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부처님 웃는 뜻은…

음력 사월 초파일이 가까워지면서 형형색색 연등(燃燈)이 절 마당을 가득 채우는 등 ‘부처님 오신 날’의 분위기를 한껏 돋우고 있다. 특히 올해의 석가탄신일은 불교계에서 오랫동안 소망했던 ‘은진미륵’의 국보 승격이 이루어짐으로써(국보 제325호) 더 큰 의미를 안겨 주고 있다. 공식 이름은 ‘석조미륵보살입상’. 논산 육군훈련소와 가까운 관촉사에 소재하고 있는 이 화강암 불상은 1006년 고려 광종 때 혜명스님에 의해 세워졌는데 보통 ‘은진미륵’으로 불린다. 문화재청은 ‘파격적이고 대범한 미적 감각’을 국보 승격의 이유로 밝혔고, 그 뛰어난 독창성과 독특한 모습을 두고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민간신앙에 남아 있던 장승의 이미지를 불교적으로 번안한 듯한 토속성이 보인다’고 했다. 서울대 명예교수이고 우리나라의 대표적 조각가이기도 한 최종태 씨는 ‘그 관음상 앞에 서면 나도 모르게 관음의 마음 속으로 빠져든다. 관촉사 관음상은 우리들의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면서 앞으로 새 천년을 또 그렇게 거기 서 있을 것이다. 가히 불후의 명작이라 할 것이다’라고 했다. 높이가 18.12m(폭 9.9m)의 화강암으로 된 이 불상은 국내서 가장 클 뿐 아니라 불상의 귀 역시 3.3m나 되는 등 어떻게 보면 촌스럽고 투박해 보이지만 바로 그것이 친근하게 느껴지는 매력이기도 하다. 그리고 통일신라시대까지 정교한 미를 추구하는 불상, 귀족중심의 불상에서, 민중 신앙으로 발전한 고려시대의 대표적 불상이라는 것이 학계의 주장이고 보면 오히려 국보 지정이 늦은 감도 든다. 투박하지만 따뜻한 정을 느끼게 하는 미소, 그 미소 띤 모습에서 고려시대의 힘든 삶을 살던 백성들은 큰 위안을 얻지 않았을까? 미소를 머금은 부처님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국보84호 서산의 마애삼존불상(瑞山磨崖三尊佛像)이다. 흔히 ‘백제의 미소’로 더 잘 알려진 마애삼존불상은 우리나라에 불교가 들어온 후 최초로 돌에 새긴 마애불인데 역시 가장 특징적인 것은 온화하고 친근한 표정, 얼굴 가득한 미소다. 이 미소가 돌에 새겨진 관음보살, 석가여래, 미륵보살 등 삼존상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 얼굴 가득한데 아침 해가 떠오를 때는 빛을 받아 그대로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온다. 어떻게 이런 솜씨가 가능했을까? 전문가들은 이집트의 조상(彫像)에서도 볼 수 없는 미소요 그리스, 로마 작품에서도 찾을 수 없는 미소라고 극찬한다. 앞에 언급한 최종태 교수는 마애삼존불의 미소가 ‘모두를 사랑한다’ ‘영원을 산다’고 말하는 것 같다고까지 했다. 그리고 어떤 외국 작가는 물었다. “왜 당신네 부처님은 웃고 있는가?”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인도, 중국, 일본, 동남아 그 어느 나라 부처도 이렇게 웃음을 띠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엄숙하던지, 깊이 생각에 잠겨 있던지… 그것이 지금까지 보아온 불상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은진미륵과 마애삼존불상은 삶에 지친 대중들에게 천년의 세월, 미소로서 위안을 주고 희망을 안겨 주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천년, 그렇게 미소를 머금고 서있을 것이다. 특히 북한의 핵문제로 전쟁의 위험에 빠졌던 우리가 이제 무엇인가 희망의 빛을 찾으려는 올해, 이들 불상의 미소가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변평섭 칼럼] 예고된 대한항공 사태와 끼리끼리 病

도요타는 80년의 역사를 가진 일본의 대표적인 자동차다. 생산량 기준으로 연간 천만대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규모를 자랑한다. 그러나 2010년 미국을 비롯 유럽, 아시아 등 전세계적으로 가속페달 결함으로 리콜사태가 빚어져 치명적 손실을 입었다. 미국에서만 230만대가 리콜되었으니, 도요타로서는 매우 굴욕적인 사건이었다. 유달리 정확성을 자랑하는 일본에서 어떻게 이와 같은 불명예스런 리콜사태가 벌어졌을까? 이에 대해 영국의 권위있는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도요타 경영체제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도요타 이사는 총 29명인데 모두가 도요타에서 수십 년 동안 충성스럽게 근무하다 승진한 일본인들이라는 것이다. 외국인 이사는 물론 여성과 사외이사도 없었으며 이미 1년 전부터 가속페달 문제가 제기됐음에도 이에 대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이사회 구성에 다양성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 말하자면 일본인들의 의식에 깔려 있는 순혈주의(純血主義)를 꼬집은 것이다. 일본의 이와 같은 순혈주의는 이민정책에서도 잘 나타난다. 시리아와 아프리카 등 분쟁지역에서 2016년 일본에 망명을 신청한 사람이 1만901명이나 되었는데 겨우 28명만 받아들이는 인색함을 보여 국제사회로부터 비난을 받았고, 동남아에서 온 노동자들 역시 20년 이상을 기다려도 영주권이 주어지지 않을 만큼 이민정책은 제로에 가깝다. 심지어 북한이 붕괴되면 많은 탈북민들이 일본 해안에 밀려오지 않을까 걱정하는 일본이다. 요즘 총수 일가의 갑질행태가 전국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대한항공 경영체계 역시 일본 도요타의 이사회 전철과 비슷하다. 아버지가 회장, 장남이 사장, 땅콩회항의 말썽을 빚었던 장녀가 부사장, 그리고 물컵파문을 일으킨 차녀는 전무, 이사진 구성도 충직한 자기 사람들이다. 이와 같은 순혈주의 경영체계는 고도의 기업윤리를 가정의 부엌 수준에 머물게 할 위험이 있다. 그래서 이들은 그들의 은밀한 부엌에 들어오는 외부 사람을 꺼리며, ‘가사 도우미’ 정도로 인식한다. 뒤늦게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한다며 사내에서 부회장을 발탁했지만 일본 도요타가 사내에서 이사를 발탁하는 것과 비슷하며, 오너의 장남이 사장으로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부회장 자리가 얼마만큼 전문경영인의 역할이 가능할까도 의문이다. 이처럼 외부와 벽을 쌓고, 섞여 사는 ‘융합의 힘’을 거부하는 병폐는 대한항공뿐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장애인 시설이 이웃에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며 그럴듯한 슬로건을 내걸고 구청 마당에 몰려가 집단행동을 하는 것도 그렇고, 임대 아파트 아이들과 같은 학군에 배정되는 것을 반대하는 민원이 제기되는 것도 그렇다. 왜 우리는 ‘섞어 사는 융합’에 익숙하지 않고 ‘우리끼리의 순혈주의’에 탐닉하는가? 심지어 종교계에서도 같은 종교가 아니면 얼굴을 돌리고 같은 종교라도 교파가 다르면 이단 취급하는 우리 풍토다. 교육계는 A대학 출신들이 주류를 이루어야 하고, 법조계는 B대학 출신들이, 예술계는 C대학 출신들이… 하는 식의 학벌주의,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지역 편가르기, 이 모든 것이 우리가 허물어야 할 벽이다. ‘미투운동’이 우리의 성(性) 문화를 반성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듯이 이번 대한항공 문제도 융합을 외면하는 우리 사회의식에 어떤 경종이 되었으면 싶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변평섭 칼럼] ‘교육부 해체’ 論까지 나오는 우리 교육

