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1세의 피아니스트 조성진. 그가 한국인 최초로 지난해 폴란드 대통령으로부터 제17회 쇼팽 콩쿠르 1등상을 받을 때 온 국민이 환호했고, 세계 음악인들로 부터는 뜨거운 갈채를 받았다.한국인이라는 게 더없이 자랑스러웠다. 뒷골목 시궁창 같은 정치싸움만 보던 국민들에게 신선한 산소 같은 뉴스였다. 이제 그는 런던, 뉴욕, 도쿄, 파리 등 세계 무대를 누비며 피아노 건반 위에 뜨거운 혼을 쏟아 붓고 있다. 그런데 최근 지난해 있었던 쇼팽 콩쿠르에서의 채점표가 실명으로 공개되어 또 한번 화제가 되었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17명이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는데 최고 10점 만점에서 두명의 심사위원이 조성진에게 만점을 주었고 12명의 심사위원은 만점과 다름없는 9점을 주었다. 그러나 단 한 사람, 프랑스 출신 심사위원은 최하위 점수인 1점을 준 사실이 밝혀졌다. 뿐만아니라 다음 라운드 진출이 불가능하다는 ‘NO’의 의견서를 첨부했다. 우리식 표현으로는 ‘부적격’이라는 것인데 어떻게 보면 감정적인 점수라는 오해를 받는다. 다행히 최고 점수가 다수였기에 그의 야박한 ‘1점’이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어쨌든 이번 쇼팽 콩쿠르에서의 채점표가 공개된 것은 그만큼 심사의 투명성을 중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그런 투명한 평가 때문에 1등의 영광을 차지한 조성진에게 세계 모든 음악 애호가들이 갈채를 보내는 것이 아닐까? 요즘 한달도 안남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당마다 몸살을 앓고 있다. 엄격한 공천 심사를 통해 후보자를 선정했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명단이 발표될 때마다 이의신청, 재심신청이 이어졌고 탈락자들의 반발은 험악한 사태를 연출하고 있다.과연 공천심사 기준에 따라 엄격하게 했다면 이런 부작용이 나왔겠는가? 조성진 피아노 채점표에서 보듯 누가 봐도 투명한 잣대를 사용했다면 반발의 여지가 있었을까? 여론조사만 해도 그렇다. 당내 경선용 여론조사가 일부 지역에서 왜곡되거나 조작됐고 심지어 유출까지 됐다하여 검찰의 수사를 받는 상황에 이른다면 그 신뢰성을 어느 정도로 평가해야 할까? 역시 문제는 심사를 하는 잣대의 공정함과 투명성이다. 무게를 다루는 저울, 길이를 재는 잣대가 정직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생활에서 저울이나 잣대가 경상도, 전라도가 제각각이고 서울과 충청도의 쌀가마가 차이가 난다면 그 혼란은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고려 초기부터 조정에서는 백제, 신라를 거치면서 도량형의 각기 다른 단위와 기준을 통일하는데 심혈을 기울였고, 조선시대에 와서도 이 작업은 계속됐다.기준과 단위를 어떻게 공정하게 하는가, 세종대왕은 무려 9년에 걸쳐 이 작업을 했고 그것이 고스란히 ‘경국대전(經國大典)’에 기록되어 있다. 조선시대 암행어사의 주요 임무 중에는 그 지방의 잣대가 정확한가, 저울은 속이지 않는가 살펴보는 것이 포함되어 있었다. 바로 이것이다. 우리가 정치의 선진화를 이룩하는 것은 공천심사가 쇼팽 콩쿠르 심사처럼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A가 하면 막말이고 B가 하면 농담’이라던지, ‘C가 하면 비리고 D가 하면 관례’가 되는 식의 심사가 되면 안된다는 것이다. 더욱 새겨야할 말은 “以不平平 其平也不平, 불공정한 잣대로 공정한 것을 재면 공정한 것까지 불공정하게 된다”는 열자(列子)의 말씀이다. 변평섭 전 세종시 정무부시장
오피니언
경기일보
2016-03-22 19: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