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인천 스키핑(skipping)과 홀대

북핵 문제 등 한반도와 관련한 이슈에서 한국이 소외된 채 주변국끼리 논의하는 현상으로 이른바 코리아 패싱이라고 한다. 코리아 패싱은 20여 년 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건너뛰고 중국만 방문하고 돌아가자 일본 언론들이 이를 재팬 패싱이라고 이야기한 데서 유래했다. 이 코리아 패싱은 영문법상 틀린 단어지만 국내에서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소외당할 때 흔히 사용되고 있다. 실제 지난 2017년 11월 한국을 국빈 방문한 도널드 드럼프 미국 대통령은 청와대 기자회견에서 코리아 패싱 관련 질문을 받고 한국을 건너뛰는 일은 없을 것(no skipping korea)이라며 코리아 패싱 대신 코리아 스키핑이라고 답변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패싱이든 스키핑이든 간에 그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 자체가 주권국가로서 위상과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런 패싱, 스키핑 논란이 인천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의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는 비수도권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인천 송도와 남양주를 잇는 GTX-B노선 건설 사업에 대한 지역의 우려와 불안감이 커지기 시작했다. 비판 여론이 커지자 정초부터 박남춘 인천시장은 국회와 청와대를 찾아 GTX-B노선 건설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건의했다. 그러나 결국 GTX-B노선 건설 사업은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에서 제외됐다. 3기 신도시로 지정된 인천 계양테크노밸리(TV)에 청라로 가는 서울지하철 2호선을 연결하겠다는 인천시의 구상도 무산됐다. 신도시는 서울과의 접근성을 위해 철도 등 교통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인데 계양신도시 경유를 분석한 결과 노선을 뺄 수 없고 경제성도 없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3기 신도시 4곳 중 철도가 연결되지 않은 곳은 인천 계양이 유일하다. 박 시장은 지난달 19일 계양신도시 발표 현장에서 서울지하철 2호선이 계양TV를 경유하고 청라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재차 이를 강조했다. 그러나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공수표가 되면서 체면을 구겼다. 지난해 9월에도 박 시장은 규제프리존 특별법 국회 통과에 앞서 각 당의 원내대표를 만나 규제프리존에 인천경제자유구역을 포함시켜 달라고 건의했지만 역시 헛수고에 그쳤다. 인천 스키핑, 홀대는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박 시장의 주요 현안에 대한 건의(建議)가 공허한 외침에 그치는 일이 잦아지면서 자조(自嘲) 섞인 우려와 불만이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인천은 수도권 전체를 위해 쓰레기 매립지, 화력발전소와 같은 기피혐오시설이 있다. 그럼에도 정작 규제는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서울과 같은 수준이다. 더욱이 국가사업 대상 선정에는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지방에 밀려 번번이 제외되거나 탈락하기 일쑤다. 이중적 규제니 역차별이니 하는 하소연과 푸념이 나오는 것도 다 이 때문이다. 인천이 수도권이라는 이유만으로 소외돼서는 안 된다. 정부는 획일적으로 수도권비수도권으로 갈라놓고 도시 간 불균형을 없앨 것이 아니라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수도권 역시 동반 성장을 꾀하면서 동시에 국가 차원의 균형 발전을 이끌어야 할 것이다.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

[인천시론] 흔들리는 학교, 교사들의 인권을 이야기하다

최근 학생인권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과거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학생들에 대한 무분별한 체벌이 이루어지고 획일화된 두발과 복장을 강요하는 등 학생들을 통제와 계도의 대상으로 보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비록 미성년자라 할지라도, 그들의 개성을 중시하고,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며 학교교육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자는 취지를 고려한다면, 학생인권의 중요성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필자는 학생인권 강화에만 몰두한 나머지 정작 교사들의 인권에는 무관심한 씁쓸한 현실을 지적하고 싶다. 지난해 8월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학생이 훈계하던 교사에게 유리병을 던지고, 복도 진열장 유리를 깨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한, 지난 11월 전북 고창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부모가 학생 20명이 보는 앞에서 수업 중이던 여교사의 뺨을 때리는 사건도 발생했다. 3년 전 자신의 딸이 해당 교사로부터 차별대우를 받았다며 앙심을 품고 학교를 찾아온 것이었다. 이렇듯 교권이 바닥까지 추락하면서, 교사들의 직업만족도가 OECD 회원국 중 최하위로 떨어졌다. 다음 달 시행하는 명예퇴직을 신청한 교사가 전국적으로 6천명을 넘어섰다는 사실이 그 단면이다. 2018년 상반기 교권침해현황에 따르면,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거나 욕설을 퍼부은 행동 등 침해사례는 1천257건, 학부모에 의한 침해는 111건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교사들이 학생들과 학부모들과의 관계에서 자신을 감정노동자라고 칭하는 수준까지 왔고, 교육계에서는 교사가 되고 난 뒤 명퇴 신청할 날만 기다린다는 말이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다. 무너진 교권과 황폐화된 학교현장의 가장 큰 피해자는 학생이다. 흔들리는 학교, 고개 숙인 교사들의 작금의 상황이 개선되도록 교육 당국이 현실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특히 1991년 제정된 교원지위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은 현재의 심각해진 교권침해로부터 교사를 보호하는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현행 교원지위법은 교사를 폭행한 학생을 강제로 다른 학급으로 보내거나 전학시키는 근거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렇다 보니 피해 교사가 오히려 가해 학생을 피해 전근을 가거나 휴직하는 상황이 초래된다. 또한, 교권침해가 발생해도 의무고발대상이 아닌 것은 물론, 교사가 개인적으로 가해학생과 그 학부모를 상대해야 하는 불편함도 존재한다. 따라서 교원지원법에 가해학생의 학급을 바꾸거나 전학시키는 조항이 포함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 심각한 교권침해에 대해서는 의무적으로 형사고발 하도록 하며, 피해교사에 대한 법률의료상담 서비스를 충분히 지원하도록 하여 안전한 교육환경이 조성되도록 해야 한다. 물론 교사와 모든 학생이 교육공동체로서 서로 존중하는 교육문화가 정착되도록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학생인권의 중요성은 거듭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교사와 학생은 그 역할이 다를 뿐 학교교육의 주체로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드는 소중한 인적 자원이다. 교권과 학생인권 둘 중 어느 하나라도 무너진다면 학교교육은 붕괴하고 대한민국의 미래 역시 없다. 이승기 변호사(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인천시론] 제국을 소유한 농부가 되는 방법

포르투갈 최고의 시인이자 20세기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인 페르난두 페소아가 쓴 불안의 책 (Livro do Desassossego)에서 저자는 인생이란 우리가 인생에 대해 품는 생각이라고 말한다. 그 예를 자신이 소유한 경작지가 전부라고 여기는 농부에게 그 땅은 제국이 될 수 있지만, 자신이 소유한 제국이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황제에게는 오히려 그 제국은 한 조각의 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즉, 우리 인생을 어떻게 관조하고 살아가느냐에 따라서 가난한 농부이지만 제국을 소유할 수도 있고, 황제이지만 단지 땅 한 조각을 소유한 가난한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적십자사는 지난 2000년부터 매년 12월 지로용지를 25~70세 가구주에 발송하는 형식으로 자발적 모금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그 근본은 적십자회비가 전 국민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대국민 성금이기 때문이다. 적십자회비 납부는 자율사항이지만 고지서 형태로 발송되는 점 때문에 일부 시민들이 의무사항으로 혼동하는 경우가 있으며 이를 비판하는 시민들도 있다. 고지서(지로) 형태로 발행되는 이유는 금융기관, 가상계좌, 편의점, 스마트폰, 인터넷 등을 통해 쉬운 기부 편의성을 도모하고 전 국민이 십시일반 참여하는 대국민 성금의 취지를 살리기 위함이다. 또한, 지난 1905년 적십자 설립이래, 국제적십자운동 정신에 의거 정부 인도주의 사업의 보조자로서 인도주의 활동을 펼치면서 대한민국 법률에 의거 우리나라의 모든 국민은 적십자 회원이 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기에 전 국민의 자율적 참여 대국민 성금을 적십자회비로 부르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는 개사한 지 30여년이 흐른 지금, 인천시민이 참여해주신 적십자 회비를 통하여 아프고 약한 이웃을 위한 여러 인도주의 활동을 펼칠 수 있었다. 특히,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의거 재난관리책임기관 및 긴급구조지원기관으로서 자연사회재난시 이재민 지원 사업과 전개하고 약 6천여명의 적십자봉사원들과 함께 인천 지역사회의 취약계층을 돕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적십자 인도주의 사업은 십시일반 참여하는 인천시민의 따뜻한 자발적 나눔과 각종 인도주의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적십자 봉사원들의 노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대한적십자사 인천광역시지사는 적십자 인도주의 사업의 효과적 실천을 위해 2019년 적십자회비 모금 21억원을 목표로 4월30일까지 희망의 불씨를 지피는 300만 인천시민의 따뜻하고 자발적인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 주변의 소외된 이웃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달하고 인간의 고통을 경감하고 생명을 보호하는 적십자 인도주의 정신이 구체화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많이 가진 내가 한없이 부족하다 생각하여 더 많이 갖기를 희망할 수도 있으며, 내가 가진 것이 다른 사람의 기준에는 한없이 부족하나 충분하다고 생각하여 우리 주위의 어려운 사람들과 나눌 수도 있을 것이다. 인천시민들 모두 적십자와 함께 제국을 소유한 농부가 되길 기원해본다. 이경호 대한적십자사 인천광역시지사 회장

