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아침] 추위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

▲ 선일스님 가을이 시작되는가 싶더니 금방 겨울추위가 들이닥쳐 연일 영하권의 날씨에 온몸이 웅크려든다. 겨울 준비가 안 된 사람들에게는 고통스러운 날씨다. 특히 포항지진 피해 주민들은 집을 나와 오갈 곳도 없는 처지에 강한 추위는 더욱 괴로울 것이다. 하지만 추위와 생활터전의 상실 속에서도 강한 삶의 의지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인간의 위대한 생존 양식이다. 지금으로부터 7만5천년 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에서 토바화산 폭발 이후 화산재가 태양을 가려 빙하기가 생겨나 인간은 어려운 시련을 거치면서 겨우 살아남았고, 소수의 생존자가 지금 우리들의 조상이라고 한다. 빙하기를 거치며 살아남은 인간의 삶을 한마디로 ‘인생은 고(苦)’라고 표현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리고 인간에게는 존재 자체가 끝없는 생존의 투쟁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래서 붓다는 지구상에 가장 번성한 생명체인 인간의 실체 모습을 불완전하고 더러움과 고통으로 가득 차 있는 것으로 본다. 삶을 관찰해 보면 모두 괴로움이라는 것이고, 그 괴로움의 발생원인과 괴로움의 소멸과 괴로움을 소멸하는 법 4가지를 성스러운 진리 사성제(四聖諦)라고 하며 깨달음의 길을 가르쳤다. 사람은 누구나 과거 추억들 중에 추위를 이기기 위해 따스한 온기와 사랑을 찾아 방황하던 자신을 가끔 바라보곤 한다. 아마 우리 주위에도 많은 사람들이 추위와 괴로움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겨울의 추위가 차가울수록 따듯한 사랑을 찾을 것이다. 피카소는차가운 밤을혼자지새우는걸지독하게싫어했고,난로에장작불을피우면될일을기어이따스한사람의체온을찾기바빴다고 한다. 그의 많은 창작품의 원동력은 외로움의 극복일 것이다. 추위와 외로움을 해결하고자 자신을 극복하고, 더 나아가 이웃에게 아픔을 덜어주고자 노력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세상에는 많다. 본인은 힘들지만 다른 이들이 나와 같이 살지 않고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성자와 같은 사람들이 존재하기에 세상이 아름다워지는 것이다. 50억원 상당의 부동산과 현금을 충남대 장학사업에 써 달라며 흔쾌히 기증했던 김밥 할머니. 익명의 80대 할머니는 동국대에 13억원 상당의 오피스텔을 기증하고, 또 평생을 혼자 살아온 한 할머니는 자신의 전 재산인 아파트를 쾌척했다. 또 어느 할아버지는 성균관대에 13년간 노점상을 하면서 마련한 연립주택을 기증했다. 이분들의 공통점은 평생 어렵게 살았지만 남에게 희망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살았다는 것이다. 특히 자신의 선행을 숨기며 “언론에 연락처를 가르쳐주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고 “죽기 전까지는 절대 이름을 밝히지 말라”며 학교 관계자를 입단속 시켰다. 모두 무주상 보시(無住相 布施)를 실천하는 아름다운 겨울 꽃과 같은 분들이다. 아무리 추운 환경이라 해도 눈 속에서는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는 것이 세상이고, 이것이 세상을 만들어 가는 우주의 묘한 힘인 것이다. 우리 인생의 겨울이 왔을 때, 좌절하지 않고 눈 속의 꽃 같은 용기로 살았으면 하는 소망을 해본다. 선일스님 법명사 주지

[인천의 아침] 헌법에서 한자의 중요성과 필요성

▲ 고문현 우리나라는 지정학적 위치상 한자문화권에 속해 있다. 옛날 고조선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는 중국과 교류를 계속하고 있으며 한자를 그 나라의 중요한 언어로 차용하고 있는 일본과도 긴밀한 교류를 하고 있다. 가끔씩 중국이나 일본을 여행하다 보면 간판이나 안내도의 한자표현이 필자에게 친근감을 느끼게 한 적이 많다. 여기에서는 필자가 헌법을 가르치면서 느낀 한자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대한민국헌법은 우리나라의 기본법이다. 이 기본법인 헌법은 1948년 7월12일 제정되었다. 이후 9차례 개정을 거쳐 현재 국회에서 제10차 헌법개정방안을 논의하고 있고, 필자도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헌법은 제정당시부터 국한문혼용체로 표시되어 있으며, 전문, 제1장 총강, 제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 제3장 국회, 제4장 정부, 제5장 법원, 제6장 헌법재판소, 제7장 선거관리, 제8장 지방자치, 제9장 경제, 제10장 헌법개정, 부칙의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헌법 전문(前文)에서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이라고 밝히고 있고 총강에서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헌법 제9조)고 천명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전통문화와 민족문화를 제대로 알고 이를 계승·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선현들의 눈부신 성과물들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어야 한다. 원효대사의 ‘대승기신론소’나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팔만대장경이나 ‘조선왕조실록’ 등은 모두 한문으로 되어 있다. 헌법을 강의할 때 구두로만 말하거나 한글로만 칠판에 쓰면 동일한 표현 때문에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어서 한자로 표현하는 것이 더욱 적절한 용어가 있다. 전술하였듯이 우리 헌법은 제1장 총강 앞에 전문이 있는데 이것을 한자로 표시하지 않고 한글로만 표시하면 전문을 포함한 헌법 전체를 의미하는 헌법전문(全文)인지 아니면 총강 앞에 있는 전문(前文)인지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학생에게 헌법전문을 읽으라고 구두로 말하면 어느 부분을 말하는지 애매한데 이러한 경우에 한자로 표현하면 명쾌하게 해결된다. 또한 헌법 제5장의 제목이 법원인데 이것을 한글로만 표시하면 법학에서 매우 중요한 용어로서 법의 존재형식을 의미하는 법원(法源)을 지칭하는지 아니면 재판하는 곳인 법원(法院)을 지칭하는지 여부가 매우 불분명하다. 이러한 경우에 한자로 법원(法院)이라고 표현하면 매우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세종대왕께서 우리 고유의 문자를 만드신 것은 매우 자랑스러운 것이며 이것을 더욱 발전시켜 외솔 최현배 선생님이 한글사랑운동을 펼치신 것은 의미 있다. 그러나 한글만 사랑하여 이것만 사용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가 계속해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잘 이어받아 ‘온고이지신’하여야 할 것이다. 사실 필자는 우리의 문자인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글자라고 생각하고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발음기호로 읽어야 하는 영어와 비교해보아도 한글은 발음기호의 필요 없이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한글과 수천년 전부터 우리 문화에 들어와 자연스럽게 어울려 있는 한자를 적절히 혼합하여 효과적으로 교육한다면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갖춘 인재들을 많이 양성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국한문 혼용 교육 체계가 내실화되고 축적된다면 머지않아 한자에 조예가 깊은 노벨상 수상자, 세계적인 석학같은 제2의 원효가 많이 배출될 것이라 확신한다. 고문현 숭실대학교 교수

