고 착하게 산 사람은 죽어 하나님의 나라 천당에 간다고 하고, 죄를 많이 지은 자는 지옥에 떨어진다고 한다. 즉 인간, 천당, 지옥의 3단계 흐름의 윤회가 있다. 그리고 불교에서는 윤회의 과정을 세분화하며, 큰 틀로는 6가지 윤회 즉 인간, 천당, 지옥, 아수라, 아귀, 축생으로 나눈다. 앞의 세 가지 인간, 천당, 지옥은 기독교와 똑같다. 다만 뒤의 아수라, 아귀, 축생이 더 있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환생의 단계 중 사람으로 태어날 확률이 높은 동물이 개라고 한다. 따라서 출산을 앞둔 집에 ‘절대로 개고기를 먹지 말라’고 조언하는 경우가 있다. 식구 중 누군가가 먹은 개가 자식으로 환생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티베트나 네팔 쪽에서는 해탈하지 못한 수도승들이 개가 된다고 하여 지나다니는 들개에게 공양을 하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불교의 기본 교리를 강조하는 동남아의 소승불교권에서는 개고기를 금기시하고 있다. 한국의 긴 역사에서 보면 고려는 불교국가였기 때문에 육식이 공식적으로 권장되지 않았다. 그러나 몽골 침입 후에 몽골이라는 유목민족의 식습관이 전해져서 많은 육식을 했다. 하지만, 북방 민족은 개를 신성시했기 때문에 개를 식용하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북방 민족이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중국도 점차 개를 식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사람이 죽어 환생하면 대부분이 인간 곁에 가까이 있는 개로 태어난다는 전설이 있으니 개를 먹어도 얼마나 찜찜했을까? 이렇게 보면 개고기를 제사상에 두지 않는 것은 정통 예법이라기보다는 우리의 풍속에 널리 퍼진 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또한, 개는 어떤 의미에서 인간과 가족 같은 존재로 인식되는 것이다. 개가 사람과 가까이 살기 때문이고, 사람의 생활과 같이 사람이 먹는 밥을 먹여 키우기 때문일 것이다. 무술년 황금 개띠 올 한 해도 인간성이 사라져 가고 동물인 강아지보다도 못한 살인과 테러와 전쟁의 야욕과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으로 가득 찬 각박한 세상을 볼지도 모를 일이다. 주인을 위해 모든 충성을 바치고, 사람을 위해서 많은 도움을 주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개의 모습을 생각하며 사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선일 스님 법명사 주지

[인천의 아침] 제4차 산업혁명과 박물관

오늘날을 제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말한다. 18세기 농업과 농촌 중심의 사회에서 산업과 도시 중심의 사회로 변화된 제1차 산업혁명 이후 기술의 진보를 이룬 제2차 산업혁명과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기술로 발전하는 제3차 산업혁명을 거쳐, 이제는 인공지능(AI)과 로봇 공학(RT) 등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 세계를 접목한 네 번째 산업혁명시대다. 제4차 산업은 한마디로 제조업과 IT(Information Technology, 정보기술)의 결합이라고 할 수 있다. 제4차 산업은 공급자들이 수요자의 전반적인 경향이 아니라 하는데, 수요자의 개인적인 성향을 파악하여 그들이 원하는 것에 지능적으로 대응하고자 한다. 이것은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산업이 바뀌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런 현상이 사회 전반에 걸쳐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를 들면, 학교에서는 공급자가 중심의 지식주입방식을 탈피하여 교사가 아닌 학생이 학습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이런 시대적 상황 속에서 박물관도 공급자 중심에서 관람객인 수요자 중심으로 어떻게 바꾸는가 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공급자 입장에 있는 박물관은 수요자인 관람객들이 박물관을 방문하는 동기가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을 경험하고 싶어 하는지 파악하고 그것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관람객들이 박물관을 둘러보는 행동 유형을 보면,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첫째, 개미형 관람객(ant visitor)들은 벽과 전시대를 따라 걸으면서 전시물을 관찰하는데, 전체적으로 관람시간이 길다. 둘째, 물고기형 관람객(fish visitor)들은 전시실의 중앙에서 움직이기를 좋아한다. 전시실의 전시물들을 자세하게 보려고 하기보다는 빈 공간을 가로지르면서 전체적으로 쭉 훑어본다. 