[인천시론] 인천과 대학, 기업이 함께 발전하기

대학이 지역사회와 발전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상호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려면 상호 긴밀한 연계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요구된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상당수 대학은 지역산업 및 지역사회와의 협력과 소통 등 협조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인천시 및 지방 정부 역시도 소관업무에 대한 지원 근거가 미약하다는 이유로 대학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였으며, 결국 대학을 통해 양성된 인재가 해당 지역과 산업에서 요구하는 능력과 기술의 괴뢰가 발생하고 타지역으로 이탈하게 되는 현상을 가져오게 되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지방에서만 이루어지는 상황이 아니고, 우리 인천시에 소재하고 있는 대학 역시 인천 지역과 유리되어 지역의 문화, 복지, 경제 등의 다양한 발전 참여에는 다소 소극적이었다. 특히 수도권 개발 제한 정책 때문에 정원 동결과 우수인력의 서울로 이탈 등 상황에 따라 인천시와 대학이 함께 지역의 정체성을 만드는 것에 소홀했고, 다양한 지역문제 해결을 위한 참여에도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서울시는 대학과 지역 상생발전을 위한 서울 캠퍼스타운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인적물적지식 자원과 활력이 풍부한 대학과 지역의 협력적 관계를 통해 침체한 대학가를 창업 일자리 중심의 창조가로 전환하여 지역 인재 청년들이 머무를 대학가로 만드는 사업이다. 또한, 포항과 울산, 경상도는 대학, 지역 기업, 지방자치단체가 모여 대학소재 지역의 발전과 혁신방안을 모색하는 Univer+City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Univer+City는 대학을 의미하는 University와 도시를 의미하는 City의 합성어로 산(産), 학(學), 관(官)의 협력을 통해 지역발전을 모색하고 더 나아가 국가 성장에 이바지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합성어다. 대학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경제적인 측면과 아울러 시설, 서비스, 교육, 복지적인 측면에서 상당하기 때문에 인천의 중심 거점으로서의 대학과 인천시, 그리고 지역의 기업이 함께 발전하는 모델을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 인천에는 국립 인천대학교, 경인교대와 사립 청운대학교, 인하대학교, 가천대학교, 연세대학교 및 안양대학교와 경인여자대학교, 인천재능대학교, 인하공업전문대학, 그리고 외국계대학인 겐트, 유타, 조지메이슨, 뉴욕 주립대학교 등이 있고, 이들 대학의 우수한 시설, 서비스, 인력 등을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활용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즉, 인천 지역의 대학 및 산업의 특성과 인구 특성 등을 다각도로 면밀하게 분석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인천시-대학-산업체가 상생할 수 있는 선순환 발전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며, 그 첫 단추로 우선 대학과 산업체가 참여하여 인천의 발전 모색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고, 그 협의체를 통해 지역 대학과 지역사회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발전 모델을 개발한다면 인천의 인재가 더욱 인천에 머물고 내 고향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문명국 청운대학교 교수

[인천시론] 잊혀진 송구영신과 근하신년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는 뜻의 송구영신(送舊迎新)이란 말은 요즘은 연하장에나 나온다. 근하신년(謹賀新年)도 똑같은 신세다. 삼가 새해를 축하한다는 인사말인데 별로 실감이 나지 않는다. 언제부턴가 우리에겐 꿈과 희망보단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 앞서게 되었다. 어느 정권이든 개인의 호불호가 있기 마련이지만 지금은 나와 내 자식세대가 이 나라에서 과연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전쟁과 기근, 독재와 민주화, 국가부도와 탄핵정국의 격랑 속에서도 결과는 좋겠지, 추의 균형을 잡아주는 신(神)의 손이 있겠지라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이마저도 없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이 엄습한다. 포용과 화해의 대명사 넬슨 만델라가 훌륭한 이유는 자신의 지지자들을 설득해 27년간 옥고를 치르게 한 백인정권을 용서했다는 점이다. 그는 남아공을 흑인 세상으로 바꾼다는 생각은 이기적인 것이다. 우리의 관대함과 자제력으로 백인들을 놀라게 하자고 말했다. 지지자들이 듣고 싶은 말을 해주며 나라를 이끄는 것은 쉽다. 정말 어려운 것은 국민 전체를 향해 더 크고 어려운 일을 하자고 도전하는 일이다. 원래 국민은 이기적 존재다. 1806년 나폴레옹과의 전쟁에서 패한 프로이센이 위기에 처하자 철학자 피히테가 적국의 점령하에 있는 베를린학사원 강당에서 독일국민에게 고함(Reden an die deutschen Nation)이란 제목의 강연을 했다. 이 강연을 통해 피히테는 독일 재건의 길은 무엇보다도 국민정신의 진작(振作)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이기심으로 가득 찬 국민에게 교육을 통해 새로 태어날 것을 주문했다. 친일파라고 비난받는 춘원 이광수가 1922년 일제 강점기 때 쓴 민족개조론이란 글이 있다. 글을 쓴 시점과 상황이 결코 바람직한 것은 아니었지만, 독선과 저주, 인격 살인이 횡행하는 지금 유용한 말이 있다. 거짓말과 속임수를 없애고, 탁상공론과 공상을 버리고, 표리부동한 자세를 취하지 말 것 등 97년 전의 글치고는 우리 현실과 너무 닮았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기성세대나 아직은 창창한 젊은 세대나 모두 만인에 대한 만인의 적이 되고 있다. 양 세대 간의 갈등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고 정의와 적폐청산을 내세운 정권은 무능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핵심 지지층은 무너지고 당면한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집권층만 애써 부정하는 것 같다. 2018년은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미하게 끝났다. 경제도, 민생도, 비핵화도, 안보도 모두 뜻은 높고 고상했으나 방법과 수단은 낙제점이었다. 그 와중에 적폐청산의 망나니 칼은 피바람을 몰고 왔다. 사회 전체에 분노 게이지만 높아지고 분열과 반목의 골만 깊어졌다. 실패한 경제실험 소득주도성장이 제목만 바꿔 소득주도성장 2.0으로 등장하고 주휴수당을 최저임금 산출 시 제외해 달라는 690만 소상공인의 절규는 무참히 거부됐다. 누구도 누구의 말을 듣지 않는다. 정녕 우리는 여기까지가 한계인가? 우리는 진정 마음을 열고 양보하고 타협하며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만드는 지도자를 원한다. 안정된 생활 속에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나라를 원한다. 2019 기해(己亥)년은 송구영신과 근하신년이 같이 공존하는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이인재 한국뉴욕주립대 석좌교수