[인천의 아침] 문화성시 인천과 박물관

풍요로운 계절의 계절 가을을 맞아 ‘애인 페스티벌’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행사들이 인천의 곳곳에서 펼쳐졌다. 시립박물관을 포함한 공·사립 및 대학 박물관과 미술관을 회원으로 한 인천광역시박물관협의회에서도 창립 10주년을 맞아 10월21일 기념식을 갖고 특별전 ‘인천, 박물관의 숲’과 ‘박물관 어울림 한마당’ 등을 개최했다. 인천은 시립박물관 1946년 4월 개관한 우리나라 최초의 공립박물관이라는 점에서 한국 박물관의 역사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박물관의 역사는 인종과 인간의 활동과 자연 세계의 물질적 증거들을 보존하고 해석하는 기관들의 역사다. 박물관을 뜻하는 ‘뮤지엄(Museum)’의 어원은 그리스어 ‘뮤세이온(mouseion)’으로 ‘뮤즈들(Muses)의 의자’라는 뜻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뮤즈들’은 주신 제우스(Zeus)와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Mnemosyne) 사이에 태어난 9명의 여신들로 학문과 예술을 관장한다. 음악을 뜻하는 ‘뮤직(Music)’도 같은 어원을 갖고 있다. 기원전 3세기 프톨레미 1세(Ptolemy I)가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 거대한 박물관을 세웠는데, 학자들과 도서관을 중심으로 한 것이라 유물을 보존하고 해석하는 박물관이라기보다는 학문연구를 중심으로 하는 대학의 원형이었다. 유물을 수집하여 보존하는 기능을 한 박물관은 17세기 유럽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19세기부터 박물관이라는 용어는 문화적 자료들을 보존하고 일반인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전시하는 공공건물을 가리키는데 사용되었다. 지난 1987년 200여 곳에 불과했던 국내 박물관은 현재 1천여 곳에 달할 정도로 양적인 팽창을 하였다. 이런 양적인 팽창을 주도한 것은 공립박물관과 사립박물관이었다. 그리고 1997년 12월에 확정된 제7차 교육과정에서 “우리 문화에 대한 이해의 토대 위에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사람”에 대한 강조를 통해 학생들의 방문이 급증하면서 박물관이 이들을 체험교육기관으로 급부상하게 되었다. 이제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박물관을 즐기며 배우는 곳이라는 관람 문화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 없는 박물관은 죽은 박물관이다. 이에 박물관은 시민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문화를 함께 즐기고 이용하는 문화 복합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인천 역시 지난해 인구 300만 돌파와 함께 인천 문화의 성지였던 구 시민회관 터에 세워진 문화창작지대 틈에서 ‘문화성시 인천을 여는 문화주권발표회’를 가졌으며, 현재 국립세계문자박물관, 국립해양박물관을 건립하고 대규모 뮤지엄 파크를 조성할 계획을 갖고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인천은 한국의 인천해관, 대불호텔, 경인선, 팔미도 등대, 극동방송 등 근현대사에 최초라는 기록을 갖고 있는 다양한 역사적, 문화적 유산들을 많이 갖고 있다. 박물관협의회는 정보, 지원, 전문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인천의 다양한 박물관 공동체를 강화하고 공헌함으로 박물관들이 그 임무를 잘 성취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앞으로 인천의 박물관들이 시민들에게 효율적인 문화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국내외에 인천의 문화적 독특성과 우수성을 알리는 역할을 감당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임봉대 인천시 박물관협의회 회장

[인천의 아침] 행복한 교육의 변화를 꿈꾼다

교동의 넓은 들판은 가을이 되면 황금빛으로 마음까지도 풍요롭게 해줬다. 가을걷이가 끝나면 어머니는 팥 시루떡을 쪄서 추수의 감사함과 가족의 안녕을 빌었다. “남 주는 것은 좋은 것을 주어야 한다”며 이웃들에게 정성 어린 떡을 돌리셨고, 딸이 내리 셋인 어머니는 “친정엄마보고 딸 얻어 간다”며 딸 단속도 유난했다. 어린 시절 고향의 추억과 함께 어머니의 생활 속 가르침들은 삶의 버팀목이 되어 주었고 그 중심에는 희생과 사랑으로 감싸주신 어머니가 계셨다. 모든 교육의 기초는 가정교육에서 시작된다. ‘십년수목 백년수인 (十年樹木 百年樹人)’ 이는 10년을 내다보고 나무를 심고 100년을 내다보며 사람을 심는다는 말로 중국 제(齊)나라 관중이 지은 관자(管子)에 나오는 인재관이다. ‘교육 백년대계(百年大計)’라는 말도 여기서 비롯됐다고 한다. 인재양성은 국가의 미래가 걸려 있는 일로서 큰 틀에서 미래의 교육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과 로봇, 빅데이터 등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아 300만 인천 시대를 이끌어 갈 우수한 공무원 양성과 미래 인재상은 어떤 역량을 갖추어야 하는가? 시민행복과 인천발전이라는 공무원의 소명을 다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 무엇보다 기본에 충실한 공무원 인재양성이 우선이다. 따뜻하고 친절한 공무원, 시민과 소통하는 공무원, 공무원의 존재이유가 시민행복에 있다고 할 때 따뜻한 미소, 친절한 말 한마디는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지난 7월 인재개발원은 공무원을 대상으로 교육운영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직원들이 가장 많이 제시한 단어들은 행복, 사랑, 힐링, 웰빙, 4차 산업혁명 등이 들어간 교육과정 요구였다. 이는 직원들이 직무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거나 행복해지고 싶다는 반증이 아닐까? 공무원 스스로가 행복할수록 외부고객인 시민 감동의 친절서비스가 우러나오고 행복과 보람을 느낄 때 업무에 최선을 다할 수 있다. 행복한 시민을 위한, 행복한 공무원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에 역점을 두고자 한다. 시민행복 정책 추진을 위한 공무원의 역량개발도 빼놓을 수 없다. 인천시는 교육, 환경, 문화, 복지 등 7대 주권을 선언하고 정책 실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민행복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부단한 학습과 역량을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인천교육 중·장기 계획과 인천형(型) 역량 모델링을 반영한 역량개발교육과 전문교육을 통해 시민행복 체감지수를 높이기 위한 교육의 변화를 시도하고자 한다. 인재개발원에서는 세상의 변화를 읽어내는 공무원, 필요한 지식을 찾아내서 활용할 수 있는 창의력과 사고력을 지닌 공무원, 주민 맞춤형 복지정책을 펴는 공무원, 청렴윤리와 철학이 담긴, 시민과 소통하고 협력하는 역량 있는 인재양성의 다양한 교육이 이루어질 것이다. 창밖으로 보이는 이 곳 인재개발원의 앞산에도 어느새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자식의 미래를 위해 교육에 온 정성을 쏟았던 우리 어머니들처럼 시민이 행복한 인천을 위해 어머니의 마음을 담은 교육을 실현하고자 한다. 몸과 마음 재충전하는 행복한 교육의 산실로 모두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이현애 인천시 인재개발원장

[인천의 아침] 내 고향 인천의 길

▲ 선일 스님 몇 년간 객지를 떠돌다 찾아가는 고향은 내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귀소본능이랄까? 묘한 희열을 느낀다. 특히 고향 길 중에서 어린 시절 걷던 돌담길은 꿈속에서나 만날 수 있는 거리를 걷는 것 같이 정신이 묘한 환각상태에 빠진다. 이것이 고향을 찾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일 것이다. 가능하다면 나의 고향인 과거 인천의 거리를 가상현실을 실제처럼 느끼게 만들어주는 VR(Virtual Reality) 기기로 현실처럼 생생하게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끔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나도 모르게 인천의 옛길을 걸어본다. 먼저 내가 태어난 중구 선린동을 자주 간다. 지금은 차이나타운이 원형을 간직한 채 잘 개발돼 주말에는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어 인산인해다. 그리고 고향 시장 골목길은 누구나 많은 추억이 담긴 길이다. 중구 신포동 시장거리를 거닐다 보면 아직 그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어서 나의 의식들이 시간을 멈춘 듯하다. 시장을 빠져나와 과거 인천시청 자리(지금은 중구청)와 경찰청 터를 지나 시민회관 터(지금은 인성여고 체육관)를 오르면 나의 부모님 집이 홍예문 옆에 옛 적산가옥 모습을 간직한 채 아직도 우뚝 서 있다. 홍예문을 끼고 자유공원과 맥아더장군 동상이 있는 공원을 거닐면 지금 내가 청소년기에 있는 것 같은 감정이 일어난다. 한때는 걸어서 부둣가에서 망둥이 낚시도 즐기던 기억이 나고, 조금 더 걸어서 월미도 쪽으로 가면 갯벌에서 놀던 기억이 난다. 중구가 개발이 되지 않은 것이 나에게는 섭섭하면서도 옛 추억을 지금도 볼 수 있어 위안이 된다. 아마 이런 감정들은 고향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도 똑같을 것이다. 인천의 강남이 송도 신도시라고들 하지만, 고향을 찾는 이들에게는 신도시의 위용이 부럽지가 않다. 순수한 마음은 대소를, 미추를, 부와 가난을 구별하지 않는 불이(不二)의 정신이다. 그래서 죽음에 이르면 고향을 찾고 어떤 이들은 고향에 학교도 짓고, 장학재단도 만들고, 박물관을 짓기도 한다. 후손들이 고향에 대한 자부심과 정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연어떼도 알을 산란한 하천의 장소가 개발이 돼서 없어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듯이, 고향이 고향의 냄새가 나지 않으면 많은 이들이 고향에 가고자 하는 감정이 일어나지 않게 된다. 그래서 인천이라는 정체성을 살리는 것은 고향을 잘 가꾸어 원형을 파괴하지 않고 예술적 감각과 친환경적인 모습으로 보다 품위 있는 도시 개발이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그림을 그려 본다. 우리에게도 육체의 회귀본능이 있다. 누구나 고향에 대한 사랑, 어머니에 대한 사랑, 가족에 대한 애정, 집터에 대한 추억, 이웃 사람들의 모습들, 주위 자연환경의 전경들이 나를 고향집으로 가게 만든다. 또한 하루하루 바쁜 생활 속에서도 퇴근 후에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 집으로 오게 한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은 고향을 더욱 생각나게 하고, 죽음이 임박할 때는 어머니를 떠올린다고 한다. 그래서 명절 때 민족의 대이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선일스님 법명사 주지