‘결코 천사가 아닌 아이들과 결코 낙원이 아닌 학교….’ 해직됐다 복직되는 등 우여곡절을 많이 겪은 박일환이라는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이 ‘바보 선생’이라는 책을 냈는데 그 속에 그런 표현이 있다. ‘결코 천사가 아닌 아이들과 결코 낙원이 아닌 학교’ 오늘 우리의 교육현장을 잘 표현한 것 같다. 그렇게 우리 교육은 시끄럽고 아우성이다. 1천200만명에 이르는 초중고대학생들 그들과 매일 부딪히는 50만명 상당의 교원들, 대한민국 30대 이상의 성인이면 거의 해당되는 학부모, 그들이 갖고 있는 폭발적인 교육열…. 따라서 365일 교육은 조용할 날이 없다. 그러니 우리나라 교육부 장관의 평균 수명은 7~8개월. 단명일 수밖에 없다. 그중에는 취임 3일만에 물러난 장관도 있다. 2005년 1월7일 교육부총리로 임명된 이기준 서울대총장은 교수 시절의 사회이사 겸직과 아들 병역 문제가 불거져 3일 만에 물러난 것. 이와 같은 7~8개월 단명 장관 밑에서 국가 백년대계인 교육정책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세계적으로 가장 안정적이고 성공적인 교육정책을 이어 오고 있는 나라로 평가받는 핀란드는 국가 교육 최고 책임자로서 국가교육청의 사무총장이던 에르끼 아호(Erkki Aho)가 20년이나 한 자리를 지켜온 것에서 원인을 찾기도 한다. 물론 우리나라처럼 교육정책이 복잡한 나라도 없다. 대입 수능시험, 특목고, 검인정 교과서, 교원 평가제, 수시모집, 조기 영어교육, 교원 임용제, 교원 노조 등 정말 끝이 없는 게 교육정책이고, 그 하나하나 시비가 치열하게 달라붙어 있는 게 현실이다. 이렇게 우리 교육이 시끄러운 것에 대해 어느 교육부 장관은 언론 시스템을 탓한 일이 있었다. 대부분 언론사들이 교육문제를 사회부에서 다루지 않느냐, 사회부는 사건을 다루는 부서니 교육을 사건으로만 보기 때문에 교육의 본질 접근이 힘들어진다 등 대충 그런 논리로 언론을 탓했다. 그러나 그것은 문제를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은 것이다. 가령 말썽 많은 대입제도만 해도 그렇다. 최근 교육부 차관이 주요 대학에 고2 학생들이 치를 2020학년도 입시의 정시 비중을 확대해 달라고 전화를 건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가 8월까지 국민의견수렴을 거쳐 대입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하자 한정된 시간에 어떻게 단일인이 가능하지, 복잡한 이해관계에서 빚어질 세 싸움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비난의 소리가 높다. 정말 이것이야말로 교육부 취재가 사회부에 속한 언론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부의 체질적 취약성 때문이 아닐까? 차라리 교육부를 해체하라는 소리도 그래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이처럼 ‘교육부가 없어야 한국 교육이 산다’는 이야기는 어제오늘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그만큼 우리 교육의 문제가 얼마나 뿌리가 깊은지를 말해 주는 것이다. 학벌 위주의 우리 사회병폐를 지적할 때는 ‘서울대가 없어야 교육이 산다’고 하고, 우리 영어 교육에 대해서도 ‘영어교사가 없어야 영어 교육이 산다’고 하는 말도 역시 우리 교육의 심각한 면을 말해 주는 것이다. 교육부가 없어야, 서울대가 없어야, 영어 교사가 없어야 등 교육부를 향한 볼멘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우리 교육 백년대계가 세워져야 하겠다. 요즘 우리 교육부의 모습이 너무 불안해서 하는 말이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변평섭 칼럼] 이럴 때 명탐정이 등장했으면

이스탄불에서 런던으로 달리는 초호화 특급열차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용의자 13명 모두 완벽한 알리바이를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미궁에 빠질 이 사건을 최고의 탐정 에르큘 포와로가 해결한다. ‘오리엔트 특급살인’으로 세계적 화제를 모았던 영화다. 아무래도 탐정하면 고전처럼 되어 있는 ‘셜록홈즈’를 빼놓을 수 없다. 물론 셜록홈즈 역시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명탐정인데, 그가 은퇴할 때까지 무려 500여 건의 사건을 처리하는 실력을 보여줘 탐정의 대명사처럼 되었다. 프랑스에도 뤼팽이라는 명탐정이 있었다. 그가 유명한 것은 도둑으로 활약하다 탐정으로 변신, 뛰어난 사건해결의 솜씨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수사기관이 아니면서도 의뢰인을 위해 사건을 처리해 주는 사립탐정을 법적으로 인정해 주는 나라가 많다. 일본에서도 ‘민간조사 서비스’라는 간판아래 사립탐정역할을 하는 인원이 6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은 보험사기, 산업정보유출, 토지거래, 교통사고의 증거수집과 같은 사실관계를 파악해 주는 것을 주 업무로 하고 있다. 일본에서 수사기관에 고발, 고소하는 것이 우리나라와 비교가 안될 만큼 적은 것도 이런 제도의 효과가 있을 것이다. 정말 우리나라는 ‘고소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고소ㆍ고발이 너무 많다. 2014년 우리 국민이 경찰에 제기한 고소사건은 52만7천200여 건. 여기에 도장을 찍은 고소인은 72만3천명이 넘는다. 일본의 60배에 달한다. 그런데 이들 고소 사건중 혐의가 있어 재판에 회부된 것은 20.7%밖에 되지 않고, 80% 가까이가 무혐의나 불기소 처분됐으니 얼마나 국가 공권력이 낭비되었는가? 특히 우리사회를 갈등과 불신으로 몰고 가는 무고사범이 많은 것도 큰 문제다. 법무당국의 자료에 의하면 2010년 3천332건이던 무고사건이 2014년에는 4천859건, 2015년에는 5천386건으로 껑충 뛰었다.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선거 때만 되면 고발ㆍ고소사건이 사태를 이루고 있는 것. 일단 상대후보를 모함하는 고발을 하고 다시 언론을 통해 퍼트림으로써 선거상황을 유리하게 만드는 것이다. 진실을 밝힐 수사 활동 시간은 짧고, 그러다 보면 선거기간은 막을 내리기 때문에 뒤늦게 그것이 결백으로 밝혀진다 해도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처럼 선거사범 수사를 신속히 처리 못하는 우리 경찰의 수사력도 문제지만 선거만 끝나면 고소취하 등 흐지부지 되는 정치상황도 문제다. 예를 들어 지난해 19대 대통령선거와 관련, 옛 국민의당이 민주당을 상대로 낸 고발사건이 9건이나 되는 데 양당 합의에 의해 이를 취하했다. 그런데 바로 이 취하 리스트 중에 요즘 정치권의 불덩이가 되고 있는 ‘드루킹’이 들어 있는 것이다. 그때 취하를 하지 않았다면 ‘드루킹’ 사건도 정상적 절차에 의해 수사가 진행 됐을 것 아닌가? 최근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도지사 후보경선때 ‘혜경궁 김씨’가 등장하더니 여기저기서 고소ㆍ고발을 제기하는 등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보도다. 그리고 여전히 인터넷상에서는 여론을 오도하는 악성 ‘댓글’이 우글거린다. 이럴 때 선거기간만이라도 ‘셜록홈즈’나 ‘오리엔트 특급살인’의 에르큘 포와로 같은 명탐정이 등장했으면 어떨까. 그래서 고소ㆍ고발을 선거에 악용하는 범죄를 뿌리 뽑고 ‘제2의 드루킹’이 등장하지 못하도록 하면 좋겠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변평섭 칼럼] 야구 방망이를 맞은 도지사

지난달 6일 오전 8시가 조금 넘어 야구 방망이를 든 A씨(37)가 충남 홍성에 있는 도지사 관사를 찾아왔다. 그러나 청원경찰에 의해 그의 관사 진입이 제지되자, 들고 있던 야구 방망이를 현관으로 던져 유리창을 박살냈다. 곧이어 출동한 경찰에 그 젊은이는 연행됐는데 조사 결과 민주당 당원으로 신원이 밝혀졌고 ‘안희정 지사가 여비서를 성폭행한 것에 화가 나서 그랬다’는 진술을 했다. 이때부터 충남도지사 관사가 갑자기 세간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그리고 도지사 관사가 성폭행 장소의 하나로 지목되면서 ‘관사 폐지’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지난주 충남도의회 이기철 의원은 관사는 중앙집권적 체제에서 자주 전근을 다니는 공무원을 위해 필요했는데 이제 지방자치시대가 됐으니 필요없다며 폐지를 주장하는 5분 발언을 했다. 사실 지방자치가 실시되면서 17개 광역단체 가운데 단체장의 관사가 있는 곳을 17개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폐지했다. 아예 매각한 곳도 있지만 어린이집과 같은 복지시설로 전환한 곳도 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충남도지사에 출마한 후보자들은 한결같이 관사 폐지를 주장하거나 최소한 재검토를 공약하고 있다. 안희정 지사의 성폭행 혐의로 빚어진 문제가 생각지도 않았던 도지사 관사 폐지로 이어진 셈이다. 그 불을 붙인 사람은 야구방망이를 던져 지사 관사의 유리창을 깬 30대 젊은 민주당원인지 모른다. 혈세로 운영되는 관사가 불미스런 장소로 이용됐다는 것, 그 배신감이 그 젊은이를 화나게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런 사연이 배어 있는 관사이기에 다음 도지사가 입주한다 해도 전임자의 찜찜하고 이미지가 남아있어 마음이 불편할 것이다. 이래저래 충남도지사 관사는 손을 봐야 할 처지가 됐다. 충남도지사 관사가 이렇게 말썽의 표적이 된 것은 과거에도 있었다. 1950년 6월25일, 북한의 남침 당시 이승만 대통령을 극비리에 대전으로 피난을 와서 도지사 관사에 입주했다. 갑자기 도지사 관사가 임시 경무대(지금의 청와대)가 된 것이다. 대전 시민들조차 이 사실을 모를 정도 철저한 통제 속에 이루어진 것이다. 그런 가운데 6월27일 밤, 이승만은 이철원 공보처장을 불렀다. 대통령은 서울 시민들에게 방송을 해야겠으니 방송국으로 전화를 걸라고 지시했다. 대전에 피란 온 것을 비밀로 한 대통령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아직도 서울에 건재하다는 것을 서울 시민에게 알리려는 내용이었다. 그것은 또한 전국민을 안심시키려는 의도도 있었다. 전화로 연결된 이승만 대통령의 육성은 서울 중앙방송국을 통해 전파를 타고 전국에 퍼져 나갔다. 이 거짓 방송은 서울을 더 혼란에 빠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북한군의 포성이 들려오는데도 ‘안심하라’는 대통령의 방송연설에 피난을 하려던 많은 시민들이, 다시 짐을 풀고 마음 놓고 있다가 그냥 희생을 당한 것이다. 나중에 이 문제가 불거져 이승만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를 크게 위협했으며 ‘충남 도지사 관사’가 또한 시비의 대상이 됐었다. 그러나 그때나 지금이나 도지사 관사가 무슨 죄가 있겠는가. 그곳에 사는 주인공의 양심, 충성심, 애국심이 문제가 아닌가. 야구방망이를 맞고 유리창이 깨진 도지사 관사 현관문만 애꿎게 됐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변평섭 칼럼] 눈물도 정치라고?