[인천시론] 그루밍 성폭력, 용서는 없다

그루밍(Grooming)은 마부가 말을 빗질하고 목욕시켜 말끔하게 꾸민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하지만, 마부가 말을 돌보듯 상대를 길들여 성적 노예로 삼는다는 소위 그루밍 성폭력이 만연해지면서, 그루밍을 엄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인천의 한 교회에서 청년부 A목사가 2010년부터 올해 초까지 26명의 여성신도에게 그루밍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혐의로 피소되었다. 피해자들은 사역자를 사랑이란 이름으로 신뢰할 수밖에 없도록 길들여졌다며 폭로했다. 그루밍 성폭력은 가해자가 피해자와 의도적으로 친분을 쌓고 이를 이용해 피해자를 정신적으로 종속시킨 후에 성폭력의 대상으로 삼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피해자는 피해를 보는 동안 이를 범죄행위로 인식하지 못하고 연인관계에서 벌어진 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에 신고율도 낮고, 막상 신고를 하여도 연인 사이의 성적 관계로 치부되는 일이 많다. 사법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난해에는 아직 중학생인 연습생을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연예기획사 대표가 무죄 판결을 받아 논란이 됐다. 대법원은 두 사람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와 이메일에서 수차례 사랑한다는 내용이 있음을 근거로 강제성이 없다고 판시했다. 어린 피해자가 연예계 데뷔의 열쇠를 가진 대표에게 길들고 그를 두려워한 나머지 사랑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쓸 수밖에 없다는 주장은 철저히 배척되었다. 하지만, 최근 미투(#MeToo)운동의 큰 흐름 속에서 사법부 역시 위드유(#WithYou)를 선언하고 있다. 올해 4월 학생들에게 성희롱 발언을 해 해임된 대학교수 사건에서 법원이 성희롱 관련 사건을 심리할 때는 사건의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며 사법부 스스로의 변화를 촉구하였다. 또한, 8명의 여신도를 대상으로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목사에게 징역 15년의 중형을 선고한 것 역시 성인지 감수성이 반영된 판결의 연장선이라 할 것이다. 특히 이 사건은 사법부가 그루밍 성폭력을 적극적으로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루밍을 성폭력으로 보기보다는 성매매로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그루밍의 피해자가 아이들인 경우, 아이들이 가해자에 의해 길들여지는 과정에서 받은 선물과 용돈이 성매매 대가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어쩌면 가해자는 아이들을 길들여 성관계를 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돈을 준 것인데 이를 법이 보호해 주고 있는 것이다. 결국, 위와 같은 불합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입법적인 노력이 중요하다. 현행법상 13세 미만의 아동에 대한 성범죄는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가해자를 처벌하지만, 13세 이상은 강제성이 입증되지 못하면 처벌이 어렵다. 어쩌면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어린 아이들에게 끝없이 성행위에 동의했는가를 묻는 것 역시 위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13세라는 기준은 OECD 회원국 중에서도 법적 보호 연령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사법부는 그루밍 성폭력을 단죄하고 있다. 이제 국회의 위드유(#WithYou)가 절실한 순간이다. 이승기 변호사(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인천시론] 새로운 자원봉사 볼룬투어, 나눔 션샤인

어느 때보다 화창하고 따뜻했던 12월의 첫날, 의미 있는 나눔을 위해 600여 명의 시민들이 인천 차이나타운에 모였다. 인천적십자사에서 주관한 방한용품 나눔 프로젝트 나눔 션샤인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개항도시인 인천은 1883년 개항 이후 서구의 근대문화가 집중적으로 들어오며 국내 항구도시로 큰 역할을 했다. 개항기 건축물을 고쳐 인천시민에게 문화예술 향유의 광장으로 반환된 개항장 문화지구는 한국근대문학관, 인천개항박물관, 대불호텔, 자장면박물관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고 그 가치가 더 큰 곳이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촬영배경이었으며, 이 날은 새롭게 나눔의 장으로 탈바꿈되었다. 매년 이맘때 적십자에서 실시했던 혹한기 에너지 취약계층 방한용품 지원 사업을 어떻게 하면 시민들과 함께 나눔과 봉사라는 의미로 이어지게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된 나눔 션샤인은 많은 볼거리와 스토리를 담는 인천 개항장 문화지구 여행과 방한용품 키트 제작 활동을 결합한 볼룬투어(Volun-tour)프로그램으로 새롭게 기획되었다. 볼룬투어는 자원봉사(volunteering)와 여행(tour)의 합성어로 여행을 통한 자원봉사라는 의미이다. 볼룬투어는 여행을 통해 그 지역의 숨겨진 문화를 만나는 경험뿐만 아니라 가치 있는 봉사활동을 제공함으로써 그 지역사회에 지속발전 가능한 변화를 이끌어 내게 된다. 여행을 통한 나눔이라는 다소 낯선 프로젝트였으나, 지역사회의 반응은 뜨거웠다. 기대치를 훨씬 웃돈 600여 명의 시민이 참여해 주었고, 총 19개 기관이 후원한 기부금은 모금목표의 두 배를 웃돌았다. 이를 기반으로 방한장갑방한양말넥워머 등 방한용품 7종으로 구성된 방한키트 1천 세트를 참여한 시민들과 함께 제작하였으며, 지난 3일 인천 관내 10개 군구의 취약 가정에 각 100개씩 총 1천 세트 지원할 수 있었다.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는 2015년부터 시민참여 나눔 프로그램으로 함께 걷자 인천페스타, 선한 Festival, 희망오르기 등의 행사를 기획해왔다. 위기 취약가정을 발굴하여 생계비와 의료비, 주거비 등을 지원하는 긴급지원, 계절적 시기에 적절한 물품을 지원하는 물품지원 사업도 함께 전개하고 있다. 올겨울에는 혹한기 취약계층을 위한 방한용품 지원 프로젝트 나눔 션샤인이 더해졌다. 인천의 근현대 문화가 섞여 다양한 매력을 고루 보여줄 수 있는 개항장 문화지구에서 시민과 함께하는 나눔을 할 수 있어 매우 뜻깊었다. 찬바람에 온몸이 절로 움츠러드는 날씨에 타인을 위한 나눔의 손도 움츠러들 수 있는 요즘, 보다 의미 있는 나눔에 함께하고자 자신의 돈과 시간을 기꺼이 내어 준 시민들이 있어 우리 사회가 아직 살만한 세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국의 정치인 윈스턴 처칠은 우리는 일로써 생계를 유지하지만, 나눔으로 인생을 만들어 나간다라는 말처럼 나누면서 얻게 되는 새로운 만남과 경험을 통해 우리의 삶은 한결 높은 차원으로 완성된다. 더불어 나눔이 더욱 새롭고 즐거울 때, 우리 사회의 온기는 더욱 널리 퍼질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이경호 대한적십자사 인천광역시지사 회장

[인천시론] 고령사회에 대비한 지역의 미래 아젠다 마련 필요

우리나라의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것은 누구나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최근 합계출산율이 0명대로 진입하는 등의 저출산과 관련한 위험 요소가 이런저런 통계에서 확인되고 국가에서도 상당한 예산을 관련 분야에 투입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반면 고령화와 관련해서는 과거 정부와 달리 그 중요도가 다소 줄어드는 상황이다. 2017년 우리나라는 노인이 전체 인구의 14%를 웃도는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또 생산연령인구(15~64살)도 2017년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다. 전 세계에서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지난 시기 인구 보너스 시기에서 벗어나 앞으로는 인구 오너스(생산연령 인구의 비중이 하락하면서 경제성장이 지체되는 것을 의미)에 대비한 국가 및 지방 정부 차원의 시스템 변화 노력이 요구된다. 유엔 등 국제기구는 노인 비중이 7% 이상일 경우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구분한다. 지난 8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를 보면, 2017년 11월 기준 65살 이상 노인(내국인)은 712만명으로 2016년보다 34만명 늘었다.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3.6%에서 14.2%로 커져, 고령사회 진입이 확정됐다. 2017년 총인구(외국인 포함)는 5천142만명으로 전년(5천127만명)에 견줘 0.3% 증가했다. 인천은 동 년도 기준 11.7%로 아직은 고령사회에 접어든 것은 아니지만, 구도심을 중심으로 고령사회에 진입하거나, 일부 기초지역은 초고령사회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에 직면하고 초고령사회를 맞이한 일본은 고령화의 문제를 새로운 성장을 위한 기회로 인식하고 보다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인 기술 트렌드인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해 어르신 케어로봇, 고령자 영양관리를 위한 시스템, 안전 및 생활지원을 위한 IOT 등에 활용하고, 선도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관련 산업의 확대와 이를 통한 경제적 성장까지도 바라보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에서 이미 고령사회 및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부산시 및 서울시는 고령화 현상에 대한 대응과 고령화 문제를 경제적으로 활성화하기 위한 고령친화산업 관련 조례 등을 제정하고 시행하는 등 선제 대응을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인천은 이러한 국내외적인 상황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국가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틈새시장인 고령친화산업에 적용, 이를 통한 경제 활성화를 추진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관련 산업을 활성화하고 지원할 수 있는 지역적 지원 조례의 개발과 함께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예산 지원이 필수다. 이러한 인천의 고령친화산업 육성 정책은 인천 및 국내의 고령화에 대한 대응을 넘어 급속히 고령화하는 중국의 큰 시장을 함께 바라볼 때 지역의 새로운 성장원으로 작용, 고령친화산업 수출기반 활성화 정책으로 지원하고 추진할 수 있는 블루오션 전략이 되리라 생각된다. 문명국 청운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

