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된 폐단(a deep-rooted evil), 그릇된 것들의 쌓임, 즉 가부장제의 폐단이나 장애인 차별 등 사회제도나 어떤 개념 등에 쓰이는 단어가 ‘적폐(積弊)’의 일반적인 경우인데 이 정권 들어 ‘정치용어’로 자리 잡아가면서 피바람을 연상시킨다. ‘적폐청산’으로 행위를 동반하면서는 정치보복으로 굳어지는 느낌이다. 적폐(積弊)가 아니라 적폐(敵弊)인 모양이다. 어느 국회의원은 페이스북에 ‘적폐청산’이라 쓰고, ‘정치보복’이라 읽는다(?)는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한 집단이 정권을 잡으면 나름의 통치 철학과 이념으로 나라를 더 정의롭고 부강하게, 국민들을 자유롭고 편리하게 해야 할 것이며, 하려고 할 것이다. 그 방편으로 전 정권들에서 저질러졌던 잘못들(적폐)을 깊이 들여다보고, 고쳐 나가려고 노력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 당연한 것이 ‘보복’으로 비쳐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니, 주인(국민)의 입장에서 안쓰럽다. 후보 시절 적폐청산을 대표적인 공약으로 내세웠던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 각 부처에 ‘적폐청산 TF’를 만들어 과거사를 캐고 있고, 기관을 동원해 수사(야당 인사들에 대한)를 펼치는 중이다. 적폐는 청산돼야 하는 것이고 그래야 나라가 바로 서고 정의가 살아나고 국가 발전을 기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 정권(박근혜)보다는 전전 정권(이명박)을 향해 겨눈 칼끝이 더 매서워 보인다. 이 정권이 과거 자신들의 적폐(바다 이야기 등)나 좌파정권 시절의 적폐는 덮어둔 채 이명박 정권을 겨냥한 건, 강압 수사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자살로 몰아갔다며 한풀이를 하려는 게 아닌가? 많은 국민들이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심지어 더 치고 올라가 박정희 흔적까지 지우려고 한다. 정부의 개도국 지원 업무를 하는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는 내년부터 새마을운동과 관련한 ‘공적개발원조’ 신규 사업을 추진하지 않고 기존의 26개 사업도 10개로 재편, 사업 명칭에서 아예 ‘새마을’을 삭제한다고 한다. ‘새마을’의 근면·자조·협동은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위대한 정신적 유산이고 우리의 자존심인데 전 정권 지우기를 한다고 이러는 모양이다. 이 정권의 적폐 청산은 미래를 향한 것이 아니라 과거에 집착돼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건 적폐 청산이 아니라 한풀이요 정치보복이다. 이명박 대통령을 겨냥해서는 국정원 댓글, 문화 연예계 블랙리스트, 방산 비리, 4대강 사업 조사가 진행 중이고 자원 개발, 공영방송 장악, BBK 사건 수사도 다시 할 가능성이 있단다. 이 밖에 군 적폐청산 위원회(국방부), 광주 518 특별조사 위원회, 역사 교과서(교육부), 한일 위안부 합의(외교부)를 조사한단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 연예인 블랙리스트를 조사 중이고 통일부는 개성공단 중단을 보고 있다고 한다. 적폐 청산을 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적폐청산이라는 가면(방패)을 쓰고 정치보복, 한풀이 정치를 하지 말라는 얘기다. 보복은 보복을 부른다. 우리는 그런 일을 지겹게 봐 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걸핏하면 촛불혁명이 탄생시킨 정부라고 내세운다. 그는 취임 100일 기자회견과 보고대회, 외국에 나가서까지 ‘촛불혁명’을 자주 강조한다. 대통령이 국민을 갈라치기 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찍은 유권자는 1천350여만명, 전체 유권자 4천247만명의 32%에 불과하다. 그는 전체 국민(유권자)의 3분의 1도 안 되는 지지로 대통령이 된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복수할 것에만 몰입하는, 권력 잡으면 보복부터 생각하는 ‘당신’들이 적폐다. 송수남 前 언론인
오피니언
송수남
2017-09-26 20:31