가톨릭 성당의 입구에는 조그만 그릇에 사제가 축성한 물을 언제나 비치한다. 보통 물과는 달리 사제가 의식을 갖춰 축성했다 하여 성수(聖水)라고 부르는 데 신자들은 성당에 들어올 때 손가락 끝으로 이 물을 찍어 이마에 바르며 십자 성호를 긋는다. 세례 때처럼 거룩한 물(Holly Water)로 영혼을 깨끗이 한다는 기도의 성격이 짙다. 그런데 이 ‘거룩한 물’을 눈물에 비유한 이가 있다.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는 영국의 천재적 작가 셰익스피어. 그는 ‘눈물은 성수(聖水)’라고 선언한 것이다. 그의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을 비롯 주옥같은 4대 비극, 거기에서 주인공들이 흘리는 눈물은 영혼을 깨끗이 씻어주는 성수에 비길 수 있을 것이다. 정봉주 전 의원이 성추행 의혹으로 세간의 여론이 뜨거워질수록 TV카메라 앞에서 눈물 흘리는 횟수가 늘어났고 두 뺨에 흐르는 눈물의 양도 많아졌다. 만약 셰익스피어가 살아서 그 자리에 있었다면 ‘눈물은 성수다’고 한 자신의 말을 당장 취소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눈물은 쇼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정 전 의원이 자꾸만 눈물을 보이는 것에서 오히려 ‘감취진 검은 진실’을 예감했을 것이다. 그는 성추행을 세상에 고발한 여성을 ‘만난 적이 없고, 렉싱턴호텔에 간 적도 없다. 전 국민과 언론을 속게 한 기획된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펄쩍 뛰며 일관되게 의혹을 부인했다. 그리고 자신의 결백을 증명할 780장이나 되는 사진이 있다고 내세웠으며 마치 고려말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回軍)을 연상시키기라도 하듯 ‘나에게 회군은 없다’고 선언했다. 서울시장 출마 결의에 변함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 눈물 많고 소피스트를 무색게 하는 레토릭(수사학)의 언변에 능란했던 정 전 의원은 손바닥 크기도 안되는 신용카드 영수증 하나에 맥없이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의 정치 꿈도 무너졌다. ‘눈물을 성수’로 여기며 살아온 사람들을 허망하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원래 정치인들의 눈물은 그런 것이다. 그래서 정치하는 사람들에겐 ‘눈물도 정치’라는 말이 통한다. 물론 정치를 떠나 가슴에서 우러나는 눈물이 없는 건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선거광고에 눈물 흘리는 모습으로 유권자들을 움직였지만 정말 가슴을 짠하게 하는 장면도 있었다. 재임시절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자신을 위해 감옥에 가는 등 고생한 것을 말하다 ‘나는 그에게 빚을 졌다’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 장면이었다. 지금은 그 안희정도 성추문 사건으로 지사직마저 잃고 회한(悔恨)의 눈물을 흘리지만…. 1974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북한의 지령을 받은 조총련계 재일 교포 문세광에 의해 비명에 간 육영수 여사의 운구차를 배웅하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던 모습, 오바마 전 미대통령이 총기 난사로 목숨을 잃은 20명의 초등학교 어린이들을 추모하며 눈물을 줄줄 흘리던 모습. 정말 정치인들이 ‘눈물도 정치’라고 생각하며 허투루 우는 모습은 ‘악어의 눈물’처럼 역겹지만 진정성에서 우러나는 눈물은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문제는 정치인이 무대에서 우는 모습이 아니라 국민들의 삶 속에서 눈물을 닦아주는 모습이다. 최근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몰아왔던 영화 ‘인턴’에서 주인공 벤(로버트 드 니로)는 울고 있는 젊은 직원에게 자기 손수건을 건네주며 말한다. “손수건은 나를 위해 있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눈물을 닦아 주기 위해 있다.” 정말 국민의 눈물을 닦아 주는 정치인이 너무 그립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변평섭 칼럼] 50~60代 당신의 무거운 짐

초등학교 교감 선생님으로 있다가 정년 퇴임한 분이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경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가 변두리에 속하는 우리 아파트 경비원으로 오게 된 사연은 바로 인근에 있는 노인요양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노모(老母) 때문이다. 올해 85세의 그의 어머니는 치매를 앓고 있어 4년 전부터 이곳 노인요양병원에 입원해 왔다. 경비원 아저씨는 근무시간이 끝나면 자전거를 타고 요양병원에 가서 어머니를 뵙고 퇴근하는게 일과처럼 되어 있다. 참으로 효자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 경비원 역시 60대 중반으로 옛날 같으면 노인 취급을 받을 나이다. 더욱이 교감으로 정년 퇴임했으니 연금도 있을텐데 굳이 아파트 경비원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궁금증은 어느 날 밤 경비실 앞을 지나다 우연히 알게 됐다. 한 젊은이를 앞에 세워 놓고 경비원 아저씨가 소리를 지르는 것에 나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내가 무슨 돈이 있냐? 너의 할머니 요양병원비 내랴, 취직 못해 놀고 있는 네 용돈 대랴, 그래서 내가 이 나이에 아파트 경비원하고 있는 것인데 너 지금 돈을 내놓으라니 무슨 소리냐?” 경비원 아저씨의 이 몇 마디로 이들 부자간의 갈등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취업난에 허덕이는 아들 생활비를 대주던 아버지가 아들이 취업을 포기하고 조그만 식당을 하겠다고 나서자 화를 낸 것이다. 결국 이들 부자간 갈등은 그들만으로 끝나지 않고 어떻게든 아들을 도와주려는 어머니의 안쓰러운 모정이 부부갈등으로 이어졌고, 일생을 함께 살아온 부부는 마침내 황혼 이혼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처럼 늙은 부모를 봉양하고 자식까지 돌봐야 하는 이중고를 겪는 중년을 더블케어족(Duble Care 族)이라고 일본 요코하마대학 소마 나오코(相馬直子) 교수는 명명했다. 인간 수명이 늘어나면서 부모의 생존기간이 길어지자 요양병원 등 간병비가 크게 증가하고 산업구조 변혁과 경제불황으로 취업문이 좁아지면서 자식들의 취업난도 가중돼 생활비, 결혼자금, 주택자금, 심지어 자동차 할부금까지도 도와줘야 하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흔히 ‘캥거루 족’이라고도 부르는 부모의존 20~30세대들, 비록 그들이 취업을 했다 해도 월평균 200만원 정도의 월급으로는 여전히 부모에게 손을 벌리게 되니까 ‘더블 케어’의 고민이 깊어 질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수입이 적은 아들의 자녀, 그러니까 손자 손녀의 육아비까지 지원을 해주어야 하는 처지를 일컬어 ‘트리플 케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이 모든 뒤틀린 사회구조는 고령화와 저성장이 가져온 결과다. 글로벌 투자그룹인 미래에셋 은퇴연구소의 50~69세 남녀 2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34.5%가 이와 같은 더블 케어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니까 우리의 더블 케어 현상은 생각하는 이상으로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야말로 50~60대는 ‘잔인한 세대’인 셈이다. 특히 이 조사에 의하면 50~60대 저소득층일수록 고민은 더 심각하여, 소득 하위 20%는 전체 소득의 3분의1이 부모와 자녀에게 쓰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도 빈부격차가 커서 상위권 20%는 6분의1만 부모와 자녀를 위해 지출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최근 한 국제기구에서 조사한 행복지수에서 우리나라가 2013년 세계 41위였던 것이 2017년에는 57위로 뚝 떨어진 것도 이와 같은 더블 케어, 트리플 케어 현상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국민을 행복하게 해 주는 것. 정치인들이 정신 차려야 할 대목이다. 정치인들만 행복해지는 것은 행복이 아니기 때문이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변평섭 칼럼] 공무원 선거에 줄서기, 눈치 보기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별한 직업 중 하나가 줄서기 알바다. 실외는 시간당 1만5천 원, 실내는 1만 원을 받는 아르바이트인데 줄서는 수요가 급증하자 줄서기 대형 전문 블로그도 생겼다. 지난 겨울에 유행을 몰고 왔던 롱패딩 판매 때에도 새벽부터 백화점에 사람들이 몰려들자 아예 줄서기 알바가 단단한 역할을 했다. 롱패딩뿐 아니라 신발 등 특정 상품을 한정 판매한다는 광고를 내보내면 줄서기 아르바이트를 고용해야 할만큼 히트를 치는 경우가 있다. 이렇듯 수량을 제한해서 공급한다는 것은 줄서기가 필수적이다.이름난 유치원 원생 모집이 그렇고 추석 열차표 예매와 아파트 분양이 그렇다. ‘로또 아파트’라고 불리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 디에이치자이 개포 모델 하우스 앞에서는 지난 16~18일 무려 1㎞가 넘는 긴 행렬을 이루었는데 약 4만6천명이 몰린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같은 기간 과천의 위버필드 모델하우스에도 2만7천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었다. 이처럼 한정된 수요와 공급은 도리없이 줄서기가 이루어지고, 그 줄서기는 끼리끼리 문화, 계파 정치, ‘지역주의’를 만들어내게 된다. 조선시대 우리의 사색당쟁이 극심했던 것도 자리는 한정돼 있고 자리를 차지하려는 양반의 자제들이 넘쳐나는 것에서 출발했다. ‘이조전랑’(吏曹銓)은 정5품, 정6품의 벼슬이었지만 관원의 선발권을 갖는 실권 때문에 막강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이 자리를 어느 계파에서 차지하느냐에 따라 계파의 운명이 판가름 날 정도였다. 동서(東西) 당쟁의 시발이 된 심의겸(沈義謙)과 김효원(金孝元)의 싸움도 이 자리다툼에서 시작됐다. 당시 심의겸을 따르는 사람들은 그가 살고 있는 곳이 한양 서쪽 정동이어서 ‘서인’이라 했고, 김효원을 추종하는 사람들은 한양 동쪽 건천동에 살았기 때문에 ‘동인’이라 했는데 이들의 치열한 대결은 시간이 흐르면서 노론, 소론, 남인 등으로 분화되어 ‘사색당파’의 정점을 이루게 된다. 마치 ‘3金’ 정치시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추종하는 사람들을 그 사는 곳 ‘동교동’ 이름을 따서 ‘동교동계’라 하고 김영삼 전 대통령 세력을 ‘상도동계’, 김종필 전 총리 세력을 ‘청수동계’라고 한 것과 같다. 어쩌면 우리 정치는 변하지 않고 옛날대로 악습을 되풀이하는 것일까. 그때나 지금이나 자리는 부족하고 그것을 차지하려는 사람들은 아파트 청약처럼 추석 열차표 예매처럼 넘쳐나기 때문일까. 그래서 낙하산 인사, 코드 인사, 계파독식 등 요즘 용어로 치장되지만 그 혜택을 누리기 위해 줄서기에 몸살을 앓는 것은 동인, 서인, 노론, 소론, 남인, 북인… 그때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최근 경기일보 보도에 의하면 6·13 지방선거가 가까워지면서 공무원들의 줄서기, 선거개입 등 선거 분위기를 흐리는 작태가 우려스러울 수준이라고 한다. E시에서는 단체장 후보와 학교 동문관계 공무원들이 ‘서로 패를 지어’ 선거를 지원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으며, D시에서는 일부 간부 공무원들이 여당의 유력 주자와 식사 자리를 갖는 등 차기 단체장 줄대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시에서는 시의회 공무원이 특정 후보의 홍보지원 사례까지 알려져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현직 단체장이 출마한 곳의 공무원들은 선거 후 인사상 이익, 불이익 계산 때문에 공무 수행에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줄서기 순회’의 크게 잘못된 폐단이 아닐 수 없다. 줄서기를 하는 것도, 줄 세우기를 강요하는 것도 유권자들은 눈을 크게 뜨고 감시를 해야 할 것이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변평섭 칼럼] ‘나는 王이다’