[인천시론] 결국 파국의 길로 가는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 반이 지났다. 적폐 청산과 제도 개혁을 외쳤건만 남은 것은 갈가리 찢긴 민심과 파탄 난 경제, 개혁 좌초다. 정의와 협치와 소통을 외쳤던 문 대통령의 말은 결국 거짓말이 됐다. 청와대 참모의 탓도 아니고, 내각의 잘못도 아니다. 전략도 틀렸고 사람을 잘못 쓴 대통령의 잘못이다. 얼마 전 대통령의 국회시정 연설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구리아 사무총장 면담시 포용적 성장을 홍보하는 모습을 보며 아직도 대통령이 미몽(迷夢)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우리는 탈 원전을 외치면서 외국에 원전을 팔려고 하니 이율배반이 따로 없다. 자영업자 살린다며 신용카드 수수료 1조4천억원을 민간 카드사에 전가한다. 최저임금 인상 실패의 책임을 돌려막기 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함께 잘 살자는 대통령의 구호는 아무런 대책 없는 공허함이요, 현장의 아우성을 무시하는 독선이었다. 당나라 시인 백거이의 비파행(琵琶行)이 떠오른다. 차시무성승유성(此時無聲勝有聲)! 차라리 말 없음이 나았다. 지금 대한민국은 갈등과 분열과 반목의 나라다. 해방 직후도 이렇진 않았다. 그때가 좌우익의 이념대결이었다면 지금은 국가 전체가 극한적 대립과 저주와 복수로 날이 새고 진다. 가장 남의 말을 잘 경청할 것 같았던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남의 말을 듣지 않았던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이다. 우리 대통령은 오불관언(吾不關焉)을 넘어 개가 아무리 짖어도 기차는 간다와 다를 게 없다. 선하게 생긴 문 대통령의 등장에 많은 국민은 이제 세상이 좋아지려나라는 희망을 걸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는 그의 말에 진정성을 느꼈다. 1년 반이 지난 지금 대통령의 말에 동의할 국민은 거의 없다. 그냥 나라가 덜 망가진 채 임기가 가길 바랄 뿐이다. 대통령은 매우 고집스럽고 자신은 나서지 않은 채 참모들에게 책임을 미루는 것처럼 보인다. 북한의 비핵화도 어렵고 미중일러를 비롯해서 유럽에서조차 외면받고 있다. 게다가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제도 개혁은 방향도 틀리고, 방법도 잘못됐고, 국민과 야당의 반대로 지지부진이다. 나쁜 오케스트라는 없다. 그저 나쁜 지휘자가 있을 뿐이다. 홍사중씨가 쓴 리더와 보스라는 책에 나온 말이다. 잘 나가던 우리나라가 다시 살기 어려워진 것은 국운이 다해서가 아니라 리더가 잘못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나라의 명운을 좌우할 쓰나미가 몰려오는데 다 함께 머리를 맞대도 부족하다. 최고의 실력과 추진력을 가진 인재를 써야 한다. 정의와 이념만을 찾는 정권은 무능하고 위선적이다. 역사가 증명한다. 처칠은 가짜 평화로 히틀러와 타협했던 체임벌린 수상을 맹렬히 비난했다. 수상이 된 처칠은 온 국민이 지탄하는 체임벌린을 옹호하면서 자신의 전시 내각의 일원으로 만들었다. 체임벌린의 책임을 묻자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만약 과거와 현재의 싸움이 일어나게 된다면 우리는 틀림없이 미래를 잃게 될 것이다. 문 대통령에게 하고픈 말이다. 이인재 한국뉴욕주립대 석좌교수

[인천시론] 무항산 무항심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전체 실업자 규모가 외환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1999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한국경제를 떠받치는 40~50대 실업자가 급증하고 있는데 40대 고용상황은 전 산업부문에 걸쳐 지속적으로 좋지 않다고 한다. 50대도 숙박음식업, 자영업을 중심으로 고용상황이 악화하고 인구 대비 취업자 수를 뜻하는 고용률도 9개월째 내리막길이라고 한다. 몇 달 전 국가 통계를 담당하는 산업동향과장은 전반적인 상황이 안 좋다며 경기 하강국면 진입 가능성을 언급했다. 기획재정부도 산업활동 동향 및 평가 보고서를 통해 고용상황이 미흡한 가운데 미국중국 통상분쟁, 미국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 등 위험 요인이 상존한다고 분석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국내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지속적인 경기 침체로 올해 폐업하는 자영업자의 수가 100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과 논란 속에서 언론들도 지난해 자영업 폐업률이 전년보다 10.2% 오른 87.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IMF 경제위기 이후 최악의 고용 한파로 인한 가처분소득 감소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가계부채 증가와 자영업자의 몰락을 초래하고 있다. 실제 자영업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고통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게다가 연말을 앞두고 계속되는 물가 상승으로 인해 서민들은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야 하는 처지다. 상황이 이런데도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 참석차 5박 6일 일정으로 국외 순방에 나섰다. 지난달 21일 7박 9일간 유럽 순방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다. 그러나 유엔 제재 완화를 통해 비핵화를 촉진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순방 정치, 외교적 노력은 프랑스, 영국, 독일의 지지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미국 역시 대북 제재 완화 요구를 일축하며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 평화 분위기 조성을 위한 문 대통령의 노력과 방향성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국외 순방으로 인한 성과는 미미하고 국내 경제 상황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이제는 남북문제보다 민생에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중국 춘추전국시대 제(濟)나라 선왕(宣王)이 맹자(孟子)에게 정치에 대해 물었다. 맹자는 백성이 배부르게 먹고 따뜻하게 지내면 왕도(王道)의 길은 자연히 열리게 된다며 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이라고 답했다. 무항산 무항심, 즉 항산이 없으면 항심도 없다는 말로 생활이 안정되어 있지 않으면 바른 마음을 지키기 어렵다는 뜻이다. 제나라를 40년간 부흥시킨 최고의 재상 관중(管仲)도 정치의 궁극적 목표는 백성을 부유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창고가 가득 차야 예절을 안다며 정치와 경제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주는 하늘이 내린 것으로 생각하던 시대에도 백성을 하늘로 생각하고 그들에게 얼마만큼 안정된 생활을 제공하느냐가 정치의 요체였던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 경제상황이 녹록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하고 일자리 정부를 자처했지만, 고용률, 실업률 등 고용 지표는 연일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남북 평화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생활 안정이 통치의 근본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이제는 경제로 눈을 돌려야 할 때다.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