[인천의 아침] 인천 관광 단상(斷想)

얼마 전에 한 선배가 해주신 얘깁니다. 외국의 유명한 교수를 모시고 행사를 치른 적이 있는데 행사 전에 두어 시간 여유가 있었다고 합니다. 어렵게 모신 분이라 두 시간 정도 인천의 명소를 소개해드리고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막상 떠오르는 곳이 없었답니다. 고심 끝에 그 교수를 자유공원으로 안내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인천이 참 단조롭다는 생각이 들었노라고 하셨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저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해봤습니다. 반나절의 시간이 있다면 외국 손님을 모시고 갈만한 곳이 있는가? 저 역시 당장 마땅한 곳이 떠오르진 않았습니다. 미술관 몇 곳이 생각나는 정도였습니다. 정작 당황스러웠던 것은 외국인들은 인천에서 무엇을 기대할까 스스로 질문했지만 마땅한 답이 생각나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관광이든 업무 출장이든 다른 이유든 다른 나라 다른 지역을 가게 되면 마음이 설렙니다. 웅장하고 아름다운 자연 풍광이나 인상적인 건축물, 역사 유적들이 그 나라 혹은 도시를 대표합니다. 하지만 유형의 상징물만이 사람을 끄는 힘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파리의 에펠탑에서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한번 봤으니 됐다는 정도였습니다. 그보다는 루브르나 오르세 미술관이 훨씬 더 좋았습니다. 몽마르트나 노천카페의 분위기도 더없이 좋았습니다. 이런 생각 끝에 인천의 매력을 떠올려 봤습니다. 아름다운 섬들, 첨단의 이미지를 지닌 신도시들, 300만의 인구가 엮어내는 역동성, 근대의 문화가 융합된 개방성 등 인천의 매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나 외국인들에게도 이런 것들이 매력적일 것인지? 그들도 이런 것들에 설레는 느낌을 받을 것인가? 궁금합니다. 일상의 틀을 벗어나 미지의 세계로 가는 설렘과 기대 이런 호기심이야말로 여행을 떠나게 하는 힘이 아니겠습니까? 하루나 이틀 길어야 4~5일 정도 머무르는 여행객들이 그 도시를 깊게 알 수는 없습니다. 그들은 도시가 풍기는 분위기를 느낄 뿐입니다. 그런데 그 분위기라는 것이 간단치 않습니다. 오랜 시간 도시 전체가 만들어 온 문화가 바로 그 분위기입니다. 매력적인 랜드마크와 함께 그 지역의 음식과 시민들의 표정, 예술, 산업, 외부인에 대한 태도 등 한 도시의 총체적 역량이 도시의 분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도시의 분위기는 다른 말로 하면 도시의 가치라고 바꿔 부를 수 있습니다. 이 가치는 어느 한 분야만으로는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그럼 인천의 분위기는 어떤가? 각 분야의 성취나 움직임이 아직은 특정의 이미지를 떠오르게 할 만큼 성숙한 모습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제 인천은 국제적으로 알려지고 단체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국제적 행사를 치르고 있습니다. 아직도 부족한 것도 많고 고쳐야 할 것도 많습니다. 수준 높은 한국의 미술품을 갖춘 미술관과 내외국인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카페나 식당 등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여기에 외부인에 대한 배려와 미소같은 도시의 품격이 갖춰진다면 인천은 역동적이고 따뜻한 분위기로 기억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인천의 분위기를 만드는 이런 노력들은 과정 그 자체로 도시를 바꾸는 큰 힘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만들어 낼 분위기에 외국인들이 공감한다면 인천은 분명 매력적인 도시의 하나로 꼽힐 것이라 믿습니다. 채홍기 인천관광공사 사장

[인천의 아침] 헌법개정의 방향

▲ 고문현 헌법학자로서 요즘만큼 헌법의 소중함을 절감해본 적이 없다. 제왕적 권한을 휘두르던 대통령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탄핵소추를 당하고 드디어 파면되기에 이르렀다.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세라 헌법상의 제왕적 요소 등을 손보려고 국회에서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가 발족해 현재 헌법개정을 위한 지혜를 모으고 있다. 이번 개헌은 1987년 9차 개헌 후 30여년 만에 이루어지는 것이어서 매우 의미심장하다. 헌법학자이자 차기 한국헌법학회 회장인 필자는 많은 언론기관에서 탄핵 및 헌법개정과 관련한 인터뷰 요청을 받았지만, 가능한 한 자제해왔다. 그러나 일련의 탄핵사태와 관련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2013년 9월 헌법재판소 설립 25주년 기념 국제세미나 기념 만찬에서 중국 칭화대학교 교수가 한 말을 잊을 수가 없다. 미국 Yale Law School 출신의 엘리트 교수인 그는 한국을 배우려고 이 세미나에 참석하게 됐다고 했다. 그 구체적인 이유로 중국과 동일한 유교문화권인 한국에서 왕과 같은 존재인 대통령이 탄핵소추 됐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했다. 그는 중국 같으면 이러한 일은 상상할 수 없다고 했다.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과 국가기관의 작동원리를 규정한 국가의 기본법이자 최고법이다. 모든 국가작용은 헌법에 기초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입헌주의 원리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헌법 위에 이른바 ‘국민정서법’ 또는 ‘떼 법’이 있다고 무조건 우기는 한국의 법문화에서 헌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전통적인 왕과 같은 존재였던 대통령도 탄핵에 의해 파면되는 상황을 목격했기에 이를 반면교사 삼아 이제는 국민들도 무조건 떼만 쓰면 된다는 인식을 바꿀 때가 됐다.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국민들은 헌법을 자기의 기본권을 지켜주는 수호천사로 인식하고 준수해야 한다는 것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현재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가 헌법개정안 마련 작업을 하고 있고, 필자도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자문위원이기 이전에 국민의 입장에서 간곡하게 말하자면 이번 개헌작업을 집권여당이나 야당의 유불리나 당리당략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국민의 입장에서 접근해 달라는 것이다. 또한 개헌작업을 내년 지방선거에 맞춰 마치 전쟁을 하듯이 속전속결로 진행하지 말고 국민의 의사를 최대한 수렴하는 방향으로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최대한 문호를 개방해 진행하길 바란다. 아울러 이번 헌법 개정 시에 현행 영토조항을 중국 및 일본과 분쟁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영해를 포함한 영역조항으로 개정하고 통일에 대비해 관련 조항도 개정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개헌에 임하는 각 기관도 자기 기관의 이해관계에만 함몰되지 말고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접근하고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최대한 기여하는 방향으로 임해주길 간절히 바란다. 30여년 만에 모처럼 성숙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는 개헌이 현재의 국민과 미래세대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는 방향으로 성공적으로 진행돼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헌법이 되기를 간절히 희구해 본다. 고문현 숭실대학교 교수