군수 재선에 성공한 그는 하늘에 붕 떠 있는 기분이었다. 워낙 힘든 선거에서 두 번이나 승리하자 무엇이든 해 낼수 있다는 자신감도 충만했다. 그런 들뜬 마음에서 관내 보건소에 순시차 갔다가 예쁜 여직원을 발견했다. 임금이 아무 여자나 찍으면 후궁도 되고 왕비도 되었듯이 그는 여직원의 신상을 파악하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군수는 군청으로 돌아오자마자 인사담당관을 불러 보건소에서 보았던 여직원을 당장 군수실 비서로 발령하도록 지시했다. 인사담당관이 그 여직원은 6급 보건직으로 군수 비서로 맞지 않는다고 보고하자 ‘그럼 파견형식으로 라도 발령내라’고 호통을 쳤다. 그리하여 무리하게 군수 비서실에 근무를 하게 된 그녀는 군수의 내연녀로 변신했다. 내연녀가 되면서 3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받았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은밀하게 벌어 진 것이다. 선거에서 두 번이나 승리했다는 도취감이 자신은 무슨 일을 해도 면죄된다는 착각을 갖게 한 것. 그래서 그는 임금이 된 듯 ‘무엇이든 해도 된다’는 의식에 빠져 인사규정도 무시한 채 발령을 내고 멀쩡한 여성공무원을 성(性)노리개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의 왕 노릇은 여기에 끝나지 않았다. 100억원 관급공사를 특정 건설업자에 밀어 주고 3억원 상당의 별장을 뇌물로 받았다. 회계법령이 있고 입찰규정이 있었지만 왕은 이런 것에 구애 받지 않는다고 착각. 법령과 규정을 빠져 나갈 구멍을 만들었던 것이다. 이렇게 모은 비자금 10억원을 내연녀 겸 여비서가 관리를 하게 했다. 그러나 잘못된 왕도(王道)는 오래가지 못하였다. 2010년 5월 감사원 감사에서 이와 같은 비리가 적발되고 수사기관의 수사가 시작되자 그 군수는 상식을 뛰어 넘는 발상을 하게 된다. 내연녀로 하여금 먼저 중국으로 건너가게 하고 자신은 위조 여권을 준비한 것이다. 그리고 그해 5월25일, 중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위해 변장을 하고 인천공항 무인심사대에 나타났다. 하지만 자동심사대에서 위조여권임이 밝혀지자 그대로 공항을 빠져나와 줄행랑을 쳤다. 그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었으나, 경기도 시흥 모처에서 지인과 접촉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수사관들이 24시간 잠복한 끝에 그를 체포할 수 있었다. 물론 쉽게 체포된 것은 아니다. 200키로가 넘는 시속으로 고속도로를 달리며 수사 차량을 따돌리는 등 액션영화를 능가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부당한 인사, 여직원을 내연녀로 만든 패륜적 행태, 떡 주물르듯 한 뇌물, 그리고 대한민국 고위 공직자로서는 있을 수 없는 위조여권. 결국 그는 1심에서 징역 11년, 2심에서 8년을 선고 받고 복역중이다. 그 무렵 이사건 말고도 전국에서 32명의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이 각종 비리에 연루되어 수사나 내사를 받은 것으로 보도 되었으니 우리 지방권력의 실상을 짐작케 하는 것이 아닐까? 왜 이런 일이 벌어 지는 것일까? 특히 선거가 치열하면 치열할수록 그 승자가 왕처럼 들뜨고 권력에 탐닉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번 미투(Me too) 회오리 바람속에 나타난 성(性) 피해자들은 상대 가해자들이 ‘왕 같았다’고 실토하는 것에 그 답이 있지 않을까? 도지사, 문인, 영화감독, 교수, 배우…. 모두가 왕처럼 군림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미투’ 운동이 ‘당신은 왕이 아니라 국민의 공복이다’하는 각성운동으로 번져야 공직의식은 물론 국민윤리의식도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변평섭 칼럼] 권력의 醉氣와 性

5ㆍ16 후 현역 군인들이 도지사, 경찰국장 등을 차지했다. 충남도지사는 E모 육군소장. 한 번은 지방 출장길에 도로변의 한 초등학교를 예고 없이 방문했다. 그때는 지방교육도 도지사가 관할했기 때문에 학교 시찰도 가능했다. 그런데 도지사를 운동장에서 맞이한 교장 선생님은 고무신을 신고 있었다. 장군 계급장을 단 도지사는 가지고 있던 지휘봉으로 교장 선생님의 신발을 가리키며 “이거 고무신 아니야. 공무원으로서 정신자세가 안됐군”하며 호통을 쳤다. 그리고는 즉시 ‘직위해제’라는 무거운 징계를 내렸다. 도지사 앞에 구두를 신지 않고 고무신 바람으로 나타났다 하여 ‘직위해제’ 그렇게 서슬 퍼런 시절, 권력은 칼춤을 추었다. 그리고 소위 정치군인들은 그 ‘권력’이라는 게 얼마나 맛이 있는가를 알게 되면서 그 맛을 잃지 않기 위해 또 다른 큰 권력에 아부를 해야 했다. 우리는 권력하면 정치권력을 생각한다. 특히 국회권력. 그런데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서는 선거라는 뜨거운 도가니 속을 통과해야 하고, 국회 배지를 달았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임기 내내 지역 유권자들을 허리가 휘도록 관리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국회의원이 되면 무엇이 좋은가?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봉사하는 것’이라고 흔히 말한다. 그러나 오래전 한 의원이 사석에서 한 말이 생각난다. ‘국무총리고 장관이고 답변대에 세우고 국정 현안문제를 따질 때 국회권력을 실감하며 선거 때 고생한 것을 모두 상쇄시킨다’는 것. 하지만 여기까지는 좋은데 장관을 죄인 다루듯 윽박지르거나 저속한 언어로 호통을 치는 것은 권력에 완장을 찬 것이다. 최근에도 그런 장면이 TV에 보여줘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국회의원이 질문하는데 웃었다고 야단치는 것이다. 이럴 때 흔히 하는 말은 ‘국회를 무시하느냐’는 것. 그러나 세계에서 웃음을 웃었다고 야단치는 나라가 어디에 있을까. 이와 같은 잘못된 권력의 취기(醉氣)가 정치권력에만 있는 게 아니다. 권력을 쥔 영화감독, 잘 나가는 배우, 학생들의 학점과 사회진출을 좌우할 교수, 심지어 대학 교문을 지키는 수위 아저씨에게도…. 어떤 대학생은 학교 다니는 동안 제일 깨끗하고 정직한 사람은 그 학교 수위 아저씨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아저씨가 잡상인으로부터 돈을 받고 출입을 허가하는 것을 목격하고는 크게 실망했다고 한다. ‘여기 이 구석진 곳에도 권력은 있구나’. 이처럼 과거의 정치권력 중심에서 점점 권력은 분화되고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진화되고 첨단화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긍정적 가치가 크다. 그래서 국회권력, 사법권력, 군사권력, 언론권력, 노동권력, 금융권력, 문화권력, 시민단체권력, 종교권력, 의료권력 등. 무엇이든 살아 있는 조직에는 ‘권력’이라는 두 글자만 씌우면 되는 세상이 됐다. 문제는 이런 권력이 그 소임에 충실하지 않고 삐뚤어진 취기가 발동하는 것이다. 돈에 취하면 세상은 부패하게 하고 성(性)에 취하면 세상을 타락케 한다. 요즘 어둠 속에 감춰졌던 추악한 권력의 성 탐닉(耽溺)이 ‘미투(Me Too)’라는 출구를 통해 세상에 노출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다. ‘권력’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모든 분야에서 지금 이 순간도 많은 약자들이 성폭력성희롱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타락한 ‘권력의 취기’ 참으로 슬픈 일이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변평섭 칼럼] 표류하는 북한 木船과 결핵환자