[인천시론] 공동체 시스템은 인류에게 선인가 악인가

공동체에 대한 단상 하나, 인류는 어떻게 지구를 지배할 수 있었을까? 4만 년 전, 지구라는 무대에 출현한 인류의 미래는 어두웠다. 인류는 신체적으로 다른 생명체보다 한없이 약했고, 이미 존재하고 있던 생명체는 포식자이거나 경쟁자였다. 모든 시련을 이겨낸 인류는 수많은 생명체를 밀어내고 무대 위 주연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 처음에는 단순한 욕구였을 것이다. 그러나 생존에 있어 개개인은 너무나 약했다. 생존을 위해 인류는 무리를 지었고, 공동체를 유지하고자 모든 자원을 골고루 분배했다. 너무나 약했기 때문에 무리를 지었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선택으로 다른 생명체들을 압도해 나가기 시작했으며 마침내 생존에 성공했다. 공동체에 대한 단상 둘, 공생관계의 인류는 왜 서로 경쟁하게 되었는가. 생존에 성공한 인류는 서로 다른 공동체와 경쟁을 시작한다. 과거 인류를 생존으로 이끌었던 공동체 시스템이 유한한 자원이라는 장애물에 부딪히며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인류의 욕심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자신이 생존에 필요한 정도의 자원보다 더 많은 자원을 원했고 그 욕심을 채우기 위한 전쟁의 역사가 지금까지 인류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더 무서운 사실은 그 경쟁이 점점 더 작은 공동체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공동체에 대한 단상 셋, 인류는 왜 기부하는가. 그러나 아직도 인류는 존재한다. 앞으로도 더 존재할 것이라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그리고 필자는 생존의 열쇠를 또다시 공동체 시스템에 주고 싶다. 수많은 결점에도 공동체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은 직접 경험한 하나의 사례에서 기인한다. 땡볕이 내리쬐던 지난여름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에서는 어려운 환경에 놓인 2천200명의 여성 청소년들에게 여성용품 6개월분을 제작해 전달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물품이 어떻게 마련됐는 지다. 이 물품은 헌혈자들이 기부한 헌혈 기부권으로 산 물품인데, 헌혈자들이 생명을 나눈 것만으로도 모자라서 본인이 받게 될 보상까지 기부함으로써 마련할 수 있었다. 이것만으로도 놀라운데 또래 RCY 친구들이 예쁘게 포장하고 전달하는 역할을 자처했다. 2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찾아와 반나절 넘게 봉사하며 땀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공동체 시스템은 운영하는 사람의 가치를 담아내는 거울이다. 인류가 발전하는 동안 공동체 시스템도 함께 진보했다. 그러나 단 한 번도 공동체 시스템 그 자체가 해악이었던 적은 없었다고 자신할 수 있다. 다만 누군가의 욕심이 과해지는 순간 공동체 시스템의 변질이 시작되었고 생존 확률이 극적으로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했음을 유구한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그래서 인류는 공동체 시스템을 잘 사용하는 방법, 다시 말해 생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받는 것이다. 사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모든 인간이 정말 인간답게 살기 원한다면 각자 욕심을 조금은 내려놓으면 된다. 내가 어려운 위치에 놓여 있다고 생각했을 때 주변의 시선이 차갑다면 굳이 공동체 생활을 할 필요가 없다. 인류가 공동체 생활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인간이 정말 인간답게 사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다. 본인도 그것을 꿈꾼다면 우리의 이웃도 꿈꿀 수 있도록 도와주기를 바란다. 이경호 대한적십자사 인천광역시지사 회장

[인천시론] 음란물 왕국의 벌거숭이 임금, 그리고 공범자들

최근 양진호 회장의 갑질 폭행이 공분을 사고 있다. 그는 이미 수년 전 퇴사한 직원이 올린 댓글을 문제 삼아 해당 직원을 다시 회사로 불러들여 온갖 욕설과 함께 무차별 폭행을 일삼았다. 그리고 양 회장은 전리품을 챙기듯 자신의 폭행장면을 다른 직원으로 촬영토록 해 이를 보관해 뒀다니 정말 ‘엽기적’이라 불릴 만하다. 그렇다면, 양 회장은 어떻게 이토록 엽기적인 만행을 저지를 수 있었을까. 그 배경에는 ‘돈’이 있다. 양 회장이 가진 천문학적인 재력이 바로 그 힘이 된 것이다. 양 회장이 가진 부는 어디서 온 것일까? 양 회장은 대외적으로 한국미래기술을 운영하며 직립보행이 가능한 로봇 제작 사업을 하고 있다. 한 인터뷰에서 양 회장은 어린 시절 로봇태권V를 보며 로봇을 만드는 꿈을 꿨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양 회장이 실제 막대한 부를 일군 뒷면에는 그가 구축한 음란물왕국이 있다. 양 회장은 각각 웹하드업계 1위와 2위인 ‘위디스크’와 ‘파일노리’를 운영하며, 매년 수백억원의 이익을 얻고 있다. 불법적인 포르노 영상부터 몰카, 리벤지 포르노까지 가히 그가 운영하는 웹하드는 음란물백화점이라 불릴만했고, 1천만명에 이르는 회원들이 이를 이용했다. 그는 또 음란물 헤비업로더들과 계약을 맺고 자신이 소유한 웹하드에 음란물을 유통토록 한 후 그로 인해 발생한 수익을 서로 나누는 등 음란물 공급에도 손을 뻗쳤다. 더 나아가 그는 불법 영상물을 거르는 필터링 업체와 이른바 ‘리벤지 포르노’를 지워주는 디지털 장의사 업체까지 실소유하고 있는 등 웹하드에서 음란물을 유통해서 돈을 벌고 다른 한편에서는 이를 거르고 삭제하는 대가로 피해자들로부터 또다시 돈을 챙기는 등 대한민국 최초로 ‘음란물 사업의 수직계열화’를 이룬 것이다. 그렇다면, 양 회장은 어떻게 아무런 제재 없이 이런 사업수완을 발휘할 수 있었을까. 양 회장의 음란물사업은 한때 사회적 문제로까지 번졌던 ‘소라넷’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야동’이라 불리는 음란물을 무차별 유통시켜 수익을 얻는 구조는 똑같으나, 차이가 있다면 양 회장은 사업자등록을 하고 세금을 내는 사업가고, ‘소라넷’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수사기관은 운영자가 누구인지조차 불분명한 ‘소라넷’의 운영자를 찾아내 그 중 일부를 체포했고, 사이트 자체를 폐쇄했으며, 음란물유통으로 얻은 그들의 재산에 대해서도 압류조치했다. 하지만 버젓이 홈페이지에 접속해 클릭 몇 번이면 음란물을 다운받을 수 있는 양 회장 소유의 웹하드에 대해서는 그동안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이는 양회장이 운이 좋았다기보다는, 양회장의 ‘돈’이 보여준 마법이 아닐까 싶다. 양회장이 돈으로 고용한 전문가집단, 양회장의 사업이 탄탄대로를 걷는 동안 이를 방치한 수사기관, 한 편당 몇백원의 돈을 주고 음란물을 구매한 충성고객들 모두 음란물왕국의 공범자들이다. 취재를 요구하는 기자에게 양회장은 “아이들을 보호하고 싶은 아빠의 마음을 공감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양회장의 음란물왕국을 산산조각내달라는 국민들이 그와 그의 공범자들에게 말한다. “아이들을 보호하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공감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라고…. 이승기 변호사(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인천시론] 산업 미래 경쟁력을 위한 대안·지원정책이 필요한 때

국내 산업 경기가 심상치 않다. 연일 지속하는 국내 증시의 하락 이야기와 함께 국내 대기업들의 실적 악화, 그리고 지난 4월 한국 GM 군산공장의 폐쇄 결정과 조선 산업의 쇠퇴에 따른 경남지역의 지역경제 불안 등 국가 경제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2007년 6월 개정된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제17조에 근거한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 제도를 운용하고 있고,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에는 금융 및 재정지원, 연구개발 활동 및 사업화 지원, 국내 판매와 수출 지원, 재직 노동자 교육 및 실직, 퇴직자에 대한 고용 안전 지원, 신산업 육성 투자지원, 지역상권 활성화 지원을 통해 지역 산업의 위기를 탈피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정부는 지난 24일 국내 산업 및 경제 활성화를 위한 경제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은 민간 자본을 이용해 일자리를 만들고 국가 혁신성장을 이루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다. 더불어 박남춘 인천시장도 취임 100일 주요 시정 계획에 지역 산업 활성화를 위한 계양테크노밸리 조성 및 노후 산단 구조고도화, 스마트혁신 산업 등 첨단 및 신산업을 육성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산업위기대응지역으로 선포된 대부분 지역은 모두 제조업을 기반으로 지역 산업이 활성화됐던 곳이다. 인천 역시 제조업 중심의 산업이 주를 이루는 상황에서 최근 지역 중소제조업체들의 기술혁신역량 약화로 부가가치액 감소 등 경영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또 한국 GM의 법인 분리 발표 등으로 인천지역의 산업위기감은 더욱 높아졌다. 이에 다른 지역 산업위기 상황을 반면교사 삼아 인천 차원에서 선도적으로 제조업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대안과 정책 마련이 요구된다. 특히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른 정부의 산업 위기 대응시스템이 수도권 지역을 배제하는 상황에서 다음과 같은 인천 차원의 제조업 재도약과 서비스 및 첨단 신산업 활성화 등 기술 재혁신을 위한 지원체계가 절실히 요구된다. 우선, 기존 기술 및 제품의 재해석을 통한 제품의 고부가가치화 및 사업다각화 지원이 필요하다. 기존 제조업체가 가진 제조 기법을 기반으로 기술·서비스의 창의적인 재해석과 융합으로 새로운 가치 창출과 제품의 효율성 증대, 판매처 확장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설계-기술-품질-서비스의 원스톱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 이러한 지원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제조기업 및 지역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 제조-서비스 융합인력 양성 및 일자리 개발과 지원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지금 인천의 산업위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정확히 확인하고 적시에 위기 대응책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위기대응지표 개발과 지속적인 모니터링 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는 그간 여러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도 슬기롭고 지혜롭게 이겨내고, 지속적으로 발전해왔다. 인천지역의 산업 위기에 대한 상황도 슬기롭고 지혜롭게 준비하고 대처해 나간다면 지역 산업이 새로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인천의 발전과 국가발전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문명국 청운대학교 융합소재공학과 교수