셋째, 나비형 관람객(butterfly visitor)들은 전시실 내 주어진 동선을 따라 이동하기보다는 오른쪽 벽에서 왼쪽 벽으로 날아다니듯 이리저리 옮겨 다니면서 거의 모든 전시물들을 살펴본다. 멈춰 서는 시간은 전시물에 따라 다르다. 넷째, 메뚜기형 관람객(grasshopper visitor)들은 박물관 내 주어진 동선을 무시하고 자기들이 관심 있는 전시물만 본다. 이 관람객들은 주로 개인적 관심이나 전시물에 대한 사전 지식에 의해 선택적으로 전시실을 돌아본다. 전체적인 관람 시간과 비교해 봤을 때 특정한 전시물 앞에 서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긴 편이다. 관람 유형에 대한 파악과 함께 관람객들의 집중력을 높이고 전시물에 대한 해설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오디오 가이드나 LED 혹은 LCD 영상, 더 나아가서 스마트폰 앱을 통한 안내 등 다양한 디지털 기술(digital technology)의 활용이다. 이제 소셜 미디어는 박물관 소통의 본질적인 요소가 되었으며, 관람객들이 아이팟(iPod) 터치나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 앱을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전시물들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같은 시설을 갖추는 것이 중소형 규모의 박물관, 특히 사립박물관들은 어려움이 많아서 지자체나 관련 기관의 이해와 도움이 절실하다. 이런 점에서 인천시의 작은 박물관 활성화 사업과 박물관협의회 사업 지원이 새해에 더욱 확대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임봉대 인천시 박물관협의회 회장

[인천의 아침] 수난의 삶

한 달 중 몸이 아프거나 근심이 있는 날을 빼면 우리가 평안히 즐겁게 살 수 있는 날은 며칠 되지 않는다. 죽은 자식을 데려와서 살려달라고 했을 때, 집안에 죽은 사람이 없는 열 집에서 콩을 얻어오면 살려주겠단 석가의 말을 생각해 보면 우리는 저마다 근심, 걱정, 죽음을 가까이 두고 살아가는 셈이다. 앞길이 희미하고 아득할 때, 심신이 괴로울 때 우리는 눈물을 닦아 줄 그 누구를 찾는다. 우리를 구원해 줄 구세주, 메시아를 기다리는 것이다. 성탄절이 다가온다. 성탄절은 예수가 태어난 날로 알려져 기독교권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명절이 됐지만 그 유래는 빛이 어둠을 이기기 시작하는 날, 즉 동지가 지난 첫 일요일인 태양절이다. 성탄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창조주인 신이 피조물을 구원하기 위해 직접 사람이 됐다는 데 있다. 예수는 목수의 아들로 태어나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지냈다. 12제자들 중에 글을 쓸 줄 아는 사람도 한둘 뿐이었다. 겸손을 상징하는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했을 때 사람들은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그를 열렬히 환영했다. 백성은 그가 자신들을 구하러 온 분이라고 믿었으나, 종교지도자들은 눈엣가시로 여겼다. ‘산헤드린(Sanhedrin)’이라는 유대의 의결기관에서 무고한 그에게 사형에 해당하는 죄를 씌워 총독 빌라도에게 데려갔을 때, 군중은 바라바를 놓아주고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외쳤다. 제국에 억압받는 자신들을 구해주리라 믿었던 이가 힘없이 잡혔을 때, 그는 메시아가 아니라 혹세무민하는 사기꾼으로 보였기 때문이리라. 명문대학도 아닌 지방대 출신의 한 의사가 격려와 사랑을 받고 있다. 그가 치료한 사람들은 건설노동자, 운수업 종사자 등 근로계층으로 부자가 아니었다. 저승사자와 줄다리기하듯 그가 아니었으면 죽었을지도 모를 환자들을 수없이 살려냈다. 자신의 몸도 돌보지 못하며 사신과 맞서는, 겸손하지만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바른말을 하는 그에게 일반인뿐 아니라 동료의사들도 존경과 지지를 표명했다. 지지하는 여론이 비등하면 그 빛에 대응하는 그림자도 함께 드리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장일치의 판결은 무효라는 자신들의 원칙을 어기고서 예수를 만장일치 유죄로 판결한 ‘산헤드린’의 위원들처럼, 자신은 한 사람의 의사일 뿐이라고 몸을 낮추는 그를 ‘눈엣가시’로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이라며 환호하다가 한순간에 “그를 십자가로!”라고 외치는 사람도 생길 것이다. 천주교 신자인 그 의사가 십자가의 길 14처를 묵상하며 따라 걸어보지 않았을 리가 없다. 그리고 그는 그 길이 험난하리라는 것을 알 것이다. 그래서 미리 관에 들어갈 부장품으로 ‘치료했던 환자 명부’를 준비했는지도 모른다. 학생시절 유행했던 김민기의 ‘금관의 예수’를 다시 들으며 만해의 시 ‘비방’을 떠올린다. “세상은 비방도 많고 시기도 많습니다. 당신에게 비방과 시기가 있을지라도 관심치 마셔요. 