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반도 최대 화두는 평화다. 대한민국은 긴 역사 속에 민족 간의 통일 문제로 많은 상처를 입었고 다시 일어나 역사를 이어왔다. 그리고 많은 사상과 종교와 철학이 요동치며, 뜨거운 역사를 지닌 국가이다. 근대사의 민주화나 정치도 짧은 기간에 너무 많은 것을 겪었고 배웠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아직도 모든 것이 진행형이다. 먼저 ‘평화’라는 단어의 불교용어를 알아보자. 산스크리트 ‘싼띠(nti)’와 ‘니르와나(nirva)’이다. ‘싼띠’는 적멸(寂滅), 열반(涅槃) 등으로 번역된다. ‘니르와나’도 열반(涅槃)으로 번역된다. 즉 불교에서는 열반이 평화다.열반은 인연법을 깨달아야 하고 인연법을 깨달으면 평화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쉽게 말하면 모든 것은 상호의존성으로 독립적인 것은 없고 ‘이것이 있기 때문에 저것이 있고, 이것이 일어나기 때문에 저것이 일어난다’는 인과법을 알고 서로를 존중하는 것이 평화라는 것이다. 내가 폭력을 쓰면 나중에 그 과보로 고통을 받고, 상대방을 괴롭히면 나중에 그 과보로 나도 괴롭힘을 받으니 서로 화합하고 이해하자는 것이 인연법의 평화사상이다. 모든 생명은 인연으로 순환한다. 역사도 인연으로 순환한다. 자연도 인연의 순환 속에 아름다움이 있듯이 권력도, 재산도 인연으로 순환하기에 세상은 아름다운 것이다. 만약 순환하지 않는 생명, 역사, 자연, 권력, 재산이 있다면 그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진정한 진리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에 더욱 아름다운 것 같다. 하지만 상대를 배척하는 정치이념이나 사상, 종교, 철학이 있다면 그것은 진리가 아니고 우리에게 평화를 주지 않을 것이다. 평화의 반대말은 폭력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상의 도처에서 폭력과 테러가 자행되고 있다. 폭력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단어가 ‘비폭력’이다. 평화를 파괴하는 주범이 폭력이기 때문이다. 간디의 비폭력 평화사상, 즉 ‘아힘사(ahis)’는 불해(不害), 불살생(不殺生)의 뜻을 갖고 있다. 즉 남을 해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거 인류에게 평화가 있었을까? 평화가 있었다면 종교도 없었을 것이다. 인간이 겪은 참혹한 전쟁으로 인한 살상과 고통이 너무 커서 수천년 전부터 사람들은 이 어지러운 세상에 구원자를 찾았다. 이것을 미륵불 범어로는 ‘마이트레야(Maitreya)’, 서양에선 ‘메시아(Messiah)’라고 하며 이들 두 단어는 유사성이 있다. 어떻든 ‘마이트레야’는 자비라는 뜻이다. 미래의 구원자는 자비와 사랑으로 우리에게 온다는 말일 것이다. 조국의 통일과 평화는 우리 민족끼리 지혜를 모아 해결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한반도의 지정학적 문제는 강대국의 입김이 절대적이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하지만 서두르지 말고 지략을 내어서 미래의 최강국이자 과거의 껄끄러운 동반자 중국과도 잘 지내고, 현재의 세계 최강국 미국과도 잘 지내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과거의 많은 한민족 전쟁의 역사가 우리에게 그것을 가르쳐 주었다. 더 나아가 비록 어려운 길이겠지만, 대한민국이 진정한 평화의 나라가 되고 싶다면 스위스와 같은 중립국 선언을 하는 것이 인류사에 오래 남을 마지막 길일 것이다. 선일 스님 법명사 주지
오피니언
선일 스님
2017-09-03 2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