[인천시론] 우리에게 중국은 어떤 존재인가

현재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무역이 아니라 향후 100년을 결정할 세계 패권경쟁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이 싸움은 트럼프가 그만둔다고 해도 끝날 것 같지 않다. 고대 아테네의 장군이었던 투기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신흥 강국으로 떠오른 아테네가 기존 강국 스파르타에 불러일으킨 두려움이 전쟁의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2등국이 1등국을 치고 올라올 때 1등국은 공포에 빠지고 2등국은 억지로 핍박받는다는 ‘피해망상’에 사로잡혀 결국은 전쟁이 터지고 만다는 심리의 함정이 ‘투기디데스 함정’이다.우리는 미·중의 무역전쟁을 보면서 20년간 지속된 과거의 미·일 무역마찰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고 50년 가까이 계속되다 결국 완패한 구소련과의 냉전체제 경쟁을 떠오르게 된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말이 딱 맞다. 새우치고는 우리 경제 규모가 크기에 왕새우 정도로 비유할 수 있으나 그게 그거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4%이고 이 가운데 79%가 중국산 완성품의 중간재이다. 당연히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경제적 측면에서 뿐 아니라 안보도 보통 일이 아니다. 문 대통령이 홀대를 받으면서까지 중국에 애정의 눈길을 보내나 시진핑의 거만한 눈빛이나 표정만 봐도 우리 편은 아니다. 트럼프나 시진핑은 서로 우리가 제 편이 아니라 상대방 편이라 생각하니 우리를 의심하고 믿지 못할 존재로 본다. 안보에서는 양다리 걸치다 패망한 나라가 대부분이다. 아무리 우리 대통령이 시진핑의 중국몽(中國夢)에 같이 하겠다고 비위를 맞춰도 현실은 냉혹할 뿐이다. 중국은 지금까지 우리를 대등한 국가로 본 적이 없다. 오죽하면 시진핑이 트럼프에게 “한국은 사실 중국의 일부였다”고 했을까. 살기 위해서 강자의 눈치를 살피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강자가 우리를 우습게 보는 일과는 별개의 문제다. 세계의 리더가 되려면 군사력과 경제력 외에 인권과 문화의 힘, 설득력 있는 정치적 가치, 다른 나라에 대한 포용력을 갖춰야 한다. 국경선을 맞댄 이웃 나라와의 분쟁, 마윈 회장의 사퇴와 판빙빙 사건, 반정부 인권운동가들의 탄압에서 보듯이 중국은 세계의 리더국이 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미국이라고 완전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중국에 비해서는 차원이 다르다. 국제 정치는 아무리 복잡한 이론을 내놓아도 결국 편 가르기 게임이다. 평화는 힘의 균형으로 이뤄지는 것이지 말로 약속한다고 지켜지는 것이 아님을 역사는 증명한다. 관대한 평화조약이나 협상은 곧이어 다른 전쟁을 수반하는 것이 보통이다. 내가 힘이 부족할 때는 뜻을 같이하는 사람과 힘을 합쳐야 산다. 1·2차 세계대전의 3가지 교훈이 있다. 첫째, 슬슬 밀리면 나중에 몽땅 잃는다. 둘째, 최강자 편에 서지 않는 국가는 망한다. 셋째, 설마가 꼭 사람 잡는다. 영화 ‘다키스트 아워’에서 처칠의 말이 생각난다. “유화주의자(宥和主義者)란 자기는 맨 나중에 잡아먹히길 바라면서 악어에게 먹이를 주는 자다.” 한반도에 평화가 다 온 것처럼 오버하는 현 정부가 명심해야 할 말이다. 이인재 한국뉴욕주립대 석좌교수

[인천시론] 양두구육의 정치학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 영공(靈公)은 남장여성을 좋아해서 궁 안의 여자들에게 남장을 시키고 즐기는 습성이 있었다. 그러자 궁궐 밖의 모든 여성들도 남장하는 유행이 생겼다. 나라에서는 이를 금지하려 했지만, 남장은 전혀 수그러들지 않았다. 영공은 신하들에게 백성이 왕명을 따르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재상 안영(晏)은 “폐하께서 궁 안에서는 남장을 허용하시면서 궁 밖에서는 이를 금하시니 마치 ‘밖에 양머리를 걸어놓고 안에서 개고기를 파는 것’과 같습니다. 궁중에서부터 법도를 지켜야 궁 밖에서도 왕명을 따르게 될 것입니다”라며 궁중 여인의 남장부터 금하라고 진언했다. 영공은 자기 실수를 깨닫고 안영의 말대로 하자 남장 풍속이 사라졌다고 한다. 이 고사에서 유래한 ‘양두구육(羊頭狗肉)’은 겉은 훌륭해 보이나 속은 그렇지 못한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바꾸어 말하면 속임수를 쓰지 않고 모범을 보이라는 말로 겉과 속이 같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양두구육과 같은 일이 우리 정치권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한 언론은 국회의원 4명 중 한 명꼴로 강남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에 살고 있거나 집을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신의 지역을 대표하고 주민들의 이해와 민심을 대변해야 할 국회의원 1/4가량이 자신이 선출된 지역과 무관한 특정 지역에 주택이나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강남3구에 주택을 보유한 국회의원은 무려 83명이라고 한다. 30% 이상이 강남에 살거나 집을 가진 셈이다. 이쯤 되면 대한민국 국회가 아니라 강남 국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천지역 국회의원은 어떨까? 남동구을 윤관석 의원은 서울 강남구에 다세대주택과 주택·상가 복합건물 3채를 배우자 명의로 소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연수구을 민경욱 의원과 미추홀구을 윤상현 의원 역시 강남3구에 아파트 2채를 각각 소유하고 있었다. 윤관석 의원과 민경욱 의원은 각각 인천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을 대표하는 시당위원장이다. 또 국회에서는 이른바 노른자위 상임위라 불리는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이다. 인천 각 당의 간판 얼굴이면서 천정부지로 치솟는 서울 집값을 잡아야 할 국토교통위 소속 의원이 정작 인천에서는 전세를 살면서 서울 강남에 집을 가진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첫 보도 이후 지역 사회에선 갖가지 군말들이 나오고 있다. 지역구 주민을 기만하는 처사가 아니냐는 것이다. 현대 민주사회에서는 선거를 통해 당선된 정치인에게 많은 권한을 부여한다. 이렇게 한시적으로 부여받은 ‘권한’은 오롯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일반인보다 높은 도덕성과 청렴한 자세를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정치학자 이스턴은 정치란 ‘사회적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고 말했다. 즉 권력, 부, 재화, 명예 등 희소성 있는 가치를 ‘권위를 가진 사람’이 배분하는 것이 정치라고 한다. 과거 왕조시대에는 왕이 권위를 가진 사람이었다. 하지만 왕이라 하더라도 표리(表裏)가 같고 모범을 보여야 비로소 권위가 서게 되고 그제야 백성이 따르게 된다. 명분과 공익보다는 사리사욕만을 챙기는 이중적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에게 본보기가 되고 겉과 속이 일치하는 정치인이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이도형홍익정경연구소장

