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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남은 두 개의 인민재판이 있다. 로마 ‘Judicia Populi’이 하나다. 인민 집회가 재판권을 행사했다. 관(官)이 유죄로 선고한 사안을 재판했다. 다른 하나는 사회주의 인민재판이다. 역시 대중 집회가 재판권을 행사했다. 반(反)혁명ㆍ반(反)체제 재판이 주를 이뤘다. 2천년 시차를 둔 두 인민재판이다. 그런데도 똑 닮았다. 초(超)법적 행위라는 점이 닮았고, 권력의 통치 행위라는 점이 닮았고, 역사에서 사라졌다는 점이 닮았다.그 비슷한 걸 우리가 봐왔다. 청와대 국민 청원이다. 직접 민주주의 실현이라고 했다. 내용은 그

오피니언 | 김종구 주필 | 2020-02-19 20:26

달라진 건 없다. 법적으로 그렇다. 1심 유죄가 2심도 유죄다. 판단의 근거도 그대로다. “차량과 운전기사를 제공 받았다-정치자금법 위반이다.” 그런데 난리가 났다. 벌금 100만원의 경계 때문이다. 당선을 무효시키는 선이다. 1심에서 90만원이었다. 2심에서 300만원이 됐다. 재판부도 이걸 강조했다.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고, “보궐선거의 막대한 부담을 고려하더라도(엄벌에 처한다)”라고 했다. 은수미 시장이 위기다.이재명 도지사는 더했다. 1심에서 무죄였다. 다들 그렇게 끝날 거로 봤다. 항소심 법정엔 취재 기자도 적

오피니언 | 김종구 주필 | 2020-02-12 20:04

도망치듯 판사실을 나왔다. 다음 날 기자실에 소동이 벌어졌다. 전날 밤 사건-당직 판사실을 벌컥 열고 들어갔던-이 문제 됐다. 공보 판사가 항의했다. ‘박 선배’가 설명해줬다. “열심히 하는 건 좋은데, 판사실은 들어가면 안 돼. 법조기자실만의 불문율이야.” 그때 알았다. 판사실은 외롭게 두어야 하는 곳이었다. 그 자체가 재판정이었다. 기록을 검토하고, 양형을 결정하는 또 하나의 작은 재판정이었다. 그 뒤론 거의 안 갔다.외로운 직업이다. 재판 300건을 매달 처리했다. 매일 기록 속에 묻혀 살았다. 수천~수만장을 넘겼다. 엄지에서

오피니언 | 김종구 주필 | 2020-01-29 20:25

반대한다. 새마을기 철거는 잘못이다. 상시게양 폐지라고는 한다. 언제든 게양할 수 있다고도 한다. 그런다고 달라질 건 없다. 이건 철거다. 45년만에 쫓겨나는 것이다. 그 속의 위상도 사라지는 것이다. 다들 그렇게 본다. 그러니 신중한 거다. 시험 기간까지 거쳤다. 짧게 보면 2019년부터다. 길게 보면 2017년 성남시청부터다. ‘새마을’ 단체의 양해도 중하게 챙겼다. 모든 게 ‘철거’라서 필요한 공이다. 이렇게 경기도에서 새마을기는 사라졌다.이재명 도지사가 SNS에 밝혔다. ‘…새마을기 게양 중단 왜?’. ‘모든 일에 명암이 있

오피니언 | 김종구 주필 | 2020-01-08 20:45

7080. 왠지 편한 상호다. 게다가 친구가 사장이다. 한 달에 한 번 들른다. 12월 26일에도 갔다. 직장인 한패가 옆에 진쳤다. 30대 40대 열대여섯 명이다. 40대 남자가 좌장인 듯하다. 카리스마가 장난 아니다. 술잔을 들며 건배를 제의한다. “젊은이들답게….” 그러다가 말을 멈춘다. “아, 여기 60년대생이 계시네. 64년생이시죠.” 모두 한바탕 웃는다. 그게 그렇게 웃을 단언가. 구부정한 64년생, 그의 뒷모습에 머리숱이 휑하다.술잔이 정신없이 오간다. ‘64년생’ 자리만 조용하다. 오는 술잔도, 가는 술잔도 없다. 맘