[인천의 아침] 방향감각과 인생의 성패

한국인은 전통적으로 햇볕이 가장 잘 드는 남향을 선호한다. 그래서 앞쪽 하면 남쪽을 가리킨다. 옛 서울의 앞산은 남산이고 정문은 남대문이었다.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도 남쪽을 향해 있다. 경복궁 중앙에 있는 근정전은 임금이 신하들과 함께 공식적인 업무를 보는 정전으로 그 앞마당을 조정(朝廷)이라고 한다.조정에서 조회를 할 때 임금은 근정전에서 남쪽을 향해 좌정하고 임금의 왼쪽은 동쪽으로 제일 앞에 왕세자가 서고 그 뒤를 정일품부터 순서대로 섰으며, 오른쪽은 서쪽으로 대군들이 앞에 서고 그 뒤를 종일품부터 순서대로 섰다. 그래서 임금의 왼쪽인 동쪽이 상석이 되고 서쪽인 오른쪽은 그 다음이다. 삼정승 중에 좌의정이 우의정보다 앞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와 같이 임금이 남면(南面)하고 동쪽인 왼쪽을 우선시 하는 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동양의 전통적인 방향의식이기도 하다. 임금이 북쪽(북극성의 자리)에 앉아서 남쪽을 바라볼 때에 해가 떠오르는 생문방(生門方)인 동쪽이 임금의 왼편이 되고, 해가 지는 사문방(死門方)인 서쪽이 임금의 오른편이 된다. 그러므로 평상시에는 생문방인 왼쪽이 사문방인 오른쪽 보다 상석이 된다. 그러나 전쟁을 치르는 장군의 경우는 반대로 임금의 오른쪽이 상석이 된다. 노자의 도덕경에 따르면 전쟁에 이기더라고 많은 사람이 죽게 되고 슬피 애도하게 되니 승전의 예는 상례(喪禮)에 따른다. 전쟁은 사람을 죽이는 것이므로 사문방인 오른쪽이 죽음에 더 가깝고, 그래서 상석이 된다. 따라서 오른쪽에 사령관인 대장군이 앉고 왼쪽에 부사령관인 편장군이 앉는다. 우리나라에서는 남쪽이 앞쪽이라면 성경에서는 동쪽이 앞쪽이다. 동쪽은 해 돋는 쪽으로 성경에서는 ‘에덴’이 동쪽에 있다고 해서 인류 역사의 기점을 동쪽으로 표현한다. 예루살렘 성전(Temple)의 문도 동쪽으로 나도록 하였다. 사람들이 예배드리기 위해 성전으로 들어올 때는 세상의 죄와 어두운 삶의 문제를 갖고 들어오지만, 하나님께 죄 사함을 받고 세상으로 다시 나갈 때에는 해 뜨는 동쪽을 향해 소망을 갖고 나가도록 한 것이다. 영어의 ‘오리엔테이션’(Orientation)이라는 말도 “해가 뜨는 곳”(Orient)이라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학교나 기업체 등에서 오리엔테이션을 한다고 하는 것은 앞으로의 방향(진로)에 대한 예비교육이나 안내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스의 데살로니가 해안에는 브세파루스라는 명마(名馬)를 타고 동쪽을 향해 힘차게 달려가는 모습으로 된 알렉산더 대왕의 동상이 있다. 브세파루스는 알렉산더가 선물로 받은 것인데, 얼마나 사납고 거칠게 날뛰는지 장군들조차 말을 다루지 못했다. 알렉산더가 직접 말을 타보겠다고 하자 장군들은 모두 위험하다며 만류를 하였다. 그러나 브세파루스가 자기 그림자에 놀라서 날뛰고 있는 것을 안 알렉산더는 말 등에 올라타자마자 고삐를 잡고 태양을 향해 힘차게 달려갔다. 태양을 향해 달려가니 그림자는 눈에 보이지 않게 되었고, 브세파루스는 알렉산더에게 순종하여 세계를 정복하는 위대한 명마가 되었다. 일본 속담에 “서쪽을 향해가는 사람은 일생 동안 걸어가도 해 뜨는 것을 보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동쪽은 해가 돋는 곳이요 내일이 있는 곳이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그림자가 있다. 인생의 성패는 그림자에 연연하며 살아갈 것이냐, 아니면 과거의 그림자를 뒤로하고 내일을 향해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볼 것이냐 하는 방향감각에 달려 있다. 임봉대 인천시 박물관협의회 회장

[인천의 아침] 구에는 왜 청장님들이 계실까

새 정부 국정목표와 전략 중 하나는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이라는 거대 담론을 포함한다. 그 구현을 위해 법과 제도를 비롯한 구조적 혁신방안이 풍성하게 제출된다. 이와 함께 지방자치를 둘러싼 여러 개념들에 대한 인식의 혼란을 되짚고 바로잡는 일도 중요하다. ‘구청장’이란 명칭도 그 하나다. 지방자치법 제2조와 3조는 정부 직할로 두는 시·도와 시·도의 관할구역 안에 두는 시·군·자치구를 지방자치단체로 규정한다. 제93조에서 시장과 도지사를 시·도에 두고 시·군·구에는 시장·군수·구청장을 둔다고 했다. 먼저, 시(市)나 도(道), 군(郡)과 달리 구(區)라는 용어가 자기결정권을 갖는 공동체로서 지방정부의 성질과 격에 부합하는가. 시·도나 군은 다소간 경계의 변동에도 불구하고 지리적, 문화적, 경제적인 운명공동체 성격을 어렵지 않게 읽어낸다.반면에 구는 사전적으로도 그저 ‘넓은 범위를 어떤 기준에 따라 여러 개로 나눈 각각의 지역이자 행정구역의 하나’라 정의된다. 우리에게 안 좋은 기억도 있다. 일제강점기 마을 단위를 하나의 구로 묶고 이를 관리할 구장(區長)을 편제했었다. 지금 마을 이장쯤 되는 구장에게 식민권력은 한 줌의 사법적·경제적 특권을 허락하여 일신과 일가 친인척이 제법 마을에서 위세를 구가하도록 한 셈이다. 단지 그래서일지는 몰라도 우리 대한민국 지방자치법상 자치구의 장은 장(長)도 지사(知事)도 수(守)도 아닌 청장(廳長)으로 규정돼 있다. 그렇다면 지방정부의 최고기관인 주민이 직접선거로 뽑고 지방정부 사무를 총괄하며 지방정부의 통할대표권(지방자치법 제101조)을 갖는 지위에 구청장이라는 명칭은 부합하는가. 우리는 수많은 청장들을 알고 있다. 우선 도(道) 관할구역에 있는 인구 50만 이상의 시에 둘 수 있는 이른바 일반 혹은 행정구의 책임자도 청장이다. 무엇보다 정부조직법상 각 부(部)에 소속되어 특정 소관 사무를 관장하도록 설치되는 중앙행정기관인 청(廳)의 책임자도 청장이다. 국세와 병무, 특허와 기상 등 특정분야 사무를 관장하기도 하고 새만금개발청 등 특정지역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또 권역별로 나뉘어 소속 중앙행정기관의 국가사무를 수행하는 일선에 특별지방행정기관들에도 수많은 청장님들이 계시다. 청은 기본적으로 법령이나 특정사무의 집행을 목적으로 하는 관청을 의미하고 그 책임자를 청장이라 한다. 그렇다면 지방정부의 최고기관인 주민으로부터 선출되어 행정업무뿐이 아니라 통할대표권을 갖는 자치구의 장을 행정기관의 책임자와 같은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온당할까. 지방자치가 유예돼 있던 임명직 관료시절의 빛바랜 유물은 아닌가. 지방자치의 근본원리는 민주주의이고 그 골간은 공동체 구성원의 자기결정권인 직접선거다. 그렇게 선출된 지위에는 단지 행정업무가 이뤄지는 관청의 수장이 아니라 지방정부의 통할대표권이 부여되는 것이다. 꿩 잡는 게 매라고 지방자치의 목적을 잘 수행하면 되는 것이지, 명칭 하나 가지고 그리 대수롭게 굴 일은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형식보다 실질이 중요한 게 백번 맞지만 이름과 실질은 서로 부합하는 게 더 좋은 일이다. 서울에 25개 자치구와 인천 8개 자치구(부산 15개, 대구 7개, 대전과 광주에 각 5개, 울산 4개) 등에서 2천만 넘는 주민들이 직접 선거로 뽑은 그들의 대표들을 단지 관청의 대표로 부르는 건 아무래도 아니지 싶다. 이거다 싶은 대안이 당장 떠오르지는 않지만 우선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다수의 지혜를 모아볼 필요가 있다.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얘기하는 차제에 짚어볼 문제다. 김상섭 인천시 인재개발원장

[인천의 아침] 평화의 길

지금 한반도 최대 화두는 평화다. 대한민국은 긴 역사 속에 민족 간의 통일 문제로 많은 상처를 입었고 다시 일어나 역사를 이어왔다. 그리고 많은 사상과 종교와 철학이 요동치며, 뜨거운 역사를 지닌 국가이다. 근대사의 민주화나 정치도 짧은 기간에 너무 많은 것을 겪었고 배웠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아직도 모든 것이 진행형이다. 먼저 ‘평화’라는 단어의 불교용어를 알아보자. 산스크리트 ‘싼띠(nti)’와 ‘니르와나(nirva)’이다. ‘싼띠’는 적멸(寂滅), 열반(涅槃) 등으로 번역된다. ‘니르와나’도 열반(涅槃)으로 번역된다. 즉 불교에서는 열반이 평화다.열반은 인연법을 깨달아야 하고 인연법을 깨달으면 평화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쉽게 말하면 모든 것은 상호의존성으로 독립적인 것은 없고 ‘이것이 있기 때문에 저것이 있고, 이것이 일어나기 때문에 저것이 일어난다’는 인과법을 알고 서로를 존중하는 것이 평화라는 것이다. 내가 폭력을 쓰면 나중에 그 과보로 고통을 받고, 상대방을 괴롭히면 나중에 그 과보로 나도 괴롭힘을 받으니 서로 화합하고 이해하자는 것이 인연법의 평화사상이다. 모든 생명은 인연으로 순환한다. 역사도 인연으로 순환한다. 자연도 인연의 순환 속에 아름다움이 있듯이 권력도, 재산도 인연으로 순환하기에 세상은 아름다운 것이다. 만약 순환하지 않는 생명, 역사, 자연, 권력, 재산이 있다면 그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진정한 진리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에 더욱 아름다운 것 같다. 하지만 상대를 배척하는 정치이념이나 사상, 종교, 철학이 있다면 그것은 진리가 아니고 우리에게 평화를 주지 않을 것이다. 평화의 반대말은 폭력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상의 도처에서 폭력과 테러가 자행되고 있다. 폭력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단어가 ‘비폭력’이다. 평화를 파괴하는 주범이 폭력이기 때문이다. 간디의 비폭력 평화사상, 즉 ‘아힘사(ahis)’는 불해(不害), 불살생(不殺生)의 뜻을 갖고 있다. 즉 남을 해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거 인류에게 평화가 있었을까? 평화가 있었다면 종교도 없었을 것이다. 인간이 겪은 참혹한 전쟁으로 인한 살상과 고통이 너무 커서 수천년 전부터 사람들은 이 어지러운 세상에 구원자를 찾았다. 이것을 미륵불 범어로는 ‘마이트레야(Maitreya)’, 서양에선 ‘메시아(Messiah)’라고 하며 이들 두 단어는 유사성이 있다. 어떻든 ‘마이트레야’는 자비라는 뜻이다. 미래의 구원자는 자비와 사랑으로 우리에게 온다는 말일 것이다. 조국의 통일과 평화는 우리 민족끼리 지혜를 모아 해결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한반도의 지정학적 문제는 강대국의 입김이 절대적이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하지만 서두르지 말고 지략을 내어서 미래의 최강국이자 과거의 껄끄러운 동반자 중국과도 잘 지내고, 현재의 세계 최강국 미국과도 잘 지내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과거의 많은 한민족 전쟁의 역사가 우리에게 그것을 가르쳐 주었다. 더 나아가 비록 어려운 길이겠지만, 대한민국이 진정한 평화의 나라가 되고 싶다면 스위스와 같은 중립국 선언을 하는 것이 인류사에 오래 남을 마지막 길일 것이다. 선일 스님 법명사 주지