경기도 안산시에 본부를 두고 있는 유진벨재단 S.W 린튼(한국명 인세반) 회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발표했다. 북한에서 2015년 한 해에 결핵으로 죽는 사람이 5천명 정도였으나 지금은 1만1천명으로 증가했다는 것이다.더욱 놀라운 것은 매년 ‘다제내성’ 결핵환자가 5천명 이상 늘어난다는 것. 영양실조, 약품부족으로 북한에 결핵환자가 상상 이상으로 많다는 것은 잘 알려졌었지만 ‘다제내성’ 결핵환자가 이처럼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왜냐하면 ‘다제내성’은 결핵을 한번 앓고 치유했던 사람이 지속적인 관리부실로 재발하여 치료가 어려운 내성이 생긴 것을 일컫기 때문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런 환자가 매년 5천명 이상 증가하는데도 북한에서는 약이 생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핵무기를 만드는데는 엄청난 노력을 쏟아붓고 있지만 정작 백성들의 삶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국제사회 온정의 손길이 뻗히는 것도 아니다. 북한의 핵 위협이 고조되면서 구호의 손길도 줄어 매년 5천명씩 늘어나는 ‘다제내성’ 결핵환자 중 600명만이 치료를 하고 있다. 이것이 참혹한 북한 현실이다. 그래서 1995년부터 북한 결핵치료 구호사업을 해오고 있는 유진벨재단의 인세빈회장은 이 같은 상황을 방치하면 한국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라며 정치를 초월하여 관심을 가져주길 희망했다. 북한의 참상을 말해 주는 것은 결핵만이 아니다. 지난 연말, 일본 아키타현 해안에 허름한 북한 어선 한 척이 표류하다 발견됐다. 배 안에는 시신 8구가 있었는데 가슴에 북한 김정일 배지를 달고 있는 시신도 있었다. 아키타현에는 그 며칠 전에도 2척의 북한 어선이 표류하다 경찰이 발견했다. 이렇게 표류하다 일본 해안에 떠밀려온 어선은 지난해만 83건이나 되며 배에서 발견된 시신도 42구나 된다. 5년 동안 표류어선을 집계하면 300척이나 되니 북한의 인권참상을 더 이상 설명할 길이 없다. 그리고 마침내 올해 1월7일, 우리 동해상에서도 표류하던 목선이 발견되었는데 여기에도 시신 4구가 부식돼 있었다. 고기잡이를 하다 표류된 것인지, 남으로 탈북하다 그렇게 된 것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목숨을 걸고 휴전선을 넘어오는 귀순병까지 생각하면 북한 내부사정이 심각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렇게 북한 어선의 표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첫째 북한 인근의 연안어장을 중국에 넘기고 북한 어민들은 일본 EEZ(배타적 경제구역)까지 진출시키는 것, 둘째 이렇게 멀리 나와 조업을 하기에는 낡은 목선으로는 무리라는 것. 그런데도 북한 당국은 외화 획득과 식량 확보를 위해 어민들을 이렇게 위험한 사지(死地)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더욱 우리를 안타깝게 하는 것은 어선만 낡은 것이 아니라 어부들의 행색이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앞에서도 말한 대로 매년 결핵으로 죽어가는 5천명의 북한 동포들, 그러나 결핵약을 생산하는 제약공장이 없는 북한, 500㎞가 넘는 일본 EEZ 해역까지 낡은 목선으로 고기 잡아오라고 내모는 북한, 여기에 핵무기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정말 김정은이 해야 할 것은 핵무장과 미사일 생산에 쏟아붓는 돈을 주민들 삶을 위해 써야 하는 것이다. 구 소련이 망한 것은 핵무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삶의 질’을 갈망하는 국민의 욕구 때문이었음을 알아야 한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변평섭 칼럼] 선거철, 반기문총장 落馬의 교훈

모든 사람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었던 평창 올림픽이 막을 내리면서 정치권은 6ㆍ13 지방선거로 바빠지기 시작하였다. 공식적인 선거야 5월31일부터이지만 이미 예비후보등록이 시작됐고, 선거사무소 설치, 명함배부, 어깨띠 착용이 가능한 만큼 선거분위기가 점차 고조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기초자치단체이면서 광역시만큼 비중이 큰 수원, 청주, 창원, 용인, 성남, 천안, 목포 등은 더욱 열기가 뜨겁다. 현역 국회의원, 시ㆍ도지사의 출마여부와 그에 따른 사퇴시기도 관심거리. 경기도지사에 출마할 이재명 성남시장은 3월15일까지는 사퇴할 것으로 보이며 남경필 경기지사는 조금 더 시간적 여유가 있어 보인다. 어쨌든 경기도는 물론 인천시 등 수도권은 여러 곳에서 뜨거운 빅매치가 예상되고 있다. 그런데 어느 곳이나 여당은 인물 풍년을 이루는 것 같고 야권은 인물난을 겪는 곳이 많은 것 같다. 그렇다고 여당이 월등하게 앞서는 결과가 나타날까? 그것을 속단할 수 없는 것이 선거다. 과거 A군 군수출마자로 조직을 단단하게 관리해 온 사람이 있었다. 누구든 그가 무난히 공천도 받고 당선까지도 낙관했다. 예상한대로 그는 공천을 받았는데 그 지역 재력가가 상대당 후보로 나오자 판이 흔들렸다. 어선도 몇 척을 소유하고 학교도 가지고 있는 등 자금력에서 게임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투표 결과 조직이 든든한 후보가 아니라 자금력이 든든한 후보가 당선되었다. 돈이 조직을 이긴 것이다. 그렇다고 돈이 승리의 전부인가? 과거 충청권 어느 지역 시장선거에서 조직과 자금력 모두가 팽팽한 후보끼리 맞섰다. 능력이나 주민 여론도 막상막하여서 판세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막판에 자민련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충청도에서는 막대기만 꽂아도 자민련이면 된다’는 말이 밑바닥까지 퍼지기 시작했고 마침내 그 바람을 탄 자민련 후보가 당선됐다. 그러니까 조직을 이기는 자금력, 그 자금력을 이기는 바람…결국 바람이 최고의 무기인 셈이다. 지난해 대선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반기문(潘基文) 전 UN사무총장도 결국 바람을 일으키지 못해 낙마한 것이라 생각한다. 어쩌면, 그는 ‘대통령은 반기문’이라는 꽃가마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으리라고 착각하여 귀국했을지도 모른다. 그동안 국내여론조사 1위가 그를 그렇게 환시 속으로 몰아넣었던 것은 아닐까. 그러나 귀국 1주일 만에 여론조사 1위는 문재인 민주당후보에게 내어주고, 점차 인기가 하락하자 당시 여권인 새누리당에서조차 황교안 국무총리를 대안으로 설정하는 것을 검토하는 등 당황하게 했다. 무엇이 반기문을 여론조사 1위에서 끌어내렸는가? 그는 대통령 출마를 포기한 배경을 ‘인격살인에 가까운 음해와 가짜뉴스, 기존 정치인들의 구태’를 지적하며 ‘남의 탓’으로 돌렸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반기문 바람’을 일으키는데 실패한 때문이다. 한마디로 UN사무총장의 무게에 맞는 뜨거운 감동을 주지 못했던 것. 물론 그는 귀국하자마자 영남과 광주 5ㆍ18묘역, 팽목항, 평택의 천안함, 대구 서문시장 등 전국을 정신없이 누비고 다녔다. 그러나 방문하고, 악수하고, 명함 주고, 방명록 쓰고, 사진 찍고… 이것으로는 감동을 줄 수 없음을 그는 왜 몰랐을까? 바람은 감동에서 일어난다. 다가오는 지방선거 역시 감동의 바람을 일으키는 자가 승리할 것이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변평섭 칼럼] 한국에 온 孔子 75대 종손