[인천시론] 당신이 심판받길 원하는 방법으로, 나를 심판해주길

‘그래도 나는 하지 않았다’라는 영화가 있다. 영화는 한 무고한 청년이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성추행범으로 몰리면서 벌어지는 수사와 재판과정을 담담히 다루고 있다. 재판부는 성추행은 짧은 시간에 이뤄질 수 있고, 피해자가 가해자를 직접 지목할 정도로 피해 사실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유죄로 판결했다. 형사재판은 유죄 여부를 판단하고 형량을 결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드러난 증거만으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진실을 밝혀 판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명백한 오심이 아닌 한 법원을 비난할 수 없다. 하지만 양형의 문제는 다르다. 양형은 유죄가 결정된 사안에서 죄질, 피해정도, 전과 및 사회경력, 피해 회복정도, 동종 범죄에 대한 기존 판례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는 것으로 법관의 고유한 권한이다. 최근 몇몇 판결에서 양형 판단이 과연 적절하게 이뤄졌는지에 대해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다. 한 청년이 곰탕집에서 여성을 성추행해서 징역 6월을 선고받은 사건이 있다. 청년이 실제 성추행을 했는지에 대한 진실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동종 전과는 물론이고 어떠한 전과도 없는 자에게 징역 6월의 실형을 선고하는 것이 타당했느냐 묻는다면 필자는 단호히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기습적으로 이뤄진 일회성 성추행에 대해서는 벌금형이 선고되는 것이 일반적임을 고려한다면 이는 재량권을 한참 넘은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다. 검사가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음에도, 굳이 이를 ‘올려치기’해서 법정구속까지 했다고 하니 더욱 그러하다. 또한 1억 원대 사기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피고인이 피해변제 목적으로 8천만원을 공탁했음에도, 판결문에 1천950만원을 공탁한 것으로 기재하고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담당변호사가 강하게 항의했음에도 재판부는 “공탁금 8천만 원을 다 반영한 형량이고, 판결문은 오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피해금액이 상당 부분 회복된 경우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있음을 고려한다면, 본 사안의 경우 피해금액의 80% 상당의 금원이 회복됐음에도 실형을 선고한 것으로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3권 분립을 원칙으로 하는 대한민국에서 사법부는 유일하게 국민에 의해 선출되지 않는 권력이다. 국민으로부터 정당성을 부여받지 못한 사법부가 판결에 대한 신뢰마저 받지 못한다면, 이는 사법부의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국민참여재판을 전면적으로 실시하자거나, 고위법관에 대해서는 국민의 신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선출되지 않는 권력, 그렇기에 통제가 어려운 권력,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거래 파문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더이상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법에 무지한 국민이기에 엘리트 법관이 내린 판결에 따라야 한다는 구시대적인 발상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사법부의 권력 역시도 국민이 위임한 권력이기에 국민은 사법부의 판결을 비판할 권리가 있다. 그런 국민이 외치고 있다. “당신이 심판받기를 원하는 그 방법으로, 나를 심판해주기를…” 이승기 변호사(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인천시론] 재난심리상담, 고통 완화하는 심리적 응급처치

공장이 밀집한 인천에서는 올해만 해도 중대형 화재 4건이 발생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안타까운 사고는 8월21일 남동공단에서 발생한 화재다. 아직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마는 순식간에 세일전자 및 협력업체 소속 9명의 사망자와 6명의 부상자라는 안타까운 인명피해를 낳았다. 인천적십자사는 재난발생 직후 합동 장례를 준비하는 유가족을 찾아 담요와 세면도구가 포함된 응급구호품을 전달하고, 재난심리전문가를 파견해 입원중인 환자와 충격을 받은 가족들의 심리상담을 했다. 화재 직후 폐쇄된 세일전자 1공장의 근로자들은 대부분 화재장면을 목격했거나 탈출한 직·간접 재난피해자들이라 그들 중 일부는 포털사이트에 “화재 장면이 떠올라 잠을 잘 수가 없다”, “죄책감으로 너무 괴롭다” 등의 심경을 표현하기도 했다. 다행히 사고 1주일 만에 적십자사는 근로자 전원에게 심리 상담을 권유할 수 있었고 그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회사에서 마련해 준 상담실에서 1:1 개별 심리 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 개별 상담 내용은 비밀로 유지되므로 구체적 사연은 공개할 수 없으나 대체로 사고로 숨진 동료에 대한 죄책감,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안타까움 등을 표현하며 마음 아파했다. 또 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모든 유가족에게 심리상담을 안내해 상담에 동의하는 분들에 대해서 상담을 진행했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화재로 인한 직·간접 피해자 전원에 대한 모든 접촉과 초기 상담이 화재 발생 8일 만에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은 인천시와 가천대 길병원, 세일전자 측이 ‘피해자의 고통’과 ‘심리적 응급처치’에 대한 깊이 공감해 협력했기 때문이다. 적십자사를 포함한 관계 기관들의 피해자 중심의 상황 모니터링, 개입의 적기 판단, 전문상담가와 피해자의 연결고리 등을 위한 적극적인 공조의 결실인 셈이다. 2003년 2월18일 발생한 대구지하철 참사로부터 약 15년이 흘렀다. 2017년 피해자 실태 조사에 따르면, 당시 유가족 44가족 중 71%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고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참사 이후 지금까지도 지하철을 못 타고, 집안의 창문을 열어 놓고 지내야 할 정도로 후유증을 겪고 있으며, 스스로 고립된 상태로 지내는 등 많은 이들이 사실상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응답자의 78%는 고혈압, 뇌졸중, 심장질환 등 질병이나 음주로 신체적, 정신적으로 위험한 상태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들에게 사고 직후 ‘심리적 응급처치’인 심리 상담이 즉각적으로 이뤄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는 심리상담을 통해 재난피해자들의 마음에 새겨진 상처를 아물도록 도와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의 후유 장애를 예방하고, 평범한 일상생활로의 복귀를 돕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담당기관인 적십자뿐만 아니라, 시민들과 관계자들의 인식 개선, 기관 간 협력과 네트워크가 필수적이다. 우리 사회가 재난피해자 각자가 겪었던 끔찍한 불행에 대해서 개인적인 아픔이나 슬픔으로 방치하지 않고 공감하고 함께하는 공동체가 됐으면 한다. 이경호 대한적십자사 인천광역시지사 회장

[인천시론] 소득주도성장 정책, 이것이 아닌가 봐

나폴레옹이 말 타고 알프스를 넘다가 산 정상에서 부하들에게 말했다. “이 산이 아닌가 봐.” 물론 우스갯소리다. 부하들은 추위에 눈에 빠지면서 개고생하며 따라왔는데 꼴이 말이 아니다. 12일 발표된 통계청의 고용통계는 20년 만에 최악이다. 전년 대비 20만 명을 오르내리던 신규 취업자 증가 수가 8월에 3천 명이다. 이제 곧 마이너스의 수치가 나오게 생겼다. 소득주도 성장은 사상 초유의 실험이다. 2년간 50조 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부었지만 효과는 없다. 청와대는 ‘우리 경제 체질이 바뀌면서 수반되는 성장통’이라고 설명했다. 체질이 바뀌기 전에 죽게 생겼다. 약자를 위한다는 최저임금이 약자를 죽이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이 오히려 고용감소를 가져오고 있다. 청와대의 경제실험에 죽어나는 건 장하성 정책실장이나 강남 부동산 소유자들이 아니라, 지금 정부에서 그토록 아끼는 ‘서민’이다. 청와대는 왜 그렇게 소득주도 성장정책(요즘은 포용정책)을 고집할까. 한마디로 말하면 ‘밀리면 죽음’이라는 강박관념이다. YS정권은 ‘경제 펀더멘털이 좋다’고 어려운 말을 쓰다가 IMF 체제로 전락해 전 국민이 금 모으기까지 벌였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까지 사람 중심의 경제,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포용적 성장 등 좋은 말은 다 사용했으나 별무신통이다. 이념으로 가득 찬 구호나 슬로건은 사실 말장난이다. 소득주도의 자금 원천은 생산이라는 창출활동이 수반되지 않은 국민 세금과 정부 부채여서 궁극적으로 재정파탄과 국가 부도로 이어진다(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 ‘세수(稅收) 전망이 좋으니 돈 풀어 일자리 늘리고 경제를 살리자’라고 주장한들 효과는 이미 없는 것으로 결론났고 미래 세대에 부담만 떠넘기는 꼴이다. 중구삭금(衆口金)이란 어려운 사자성어가 있다. 뭇사람의 말은 쇠도 녹인다는 뜻으로 세상 사람들의 입은 정말 무섭다. 정권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아무리 김정은과 웃으며 포옹하고 적폐청산을 외친들 먹고사는 문제가 불안하면 민심은 폭발한다. 청와대와 여권 고위인사는 “올 연말부터는 좋아진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가야 한다”는 등 떠들고 있는데 국민을 상대로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대통령은 이런 사람부터 책임을 물어야 한다. 경제는 심리가 매우 중요하다. 만 번을 양보해 지금의 소득주도 성장정책이 나중에 맞는 것으로 판명나더라도, 국민 모두가 당장 힘든데 지금이라도 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 경제는 만성적 침체에 빠진다.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고 생산성을 끌어올려 성장을 이루고, 그 결과로 소득을 높이는 것이다. 규제를 철폐하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것만이 살길이다. 샐러리맨에서 삼성전자 회장에 오른 반도체 신화의 주역인 권오현씨가 쓴 책 ‘초격차’를 읽어보면 ‘이론은 없다! 오직 실전만 있을 뿐!’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제발 탁상공론은 그만두고 현장에 가보기 바란다. 이제라도 눈 덮인 험한 알프스 등정을 포기하고 평지로 내려와 다시 정신을 가다듬기 바란다. ‘이것이 아닌가 봐’라고 말하기 전에. 이인재 한국뉴욕주립대 석좌교수