[인천의 아침] 토지공개념과 개발이익 환수

개발이익 환수를 둘러싼 언론, 사정기관, 시민단체의 외압·유착 의혹이 있었음을 암시하는 정대유 전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차장의 SNS(페이스북) 글이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올린 글처럼 그는 18일자로 전격 대기발령됐다. 언론이 지목하는 건 송도 6·8공구 내 송도랜드마크시티유한회사(SLC, 현대-포트만 컨소시엄)와 대상-포스코 컨소시엄이 추진하는 개발사업이다. 해당 사업의 정산방법에 따라 개발이익 환수 규모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로비 가능성을 점치는 것이다. 여론이 악화되자 경제청은 송도경제자유구역 핵심 사업시행자를 대상으로 ‘2017년도 재무회계 조사 용역’을 착수했다.우선 개발사업이 기 추진된 SLC와 1·3공구 ‘아트센터 인천’ 개관 지연으로 더불어 논란이 되고 있는 NSIC도 포함시켰다. 지역사회에 이는 개발이익 환수 논란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보이지만 얼마나 원칙에 충실해서 접근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언론은 우선 SLC의 개발이익이 엄청날 것으로 전망한다. 경제청이 SLC와 2015년에 당초 계획 227만㎡ 중 34만㎡만 개발하기로 조정합의서를 체결하면서 부지를 3.3㎡당 300만원의 헐값에 넘겼다는 거다. 최근 시세에 맞추면 지가차액만 9천억원에 이른다. 게다가 분양수익까지 계상하면 천문학적인 개발이익이다. 제대로 된 환수 요구가 뒤따르는 이유다. 문제는 경제청과 사업시행자가 개발이익 산정을 위한 실사 시기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경제청이 사업 블록별 또는 프로젝트별로, 그때그때 실사를 통해 초과 이익금을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인 반면 사업시행자는 모든 사업이 끝난 후 한꺼번에 실사하고 정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표면적으로야 합의서의 계약 내용에 대한 양측의 해석 차이라지만 정산 시기에 따라 개발이익 환수 규모가 크게 달라지다 보니 갈등할 수밖에 없다. 저잣거리에 외압·유착 의혹이 퍼지는 이유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대상-포스코 컨소시엄은 무려 128만㎡이나 개발하니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개발이익 환수가 세간의 관심을 받은 건 언제부터일까. 노태우 정부의 주택 200만호 건설 정책으로 부동산 투기가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정부는 토지공개념의 적극적 도입을 천명한다. 1988년에 토지공개념 연구위원회가 조사해왔던 토지실태와 정책대안을 기초로 3개 법안의 입법을 추진했다.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토지초과이득세법 등의 법안을 1989년, 정기국회에서 전격 통과시켰다. 한마디로 정부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토지에 대한 사유재산권을 규제하겠다는 거다. 1989년 창립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창립 배경이기도 하다. 부동산 투기는 주거 문제만이 아니라 공장부지 가격 상승에 따른 각종 부작용으로 이어져 우리 경제에 큰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불로소득으로 인한 사회정의 실종은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양산한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중 송도 구역은 시민의 혈세로 조성된 곳이다. 그동안 인천 시민사회는 이 지역의 특수성만을 강조하며 정보독점적 밀실행정을 펴온 정부와 시를 문제 삼으면서도 개발이익 환수만은 제대로 하리라 기대했다. 한데 제3자 외압·유착 의혹이 불거지니 실로 충격이다. 이제라도 시와 정부는 경제정의·사회정의을 위해 제반 시민적 의혹을 밝히는데 나서야 한다.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인천의 아침] 병원경영과 환자안전

뜨거웠던 여름도 이제는 조금 비켜선 듯합니다. 시간이라는 수레바퀴는 최고에 다다르는 순간이 내려가는 순간입니다. 아침저녁으로 느끼는 선선한 공기는 뜨거운 여름이 아니었다면 느끼지 못했을 행복입니다. 병원장이 병원을 운영하면서 늘 깨닫는 것은 세상일이라는 게 진짜 좋을 것도 진짜 나쁠 것도 없다는 것입니다. 좋으면 좋은 만큼 나쁘면 나쁜 만큼 그 반대급부는 항상 따르는 게 세상일입니다. 요즈음 병원은 새로운 세상에 접어들었습니다. 예전처럼 찾아오는 환자를 단순히 진단하고 치료하는 곳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병원도 서비스하는 곳이고 병원도 고객들에게, 그리고 건강보험공단과 심사평가원으로부터 평가받는 곳이 되었습니다. 인술이라는 이름으로 시혜를 베풀 듯 환자를 진료하는 곳이 아닌 진정으로 고객들에게 진료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되지 않는 의료기관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병원도 환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부단히 직원관리도 하고 병원의 장점을 홍보하고 마케팅에 전념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치열한 병원의 경쟁 속에서 병원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시대에 맞게 변화해야만 합니다. 전 세계적인 현상인 보건의료 인력의 부족현상 속에서도 이러한 변화의 당위성은 분명합니다. 충분히 그리고 확실하게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하는 의료 인력은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는 이 사회가 충실하지 않은 의료서비스에 대해 더 이상 지불을 하려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불충분하고 미진한 의료서비스는 차라리 제공하지 않는 것이 병원을 위해서도 좋은 일입니다. 그것은 최상과 최고를 지향하는 의료서비스와 의료 인력만을 인정해 주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병원은 생명을 다루는 특수한 분야라 하여 하는 일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위험성을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병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직무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그 안전성을 들여다보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세상이 병원의 모든 것을 샅샅이 들여다보면서 진료의 악결과에 대해서도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충분히 피할 수도 있는 일이라는 인식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시대인식에 대하여 병원도 환자안전에 특별한 관심을 가져야만 합니다. 병원장은 확고한 환자의 안전을 위하여 다음의 네 가지를 철저히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첫째 의료진 간의 협진, 둘째는 환자확인, 셋째 감염관리 마지막으로 위해환경의 개선입니다. 의료행위를 총괄 지휘하는 의사라 할지라도 그 역시 인간이며 인간의 지능이나 판단력이 모든 경우에서 완전무결할 수는 없습니다. 진료에서의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연관된 의사들 간의 협진을 통해 집단지성이 작동하도록 하는 게 최선입니다. 특히 담당의사가 확신을 갖지 못하는 경우에 협진은 필수불가결한 것이지만 의사의 확신이 충만한 경우라도 잘못된 확신을 걸러내는 ‘2차 의견조회(secondary opinion)’로도 그 가치는 충분할 것입니다. 환자확인을 철저히 하여 환자가 뒤바뀌거나 투약 및 검사결과가 잘못되는 것을 방지하는 일은 환자안전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사항입니다. 또한 손 씻기 등을 통해 병원감염을 예방하고 전염병으로부터 환자를 보호하는 것 그리고 환자의 손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위해환경을 개선함으로써 환자의 안전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정영호 좋은꿈 한림병원장