공자(孔子)의 75대 종손 공샹린(孔祥林) 교수를 지난주 유성에서의 한 학술대회에서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었음은 행운이었다. 그는 인상부터 초상화로 보아온 그의 75대 할아버지 공자를 연상케 할 정도로 비슷했고, 온화한 성품이었다. 특히 공자의 고향인 산둥성 곡부의 사범대학 교수로 근무하는 그는 공자묘를 비롯한 유네스코에 등재된 공자문화유산을 관리하고 선양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번에 그가 한국에 온 이유 중의 가장 큰 목적도 어떻게 해서 한국이 세계에서 제일 많은 서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중국과 달리 공자에 대한 제사가 계속되고 있는가를 직접 답사하는데 있다고 했다. “한국 사람들의 공자님과 그 사상에 대해 아주 깊은 존경심을 갖고 있음을 아주 옛날 백제시대부터 알 수 있습니다. 백제 왕자 융(扶余 隆)이 당나라 황제를 대신해 곡부에 가서 공자님께 제사를 올렸는데 그때의 축문이 지금까지 남아있다는 것이 그걸 증명하지 않습니까?” 그렇게 공샹린 교수는 한국에 유교사상이 오랜 뿌리를 두고 있는 것에 흡족해했다. 그러나 공자의 본거지 중국에서는 오히려 공자사상과 공자라는 인물 자체를 부정하는 위기를 맞은 때가 있었다. 1960년대 홍위병을 앞세운 문화혁명이 그것이다. 그들은 공자를 비롯한 맹자, 노자 등 중국이 낳은 세계적 선현들을 오히려 공산혁명의 적으로 간주하고 북경의 자금성, 곡부의 공자묘 등을 파괴하기도 했다. 그리하여 공자묘 파괴 임무를 띠고 현지에 도착한 것은 북경사범대학의 학생 홍위병. 그들이 정신없이 공자묘 파괴 작업을 벌이며 한창 붉은 깃발을 휘날리고 있을 때 중국의 국무총리 저우언라이(周恩來)로부터 긴급명령이 떨어 졌다. 파괴를 멈추고 즉시 북경으로 귀환하라는 것. 만약 3일만 이 철수명령이 늦었더라면 2500년을 유지해 온 공자의 유적들은 완전히 훼손됐을 것이고 오늘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비뚤어진 이념의 광풍은 토네이도보다 더 무서운 파괴력을 갖는다. 하지만 이런 광풍도 잠재울 수 있는 것이 지도자의 힘, 바로 저우언라이가 그런 인물이다. 그는 중국의 모택동을 도와 공산정권을 세우는 공로를 세워 초대 국무총리가 되었다. 그러나 그는 권력의 포로가 되지 않았으며 특히 ‘저우언라이의 여섯 가지 없음의 원칙’은 깊이 음미할 가치가 있다. 즉, ①죽어서도 유골을 남기지 않는다. 실제로 그는 1976년 사망한 후 매장하지 않고 화장을 하여 황하에 뿌렸다. ②후손을 두지 않는다. ③권력자 행세를 하지 않는다. ④당파에 얽매이지 않는다. ⑤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 ⑥죽을 때 유언을 남기지 않는다. 어쩌면 저우언라이의 이와 같은 원칙은 그 당시 공산당이 파괴의 대상으로 간주했던 공자사상에서 비롯됐는지 모른다. 사실 공자가 활동하던 시기가 중국 공산정권 수립 후의 상황과 비슷하여 백성은 가난과 굶주림에 시달렸고 제후들은 싸움으로 세월을 보내는 등 가장 불안정한 시대였는데, 이 때 공자가 가르친 것은 ‘인(仁)으로 다스리고 덕(德)으로 정치를 펴라’는 것이었으며 ‘천하가 한 집의 소유물이 아니다(天下爲公)’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이처럼 아픈 고비를 겪은 중국이지만 지금 다시 공자문화원을 세계 각국에 설립하고 공자에 대해 열을 올리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에 대해 공자의 75대 종손 공샹린 교수는 ‘이제 중국이 경제대국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그들의 정신문화적 정체성이 필요해졌다는 뜻일까?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변평섭 칼럼] 설날, 가수 현숙을 생각하는 것은…

몇 해 전 세종시에서 치매를 앓는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동반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발단은 설 명절을 맞아 가족들이 모두 모인데서 시작됐다. 며느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나는 맏며느리로서 어머니를 모시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벌써 몇 년째 나 혼자 어머니를 간병하는데 지쳤다. 그러니 형제간에 돌아가면서 모시도록 하자. 그것이 어려우면 요양병원에 보내고 그 비용을 형제간에 나누어 부담하자.” 그러나 모두들 고개를 흔들었다. 요양병원에 보내는 것도 반대였다. 이에 실망한 맏며느리는 치매를 앓는 시어머니를 데리고 동네 저수지로 가서 몸을 던졌다. 사실 이 며느리의 경우뿐 아니라 100세 시대라는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이와 같은 속앓이를 하는 가정이 많다. 병약한 노인을 돌봐야 하지만 가족이 뿔뿔이 나가 일을 해야 하는 이 치열한 경쟁사회에서는 매우 힘든 일이다. 따라서 효(孝)의 개념도 변할 수밖에 없다. 공양미 300석에 몸을 팔아 아버지 심봉사의 눈을 뜨게 한 효녀 심청이의 이야기, 부모가 죽으면 묘염에 움집을 짓고 3년 동안 시묘(侍墓)살이를 하던 우리 조상들, 그러나 오늘 이 세대들에게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 물론 우리의 전통 효사상은 문명사적으로 크게 존경을 받고 있으며 역사학계의 태두 아놀드 토인비는 ‘죽을 때까지 가지고 갈 것을 묻는다면 효의 정신이 흐르는 한국의 가족제도’ 라고 극찬한 바 있다. 따라서 우리의 효사상은 기본적인 개념은 변함이 없어야겠지만, 시대에 맞는 날개를 달면 더욱 아름다운 가치를 발하지 않을까? 가수 현숙의 이야기가 그 대표적인 케이스. 본명 정현숙은 너무나 잘 알려진 효녀가수다. 7년간 치매에 걸린 아버지와 중풍에 걸린 어머니를 14년간 돌봐 드리면서 백혈병 어린이 8천명 이상에게 매년 1억6천200만원을 기부한 ‘기부천사’다. 특히 그의 선행에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13년째 노인들에게 목욕봉사를 하고 있는 것. 즉 경북 청송에서부터 울릉도에 이르기까지, 전국 13곳에 대당 4천만원하는 목욕차량을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이처럼 아름다운 선행이 어디에 있을까? 자기의 부모님이 아니면서도 노인들에게 봉사하는 것, 이것이 우리의 전통적인 효사상에 기초하여 날개를 달자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회 구성원들의 효행이 시스템화하고 다시 정부의 복지정책과 연결된다면 우리는 참으로 아름다운 효의 나라를 이룰 것이다. 가수 현숙은 자신이 이처럼 노인들에게 봉사하고 있는데 대하여 단 한마디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부모님이 없었다면 내가 없었겠죠.” 평범하고 단순한 말이지만 참으로 진솔하고 깊은 뜻을 가지고 있는 말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설날이 찾아왔고 귀성행렬은 끝이 없다. 국민의 70% 상당, 그러니까 2천700만명이 이동을 할 것으로 보여진다. 실향민들은 임진각을 찾아 두고온 북녘땅을 향해 절을 올릴 것이고, 이렇게 명절은 우리의 혈육을 확인하고 뜨거움을 느끼게 한다. 아름다운 명절, 부모의 주름진 손을 잡고 못다한 효를 생각하면 더 좋겠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변평섭 칼럼] 참새와 망둥어

어릴 때 농촌에서 참새잡기를 즐겨 했었다. 마당에다 곡식이나 흙을 담아 나르는 산태미를 세워 놓고 그 밑에 쌀을 한줌 뿌려 놓는다. 그러면 얼마 안 있어 참새들이 날아와 산태미 밑의 쌀을 주워 먹느라 정신이 없다. 이때 재빨리 산태미를 받치고 있던 막대기의 끈을 잡아당기면 두세 마리는 그 안에 갇히고 만다. 그런데 또 산태미를 세워 놓으면 죽어라 도망갔던 참새들이 다시 모인다. 제 목숨을 앗아갈 산태미인데, 그리고 그 위기를 겪었는데도 참새들은 다시 모인다. 어린 나이였지만 참새들의 그 건망증이 참 이상스럽게 느껴졌다. 참새의 기억력은 3초만 지나면 망각된다는 속설이 사실일까?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은 참새보다 망둥이(망둥어)가 더 건망증이 심하다고 말한다. 망둥어를 낚시할 때 놓치는 경우가 많다. 낚시의 미끼를 물었다가 몸부림쳐 살아 도망친 망둥이지만 다시 낚시를 던지면 입에 피를 흘리면서 또 미끼를 문다는 것이다. 참으로 지독한 건망증이다. 그러면 인간의 기억력은 얼마나 될까? 독일의 실험 심리학자로 유명한 헤르만 에빙하우스에 의하면 인간 역시 ‘망각의 동물’인 것 같다. 그에 의하면 학습으로 얻어진 100%의 정보량이 1시간에 50% 망각되기 시작하여 9시간 안에 급격히 망각되다가 하루 70%, 한 달 80% 등 망각곡선이 서서히 내려간다고 한다. 이것마저 완전히 무너지면 치매 현상이 나타난다. 얼마 전 한 대학교수가 쓴 글이 생각난다. 시골에 계신 노모를 찾아뵈러 가면 처음에는 얼른 알아보고 “우리 아들 왔구나!”하고 반가워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조금 지나면 아들에게 “누구세요?”하며 딴 소리를 하는 바람에 억장이 무너져 왈칵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는 것. 물론 우리가 모든 것을 잊지 않고 생생히 기억한다면 이 또한 비극일 것이다. 적당한 망각은 오히려 정신건강에도 좋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은 너무 빨리 뜨거워지고 너무 빨리 식어버리는 소위 ‘냄비 기질’ 때문에 망각 증세가 심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가령 호주 오픈 남자 단식 테니스대회에서 정현 선수가 한국 최초의 메이저대회 4강에 진출, 국민들을 열광케 했는데 밀양 세종병원 화재참사사건이 발생하자 순식간에 그 열기가 뒤로 밀렸다. 이렇듯 집단망각에는 으레 대형사건의 충격이 촉매 역할을 한다. 지난 12월 인천 영흥도 낚싯배 침몰사고로 15명이 사망하자 모두들 경악했다. 그러면서 인재(人災)에 의한 안전 불감증을 개탄했는데 며칠도 못 가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로 29명의 희생자가 나자 영흥도 낚싯배 사고는 기억의 뒤로 밀려났고, 다시 밀양 세종병원 화재가 발생하니 우리의 망각증은 쓰나미 현상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안전 불감증’이 그래서 무서운 것이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사건 후 제대로 시설을 점검하고 경각심을 가졌더라면 밀양 세종병원 참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것은 밀양 화재사건 이후에도 계속 비슷한 이유로 크고 작은 화재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어디 화재사건 뿐이겠는가. 모든 면에서 우리는 참새가 되고 망둥이가 되고 있지 않은가.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변평섭 칼럼] 누구를 위한 ‘경기도 연정’이었나