오피니언 | 김종구 주필 | 2020-01-01 19:22

‘대통령 경제 철학과의 차이.’ 상당히 고급진 말이다. 이런 각료 기준이 논의된 적 있었나. 하나같이 지저분한 화두였다. ‘재산 불리려고 투기를 했다’ ‘애들 학군 때문에 위장전입을 했다’ ‘자녀 입학용 공문서를 위조했다’…뭐 대충 이런 것들이었다. 김진표 총리 임명 정국에 ‘경제 철학’이 등장했다. 내용도 법인세 인상ㆍ종교인 과세였다. 철저히 정책적 판단의 영역이다. 그래서 고급져 보였다. 바람직한 논란으로 보였다.의심스럽긴 했다. 고급진 논쟁이 왠지 껍데기일 거 같았다. 고급지지 않은 결론이 기다릴 거 같았다. 그랬다. 경기도

오피니언 | 김종구 주필 | 2019-12-12 20:17

“‘화성연쇄살인 사건’을 ‘이춘재 살인 사건’으로 변경하라.” 섬뜩한 ‘살인’이 등장한다. 화성시의회의 결의문이다. ‘화성연쇄살인사건’에서 ‘화성’을 빼달라는 호소다. 오죽했으면 이럴까. 벌써 30년째다. 사건 발생으로 20년, 영화 개봉으로 10년 당했다. 용의자가 나왔으니 얼마나 더 당해야 할지 모른다. 군(郡) 시절 사건이다. 논밭은 아파트로 변했다. 20만 인구는 80만이 됐다. 그런데도 여전히 ‘화성연쇄살인사건’이다.명칭 교체가 어렵다고들 한다. 이춘재의 형소법상 지위는 용의자다. 법률적으로는 무죄 추정이다. 경찰도 이춘재

오피니언 | 김종구 주필 | 2019-12-11 20:49

황창규 회장 사건이 검찰에 송치됐다. 경영 고문 위촉과 관련된 비위 혐의다. 전직 정치인ㆍ경찰ㆍ군인 등이 위촉했다. 이들을 각종 로비에 활용했다는 의혹이다. 당연히 밝혀야 할 범죄다. 그런데 경찰 수사 기간이 길었다. 3월 노조 고발이 시작이었다. 이후 아홉 달이나 계속됐다. 송치했다고 끝난 것도 아니다. ‘검찰 타임’이 오롯이 남았다. 재지휘 할 수도, 보강 수사할 수도 있다. 재판받을 권리까지 기약도 없다.“수사가 너무 길었다고 보지 않느냐.” KT 관계자에게 물었다. 돌아오는 대답이 씁쓸하다. “2년짜리도 있는데 뭘….” 그러

오피니언 | 김종구 주필 | 2019-12-04 20:45

염태영 수원시장님, 은수미 성남시장님, 백군기 용인시장님! 혹시 용서고속도로를 타 보신 적 있나요. 있으시겠죠. 그러면 출퇴근 시간대 타 보신 적 있으신가요. 그러셨을 수 있겠네요. 그러면 하루에 출퇴근을 모두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있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한 달쯤 이 도로로 출퇴근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그것도 직접 운전을 해서요. 혹시 그런 적도 있으시다면 어땠나요. 사람이 할 짓이라고 생각되셨나요.잉크도 마르기 전이라고 하죠. 이건 콘크리트도 굳기 전이겠네요. 불과 10년 전 도로가 개통됐습니다. 2009년 6월 30일

오피니언 | 김종구 주필 | 2019-11-20 20:41

수능일이다. 아침밥을 먹고 있을까. 고사장을 가고 있을까. 시험 문제를 풀고 있을까. 어디에 있든 심장은 요동치고 있을 것이다. 그게 55만 수험생의 심정이다. 그 아침상을 지키고 있었을까. 그 등굣길을 함께 하고 있었을까. 그 학교 정문을 붙잡고 있었을까. 무엇을 하든 마음은 간절했을 것이다. 그게 수험생 어머니의 마음이다. 이런 날은 매년 있었다. 1982년 12월 2일 학력고사 당일. 그때도 학생은 초조했고 어머니는 간절했다.오후 5시 40분 끝난다. 덕담을 해줘야 한다. ‘이제 끝났다’. 37년 전에도 똑같은 덕담은 있었다.

오피니언 | 김종구 주필 | 2019-11-13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