비방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태양에 흑점이 있는 것도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당신에 대하여는 비방할 것이 없는 그것을 비방할는지 모르겠습니다.” 터무니없는 비방이 난무할지라도 그가 수난의 삶을 묵묵히 완수하리라고 나는 믿는다. 황건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인천의 아침] 열린 마음으로 맞이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추운 겨울 아침, 눈을 비비며 잠을 깨는 순간 경쾌한 음악과 함께 아침식사가 차려진다. 스피커에서는 하루의 스케줄이 친근한 목소리로 들려오고, 집 밖에는 시동이 걸린 자동차가 따듯한 출근길을 맞는다. 자율주행으로 움직이는 차 안에서 커피 한 잔으로 졸음을 쫓으며, 학교 갈 준비를 하는 아이들과 행복한 아침인사를 나눈다. 사람의 편리한 삶을 위해 스스로 움직이는 기계들과 함께 살아갈 시대가 멀지 않아 보인다. 반려동물과 생활하는 인구가 1천만 명에 이른다고 하는데, 앞으로는 ‘반려로봇’에 대한 수요 또한 급속하게 늘어날 것 같다. 최근 로봇과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 등을 중심으로 전개될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2016년 1월, 스위스의 다보스 포럼(세계경제포럼)에서 제시된 이후, 산업계 전반에서 떠오르는 혁신의 화두가 되고 있다. 한국사회에서도 민간기업과 공공부문을 가릴 것 없이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야기가 한창이다. 18세기 중반, 증기기관의 등장으로 촉발된 1차 산업혁명을 거쳐 전기에너지로 인한 2차 산업혁명, 컴퓨터와 정보통신기술의 디지털 혁명이라는 3차 산업혁명을 이어온 300여 년의 역사에서,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없었다. 앞으로 더 높은 도약을 꿈꾸는 우리에게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절호의 기회라고 볼 수 있다. 21세기 시작과 함께 ICT(정보통신기술) 기반의 지식산업 국가로 변신할 수 있었던 노하우를 바탕으로 디지털 미래시대를 이끄는 중심축으로의 도약이 기대된다. 이제 중요한 것은,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의 문제다. 4차 산업혁명이 주도하는 미래는 ‘초연결성(Hyper-Connected)’의 시대라고 한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등의 기술발전에 따라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물, 사물과 사물을 연결하는 경계지점에서 엄청난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주변의 작은 생활용품에서 최첨단 산업분야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연결의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변화를 수용하고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좁은 생각, 닫힌 마음에서 벗어나는 것이 필요하다.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말이 있다. 패러다임은 ‘어떤 한 시대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지배하고 있는 이론적 틀이나 개념의 집합체’로서 1962년 미국의 ‘토머스 쿤’이 언급한 바 있다. 미래성장의 이정표가 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과거에 머물렀던 생각의 틀을 떨쳐내고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보는 관점의 전환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지난 11월 30일, 정부는 21개 부처가 합동으로 4차 산업혁명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혁신 성장을 위한 사람 중심의 4차 산업혁명 대응계획’을 발표했다. 지능화 기술 확보와 인재육성을 통해 산업생산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계획이 실천으로 이어지려면 공무원조직 내부에서부터 미래를 내다보는 마음을 열어야 한다. 그 첫 번째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고, 그다음으로는 과연 무엇을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가를 열린 마음으로 성찰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는 이미 우리 곁에 와있다. 넓은 생각, 열린 마음으로 지금부터 시작해보자. 이현애 인천시 인재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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