[인천의 아침] 강화에 부는 도시재생 바람

강화군은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불릴 만큼 역사유적이 산재해 있는 유서 깊은 지역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성으로 살아 숨 쉬는 역사문화도시, ‘2018 올해의 관광도시’로 선정됐고, 내년에 고려 건국 1100주년을 맞이해 역사·문화적 가치를 드높일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도시의 역사적 가치는 주민의 오랜 삶의 숨결을 찾아내 공간적 장소에 담아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너무 인위적이거나 현대적이지 않게, 장소에 내재돼 있는 콘텐츠가 자연스럽게 드러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누가 그 일을 해야 할까? 그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 모두의 몫이다.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만 있다면 모두 하나가 돼 소명의식을 갖고 지역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지역사랑은 재생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힘의 원천이다. 강화 주민은 그 에너지를 보여주고 있다. 강화군은 벌써 도시재생대학을 3년째 운영하고 있다. 이번의 도시재생대학 운영은 지난 2년 교육 프로그램과 차별화해 4개 팀을 구성해 팀별 지도교수의 지도를 받으며 스스로 지역의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현장지향형 문제해결방식으로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강화나들길 마을 가꾸기팀은 이탈리아 폴리 개념을 도입해 도로의 결절지점에 다수의 점적 커뮤니티를 만들어 활성화시키고 그 지점들이 서로 연결되도록 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각 지점들이 활성화된다면 침체된 거리 전체가 살아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용흥궁공원 쉼터조성팀은 햇살이 강하게 내리쬐는 황량한 공터를 시민이 쉴 수 있는 푸른 나무그늘 쉼터를 제안한 것이 인상적이다. 강화 도심진입부 정비팀은 강화읍성의 성곽 소실을 가장 안타깝게 여겨 성곽의 복원을 통해 강화의 본래 모습을 되찾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여기에 주민의 오랜 삶이 녹아 있는 방앗간, 대장간, 한복집을 재생해 지역 장소성을 회복하는 것과 남수문의 조악한 형태를 손질하는 것도 주민 아이디어로 제안됐다. 왕의 길 역사문화가로팀은 3·1 만세운동의 현장을 재현하고 한옥에서 한복 입기를 체험하는 등 공공공간을 중심으로 한 주민참여형 관광 콘텐츠를 제시했다. 이상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는 도시재생대학은 강화군과 도시재생지원센터 그리고 인하대학교가 협력하는 거버넌스 모형이다. 4명의 지도교수의 헌신적 기여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하는 연구원의 노고가 있어 도시재생 학습은 빛나고 있다. 주민이 공공성 있는 장소 만들기를 체험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것은 강화군의 도시공간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결정적인 힘이 될 것이다. 혼자 꿈꾸면 꿈에 그치지만, 만인이 꿈꾸면 현실이 된다는 확신에 찬 발표자의 발언은 오래 기억될 것이다. 변병설 인하대학교 대외협력처장

[인천의 아침] 송암 이회림 회장이 인천인에게 남긴 교훈

인천 송암 미술관에서는 어느 개성상인의 마지막 선물’이라는 주제로 특별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故 송암(松巖) 이회림 OCI(옛 동양화학) 회장의 탄생 100주년 및 타계 10주년을 추모하는 뜻 깊은 자리이다. ‘어느 개성상인’, ‘송암’은 이회림 회장의 아호이다. 전시회에는 고인이 수집한 고미술품과 어린 시절 개성에서 포목점 점원으로 물건을 운반하던 자전거 등 유품도 전시하고 있다. 송암의 큰 아들인 OCI 이수영 회장은 이번 특별전을 위해 광개토대왕비를 디지털 정보로 소개하는 기능을 제작해 송암 미술관에 기증했다. 송암은 중국에 있는 광개토대왕비를 실물크기로 제작해 송암 미술관에 기증한 바 있다. 필자가 오늘 송암을 생각하게 된 것은 지난 7월 전시회 개막식에 참석해 그의 생애와 큰 뜻, 나라와 민족과 지역에 대한 깊은 사랑에 큰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다. 인천의 문화교육사업과 상공회의소 등 지역경제활동에도 남다른 노력이 있었음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송암이 살아있는 우리 모두에게 많은 교훈을 제시해 주는 자리였다. 송암은 1968년도에 동양화학공장을 인천에 세워 우리나라와 인천의 대표적 화학기업으로 키우신 분이다. 그러면서 민족 문화재에 남다른 뜻을 갖고 평생 수집한 8천여 점의 고미술품과 문화재를 미술관과 함께 2005년도에 인천시에 무상으로 기증했다. 그가 문화재를 인천시에 기증한 것은 어떤 뜻이 있었을까. 아마도 인천 시민이 소중한 문화유산을 공유하면서 자부심과 애향심을 갖도록 염원했던 것은 아닌지…. 특히 OCI 사업기반인 인천에 대한 애정과 인천시민에 대한 고마움의 뜻이라 생각한다. 송암은 고향 개성을 누구보다 사랑하면서도 사업 터전인 인천 또한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도 남달랐던 것이다. 태어난 곳도 중요하지만, 살아온 인천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행동으로 보여주신 분이다. 인천은 전국 각지에서 모인 분들이 고생하며 사업을 일으키고 아이를 키운 곳이다. 그러다 보니 자칫 태어난 곳보다 사는 인천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부족할 수 있다. 시민으로서의 자부심과 주인의식 부족으로 경쟁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 관점에서 송암이 생전에 보여준 인천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모두가 본받아야 할 귀한 교훈이요, 가치인 것이다. “우물가에서 물을 마실 때 누가 우물을 팠는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라는 격언이 있다. 현재 우물을 관리하고 있는 사람에만 관심을 두고, 우물을 파기 위해 애쓴 사람들은 외면하는 현실을 지적하는 교훈이다. 인천 발전을 위해 묵묵히 우물을 판 분들이 많다. 이분들을 기억하고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인천은 인물을 키우고 기념하며 그 정신을 계승하는 노력이 부족하다. 인천의 많은 인재가 우리의 자랑이 될 수 있도록 기념사업을 추진하고 그 뜻을 재조명해야 한다. 인천을 위해 우물을 판 분들을 제대로 헤아리는 정성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것이 인천발전의 진정한 원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필우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회장

[인천의 아침] 지방분권과 인천의 과제

재정위기 지방자치단체의 상징이었던 인천시가 금년 하반기부터는 부채비율이 22.4%로 낮아져 재정정상단체(부채비율 25%이하)에 진입했다. 연간 이자부담이 2014년의 4천500억원 수준에서 금년 하반기부터는 2천500억원 이하로 크게 낮아져 향후 재정여력이 상당폭 개선된다. ‘세상에 공짜 점심(free lunch)은 없다’는 워렌 버핏의 말처럼 짧은 기간에 인천시의 부채를 상당폭 감축한 것은 시정부와 시민 모두의 인내와 기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결국 지방분권사회에서 지방정부의 재정력은 지역민과 지역경제의 미래를 떠받치는 마지막 보루(last resort)인 것이다. 부산, 대구, 태백 등에 비해 뒤늦은 탈출이지만 자체역량으로 극복했다는 것은 평가받을 일이다. 권한이 주어진만큼 책임도 뒤따르는 지방분권사회로 가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지방자치 역사는 오히려 행·재정적으로 중앙의존도를 심화시켜 지방정부를 하청기관화했다. 또 지방의 선출직 단체장과 의원은 중앙정치에 더욱 예속돼고 말았다. 결국 지방의 창의성이 발휘될 기회가 박탈되다 보니 자생역량은 떨어지고 애향심도 약화될 수밖에 없었다. 인천시는 대통령의 지방분권형 개헌 약속에 힘입어 대안적 접근을 했다. 지난 7월 12일 국회 헌법개정 특별위원회와 공동으로 “‘지방분권 발전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한 것이다. 발제자는 우선 세입의 국세 대비 지방세 비율이 80 : 20인 반면 세출이 40 : 60으로 왜곡해서 집행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국가사무는 외교, 국방, 통일, 국제통상 등으로 한정하고 그 외의 사무는 소요되는 재정과 함께 지방정부에 과감히 이양하자는 것이다. ‘대표 없는 조세 없다(No representaion, No taxation)‘는 말처럼 헌법에 지방세법률주의도 명문화해야 한다. 열악한 지역은 재정조정제도를 도입하면 된다. 결국 자치 행정권·입법권·재정권 등을 보장할 수 있는 헌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선진화된 지속가능한 국가운영시스템이 만들어진다 것이다. 마지막으로 남은 개혁과제가 하나 있다. 우리 정치구조에 지역구 대표는 있지만 지역대표가 없다는 것이다. 특정지역에 기반한 정치세력이 정당정치를 왜곡하다보니 지역구 대표는 중앙정치에 예속돼 자기 지역의 대표성을 발휘하지 못한다. 인천 발전을 위한 현안을 중앙정치의 희생양으로 삼아 그 공을 인정받은 자가 지역구 대표로 등극하는 정체성 없는 지역 정치가 횡행하고 있다. 이에 지역구 대표는 하원이, 지역대표는 상원이 하는 양원제 국회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최근 중앙정치 논리에 의해 해체되고 빼앗긴 해양경찰이 부활해서 인천으로 다시 온다는 소식이다. 한데 그때나 지금이나 여야 인천 정치권의 중앙정치 눈치보기는 여전하다. 결국에 인천시민의 승리였다. 한편 국제경쟁력을 갖춘 공항, 항만, 경제자유구역과 접경지역 강화·옹진 섬에 씌워진 수도권 규제는 인천 발전을 위해 반드시 넘어야할 과제다. 도시경쟁력을 우선하는 지방분권사회에 걸맞지 않는 구태다. 하지만 인천의 어떤 정치인도 나서지 않았다. 정작 지방분권을 위한 인천의 과제 중 가장 시급한 건 인천정치인 바로세우기가 아닐까.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인천의 아침] 병원의 경쟁력