고려 충렬왕과 충선왕은 아버지와 아들 관계다. 그런데도 그들은 상대측 인물들을 괴롭히고 죽이는 등, 사이가 나빠 왕의 자리를 두 번씩 교환하는 해괴한 기록을 세우면서도 암투를 벌였다. 권력은 부자(父子) 간에도 나누지 못한다는 속담이 있듯이, 이처럼 부자간 권력으로 불화를 일으킨 왕이 우리 역사에 10명. 앞에 말한 고려 충렬왕 부자, 조선 태조와 태종, 흥선대원군과 고종 등등…. 이와 같은 현상은 동ㆍ서양이 똑같고, 왕권이 아니라 민주주의 체제에서도 역시 ‘권력’은 나누기 힘든 속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처음 이질적인 정당이나 정파가 의회 장악을 위해 공동정부, 연합정부를 결성해도 어느 순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면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만다. 우리나라의 경우 ‘김대중-김종필’의 소위 DJP연합이 그렇다. 1996년 제15대 총선에서 DJ의 새정치국민회의는 79석 얻는데 그쳤다. 그러자 다음 대선의 위기를 느낀 DJ는 충청도를 기반으로 한 김종필(JP)와 손을 잡고, 대통령에 당선되면 초대 총리는 JP가, 경제부총리는 총리가 지명하기로 하며 16대 국회에서 내각제개헌을 하기로 합의했다. DJP는 다시 박태준까지 합류시킴으로써 자신의 색깔론을 희석시키고 호남외에 충청권까지 지지구도를 넓힐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 과연 DJP연합은 1992년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하여 ‘연합정부’를 출발시켰다. 그러나 16대 국회에서 내각제개헌이 물건너가는 등 내부 갈등이 고조되면서 연정은 붕괴됐고, JP와 자민련은 급격히 정치력을 잃기 시작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2005년 한나라당에 연정을 제안한 바 있다. 재보선에서 여당인 ‘우리당’이 과반에 미달, 정책추진이 매우 힘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한나라당이 이를 거부하여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만약 그때 한나라당과 연정이 되었다면 정치적 안정은 꾀할 수 있을지 몰라도 집권세력을 견제할 세력이 없어진다는 비난은 면치 못했을 것이다. 3년 반 전, 경기도가 광역지방자치단체로서는 전례에 없는 ‘연정’을 출발했을 때 한국정치의 속성을 너무나 많이 체험한 국민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그 연정의 가능성에 회의적인 사람까지도 새로운 지방자치의 모델을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갖게 했다. 무엇보다 정무 부지사를 민주당에 넘겨 주고 도 산하기관장(지방공기업)도 민주당에 양보하겠다는 것은 DJP연합을 연상시킬 만큼 파격적이었다. 그러나 도 예산의 상당부분을 도의회에 할애하기로 했으니 남경필 도지사는 소수당으로서 겪어야 할 정치적 불안을 극복하는 것 외에 손에 쥐는 것이 무엇일까? 이 작은 것을 위한 정치적 거래를 ‘연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것은 아닌가? 도대체 그 막대한 예산을(국민의 세금) ‘연정 예산’이라는 이름으로 도민들의 민의를 무시한 채 사실상 나눠먹기가 아니었느냐는 비난도 무시할 수 없었다.그런데다 임기는 남았는데도 ‘연정’은 끝내 버렸다. 마치 아이들이 소꿉놀이하다 판을 엎는 것과 같다. 연극이 끝나기도 전에 막을 내려버린 야외공연장, 불빛은 꺼지고 빈의자만 흐트러져 있는 황량한 무대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연정중단이 선언되자마자 민주당측에서 서울시 미세먼지 공짜운행을 비난한 남경필 지사를 비판한 것을 보면 역시 중앙정치고 지방정치고 ‘연정’은 “시작은 창대하나 끝은 초라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변평섭 칼럼] 평창 올림픽의 主人과 客

몇 년 전 인삼으로 유명한 지방에서 가을축제를 열었다. 인삼의 판매를 촉진시키고 홍보하는 목적에서 많은 예산을 투입했고, 전국적으로 인기 있는 가수들도 초청했다. 특히 ‘인삼아가씨, 뽑기가 큰 인기를 끌었다. 이렇게 축제를 하다 보니 사람들은 인삼 전시장보다는 인기 있는 가수들이 노래하는 공연장이나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미인대회에 뜨거운 관심을 갖는 쏠림 현상이 일어났다. 축제행사가 끝나고 결산을 하니까 사람들은 많이 왔으나 행사수입은 적자로 나타났다. 인삼축제가 ‘인삼’이 아니라 ‘가요열전’이나 ‘미인대회’가 주인이 되어 버렸기 때문. 이런 현상을 옛날부터 객반위주(客反爲主)라고 했다. 손님이 반대로 주인 노릇을 한다는 것이다. 이번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가 합의된 날부터 우리는 ‘평창 올림픽’의 내용보다 북한의 모란봉 악단이 참여할 것인가 응원단 규모는 얼마나 될 것인가, 모란봉 악단의 현송월 핸드백이 얼마짜리인지 등등 주제가 실종되는 것은 아닌지 참으로 걱정이다. 북한 체제선전의 기수 역할을 하는 모란봉악단은 2015년 12월12일, 중국 북경에서 공연시작 불과 3시간을 앞두고 북한으로 되돌아간 사건으로 유명하다. 왜 그런 돌발행동이 일어났을까? 핵미사일의 성공, 핵강국 등 무대의 배경화면에 대해 중국 측에서 삭제를 요구했고 이에 반발한 모란봉악단이 즉각 철수를 결행했다는 것이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 물론 남북 실무회담에서 모란봉악단이 아닌 삼지연관현악단으로 바뀌고 ‘자나 깨나 원수님 생각’ 같은 김정은 우상화 노래는 않겠으며 세계적 명곡과 통일 분위기에 맞는 노래를 하기로 했다지만 그대로 믿을 수 있을까? 가령 노래 가사 중에 ‘어버이 사랑’ 하면 우리는 부모를 생각하는 말이지만 북한에서는 김정일, 김정은을 일컫는다. 배경화면은 또 어떤 것이 숨겨져 있을까? 정말 곳곳에 지뢰가 있을 수 있다. 입장식 때 한반도기도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한반도기와 북한이 내세우는 한반도기는 그 개념이 다르기 때문이다. 도대체 20명도 안되는 선수단에 140명의 예술단, 그리고 태권도 시범단 등등 무엇이 주(主)고, 무엇이 객(客)인지 모르겠다. 우리가 북한선전무대를 위해 긴 시간 돈과 노력을 쏟을 건 아닌데 정말 걱정이다. 응원단도 그렇다. 우리 언론에서 그들 응원단을 ‘미녀 응원단’ 이라고 부르는 것에서 보듯 우리는 지나치게 관심을 쏟고 있고 방송에서는 연일 그들의 과거 응원 모습, 특히 용모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도 그렇다. 더욱이 이들 응원단의 구호에 정치적 북한 슬로건이 등장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2003년 대구유니버시아드대회 때도 그들 응원단이 왔었는데 김정일 초상화가 인쇄된 플래카드가 비에 젖는 걸 보고 눈물을 펑펑 쏟던 그들이 아닌가? 그런 그들이 또 어떤 해프닝을 보일지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역시 걱정이 앞선다. 분명 북한의 출전과 응원단, 예술단이 평창에 오는 것은 한반도의 평화 분위기 조성과 동계올림픽을 위해 긍정적인 면이 많다. 그러나 이와 같은 문제성 있는 것은 사전준비회의에서 걸러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주인도, 객도, 모두 화합하는 아름다운 평창올림픽이 될 것이며 한반도 평화 정착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또한 꼭 그렇게 돼야 한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변평섭 칼럼] 中國이 군침 삼키는 ‘격렬비열도’