[인천시론] 고약(苦藥) 정치

지난 8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통계청장과 기상청장을 전격 교체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차관급 인사는 당초 인사 대상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지만, 각종 논란이 겹치면서 문 대통령이 문책성 인사를 실시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기상청의 잦은 오보로 인해 ‘중계청’이란 오명과 제19호 태풍 ‘솔릭’의 ‘호들갑’ 예보로 인한 과잉 대응 등 국민들에게 불신감을 줬다는 점에서 기상청장의 교체는 쉽게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통계청장의 경질은 이해하기 어렵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소득부문 가계동향’에 대한 표본을 늘리는 과정에서 소득5분위(하위20%) 계층을 과도하게 늘려 잡아 결과적으로 빈부격차가 커져 보이게 만들었다는 것이 주요 경질 사유라고 한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즉 소득주도성장이 실패했다는 논란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통계청은 당초 가계동향 발표를 없애려 했지만 문재인 정부가 ‘통계 존치’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표본가구를 5천500가구에서 8천가구로 늘려 잡았다. 이 과정에서 소득하위 20% 가구 수가 과도하게 포함되면서 지난해와 비교할 경우 격차가 매우 커진 것으로 보이게 만드는 착시 효과를 빚어내게 됐다는 것이 통계청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이 정도 표본 차이가 통계 흐름을 바꿀 정도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도 국회에서 “표본 오류로 분배 격차가 심화됐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명 당시 문재인 정부와 정책 ‘코드’가 잘 맞는다는 평이 따랐던 황수경 전 청장. 하지만 청와대는 통계청이 경제지표를 조사하고 국민에게 설명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황 전 청장을 전격 교체하더니 급기야 소득주도성장의 긍정적인 측면을 보여줄 수 있도록 통계청에 새로운 조사 방법을 마련하라는 방침을 세웠다고 한다. 청와대 입맛에만 어울리고, 국민들에겐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맞춤형 통계’가 나올까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세종시대 대사헌을 지냈던 ‘고약해(高若海)’라는 인물이 있다. 순우리말 ‘고약하다’의 어원이라고 알려진 고약해는 어전에서 세종을 노려보고 서슴없이 직언을 일삼는 건 예삿일이고 지엄한 어명에 대꾸도 없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리곤 했다. 세종이 하도 기가 막혀 마땅한 이유 없이 반론을 펴는 신하를 보면 “이런 고약해 같은 놈”이라고 할 정도였다. 그러나 세종은 이런 고약해를 형조참판을 거쳐 대사헌의 자리까지 등용한다. 또 자신의 세자 임명을 강력히 반대했던 황희 정승도 내치기는커녕 무려 24년간 재상을 시키는 등 많은 세제 개혁과 정책을 추진했다. ‘양약고구(良藥苦口)’, 즉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말이다. 중국 한나라 유방이 오랜 전투에 지쳐 궁궐에서 쉬려고 할 때 부하 번쾌와 장량의 거듭된 충고를 받아들여 다시 전쟁터로 향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말로 충언이나 직언은 귀에 거슬린다는 뜻이다. 이번 통계청장 인사를 보면서 과연 문재인 정부가 쓴 소리, 고약한 비판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염려스럽다. 좋지 않은 경제 상황을 나타내는 객관적 수치를 통해 제대로 된 경기 부양책을 모색해야지, 통계 자체를 부정하거나 입에 맞는 달콤한 통계로 현 상황을 합리화해서는 안 된다. 조선 최고의 성군으로 손꼽히는 세종대왕이나 진나라를 정복하고 한나라를 세운 유방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고언, 고약을 마다하지 않는 정치가 펼쳐지길 기대하는 것은 비단 필자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

[인천시론] ‘안전이혼’ 원하는 사회, 그 서글픈 자화상

“변호사님… 저 안전하게 이혼할 수 있을까요?” 필자가 최근 이혼소송을 상담하다 보면, 종종 듣게 되는 질문이다. ‘안전이혼’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이혼할 때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라는 것이다. 왜 사랑에도 ‘안전’이 필요해진 것인지 안타까울 뿐이다. 부부간의 ‘안전이혼’에 대한 위협은 연인간 데이트폭력과 관련된 ‘안전이별’의 그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부부는 혼인해 자녀를 함께 양육하고 경제적 공동체를 이루는 등 혼인생활을 영위하고 있기에, 배우자의 무차별적인 폭력에 노출될 때도 이를 문제삼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또한, 가정폭력은 가정 내 문제라 치부하며 당사자 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안일한 생각에 경찰 등 제3자의 개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역시 존재하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가정 내 구성원의 폭력 등의 경우, 일반 형사사건이 아닌 가정보호사건으로 분류해 형사처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하는 등 그 처벌의 정도가 가볍다. 위 법률의 입법취지가 ‘가정폭력범죄를 범한 사람에 대해 환경의 조정과 성행의 교정을 위한 보호처분을 함으로써 가정폭력범죄로 파괴된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가꾸는 것’임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하지만 최근 대검찰청에 따르면 가정폭력의 재범인원은 해마다 2배 이상 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2014년 1천92명이던 재범자수는 2015년 2천219명, 2016년에는 4천257명을 기록하며 그 어떤 범죄보다 높은 재범률을 보이고 있다. 결국 안전이혼은 부부라는 특수한 관계와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가해자에 대한 관대한 처벌이 만들어낸 서글픈 시대의 자화상인 것이다. 최근 위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국회에서는 피해자 보호는 강화하고 폭력 행위자는 엄벌하는 내용의 법안을 속속 내놓고 있다. 또한 가정폭력으로 이혼한 가정의 양육비 지원책 마련을 위해 여성부가 3년마다 시행하는 ‘가정폭력 실태조사’에 이혼가정 양육비 수급 항목을 추가하는 내용의 가정폭력방지법 개정안 역시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는 가정폭력 때문에 이혼한 피해자 상당수가 가해자의 경제적 지원을 빌미로 한 접근을 우려해 양육비를 포기하고 경제적 어려움을 감내하고 있다는 씁쓸한 현실이 반영된 것이다. 필자는 ‘안전이혼’을 돕기 위해 접근금지명령 등 사전처분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본 소송에서도 의뢰인의 정당한 이익을 지키는 것은 물론 두 번 다시 가해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또한 안전이혼을 걱정하는 의뢰인에게 “사랑해서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린 배우자에게 위협을 주는 사람은 비겁한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은 대부분 막상 공권력이 개입되거나 법원에 소송이 제기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집니다. 무서워하지 마십시오. 숨지 마십시오. 그럴수록 용서하지 말고 법과 제도를 적극 활용하세요”라고 조언해준다. 어쩌면 ‘죽어도 못 보내’라는 유행가 가사가 누군가에게는 끔찍한 공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안전이혼’이라는 단어도 추억 속으로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승기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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