요즈음은 병원도 여느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경쟁이 치열해졌습니다. 수익률은 낮고, 보건의료 인력의 구인난은 꽤 심각합니다. 생존 환경이 녹록지 않습니다. 그래도 병원에 가장 큰 위험은 경쟁력을 갖추지 못해 환자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일일 겁니다. 그렇다면 병원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올까요? 병원의 경쟁력을 이해하려면 기업에서의 경쟁력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제조업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라면 좋은 물건을 싸게 만들어 많이 파는 기업이라 하겠지요. 우선 ‘좋은 물건’이란 성능과 내구성이 뛰어나고 외관이 수려해서 보는 이의 구매 욕구를 일으킬 수 있는 물건을 말합니다. 거기에 더하여 제품의 이미지가 좋고 포장이 잘 되어 있으면 금상첨화일 것입니다. 결국 알맹이와 껍질이 모두 좋아야 ‘좋은 물건’인데 의료업으로 따지면 정확한 진단, 확실한 치료와 같은 진료의 결과물이 ‘알맹이’에 해당하고, 고객만족이나 진료 외 서비스 등은 ‘껍질’에 해당하겠습니다. 두 번째로, 물건이 싸려면 생산과정에서 원가가 낮아야 합니다. 원가를 낮추려면 투입비용을 줄이거나 생산성을 높여야 합니다. 생산량이 늘어나면 재료비와 같은 변동비는 비례적으로 증가하겠지만 고정비의 증가는 미미하여 결국 시간당 생산량이 늘어나면 제품의 생산원가는 낮아집니다. 수술을 예로 들면 30분 만에 끝마친 맹장수술이 한 시간 동안 시행한 맹장수술보다 원가가 낮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많이 팔거나 팔 수 있어야 경쟁력이 있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업종에서 이윤을 남기려면 손익분기점을 넘겨야 합니다. 손익분기점(Break Even Point)은 판매량 손익분기점과 가격의 손익분기점이 있습니다. 가격이 고정되었다 가정하면 판매량이 얼마냐에 따라 손익이 갈리고, 판매량이 고정되었다면 가격의 높낮이에 따라 손익이 갈리게 되겠지요. 우리나라의 의료는 국민건강보험에서 일괄적으로 진료비를 정하기 때문에 가격이 고정된 대표적인 업종입니다. 즉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 손익분기점을 넘겨 이익이 발생하는 구조입니다. 이상 살펴본 기업의 경쟁력에 빗대어 병원의 경쟁력을 설명하자면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진료품질향상, 둘째는 원가 낮추기, 셋째는 환자고객의 확보입니다. 이 세 가지를 달성하기 위해 품질관리, 마케팅관리, 수지예산관리, 인사노무관리 등등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수많은 관리를 합니다. 그런데 의료는 의사의 오더를 통해서만 의료행위를 개시할 수 있는 독특한 업종입니다. 의사가 진료를 수행할 때는 제조업으로 치자면 생산, 판매, 품질관리, 수익성 제고, 인력운용 등 다양한 임무를 혼자서 수행하는 것과 흡사합니다. 말하자면 의사직종은 멀티 플레이어인 셈입니다. 게다가 환자들과 직접적인 정서적 유대감을 갖고 상담과 조언까지 하는 카운슬러 역할도 합니다. 이처럼 진료에 있어서 의사의 역할이 절대적이어서 어찌 보면 의사의 경쟁력이 곧 병원의 경쟁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병원이 경쟁력을 높이려면 ‘의사 경쟁력’ 향상에 필요한 경영적 지원과 관리를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정영호 좋은꿈 한림병원장

[인천의 아침] 우리라고 안 늙을 줄 아는가

▲ 정희남 인천시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 사람은 누구나 소중한 가치를 가진 평등한 존재라는 인권에 대한 정의를 논하지 않더라도, 가장 극단적인 인권침해 형태인 ‘학대’를 받는다면 얼마나 슬픈 일인가. 우리 사회에서 학대문제에 대해 접근하는 두 대상이 있다. 바로 아동과 노인이다. 근래에도 사회적 이슈가 되고 국가적 관심사가 될 정도로 모든 국민이 아동학대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인식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포털 사이트나 인터넷 뉴스에서 아동학대 기사에 대한 리플을 보면, 노인학대 기사와는 확연히 다른 양상을 나타낸다. 대부분의 리플 내용이 학대 가해자인 부모를 욕하면서 온갖 비난과 질책을 쏟아내고, 학대받은 아동에 대해서는 동정과 불쌍한 마음으로 하나같이 안타까워하는 글들이 넘쳐나는 것을 보게 된다. 반면, 노인학대 기사에 대한 네티즌 반응을 보면 아동학대와는 다른 감정선을 느낀다. 올해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 6월15일을 ‘노인학대 예방의 날’로 정해 법정일이 되면서, 최근 노인학대 기사가 포털 사이트를 장식하고 있다. 이들 기사에 대한 누리꾼들의 리플 내용을 보면, 노인에 대한 동정과 가해자에 대한 비난 내용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가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라고 하면서 “고집 세고 냄새나고 소리만 지르는 노인 맞아도 싸다”라는 등의 노인의 학대문제 원인을 노인에게 귀결시킨다. 또 “당신이 뽑은 정권에서 당신이 당하는 건 당연한 결과”라면서 노인학대 문제를 젊은 세대와 노년 세대 간의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해석하는 글도 많다. 학대에도 차별이 있음을 느끼고, 노인복지 실천현장에서 시간이 갈수록 이러한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늘어나는 것을 실감하게 하는 대목이다. 우리는 냄새나고 고집불통인 그들, 소위 ‘꼰대’라고 불리는 노인들을 보면서 “우리는 늙어서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세태라면 젊은 세대들은 나중에 노인이 되면 ‘초특급 슈퍼 꼰대’가 돼 젊은 세대들로부터 손가락질 받게 될 것이 자명한 현실임을 왜 인지하지 못할까. 지금의 노인세대보다 더 많이 배우고, 글로벌화된 정보화 사회에 살면서 인권과 권리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아는 그네들이 말이다. 1960년 국민총생산(GNP)이 70달러였던 우리나라가 2015년 2만8천달러가 되면서 55년 사이에 400배의 경제성장을 이루어냈고, 세계 11위 경제대국이 됐다. 얼마 전 극장에서 상영된 영화 ‘국제시장’에서처럼 우리 아버지 세대는 6ㆍ25 전쟁을 겪으면서 독일에서 광부와 간호사로, 월남에 파병전사로, 중동에 건설 역군으로 일하면서 기적을 일궈냈다. 그분들의 핏값과 몸값으로 이뤄낸 대한민국이건만, 이제는 자녀로부터 학대받고 국가로부터 버림받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것이다. 그런 현실에서 OECD국가 중 노인빈곤율과 노인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 속에 경제대국 11위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노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된 현실 속에서 영화 ‘은교’의 한 대사를 되새겨본다. “너의 젊음이 너의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이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정희남 인천시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