중국에서는 밤에는 개짖는 소리가 들린다는 곳. 그렇게 중국 산동성과 가까운 곳이 격렬비열도(格列飛列島)다. 여기에서 중국 산동반도까지는 268km, 우리나라 태안반도까지는 55km, 배로 2시간 거리다. 이름이 ‘격렬비열도’인 것은 멀리서 보면 기러기가 날아가는 모양 같다고 붙여진 것. 또 다른 이름은 ‘서해의 독도’다. 독도가 일본을 향해 서있는 동해 최후의 영토이듯 격렬비열도는 중국을 향해 서 있는 서해의 마지막 영토라는 데서 붙여진 이름. 그래서 2년 전 8ㆍ15광복절을 맞아 충남의 태안군수와 ‘독도사랑 운동본부’ 회원 20여 명이 격렬비열도의 돌을 들고 독도를 향해 자전거 국토대장정 행사를 벌였다. 그리고 마지막 날 ‘서해의 독도’라는 격렬비열도에서 가져온 돌을 울릉군수에 전달, 독도에 세우며 조국 영토수호의 의지를 다짐했었다. 최근 들어 이처럼 무인도에 불과한 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중국 때문이다. 3년 전, 중국은 격렬비열도 섬 3개 중 중국쪽 끝에 있는 섬을 매입하려고 브로커를 통해 공작을 벌인 것이다. 잠실운동장의 반도 안되는 섬을 몇 십억까지 오고 가다 16억에 흥정이 되었는데 마지막 단계에서 우리측 섬 주인이 거부해 성사되지 못했다. 3개의 섬으로 된 격렬비열도는 1개만 국유재산이고 나머지 2개 섬은 사유지이기 때문에 매매가 가능했던 것. 그러면 중국은 이 작은 섬에 왜 욕심을 냈을까. 그 해답은 지금도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70% 상당이 격렬비열도 인근해역에서 자행되고 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밤이면 인근해역의 고깃배들이 켜놓은 불빛으로 불야성을 이룰 만큼 우럭, 꽃게, 민어, 병어 등이 많이 잡히고 있어 ‘물고기의 천국’이라고 불린다. 그러니까 중국이 이 섬을 하나라도 매입하게 되면 이 구역을 ‘분쟁지역’화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제2의 독도화로 만들 속셈인 것이다. 우리 정부는 뒤늦게나마 이 섬들을 ‘외국인토지법에 따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을 해서 중국의 매입을 사전에 봉쇄해 놓은 상태이지만 한국인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양식장을 하겠다는 등 꼼수를 써 매입할 가능성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세계 최대 수산 소비국인 중국은 지금 우리 서해에 대해 욕심을 날로 키워가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에 가장 확실한 것은 우리 정부가 사유지로 되어 있는 격렬비열도를 완전히 매입하는 것이다. 물론 그동안 정부에서 매입을 위한 감정을 하는 듯 의지를 보이기도 했으나 아직 결론을 못 내린 상태. 정말 중국의 불법어로가 날로 기승을 부리고 그 양상도 점차 난폭해지는 만큼 격렬비열도의 영토적 중요성과 함께 보안시설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불법어선은 이제 규모면에서 몇 십 척으로 선단을 형성하고 있는 추세이며, ‘들키면 도주한다’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한국 해경과 부딪히며 싸운다는 자세로 나오기 때문에 더욱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2016년 10월에 있었던 우리 해경 고속단정 2척을 침몰시킨 사건이다. 그만큼 중국 불법어선단은 40여 척이나 새까맣게 몰려와 우리 해경을 포위하고 쇠 파이프 등으로 마구 덤벼들면 우리는 꼼짝없이 당하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 그들은 우리 어부들이 잡은 고기까지도 강탈해 가는 현실이니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다. ‘중국 산동반도에서 개짖는 소리가 들린다’는 격렬비열도. 우리 ‘서해의 독도’에 대한 소중함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변평섭 칼럼] ‘누가 市·道知事감이오?’ 물으면

6월 지방선거에서 누가 서울시장에 유력할까? 누가 경기도지사에 유력할까? 선거가 가까워지자 유권자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으며 여론조사기관에서도 경쟁적으로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경기도지사 선거에서는 남경필 현 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대결 구도를 가상한 여론조사가 많고, 서울시장의 경우는 역시 현 박원순 시장과 한국당의 황교안 전 국무총리, 나경원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 등의 대결을 가상하여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부산시장은 현 서병수 시장(한국당)에 민주당에서는 오거돈, 김영춘 전ㆍ현 해수부장관 그리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구도로 여론조사를 하기도 한다. 앞에 열거한 지역에서는 대체적으로 여당인 민주당 후보 예상자가 앞서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여론조사에는 조심스러운 면이 있다. 첫째는 응답률이다. 많은 여론조사가 응답률에서 10%대를 넘기 어렵다는 것이다. 가령 A여론조사기관에서 1천명에게 전화를 했다면 700명 정도는 이런저런 사유로 통화를 하지 못했고, 통화를 한 300명도 모두 대답을 하지 않았으며 100명만 대답을 했다고 하자. 그러면 실제 응답률은 10%에 불과하다. 이 100명 중 52명이 지지를 했다면 52%의 지지율로 발표되지만 실제로는 1천명 중 52명이 지지를 했다는 뜻이다. 이렇듯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100명만 대답을 했는데 이것을 진정 유권자의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사실 언론에서 이와 같은 여론조사를 발표할 때는 응답률을 꼭 밝혀야 하는 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두 번째는 어떻게 질문을 하느냐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 2002년 노무현ㆍ정몽준 두 후보의 대통령 후보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에서 당초 이회창 후보에 대항할 후보를 묻는 것으로 합의했는데 ‘대항할…’이 ‘경쟁할…’로 바뀜으로써, 정 후보가 불리했다고 그의 지지자들이 ‘무효’를 주장하며 농성을 벌인 일이 있다. 크게 보아 같은 것이지만 이렇듯 글자 하나하나가 민감한 것이 여론조사다. 또한 어린이에게 ‘엄마가 좋으냐, 아빠가 좋으냐?’하는 것과 ‘아빠가 좋으냐, 엄마가 좋으냐?’하는 질문의 경우도 결과가 많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말할 것도 없이 먼저 말한 쪽이 유리하다. 세 번째는 여론조사기관 종사자들의 숙련도와 객관성이다.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사람, 호남 사투리를 쓰는 사람에 따라 대답도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표준어를 써야 하며, 어느 부분에 특별히 악센트를 가하지 말고 물 흐르듯 차분한 목소리로 질문을 해야 한다. 미국에서도 질문자가 흑인인지, 백인인지에 따라 결과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가령 흑인이 ‘인종차별’에 대한 여론조사를 하는 것과 백인이 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또 미국에서는 전화번호부에서 대상자를 찾아 전화를 걸었을 때, 통화 중이거나 받지 않으면 몇 번 더 시도를 하고 일주일 정도의 여유를 갖고 샘플을 뽑아 전화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의 여론조사기관 중에는 조사를 너무 급박하게 실시하는가 하면 비용과 시간에 쫓겨 통화에 실패하면 바로 다음 버튼을 누르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런 기관에서의 조사를 얼마나 믿어야 할까? 더 큰 문제는 후보자가 사이비 언론기관 등을 이용하여 여론조사를 조작하는 것. 또 선거에 임박하면 ‘가짜뉴스’가 특정후보를 부각시키거나 떨어뜨리는 여론조사를 발표하는 것이다. 정말 선거가 가까워지면서 ‘여론조사’가 얼마큼 위력을 발휘할지 모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여론조사는 여론조사이고 진정성을 갖고 유권자들의 가슴을 파고드는 것이 아닐까?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변평섭 칼럼] “올해는 울지 않게 하소서”

충청도 사람들은 잘 웃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오죽하면 “전국에서 제일 늦게 웃는 사람들” 또는 “충청도 사람이 웃어야 다 웃는다”는 말이 생겼을까? 이렇게 된 이유를 충청도 양반기질로 돌리기도 한다. 그런데 이해 할 수 없다는 것은 충청도 출신 코미디언이 우리나라 코미디언의 40%를 차지 한다는 것. 충청도 인구가 전국의 7.3%인데 비해 코미디언은 40%가 넘는다면 정말 특이한 현상이다. 원로급인 자니윤, 최양락, 임하룡, 김학래, 황기순, 최병서, 이영자, 남희석부터 서경석, 신동엽, 그리고 몇 해 전 신인으로 인기를 모았던 장동민까지…일일이 셀 수가 없을 정도다. 특히 최병서의 역대 대통령 말솜씨 흉내 내기는 아직까지 누구도 추월할 수 없는 존재다. 그런데 이들 코미디언들 중에는 방송국 MC로 빠져 나가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웃음 시장이 넓지가 않아 힘들어 하는 사람이 많다. 겨우 할 수 있는 것은 방송인데 코미디 프로가 한정돼 있어 활동하기가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기존의 코미디 프로도 자꾸만 시청률이 떨어져 이를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쏟지만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혹평을 받기 일쑤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소재를 무대 위에 올려놓아도 시청자들은 잘 웃지 않는다. 왜 이렇게 웃음에 인색한 것일까? 사실 외국 TV 코미디 프로의 내용을 보면 별로 웃기는 것도 아닌데 파안대소한다. 물론 그들과의 문화적 차이가 있겠지만 그러다 보니 우리는 억지로 웃기기 위해 손짓, 몸짓, 오버 액션이 오히려 TV 채널을 돌리게 만든다. 그래서 코미디 프로 PD가 제일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다. 하지만 눈물샘을 자극하는 프로는 언제나 인기다. 연속극도 매우 비현실적인 환경을 설정해 놓아도, 현대판 ‘장화 홍련’식 스토리를 전개하여 눈물샘을 자극해야 시청률이 오른다. 우리 역사가 외침과 가난에 너무 많이 시달려 온 탓일까? 웃음보다 눈물에 익숙하다. 참으로 우리는 그동안 너무 많이 울었다. 최근에는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로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형 참사 앞에 많이들 울었다. 불길 속에 갇혀 있는 가족의 이름을 부르며 울부짖는 유가족들, 그 울음은 우리 국민 누구나 당할 수 있다는 공포로 더욱 가슴을 조이는 것이었다. 그들은 현장에 온 대통령앞에서도 울면서 외쳤다. “왜? 2층 유리창을 깨지 않았는가?” 정말 너무 억장이 무너지는 울부짖음 이었다. “왜? 우리 해경은 침몰하는 배 안에 뛰어 들지 않았는가?” 2014년 4월16일 300여명의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를 향해 유가족들은 소리치며 울었다. 지금도 그 눈물은 마르지 않고 있다. 제천 스포츠센터 참사가 발생하기 불과 19일전에는 인천 영흥도 해상에서 낚시배 추돌사고가 발생, 15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때도 “왜? 해경의 구조에서 골든 타임을 놓쳤는가”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정말 우리에게 건망증이 있어 그렇게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참사가 있었고, 그 때마다 ‘인재’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겠노라고 했다. 하지만 사고는 또 계속됐고, 많은 사람들은 그 때마다 울부짖었다. 그래서 우리는 웃음보다 눈물에 익숙한 국민이 되었다. “神이시여, 올해는 이 땅에 눈물이 없게 하소서!”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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