[인천의 아침] 조동성 인천대 총장의 명함과 인천의 자부심

유필우 조동성 인천대학교 총장이 취임한지 1년이 다 되었다. 우리가 잘 알듯이 조 총장은 경영학계, 기업, 국내 및 외국대학 등에서 다양한 활동을 경험한 우리나라 경영학계의 대표적 석학이다. 총장 부임 이후 인천대를 동북아의 중심 대학으로 육성하고 더 나아가 세계적 대학으로, 또 바이오 특화대학으로 키워나가겠다는 구체적이고 기발한 계획을 세워 열심히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송도에 바이오 관련 세계적 연구소들을 주도적으로 유치하겠다는 목표도 갖고 있는 것으로 듣고 있다. 오늘 그에 대하여 몇 자 쓰게 된 것은 얼마 전 그가 건네준 명함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의 명함이 우리가 늘 교환하는 명함과 다른 것은 없다. 다만 명함 양면에 ‘Numbeo’ 라는 온라인 데이터베이스가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6개 도시 명단을 표로 만들어 크게 명함에 넣어 놓은 것이다. 우리가 알다시피 ‘Numbeo’는 세계 국가별, 도시별 생활비, 주거, 건강, 교통, 범죄 등 삶의 질과 관련된 정보를 온라인에서 수집하여 분석하는 세계 최대의 온라인 사이트이다. ‘Numbeo’는 2016년 세계 제1의 안전 도시로 인천을 선정하였던 것이다. 그 다음은 일본의 교토, 터키의 에스키셰히르, 독일의 뮌헨, 싱가포르 순으로 되어있다. 인천이 세계 제1의 안전도시라는 사실은 인천시민에게 얼마나 큰 명예와 자랑인지 모른다. 조 총장은 인천이 세계 제1의 안전한 도시라는 사실을 구호가 아닌 구체적 통계자료로 명함에 넣어 만나는 사람마다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이렇게 하는 것은 인천대 홍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인천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시민으로서의 자부심과 사명감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가 인천과 직접적인 인연을 맺은 것은 불과 1년 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인천은 사실과 달리 각종 범죄와 사건, 사고가 많은 안전하지 못한 도시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실제 경찰 관계자들의 분석도 대도시 중 인천만큼 치안이 안전한 도시가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천이 안전하지 못한 도시라는 사실과 전혀 다른 오명을 갖게 된 것은 무엇인가. 일부 전문가들은 인천에 TV 등 공중파 언론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중앙언론이 사건·사고 발생시 타도시에 비해 유독 인천이라는 도시명을 강조하여 보도하기 때문이란 것이다. 경기 안산시의 경우 안산에서 발생한 범죄 사건에 대해 중앙언론이 안산에서 발생하였다는 점을 반복해서 보도하자 시민들이 이를 언론기관에 항의하여 시정시켰다는 이야기도 있다. 우리가 깊이 생각하고 극복해야 할 과제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인천의 구석구석에는 인천의 가치와 중요성이 간과되거나 잘못 인식되고 있는 일들이 많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것이 크거나 작거나 인천이 가지고 있는 가치들을 제대로 살리고 잘못 폄하된 것들을 시정하려는 노력은 앞으로 인천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것은 인천시장의 인천가치재창조가 갖는 근본적 배경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인천대학 조동성 총장의 명함이 갖고 있는 의미는 너무나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유필우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장

[인천의 아침] 지방세 감면과 지방분권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인천시·인천시민과 상생 발전할 것입니다” 정일영 사장이 14일 열린 새얼아침대화의 주제 강연 자리에서 밝힌 포부다. 한편 인천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는 9일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인천항만공사의 지방세 감면 대상 제외를 골자로 한 ‘인천시 시세 감면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을 수정 가결했다.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 사장은 공항공사가 시와의 상생관계 구축에 소극적일 거란 항간의 우려에도 상생 의지를 표명한 거다.인천의 미래 먹을거리 기반인 공항과 항만에 대한 시의 지원이 당연한데도 이처럼 갈등으로까지 치닫게 됐는지 원인을 찾아야 한다. 특히 다가올 지방선거에서 지방분권형 개헌이 이뤄지기를 열망하는 인천시로서는 신중한 판단이 절실하다. 지난해 11월 유정복 인천시장과 정일영 사장은 지역사회에 사회공헌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보자며 ‘사회공헌협약’을 체결했다. 양측 실무자는 작년 연말로 종료되는 시의 지방세(취득세) 감면을 더 연장하는 문제와 공사의 인천유나이티드 지원과 오성산 공원조성사업비, 영종도∼북도면을 잇는 연육교 건설사업비 지원 등을 함께 꺼내놓고 협의한 거로 알려졌다. 하지만 협상이 순탄치만은 않았다.공사는 지방세 감면 때문에 수십 배에 달하는 요구사항을 받아드릴 수 없다며 “지방세 감면 조례는 자동 폐기됐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시는 지방세 감면이 한시적이지만 연장하는 조례안을 의회가 재심의 중이니 종료는 아니라며 “양측 간 상생 협력은 지방세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응수했다. 좀 더 들여다보면 시는 시세 감면 조례에 따라 2000년부터 공항공사에 부동산 취득세의 40%를 감면해 현재까지 약 1천614억 원을 깎아줬다는 거다. 이에 공사는 2001년 개항이후 시에 2천344억 원, 중구청에 1천987억 원의 지방세를 냈고, 인천유나이티드 FC 후원, 문화체육복지관 건립, 하늘고교 건립 및 운영지원, 자전거도로 및 용유외곽도로와 각종 기반시설 조성 등에 1천780억 원을 사용했다고 말한다. 지방세 감면을 두고 벌인 갈등에서 승자와 패자는 과연 누구일까. 만약 재정분권이 제대로 된 지방분권 사회였다면 오늘의 고민은 성격이 달라진다. 좋은 기업유치를 위해 지방세 감면이라는 과감한 인센티브 제공도 가능하기에 그렇다. 또한 부산, 광양, 울산이 항만공사의 경쟁력 제고와 물류비용 상승을 막기 위해 시세 100%를 감면할 수 있었던 건 비수도권이어서 주어지는 엄청난 보통교부세 때문이다. 불과 몇 년 전부터 불교부 단체에서 벗어난 인천은 재정적 인센티브 경쟁력이 취약하다. 게다가 수도권 규제라는 제도적 제약까지 덧씌워지다 보니 배후부지의 임대료 상승 등으로 공항·항만 경쟁력은 악화일로다. 결국 인천시도 공항공사도 서로 다퉈 득이 될 게 없다는 거다. 그간 시와 시민단체는 시가 현물출자 등으로 공항공사의 지분을 획득해서 의사결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이미 항만공사는 이사회격인 항만위원회에 시장 추천 몫이 있다. 국가 공기업에 지방정부의 지분 및 의사결정구조에 참여하는 것도 지방분권의 일환이다. 이러한 장기 목표가 엄존하기에 작금의 갈등은 대승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인천의 아침] 스마트시티의 도래

인류는 산업화의 기계문명에서 정보통신에 기반한 인공지능 문명으로 대전환하고 있다. 사람에 의해 움직이는 시스템이 전자적 센서에 의해 작동되는 사회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 변화의 속도는 인류가 인지하는 속도보다 더욱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사람과 사람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소통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미래의 도시는 인간의 신경망처럼 구석구석까지 촘촘하게 연결돼 있는 초연결사회로 변모하게 된다. 도시의 긴밀한 연결구조는 정보의 전달을 용이하게 만들 것이다. 이러한 정보는 도시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낼 것이다. 도시의 많은 정보와 데이터가 새롭게 축적되고 생성돼 빅데이터가 만들어지게 된다. 이러한 빅데이터로 교통이 막히는 지역은 어디인지,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은 어디인지, 또 미세먼지의 농도는 어디가 높은지등에 대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일반시민의 실생활과 관련 있는 정보의 접근성이 보다 높아지는 것이다. 빅데이터의 방대한 정보 제공은 도시 관리의 방식을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다양한 정보와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똑똑한 지능형 도시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도시의 교통망도 스마트 시스템에 기초해 작동될 것이다. 시간대별 도심교통의 흐름에 따라 도로의 폭이 결정되고, 교통 정체구간이 발생하는 지역에 대한 우회도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정체구간에 차량이 몰리지 않도록 유도해 교통체증을 해결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싱가포르는 스마트 교통시스템을 구축해 교통체증을 30% 감소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들이 밀집한 도시중심부의 환경오염 관리에도 스마트 기술이 접목될 수 있다. 일정 기준치 이상의 오염발생 차량은 도심 진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스마트 탄소존을 설정하고 스마트하게 관리할 수 있다. 유럽의 많은 도시가 도심 저탄소구역을 설정하고 다량 오염유발 차량이 구역에 진입하면 센서가 파악해 바로 고지서를 발송하게 된다. 또한 자율주행 차량의 대량 보급에 대비해 도로에는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전자적 장치가 내장될 것이다. 차량과 도로가 이야기하면서 승객을 원하는 목적지까지 이동시킬 것이다. 차량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연과 도시의 미세먼지를 빨아들이는 장치도 도로변에 탑재될 것이다. 하늘에서 도로로 떨어지는 빗물을 모아 스스로 도로를 청소하며 도로 위 열기를 식히는 냉각수로 활용될 수 있다. 스마트시티는 우리의 삶을 편리하고 윤택하게 만들 것이다.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스마트시티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는 스마트시티가 빨리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기초를 닦는 것이 중요하다. 도시를 스마트하게 계획하고 관리하게 될 날을 기대한다. 변병설 인하대학교 대외협력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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